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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공급망 전쟁 속 자원강국 위한 전제조건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미국과 중국이 드디어 광물전쟁을 시작됐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에 대응해 반도체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다. 중국은 지난달 1일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는 것으로 미국에 대한 광물전쟁을 선포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태양광 패널과 컴퓨터 칩은 물론이고 야간 투시경과 레이저 등 다양한 IT·전자제품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광물이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및 첨단기술 규제를 강화한 데 대해 중국이 핵심광물을 무기화해 항전 의지를 밝힌 것이다. 어떻게 보면 중국이 세계를 향해 칼을 뽑았다. 지난해 중국산 갈륨의 최대 수입국은 일본과 독일, 네델란드이고, 게르마늄은 일본과 프랑스, 독일, 미국이다.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이 중국의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중국의 대응은 시작에 불과하다. 중국의 제재 수단과 종류는 무수히 많다. 이미 중국은 희토류에 대해서도 수출을 막았다. 글로벌 탄소중립 시대에 신재생에너지가 주목 받으면서 관련 핵심광물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 지고 있다. 중국은 수 년간 아프리카, 남미 등 다른 나라의 광물 확보에 대규모 투자를 꾸준히 해왔다. 올 상반기에만 100억 달러를 광산개발에 투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늘렸다. 중국은 5개 대륙에 걸쳐 많은 광산업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세계 코발트 채굴량의 41%, 리튬 채굴량의 28%, 니켈 채굴량의 6%, 망간 채굴량의 5%를 중국이 직접 통제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 등 주요국들도 천연흑연을 채굴하지만 생산 비용이 많이 들어 경쟁력에서 중국에 크게 떨어진다. 중국의 가장 큰 장점은 핵심광물(주로 희소금속) 대부분의 제련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리튬 생산량 점유율은 16%로 호주(48%), 칠레(26%)에 비해 낮다. 하지만 제련 및 가공 단계에서는 점유율이 65%(2022년 기준)로 대폭 높아진다. 니켈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니켈 제련기술을 전수하면서 세계 최대 니켈 매장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지배력을 키워 왔다. 인도네시아는 5년 전만 해도 기술력이 낮아 니켈을 대량으로 채굴하지 못했다. 이런 인도네시아에 손을 먼저 내민 건 중국이다. 중국은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적어도 3개 이상의 니켈 공장을 건설했으며,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공장을 늘리고 있다. 일본 역시 스미토모상사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생산을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도 2개의 니켈 제련 공장을 가동 중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중국기업과 협력하는 이유는 니켈처리에 필요한 공정인 고압산침출 기술력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기업은 고압산침출 기술에 문제가 많았지만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개선됐다. 세계 주요국들이 많은 돈을 들여 투자했는데도 희소금속 채굴에서부터 선광,제련 등 대규모 생산 시설 구축까지 배터리 생산의 모든 과정을 선도하는 중국을 따라 잡는데 수 십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신흥 개발국들이 광물을 무기로 차츰 세계 시장에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부터 구리 정광에 대해 최고 10%의 수출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인도네시아의 핵심광물 수출금지 조치에 따라 유럽연합(EU)집행위는 핵심원자재법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역내 주요광물 원자재의 최소 10% 채굴, 40% 가공, 15% 재활용 목표를 정했다. 핵심원자재법은 친환경 및 디지털 전환에 필수적인 핵심광물 원자재의 역내 채굴, 가공 및 재활용 역량 확대 및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원자재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EU가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역내 처리 역량 강화를 추진하면 최소 20%의 EU 역내 처리 역량 추가 확보가 가능해진다. EU는 칠레에 이어 라틴아메리카, 카리브해 국가 공동체와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체결하며 중남미지역에 약 450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10대 전략 핵심광물의 특정국 의존도를 현재 80%에서 2030년 50%대로 완화하고, 2%대인 재자원화를 20%내로 확대하는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전기차, 이차전지, 반도체 분야 공급망 안정화에 우선 필요한 것을 10대 전략 핵심광물로 선정해 집중 관리키로 했다. 10대 전략 핵심광물은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그리고 희토류(5종)이다. 마침 산업통상자원부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14개국 장관회의에서 타결된 IPEF2 공급망 협정에 대한 국민 의견을 듣고 있다. IPEF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한 경제협의체로 한국을 포함 일본, 호주, 인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이다. 공급망 협정은 공급망과 관련된 정부간 공조, 공급망 다변화와 안정화를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 공급망과 관련된 노동환경 개선 협력 등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는 기업은 기업이 잘 하는 것을, 정부는 정부가 잘하는 것을 서로 결합해 같이 움직이는 ‘한국형 공급망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자원강국이 될 수 있다.강천구 인하대 교수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E칼럼]‘녹색 사다리’, 지속가능 발전의 지렛대 삼아야

최근 굵직한 국제 뉴스들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잇단 재해 소식이 들려와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8일 모로코 북동쪽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수천 명이 사망했고, 10일에는 리비아 동부 지역을 할퀸 대홍수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 나라 모두 저개발 국가이다 보니 그 피해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26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 이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국이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 사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발언했다. 이번 G20는 ‘하나의 지구, 하나의 가족, 하나의 미래(One Earth, One Family, One Future)’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리더에 해당하는 의장국 인도의 외교 역량이 잘 드러난 행사였다고 평가 받고 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아프리카 국가 정부 연합체인 아프리카연합(AU)이 G20의 회원국이 됐다. 필자는 지난 7월 에너지경제신문 기고를 통해 한국에 있는 기후변화 대응 관련 국제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주문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G20를 계기로 윤 대통령이 인천 송도에 본부를 둔 녹색기후기금(GCF)에 3억달러를 추가로 공여하기로 한 것과 서울에 소재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및 송도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CTCN)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번 ‘녹색 사다리’ 제안이 한국의 글로벌 사우스(저개발 후진국 통칭)로의 진출에 실질적인 레버리지가 되기를 주문한다. 첫째, 아프리카 대륙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의 존재감은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다극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 건곤일척의 기술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조차도 중국으로부터 완전한 디커플링은 불가능하며, 거대한 중국 시장을 완전히 대체할 만한 별도의 단일 시장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국가들이 중국 시장을 대체·보완할 만한 시장을 찾는데 사활을 걸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역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에 해당하는 아프리카 전체, 중남미, 동남·남아시아, 중동 지역은 자원이 풍부한 데다 인구가 많고, 개발 잠재력이 높아 앞으로도 그 중요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둘째,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기후변화 대응과 사회기반 시설을 정비하는 것은 해당 국가들의 성장과 시장 확대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복수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성장의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 글로벌 사우스 지역은 개발 잠재력이 높은데도 사회기반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아 저개발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국가들이 많다. 더군다나 글로벌 사우스는 지리적으로도 기후위기 상황에 더 심각하게 노출되는데 사회기반 시설이 취약하다 보니 재해가 발생하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크게 타격 받을 수밖에 없고, 그 피해 때문에 다시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이 지역에 속한 국가들이 사회기반 시설을 잘 갖춰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하는 것은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필요한 일일 뿐만 아니라, 무역대국인 한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셋째, 글로벌 사우스에 ‘녹색 사다리’ 접근을 통해 차세대 원전이나 수소 기술, 탈탄소 해운 기술, 친환경 항만 인프라와 같은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신산업 분야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이미 IT 산업은 물론, 배터리와 같은 기후기술 분야에서도 훌륭한 기술력과 제조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공급망 재편의 국면에서,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리쇼어링, 니어쇼어링 전략에 의해 기업들이 국내 보다는 해외에 생산 시설을 짓고 있어 국내 산업계에 직접적인 낙수효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산업 공동화마저 우려된다. 미국은 한국의 동맹이자 최대 시장인 만큼 대세를 따라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산업계를 어떻게 유지 및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절실한 시기이다. 이런 차원에서도 윤 대통령이 언급한 것 처럼 신산업 분야는 국내에서의 일자리와 직결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녹색 사다리 정책이 글로벌 사우스나 한국에게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렛대가 되기를 바란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E칼럼] 발등의 불

에너지문제 학습의 두 가지 논리적 기초는 석유를 포함한 천연자원의 고갈성(枯渴性)이론과 기후변화(Climate Change)이론이다. 에너지 시장의 동태적 변화와 위기 도래 가능성을 점검하는 고갈성 이론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인류복지 창출 주역이라는 논리적 기반을 따른다. 그러나 화석연료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의 주역이다. 이제는 기후변화 차원에서 풀어가는 경우가 많다. 기후변화 이론은 1992년 ‘지구를 건강하게, 미래를 풍요롭게’라는 명제로 열린 UN 리우정상회담이 시발점이다. 악화하는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지속 가능한 개발과 지구 동반자관계 형성을 국제규범화했다. 이보다 훨씬 오래전인 1947년 브라질에서 열린 서반구공동방위회의에서 채택하려다 미국의 소극적 대응으로 무산됐다. 이에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유럽은 독자적 전략구성 필요성에 공감했고 EC(유럽공동체·현 EU의 전신) 구성에 이르렀다. 이같은 유럽의 적극적 기후변화 방지 노력은 대기 온도를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2.5도 범위에서 유지한다는 2015년 파리협정체결의 바탕이 됐다. 우리는 기후변화대응 논리가 2차 대전 이후 미국 단극(單極) 체재를 변화시켜 현재의 다원적 세계질서 형성의 주요 요인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요즘은 기후변화보다 기상(氣象)변화가 중단기 관점에서는 많은 주목 받는다. 당연히 주요 학습 논리가 된다. 이는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100년 만의 폭우,태풍 등 극한 자연재해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플로리다주에 초강력 허리케인이 강타하고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 지역에는 기습적인 극한 폭우가 내렸다. 캐나다와 미국 서부 및 하와이 등에서의 대형 산불, 유럽의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의 극한 폭우 등이 발생했다. 극한 호우와 태풍,폭염 현상은 중국, 일본 등 아시아는 물론이고 인도, 사우디, 남부 아프리카 지구촌 전체에 걸쳐 확산일로다. 이런 비정상적 극한 기상은 주로 열대 태평양 지역에서 유난히 심각하게 발생한 ‘엘니뇨(El Ninos)현상 때문이란다. 남아메리카 페루 및 에콰도르의 서부 열대 해상에서 바닷물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이 경우 대기 상층부 온도를 높이고, 대류현상을 증대시켜 적도 바다 기온을 비정상적으로 높인다. 지구 기상시스템의 원격 소통이 과다하여 지구계 에너지 균형을 깨는 셈이다. 기온이 평년보다 1∼ 2도만 높아도 광범위한 기상이변 발생한다. 이 결과로 남미 아마존 지역과 호주, 인도와 아프리카 남동부 지역은 고온 건조 현상이 많이 발생하며 동부 아시아, 아프리카 북동부, 남미 남동부와 북미 남부지역은 습한 기후가 지속된다. 그 후폭풍은 가혹하다. 2018∼2019년에는 호주에서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고, 2014∼2016년엔 강력한 엘니뇨 발생으로 6000만명 세계인구가 식량부족에 시달렸다. 호주 대산호초도 1/3이 소멸했다. 유럽연합(EU)기후변화 통계(C3S)에 의하면 최근 몇 달은 1940년 공식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 세계 해수면 온도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지금의 기온추세는 파리협정의 준수 목표인 산업화 이전 평균보다 약 1.5도를 넘는다. 이에 따라 파리협정에 따른 기후변화 방지 노력은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점쳐진다. 앞의 기상 위기들이 집적돼 부정적 파급효과를 확대하기 때문이다. 기상 위기들이 결합· 집적돼 더욱 강력한 기후 위기로 영속화된다. 엘니뇨와 같은 단기·간헐적인 기상 위기의 영향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은 엘니뇨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올해 초에 발표된 스탠포드대학 연구에서는 1982∼1983년과 1997∼1998년 중의 엘니뇨는 각각 4조1000억달러와 5조70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 1982∼1983년 경기 하락은 미국 연준의 이자율 상승으로 이어졌고, 1997∼1998년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금융위기를 불러왔다. 이에 학계는 개발 도상국들에 대한 엘니뇨의 가혹한 폐해에 주목한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지구 중위도(中緯度) 국가들에 대한 부정적 효과가 매우 크다는 데 견해가 일치한다.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결국 고갈성자원과 기후변화,기상 특성을 종합할 때 전력 중심 에너지 체계가 급속히 진전되는 지금 세계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는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 전력은 급속히 증가하는 데 비해 전력망 안정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원자력, 석탄, 가스 발전과 같은 기저 발전이 감소하며 새롭게 수송부문의 전력수요 급증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이런 특징을 두루 갖추고 있는 만큼 미래 전력 계통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향후 증가할 비용 요소를 식별하는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신규 송배전망, 안정수급 유지 및 에너지 품질 등의 관리비용 등의 최적화를 위한 단중기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 연료가격 급등에 직면한 한국전력이 정부 규제의 영향으로 200조 원 넘는 부채가 누적된 것은 전략개선 필요의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 이런 차원에서 장기 차원 기후변화 전략에 치중해온 기존 정책 기조를 탈피해 단중기 기상변화 대응책 강구가 시급하다. 지금 책임질 일 없는 이념적 기후변화정책보다 화급한 기상악화에 대응하는 민생복지 중심 에너지·환경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EE칼럼] 중국발 요소 공급대란이 던진 과제

미국의 정치·국제관계학자인 마이클 벡클리와 할 브랜즈는 최근 공동으로 발간한 저서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원제 Danger Zone)’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역사상 가장 위험한 구간(Danger Zone)에 이미 진입했다고 설파했다. 그러면서 향후 10년간의 양국의 총력전 결과에 따라 완전히 다른 국제 질서가 펼쳐질 수 있으며, 특히 2020년대 중반까지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양국 간 군사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다소 도발적인 예언을 곁들였다. 마이클 벡클리와 할 브랜즈는 미국 유명 대학 정치·국제관계학 교수인 동시에 둘 다 현재 국방부 등 미국 정보·국가안보 관련 다양한 기관에 자문하는 현역 외교·안보 분야 핵심 전략가라는 점에서 미국 조야에 편만한 대중국 인식과 전략이 엿보인다. 우리에게 주는 함의도 묵직하다. 과거처럼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중립적 외교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을 포위·고립시킬 ‘맞춤형 봉쇄’ 전략을 취하는 미국이 이를 두고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급변하는 국제 질서를 일반 대중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만든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비료업체에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는 소식이 지난 7일 외신을 통해 알려진 것이다. 물론 보도 다음 날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가 공식적인 비료용 요소의 수출 통제는 하지 않으며, 비료용 요소는 수입 다변화가 이뤄져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발 요소수 파동을 몸 소 겪은 소비자들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리나라의 요소수입 의존도가 큰 중국이 지난 2021년 10월 석탄 부족으로 요소 수출을 제한하자 호주와 베트남 등에서 부족분 일부를 수입했지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일부 공장이 멈춰 서고 화물차 운행이 중단됐다. 이 ‘학습효과’로 또다시 공급 대란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재기 등이 발생하면서, 실제로 수입에 문제는 없는 데도 시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졌다. 문제는 이런 공급망 위기는 미·중 갈등과 국제 질서 재편 등 날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제정세와 맞물려 앞으로도 발생빈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농업용 비료나 디젤엔진의 질소 산화물 절감용 요소수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요소’는 보통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활용, 보쉬-마이저 요소 공정(Bosch-Meiser urea process)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요소는 암모니아를 활용하는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또 암모니아는 수소에 ‘하버-보쉬합성법’을 이용해 질소와 합성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화합물이다. 그래서 요소 역시 크게 보면, 수소 및 수소화합물을 아우르는 범(凡) 수소경제의 한 부분이다. 수소경제 시대를 맞아 세계는 수소, 특히 청정수소 확보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수소 자체를 장거리 파이프라인이나 액화하는 방식으로 국가 간에 이송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적 성숙도나 경제성을 고려할 때 사실상의 섬나라인 우리나라나 일본 등은 암모니아를 활용한 해운운송이 보다 적합하다. 멀리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2050년에는 전체 청정수소 수요(약 2800만톤)의 80%를 해외에서 들여와야 한다. 당장 청정수소 발전의무화제도에 따라 2027년부터는 청정수소로 발전해야 하는 데 이때 국내 청정수소 생산의 한계로 인해 상당 물량을 불가피하게 해외로부터 암모니아 형태로 수입해야 한다. 문제는 요소 공급 대란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청정수소·암모니아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공급 안보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 특히 미·중 갈등 등 불안정한 국제 질서 재편과정에서는 그 중요성은 배가 된다. 수급안정은 물론 국가 안보차원에서라도 수소의 수입선 다변화 전략과 함께 수소·암모니아 비축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 석유비축을 담당해 온 한국석유공사가 암모니아 등 수소화합물도 사업영역에 포함시켜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석유공사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소관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본 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석유공사는 현재 운영 중인 석유 비축시설을 암모니아 저장시설로 전환해 저장 공간 임대나 비축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다만 석유공사법 개정안은 석유공사가 석유·천연가스와 함께 암모니아도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비축시설을 바로 석유에서 암모니아로 용도를 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입법이 필요하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슈&인사이트] 플라스틱은

최근들어 범 지구적인 환경 관련 이슈로 기후위기와 함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인류를 위협하며 가장 큰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세계적으로 연간 3억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가는 데 50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 폐플라스틱은 차곡차곡 쌓일 수밖에 없다. 해마다 100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든다. 북태평양에는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폐플라스틱 섬이 생겼을 정도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플라스틱 생산량과 소비량은 줄곧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배출량도 세계 최고 수준을 다투고 있다. 이렇게 플라스틱 세상이 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값싸고 질기고 사용의 편리함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원래 지구상에는 없던 물질이다. 인간이 현대의 발달된 화학 기술로 만들어낸 고분자중합 물질이다. 플라스틱은 원유를 정제한 뒤 남은 찌꺼기인 나프타(Naphtha)를 다시 석유화학적으로 열분해크래킹 (Cracking) 해서 만든다. 플라스틱제조에는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치지만 경제성 규모(economic scale)로 생산하기 때문에 원가가 낮은 PE, PP, PS, PET 등의 봉투와 용기 형태로 사용용도에 맞춰 다양한 포장재를 양산할 수 있다. 폴리에틸렌 계열의 이 물질이 결국은 탄생한 지 채 100년도 안돼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인체에 해를 주며 지구를 병들게 하는 주범이 됐다. 문제는 버려지는 폐 플라스틱의 유해성이다. 태울 때 다이옥신과 같은 독성물질을 배출하고, 일부 물질은 환경호르몬을 만들어 면역기능을 떨어뜨린다. 분해 과정을 거치면서 지름이 1∼2㎜ 이하인 미세플라스틱으로 바뀌어 동식물에 축적돼 생태계를 교란한다. 결과적으로 인체에 해를 주고 지구를 위협한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묘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한 값싸고 질기고 양산이 가능하며 친환경적인 새로운 물질이 없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제품 생산을 줄이고, 덜 쓰고 재활용해서 덜 버리는 소극적인 방법 밖에는 다른 현실적인 방안이 없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대안으로 플라스틱 재활용률 제고를 연간 수백억원씩의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이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이는 게 먼저다. 그런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어보인다. 앞뒤가 안 맞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이는 묘안은 없을까.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플라스틱 제품을 ‘일회용’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한번 쓰고 버린다’는 이런 고정 관념이 플라스틱의 부분별한 사용과 남용,폐기 등 플라스틱 공해를 조장한다. ‘일회용’이라는 근본적인 바탕에는 쉽게 구할 수 있고 값이 싸다는 점이 깔려 있다. 가령 비닐봉지 하나가 수백,수천원이라고 하면 한번 쓰고 버릴까? 분명한 것은 플라스틱은 내구성이 강하기 때문에 아무리 비닐 봉지나 스티로폼 상자라도 잘만 관리하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고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자연히 사용량이 줄기 때문에 생산도 줄고 폐플라스틱의 배출도 줄일 수 있다.플라스틱을 두고 ‘20세기에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는 말이 있다. 어차피 대체할 수 없다면 문명의 이기로 제대로 써야 한다. 그러려면 가계,기업,정부 등 모든 소비자들이 최대한 소중한 마음으로 아껴서 쓰는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현재의 소비행태로는 플라스틱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그 출발점은 ‘일회용’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류덕기 수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E칼럼] 건강한 에너지 시장이 에너지 안보의 핵심

1차 에너지의 해외의존도를 기준으로 에너지 안보를 따진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거의 꼴찌 수준이다. 기름값이 높을 때는 97%, 떨어지면 93%로 등락은 있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한다. 이처럼 객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서 어떻게 에너지 안보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인지 그 근본적인 개념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지난 2013년 감사원은 정부가 형식적으로만 자주개발률을 높이는 데 치중했으며, 정작 비상시에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 자원 물량을 확보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내로 에너지 자원을 들여와야만 에너지 안보가 확보되는 것일까? 우리가 확보한 해외 에너지를 현지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파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더 효율적인 에너지 안보라고 할 수 있다. 돈에 꼬리표가 없으므로 수익성이 있으면 팔고 그 돈으로 다른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에너지 자원이 부족했던 일본은 석유 생산지인 인도네시아를 점령하기 위한 사전 군사적 조처로 미군 주력이던 진주만을 공격했다. 독일은 소련과 ‘독·소불가침 조약’을 맺어 제1차 세계대전의 실패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1941년 여름 소련을 침공하게 된다. 기름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종 목표는 당시 소련 영토였던 카스피해 연안도시 바쿠에서 기름을 가져오는 것이었지만 이를 위해 소련 지상군의 주력이 있었던 레닌그라드, 모스코바, 스탈린그라드 등을 향해 진격했다. 일본과 독일이 미국과 소련을 공격해서 전선을 확대한 것이 2차 대전에서 패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다. 에너지 자원이 부족이 안보에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렇다면 에너지 자원은 많을수록 좋은 것일까? 20세기 말 소련의 붕괴는 또 다른 반전을 보여준다. 1973년과 1979년에 발생한 1·2차 오일쇼크로 가장 큰 횡재를 본 나라는 소련이었다. 국제유가가 무려 10배 이상 급등했는데 소련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 아니어서 생산량을 줄일 필요도 없었다. 엄청난 석유판매 수입이 들어왔다. 그러나 레이건 대통령은 이슬람 혁명으로 위협적인 이란으로부터 사우디 아라비아를 군사적으로 보호했다. 그 대가로 석유생산을 최대한 늘리도록 설득해 국제유가가 그 이전의 1/3 수준으로 급락하는 저유가 시대가 도래한다. 석유판매 수입이 하루아침에 급감하면서 소련의 자금은 말라버렸고 그 여파로 소련은 1991년에 해체됐다. 소련은 풍부한 에너지 자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고, 약점을 간파한 미국이 저유가 정책으로 급소를 때리자 소련이 붕괴한 것이다. 에너지 자원이 많다고 에너지 안보가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빚어진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등으로 에너지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국가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건강한 에너지 시장이 뒷받침된 미국은 엑슨모빌이 68조8000억원이라는 사상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생각보다 그 영향이 크지 않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도 전기와 가스요금을 대폭 올려 에너지소비를 줄이면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 산업은 시장원리보다 정부의 계획, 가격규제 그리고 공기업을 통한 명령과 통제로 운영된다. 가격신호가 작동하지 않아 한전은 50조원의 적자와 200조원의 빚을 안고 있다. 가스공사는 미수금이 12조원을 넘는다. 어렵게 들여온 1차 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지만 송전선을 제때 건설하지 못해 수도권으로의 전력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역별로 전기요금이 똑같아 발전소와 송전선 건설을 회피하는 바람에 생긴 문제점이다. 경직적 계획으로 천연가스 장기도입이 결정돼 모자라는 물량을 비싼 현물거래로 들여오고 있다. 천연가스에 대한 사업자간 유연한 거래를 금지하고 있어 값싸게 천연가스를 들여올 기회도 놓치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 시장이 건강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에너지의 생산 및 배달 인프라를 제때 건설하고, 필요한 소비자와 사업자에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건강한 에너지 시장의 구축이 에너지 안보를 위한 지름길이다.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에너지공기업 정상화,정부 순환출자 해소부터

일반적으로 순환출자라고 하면 재벌기업들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쓴다. A기업이 B기업, B기업이 C기업, C기업이 A기업의 지분율을 확보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소유하는 방식이다. 적은 자금을 이용해 편법적으로 계열사 간에 꼬리물기 식으로 지분을 확보해 결과적으로 개별 기업 단위로는 실제 투자규모를 뛰어넘는 지분율을 변칙적으로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대다수 재벌기업들은 이런 식으로 계열사들을 통제해왔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정부와 에너지공기업간에 순환출자라는 해괴한 일이 존재한다. 정부가 대기업들처럼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도 아니고. 정부는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순환출자 방식을 활용할 수 없는 구조인데도 말이다. 최근 결산 기준으로, 대한민국 정부(기획재정부)는 산업은행의 지분 91.2%를 보유하며 독보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다. 이 산업은행은 한국전력 주식 32.9%을 보유하고,여기에 기획재정부가 18.2%를 추가보유해 과반수(51%) 지분을 갖고 한국전력을 좌지우지한다. 더 나아가 한국전력은 한국가스공사 지분을 20.47% 나 보유하며 계열사와 같은 지배구조를 형성하고있다. 한국가스공사도 여기에다 기획재정부(26.15%), 국민연금공단(7.56%) 지분을 포함해 정부 지분이 54.18%로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피라미드식 지주회사 소유구조가 기획재정부-산업은행-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순으로 사실상의 순환출자 구조로 형성돼 있는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전기와 가스요금으로 정권을 교체할 만한 강력한 표심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주목해봐야 한다. 전기와 가스요금 통제 혹은 하락은 정부의 정권 유지와 재창출을 이끄는 데 기여하고,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은 정권 교체 위기를 일으킬 만한 위력을 가졌다.정권의 지지율을 뒷받침하는 게 한전과 가스공사의 요금 통제와 적자 재무구조라고 생각해보면 된다. 즉 정부가 한전과 가스공사의 지분을 일부 소유하고 한전과 가스공사는 정부의 정치적 지분을 일부 소유하는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어낸다.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와 가스요금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펴 정권을 창출, 즉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정부를 장악할 수 있다면 순환출자나 다름없다. 정부는 순환출자를 규제할 공정거래위원장 임면권도 갖고 있으니 매우 강력한 순환출자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리를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최근 튀르키에 대선에서 당선된 에르도안 대통령이 가스 가격 전면 무료를 선언한 사례나, 볼리비아의 우고 차베스가 휘발유와 생필품, 무상교육, 무상의료, 저가주택 공급을 제공한 사례는 모두 지지율 향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에서도 정치인들이 감히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을 입에 올릴 수 없는 이유다. 굳이 여당의 역할을 하는 기간 내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필요가 없다. 더구나 그런 총대를 멜 필요성이 이전 정권에서 왔다고 하면 더 억울할 것이다. 이전 정부 귀책사유로 비난받는 한전공대 출자 혹은 경직된 전기료로 대규모 적자 논란을 겪는 한국전력을 두고, 현 정부가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이유다. 한국전력의 막대한 누적적자로 인해 주주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한 지 오래다. 최근에는 아예 나머지 49%에 해당하는 지분을 정부가 인수해 완전 국영화시켜 달라며 상장폐지 운동까지 벌어진다. 어차피 지분구조 상 정부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일하는 리더십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다. 한국가스공사는 외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해 국내 도시가스 사업자와 발전회사에 공급한다. 그런데 국제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공공요금 인상 제약 등으로 한전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순환출자는 소유 구조와 경영권에 차이가 생기므로 시장경제의 대원칙인 투명경영과 자기책임성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투자자금이 적어도 되는 만큼 당연히 오너 입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지분 맞물림 구조이겠으나, 민간부문에선 이미 IMF 이후 총수 일가가 일부 지분만으로 대기업 전체 집단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분 1% 마법’으로 비판받으며 금지된 지 오래다. 정부와 에너지공기업이 이 같은 경영 원칙을 어기면서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에너지정책을 펼치지 못하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분산에너지법, 에너지시스템 혁신 마중물 삼아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지난 6월 공포됐다. 분산에너지가 에너지 정책목표로 등장한 지 10년만이다. 그동안 정부계획과 정책연구를 통해 분산에너지 보급목표, 분산에너지의 다양한 편익산정, 지역간 수급불균형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보급과 함께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전력계통 확충과 신뢰도 문제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전력수요가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 편중됨에 따라 전력시스템 운영의 비효율화는 물론 입지, 환경, 요금, 산업 전반에 걸쳐 지역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에너지산업과 생태계를 새롭게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분산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정책개발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발전시설이 해안지역에 편중돼 지역간 전력수급 불균형이 크다.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의 광역시와 일부 도는 전력자립률 10%에도 못미친다. 이들 지역은 소비전력 대부분을 타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무임승차’하고 있는 셈이다. 발전소나 송전설비는 안전, 건강, 환경문제 등으로 인해 기피시설로 간주되고 있다. 앞으로 대규모 발전소 건설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근들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농어촌과 산림지역을 중심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열병합발전소나 연료전지도 신도시나 공단을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다. 새로운 자원기술 확산과 공급방식의 다원화로 대규모 발전중심에서 수요지에 근접한 분산형 전원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분산에너지 특별법 시행은 앞으로 우리 에너지산업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너지시스템의 분산화와 다원화라는 시대적 흐름과 더불어 우리도 미국, 유럽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분권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분산법 시행으로 예상되는 변화를 몇 가지 들어보자. 첫째, 전력공급 및 거래방식의 변화다. 지금과 같은 대규모 발전소와 전력공급망을 통한 판매독점자와 별개로 특화지역내 직거래 및 발전 겸업 사업자가 출현할 수 있다. 아울러 지역별로 분산형 전원설치 뿐만 아니라 수요창출을 위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지역간에 제조업체, 데이터센터, 수소에너지, 충전인프라 등 수요처 유치 경쟁이 촉발될 것이며, 이에 필요한 분산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둘째, 분산에너지의 다양한 편익이 반영된 지역 차등요금제 도입의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 우리 전력시장은 대규모·원격지 발전단지로 인해 발생하는 송전설비 건설 및 운영과 손실로 인한 추가적인 비용이 거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는 분산전원으로 유발되는 편익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즉, 분산전원의 가치를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분산전원이 확대되면 발전설비의 집중과 원거리 전력융통으로 인해 발생하는 송전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연료전지, 집단에너지, 자가발전 등 수요지 근접 분산전원이 늘어나게될 것이며, 이로 인한 송배전설비 회피편익만 kWh당 15~25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분산편익이 반영된다면 지역별로 공급비용의 격차가 확연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또 분산전원은 전력시스템 운영과 품질유지에 필요한 새로운 전력품질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분산전원의 입지에 따른 송배전, 환경, 전력품질에 기반을 둔 지역차등요금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직판허용과 설치의무화에 따른 분산에너지 시장 확대다. 전력 직거래 허용으로 발전-판매간 다양한 유형의 거래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RE100 이행을 위한 PPA(전력거래계약) 거래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분산에너지 설치의무화가 시행되면, 전기 다소비자의 자가용 분산전원도 크게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에너지산업이 지역개발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분산에너지 기반의 지역내 전력공급사업자도 출현할 수 있다. 이렇게되면 현재의 중앙집중형 공급방식인 전력산업에서 지역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다. 앞으로 에너지산업은 신기술 확산과 함께 에너지간 융합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런 신기술 도입과 확산은 분산에너지의 투자, 설치, 운영, 거래와 수반되는 다양한 비지니즈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전력중개사업(VPP), 수소연료전지, 효율향상, 섹터커플링 등 신사업의 사업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산에너지 특별법의 하위규정에서 사업추진에 따른 장애요인의 과감한 제거가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분산에너지 가치에 상응하는 대가를 정당하게 보상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EE칼럼] 에너지 중심 시대,국회엔 에너지 전문가가 없다

인류문명 발전의 고비마다 에너지전환이 있었다. 최초의 인류는 불의 이용과 함께 문명의 첫발을 내디뎠다. 나무를 태운 불로 추운 밤을 견딜 수 있었고, 음식을 익혀 먹으면서 소화에 필요한 체내 에너지를 줄여 두뇌로 돌릴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이 문명 발전의 계기가 됐다는 가설도 있다. 인간의 도구 사용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철기시대는 금속을 녹일 정도의 고온을 낼 수 있는 목탄을 사용하면서 시작됐고, 18세기 산업혁명의 불쏘시개는 석탄이었다. 그 뒤로 2차, 3차 산업혁명은 석유의 발견, 전기의 발명과 함께 가능했다.인류는 또다시 새로운 에너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에너지전환은 과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동기가 다르다. 과거 에너지전환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발견이나 전기의 발명과 같은 공급 측면의 혁신이 동기가 됐다. 이에 비해 지금의 에너지전환은 인류 최대 위협요인인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무탄소 에너지 중심의 에너지믹스를 구성해야 하는 수요 측면의 제약이 동기다. 둘째, 과정이 다르다. 과거의 전환은 신에너지가 기존의 에너지에 비해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초기부터 시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확산될 수 있었다. 석유는 석탄에 비해 저장, 운반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전기는 깨끗하고 사용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조명, 모터 등 응용범위가 넓다. 석유는 석탄을, 전기는 석유와 석탄을 빠르게 대체하며 자연스럽게 확산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에 비해 이번 에너지전환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시급성으로 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저장,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과 같이 아직 기술적·경제적으로 미성숙한 신기술을 동원해야 하는 것으로, 시장이 아닌 정부가 인위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셋째, 경로가 다르다. 과거 에너지전환은 기존의 에너지시스템을 유지하면서 화석에너지의 구성을 점진적으로 바꾸는 경로의존적 전환이어서 석탄 중심에서 석유, 가스 중심으로 변경돼도 공통분모는 여전히 화석에너지였다. 하지만 이번 에너지전환은 기존 화석에너지 시스템을 단기간에 재생에너지, 원전과 같은 무탄소 에너지 중심으로 바꾸는 경로파괴적 전환이다. 정리하면, 이번 에너지전환은 정부 주도로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믹스를 단시간에 만들어내야 하는 특성을 갖는다.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기후변화 방지 목표는 정치적 과정을 통해 정당화돼야 하고, 정부 주도 에너지전환은 법률과 제도로 구체화된다. 정치와 입법의 중심인 국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이유다. 에너지전환 관련 입법 활동에는 폭 넓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에너지는 경제의 혈액에 비유될 정도로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광범위하다. 게다가 에너지의 93%를 수입에 의존하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정치, 무역질서도 중요 고려 사항이다. 하지만 아무리 국제정세를 감안하고 경제효율이 높은 정책이라도 환경과 기술적 제약을 넘지 못하면 공염불이다. 따라서 경제와 국제정치 뿐만 아니라 환경을 비롯한 에너지기술에 대한 전문성도 함께 요구된다. 그런데 국회의원 가운데 환경운동가는 있어도 에너지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 현실과 기술 수준과 동떨어진, 지나치게 이상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이 여과 없이 수립된 배경이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은 인류 공동의 과제로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의욕만 앞세워 무작정 밀어붙이기에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 데이터와 과학에 근거한 주도면밀한 입법과 제도 설계를 통해 체계적으로 성취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법의 최전선에 있는 국회부터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박주헌 동덕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유류세, 전액 에너지 분야에 투자해야

정부가 휘발유, 경유 등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송용 석유제품에 붙는 유류세, 즉 교통에너지환경세 인하가 오는 10월로 종료되는 것을 감안해 내년도 세입에 그 상승분을 반영했다. 그동안 고유가로 물가에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해 휘발유, 경유, LPG 등에 적용되는 유류세율을 인하해 왔는데, 세율이 원래 수준으로 회복되면 내년도 교통에너지환경세 징수액이 올해보다 4조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예측이다. 정부는 내년 국세 수입 예산안에서 대표적인 세금인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수입을 올해보다 37.5% 증가한 15조3258억원으로 편성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특히 휘발유와 경유 등 두 가지 석유제품 사용때 부과되는데 이와 연동되는 교육세, 지방주행세, 부가가치세 상승분까지 감안하면 소비자 부담액은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1월 국제원유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며 강세 기조를 유지하자 정부는 11월 12일 유류세에 탄력세율을 적용해 20%를 한시적으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오히려 2022년 초에 100달러는 넘어서자 정부는 유류세율 인하 폭을 법정 최대치인 37%로 확대할 수 밖에 없었다. 올해 들어 경유, LPG 부탄 세율은 기존대로 유지하되 휘발유 세율 인하 폭을 25%로 낮춰 4월까지 적용했고, 8월과 10월로 두 차례 추가 연장을 적용하는 중이다. 이 한시적인 인하가 2년 만에 종료되는 것이다. 관련 법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리터당 각각 475원, 340원의 기본세율이 정해져 있다. 그리고 여기에 연동된 교육세 15%, 지방주행세 26%, 부가가치세 10% 등이 더해지는 구조다. 한편 LPG는 개별소비세를 적용받으며 kg당 252원의 기본세율 그리고 개별소비세의 15%인 교육세, 그리고 부가가치세 10%가 추가된다. 이에 따라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개별소비세율을 낮추면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도 동반 하락하고, 반대로 올리면 동반해 올라가는 구조로 설계돼 있는 데 이 세율은 탄력적으로 운용이 가능하다. 휘발유와 경유에 적용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COVID-19 기간에 차량 사용이 감소하며 소비가 크게 줄었던 2020년에도 13조2000억원이 걷혔는데 2022년에는 11조1164억원으로 더 줄었다. 세율 인하가 가지고 오는 효과가 상당함을 보여준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가 2024년에는 15조 3258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 지난 2년 동안 매년 거의 4조원이나 세금을 깎아준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더 걷힌다고 해도 에너지 분야에는 그리 득이 될 것이 없어보인다.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대부분이 다른 부처와 다른 분야로 돌아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 원상 회복으로 이득을 보는 분야는 교육, 환경, 교통, 재정 부문이며 에너지 분야는 극히 일부분만 활용이 가능하다. 지난 2년 동안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은 수십조, 수백조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으면서도 국내 소비자가격을 낮추는데 일조해왔다. 에너지 분야 공기업의 부채 증가 속도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의 10여에 달하며, 이제 적자상태가 아닌 에너지공기업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해당 추가 세원을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 해소 등 에너지분야에 사용할 것이라는 발표는 찾아보기 힘들다. 에너지 담당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예산 규모를 올해 대비 1.3% 늘어난 11조2214억원으로 편성했다. 이 중 에너지 분야는 올해 보다 10.3% 늘어난 4조7969억원이다. 에너지 분야의 정부지출 규모가 딱 교통에너지환경세 추가분 만큼이다. 산적해 있는 부채 문제에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와 새로운 전력인프라 건설, 거기에 기후변화대책까지 시행하려면 이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교통에너지환경세 추가분 4조원을 모두 에너지 분야에 쏟아부어도 모자랄 것이다. 에너지환경세 인상분을 모두 에너지 분야에 배정하는 특단의 조처를 기대하는 건 과연 억지일까? 하긴 아직 세율 인하 종료를 확정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제유가가 여전히 80달러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려올 가능성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게 전문기관의 전망이다.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에너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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