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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
기후 위기가 일상이 되고 있다. 중국 베이징은 지난 6월26일 기온이 41.1도로 1961년 6월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올해 7월 미국 남서부에서는 49도의 살인적인 고온이 몇 일간 계속됐다. 데스벨리 지역은 16일에 53.3도까지 올랐다. 유럽에서는 폭염으로 사망자가 1만명을 넘었다는 보도도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폭염 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 1월에 중국 신장 지역에서는 온도가 영하 52도까지 떨어졌다고 하니 지구가 기후 환경적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산불과 관련해서는 캐나다 전역이 두 달 넘게 3000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고 그 면적 만도 우리나라 면적(9만8000만㎢)의 5분의 4를 넘는다고 한다. 특히 과거에는 자주 산불이 발생하지 않던 동부에서도 이례적으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며 이재민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유럽도 그리스와 스페인에 대규모 산불 발생으로 5000여명이 대피하는 등 커다란 피해가 발생했다. 이런 산불은 직접적인 피해 이외에 다른 지역의 공기질에서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캐나다의 산불 연기는 북미 지역을 넘어 중남미와 유럽에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변화의 이슈가 이제 대기질 문제에 까지 깊이 파고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폭염과 함께 집중 호우로 인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6월 시작된 장마가 7월이 되면서 전국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국 연강수량은 1306.3mm인데, 올해 7월 둘째 주 장마전선이 충청권에서 정체하며 지속적으로 장대비를 퍼부으면서 이틀간 충남 청양 450mm, 군산 406mm, 세종 368mm, 부여 353mm 누적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많은 인명 피해와 경제적 피해를 불렀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 강수량과 더불어 시간당 30~60mm의 집중 폭우가 관측되기도 했다. 이번 폭우는 시간당 폭우와 함께 일일 강수량도 매우 커서 지금까지의 정부 대응 방식이나 관리 방식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웠다.
외국의 사례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곳은 파키스탄이다. 지난해 6월 몇 주 동안 파괴적인 홍수가 파키스탄 전역을 휩쓸며 1000명 이상의 사망자와 약 33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처럼 폭염, 산불, 폭우, 가뭄 등의 기상 이변으로 인한 자연 재해는 그 크기와 빈도, 그리고 범위가 갈수록 상상을 넘어가고 있다.
중국정부는 탄소중립과 관련해 2030년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최정점에 달하고 2060년까지는 탄소중립사회를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중국에 설치된 태양광 용량은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설치 용량보다 크다. 풍력 분야도 설치 용량이 세계 최대규모로 2~7위 국가의 용량을 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전력 안정성이 문제가 되면서 현재 중국에서는 많은 수의 신규 석탄화력 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지방 정부는 올해 1분기에 석탄을 이용한 발전을 2021년보다도 많이 승인한 바 있다. 이는 기후문제보다도 시급한 경제성장과 에너지 안보 측면의 결정으로 보인다. 미국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미국은 한편으로 청정에너지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알래스카의 대규모 석유, 가스 시추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이런 모순적 상황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양 강대국도 모두 경제 성장과 배출량 감축 목표 감축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어느 정도의 시기에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상습적인 음모론이니 과학자들의 엄청난 거짓말 선동이니 하던 기후 위기의 문제가 이제 전 지구인들이 그 다급성과 합당한 실행 계획에 동의하는 시대가 됐다. 그럼에도 각국이 정치 경제적 영역에서는 나름의 입장을 가지고 여러가지 상황을 저울질 하는 모양새다. 올해 11월에는 두바이에서 파리협정의 전지구적 이행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첫번째 회의인 COP28(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 열린다. 이를 염두에 둔 듯 한중간의 마찰 국면에도 미국의 존 캐리 기후 특사가 지난 16일 중국을 공식 방문하며 주요 기후 목표에 집중하고 협력하기 위한 어떤 의견을 도출하려고 한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최대 강대국이자 기후 환경과 관련해 전세계 오염 물질의 약 40% 정도를 발생하는 최대 오염원이지만 기후 환경의 정책과 우선 순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세계질서 아래서 우리나라는 COP28을 앞두고 원칙과 주요 정책의 우선순위 등 기초한 국가목표 등에 대한 철저한 준비로 실리를 쵀대한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