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6일(목)
에너지경제 포토

정훈식

poongnue@ekn.kr

정훈식기자 기사모음




[EE칼럼] 발등의 불 '극한 기상' 대응 특단 대책 서둘러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14 08:03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2023091301000692600032961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에너지문제 학습의 두 가지 논리적 기초는 석유를 포함한 천연자원의 고갈성(枯渴性)이론과 기후변화(Climate Change)이론이다. 에너지 시장의 동태적 변화와 위기 도래 가능성을 점검하는 고갈성 이론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인류복지 창출 주역이라는 논리적 기반을 따른다. 그러나 화석연료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의 주역이다. 이제는 기후변화 차원에서 풀어가는 경우가 많다. 기후변화 이론은 1992년 ‘지구를 건강하게, 미래를 풍요롭게’라는 명제로 열린 UN 리우정상회담이 시발점이다. 악화하는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지속 가능한 개발과 지구 동반자관계 형성을 국제규범화했다. 이보다 훨씬 오래전인 1947년 브라질에서 열린 서반구공동방위회의에서 채택하려다 미국의 소극적 대응으로 무산됐다. 이에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유럽은 독자적 전략구성 필요성에 공감했고 EC(유럽공동체·현 EU의 전신) 구성에 이르렀다. 이같은 유럽의 적극적 기후변화 방지 노력은 대기 온도를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2.5도 범위에서 유지한다는 2015년 파리협정체결의 바탕이 됐다. 우리는 기후변화대응 논리가 2차 대전 이후 미국 단극(單極) 체재를 변화시켜 현재의 다원적 세계질서 형성의 주요 요인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요즘은 기후변화보다 기상(氣象)변화가 중단기 관점에서는 많은 주목 받는다. 당연히 주요 학습 논리가 된다. 이는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100년 만의 폭우,태풍 등 극한 자연재해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플로리다주에 초강력 허리케인이 강타하고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 지역에는 기습적인 극한 폭우가 내렸다. 캐나다와 미국 서부 및 하와이 등에서의 대형 산불, 유럽의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의 극한 폭우 등이 발생했다. 극한 호우와 태풍,폭염 현상은 중국, 일본 등 아시아는 물론이고 인도, 사우디, 남부 아프리카 지구촌 전체에 걸쳐 확산일로다.

이런 비정상적 극한 기상은 주로 열대 태평양 지역에서 유난히 심각하게 발생한 ‘엘니뇨(El Ninos)현상 때문이란다. 남아메리카 페루 및 에콰도르의 서부 열대 해상에서 바닷물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이 경우 대기 상층부 온도를 높이고, 대류현상을 증대시켜 적도 바다 기온을 비정상적으로 높인다. 지구 기상시스템의 원격 소통이 과다하여 지구계 에너지 균형을 깨는 셈이다. 기온이 평년보다 1∼ 2도만 높아도 광범위한 기상이변 발생한다. 이 결과로 남미 아마존 지역과 호주, 인도와 아프리카 남동부 지역은 고온 건조 현상이 많이 발생하며 동부 아시아, 아프리카 북동부, 남미 남동부와 북미 남부지역은 습한 기후가 지속된다. 그 후폭풍은 가혹하다. 2018∼2019년에는 호주에서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고, 2014∼2016년엔 강력한 엘니뇨 발생으로 6000만명 세계인구가 식량부족에 시달렸다. 호주 대산호초도 1/3이 소멸했다.

유럽연합(EU)기후변화 통계(C3S)에 의하면 최근 몇 달은 1940년 공식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 세계 해수면 온도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지금의 기온추세는 파리협정의 준수 목표인 산업화 이전 평균보다 약 1.5도를 넘는다. 이에 따라 파리협정에 따른 기후변화 방지 노력은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점쳐진다. 앞의 기상 위기들이 집적돼 부정적 파급효과를 확대하기 때문이다. 기상 위기들이 결합· 집적돼 더욱 강력한 기후 위기로 영속화된다.

엘니뇨와 같은 단기·간헐적인 기상 위기의 영향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은 엘니뇨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올해 초에 발표된 스탠포드대학 연구에서는 1982∼1983년과 1997∼1998년 중의 엘니뇨는 각각 4조1000억달러와 5조70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 1982∼1983년 경기 하락은 미국 연준의 이자율 상승으로 이어졌고, 1997∼1998년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금융위기를 불러왔다. 이에 학계는 개발 도상국들에 대한 엘니뇨의 가혹한 폐해에 주목한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지구 중위도(中緯度) 국가들에 대한 부정적 효과가 매우 크다는 데 견해가 일치한다.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결국 고갈성자원과 기후변화,기상 특성을 종합할 때 전력 중심 에너지 체계가 급속히 진전되는 지금 세계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는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 전력은 급속히 증가하는 데 비해 전력망 안정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원자력, 석탄, 가스 발전과 같은 기저 발전이 감소하며 새롭게 수송부문의 전력수요 급증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이런 특징을 두루 갖추고 있는 만큼 미래 전력 계통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향후 증가할 비용 요소를 식별하는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신규 송배전망, 안정수급 유지 및 에너지 품질 등의 관리비용 등의 최적화를 위한 단중기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 연료가격 급등에 직면한 한국전력이 정부 규제의 영향으로 200조 원 넘는 부채가 누적된 것은 전략개선 필요의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 이런 차원에서 장기 차원 기후변화 전략에 치중해온 기존 정책 기조를 탈피해 단중기 기상변화 대응책 강구가 시급하다. 지금 책임질 일 없는 이념적 기후변화정책보다 화급한 기상악화에 대응하는 민생복지 중심 에너지·환경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