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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도시가스 사각지대 농촌 난방, 해법은 바이오 매스

작년 겨울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 고유가로 난방비가 폭탄을 맞았다. 국민들은 전년보다 50% 정도 늘어난 도시가스 요금 청구서를 받아들었다. 그런데 난방비 걱정은 도시보다 시골이 더 심하다. 지금은 읍단위까지는 도시가스(LNG)가 들어오지만 그 외 대부분의 농촌 지역은 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취사에는 석유가스(LPG)를 쓰고 난방은 석유나 LPG, 심야전력을 이용한다. 그래서 보통 때도 농촌지역의 난방비는 도시 가정보다 많이 든다.요즘 필자의 고향 인근 담바우마을인 충북 괴산군 장연면에는 바이오에너지를 이용한 지역난방 공사가 한창이다. 약 50억원의 국·도비 지원을 받아 방치된 초등학교 폐교부지에 목재칩 보일러와 가스화 발전설비를 갖추고,인접한 장암리와 신대리 50여가구에 열배관을 연결하는 한편 가구마다 열교환기를 설치해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공사다. 여기에 쓰이는 연료(목재칩)는 괴산군에서 군유림 간벌 등을 통해 공급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바이오매스가 가정의 주 연료였다. 60대 이상에겐 어린 시절 산에 가서 나무를 하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 결과 당시 우리나라 마을 주변의 산은 모두 민둥산이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가정의 연료는 연탄과 석유로 대체됐다. 부엌에는 석유곤로가 취사를 담당하고 아궁이에선 구공탄이 장작을 대신했다. 1986년 평택 인수기지에 첫 입항한 천연가스(LNG) 보급은 늘어나는 아파트 단지를 시작으로 단독주택까지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제 가정 연료의 총아는 명실상부 도시가스의 시대가 됐다. 가정 연료의 변화는 황토빛으로 먼지를 날리던 민둥산을 푸르른 숲으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 이제 동네 야산은 우거진 잡목으로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밀림이 됐다. 등산로를 따라 산을 타다가 자칫 벗어나면 산중에서 헤매기 일쑤다. 잡목 숲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산림청에서는 해마다 벌목을 통해 수종을 개량하기도 하고 잡목을 걷어내는 간벌을 한다. 새롭게 연료로 복귀하고 있는 바이오매스는 이전과 활용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재래식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아궁이나 화덕에 바로 나무나 짚 등을 태워서 용기를 데우거나 방을 덥히는 방식이라 열효율이 5~8%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목재칩을 만들어 보일러 연료로 쓰거나 가스화해 연료로 사용하므로 열효율이 높고 배기 중의 오염물질 관리도 가능하다. 그래서 현대적인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분류한다. 그렇다고 바이오에너지가 항상 재생에너지인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연간 재생산 범위 내에서 채취가 이뤄져야 한다. 해마다 자라는 식물량이 채취량을 따라가지 못하면 예전처럼 민둥산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재생에너지로 분류한 중요 근거인 기후변화 저감 연료라는 점은 전주기 탄소배출을 평가해 인정해야 한다. 바이오매스는 성장 과정에서 탄소를 흡수하고 분해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므로 ‘탄소중립적’이다. 해외에서 수입하는 목재칩은 해상 운송 에너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탄소중립의 범위를 크게 벗어난다. 그래서 국제바이오에너지파트너십(GBEP)에서는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과 임산자원의 수확 수준 등 24개 환경·사회·경제적 요인을 고려해 바이오 에너지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것을 권고한다.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바이오매스의 중요한 장점의 하나는 바로 ‘자립에너지’라는 점이다. 사용하는 에너지의 94%, 연간 250조원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자립에너지의 수입대체 효과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더불어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즉시 대응이 가능한 에너지라는 점도 장점이다. 담바우 마을의 지역난방과 발전은 마을 주민들이 결성한 협동조합에서 운영한다. 에너지 소비의 핵심 시설을 주민이 직접 소유, 운영하는 것은 지역경제의 커다란 변화를 의미한다. 일방적으로 화석연료와 원자력에너지를 사용하던 소비자에서 에너지 생산자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외부로 유출되던 재화가 지역경제 내에서 순환하게 된다. 지역난방의 운영이 정착되고 경험이 쌓이면 지역에서 다른 에너지 산업으로 확대할 수 있다. 우선 필요한 것은 축산농가의 폐기물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일이다. 축산폐기물의 해양 투기가 금지된 2012년 이후 폐기물 처리는 축산농가와 정부의 비용이다. 하지만 축산폐수의 가스화를 통해 에너지를 추출하고 나머지로 액비를 만들면 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나아가 협동조합이 주체돼 공공시설이나 공유지에 태양광 설비를 운영하면 안정적인 농가 수입은 물론 자립에너지 증가로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농촌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은 전기농사와 다름없다.담바우마을을 비롯해 횡성, 완주, 양평에서 진행되고 있는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이 주민들의 참여로 성공적으로 운영돼 지역 에너지 산업의 성공모델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EE칼럼] 국제감축 활성화를 위한 그린ODA의 역할

올해 4월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달성과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국가 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는 NDC(국가탄소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전환, 산업, 국제 감축 등 부문별 감축목표를 조정했다. 감축 준비가 안된 산업 부문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목표를 낮췄고,국제 감축 부문은 2030년에 3750만톤을 확보해야 하는 상향 목표치를 부여받았다. 당시 파리협약 6조2항에 기반해 우리 정부와 양자협력을 맺은 국가는 베트남 한 나라 뿐이었다. 오랜 기간 준비해온 덕분에 20개 이상의 국가들과 양자협약을 맺어 국제 감축으로 10년간 1억톤을 NDC 목표에 활용하겠다고 제시한 일본에 비해 터무니없이 준비가 안된 건 사실이었다. 양자협력 대상국 확대, 시범사업 추진, 예산 마련 등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항들이 다행히도 매우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외교부의 노력으로 몽골, 가봉, 우즈베키스탄, UAE와 협약을 체결했고 페루, 모로코와는 체결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 20여개국을 우선 협력국으로 정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동시에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는 감축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진출을 지원할 시범사업 추진을 진행하고 있다.그런데 지금은 우리의 속도감을 반감시키는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6조2항 양자협력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먼저 상대국과의 상응조정, 즉 온실가스 감축량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양국 간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세부 지침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개도국들은 이를 위한 법령이 부재하고, 등록부 등을 마련할 역량 또한 부족한 상황이다. UNFCCC는 6조2항 사업 준비를 위해 개도국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개도국들이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은 또 다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필자가 2018년 기업들과 함께 미얀마에서 UN의 CDM(청정개발메커니즘) 사업을 진행할 때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고효율 쿡스토브 보급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산정하려면 땔감 사용량을 절감해 산림의 황폐화를 얼마만큼 방지했는지를 입증해야 했다. 당시 미얀마는 UN에 공식적으로 제출할 수 있는 산림 면적에 대한 통계 구축이 안돼 있어 베이스라인 선정이 어려웠다. 결국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 미얀마 산림청과 함께 1여년간 국가 통계작업을 지원할 수 밖에 없었다. 예상치 못한 일로 사업지연이 발생했다. 지금 6조2항 사업을 진행하며 발생하는 문제점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도 제도를 준비해 추진하는 상황인데, 개도국 역시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라 인프라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결국 역량 강화가 동시에 뒷받침 돼야 한다. 파리협약 6조8항 비시장 메커니즘이 위와 같은 상황에서 6조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ODA등을 활용해 지원하는 모든 것이 포함됨을 의미한다. 미얀마 사업은 기업들과 논의해 즉각적인 지원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ODA는 사전에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지원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계획돼 있는, 또는 앞으로 수립할 그린ODA 계획이 국가 NDC달성을 위해 추진하는 국제 감축사업과 전략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앞서 언급한대로 현재 발생한, 앞으로 예상되는 개도국들의 어려움들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시의적절한 역량강화 지원이 ODA를 통해 뒷받침돼야 한다. 당장 베트남 정부는 6조2항 추진을 위한 법령 수립을, 우즈베키스탄은 ITMO 잠재량 파악에 대한 지원을 우리 정부 또는 국제사회에 요청하고 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개도국 온실가스 통계 구축 역량지원을 해왔고, 역량강화를 위한 지식공유 사업은 오랫동안 정부가 ODA를 통해 지원해왔던 경험이 있다. 지금은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이런 사업들을 잘 취합하여 국제감축 추진을 위해 협의되고 있는 중점협력국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지원해 사업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국제감축 사업은 궁극적으로 국내 기업의 기술 협력을 통해 개도국의 녹색성장을 지원해 글로벌 기후대응에 기여하는 사업이다. 불합리한 관행이 있다면 과감히 깨고 우리와 개도국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개도국의 역량 인프라를 만들어주는 것이 그린ODA의 핵심이다.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EE칼럼] 신규 원전, 해법은 이익공유 모델

전남 신안군의 인구가 증가했다. 1004개 섬을 보유하며 인구 고령화와 지방소멸 위기 고위험군에 포함됐던 신안군의 인구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한 것이다. 인구 증가는 전국 최초로 시행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 효과다. 쏠라시티발전소가 자리잡은 안좌면은 38명, 이웃한 지도읍은 51명의 인구가 순 유입됐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태양광 이익공유 정책이 인구 유입에 획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만 30세 이하는 전입 때 바로 태양광 배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 청년층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경제적 인센티브와 인구유입의 인과관계를 설명했다. 신안군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는 다른 지역 재생에너지 발전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군산시와 서부발전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새만금육상태양광 2구역 사업, 지역 번영회와 이익공유 및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지원하는 한국난방공사의 강원도 정선 태양광발전소, 적극적인 지역사회 참여를 이끌어낸 남동발전의 ‘해창만 수상태양광’ 등 사례는 수 없이 많다. 이제는 지역상생 모델이 재생에너지 사업의 기본이 됐다. 이익 공유제는 지역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한 공기단축과 금융비용 절감, 지역업체의 사업참여 확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익공유 약속이 없는 양수발전소도 비슷하다. 전체 인구가 1만6000명으로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경북 영양군은 양수발전소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범 군민 유치위원회가 설립됐고, 지난 8월에는 양수발전소 유치를 위한 릴레이 캠페인을 벌였다. 수 백억원의 지역발전 지원금 확보, 연간 14억원의 지방세 수입등 직접적인 혜택과 함께 장기적으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10여년 전 영양댐 건설이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은 ‘옛날 얘기’가 됐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이익 공유, 지역상생 컨셉트의 효시는 아니다. 십 수년 전 국내 굴지의 기업들은 원전사업의 민간 참여를 추진했었다. 전문인력을 스카웃하고 회사 내에 원전사업 조직을 만들었으며, 민자원전 타당성 용역을 발주하는 등 대대적으로 투자를 단행했다.2030년까지 신규원전 규모가 400여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던 시기였다. 당시 필자가 정부에서 위탁 받아 수행한 과제가 ‘원전산업 선진화를 위한 민간참여 타당성 연구’다. 몇 가지 방안이 검토됐지만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호응을 받았다. 대안의 핵심 중 하나가 원전사업을 개방해 SPC에 지자체(주민)를 포함시키는 것이었다, 지자체가 부지 제공 등의 투자를 통해 주주가 되고 발전소 운영기간 동안 이익을 공유할 수 있게 하자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로 이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후쿠시마 사고 후 12년이 흘렀다. 기후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에너지안보와 탄소배출 저감, 변동성 재생에너지의 보완 수단으로서 원전이 재평가되고 있다. 우리도 ‘실행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믹스 재정립’을 목표로 원전을 중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조기착수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원전이 반영될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다. 11차 전기본에 신규원전이 반영되면 당장 착수해야 하는 일이 지역의 수용성을 전제한 원전입지확보다. 원전 수용성이 예전보다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지역 이장협의회의 원전유치 플래카드가 걸리고 자생적 친 원전시민단체가 생겼으며 반원전 시위에 맞불 집회가 열리는 것도 전에 없던 일이다. 혁신형 SMR 국회포럼은 SMR 선두주자와의 격차를 해소하고 조기에 사업화를 추진하려면 SPC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10여 년 전 필자의 구상과 같다. 굳이 이익공유, 상생 등의 용어를 쓰지는 않지만 세계적으로도 원전 소유형태는 국영, 공영, 민간 또는 혼합형태가 혼재 할 뿐 아니라 소유와 운전이 분리돼 민간 또는 지자체가 원전사업에 지분참여할 수 있다. 과제 수행 당시 에너지 전문변호사의 자문보고서 중 일부이다. "현행 전기사업법 하에서 전력산업에 대한 민간의 참여는 동법이 정하는 허가의 요건을 구비하는 한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그밖에 원자력안전법 등에서도 발전용 원자로 등의 건설허가는 공기업에 국한하지 않는다." 이는 법률적 관점에서 지자체나 민간의 원전산업 참여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이익 공유, 지역상생 모델이 재생에너지 사업의 전유물은 아니다.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EE칼럼] 영화로 본 에너지 이야기

타노스(Thanos)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미국 영화 시리즈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인물로 마법의 돌 여섯 개를 구해 손가락을 튕겨서 전 세계 생명체의 절반을 없애버린 악당이다. 타노스에 맞서는 어벤져스는 타노스가 마법의 돌들을 모으지 못하게하려고 힘을 합친다. 이를 위해 최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하고 자신의 희생도 불사한다. 타노스 같은 악당들은 여러 영화에서 자주 등장한다. 해괴한 과학기술을 사용해 수많은 사람을 희생으로 몰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악당들이다. 007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 킹스맨 시리즈의 악당들도 이런 부류다. 그런데 문제는 타노스가 왜 이렇게 무자비하게 생명체의 절반을 없애려고 하였는가이다. 그 원인은 타노스가 살던 고향별이 다름이 아닌 자원고갈과 환경파괴로 인해 망했기 때문이다. 타노스가 그 해결책, 그러니까 동족의 절반을 없애자는 방안을 제시하였으나 고향별의 지도자들이 듣지 않아 결국 별이 망하게 되자, 이제 자신이 직접 나서서 세상이 망하는 것을 막아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어벤져스의 원작이 1950~1960년대에 제작된 마블(Marvel)사가 제작한 만화인 점을 고려하면 그 시절에도 자원고갈과 환경파괴 이슈가 주요 이슈였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타노스가 자기가 찾은 여섯 개의 스톤을 사용해 인류의 절반을 죽이는 짓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자원고갈과 환경파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섯 개의 마법의 돌 중 하나인 테서랙트(스페이스 스톤)는 아예 청정한 에너지를 무한에 가깝게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영화에 나온다. 다른 스톤들도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마법의 돌들을 잘 사용했다면 얼마든지 모든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대를 옮겨 한국 영화 ‘설국열차’로 가보자. 영화의 배경은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사람들이 살 수 없게 된 지구에서 단 하나의 열차만 생태계가 살아있고 그 열차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줄거리다. 그런데 왜 지구가 그렇게 추워졌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재미있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방법이 지나쳐 지구의 온도를 너무 낮춰 버렸다는 설정이다. 인공적인 방법으로 너무나 차가워진 지구는 영화의 막바지에 가서야 스스로 생태계가 작동해 생명체가 살 수 있을 정도로 따스해진다. 일본의 대표 만화영화 작가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기 히트작인 ‘미래소년 코난’은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해 만든 초자력 무기로 지구가 파괴된 상황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 속에 인공위성을 통해 태양 빛을 반사해 높은 밀도의 에너지를 무한정 생산하는 시설인 삼각탑은 현대의 기술로 태양열발전소다. 007 영화의 고전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에도 악당이 비슷한 시설을 사용해 막대한 자본을 축적한다. 그런데 만화영화에서 이 삼각탑을 움직이는 비밀을 알고 있는 라오 박사는 코난 등 주인공들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찬양하지 않고 오히려 그 무서움을 일깨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삼각탑은 악당과의 전투와 지진으로 결국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주인공들은 새로운 마을을 찾아 떠난다. 위의 영화들을 물론 여러 다른 영화들에서도 영화인들은 강력하고 무한한 에너지원은 전쟁과 파괴의 원인으로, 여럿이 협력해 얻을 수 있는 작은 에너지원은 좋게 그리고 있다. 아무리 청정해도 에너지원의 힘이 무한대가 되면 결국 지구를 멸망시키는 동력원이 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앞으로도 인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에너지 생산 및 사용 방식만으로는 영화에 나타난 문제들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세상이 모두 영화 같지는 않지만, 인류가 함께 노력해 그 해결책을 찾고 오랫동안 같이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EE칼럼] 멀고도 험난한 원전 정상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신한울 2호기가 드디어 내년 4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끊임없이 어깃장을 놓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결국 마음을 바꿔 지난 7일 신한울 2호기의 운영 허가를 승인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 허가를 신청한 지 무려 10년 만이다. 2018년 4월부터 가동을 시작하려던 당초 계획에서 6년이나 미뤄지면서 한수원은 엄청난 손실을 떠안았다. 신한울 1·2호기의 가동 지연으로 발생한 직접적인 손실만 9조2000억원에 달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4500만톤에 달하는 온실가스 저감 효과도 날아갔다. 문재인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인 망국적인 ‘탈원전’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신한울 1호기와 2호기의 가동이 예정보다 각각 68개월과 72개월이나 지연됐고, 신고리 5·6호기와 신한울 3·4호기의 공사도 늦어지고 있다. 원전 건설·가동의 지연은 파국적인 한전 적자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다.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한전이 kWh당 평균 정산 단가가 무려 76.9원이나 더 비싸고, 구입가격도 불안정한 LNG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탈원전을 정당화하려고 의도적으로 축소한 전력 수요 예측도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작업’을 기반으로 올해 1월에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36년까지 필요한 전력 설비용량을 143.9GW로 전망했다. 그런데 정부가 기술 패권 시대에 우리의 생존을 걸기 위한 먹거리로 적극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반도체·이차전지 등의 첨단산업은 막대한 전력 수요를 전제로 한다. 삼성전자 등이 용인에 조성할 세계 최대의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최대 10GW의 전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더욱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도 만만치 않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마련 중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전력수요의 전망을 획기적으로 현실화하고,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신규 원전의 추가 건설은 불가피하다. 원전 추가건설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국제 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주민 거부감이 심한 원전 부지를 확보하는 일부터 간단치가 않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지 후보지를 해지한 대진·천지 원전 부지를 다시 확보하는 일부터 만만치 않다. 주민 설득에 필요한 비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부지만 확보한다고 곧바로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형 원전 APR-1400의 경우 원전 1기를 짓는 데 5조원이 넘게 든다. 건설에 소요되는 기간도 10년이 훌쩍 넘는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한 시점부터 따지면 원전의 기획·건설 기간은 20년이 넘는다.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처음 담겼던 신한울 3·4호기는 2032년에야 준공 예정이다. 그동안의 물가상승률도 고려해야 한다. 심각한 자본 잠식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재정 상태가 악화된 한전의 입장을 고려하면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노후 원전의 계속 가동 문제도 발등의 불이다. 고리 2호기를 비롯해 2030년까지 10기의 설계수명이 종료된다. 한수원이 설비 안전성을 평가하고, 원안위의 심사를 끝내는 데만 2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노후 설비를 교체하고, 주민 의견을 수렵해서 운영변경 허가를 받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탈원전을 앞세워 백지화한 연장 가동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원전을 완공해도 곧바로 소비자에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발전소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송전망을 깔아야 하지만 주민수용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현재 동해안 지역의 발전 용량은 이미 송전 선로의 용량인 11.4GW를 훌쩍 넘어선 15.5GW에 달한다. 여기에다 신한울 2호기의 가동이 본격화되면 상황은 더욱 절박해진다. 동해안과 신가평을 잇는 송전선로는 2025년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주민 반대와 인허가 지연으로 15년째 답보상태다. 6년이나 걸린 밀양 송전탑 건설 때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정도다. 방사성 폐기물 영구처분시설의 건설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안이다. 현재의 습식 저장시설은 2028년부터 고리 원전을 시작으로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월성 원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건식 저장시설이라도 서둘러 확대해야 하는 형편이다. 전력 다소비 업종인 제조업이 국가 중추산업인 데다 반도체,바이오,AI 등 첨단산업을 장착해야 하는 한국의 경제 현실에서 전력은 단순한 에너지를 넘어 경제혈류이며 국가안보다. 그 핵심이 바로 원전이다. 원전 확충은 정부와 한전만의 일이 아니다. 원전 생태계 회복과 시설의 적기 확충에 국민 모두가 동참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E칼럼] 글로벌 녹색 중추 국가 도약을 위한 과제

지난 9월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 연설에서 언급하였던 그린 ODA(공적개발 원조)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기후 위기에 취약한 개도국을 지원하기 위해 기후변화 개도국 지원 금융기구이자 우리나라에 본부를 둔 녹색기후기금 (GCF)에 3000억 달러의 공여금 지원을 다시 확인했다. 또 그린 ODA를 통해 재생에너지, 원전, 수소와 같은 고효율 무탄소에너지 (CFE·Carbon Free Energy)를 국제사회의 누구나 폭 넓게 활용하도록 오픈 플랫폼인 ‘CF 연합 (Carbon Free Alliance)’을 결성하겠다고 천명했다. 녹색항로를 적극 개척하겠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엔총회에 앞서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에 공여금 기여, 녹색기술과 인프라 분야에서 개발도상국 지원을 통한 국제사회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녹색 사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유엔총회에서 밝힌 우리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의지는 국제사회의 녹색 중추국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사실, 우리 정부의 국제사회 기후변화 대응에서의 선도적인 역할은 과거 녹색성장 정책 추진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과도 궤를 같이한다. 그 당시 정책-금융-기술의 녹색 트라이앵글을 구축하기 위해, 개도국을 지원하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GGGI) 설립을 주도했고, 유엔 기후변화 금융기구인 녹색기후기금 (GCF)을 유치했으며, 녹색기술 정책을 담당하는 현재의 국가녹색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개도국 지원을 위해 동아시아 기후파트너십이라는 ODA 프로그램도 추진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 하에서는 10대 기후기술을 정해 지원하고, 다소 급하고 무분별하게 외국사례를 받아들인 면은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은 기후변화가 국내 정책에서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게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의 우려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글로벌 녹색 중추국가 추진을 위해서 앞으로 몇 가지를 좀 더 보완해야 한다. 첫째, 현재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분야의 개도국 지원은 정부가 주도하는 ODA의 영역에서 민간부문과의 협업을 강조하는 혼합금융(Blended Finance)으로 옮아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많은 개도국은 정치적, 제도적 위험이 많은 데다 최첨단 기술을 개발해 시행하기에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교육훈련과 함께 향후 민간부문이 개도국에 진출해 많은 기여를 하고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의 ODA 기관들은 아직 이런 역할을 중심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미비하다. 둘째, 국제사회에서 국제사회의 규범과 연대를 강조하는 중추국가로서 기후변화 분야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의 규범과 연대가 이뤄지는 중심에서 우리 역할을 키워가야 한다. 바로 인류 역사상 뉴욕을 제외하고 가장 큰 정상회의 3개가 모두 열렸던 유엔기후변화협약 체제를 중심으로 G20 등 관련 협력체제를 활용해야 한다. 기후통상 국가인 우리의 글로벌 녹색 중추국가의 실현의 출발과 끝은 이런 유엔 등 다양한 다자체제의 기후변화 관련 다양한 메커니즘을 활용하면서,인도·태평양 전략 등 구체적인 지역 및 소다자 체제를 통해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와 녹색기후기금 등 우리가 주력하는 대상 협력기구들과의 협력의 초점은 우리의 가치와 표준을 글로벌 표준으로 만드는데 두어야 한다. 우리의 가치와 표준이 들어가지 않은 기여금 증액은 공허하다. 유럽과 미국이 주도하는 가치와 표준을 만들어 가는 국제기구에 금전적 기여만 한다면 중추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위상 정립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표준과 가치를 국제사회에서 드높이는 글로벌 녹색 중추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져 가는 하루하루가 되기를 기대한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E칼럼] 조삼모사(朝三暮四) 전기요금 정책 안된다

글로벌 에너지시장과 금융시장은 한국 상황을 별도로 배려할 이유가 없다. 유가는 100달러를 넘볼 기세로 치솟고 있고 천연가스는 역대 최저 수준이라 더 이상 내려갈 여력 없이 상승 힘만 잔뜩 축적해놓고 있다. 제롬 파월의 미 연준은 당분간 금리인하가 없으며 연내 추가적인 금리인상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고금리 추세는 당분간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할 수도 있다는 섬뜩한 경고도 내놨다. 한국 경제를 둘러 싼 상황이 녹록치 않다. 한미간 금리 역전으로 외국자본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고, 여기에 추가한 채권가격 상승으로 자본흐름의 동맥경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요동치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의 가계 부채 위기로 이어지고, 이것이 미분양 증가와 함께 건설사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의 부도는 주택공급 위축으로 연결돼 장기적으로 수급불균형을 초래해 집값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 회사채발 구축효과는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한계상황을 금융시장에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 억제는 더 이상 한전이나 전력시장만의 이슈로 머무르지 않는다. 작년에 급등한 에너지 가격으로 40조원에 달하는 적자가 발생했는 데도 전기요금을 현실적 수준으로 올릴 수 없어서 한전은 회사채를 이미 대폭 발행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초우량 채권인 한전채의 발행이 시중 일반 회사채를 외면케하는 이른 바 구축효과를 경험했다. 최근 시중에서 은행채 발행 규모 역시 큰 폭으로 늘었다. 은행채 순발행액은 지난 8월 약 4조원에서 이달에는 7조원을 넘어섰다. 한전채와 더불어 우량채권인 은행채 순발행 증가는 시장금리를 상승시키고, 이는 가계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의 이자비용 부담증가로 이어진다. 작년 말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전기요금 정책은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기초했다. 연초에 당정은 2023년 새해 물가 전망을 ‘상고하저’라는 시나리오 아래서 전기요금 인상폭을 제한했다. 하지만 하반기에 오히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어 한전 부채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정부예산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200조원의 한국전력 부채를 최우선순위로 관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거시금융, 통상, 심지어 국민의 노후 밥줄인 연금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국민연금이 한국전력 주식의 6.59%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가해 미수금으로 역시 천문학적인 적자를 껴안고 있는 한국가스공사의 부채도 해결돼야 한다. 금융과 부동산, 에너지·전력 시장 간에 이와 같은 연결성 복잡계는 한 부문에서 촉발되는 네거티브 충격이 걷잡을 수 없는 전방위적이자 총체적인 위기로 확대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더 이상 전기요금 인상을 미적거리면서 이미 한계상황에 있는 이들 시장 상황을 추가적으로 악화시키는 오판을 내려서는 안 될 것이다. 내년 총선을 의식하는 정치권이나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정부의 고심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 억제로 해결될 수 있을 만큼 우리 경제의 체력이 더 이상 튼튼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전기요금 인상이 억제될 때에 각 가정에서 전기요금은 몇 천 원 절약할 수 있겠지만, 한전채 발 금리상승의 이자비용 부담은 수만 원에서 십 수만 원으로도 증가할 수도 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전기요금 인상 관련 소득취약계층이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는 선별적인 비용부담 완화 정책을 펴면된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재난지원금 등도 선별적으로 집행한 IT 강국인 한국에서 전기요금을 굳이 보편적 복지와 공공요금 규제 수단으로만 이해할 필요는 없다. 정책의 파급효과는 복잡한 연결고리를 타고 승수효과에 의해 훨씬 큰 규모로 뜻하지 않은 곳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앞 주머니로 전기요금은 덜 내지만 알게 모르게 뒷주머니로 이자비용을 더 부담하게 하는 ‘조삼모사’의 전기요금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김성우 칼럼] 자발적 탄소시장, 본질은 투자다

지난 6월 마이런 숄즈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향후 탄소배출권 시장이 큰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파생금융상품 가격의 이론적 기준을 만든 그는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탄소배출권은 탄소감축 실적을 제3자로부터 인증 받아 이를 주식처럼 거래하도록 만든 가치상품이다. 이는 저탄소 연료로의 전환, 재생에너지 생산, 삼림 보존 및 조성, 탄소 포집·저장·활용 등을 통해 회사 밖에서 탄소를 감축한 경우도 포함되기 때문에 회사 배출량을 상쇄하는데 활용되기도 한다. 숄즈 교수는 다만 탄소감축 실적을 인증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탄소배출권은 유망한 수단이지만 엄격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글로벌 탄소시장은 정부가 감축을 의무적으로 규율하는 규제적 탄소시장(Compliance Carbon Market)과 민간이 자발적으로 감축을 주도하는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으로 대별된다. 모건 스탤리는 자발적 탄소시장의 경우 2022년 기준 20억달러에서 2030년에는 1000억달러로 50배 가량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기술적·비용적 한계로 회사내 감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선언한 ESG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증 기준이 비교적 유연하고 비용도 저렴한 자발적 탄소배출권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규제적 탄소시장에서 인정되지 않는 신기술 개발 및 제품 혁신을 통한 탄소감축도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는 점도 감안했다. 보스톤 컨설팅이 2022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0개 글로벌 기업리더 중 응답자의 52%가 2030년까지 탄소관리 포트폴리오에서 자발적 탄소배출권의 비중이 압도적일 것이라고 응답해 이를 뒷받침 한다. 국내에서도 올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자발적 탄소시장 활성화를 위해 감축실적 인증을 시작했다. 증권사들도 경쟁적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거래를 중개하는 업무뿐만 아니라 감축사업 투자, 거래 플랫폼 운영 및 파생상품 거래까지 확장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에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대한 자기매매 및 장외거래 중개업무‘를 부수업무로 신고한 증권사는 이달 현재 9곳이다.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 10곳 중 7곳은 자발적 탄소시장이 탄소감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의 문제 제기 흐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인증된 배출권의 감축실적에 대한 진위여부다. 지난 8월 캠브리지대학 과학자들은 사어언스지를 통해 자발권 탄소배출권을 발급한 세계 26개 산림전용 및 황폐화 방지 사업을 분석한 결과 실제 감축량과 인증된 감축실적간에 차이가 크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선물거래위원회도 환경사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올 여름부터 탄소시장 사기에 대해 신고를 받고 있다.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주도적으로 구매해 왔던 델타항공, 네슬레, 케링 등 글로벌 기업들도 최근 배출권 사용을 중단하거나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탄소가격도 올 6월 기준 톤당 8.2달러로 지난해 8월 대비 약 11%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민간 주도의 자율 감독기구들은 지난 3월 자발적 탄소배출권 인증·판매 핵심원칙을, 6월에는 구매·사용 실무수칙을 각각 내놨다. 배출권 공급자에게 제3자 검증과 추적을 요구하고, 구매자에게는 회사의 기존 감축목표를 초과 달성한 부분에 배출권을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유의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발적 탄소배출권의 품질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감축실적을 인증하는 기관이 충분한 경험과 권위를 갖고 있는지 살피고, 스스로도 품질을 판단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 둘째, 자발적 탄소배출권은 회사내 감축노력에 추가되는 보조적 수단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회사내 감축노력이 우선이고, 이 노력이 배출권의 활용으로 희석되거나 가려지지 않아야 한다. 셋째, 자발적 탄소시장 참여를 통해 얻는 효용과 함께 감축책임 측면의 비용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감축투자 과정에서 수익이 수반될 수는 있지만 본질은 감축 비용의 투자다. 고품질의 배출권을 보조적 수단으로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것이 슬기로운 자발적 탄소시장의 활용법이다.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E칼럼] 버려지는 신재생에너지,속도조절이 답이다

에너지자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깨끗한 에너지원인 전력이 아깝게 버려지고 있다. 전력당국은 전력 수요는 줄어드는 데 비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크게 늘어나는 봄, 가을철에 전력이 남아도는 것을 막기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전력망 접속을 차단해 전력 공급을 강제로 제한하고 있다. 이른바 출력제어(curtailment)다. 전력 공급과 수요가 시간적,지리적으로 불일치할 때, 이로 인해 야기되는 전력계통의 전압 및 주파수의 불안정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수요가 적은 제주지역의 태양광 발전 출력제어 횟수는 2021년 1회에서 지난해 28회, 올해는 132회(8월 기준)로 급증했다. 풍력 발전도 출력제어 횟수가 2019년 46회에서 2020년 77회, 지난해에는 104회로 늘었다. 출력제어 사례는 제주 뿐 아니라 전국 태양광 설비의 40%가 집중된 호남 등 다른 지역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출력제어가 더욱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 일주일 후부터 시작되는 추석, 임시휴일, 개천절 연휴로 인해 산업용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줄어주는 데 실효 전력 설비용량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더욱 늘어 날씨가 맑으면 계통불안정성을 막기 위해 출력제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당국은 올 가을 최저 전력 수요가 여름철 피크 수요의 3분의 1 수준인 32GW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4월 기록한 역대 최저 전력 수요 39.5GW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최저전력 수요 하락은 태양광을 중심으로 계량기에 잡히지 않는 자가용 발전(BTM: Behind the Meter)이 증가한데 적지 않은 원인이 있다. 출력제어는 이용할 수 있는 전력을 버리는 것인 만큼 경제적으로 낭비다. 출력제어로 전력을 판매할 수 없게 된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은 사실상의 ‘영업정지’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정부와 한국전력, 한국전력거래소 등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잉여전력 문제의 심각성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계획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정격 설비용량은 올해 32.8GW에서 2030년 72.7GW, 2036년 108.3GW로 크게 늘어난다. 전체 설비용량에서 차지하는 신재생에너지의 비중도 같은 기간 22.1%에서 36.7%, 45.3%로 높아진다. 전력 수급의 미스매치인 상황에서 잉여전력을 흡수할 수 있는 기술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버려지는 전력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계통의 확충이다. 전력을 생산해도 이를 수용할 송·변전 설비가 없으면 전력을 공급할 수 없고, 결국 전력은 버려지게 된다. 문제는 계통을 확충해야 할 주체인 한전이 막대한 부채로 투자할 여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2036년까지 송변전망 확충에 소요되는 자금은 56조원에 달하지만 지난해 이후 40조원이 넘는 누적 영업적자에다 채권발행 잔고가 77조원에 달하는 한전으로선 이를 감당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젼력이 남아돌 때 이를 저장해 놓았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ESS(에너지저장장치) 보급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ESS는 화재, 폭발 위험 등 기술적 취약성을 갖고 있고, 설치 비용이 비싸다는 한계가 있다. 태양광 잉여 전력을 수소 생산에 사용하는 것도 한 대안이다. 그러나 태양광 전력의 간헐성 때문에 전기분해 설비의 이용률이 저조하고 이로 인해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있다. 대용량 데이터를 수집, 저장, 처리하는데 막대한 전력이 소비되는 데이터 센터 설립과 운영을 통해 잉여전력 문제를 푸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지난해 9월 현재 국내에서 운영중인 147개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는 176만 kW로 최대전력 부하인 9110만 kW의 1.93%를 차지한다. 2029년까지 구축될 630여개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신재생에너지 잉여전력으로 충당한다면 잉여전력 문제도 상당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잉여 전력이 발생하는 낮 시간대의 전기요금을 인하해 전력사용을 촉진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잉여전력 사용자에게 요금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플러스 DR(Demand Response)이 좋은 예다. 전력 수급의 시간적, 지리적 불일치를 해소할 수 있는 실시간 전기요금제나 지역별 차등요금제 등도 잉여전력을 해소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다. 잉여전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요조절 뿐 아니라 공급능력을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태양광발전소를 무턱대고 더 짓는 것보다는 계통제약을 고려하면서 수용가능한 범위내에서 지어야 한다. 먼저 2036년 108.3MW로 설정된 신재생에너지 설비 정격용량 목표부터 재조정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무리하게 늘리기 보다는 또 다른 무탄소 전원인 원전, 수소, CCUS 등과 균형을 맞추며 적절한 속도로 늘려야 한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E칼럼] 한전 적자해소 의지있나?

한국전력의 부채가 200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9년 128조7000억원이던 한전 부채는 올해 상반기 기준 201조4000억원으로 2년 반만에 56.4%나 불어났다. 정부가 바뀌고도 지난 1년간 9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이 내야 하는 하루 이자만 70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흑자를 보면 전력요금 인하 압박 때문에 발전자회사에 전력대금을 넉넉히 준다. 반대로 적자 때는 발전자회사에 주는 전기값에 인색해진다. 즉 발전자회사라는 버퍼를 최대한 활용하고도 이 정도의 적자라는 것은 수치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말한다. 한전은 지난 5월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적자규모는 줄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한전이 여러 가지 자구책을 마련해 긴축을 하는 데도 적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전력시장의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 2017년 1kWh당 전력생산단가는 원자력이 60원, 석탄 80원, 천연가스 120원, 재생에너지 220원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연료비의 인상으로 전력 생산단가가 원자력 52원, 석탄 158원, 천연가스 239원, 신재생 289원으로 조정됐다. 원자력은 줄고 석탄과 천연가스,재생에너지 모두 올랐다. 이 가격표에서 보듯이 원전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이면 한전의 전력구매 비용은 5배로 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변동성과 간헐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력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전력저장장치(ESS) 등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고 여기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한전이 아무리 아껴도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려서는 적자를 면할 수 없는 구조다. 당장 원전을 늘리는 것은 이미 실기한 듯하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원전 건설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신규원전을 넣겠다고 했지만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부지확보를 위한 노력을 선행하지 않는 것을 감안할 때 정부의 신규원전 건설계획은 ‘립서비스’에 그칠 것 같다. 지난 20여년간 10차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단 한번도 전력수요를 과다예측한 적이 없다. 전부 과소예측이다. 전력수요를 과소예측하면 몇 년 후 부족분을 급하게 증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건설기간이 짧은 천연가스발전소 밖에 대안이 없다. 반면 전력수요를 과다예측하면 몇 년 후 잉여부분을 감축해야 하는데 역시 천연가스발전소가 감축된다. 원전이나 석탄발전소는 건설기간이 길어서 이미 착공됐기 때문이다. 즉 전력수요를 과소예측하면 천연가스발전소가 늘어나고 과다예측하면 기저부하인 값싼 발전소가 늘어난다. 2000년도 이전에 한전이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할 때는 과소예측과 과다예측을 번갈아 하면서 장기적으로 적정한 에너지믹스를 가져가려는 노력을 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에는 과소예측으로 일관하면서 천연가스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 또한 한전적자의 원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적정 에너지믹스로부터 현재의 에너지믹스가 얼마나 벌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수요도 고려해 전력수요를 산출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화석연료를 전력으로 대체하려는 수요로 늘어나는 전기자동차, 인덕션 레인지 등을 과소하게 책정한 것이다. 탄소중립 2050계획을 이행하려면 전기의 4배 이상이 되는 화석연료 사용분이 전기화 또는 수소화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전력수요는 년간 몇 % 수준이 아니라 수백 % 수준으로 늘려야 할 지도 모른다. 전력시장의 운영에 있어서도 태양광발전과 원자력발전소가 동시에 가동될 때, 한전이 값싼 원자력발전 전기가 아니라 태양광발전의 전기를 우선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연료비가 싼 전원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 때문이다. 그 결과 5배가 비싼 전기를 우선 구매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부담은 오롯이 한전의 적자로 쌓이고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연료비가 아니라 전력생산단가가 싼 전력 우선으로 구매하도록 구매 체계를 바꿔야 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한전이 적자에 빠지면 전력망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태양광발전에 투자하다가 정전사태를 맞았고, 텍사스는 풍력에 투자하다가 대정전을 불러왔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로 전력망의 안정성이 떨어지며 결국 정전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단순히 전력요금 이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력당국에 한전의 적자를 해소할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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