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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뒤로 밀린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은 뒷전인가

전국이 올 겨울 들어 최강의 ‘북극 한파’로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이달 중순만 해도 초봄같은 날씨가 이어지더니 갑자기 강원영동 지역에 폭설이 내리고 하순에는 기온이 영하 20℃ 안팎까지 떨어지는 혹한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기상이변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올 겨울 유럽에서는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졌으며, 미국에서는 서부에서 대규모 홍수가, 동부에서 폭설이, 중남부에서 토네이도가 엄습해 대규모 인명피해와 재산 손실이 발생했다. 사실 이런 기상 이변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갈수록 더 혹독해지고 빈도가 잦아지며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게 문제다. 기상이변의 원인이 지구 온난화에 있다는 것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폭염과 폭우, 한파, 폭설, 태풍, 가뭄, 해빙, 해수면 상승 등과 같은 기후시스템의 변화는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협정, 의정서, 보고서 등을 통해 각국이 준수해야 할 지침과 룰을 정학고 이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997년 제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회의(COP3)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에서는 2008~2012년 ‘제1약속기간’에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2% 감축하는 내용이 결정됐다. 하지만 미국이 2001년 교토위정서에서 탈퇴하고 배출량이 많은 중국이나 인도가 개도국으로 감축 의무를 지지 않았다. 2013~2020년의 ‘제2약속기간’에도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40% 감축하기로 했으나 미국, 라시아, 일본, 캐나다 등 전세계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국들이 불참해 실효성을 상실했다. 2015년 COP21에서 채택된 파리 협정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새로운 틀이 정해졌다. 주요 내용은 세계 공통의 장기 목표로서 기온 상승 2℃ 목표 설정과 1.5℃로 억제하는 노력을 추구할 것, 모든 국가가 감축 목표를 5년마다 갱신·제출할 것, 5년마다 세계 전체의 이행 상황을 점검(global stock-taking)할 것 등이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1.5℃ 특별보고서’에서는 세계 평균 기온이 2017년 현재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 상승했는데, 현 추세가 이어지면 2030년부터 2052년 사이 기온 상승이 1.5℃에 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1.5℃와 2℃ 기온 상승 간에는 그에 따른 영향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으며, 기온 상승을 1.5℃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 전후에 순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2020년 개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1년 연기돼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COP26 기후합의에서는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기온상승 목표를 2℃에서 1.5℃로 사실상 강화했다. 또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감축과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가 처음으로 명기됐다. 석탄화력발전을 둘러싸고 당초 문서안에서는 단계적 폐지(phase out)라고 표현돼 있었으나 인도 등의 반대로 단계적 감축(phase downs)으로 후퇴됐다. 아울러 각국은 필요에 따라 2030년 목표를 재검토·강화하기로 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이를 완화해 보고자 나름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각국이 약속한 2030년까지 감축 배출량(NDC)과 기온상승 1.5℃억제를 위해 필요한 감축 배출량 간의 격차를 의미하는 ‘배출량 갭’이 매우 큰 상태인데, 그나마 대부분 나라가 NDC도 이행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 세계 총 온실가스 배출량은 408억톤으로 2019년 이전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2020년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줄었으나 주요국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빠른 경제회복과 함께 석탄, 석유 및 가스 수요가 반등해 다시 늘었다. 작년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배출량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6억 7960만톤으로 전년보다 3.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0년 배출량이 전년보다 6.4% 감소한 6억 5622만 톤으로 2018년 이후 2년 연속 줄었으나 다시 증가했다. 작년에도 화석연료 사용 증가 등으로 배출량이 또 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2021년 발표된 NDC상향안에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당초 2018년 대비 26.3%에서 40%로 대폭 올렸다. 하지만 현실은 NDC상향안과 동떨어져 가고 있다. 2030년 목표달성도 거의 불가능할 판에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안보에 치중한 나머지 탄소중립을 뒷전으로 밀어두는 모습이다. 에너지 안보가 물론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인류를 멸망으로 빠뜨릴 수 있는 기후위기 대응도 중요하다. 단 하나 뿐인 지구를 살리기 위해 구호 뿐이 아닌 실현 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적극 이행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E칼럼] 탄소중립 시대의 석탄발전

새해를 열면서 우리는 다시 악화된 미세먼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고 정부는 계절관리제 방안에 따라서 서둘러 석탄화력 발전소의 발전 정지를 지시한 바 있다. 이번 겨울을 거치며 유럽의 이상 기후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의 폭우 등을 목격하며,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의 저감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세계적인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이슈에서 늘 골치거리로 지목되고 있는 석탄 발전은 ‘기후 환경 악당’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영국의 기후변화 전문언론 ‘클라이밋 홈’이 기후행동추적이라는 연구기관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국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세계 4대 기후 악당’으로 지목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에 국책은행이 재정지원을 하고 있고,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속도가 가파르다는 등의 이유였다. 그런데 최근 기후 악당은 일부 해당 국가들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그 자체가 되고 말았다. 우리 정부는 최근 이산화탄소 저감과 관련하여, 2021년에 상향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유엔에 제출한 바 있고 여기에는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연료 전환부문에서 44.4%를 줄이겠다는 상향된 감축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포함된 주된 내용은 발전 부문에서 석탄이라는 화석 연료를 친기후적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탄소 중립 과제의 추진 주요 정책의 하나로 기존 석탄발전소의 폐지를 통한 탈석탄화를 추진하겠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의 석탄 발전 공기업들은 이러한 탄소 저감과 관련하여, 중단기적 방안의 하나로 1차적으로는 암모니아 혼소 등의 방법으로 전력 생산 시에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보다 적극적으로 석탄 연소 시에 발생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함으로서 기후 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는 방안에 대하여 검토하며 다양한 산업적 시도와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그간 석탄화력 발전을 하는 회사들의 대기 환경 저감 노력에 대하여서조차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석탄발전에 ‘친환경’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은 전형적인 ‘그린워싱’이라고 비판한다. 석탄발전은 아무리 최신 기술로 걸러낸다 하더라도 결코 오염물질을 제로화할 수 없으며, 따라서 친환경적일 수 없다는 논리이다. 당연한 지적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단순화된 지적은 감정적이고 정치적일 수도 있게 된다. 에너지원은 어느 것이든 환경과 기후 문제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친환경적이거나 안전한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데다 현재의 산업구조와 감당 가능한 국민의 경제 생활에의 충격 등을 감안할 때에 정부 차원에서 그 선택의 목적지 못지 않게 탄소 중립으로 가는 단계를 잘 설계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한단계 높은 수준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친환경이라고 일컫는 태양광 설비의 생산과정에서의 비효율성과, 계통 연계의 경직성, 사용 후 폐기 과정의 문제점, 설치 운영 시의 생태적인 부조화성, 전기 공급 경직성 이슈 등은 지속적인 지적 사항이기도 하다.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의 좋은 대안이지만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기를 어떤 식으로 생산하여 새로이 늘어가는 수송용 전기 수요에 대처할 것인지도 같이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전 지구적으로는 탄소 저감의 목표라는 명제에는 기본적으로 모두 동의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추진 방식과 로드맵에 대하여서는 일부 국가 간의 상황과 입장에 따라 차이가 날수 있다고 본다. 요즈음 경제 상황이 매우 불확실하고 인플레이션과 초강대국간 패권경쟁으로 국제 정치의 안정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떨어지고 국민 생활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 하려는 시도도 높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전력 부문의 에너지 믹스를 정책적으로 정하는데 있어서 석탄화력의 역할에 대한 재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서 일부 석탄화력에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를 추가함으로서 전력 공급 체계를 재설계하는데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다면 나름 상당한 합리성을 보여줄 수도 있다. 또한 석탄화력은 여러 에너지원들의 시장 가격 변동 시나 일부 에너지 공급 위기 상황에 예비적인 능력을 포함한 적정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에너지 공급 가격 변동성에 대한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그간 기저부하 전력 품질의 안정화에 저렴한 전기를 생산하여 공급해왔던 석탄화력은 이제 중 단기적으로는 좀 더 다양한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석탄화력 의존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지만 현실을 무시한 정책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愚)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박기서 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EE칼럼] 패러다임 전환 필요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전세계에서 10번째로 큰 규모의 발전설비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경제성장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에너지 섬’이라는 지리적·물리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품질을 유지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송·배전 설비망을 운영하고 있음은 자부할만하다. 이러한 성과는 정부정책 담당자와 발전산업 종사자들의 헌신과 노력에 크게 힘입은 것이다. 또한 2002년부터 전기사업법에 따라 2년 주기로 15년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여 선제적으로 발전소를 건설하고 전력계통을 보강해 온 덕분이기도 하다. 이런 전력산업이 전 세계적 당면과제인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석탄과 가스발전 등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중앙집중형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오는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약 44%를 획기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매년 전력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요구되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함과 동시에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주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이에 대한 고충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석탄발전은 줄이되 원전은 확대하고 계통에 부담을 주는 신재생은 속도를 늦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에 대해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을 중심으로 원전 제로화 정책에서 원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신규 발전설비 투자는 재생에너지에 집중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의 세계에너지전망(World Energy Outlook)에 따르면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020년 28%에서 2030년에는 약 42%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증가하긴 했지만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국토의 물리적 제약, 기술력, 비용 등의 문제로 재생에너지 속도를 늦춰야 한다곤 하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재생에너지가 전력수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고, 그와 관련된 계통·기술·제도·시장 등에 대한 빠른 보완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원전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신재생을 확대하는 것이 좋을지 여부는 옳고 그름의 문제로 바라보기 보다는 소비자 효용과 국가 이익 차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더 도움이 되는지를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제는 무엇으로 전력을 생산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전력을 공급하고 소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전력계통과 사회적 수용성 문제를 생각해 보자. 동해안-신가평 등 주요 송전선로 건설이 지연되면서 올해 가동 예정인 신한울 2호기와 강릉안인 2호기 그리고 삼척화력 1·2호기는 생산된 전기를 필요한 곳으로 보낼 수가 없다. 전력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건설계획이 있거나 진행 중인 20MW 이상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중 전력계통과 수용성 등의 문제로 준공이 미정인 발전소 비중이 약 27%(5.2GW)에 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동인 중 하나인 데이터센터의 확대는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데이터센터만을 별도로 구분하여 전력수요를 전망할 정도로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는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센터는 2021년 142개소에서 2029년에는 234개소로 증가하고 대다수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수도권의 전력 송·배전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이제는 발전소 건설 못지않게 생산된 전기를 어떻게 필요한 곳으로 적기에 보낼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경우 전력수요가 집중된 지역 보다는 오히려 발전소 근처에 입지하도록 유도해서 최소한 송·배전망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아울러 전력이 핵심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아 갈수록 전력과 연계된 열에너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전기와 열에너지를 별도로 구분하여 수급계획을 세웠지만,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열과 전기를 동시에 고려한 종합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열병합발전소 사례처럼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전기를 공급할 수도 있고,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전소 배열을 열에너지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제는 발전소를 어디에 얼마나 건설할까 보다는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전기를 적재적소에 어떻게 보낼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비용을 어떻게 소비자와 생산자가 공정하게 부담할 것인지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아울러 에너지원별 장막을 벗어나 보다 종합적이고 융합적인 관점에서의 전력정책 수립이 요구된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들쭉날쭉 하는 2년짜리 법정계획에서 벗어나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전력수급기본계획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조용성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EE칼럼] ‘고질병’ 미세먼지 대책 더 고삐 죄야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서 봄철만이 아닌 사계절 불청객이 된 지 오래다. 겨울에도 추위가 한풀 꺾일 때면 어김없이 고개를 드는 것이 미세먼지다. 올해도 새해 들어서면서 여러 날 동안 하늘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서울은 남산은 물론이고 눈 앞에 있듯 가까이 보이던 고층 건물도 희미하게 윤곽만 보였을 정도다. 1월 7~8일 서울의 25개 대기환경 측정소 중 미세먼지(PM-10) 일 평균 환경기준인 100㎍/㎥를 넘지 않는 곳은 한 곳도 없었고, 최고농도는 201㎍/㎥로 환경기준의 2배나 되었다. 초미세먼지(PM-2.5)는 1월 7일 전 지역에서 ‘매우 나쁨’ 기준인 76㎍/㎥를 넘었고, 최고농도는 일 평균 환경기준인 35㎍/㎥의 4배인 140㎍/㎥에 달한 곳도 있었다. 2019년 3월 초 1주일간 초미세먼지 오염이 지속되자 정부는 그 해 4월 ‘국가기후환경회의’를 출범시키고 계절관리제 시행, 최대 28기의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과 출력제한, 5등급 차량 운행 등 다양한 고강도 정책을 추진하였다. 대책이 시행된 그 해 겨울 터진 코로나 사태의 효과까지 겹쳐 2020년 계절관리제 기간 중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27% 감축되었고, 전년인 2019년 14회나 발령되었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2020년에는 단 2회만 발령되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진정되면 미세먼지가 다시 악화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불길한 예감이 올 겨울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묘수가 없을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배출원 관리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숨어있는 배출원 관리에는 첨단장비 도입이 효과적이다. 원격측정장비를 이용한 자동차 매연관리, 드론을 활용한 산단의 불법 배출 감시, 환경 위성을 활용한 폐기물과 영농잔재물 불법소각 적발이 가능할 것이다. 초미세먼지 발생량의 ⅔ 이상을 차지하는 암모니아와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숨어있는 배출원 파악과 인벤토리 고도화도 시급하다. 영농부산물 소각에 따른 미세먼지 배출과 암모니아의 주 배출원인 축산 분뇨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지리적 위치와 풍향 패턴으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초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기준인 50㎍/㎥이 넘는 미세먼지 오염의 경우, 60~80%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다. 미세먼지 고농도 사태를 사전에 예측하고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공동 대응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인 ‘미세먼지 한?중 공동연구’ 확대가 시급하다. 미세먼지 배출량의 신뢰도를 높이고, 공동 대응을 위해서는 인력 및 예산을 공동으로 지원하는 별도의 연구기관을 설립이 꼭 필요하다.미세먼지와 탄소중립 통합관리가 필요하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2021년 기준 사업장(42%), 경유차와 건설기계(28%), 발전소(10%)에서 전체 배출량의 80%가 배출된다. 온실가스는 2019년 기준 발전 등(38%), 산업(27%), 수송(10%)에서 전체 온실가스의 79%가 배출된다. 두 물질 모두 화석연료 연소과정에서 배출되고 있다. 그러나, 발생 특성이 다르고 대책의 효과가 상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바이오매스 연소를 늘려야 하지만, 이 경우 미세먼지 관리에는 불리하다. 탄소중립과 대기오염 관리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통합관리가 필요한 이유이다.2013년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하고 꼭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가 출범하였으며, 국가적으로 진행되는 연구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미세먼지 관리는 여전히 불안하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020년 11월 발표한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은 2년 가까이 관련 최고 전문가와 국민이 함께 만든 미세먼지 종합대책이다. 미세먼지 오염이 더 심해지기 전에, 29개 미세먼지 대책의 진행 상황을 평가하고, 필요시 ‘버전 2’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 국내 배출량 감소와 중국과의 협력을 다시 강조하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중심의 통합관리를 제안한다. 미세먼지 오염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국민은 맑은 공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전의찬 세종대학교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책임교수

[EE칼럼] 산업부 ‘수출 플러스’ 정책에 거는 기대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360조원의 무역금융 지원을 포함,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산업 대전환 정책으로 내놨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에 수출을 위해 제품 선적 전 수출 신용보증 한도 400억원, 선적 후 수출 채권 매입 보증 한도 1000만 달러로 기존 보다 2배 확대하고 환율변동 보험의 보험률 할인율을 40%로 높여 수출을 견인키로 했다. 때마침, 이창양 산업부장관이 지난 5일 인천 계양구의 와이지-원 공장을 찾아 수출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현장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와이지-원은 세계 75개국으로 절삭공구를 수출하는 대표적 소재.부품.장비(소부장)기업이다. 2021년 기준 매출의 80%를 수출하는 중견기업이다. 산업부가 글로벌 경기 침체속에서도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6800억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 달성에 도전하는 것은 매우 공격적이다. 올해도 반도체 가격 하락 등 어려움이 있지만 실물경제 활력에 총력을 다해 이른바 ‘수출 플러스’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제시는 그 만큼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엿보인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민간 기업에 대해 100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지원하고, 외국인 직접투자는 역대 최대 수준인 300억 달러 이상을 유치해 민간주도 성장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경제연구원(KDI) 등 국내 주요 연구기관이 내놓은 전망은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4.5% 역성장이 예상 되지만 무역금융과 인센티브 지원, 수출 다변화, 유망산업 수출 등을 잘 추진하면 충분히 극복하고 계획대로 목표를 이뤄낼 수 있다. 특히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베트남, 필리핀, 칠레 등 신흥시장과 자원부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에 무역보험을 우대해 주고 지사 설립을 확대하는 등 시장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업부가 우리의 강점인 원전과 방위산업, 해외 플랜트 등 3대 유망 분야를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은 잘한 정책이다. 무엇보다 수출과 함께 투자도 플러스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들에게 100조원 규모의 설비투자 프로젝트는 계획대로만 진행되면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더욱이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 공제율도 최대 3~4%대에서 10%로 크게 확대하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또한 산업기술 연구개발(R&D)에도 5조6000억원을 지원해 민간이 R&D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겠다는 정책 역시 모처럼 보기 드문 기업 지원 정책이다. 특히 반도체, 2차전지, 미래 모빌리티 등 11가지 산업의 초격차 프로젝트에 R&D 지원 예산 70% 이상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침체된 기업 투자에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봐야 한다.산업부는 최근 산업계의 우려가 큰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에너지 안보를 더욱 강화하고 에너지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을 혁신하는데 집중키로 했다. 원전 생태계를 다시 복원하기 위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원전 일감으로 3조 5000억원을 공급하는 정책은 침체된 원전산업을 정상화 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산업부가 또하나의 역점을 두는 에너지 시스템 구조 혁신은 에너지 요금을 시장원리에 맞게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고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전환을 위해 공장에 에너지관리 시스템 보급도 확대키로 하는 것이다. 또한 전력시장에 실시간. 가격입찰 방식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시행하기로 했는데 이는 발전사끼리 가격 경쟁을 통해 전기 공급가격하락을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산업부의 세밀한 정책도 올해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투자와 자국 우선주의 확대, 에너지 위기, 원자재 공급망 위기 등이 지속적으로 실물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 시킬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도 올해는 경제위기 집중 대응과 위기 이후 미래 준비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이다. 제조업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이 성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소부장 산업이 발전해야 수출 동력도 살아날 수 있다. 기업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정적 원자재 공급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공급망 확보가 중요하다. 아울러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 일수록 기술과 인재 양성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사는 것이다. 신차 개발이나 반도체 팹을 건설하는데는 최소 5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지금 투자해야 몇 년 뒤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 시장을 누비는 우리 제품은 모두 이런 투자에 대한 결과물이다. 원자재 없이 제품을 만들 수 없듯이 원자재 공급망 확보는 단순히 비축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해외 자원개발을 통해 확보도 같이 해야 한다. 자원개발은 비축의 개념도 있기 때문이다. 자원개발은 5년, 10년 길게는 20년 뒤를 내다보고 지금 뛰어 들어야 한다. 한국이 지금보다 더 성장하려면 반도체,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우주항공, 방위산업 등 첨단산업 뿐만 아니라 기존의 뿌리산업 육성도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국가가 제시하는 주요 산업이 명확해야 한다. 지금은 반도체, 배터리, 재생에너지, 방위산업, 우주항공 등 너무 많은 산업이 제시되어 있다. 물론 이들 모두가 미래 먹거리이지만 이럴때 일수록 선택과 집중을 잘 해야 한다. 둘째,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일본의 경우 희토류를 통해 영구자석이라는 독자적 기술을 확보하므로써 아직도 이 분야에선 세계적 기술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셋째, 산업에 필요한 원료만은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광물 가격의 상승과 하락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안정적 공급이 더 중요하다.산업부가 리튬·니켈·희토류 등 10대 전략 광물을 정부 차원에서 특별 관리키로 하고 해외 자원개발에 대해 세제 지원 등을 확대키로 한 것은 잘 한 전략이다. 산업부가 모처럼 실현 가능한 정책과 전략을 세운 만큼 이제는 실행하는데 초점을 맞춰 성과를 내야 한다. 올해는 산업부가 보다 역동적이고 활력 있게 일해 주길 당부한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E칼럼] ‘경유=값싼 연료’ 착각 만든 정부 개입의 값비싼 비용

경유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된 경유 차량은 979만5611대였다. 전년(989만3868대)보다 1.0%(9만8257대)나 감소한 것이다. 그런데 휘발유차는 오히려 1318만7649 대로 4.4%(55만7378대)나 늘어났다. 우리 사회에서 경유차가 휘발유차보다 훨씬 더 고약한 악동(惡童)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다.경유차의 감소는 대부분 스포츠형 다목적차량(SUV)을 포함한 경유 승용차에 한정된 것이다. 실제로 작년 1분기만 하더라도 경유 승용차의 판매량은 한 해 전보다 무려 3만829대나 줄어들었다. 정유사들이 휘발유·경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수 있게 된 2005년부터 허용된 경유 승용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연비와 힘이 좋은 디젤 엔진의 경제성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더 큰 차를 탈 수 있다는 매력도 외면하기 어려웠다.그렇게 시작된 경유 승용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이제는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셈이다. 탄소중립을 비롯한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유차의 매력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서울시는 2035년부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모든 신차의 등록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경유 승용차의 미래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는 것이다.경유차의 유지·관리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DPF(디젤입자필터)나 SCR(선택적촉매저감장치)과 같은 매연저감 장치도 부착해야 하고, 유지·관리도 감당해야 한다. SCR의 경우에는 연료로 사용하는 경유 이외에도 정기적으로 요소수를 주입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해야 한다. 2021년에는 중국산 요소의 수입에 제동이 걸리면서 요소수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칫하면 멀쩡한 경유차를 세워둬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게 된 것이다.엎친 데 덮친다고 지난해 후반기부터는 경유의 가격이 휘발유보다 더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시작되었다. 경유차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경제성에 급제동이 걸려버린 것이다. 올해부터 휘발유에 부과하는 유류세를 리터당 100원이나 올렸는데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으로 전국의 주유소에서는 경유의 가격이 휘발유보다 리터당 평균 118원이나 더 비싸게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사실 경유가 ‘값싼 서민 연료’라는 우리의 인식은 정부가 만들어낸 착각이었다. 경유 값이 휘발유보다 싸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싱가포르에 있는 국제석유제품 시장에서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언제나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산업·난방·운송용으로 사용되는 경유의 국제 시장에서의 수요가 운송용으로만 사용되는 휘발유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산업용 수요가 늘어나거나, 난방용 경유의 수요가 늘어나면 국제 시장에서의 경유 가격은 더욱 치솟기 마련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기름값을 결정했던 1990년대까지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경유 가격을 휘발유의 반값 수준으로 고시했다. 대중교통과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경유와 달리 휘발유는 상류층에서 사용하는 낭비적 사치품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었다. 물가를 안정시키고, 산업체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낭비를 억제하는 1석3조의 묘책이었다.1982년 정유사의 민영화가 시작된 후에도 경유에 대한 정부가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지 못했다. 1990년대 말에 시작한 연료소비현대화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차등화해서 경유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휘발유보다 더 낮게 만들어버렸다. 지금도 경유에는 리터당 휘발유 698원보다 훨씬 낮은 475원의 유류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정유사의 경유 출고 가격이 휘발유보다 지나칠 정도로 높아진 탓에 ‘가격 역전’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를 통해서 시장 가격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버스·트럭·중장비와 같은 대형 자동차의 경우에는 디젤 엔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경유를 싸게 공급해줘야 할 이유는 없다. 전기차·수소차에 대한 과도한 세제 지원도 소비자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원인이다. 친환경에 대한 정부의 성급한 강요가 오히려 환경을 망쳐버리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소비자의 선택을 합리적으로 수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E칼럼] 대혼란 겪은 세계 가스시장 새해 나아질까

지난해 세계 에너지 시장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대혼란이다. 재작년 말 유럽의 예상 밖 풍력발전 하락으로 시작된 작은 혼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 수출 중단에 의해 증폭되어 1970년대 석유 위기를 뛰어넘는 수준의 대혼란으로 이어진 한 해라고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유럽의 LNG 현물 가격은 MMBtu 당 55달러를 웃돌며 과거 5년간 평균 대비 8배 이상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아시아지역과 미국시장 가격도 각국의 묻지마식 LNG 확보 경쟁으로 말미암아 각각 45달러, 8달러 수준으로 분기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였다. 여기에 더해 가스 대체 수요의 급증으로 석탄 가격도 덩달아 급등하여 톤당 400달러를 훌쩍 넘는 등 믿기지 않은 대혼란이 타 에너지 시장으로도 빠르게 전이되었다. 하지만 10월로 접어들면서 혼란의 양상이 갑자기 뒤바뀌기 시작했다. 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유럽 LNG 현물 가격이 10월 한 달 사이에 79% 가량 폭락하며 2021년 6월 이후 최저 가격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무리 단기적 가격변동이었지만 연일 최고 가격을 갱신하며 위기감이 고조되던 시장에서 발생했다고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가격 폭락이었다. 이와 같은 가격 급등락 현상은 샤워 꼭지를 좌우로 틀어대며 찬물과 뜨거운 물을 번갈아 맞는 ‘샤워실의 바보’ 가설의 전형이다. 그동안 에너지 안보를 등한시하며 마땅한 에너지위기 대책을 마련해놓지 못했던 유럽 국가들은 천연가스 소비의 40% 이상을 의지하던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자, 동절기 대비 가스 비축을 위해 앞 다투어 LNG 탱크 꼭지를 끝까지 틀며 묻지마식 LNG 확보 경쟁에 나섰다. 결과는 목표 재고량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었지만, 미증유의 가격 폭등을 초래했다. 이번에는 LNG 목표 재고량의 90%를 확보하게 되자, LNG 탱크 꼭지를 반대로 틀어 거의 잠가버렸다. 이어지는 결과는 당연히 가스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는 대혼란이었다. 올해도 대혼란이 이어질지 걱정스럽다. 대혼란의 출발점인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 공급이 핵심이다. 전문기관들은 대체로 종전의 불확실성, 유럽 국가들의 탈러시아 추세 등을 이유로 올해 러시아산 가스 공급량은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맞서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가스를 LNG로 대체하기 위한 LNG 확보 각축전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올 겨울 유럽의 예상 밖 따뜻한 날씨로 가스소비가 줄어들어 다음 겨울 준비를 위한 재고 확보 수요는 최초 예상보다 다소 줄어들 수 있다. 또한 올해는, 갑작스러운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에 당황했던 작년과 달리, 다양한 예측에 기반하여 수급조절에 나서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샤워실의 바보 현상은 상당히 완화되어 가격 변동폭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 세계 LNG 공급은 크게 증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왜냐하면 신규 LNG 시설 확충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고, 가스 가격 약세가 이어졌던 과거 수년 동안 천연가스 개발과 LNG 시설 투자가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에너지기구는 올해 전 세계 천연가스 공급량 증가는 1%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LNG 시장의 또 하나의 변수는 중국의 경제 전망이다. 천연가스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코로나19 관련 봉쇄조치, 경기 침체와 높은 가스 가격으로 말미암아, 작년에 LNG 수입물량을 20% 이상 감소시켰다. 중국의 LNG 수입 감소량은 곧 바로 유럽행 LNG 공급 증가로 이어져 유럽의 가스 부족의 일부를 흡수하는 완충 효과를 만들어 냈다. 문제는 중국 경제가 회복되면 작년의 완충효과가 올해에는 증폭효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요약하면, 올해 세계 LNG 시장은 작년에 이어서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격은 작년보다는 낮지만 예년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샤워실 바보의 학습효과로 말미암아 가격변동성은 작년보다는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 예상된다.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전기료 현실화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새해 들어서면서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모든 소비자에 대해 kWh당 9.5%(11.4원) 인상했다. 기후환경요금은 kWh당 1.7원이 올랐다. 한전에 따르면 4인가구 기준으로 월 4500원 정도 부담이 늘게 됐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 연말 국회에서는 한전의 적자 누적을 이유로 회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에서 6배로 늘리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래저래 올 한해 전기요금은 에너지 분야의 중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한전의 적자는 30조원을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21조8342억원을 기록했는데 4분기에도 추세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한전의 이런 역대 최대 적자는 왜 발생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전기를 만들어 파는 한전이 만드는 값보다 싸게 팔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의 원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원료값이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원료비가 들지 않지만 화력발전과 원전은 원료를 태우거나 붕괴시켜 열을 내야 한다. 따라서 연초에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면서 한전의 원료비도 급증했기 때문이다.한전이 항상 적자만 보는 건 아니다. 110달러까지 갔던 유가가 급락하여 40~50달러에서 움직인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과 연평균 유가가 42.29달러였던 2000년에는 영업이익은 물론 당기순이익에서도 흑자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연평균 유가가 60달러대였던 2018년과 2019년, 2021년은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연평균 유가가 96.41달러였으니 역대 최대의 영업이익 손실을 보고 있는 중이다.물론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데 연료비연동제와 총괄원가제를 적용하고 있어 원료비 상승을 반영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및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해야 하므로 물가당국의 입장에서는 인상을 억제해온 것이 현실이다.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원가변동보다도 더 큰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리 전기요금은 국제적으로 아주 낮은 수준이다. 우리와 유사한 산업구조를 가진 독일이나 일본은 물론 우리보다 저소득인 국가, 심지어는 산유국보다도 전기요금이 싸다.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MWh당 103.9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1번째로 낮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의 61% 수준으로, 가장 비싼 독일에 비해서는 30%, 일본의 40%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화석연료에 비해 열량 대비 가격이 낮아지는 수준까지 되었으며 2005년 이후에는 이런 가격 역전이 계속되어 왔다. 즉, 전기값이 석유값보다 싸다는 이야기다. "콩보다 두부값이 더 싸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 것이다. 전기값이 싸다 보니 우리나라의 지난해 전기사용량은 세계 7위이며 1인당 전기사용량은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기를 펑펑 쓰고 있다. 석탄이나 석유, 가스를 사용해도 될 곳에 전기를 사용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93%의 에너지원을 수입하는 나라에서 말이다.이제 전기값을 전기를 만드는 석유·가스값 보다 높은 수준으로 되돌리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또한 대기오염 대응 비용과 온실가스 감축 비용 등 외부화되어 있는 비용들을 가격에 반영하여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여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전기요금 정상화의 핵심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불합리한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당장 지난해의 적자만 메우려 해도 kWh당 260원은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물가에 줄 충격을 고려하여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지난해 9월 이미 52%를 인상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한편에서는 내년 선거 운운하며 또다시 폭탄 돌리기를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따라서 로드맵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나라 전기요금의 불합리성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중기 계획을 수립하여 단계적으로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전과 산자부에만 맡겨 대증적인 요금 인상만 할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부채를 키워 적자를 메우려는 시도는 눈가리고 아웅이다. 그 빚을 갚는 것은 결국 소비자들의 전기요금과 정부의 공적자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EE칼럼] 새해 에너지정책, 더 이상 시행착오 없게

새해가 되면 많은 분들이 작심삼일 일지라도 새롭게 뭔가 해보려는 의지를 갖는다. 작심이 10일이 되기도 하고 100일이 되기도 하고, 진짜 달성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 실패하는 것이 인생의 이치다. 그래서 짧게 목표를 잡아야 성공한다고 조언도 있다. 새로운 정부가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서툴기만 하던 정책들이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 하다. 물론 여전히 미흡한 것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이니 약간은 더 지켜 봐야 할 것이다. 당장 눈 여겨 볼 것은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다. 향후 15년 동안의 에너지 정책에서 전력수급 계획은 한국에게는 국내외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탄소시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미래의 탄소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 우선 세계 각국은 2030년까지 자국의 실정에 맞게 온실가스를 감축 하겠다고 선언하였으며, 2050년에는 아예 탄소중립으로 가겠다고 선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더 당기겠다는 국가도 있다. 두 번째 탄소시대는 15년 이상 된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가 말해주는 데 지난해에는 최대 탄소배출국가인 중국이 발전소를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탄소배출권을 도입하였고 몇 년 뒤에는 중요한 산업, 정유, 철강, 시멘트, 화학 등의 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 증거는 유럽에서 23년부터 시작되는 탄소 국경 조정세, 즉 ‘탄소 관세‘다. 네 번째는 이와 연계하여 대기업들부터 기후변화 관련된 재무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하는 것도 시작된다.다섯 번째는 탄소감축 인지 예산제도, 외국에서는 녹색 예산 탄소 예산이라고 불리는데 정부의 예산 편성시에 무조건 탄소감축을 하는 예산을 기획 편성하고, 평가하라는 것이다. 이외에 유럽 중심의 탄소세도 있고, 탄소마일리지 탄소마크 등의 제도도 있다 바야흐로 ‘탄·탄·탄소’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탄소 시대의 핵심에는 전력이 있다, 이번 10차 전력 수급 계획의 핵심을 발전원별 구성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원자력 비중은 2030년에 32.4%에서 2036년에는 34.6%가 되고, 석탄은 19.7%에서 14.4%로, LNG는 22.9%에서 9.3%로 각각 낮아진다. 또한 신재생은 21.6%에서 30.6%, 그리고 수소 암모니아는 2.1%에서 7.1%, 그리고 기타 전원이 1.3%에서 4%정도 되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세웠던 계획과 비교할때 원자력이 늘어나고 신재생과 LNG 발전은 당초 목표치보다 비중을 낮춰 잡았다. 물론 수소만을 합치면 비슷한 수준이 될 수도 있겠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전력이나 에너지 정책은 정말 중요한 정책이니 심사수고 하여 계획하고 정권이 변하더라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에너지 시장에 강한 시그널을 줄 수 있으며 이것이 투자로 연결되어 시장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특히 한국의 경우 원자력, 신재생 에너지 심지어 기존의 발전소 건설도 이제는 모두 선 전력계통망 확보, 후 건설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물론 전력계통 영향 평가, 재생에너지 입지 계획 등이 10차 계획에 반영되어 있지만 현실에 기반한 것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결국에 주민의 수용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세 번째는 원료수급에 취약한 한국 에너지 공급 구조를 볼 때 안정적인 공급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천연가스 발전의 경우 너무 과감하게 구상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가격의 불안정성이 상당한 천연가스 시장에서 과연 공급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재생 에너지, 특히 수소를 혼소하는 것도 바람직하기는 한데 제약 조건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원료확보, 수송, 저장, 그리고 적정가격의 유지 등이 고민거리다. 국산화도 반드시 고려하여야 한다. 허기야 에너지 가격의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 할 정도로 어렵기는 하다. 그래도 석탄의 경우 자원 안보차원에서 전력비상시를 대비한 정책을 고민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앞으로 탄소시대에는 모든 것이 무탄소, 저탄소로 변해갈 것이다. 그래서 에너지 전환은 필수적이다. 에너지 업계도 시대의 흐름을 알고 있다. 문제는 에너지 정책 만큼은 작심 3일, 아니 작심 4년이 되지 말아야 한다. 반복되는 논쟁은 사회발전에 도움이 안된다. 그럼으로 15년이 지나도 계속갈 수 있는 정치적인 합의와 국민들의 논의가 필요하다. 에너지말고도 대한민국은 고민할 것이 많다. 저출산, 고령화, 양분화, 도농 격차, 진정한 지방 분권 등등.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다. 에너지 정책만큼은 시간 낭비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게 새해의 큰 바램이다.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E칼럼] 새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 흐름과 한국의 기회

지난해 에너지 시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 2021년 9월과 12월 유럽은 두 차례 에너지 수급 위기로 에너지 비용 급등과 역대급 물가 상승을 맞이했는데 이것이 지난해에도 지속되었고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맞은 3차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는 모든 에너지 가격이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1년전 이맘때 겨울 날씨가 온화해 에너지 수요가 줄었음에도 적설량 부족이 지난해 폭염과 가뭄으로 연결되면서 발전소 냉각수 부족과 수력발전 전력 생산이 급감했고 라인강의 역대급 최저 수위로 독일로 싣고 갈 석탄 운송선은 물론이고 라인강 내륙운송에도 영향을 끼치며 4차 에너지 위기와 경제침체에 일조했다. 그러나 유럽은 이런 연결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여전히 올 겨울의 온화함을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부(負)의 북극진동으로 인한 미국의 역대급 한파로 정전과 난방은 연례행사가 되었다. 한두 번의 정전은 기후변화 탓을 할 수 있지만 반복되는 정전 위험이라면 이를 극복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뉴잉글랜드 주는 지난 한파에 이어 이번에도 전체 전력의 36%를 석유 발전소를 통해 얻고 있었음에도 전력 공급 부족을 경고하고 나섰으며 미국 에너지부는 한파로 인한 발전소 전력 공급 실패로 텍사스의 전력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재생에너지는 이 상황에서 전력 생산이 오히려 급감하며 에너지 공급에 도움을 주지 못했는데 한국도 12월 21일 태양광 전력공급이 전날에 비해 81.7%나 줄었지만 전력수요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다.전 세계 자산운용사 2위인 뱅가드와 3위인 스테이트 스트리트가 넷제로에서 이탈했고 1위인 블랙록은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화석연료의 최대 투자자가 될 것을 선언하며 자신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텍사스에 연신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 COP27(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모든 화석연료의 감축을 인도와 함께 반대한 블록은 다름 아닌 유럽이었다.따라서 올해 국제은행과 투자 기관들은 특정 에너지원의 비중을 늘리고 줄이는 캠페인 대신 ‘모든 에너지원의 탄소중립’을 표방하며 자신들의 화석연료 투자를 정당화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자신들의 넷제로 이탈과 화석연료 투자에 면죄부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블랙록과 월가는 이미 2021년에 개도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에서 자신들의 투자금을 모두 인출했고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올해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나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천연가스와 석탄에 의존해야 하는데 일시적 사용이라 말했던 자신들의 발언을 올해엔 수정해야만 한다. 2020년 지멘스 가메사는 이산화탄소를 줄인다며 아세안 지역의 석탄발전에 관심을 보였고 중국의 해외 석탄발전 수출은 늘어가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옹호하는 진영에서는 이런 현상들을 비판하고 있지만 화석연료를 불러내 그들에게 기록적 수익을 안겨다 준 것은 다름 아닌 그린 아웃과 그린 인플레이션이다.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원전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올해에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럽은 택소노미를 통해 원전 투자를 허용했고 에너지 위기 이후 체코, 폴란드, 튀르키예, 필리핀, 사우디와 영국까지 대륙과 나라를 가리지 않고 한국에 원전 비즈니스를 타진하고 있다. 이전까지 원전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러시아 로사톰은 12개국에서 36기의 원전을 건설 중이고 수출도 늘어 현재 수주잔고만 2000억 달러(253조 7천억)에 달한다. 그러나 이제 중국과 러시아에 원전을 맡기려는 서구사회는 없을 것이고 에너지 위기에서 원전 건설에 가장 중요한 덕목은 납기 준수가 되었다. 웨스팅하우스를 비롯한 서구 국가들의 원전 밸류체인은 납기 준수는 커녕 건설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되는 상황이다.‘모든 에너지원의 탄소중립’이라면 한국이 전 세계에 기여할 부분은 적지 않다. 다만 한국은 로사톰과 같은 규모로 해외 사업을 해본 전례가 없다. 벨기에 총리는 에너지 위기를 10번의 겨울로 언급했고 조지 소로스는 화석연료 붐을 10년으로 예상했다. 유럽의 탄소 국경세는 에너지 부족과 생활비 위기에 신음하는 국민들에게 마지막 결정타가 될 것이며 모든 에너지원의 탄소중립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다가올 것이다. 이전과 전혀 다른 문법으로 프로젝트를 대해야 하는 날이 오고 있다.팀 코리아 비즈니스는 가격과 기술에서 관계의 시대로 전환을 의미한다. 단순한 수주형 사업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에너지 믹스를 설계하고 조언하며 이를 위한 자금조달까지 총체적이고 다면적인 역량을 요구한다. 단순한 에너지 시설 건설이 아니라 짧게는 십수 년에서 수십 년간 해당국과 에너지, 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서 관계를 맺으며 상호 이익을 공유하는 중장기 비즈니스로 진화하고 있다.한국은 다가오는 에너지 위기를 기회로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최승신 C2S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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