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작년 증권사 중 기업공개(IPO) 주관 1위를 기록했던 KB증권이 올해는 조용하다. 곧 상반기가 끝나지만 현재까지 단 한 건의 IPO도 주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기간 KB증권은 우량한 IPO를 주관하기 보다 다수 딜을 수임하는 데 집중했다. 반면 오는 하반기에는 반전을 노릴지 기대를 모은다. LG CNS를 비롯한 ‘대어급’들의 상장 가능성이 점쳐지며, LG 그룹사 IPO에 특화됐던 KB증권이 다시금 연간 IPO 주관 1위 자리를 탈환할 지도 주목된다.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총 33개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이중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단 하나도 없었으며, 모두 코스닥 기업들로 공모액은 총 7306억원 규모다. 이들의 IPO를 주관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6건), 한국투자증권(4건), 삼성·신한투자·키움증권(2건) 등이었다.그러나 작년 IPO 1위였던 KB증권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자기자본 상위 대형 증권사 가운데 올해 IPO 주관을 단 한 건도 치르지 못한 곳은 KB증권이 유일하다. 특히 KB증권이 작년 8곳(공모총액 13조4479억원)의 IPO를 주관하며 업계 1위에 올라선 바 있기 때문에 올해 성과가 더욱 아쉽게 비춰진다. KB증권은 작년 1분기 ‘역대 최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을, 동년 하반기 증시 침체가 심화한 가운데서도 2차전지 관련주 WCP를 성공적으로 상장시킨 바 있다.다만 KB증권의 ‘의욕’이 꺾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KB증권은 올해 초 주식발행시장(ECM) 본부장에 리서치센터장 출신 유승창 상무를 발탁하고, 4부까지 있었던 ECM 본부를 3부로 압축하는 등 IPO 역량을 집중·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실시한 바 있다. 작년 역사에 이름을 남겼던 IPO 성과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실제로 KB증권은 올 상반기 딜 주관 건 수가 없었지만, 그 기간 동안 새로운 우량 IPO 딜을 다수 수임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분기에만 두산로보틱스, LS머트리얼즈, 휴맥스모빌리티 등 3개사의 IPO 딜을 수임해 냈다.또 KB증권은 오는 하반기 대어급 IPO 주관을 노리고 있다. LG CNS가 대표적이다. 현재 업계에서 LG CNS의 예상 기업가치는 5~7조, 예상 공모 규모는 최소 1조원에 달한다. 최근 흥행 비교군이 될 경쟁사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해 상장 일정을 두고 고심 중이지만, 이미 상장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실적 감사를 통과하는 등 내부적인 준비는 모두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클라우드, 스마트물류 등 신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작년 매출이 20%가량 성장하는 등 ‘흥행 떡밥’도 충분하다.이외에도 두산로보틱스, LS머트리얼즈 등 대형 IPO와 다수 중소형 IPO의 상장예비심사 신청도 계획된 상태다. 이미 KB증권은 지난 3월 에스와이스틸텍·에코아이, 4월 세니젠·한싹, 5월 피노바이오·쏘닉스에 대한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바 있다.이에 KB증권이 오는 하반기 IPO 주관 속도를 올려 다시금 업계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주관 1위는 미래에셋증권이지만, 공모총액이 1263억원에 불과해 대어급 상장이 순조로울 경우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상장을 계획했다가 연기했던 SK쉴더스, 현대오일뱅크, 현대엔지니어링의 IPO가 재개될 경우 KB증권의 역전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우량 딜 수임 움직임도 계속되는 중이다. 대어급뿐 아니라 실적이 지속 성장, 개선하는 ‘강소기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소부장(소재·부품·장비)’, 2차전지·반도체, IT 서비스 업종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 기조에 맞춰 ESG와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인구 고령화 시대에 테마주로 주목받는 B2C 로봇 섹터도 사정권 내에 두고 있다.KB증권 관계자는 "당사는 IPO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양적인 면보다는 면밀한 기업실사(DD)를 통해 발행회사 및 투자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딜을 선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수 기업의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suc@ekn.krKB증권 사옥.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전 리서치센터장). 사진=KB증권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