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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신재생에너지의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10년

우리나라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s)가 도입, 시행되어 온지도 어느 덧 10년이 지났다. RPS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하여 일정 이상 규모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공급의무자에게 일정 비율 만큼 의무발전량을 할당하는 것으로 지난 2012년 도입된 제도이다. 제도가 처음 만들어 질 당시에 주요 이슈가 몇 가지 있었다. 누구에게 공급 의무를 부여할 것인지, 공급 의무 비율을 얼마만큼 지울 것인지, 그리고 각 전원별 가중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것 등이었다. 이 가운데 전원별 가중치는 신재생에너지원별 기술개발 수준 및 발전원가, 부존 잠재량, 그리고 환경이나 산업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정하는 것으로 그 수치에 따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발급받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왔다. 주로 수익 보전이나 활성화 필요가 있는 전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가중치가 부여되었다. 제도 도입 초기에 부여된 가중치는 신재생에너지에 속하는 대부분 전원을 거의 비슷한 수준의 경제성을 갖도록 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 취지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을 골고루 보급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전원에 사업자들이 몰리는 부작용을 불러왔다.어쨌든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와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지난 10년 동안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는 거의 7배(2012년 12월 4084MW에서 2022년 12월 기준 2만7962MW로)에 육박할 정도로 양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전원별로 살펴보면 수력 및 해양 에너지는 거의 늘어나지 않았지만 태양광 및 풍력, 그리고 바이오 쪽이 급격히 늘어나며 전체적인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증가를 이끌었다. 사실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부분의 국가는 수력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나라 가운데 노르웨이는 전력의 90% 이상을 수력에서 얻고 있다. 브라질과 캐나다도 전력의 60% 이상을 수력으로 생산한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중국은 수력 비중이 18%에 달하고, 일본도 9% 수준이다. 1~2% 정도인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리적인 제약 조건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결과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 도입 후 1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신재생에너지 전원별로 보급 및 확대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 것은 우선 사업자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해당 사업별 진입장벽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보급이 확대된 태양광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적은 투자비용으로도 시작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수력이나 해양에너지, 그리고 풍력 등은 설비 자체의 규모가 워낙 크고 초기 비용도 많이들어 쉽게 진입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지리적인 요건도 무시할 수 없다. 자연에너지를 원천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는 물리적인 공간인 땅을 필요로 하며, 각 전원별로 경제성이 보장될 수 있는 입지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그 결과 분산에너지에 속하는 신재생에너지는 전원별로 특정 지역에 집중화되는 경향을 갖게 되었다.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우리나라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화석연료가 차지하던 부분을 신재생에너지가 채워 주어야 한다. 하지만 특정 전원이나 지역으로 집중화되는 경향은 전력계통이나 해당 산업의 활성화 측면에서 무조건 좋아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10년은 이러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면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E칼럼]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화 속도 내야

기후변화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전기화(electrificatio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화석연료 대신 전기를 에너지로 사용하면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온난화를 억제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판단에서 각국이 전기사용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전기화란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테면 열차나 버스, 승용차 등 운송수단을 전기 운송수단으로 바꿔 운행하거나 가정에서 가스레인지 대신 전기레인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전기를 최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하고 생산된 전기를 발전 이외의 부문, 이를테면 운송이나 산업현장, 사무실, 가정 등에서 사용하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전기화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쾌적하고 안전한 생활을 가능케 하는 측면도 있다. 전기화는 생산 자동화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여주므로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진행되는 우리에게는 적절한 활용이 필요하다. 전기 이용 기술은 연소를 수반하지 않고 온도나 습도, 조명 등의 제어성이 높아 직장이나 가정 내 사람의 컨디션이나 집중력에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현재 세계 190여개 국가들은 2050년 쯤을 탄소중립 달성 목표 해로 정해 놓고 있다.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흡수하는 온실가스 양을 동일하게 해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로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쉬운 게 아니다. 현재 각국이 유엔에 제출해 놓은 감축 목표치(NDC)를 다 합해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감축 목표치와 큰 격차가 발생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탄소중립 달성 경로에서 벗어나게 되면 세계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수준으로 억제하자는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은 물 건너 가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에 잠시 줄었던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 이후 다시 늘고 있다. 결국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하며, 그 유력한 대안 중 하나가 전기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최종 에너지 수요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2.1% 증가했다. 현재는 약 20%인데,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2030년까지 약 30%로 연평균 3.5%씩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화의 속도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특히 미국과 EU는 에너지효율 향상과 유리한 기후 조건으로 인해 2000년 이후 최종 에너지 수요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1~2% 포인트 증가하는 등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중국은 이 비중이 11%에서 22% 이상으로 두 배 증가하는 등 역동성이 훨씬 강하다. 온실가스 배출 세계 1위 국가인 중국의 전기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지구 온난화 억제에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는 어떤가. 현 정부 들어 새 에너지정책 방향에 맞춰 수립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전기화가 고려돼 전력수요가 예측됐다고 하지만 과소평가된 느낌이다. 계획기간(2022~2036년)중 전력 목표수요가 553.1TWh에서 597.4TWh로 연평균 0.6% 증가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는 전기화에 의한 전력수요가 미흡하게 반영됐다고 여겨진다. 계획에 따르면 2030년에 전기화에 의한 전력 수요는 약 15TWh로 전력 목표수요량 703TWh의 2.4%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 수준보다 매우 낮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청정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는 일이다. 석탄발전이나 가스발전과 같이 탄소배출계수가 높은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줄이고 대신 재생에너지나 원자력발전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입지나 일사량, 풍량 등 자연여건, 주민반발 등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확대에 한계가 있으므로 원전의 적극적 활용이 불가피하다. 다른 하나는 발전 이외 분야의 전기화를 촉진하는 시책을 적극 시행하는 일이다. 여러 부문 중 세계적으로 전기화의 비중이 가장 낮은 운송 부문의 전기화 속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생산 프로세스의 동력원을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바꾸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도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의 잉여 전력을 출력 제어하기 보다는 이를 소비하는 주체에 ‘플러스DR(Demand Response)’을 적용하며, 수전해를 통한 수소제조에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전기를 많이 소비하지만 친환경적인 수소환원제철의 실용화와 히트펌프에 의한 냉난방 확대도 필요하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E칼럼]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의 위기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이 과연 지금만큼 어려운 때가 있었을까?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이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위기 요소는 안타깝게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선 지난해 석유·가스·석탄 등 3대 화석연료를 수입하는 데만 240조원 이상을 썼다. 같은 해 무역수지 적자액(약 60조원)의 4배에 달한다. 3대 화석연료 수입이 25%만 줄었어도 무역적자를 해소했을 수 있다. 에너지 수입 금액이 크다는 것은 에너지 안보가 그만큼 취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과 가스 분야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높아진 원가를 소매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많은 에너지 기업들이 애꿎게 고스란히 그 손실을 감당하고 있다. 최근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원가에 한참 못 미치는 일부 금액만 올렸는 데도 국민과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원가에 못 미치는 전력과 가스 요금 상황과 도매가격이 소매가격보다 높은 상황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가장 큰 과제다. 늘어나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는 송배전 계통을 어떻게 확충할지도 과제다. 정부는 최근 내놓은 제 10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믹스 비중을 현재의 34.5%에서 2030년 54%, 2036년에는 65.2%로 크게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수요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전을 많이 하기 때문에 먼 거리 연결을 위해 많은 송배전 계통 확충이 필요하다. 더구나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모두 수요 변동에 맞춰 발전량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은 경직성 전원이어서 더 많은 계통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발전 시설량 대비 발전량이 구조적으로 적어 더 많은 송배전 계통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송전선 건설은 투자 재원을 떠나 민원이 많아 제 때 건설하기가 쉽지가 않다. 국가 차원에서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도 참으로 에너지 산업에는 어려운 과제다. 가장 중요한 경제성 측면만 봐도 충분한 고려 없이 너무 쉽게 약속을 함으로써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 부담이 예상된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오랜 기간을 사업을 유지해 온 기업들은 이 계획이 비현실적으로 목표 달성을 믿지 않고 있고 믿고 싶어하지도 않는 분위기다. 경제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반드시 달성하여야 하는 약속인데, 당장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달성할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원자력의 수출 진흥, RE100, 분산에너지의 증가, 송전 제약 등 에너지 환경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정책과 관련 제도의 입법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한동안 에너지의 대종을 이루었던 화석연료를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전력 산업 전반의 변화에 걸맞는 새로운 법안의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탈 원전 논란과 함께 에너지 정책 변화가 정치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에너지 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법안들이 정치권의 이해와 민원에 발목이 잡히며 정책 수행에도 큰 지장을 주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의 지원은 기업이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하여 많은 사업투자의 지연을 초래하는 실정이다. 에너지산업 자체의 발전도 큰 과제다. 대한민국의 많은 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했지만 에너지 산업은 여러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많은 분야에서 상당한 건설 및 운영 능력을 갖고 있지만 해외 수출에 대한 기여는 대단히 미미하다. 원자력, 재생에너지, 배터리와 양수발전, LNG, 가스 발전 및 VPP 등의 전력 신사업에서 해외 수출이 많이 일어나도록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대한민국의 에너지 산업은 많은 개선 과제를 안고 있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많은 이슈들이 서로 연계돼 있는 만큼 하나 하나를 칸막이하여 프로젝트 단위로는 풀기가 어렵다. 에너지 각 분야의 핵심 이슈를 전체적으로 통합하여 프로그램 단위의 기획과 종합관리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우수한 인재를 많이 보유한 정부와 입법부가 에너지산업의 위기 극복에 더 적극적으로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김희집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EE칼럼] 고공행진 하는 국제 유가와 급변하는 국제질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COVID-19 때문이라고들 이야기 한다. 원유가격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높은 원인으로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21세기 초반 20년을 20세기 후반 20년과 비교하여 보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1세기 20년 동안의 국제원자재 가격의 평균값이 20세기 후반 20년의 평균값 보다 세배나 높기 때문이다. 그러니 원자재가격 고공행진의 원인이 전쟁이나 팬데믹 말고도 다른 것이 분명히 있다.국제원유가격을 사례로 들어보자. 1980년대는 1차 석유파동의 끝과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2차 석유위기가 연결된 시기다. 1990년대 초반에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인한 걸프전쟁도 있었다. 이러한 엄청난 시기가 포함되었음에도 20세기 후반 20년간의 국제원유 평균값은 배럴당 21.5달러 (NYMEX 선물가격기준· US EIA 자료) 정도였다. 반면 21세기 들어 지난해 말 까지 20여 년간의 평균 가격은 62.7달러다. 20세기 후반과 비교하면 세 배에 달한다. 또 하나,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던 2008년 봄, 국제원유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100달러를 넘어섰다. 그리고 그해 7월에는 140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는 아직도 역사상 최고가 기록이다. 그때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COVID-19도 없었으니 이러한 엄청난 가격상승의 원인이 최근에 벌어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팬데믹 만의 영향이라고 할 수 없다. COVID-19의 영향도 분명히 있다. 팬데믹이 전 세계적으로 번지던 2020년 4월에 단 하루이긴 하지만 국제원유가격이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말에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영향은 또 어떨까? 전쟁 직전 1년 동안의 평균 국제유가는 배럴당 72.5달러, 전쟁이 벌어진 직후부터 1년간의 평균 국제유가는 배럴당 92.9달러로 분명이 가격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21세기 내내 꾸준히 이어지는 국제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을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최근 10년 중 국제 원유가격이 가장 낮았던 2020년도 평균으로 하면 39달러 수준으로 20세기 후반의 가격보다 크게 높다.국제원유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전통적으로 수요이다. 따라서 원인을 구조적인 수요의 변화에서 먼저 찾아봐야 한다. 그리고 21세기를 관통하는 가장 큰 수요변동 요인은 다름 아닌 기후변화협약과 탄소중립선언이다. 이를 근거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기후변화협약과 탄소중립선언이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국제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 및 가스 수요는 여전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증가는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한다. 한편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탄소중립선언으로 기존의 석유, 석탄, 가스를 직접 사용하던 방식에서 청정전기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옮겨가기 위한 선진국의 노력으로 인하여 전력선 및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구리, 리튬 등 광물의 폭발적인 수요증가가 주로 선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즉, 개발도상국은 기후변화협약과 탄소중립선언에도 불구하고 석유, 석탄, 가스 등에 더욱 더 의존하여 경제를 꾸려나가고 있는 반면 선진국은 새로운 변화에 앞장서 나가서 광물수요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한 두 번째 요인은 바로 국제질서의 변화이다. 2013년에 시작된 Brexit가 그 출발점으로, 이후 트럼프정부의 미-중 무역갈등 등 보호무역의 분위기가 전세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자유무역 시대에서 보호무역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에너지수입을 위한 공급망 역시 이러한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어 이로 인한 가격 상승효과가 또한 기저에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 이들이 바로 높은 국제원자재가격의 구조적인 원인이다. 그리고 그 위에 전쟁과 COVID-19 등의 영향이 얹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국제원자재가격 고공행진이 현상이 전쟁이 끝나고 팬데믹이 끝나면 해소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곤란하다.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들이 단기적으로 해결될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광물의 99%, 에너지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장기적인 전략을 시급히 세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세상이, 에너지를 둘러싼 상황이, 크게 변하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한국에너지법연구소 소장

[EE칼럼] 이차전지,국가첨단전략산업 지정으로 날개 달다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를 3대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특히 이차전지의 국가첨단전략산업 지정은 차세대 먹거리 확보와 함께 이차전지 산업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과 같이 오늘날 상용하는 많은 제품들이 포터블화돼 있다. 이에 에너지를 담아 휴대하면서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배터리의 성능은 제품의 경쟁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재사용이 불가능한 1차 전지와 이차전지는 충전을 통해 500~2000번까지 반복해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이차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자동차. 에너지 저장 장치(ESS) 등의 필수 소재이다.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등의 보급 확대에 따라 리튬이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게 된 것도 이차전지의 수요 확대에 따라 미래 신 성장산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차전지의 수요증가는 자동차 분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최대 2억3000만대의 전기자동차가 보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현재 3%인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비중이 12%로 올라간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이차전지 기업들의 시장 확보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고 주요국 정부 간 공급망 선점을 위한 유치 경쟁이 심화하면서 향후 10년이 이차전지 시장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에 세계적 기업과 국가들이 이차전지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삼아 치열한 선점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패권분쟁은 무역 분야를 넘어 첨단기술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첨단산업의 기술력이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넘어 해당 국가의 미래 경제ㆍ안보 패권의 향배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기술과 산업의 급속한 발전에 대한 견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 공급망에 대해 100일간 검토를 진행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중국도 첨단제조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반도체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 기업소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대규모 투자를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첨단산업은 다음세대의 먹거리와도 직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반도체ㆍ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난해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제정했다. 이 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하고 육성하는 것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기술과 산업이 혁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투자와 기술개발을 촉진을 꾀한다. 이를 위해 인·허가 등의 신속한 지원, 입주기관에 대한 비용 및 세제지원, 부담금 감면 등의 특례를 부여한다. 또 다른 주요 내용은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전문인력 양성이다. 정부가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의 개정이 있었다. 일부 중요한 첨단전략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가ㆍ경제 안보, 안정적인 산업공급망 확보, 미래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성이 있는 사업의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그리고 전략기술보유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전략산업 등의 설비구축 및 연구ㆍ개발 투자와 관련된 인ㆍ허가, 원활한 사업 추진에 필요한 규제 완화 및 제도 개선 등을 위한 지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존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했다. 세계 이차전지산업은 태동기를 지나 고속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향후 10년간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은 연 30% 고성장을 거듭해, 2025년 200조원, 2030년 3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170조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차전지의 국가첨단전략산업 지정 및 제도 개선 토대 위에 더 많은 ‘연구개발(R&D) 투자’가 이어질 것이다. 이를 통해 이차전지의 성능개선, 안전성 강화 및 가격 경쟁력 확보로 현재 배터리 강국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투자확대를 통한 혁신적인 기술개발로 차세대 이차 전지 시장의 선점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이동일 법무법인에너지 대표변호사

[EE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세먼지 관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반인 정보통신기술과 빅 데이터는 대기질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다. 특히 최근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ChatGPT 기술은 기본적으로 인공지능 기술과 데이터 처리 기술의 결합으로 실제 생활에 적용 가능한 수준의 자료를 만들 수도 있고 때로는 꽤 괜찮은 직관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런 신기술의 저변에는 그간 축적된 많은 지식과 관련 데이터가 핵심이다. 이는 대기 분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공적으로 받아 볼 수 있는 대기 관련 데이터 자료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주요 배출 설비의 오염물질 배출 현황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일반 국민들이 사는 지역의 대기질 현황 및 예보다. 국내에서는 대기 오염원 배출의 감시는 1992년에 울산 여수지역의 전산실과 사업장의 측정기기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24시간 내내 측정데이터 수신체계를 구축한 것이 시발이다. TMS (Tele-metering 혹은 Tele-Monitoring System)라고 불리는 이 장치는 당시 원격으로 측정 자료를 송신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5G(5세대) 통신환경과 IoT로 대변되는 연결 생태계에서 엄청난 속도로 각종 데이터가 생성,저장되고 활용된다. 사업장에서 측정된 대기 측정 자료들이 자동감시 체계인 CleanSys 시스템을 통해 저장되고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이 같이 확보한 산업체별 대기 배출 측정 자료와 정부에서 운용하는 측정망을 통한 대기질 자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난 규모의 자료가 되고, 기상 ·지질·전력 등의 다양한 자료와 결합하면서 빅 데이터 (big data)화 돼 복잡성이 큰 문제 해결을 위해 유용하게 활용된다. 따라서 이러한 요구에 따라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환경 정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늘고 실제 이러한 환경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대한 요구도 덩달아 커진다. 이를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가 주관해 1030종 이상의 데이터를 모아 오픈마켓 플랫폼 형태로 구현했다. 이런 빅 데이터 플랫폼은 환경 분야의 데이터 유통 및 거래 시장을 통해 산업화와 함께 그 활용처를 확장해 가고, 실질적인 대기질 개선에 기여할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쌀인 데이터의 환경 분야에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분석 도구, 인공지능(AI) 학습 툴을 이용해 고급 데이터 분석 등으로 활용도를 향상할 수 있다. 챗봇을 이용해 데이터 검색부터 활용까지 모든 과정에 대한 총괄적인 설명이 가능토록 사용자 편의를 위한 도구를 제공한다. 데이터에 친숙하지 않거나 도구를 사용할 줄 몰라도 사용상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구성했다. 현재 한국환경공단에서는 굴뚝 자동 측정기의 신뢰성과 안정성이 대폭 향상된 CleanSys 라는 관리 운용시스템을 활용 중이고 대기질과 대기 환경 관리를 위해 2004년 4월부터 전국의 대기오염측정망에서 측정되는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오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도 자료를 수집·관리하는 국가대기오염정보관리시스템 (NAMIS)을 구축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에서 대기환경정책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각종 도시대기 측정망, 도로변 대기 측정망, 국가배경 측정망, 교외대기 측정망에서 연간 3억4000만건의 막대한 대기오염도 자료가 수집되고 있다. 이외에 우리나라의 천리안위성 2B는 세계 최초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주간 상시 관측할 수 있는 초분광 환경탑재체로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등 미세먼지 유발물질들을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산란하는 특성을 이용한 초분광 기술을 활용해 측정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이제는 공적으로 확보된 각종 대기 관련 데이터에 각종 분석 기법을 더하고 빅 데이터 활용 능력과 AI 기법 등을 동원해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놓치기 쉬운 배출원의 확인 작업도 가능하게 됐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국외 변수에 대한 정확한 자료 확보와 분석을 통해 국제 협력의 방향과 단계적 행동 지침의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시민에게 제공하는 대기질 예보의 정확도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환경부 내에 대기·수질과 폐기물 등 환경 전반은 물론 기상 부문까지 총괄하는 환경정보 통합데이터센터의 설립을 제안한다.

[EE칼럼] 태양광 300GW 시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 탈탄소 시계를 앞당겼다. 식량과 에너지 가격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고 인플레이션 심화와 에너지 가격 폭등을 불러왔다. 그 영향은 우리나라에도 이어져 역대 월별 최대 무역적자와 1월 난방비·전기요금 폭탄의 원인이 되었다. 피에르 올리비에 고린차스 IMF 수석경제학자는 국가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으며, 많은 이들에게 2023년은 불황과 같이 느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바로 옆에서 터진 전쟁 영향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을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계획을 법제화하는 등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했고 그 핵심 수단은 풍력과 태양광이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2022년 하반기 태양광산업 동향’ 보고서가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올해 전 세계 태양광 설치량을 지난해 대비 20% 성장한 320GW로 예상했고 이는 태양광 신규설치 300GW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많은 보고서 및 분석에서 2024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었으니 1년 이상 조기 달성되는 셈이다. 2030년에는 연 500GW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내놨다. 하지만 각국의 재생에너지 관련 발표와 강화되고 가속화되는 정책들을 감안할 때 오히려 과소 전망되었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올해는 유럽의 ‘REPowerEU’,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효과가 본격화되는 해이고 중국도 지난 13일 국가에너지국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태양광, 풍력 설치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전 세계 태양광 설치량 잠정치가 268GW, 증가율이 47%였는데 올해 갑자기 20%로 낮아진다는 것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 Solar Power Europe의 연례보고서 ‘EU 시장 전망 2022∼2026’을 보면 2022년 EU는 2021년 28.1GW 대비 47.3% 증가한 41.4GW의 새로운 태양광을 설치했다. 이는 이전까지의 모든 예측을 능가한 결과로 2020년 YoY 15% 증가, 2021년 42% 증가에 이어 역대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EU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독일은 2022년 최근 10년 내 최대인 7.2GW의 태양광을 설치했으며 올해는 11GW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호주, 베트남, 칠레 등과 함께 태양광 중심으로 최근 3~4년 사이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 한 대표적인 국가로 2022년 4GW를 추가해 국민 1인당 1000W 이상의 태양광 설치라는 놀라운 이정표에 도달하며 이 부문 1위였던 독일의 2022년 816W를 크게 추월했다. 이탈리아는 2022년 2.48GW(주거용 1.1GW)의 태양광을 설치해 누적 용량 25GW를 넘어섰고, 특히 2021년 0.9GW 대비 164%가 증가했으며, 2023~2026까지는 매년 5GW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브라질 등도 큰 폭의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호주국립대 Andrew Blakers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저거너트(Juggernaut)를 언급하면서 "머지않아 태양광이 세계 경제에서 화석 연료를 쓸어버릴 비용 수준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하락은 태양광 설치를 빛의 속도로 빠르게 하는 동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가 장소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수요지 인근 주택 지붕과 건물 옥상 및 벽, 주차장 등을 활용한 소규모 분산형 태양광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IEA PVPS의 ‘2022 PV 애플리케이션 동향’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전 세계 설치량의 45%가 분산형이고, 2021년 신규설치 기준으로는 호주 65.4%, 독일 65.2%, 일본 54.3%, 중국 53.4%, 우리나라는 5.4%다. 분산형은 매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으로는 통계가 발표된 EU가 66%, 중국 67%, 브라질 69%가 분산형 태양광이다. 국제사회의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화석에너지원의 98%를 해외에 의존하는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지난해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목표를 낮췄고 태양광 발전 비중을 하향 조정했다. 금융감독원은 태양광 발전 대출과 관련된 전수조사에 나섰고 은행들의 태양광 PF는 급감했다. 하한제 없는 SMP 상한제가 시행되었고 에너지공단은 올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관련 지원 예산을 축소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전력통계월보(제530호)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은 7.7%다. EU 38.6%, 독일 42.9%, 중국 31.6% 등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한 수준이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글로벌 에너지 전환 트렌드에 맞춰 앞장서 이끌지, 끌려다닐지 혹은 외면하다 고립될지를 놓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김성우 칼럼] IRA에 대응하는 EU의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일 ‘탄소중립시대를 위한 그린 딜 산업계획(A Green Deal Industrial Plan for the Net-Zero Age)’ 안을 담은 20장 분량의 통신문을 발표했다. 총 2500억 유로 규모로 즉각적인 세액공제와 청정 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제공함으로써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 대책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린 딜 산업계획은 EU의 산업경쟁력을 높이고, 탄소중립으로 신속하게 전환하며, 제조능력 확장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기존의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 EU 기후변화 대응정책 및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한 로드맵)과 REPowerEU(에너지 안보 향상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 방안 마련을 목표로 하는 행동계획)를 보완한다. 예측 가능하고 간소화된 규제 환경, 재정 지원 가속화, 기술 향상, 탄력적인 공급망을 위한 개방 무역의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되는데, 핵심은 까다로운 기존의 지원 요건 및 절차를 완화해 탄소중립 분야 지원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난 1월 이미 법안 제출이 예고된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을 통해 규제 완화 및 시설 승인을 가속화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제조업의 탄소중립 전환을 촉진한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중기적으로는 청정기술 개발을 위한 유럽국부펀드(European Sovereignty Fund) 신설 추진과 탄소중립 산업에 핵심인 원자재 공급망 확보 및 다변화를 위한 계획도 담겨있다. 이번에 발표된 계획은 전체적인 청사진을 보여주는 단계로 앞으로 EU 이사회 및 유럽의회가 세부 논의를 하면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탄소중립산업법안은 3월 중순 발표될 예정이다. 이 계획은 미국내 친 환경 산업을 지원하는 IRA에 대응하기 위해 EU가 공공 자금 뿐 아니라 민간 자금까지 조성해서 지원하는 계획이지만, 새로운 자금을 투입하기 보다는 기존에 조성된 자금의 지출을 조정해 탄소중립 산업을 지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U내 회원국 간 보조금 지원 격차로 인한 단일시장 균열 우려와 함께 미국과의 보조금 경쟁은 불필요한 노력으로, 보조금 규제 완화는 단기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견해도 있는 만큼 완전한 합의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EU가 IRA에 이렇게까지 대응하는 이유가 있다. 탄소중립 산업을 미국에 내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기차 보급 등 친 환경 수송, 해상풍력 확대 등 에너지 전환, 그린수소 활성화 등 산업 탈 탄소화를 포괄하는 탄소중립 산업에 집중해 왔지만, IRA로 인해 관련 투자가 EU에서 미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내 재생에너지 가격이 더 싸지면 철강·화학 등 에너지 다 소비 업종도 따라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IRA가 미국 의회를 통과한 지 6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그 성과를 살펴 보면, EU의 걱정이 이해도 된다. 6개월간 900억달러에 달하는 친환경 산업 투자가 발표됐는 데 이는 약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20건에 달하는 친 환경 산업 투자 발표 중에는 지난 10월 BMW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17억달러 규모 전기차 설비 투자가 포함돼 있고 한화큐셀의 25억달러 규모 조지아주 태양광 공장 증설도 들어 있다. 이 달에는 포드가 미시간주에 35억달러 규모의 배터리공장 건설을 발표했고, 지멘스가메사도 뉴욕주에 5억달러 규모의 해상풍력 터빈공장 계획을 공개했다. 2030년까지 1조달러 규모의 친환경 투자로 1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전망되고 있다. 반면 EU는 IRA에 버금가는 규모의 펀드를 보유한 데도 지원 받는 절차가 까다롭고 세제도 회원국마다 상이한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IRA와의 체감 혜택 차이가 크다. 그러나 IRA를 통해 경제 탈 탄소화, 러스트벨트 활성화, 해외 공급망 의존 감소를 꾀하는 미국도 막상 이행을 하려니 고민이 많다. 동맹국의 반발, 인력수급 차질, 프로젝트 인·허가 지연 등이 해결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제품의 경우 해외 공급망 의존이 불가피한 현실도 난제다. EU도 주요 산업의 유출을 막기 위해 그린 딜 산업계획을 이행하는 데 따른 EU내 탄소가격제도 활용 및 코로나회복기금 집행 등 기존 정책과의 효과적인 믹스가 고민이다. 이러한 선진국의 탄소중립 산업 지원 정책과 고민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의 산업은 블루오션으로 모든 국가가 대변혁의 출발점에 서 있고, 승부는 지원금의 규모나 정책의 정교함 보다는 이행 속도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이행 속도에 초점을 맞춰,어느 나라보다 국가 배출량을 넓게 커버하고 있는(73%) 탄소가격제도를 활용해 올바른 가격 시그널을 주고, 그 재원을 탄소중립 산업 경쟁력 제고에 빠르고 쉽게 지원한다면, 탄소중립 이행 속도를 높이면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결국 미국의 거대한 IRA나 EU의 웅장한 계획을 보며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이행의 속도다.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E칼럼] 환경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한다

올해 1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환경부 장관은 20조원 규모의 환경산업 해외수출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에 지역별 맞춤형 수출전략을 수립하고, 그간 내수시장에 머물러 있는 환경산업을 해외로 진출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러한 환경부 정책방향에 대해 환경부 본연의 기능과 정책 우선순위 결정에 있어서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산업은 일반적으로 환경보전 및 관리를 위한 시설과 기기 등을 설계하고 제작·설치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정의된다. 전통적인 환경산업은 폐기물 관리, 대기오염 저감 그리고 수질 개선 등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소득수준 증가로 삶의 질에 대한 관심과 깨끗한 환경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환경산업의 범주와 규모가 커지고 있다. 본연의 환경오염 개선 외에도 자원 절약 그리고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 에도 기여하는 등 산업적 측면이 강조되는 추세다. 환경산업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환경산업 매출액은 2004년 약 21조원에서 2020년 약 102조 원으로 급속하게 성장했다. GDP 대비 환경산업 매출 비중도 2004년 2.4%에서 2020년 5.2%로 높아졌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환경산업의 현실은 그다지 밝지 않다. 환경산업 관련 사업체 중 300인 이상 종사자를 가지고 있는 사업체 비율은 2%에 불과하다. 반면 52%가 4인 이하 영세사업장이다. 매출액 기준으로도 100억원 이상인 사업체 비중은 10곳 중 한 곳에 불과한 데 비해 10억원 미만의 매출 규모를 갖고 있는 사업체가 전체의 57%를 차지한다. 특히 환경산업 분야 중소기업의 해외 수출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환경산업 기술 수준 또한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환경산업과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산업은 전통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에너지 효율 개선, 재생에너지와 같은 에너지산업 영역을 비롯하여 수송부문 그리고 인프라 등 건설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산업이 갖고 있는 독특한 특징은 관련 시장이 인위적으로 창출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정부의 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한 규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혹은 친환경차 보조 등은 수송부문에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또한 국제 이슈가 되고 있는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은 국제무역의 판도를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환경규제와 환경정책은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만드는 매우 중요한 첫 단추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환경산업 정책은 환경부를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난 15년 동안 규모면에서 괄목 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계 환경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환경산업 선진국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미래의 환경산업은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인공지능 기반의 4차 환경산업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환경부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산업통상자원부, 과기정통부, 국토교통부 등 범정부차원의 전략과 협력이 절실하다. 결국 환경부는 선제적인 정책과 합리적인 규제를 통해 새로운 환경산업과 시장의 문을 여는데 집중하고, 그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환경부를 비롯하여 산업통상자원부 등 범부처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제는 부처이기주의를 벗어나서 환경산업을 국가적 이젠다로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 모쪼록 2023년을 기점으로 환경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길 기대한다.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EE칼럼] 난방비 논란 끝내기

요즈음 우리 에너지부문은 온통 ‘난방비 논란’에 파묻혀 있다. 통계청 발표로 지난 1월 우리나라 가정에서 지출하는 전기·가스 등 연료비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32% 올랐다. 외환위기 이후 24년여 만에 가장 큰 폭 상승이다. 더욱이 이 달에도 전기·가스 요금인상이 예고돼 더 큰 ‘연료비 폭탄‘이 걱정된다. 이제 난방비 논란은 민생경제의 주요과제가 되었다. 이에 해결방안을 놓고 백가쟁명(百家爭名)식 처방이 제시되고 있다. 또 다른 인기영합 정치공방이다. 소비자에 대한 보조 확대의견이 가장 많다. 심지어 전체 인구의 60% 쯤 되는 중산층 모두에게 추경을 통해 보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행정부의 강한 반발에 없던 일로 된 것 같다. 이미 완전 개방된 우리 시장개방 확대주장도 빠지지 않는다. 여기에다 지금의 난방비 파동을 몇 년 전에 예견하였다는 자기자랑 같은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몇 차례 에너지파동 극복과정에서 국제 에너지(특히 가스)가격하락과 국내 에너지절약에 의해서만 난방비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자칭 정책전문가들의 현학적(衒學的) ‘이름 알리기’ 경쟁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여기서 우리가 사용하는 LNG(액화천연가스) 시장여건을 살펴보자. 세계 LNG시장은 크게 유럽 현물(Spot)시장, Henry Hub 가격 아래의 미국 내부 LNG 시장, 그리고 1년 이상의 장기도입계약을 기반으로 하는 일본-한국 LNG시장으로 삼분되어 있다. 열량 기준 가격(달러/백만 BTU)수준은 유럽 현물시장이 가장 높고 미국 내부 자급자족 시장이 가장 낮다. 유럽의 LNG 가격 수준이 미국에 비해 5배 쯤 높다. 이는 LNG 저장시설이 완공되지 않아 현물시장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1년 중 여름(7∼9월)에 가스가격이 가장 높다. 겨울철에 비해서는 대략 2배 쯤 높다. 이는 여름철 냉방수요 충족을 위한 가스발전 증대와 동계수요 대비를 위한 비축량 증가를 반영한 것이다. 사실 LNG를 포함한 세계천연가스시장은 여전히 수급불안 상황에 빠져 있다. 실물경기 호조와 중국의 시장개방 등으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데 비해 공급확대에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OECD)에 따르면 2021년 세계 가스 생산량은 2019년 대비 겨우 1.7% 증가에 그쳤다. 이에 반해 수요는 최소 3%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러시아 가스공급이 제약이 있는 경우 유럽연합(EU)은 300억㎥의 가스부족이 예상된다. 이에 EU는 비상대응전략(REPowerEU)을 시행했다. 에너지절약 및 신재생 보급 확대. LNG저장설비 확충과 주택단열 등에 3000억 유로를 투자했다. 이에 따라 올해 겨울에도 유럽의 가스부족은 없다는 전망이 커진다. 그러나 LNG시장은 아직도 불투명하다. 우리나라는 이런 EU 사례를 답습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전력과 가스수요 급증세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최근 1년 정도 ‘연료비 폭탄’에 움츠려온 잠재수요가 큰 폭의 ‘보복소비’로 변모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비싼 현물시장에서라도 화급하게 물량 학보 할 수밖에 없다. 뒤 이을 가격파동을 걱정할 겨를이 없다. 민생 필수재인 에너지공급을 중단하는 일은 절대 허용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스나 전력 등 에너지에 대한 공공재(公共財) 안정화 차원의 접근이 요구된다. 유럽보다 더욱 강력한 비상대응책이 불가피한하다. 소비자 지원 재원을 공급확충으로 돌리는 인기 없는 정책을 추진할 용기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횡재세(Winfall Tax)까지는 아니지만 공급기업의 일부 희생을 요구할 수 있는 도덕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더 나아가 소비자들에게는 ‘대가 없는’ 공익차원 협조를 당부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나 관련 학계가 과연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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