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재계 주요 기업들이 동·이종간 합종연횡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글로벌 시장 내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수익은 추구하되 리스크는 줄이겠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전기차, 수소 경제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서 협업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최근 SK온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미국 전기차 공장 배터리 공급을 위해 제휴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공급 물량과 협력 형태 등은 추후 논의한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현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LG그룹과 동맹을 맺은 상태다. 인도네시아 등 주요 공장을 건설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 뿐 아니라 다양한 전·후방 사업에서 다른 기업들과 동맹을 맺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롯데그룹, KB자산운용 등과 손을 잡았다.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최대 200kW급 초고속 충전기를 다른 사업자에 임대하는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LG그룹은 전기차 충전기 업체 ‘애플망고’를 인수하며 GS그룹과 한 배를 탔다. LG전자, GS에너지, GS네오텍 등이 해당 기업 지분 100%를 인수한 것이다. LG그룹과 영풍그룹의 협업 소식도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LG화학과 고려아연 계열사 켐코는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전구체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만들 계획이다. 양극재는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과 함께 이차전지를 만드는 핵심 4대 요소 중 하나다. 이밖에 SK온은 니켈 공급망 확보를 위해 국내 이차전지 소재 기업 에코프로, 중국 전구체 생산기업 거린메이(GEM)와 MOU를 맺었다. 삼성SDI는 에코프로비엠과 공동 출자해 양극재 생산기업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하기도 했다.또 다른 미래 먹거리인 수소 분야에서도 다양한 국내 기업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생산, 유통, 활용 등 밸류체인이 워낙 커 개별 그룹사 또는 기업이 사업을 혼자 추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SK그룹, 현대차그룹, 효성그룹 등은 이달 초 액화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삼성그룹과 , 롯데그룹, 포스코그룹 등은 해외 친환경 수소 도입 등을 위해 지난해 손을 잡았다. 에쓰오일(S-OIL)은 삼성물산과 함께 에너지 분야에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종 기업간 합종연횡을 구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내 통신사 KT는 최근 수입차 업체 포드코리아와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포드·링컨 차량에는 KT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될 예정이다. KT는 메르세데스-벤츠 등 다른 완성차 브랜드와도 사업을 함께 펼치고 있다. SK그룹 역시 티맵모빌리티를 앞세워 자동차 분야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볼보 수입차에 적용된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운전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전해진다.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기술이 발전하며 산업간 융복합의 시대가 열려 기업간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인데다 IT·4차산업혁명 전환 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산업 분야에서 효율적인 협업이 이어진다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yes@ekn.kr자료사진.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전기차 EV6가 생산되고 있다.11월 29일 SK그룹 서린빌딩에서 진행된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김흥수 현대차그룹 부사장(왼쪽)과 최영찬 SK온 경영지원총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지난 6월 고려아연 계열사 켐코 최내현 대표(왼쪽)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합작법인 체결식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