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둔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우수한 성과를 바탕으로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할 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이 작년 말부터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집권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지만, SC제일은행의 경우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한 외국계 은행인 만큼 상대적으로 당국의 간섭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분석이다. SC그룹도 그룹의 핵심 시장인 한국에서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는 박 행장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7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행장은 2015년 1월 SC금융지주 회장 및 SC제일은행장으로 임명된 이후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2021년 초 3연임에 성공하며 행장 재임 기간만 9년에 이른다. 아직 임기 만료까지는 상당 시일이 남았지만, SC제일은행이 과거 선제적 조직 안정, 불확실성 해소 등을 위해 차기 은행장을 조기 선임한 점을 고려할 때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박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통상 SC제일은행은 행장 임기 만료를 한 달여 앞둔 12월께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시작했다. 그러나 2020년 8월에는 이사회의 의지에 따라 조기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박 행장을 차기 은행장 후보로 최종 추천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주주총회, 이사회를 열고 박종복 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재선임했다. 당시 임추위는 은행장 관리 후보군 5명 가운데 박 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SC제일은행 내에서 박 행장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박 행장은 1979년 8월 제일은행에 입행한 후 20여년간 일선 영업점을 두루 경험한 영업통이다. 특히 행장으로 선임되기 이전인 2014년 4월부터 리테일금융총괄본부장을 맡아 한국의 리테일금융을 고객 중심주의로 바꿨고, 행장 취임 이후에는 SC그룹과 제일은행이라는 두 브랜드를 조화롭게 활용해 전략적 비즈니스 제휴, 디지털 역량 강화, 자산관리 비즈니스 성장 등을 이끌었다. 박 행장 재임 기간 실적도 견조하다. SC제일은행은 작년 연결순이익 3901억원으로 전년(1279억원) 대비 205% 증가했다. 금리 상승 기조 속 순이자마진(NIM) 개선으로 이자이익이 전년 대비 21.5% 성장한 영향이다. 작년 말 자산규모는 98조391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5% 증가했다. SC제일은행이 호실적을 올린 덕에 최대주주인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 NEA Limited)도 거액의 배당금을 수취했다. 제일은행이 지난해 SC그룹에 지급한 배당액은 1600억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265억원으로 충당금 전입액 증가 등의 영향으로 1년 전보다 18% 감소하긴 했지만, 박 행장의 리더십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SC그룹 입장에서 한국시장을 중요한 시장으로 보는 점도 눈여겨볼 만 하다. SC그룹의 진출국 가운데 아시아 지역의 영업 비중이 가장 크다. 이 중 한국은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을 철수함에 따라 한국 내에서도 외국계 은행인 제일은행의 경쟁력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일은행은 현재 소매금융 부문에서 글로벌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기업금융 부문에서는 해외 투자 및 교역을 모색하는 국내 기업고객들에게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금융사 CEO의 장기 집권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지만,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은 모그룹의 의중이 제일 중요하다는 점도 박 행장의 연임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SC제일은행이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철수에도 꿋꿋하게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 중인 만큼 당국 입장에서는 제일은행의 지배구조, CEO 연임 등에 제동을 걸 필요성이 적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일 외국계 금융사가 당국의 관치, CEO 선임 개입 등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면 이는 다시 금융당국에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외국계 은행의 특수성, 외국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의 사례 등을 비춰볼 때 모그룹이 확실한 제일은행의 지배구조나 CEO 선임 등에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 관계자는 "CEO의 거취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사안이 없다"고 일축했다.ys106@ekn.kr박종복 SC제일은행장.SC제일은행 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