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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값싼 에너지 잔치는 끝났다

작년 에너지 시장은 대혼돈 그 자체였다. 불과 3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폭락했던 에너지 가격이 2021년 하반기부터 급반전하더니 지난 겨울 지구촌 곳곳에서 난방비 폭탄이 터지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다행히 유럽에서 예상 밖의 따뜻한 겨울로 에너지 재고가 평년 수준을 웃돌며 최근 에너지 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 특히 중국 경제의 향방 등 불안 요소가 도사리고 있어 올해도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에너지비용의 증가는 곧바로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며 세계 경제를 옥죄고 있다. 실제로 최근 유럽중앙은행은 지난해 유럽 인플레이션의 약 50%는 에너지가격 폭등에 기인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비용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1970년대 오일쇼크로 경험했던 것처럼, 실업증가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 증가로 발생하는 수요견인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고약하다. 더 큰 문제는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만성화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금세기 인류 공통 의제가 된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탄소중립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는 구조적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째, 식량 가격 인상 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다. 미국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1880년 이후 지구의 평균 기온은 10년마다 평균 0.08도씩 상승했고 1981년 이후에는 10년마다 0.18도 높아져, 지표면 온도는 이미 18세기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약 1.2도 높아졌다. 기후변화는 홍수, 가뭄, 혹한, 폭우 등 기상이변을 초래하며 식량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식량 가격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이유다. 둘째, 화석에너지 발 인플레이션(fossilflation)이다. 현재 전 세계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85%가 화석에너지다. 현대 문명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하루아침에 폐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등 서구를 중심으로 화석에너지 시대의 종말을 예고한 상태다. 그것도 2050년까지 화석에너지를 몰아내려고 한다. 탄소제로 즉,탄소중립 정책을 통해서다. 이 계획대로라면 화석에너지의 완전퇴출은 30년도 남지 않았다. 화석에너지 개발 투자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어 공급능력은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현실은 목표와 달리 화석에너지 수요를 극적으로 줄이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수급불균형이 만성화되어 화석에너지 가격은 수요의 지속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 지난해 전 세계가 경험한 에너지 위기가 그 예고편이다.셋째, 친환경 발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다. 전 세계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에너지의 전기화와 전기 생산의 무탄소화로 특징지워지는 그린화에 이미 돌입했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는 그린화를 이끄는 대표적 녹색기술이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약 6배 많은 광물이, 해상 풍력발전은 가스 복합발전에 비해 7배 많은 구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주요 광물 가격 인상 발 인플레이션이 예상하는 이유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 가격이 과거 5년 평균 대비 5배 이상 폭등한 현상이 그린플레이션의 전주곡이다. 화석에너지에 의해 지탱되던 저비용 에너지 시대가 저물고, 고비용 에너지를 감내해야 할 탄소중립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만 있을 탄소중립의 흐름을 피할 도리는 없다. 특히 주요 광물 자원은 물론이고 재생에너지 자원 마저 빈약한 우리나라는 화석에너지 시대에 이어 탄소중립 시대에서도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에너지 비용을 부담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시대에 대응하는 방법은 고비용 에너지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길 밖에 없다.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의 적자로 지탱되는 에너지가격 인상 억제와 같은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으로는 고비용 에너지 시대를 넘을 수 없다. 이제 값싼 에너지 잔치는 끝났다고 선언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비용 에너지에 적응할 수 있는 경제체질 개선에 나설 때다.박주헌 동덕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한일 셔틀외교 복원, 에너지협력으로 이어지길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간 한일정상회담이 양자 단독 회담으로는 12년 만에 열려 국내외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양자 정상회담의 성과를 두고서 국내에서는 여러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무엇보다 양국 정상이 셔틀외교 복원에 합의한 만큼 앞으로 두 이웃 국가 간에 여러 의제들이 차근차근 논의되면서 미래지향적인 협력체제가 구축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앞으로 한국과 일본이 협력의 의제를 논의하는 데 있어서 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분야의 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를 주문한다. 한국과 일본은 이 분야에서 서로 고민과 과제가 매우 비슷하여 함께 힘을 합친다면 공통의 이익을 증진할 수 있으리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첫째, 한국과 일본은 부존자원이 전무하다시피해 제조업을 기본으로하여 수출을 통해 국부를 키워왔기에 에너지 수급의 구조가 매우 흡사하다. 둘째, 두 나라 모두 지리적으로 섬 구조이다 보니 자원의 조달을 모두 해상 수송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셋째, 두 나라 모두 초고령사회, 낮은 출생률, 인구 감소, 1인 가구 증가, 지방 소멸과 같은 인구 및 사회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공통된 과제를 공유한다. 이렇게 두 나라가 구조적으로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고민도 비슷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두 나라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는 생산을 위해 사용하는 화석연료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2021년 기준으로 발전량의 34.3%를 석탄에, 29.2%를 가스에 의존했다. 일본도 발전량의 80% 가까이를 석탄과 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두 나라 모두 국제적으로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이것을 국내적으로도 법제화하고 있다. 그런 만큼 발전 부문의 탈탄소화는 두 나라에게 매우 시급한 과제다. 이는 결국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같은 저탄소전력원을 늘려가는 길 밖에 없다. 이런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력계통이나 저장장치 기술의 혁신과 발전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석탄 보다는 유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천연가스 의존도가 당분간은 쉽게 줄어들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하고 연료가격의 변동 폭이 커지면서 가스의 안정적인 공급에 대한 우려도 계속해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은 소위 ‘아시아 프리미엄’을 지불하며 다른 지역들 보다 높은 가격으로 가스를 매입해 왔고, 동맹국인 미국산 LNG도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들이다. 그런데 전쟁 상황으로 인해 탈 러시아산 가스를 추구하는 유럽 국가들마저 미국산 LNG 수입을 크게 늘리면서 가스를 둘러싼 쟁탈전이 점점 치열해 지고 있다. 따라서 사정이 비슷한 한국과 일본은 앞으로 가스 도입의 다변화를 위해서 서로 협력을 도모하며 공급국에 레버리지를 키울 방안을 모색하는 데 머리를 맛댈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인도네시아 세노로 가스전 사업에서의 한국가스공사와 일본 미쓰비시상사 간에 발생한 마찰은 매우 유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관련 논의가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협력 방안에 관한 논의를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그리드나 미래형 도시, 그린수소와 암모니아 공급망 구축과 같은 분야에서도 공동 의제를 함께 발굴하고, 협업으로 활로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협력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양국 간에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나라의 관계가 역사적인 이유로 매우 특수한데다 양국의 에너지 시장 구조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협력에 속도를 내기가 쉽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두 나라가 가진 공통의 고민들에 대한 정책적 아이디어들을 담담히 공유하면서 실질적인 시너지가 나올 만한 정책들을 발굴해 간다면 과거 프랑스와 독일이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통해 유럽의 평화와 경제적 번영을 이끌어 냈듯이 한일관계도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E칼럼] 한국형 터빈 수출을 기대하며

2023년 3월 4일은 국내 에너지산업에서 역사적인 날이다. 김포열병합발전소에서 국산 표준 가스터빈의 최초 점화가 성공한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수년의 개발과정을 통해 270MW급 한국형 표준 가스터빈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성한 데 이어 실증적으로 주기기로 발전소에 설치되어 시운전이 시작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다섯 번째로 가스터빈 자국화에 성공한 나라가 되었다. 가스터빈은 과학기술의 최고 정점에 있는 소수의 몇 나라만이 생산이 가능하다. 항공기 제트엔진을 만들어 본 나라들만 이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터빈의 내부온도는 철의 용융점보다도 높게 올라간다. 이 때문에 단순 철제형 터빈만으로 구성할 수 없어 초고온에 견디는 합금 소재 개발 기술 과 내열형 실리콘 도포기술, 에어코팅 기술을 동시에 확보해야 가능한 매우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다. 그래서 미국의 GE,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파워 등 3사가 전 세계 가스터빈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서 우리 기술로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였다. 이번 한국서부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의 합작품인 김포열병합발전소가 약 1년의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면 우리도 천연가스 발전소에 가장 핵심적인 기기인 터빈 국산화가 완성돼 향후 탄소중립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된다. 천연가스 발전은 석탄 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4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석탄 발전을 줄여가는 과정에서 ‘브릿지 전원’으로 필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서 친 환경 청정재생에너지를 증가시키다 보면 부하패턴이 일정하지 않아 백업전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가장 현실적인 부하추종이 가능한 발전소가 천연가스 발전소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28기의 석탄 발전소를 대체하여 신규 건설하도록 돼 있다. 향후 이러한 발전소 대체 과정에서 우리 자체 기술이 없다면 해외 주요 3개 업체에게 완전히 종속되고 대규모 자본을 해외 업체에 넘겨줄 수 밖에 없게된다. 더구나 그들은 과점체제이기 때문에 파는 입장인데도 데이터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으면서 ‘협상불문’식으로 과도한 서비스 비용을 청구한다. 이렇듯 가스터빈 국산화는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고 국산기술로 대체함으로써 수입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기술로 국내 경제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가스터빈은 향후 수소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가스터빈을 주기기로 공급하게 되면 주기기 업체는 노즐교체만으로 수소혼소 또는 수소전소 발전소로 진화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김포열병합발전소의 실증이 성공하여야만 탄소중립의 다음 단계 연료대체원인 수소터빈개발로 진일보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천연가스 발전소의 완전한 탄소중립을 위하여 수소를 혼소하는 것부터 전소가능 터빈까지 성공적으로 개발이 이뤄져 새로운 탄소중립의 시대에 한국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전 세계 발전시장에서도 한국 기업이 우뚝 서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태양광의 밸류체인을 거의 중국이 독점하고 있고 풍력의 밸류체인의 가장 고부가 부품인 터빈이나 블레이드에 대한 기술력이 없어서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탄소중립을 재생에너지만으로 달성하는 것이 한국 경제에 어떠한 기여를 하는 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한국형 표준 가스복합 터빈의 국산화 성공은 혁신적인 일로 국가의 경제력 증대에 크게 기여 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형 표준 가스복합 터빈 기술이 1년 후에 실증적으로 성공해서 국내 전력시장 발전에 기여한다는 뉴스와 전 세계 탄소중립을 달성하고자 하는 가스발전소와 수소발전소에 수출되어 한국 경제가 진일보하게 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수소발전 입찰 시장 세분화해야

지난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와 함께 국내에 수소경제가 도입된 지 올해로 5년째로 접어들었다. 그 동안의 괄목할 만한 추진성과에도 윤석열 정부 이후 수소경제 추진이 일정 정도 조정에 들어간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수소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수소차의 2030년 보급목표가 당초 88만대에서 절반 수준인 40만대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수소차 보급 확대를 감안해 설계된 수소충전소나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도 속도조절이 불가피해졌다. 수소발전 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2021년 발표된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은 발전기술별 구분 없이 2030년 수소발전 목표량을 48TWh로 제시했지만 올해 초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발전용 연료전지 16TWh와 수소·암모니아 발전 13TWh를 합해 수소발전 목표량이 29TWh로 축소됐다. 이런 와중에 지난 13일 정부가 구체적인 연도별 수소발전 전기 구매계획 등을 담은 수소발전 입찰시장(이하 입찰시장) 관련 고시가 나오며 침울한 분위기를 조금 일소하는데 기여한 듯하다. 고시에 따르면 개정된 수소법의 청정수소 발전의무화제도(CHPS)를 구체화시킨 입찰시장은 한국전력거래소의 관리 아래 올해 상반기 개설해 2025년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또 부생·추출수소를 허용한 일반수소발전 시장과 청정수소 인증 수소만을 인정하는 청정수소발전 시장으로 구분해 전자는 올해부터, 후자는 내년부터 개설된다. 특히 올해 개설될 일반수소 발전시장은 선도계약방식으로 신규설비에 한해 2025년 연간 1.3TWh 발전분, 설비용량 환산 200MW까지 입찰이 이뤄진다. 사실 그 동안 입찰시장의 구체적인 내용 마련이 지연되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가중, 연료전지 등 수소발전 보급·확산을 저해했다. 지난해 말 발전용 연료전지 누적 보급규모는 859㎿로 전년 대비 110㎿ 확대됐지만 직전 3년에 비해 성장세는 주춤해졌다. 특히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발전용 연료전지 규모가 대략 6GW 이상이라는 점에서, 이는 기존 RPS 시장보다 여건이 좋은 수소발전 입찰시장으로 진입을 기대하며 사업자들이 사업개시를 유보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입찰시장 개설로 유보물량이 일부 해소되면 수소발전 보급·확산에 힘이 실릴 것이다. 그러나 우려도 있다. 입찰시장을 한발 더 들어가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낙찰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 결국 kWh당 고정비용과 연료비용을 합산한 발전단가임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발전단가는 발전용량이 커지면 규모의 경제로 인해 낮아진다. 쉽게 말해 발전소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유리하다. 또한 땅값의 영향도 있어 도심, 특히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저렴해진다. 수익을 위해서라도 사업자들은 자연스럽게 수요지에서 떨어진 곳에 대규모 발전시설을 선호하게 된다. 이것이 당초 분산 에너지라던 태양광 발전이 수도권보다 호남지역에 집중돼 2034년 기준 5315개의 송전철탑을 추가로 건설할 수밖에 없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정부는 발전단가 이외의 비 가격적 요소, 가령 송전망 연계나 건설공기 등을 활용, 분산전원으로 적합하지 않은 100MW 이상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배제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사업자들의 경향성을 감안할 때 이는 수요지와 적당히 떨어진 도심 외곽 또는 그 너머 인접지역에 100MW 언저리의 연료전지 난립을 부추기고, 실 수요지인 도심지 내에서 진정한 의미의 분산전원 역할을 하는 소규모 동네 연료전지 발전소마저 도태시킬 수 있다. 수소발전은 연료전지의 경우 작게는 kW급 보일러 정도 소규모에서 수십MW급 발전기까지, 나아가 수소·암모니아 혼소·전소 터빈발전까지 포괄하면 대형발전소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이러한 범용성으로 인해 체급이 다양할 수 밖에 없는 데도 단일한 시장에서 공정 경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다. 특히 수소발전에 분산전원의 역할을 부여하고자 한다면, 설비용량별로 세분화된 시장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 대규모와 소규모 연료전지를 구분하는 기준인 1㎿나 국내 분산전원의 기준인 40MW 등을 기준으로 시장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려 부작용이 표면화되기 전에 수소발전 입찰시장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와 보완 대책이 요구된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E칼럼] 나부터 실천하는 ESG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제일 먼저 기업들에게 적용이 되다보니 ESG의 3분야를 두루 섭렵하는 연구도 주로 기업경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필자도 ESG의 빠른 정착을 바라는 경영학도의 시각으로 기업활동을 바라보면, 정부가 나서서 의무적으로 하라니까 마지못해 하는 모양새가 아직은 눈에 많이 들어온다. UN이 각국 정부에 주문하고, 정부는 자국 내의 민간기업에게 제도화를 하니 움직이지, 그런 강제성이 없다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알아서 할 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기업들에게 ESG 적용을 앞세운 이유는 탄소배출을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 기업의 제조활동이고 기업활동이 가장 가속화되는 요인이기에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대기업들의 ESG실천이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돈줄을 쥐고 있는 투자업계와 금융계에서 나서고, 정부에서도 보조금등의 수혜 대상에 ESG 항목을 포함하여 평가 잣대를 적용하니 중소기업들까지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향후는 조달시장이나, 세금 차원에서도 적용이 된다면 저변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런데 ESG의 근본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몇가지 현상에 대한 재고 필요성이 감지되고 있다. 먼저, 최근 국내외에서도 ESG 평가관련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운데 우리의 ESG 활동은 그동안 철저하게 챙기던 재무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비재무적 차원으로 따지지 말고 실천하자는 취지인데, 아직도 우리 기업들은 ESG를 위험요인(risk factor)로 인식하고 비용요인( Cost factor)로 취급하는 대응 자세가 아쉽다. ESG가 추구하는 그대로 좋은 회사(Good company)가 되기 위한 목표로서,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활동들을 스스럼없이 해나가는 기업 경영이 요구된다. 또한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에서도 다가올 기후재앙을 느끼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현재 지구위기(Global Crisis)라고까지 표현되는바, 지구표면 온도의 상승으로 인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데도 사람들은 이 부분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필자의 경험으로 일부 선진국 사람들은 이런 대화가 자연스럽게 나오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런 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우리가 ESG라는 개념의 발생 원인과 향후의 필요성 차원에서 추론해 본다면 그동안 인류가 만들어온 경제활동에서 이전과는 다른 질적인 고도화와 우리의 영속성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미래의 보장을 위해서는 지구상의 모든 주체가 함께 자발적으로 참가해야 하는데, 모든 경제행위 주체, 즉 모든 정부기관, 각종 영리 및 비영리 조직, 가계와 개인 등 우리 모두가 행해야 하는 공통의 숙제임에도 ESG를 기업에만 부과하거나 규모가 되는 기관들만이 하는 의무로만 인식되고 있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 ESG활동이 확산,발전하려면, 기본적으로 개인과 가정에서도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적극 동참하고(E), 나의 이기심 보다는 배려와 화합을 통해서 보다 더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며(S), 나 자신부터 정직하고 깨끗한 모범적인 인격을 갖추어(G), 인류가 공생번영하는 미래사회를 만들자는 개인차원의 ESG 활동의 확대가 필요하다. 개인들이 철저히 ESG에 기반한 생활을 영위하면 기업의 ESG 활동이 촉진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국가적으로도 SDG 달성의 지름길이 된다. 필자는 가정의 생활쓰레기에서 빈번하게 배출되는 다양한 포장지가 항상 문제라고 본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인데 화려한 플라스틱 과 비닐로 겉포장에 신경쓰는 포장 문화가 안타깝다. 소비자부터 생각을 바꾸면 생산자도 포장재 1겹 더 줄이기, 천연재질 포장지의 사용, 적당한 수준의 포장 단순화와 일회용품 줄이기에 나설 것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소비자들이 일회용품 사용 자제 운동도 중요하지만, 과거 일회용품도 재사용하여 쓰레기 자체를 줄이셨던, 우리 부모님 세대의 검소한 생활행태가 탄소중립에는 더 어울리는 삶이다. 그야말로 경제발전과 ESG는 역의 상관관계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제는 경제논리도 바뀌어야 한다. 국민들의 생활경제도 환경 인식에는 한 참 못 미친다. 도시에서 환경보다는 편의성을 더 중시하는 까닭에 대중교통 여건이 미흡해도 공기 좋고 주변환경이 좋은 곳 보다는 공기가 안 좋아도 교통여건이 좋고 대단지인 역세권으로 수요가 몰리며 집값이 비싸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수도권에서도 깨끗한 공기와 해양의 자정정화 작용이 있는 섬에 살면서 서울에 출퇴근을 하고 있는 필자와 같이 이제는 선진국처럼 콘크리트 대신에 흙과 나무 냄새를 느낄 수 있는 곳, 숲과 산, 바다에 둘러싸인 주택이 바야흐로 주거지 선호의 기준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개개인의 ESG 개념에 입각해 생활 속 ESG 실천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개인의 생활 속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음식물쓰레기 절감하며 주위의 사람들과 사회적으로 나눔과 배려를 적극 실천함으로써 정직하고 법과 원리원칙을 준수하는 좋은 사람(good person)으로 재탄생하여, 범죄도 분쟁도 줄어드는 그런 행복한 시민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류덕기 대한민국ESG메타버스포럼 사무총장/경제학 박사

[EE칼럼]유연하고 현실적인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립해야

작년 3월 25일부터 시행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의해 조만간 관련 기본계획이 마무리될 것이다. 이에 따라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NDC) 목표 상향조정이 반영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발전, 산업, 수송 등 주요 부문에서의 감축목표가 주어지게 된다. 학계, 시민단체, 정치권, 산업계 할 것 없이 모두 촉각을 세우며 관심을 갖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온실가스 감축 이행 로드맵이 상당한 법적 구속력을 갖기 때문이다. 즉, 온실가스 감축 이행 로드맵이 발표되면 이에 맞춰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소수급계획 등이 따라야 하며 또 이들은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송변전 설비계획 등 여타 기본계획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들 모두를 구조적으로 소수점자리 숫자까지 맞춰 가면서 정합적으로 맞춰갈 수 있는 마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미국은 NDC 목표를 법제화하지 않고 정부정책 서류상으로 선언되어 있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작년 말 미국 의회조사처(CRS)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30 NDC가 법제화돼 있는 국가는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 중 하나가 독일인데, 연방기후보호법(Bundes-Klimaschutzgesetz)에서 2030년 NDC 목표를 1990년 대비 65%로 명시하고 있다. 법제화된 것은 우리와 동일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메커니즘은 사뭇 다르다. 독일은 NDC에 의해 탈 석탄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탈 석탄 경매라는 시장 인센티브 방식의 넛지 형태로 유도한다. 게다가 그렇게 자신하던 탈 석탄 경매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거의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폐지하기로 한 석탄발전기도 오히려 재 가동하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다른 EU국가에서 화석연료든, 재생이든, 원자력이든 전기를 사가지고 오면 그만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감축 로드맵을 법적 구속력 있게 받아들여 이를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하고 그에 의해 30년 이상 된 석탄발전이 퇴출되는 식의 톱다운 방식을 취한다. 경직된 정책을 취하게 되어 비가역적인 퇴출이 이루어질 경우 독일처럼 대처할 수 있는 방안도 거의 없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더더욱 유연한 거버넌스 설계가 필요한 것이다. 이번에 수립되는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은 타 정책과의 정합성을 가질 수 있도록 유연성 메커니즘이 반영되어야 한다. 로드맵은 매 5년마다 수립되므로 11차 및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리고 이는 장기천연가스 수급계획, 배출권 할당계획, 수소수급계획 등 여타 기본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번에 신중하게 수립되지 않으면 앞으로 5년 동안 끊임없이 불협화음이 발생하게 된다. NDC는 특히나 이제 몇 년 남지 않은 2030년까지라는 점에서 이상이 아닌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재생에너지의 간헐성 자원 증가에 따른 계통 안정성과 예비력 확보를 위한 시장설계와 시뮬레이션에만 적게 잡아도 3~4년이 걸린다. 여기에 송변전 신규 설비 투자와 주민 수용성 해소, 계통 투자 관련 한전의 추가 재정 이슈, 0.1초 내에 대응해야 하는 인버터 유발 정전 대응책 마련 등도 시일이 걸리는 사안이다. 더군다나 2050년까지 탄소중립은 오랜 세월 우리가 국내 경제와 산업 역량을 갖춰가면서 진행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무탄소 전원 등 국내 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감축 로드맵이 설계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신산업 성장 자본 확충을 전제로 하지 않은 2050년 탄소중립은 그 무렵 인구절벽, 재정절벽, 연금절벽의 3대 절벽위기를 넘어갈 역량마저도 상실케 하는 무력한 정책일 뿐이다. 끝으로 금번의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은 2021년 발표 때와는 달리 유럽 탄소국경조정제, 칩4 동맹, 핵심원자재법 등 자국 제조업 산업을 전폭 지원하려는 그간의 변화도 반영되어야 한다. 이제 온실가스 감축이나 탄소배출권은 더 이상 감축만의 이슈가 아니라 통상과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수십 년 간 쌓아온 성과가 한순간 물거품으로 사라지기 쉬운, 그야말로 글로벌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우리는 후세대에게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환경을 동시에 물려줘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

[EE칼럼]혁신형 SMR 개발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

혁신형 SMR(i-SMR) 기술개발사업단이 지난 2월 6일 법인등기를 마쳤다. 초대 단장으로 김한곤 박사를 선임한 사업단은 앞으로 6년간 i-SMR 개발 사업을 담당한다. 법인등기에 앞서 열린 i-SMR 국회포럼에서 ‘i-SMR 개발현황 및 수출촉진 방안’이 발표되었다. 중요한 내용이 많았지만 눈길을 끈 대목은 ‘국내 고유기술 적용’과 ‘반복 건설 및 다수 모듈 고려’라는 표현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지적재산권을 소유해야 한다는 것이고, 여러 개의 모듈 생산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적재산권은 말할 필요도 없고 다수의 모듈이 생산되어야 생산비 단가를 낮출 수 있어 수출이 가능해 진다. 또한 앞서가고 있는 뉴스케일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조기사업화를 추진해야 하며 2031년까지 최초의 모듈을 완공해야 한다는 일정도 발표되었다. 조기사업화의 방법으로 기술개발과 관련 인허가 절차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기술개발이 완료된 뒤에 인허가 절차를 검토해서는 너무 늦다는 말이다. 다행히도 포럼에 참석했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취지의 언급을 했다. 그리고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하고 연구와 홍보, 마케팅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 밖에도 해야 할 일이 산처럼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음은 그 중에서도 필자가 생각하는 i-SMR 개발 성공의 몇 가지 필요조건이다. 첫째, 실증로의 국내 건설은 꼭 필요하다. i-SMR 안전성은 최신 대형원전 APR1400에 비해서도 한층 강화되는데 국내 건설을 추진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몇 년전 i-SMR은 수출을 전제로 개발되는 것이라며 국내 건설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 입장은 공식적으로 아직 철회된 바 없다. 우리가 개발한 원자로를 우리나라에는 건설하지 않고 수출한다고 한 것은 지난 정부가 했던 궤변이다. 상식에 반할 뿐만 아니라 수출이 될 리도 없다. 수입국의 관점으로 보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시장에 많은데 만든 나라도 안 쓰는 물건을 굳이 살 이유는 없다. 2031년까지 최초 모듈을 생산하고 현장 건설 후 2033년에 운전을 하려면 늦어도 2028년까지는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산업부는 조속히 입장을 정리하고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둘째, SPC 설립도 서둘러야 한다. 삼성, 현대, GS, 두산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해외 SMR 개발사에 거액을 투자했다. 투자시 개발사와 약속한 예상사업은 주기기 제작, EPC(설계, 조달, 시공), 디벨로퍼 등이다. 국내 기업들이 앞다투어 SMR에 투자하는 이유는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애국심을 앞세워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우리가 개발하는 기술의 문호를 개방하고 더 높은 메리트가 있음을 보이면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자본들도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대형원전이 국가적 중요성이나 막대한 투자비, 사업성공의 높은 불확실성으로 국영사업이 될 수 밖에 없었다면 i-SMR은 대형원전과 조건이 사뭇 다르다. 민간과 합자하여 사업을 펼치면 연구나 마케팅 측면에서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가가 원전사업을 영원히 주도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셋째, 기술개발 단계에서부터 물량 확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량생산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i-SMR의 경제성은 확보하기 어렵다. 세계 최초의 원전인 영국의 콜더 홀 원전이 50MW 수준인 데 비해 중국 타이산 원전의 단위기 용량은 1750MW다. 2006년 태양광의 FIT(고정가격제)는 kWh당 716원이었는데 현재의 정산단가는 120∼15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자는 단위기의 규모를 키워서, 후자는 대량 생산으로 규모의 경제를 시현했다. 해외 자본 유치가 중요한 것도 물량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위의 성공 필요조건은 i-SMR 기술개발이 원활히 진행된다는 것을 전제한다. i-SMR 사업이 대박을 터뜨리길 기원해 본다.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E칼럼] 국외감축제도의 NDC 달성에 활용을 위한 선결조건

이달 말께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기본계획은 윤석열 정부 기후변화 정책의 목표와 이행 방안이다. 그 핵심에는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설정이 있다. 지난 정부에서 성급하게 마련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 방안이 수정될 것이다. 다만, 에너지 집약적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국내감축량을 상향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고 국제사회 규칙을 잘 활용해서 국외감축 활동의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선결조건들이 있다. 첫째, 국외감축 활동의 추진 과정에서 민간의 참여는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달성에 유의미한 기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민간부분의 국외감축 활동은 국가의 국외감축목표 달성의 활용에 어렵거나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 규칙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지 못한 데서 원인이 있다. 파리협정 제6조 이행규칙은 글라스고 기후변화 회의 당시 극적으로 국가들 간에 합의가 되었다. 당시 협상을 급히 끝내려다 보니 NDC 달성을 위한 활용을 전제로 마련된 파리협정 제6조를 구체화하는 이행규칙에 NDC 목적 달성 이외에 국제항공부분에 활용을 위한 국제감축목표 또는 ESG나 자발적 시장에의 활용을 전제로 한 다른 목적 (Other Purposes) 달성을 위한 국외감축결과 (ITMOs)의 사용이 갑작스럽게 허용되었다. 이것은 예컨대 기업의 ESG 목적으로 국내로 들어오는 ITMOs는 NDC 달성을 위해서 사용되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이미 ESG 등 다른 목적으로 특정된 국외감축결과를 NDC 목적으로의 사용목적 전환에 대한 절차도 아직 국제사회에는 합의된 바 없다. 같은 ITMOs가 NDC 목적과 ESG 목적을 위해서 동시에 사용된다면 이중사용의 문제가 발생한다. 더욱이 다른 목적에 사용하기 위한 ITMOs는 유엔에 우리 정부가 NDC 이행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서 필요한 소위 상응조정의 대상도 아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 민간부분의 참여만을 확대한다면 환경건정성, 그린와싱 등을 이유로 국내외로 심각한 비판에 노출될 것이다. 둘째, 배출권거래제도를 국외감축제도에 어느 정도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설정이 있어야 한다. 파리협정 하의 국외감축제도는 협력 국가들 간에 인벤토리의 활용이 핵심이다. 현재 배출권거래제도는 국가인벤토리와 자동적으로 연동되어 있지 않다. 이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배출권거래제도의 활용은 우리나라 NDC 목표 달성 차원에서는 온실가스의 국내 감축의 문제이지, 국외감축에 관한 문제는 아니다. 만일 국내로 이전되는 해외배출권을 ITMOs로서 국외감축 목표달성에 활용하고자 한다면 충분한 NDC를 위한 국외감축량 확보가 될 수 있는지, 국내 감축용인 배출권거래제도를 국외감축 목표달성을 위해 어느 정도로 사용할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셋째, 대규모 ITMOs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ODA를 활용하여 사업단위를 넘어서 공격적으로 대상국과 협상 전략 추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졸속 입법된 현재의 해당 법과 시행령의 개정이 필요하다. 개도국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결과의 해외 이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협력 대상국에 대해서 다양한 요구들을 할 것이다. 교토의정서의 산물인 청정메커니즘(CDM)과 이를 활용한 배출권거래제도의 해외 외부사업의 경험에 바탕을 둔 우리의 국제감축사업 제도는 몇 몇 개별 사업자에게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우리 정부에게 필요한 대규모 ITMOs의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산림분야의 REDD+에서 논의되는 국가나 준 국가 단위 프로그램이나 정책 차원으로 개발·시행되는 대규모 온실가스 감축활동 접근방법이 에너지를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도 개발되어야 한다. ITMOs의 이전 단위당 대가 차원이 아닌 대상 국가와의 기후변화 협력이라는 큰 들에서 종합적인 ODA 정책도 활용되어야 한다. 정부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기본계획이 이 같은 선결조건을 해결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잘 마무리되기를 바란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SDLAP 소장

[EE칼럼] 전기요금 얼마나 내세요?

독자 여러분은 한달에 전기요금 얼마나 내시나요? 주변에 물어보면 자신이 내는 전기요금이 얼마인지를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략 세 부류로 나뉜다. 아예 가사에선 뒷전에 있는 사람이거나 아랫돈이 숨을 못 쉬어 푼돈 나가는 데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 그리고 고지서에 찍힌 걸 보기는 했지만 그리 큰 액수가 아니라 기억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주거용으로 한달 평균 423kWh의 전기를 쓰고 5만2573원의 이용료를 낸다. 4인 가족 세대의 경우 보통 한달에 300kWh정도의 전력을 사용하므로 4만~7만원의 전기요금을 부담한다. 우리는 이 전기로 불을 밝히고 냉장고와 청소기,세탁기를 돌리고 텔레비전, 컴퓨터를 이용하고 요즘은 취사와 난방까지 활용 범위를 늘리고 있다. 실로 현대인의 생활은 전기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전기가 없는 우리네 삶은 농경사회의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혜택을 브랜드 커피 20잔도 안되는 비용으로 맘 껏 쓰고 있으니 행복할 따름이다.그런데 과연 이게 행복하기만 한 일일까?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수준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자.주택용의 경우 독일의 약 1/3, 일본과 영국의 약 1/2 수준으로 OECD에서 우리보다 소득이 낮은 나라보다 싸다. 미국·캐나다와는 비슷한 수준인데, 이들 국가는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가 풍부해 발전 비용이 우리보다 낮다.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원의 93%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수입국인 데도 전기요금은 산유국 수준인 셈이다. 산업용도 이탈리아의 절반 수준으로 유럽과 일본에 비해서는 낮고 산유국인 미국과 캐나다, 신흥공업국인 중국보다는 조금 높은 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에너지 소비대국이 되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보다 GDP가 2.5배에 달하는 독일보다도 연간 1200만toe(석유환산톤)의 에너지를 더 썼다. 이 때문에 우리는 지난해 전체 수입액의 26.1%인 1908억 달러(247조원)어치의 원유·가스·석탄을 수입했다. ‘물 쓰듯 한다’는 말은 물 값이 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에너지를 물 쓰듯 하는 건 에너지 수입국 답지 않게 에너지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요를 감축하여 에너지의 수입액을 줄이는 것, 이것이 에너지 가격을 현실화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에너지 소비의 10%만 절감해도 연간 약 25조원을 국내 경제에서 순환시킬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는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서다. 전기요금이 싸니 굳이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투자를 할 필요가 없으며, 열량에 비해 전기를 만드는 화석연료보다도 저렴하니 용광로도 전기로로 대체하고 난방 수요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에너지 원단위는 경쟁 상대인 일본과 독일의 2배 수준이다. 즉, 1000달러의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우리는 7.18GJ의 에너지를 쓰는 데 비해 일본은 3.79GJ, 독일은 3.44GJ을 사용할 뿐이다. 우리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며 그 첫걸음이 바로 에너지 가격의 현실화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난달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정부는 "전기·가스 등 에너지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줄이겠다"고 천명했다. 열흘 뒤 한국전력은 지난해 32조6000원의 영업손실이 났다면서도 요금은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선거를 치러야 하고 여론을 살펴야 하는 집권세력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불합리한 요금 정책을 바로잡을 시기를 또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것이 안타깝다. 전기요금 현실화는 한전 적자 차원을 넘어서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차원에서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요금 현실화는 에너지 수요의 저감과 효율적인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전제이기 때문이다. 요금 현실화로 타격을 입는 에너지 빈곤층에게는 에너지 바우처를 지원하는 현 제도를 확대하여 대응할 수 있다. 이 문제는 1970년대 산업화 시기부터 누적되어 온 것이기에 단기간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 정부도 인플레를 내세워 속도 조절부터 이야기 하는 까닭이기도 한다. 그래서 국민의 이해와 중기계획 수립이 절실하며 이를 위한 공론화위원회가 필요하다. 늦어질수록 어느 정부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정부와 국민이 머리를 맞대어 숙의하는 자리를 이제는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EE칼럼] 에너지 전환에서 생각해야 할 것

3년 동안의 힘겨웠던 마스크 생활도 이제 종착역을 향하여 가는 듯하다. 그러나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것이 사는 이치이듯이 이제는 경제가 문제다. 서민 물가는 계속 올라서 소주 가격이 6000∼7000원 하는 일부 식당들까지 등장한 가운데 정부와 주류 업계가 추가 인상을 안 하겠다고 하여 한숨 돌렸지만 여전히 서민은 불안하다. 여기에 가스나 전기요금 인상도 서민에게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국제 유가의 원리에 따르면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당연한 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요금이나 난방비 가격 상승에는 유독 민감하다. 그러니 오랫동안 정부나 한전의 고민은 더 깊을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작년 말 정부는 새로운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발표하였다. 2017년부터 2021년 동안 재생에너지 설비는 18.3 GW로 과거 2012년부터 2016년 대비 3배 이상 보급이 확대되었다. 2021년만 놓고 볼 때 재생에너지 발전비중도 6.3%로 2017년 대비 2배 상승하였다. 꽤 빠른 시간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소규모에 유리한 정책으로 인한 낮은 비용 효율성 문제, 전력계통을 고려하지 않은 보급으로 송변전 설비 증설 등 계통 부담이 가중된 문제, 농지에 설치하거나 주민간의 갈등으로 인한 주민수용성 문제, 안전성 문제, 그리고 태양광 중심으로 추진하다 보니 국내산 제품보다는 중국산제품 점유율이 월등이 확대됨으로써 국내 산업 생태계가 약화된 문제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우선 신재생 에너지 보급 목표를 21.6%로 조정하였다. 올해부터 신재생 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의무비율이 하향 조정되고 장기적으로는 RPS 제도를 폐지하고 경매제도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 비율도 2030년 60대 40으로 풍력 비중을 늘린다. 기업에게는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사용) 기업 협의체-얼라이언스(Alliance)’를 구성하도록 하여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풍력발전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입찰 제도를 도입 확대하고 대형터빈, 핵심부품 등의 핵심 기술을 국산화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발전사업 허가시 계통 관련 심사요건을 강화하며 발전소 근처 주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주민참여 사업제도를 개편하여 주민수용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도 산업단지 공장·주차장, 용·배수로 등 유휴부지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개선 정책은 대체로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진정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명심해야 할 것도 있다. 우선 태양광·풍력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수열이나 바이오 매스 에너지, 연료전지 같은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는 계통 확보의 문제다. 아무리 많은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고 해도 이를 수요처로 보낼 수 있는 계통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뿐 더러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그러므로 ‘선 계통 후 발전’의 원칙을 확고하게 세워야 한다. 이것은 전력 공급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세 번째는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금융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금융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미 전 세계는 녹색 금융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친환경 사업, 온실가스 감축이나 흡수 및 이산화탄소 이용 사업 등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금융계는 단기 수익보다는 공익적 기능도 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는 필요하다면 주주권을 발동하여 에너지와 금융이 지속가능하고 공익성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네 번째는 신재생에너지 시설의 국산화를 위하여 획기적인 정책과 기술지원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태양광 시장은 누구를 위한 시장이었는지 냉철한 반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신호가 부디 명확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래야 민간이 투자한다. 이제 더 이상의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정책은 안 된다.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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