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실적의 버팀목이던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자 전체 실적이 크게 휘청이고, 성장여력도 다했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작년 이재용 부회장이 복권 후 회장직에 올라 지휘 체계가 공고해졌고,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현금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경영진도 최근 미래 먹거리 확보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증권가 안팎에서 로봇·전장·5G 등 분야의 인수합병(M&A) 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 대비 100원(0.16%) 오른 6만8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전날까지 5.01% 오른데 이어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비록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어닝 쇼크’를 맞았지만, 투자자들은 올해 하반기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에 현 주가 수준이 저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그러나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비중을 줄이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2016년 중반까지 2만원대(액면분할 후 가격 기준)에 머물러 있었으나, 메모리 반도체 부문 성장 기대감에 2021년 1월 9만6000원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사의 선전 및 메모리 반도체 성장성에 대해 의문 부호가 붙으며 2021년 2월부터 현재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향후 실적 전망도 불투명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연간 예상 영업이익은 28조2709억원으로, 작년(43조3700억원) 대비 34.8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올 상반기까지는 반도체 업황 악화 지속이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가 안팎에서도 삼성전자의 실적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특히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액이 수백조원 규모임을 고려하면, 배당, M&A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매출 규모를 보면 대규모 배당이나 M&A를 실시할 여력이 충분한데 이 부분이 부족했다"며 "그간 반도체에 올인해 벌어놓은 돈을 다시 다음 세대 반도체 생산 설비에 전부 투자하는 식으로 사업을 이어 왔기 때문인데, 상당히 위험한 사업 구조임에도 지금까지 기적적으로 잘 이끌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 때문에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기가 늦었다"고 덧붙였다.◇ 올해 신성장동력 M&A 뜰까...로봇·전장·5G 주목이에 삼성전자의 경영진도 새 미래 먹거리 확보에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 참석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과 M&A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하만 인수 후 M&A 시장에서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작년 초 한 부회장이 새로운 M&A 딜을 암시하기도 했지만, 한 해가 지나갈 때까지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한 부회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했고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락다운됐다. 이외에도 물류 위기, 환율 변동 등 여러 문제가 있어 M&A 절차가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일상 회복을 위한 노력들이 나오는 것을 봐서는 좋은 소식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삼성은 사업을 발전하기 위해 M&A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이러한 한 부회장의 ‘자신감’은 시장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만한 여력이 충분하다는 여러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이재용 당시 부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받아 사법 리스크가 대폭 해소됐고, 같은 해 10월 그룹 회장직에 올라 지휘 체계를 공고히 했다.
대규모 투자 활동에 나설 만한 현금도 충분하다. 삼성증권의 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단기상각후원가금융자산, 장기 정기예금 등 총액은 2022년 3분기 말 기준 약 130조원으로, 지난 2021년 3분기(약 120조원)부터 증가세다. 지난 2017년 삼성전자가 9조4000억원에 하만을 인수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M&A 빅딜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증권가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첫 번째로 M&A가 유력한 분야는 로봇이다. 삼성전자는 CES 2023에서 대표적인 신성장동력으로 로봇·메타버스 등을 지목했고, 연내 EX1이라는 이름의 로봇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년 초 삼성전자의 인수 기대감이 컸을 때 제일 먼저 지목된 분야도 로봇이었다. 당시 코스피 상장사 퍼스텍을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휴림로봇, 우림피티에스 등 타 로봇 관련주들도 인수 기대감에 강세를 보인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로봇 개발사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약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새해 첫 투자로 인수에 대한 기대감도 나왔지만, 삼성전자 측은 "주식만 취득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전장사업도 M&A의 유력한 후보다. 삼성전자는 최근 하만을 앞세워 ‘디지털 콕핏’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동차 반도체 업체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작년 삼성전자가 팹리스 전문기업 ARM의 인수를 고려했다가 포기한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소문은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다.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5G 관련 업체 인수가 추진됐으나, 금액 차이로 결렬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5G는 한 부회장이 언급했던 기기 간 ‘연결성’과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메타버스 등에 꼭 필요한 통신 인프라 사업 분야로 꼽힌다.삼성전자 관계자는 "한 부회장의 말은 M&A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특정 업체는 물론 특정 분야를 특별히 언급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한 자산운용업계 고위 임원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성장성이 힘을 잃고 있는 이상, 로봇이든 전장사업이든 적극적으로 M&A에 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연내 M&A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suc@ekn.kr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최근 5년간 삼성전자 주가 추이.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