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수요가 적은 제주지역의 태양광 발전 출력제어 횟수는 2021년 1회에서 지난해 28회, 올해는 132회(8월 기준)로 급증했다. 풍력 발전도 출력제어 횟수가 2019년 46회에서 2020년 77회, 지난해에는 104회로 늘었다. 출력제어 사례는 제주 뿐 아니라 전국 태양광 설비의 40%가 집중된 호남 등 다른 지역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출력제어가 더욱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 일주일 후부터 시작되는 추석, 임시휴일, 개천절 연휴로 인해 산업용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줄어주는 데 실효 전력 설비용량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더욱 늘어 날씨가 맑으면 계통불안정성을 막기 위해 출력제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당국은 올 가을 최저 전력 수요가 여름철 피크 수요의 3분의 1 수준인 32GW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4월 기록한 역대 최저 전력 수요 39.5GW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최저전력 수요 하락은 태양광을 중심으로 계량기에 잡히지 않는 자가용 발전(BTM: Behind the Meter)이 증가한데 적지 않은 원인이 있다.
출력제어는 이용할 수 있는 전력을 버리는 것인 만큼 경제적으로 낭비다. 출력제어로 전력을 판매할 수 없게 된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은 사실상의 ‘영업정지’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정부와 한국전력, 한국전력거래소 등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잉여전력 문제의 심각성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계획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정격 설비용량은 올해 32.8GW에서 2030년 72.7GW, 2036년 108.3GW로 크게 늘어난다. 전체 설비용량에서 차지하는 신재생에너지의 비중도 같은 기간 22.1%에서 36.7%, 45.3%로 높아진다. 전력 수급의 미스매치인 상황에서 잉여전력을 흡수할 수 있는 기술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버려지는 전력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계통의 확충이다. 전력을 생산해도 이를 수용할 송·변전 설비가 없으면 전력을 공급할 수 없고, 결국 전력은 버려지게 된다. 문제는 계통을 확충해야 할 주체인 한전이 막대한 부채로 투자할 여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2036년까지 송변전망 확충에 소요되는 자금은 56조원에 달하지만 지난해 이후 40조원이 넘는 누적 영업적자에다 채권발행 잔고가 77조원에 달하는 한전으로선 이를 감당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젼력이 남아돌 때 이를 저장해 놓았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ESS(에너지저장장치) 보급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ESS는 화재, 폭발 위험 등 기술적 취약성을 갖고 있고, 설치 비용이 비싸다는 한계가 있다. 태양광 잉여 전력을 수소 생산에 사용하는 것도 한 대안이다. 그러나 태양광 전력의 간헐성 때문에 전기분해 설비의 이용률이 저조하고 이로 인해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있다.
대용량 데이터를 수집, 저장, 처리하는데 막대한 전력이 소비되는 데이터 센터 설립과 운영을 통해 잉여전력 문제를 푸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지난해 9월 현재 국내에서 운영중인 147개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는 176만 kW로 최대전력 부하인 9110만 kW의 1.93%를 차지한다. 2029년까지 구축될 630여개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신재생에너지 잉여전력으로 충당한다면 잉여전력 문제도 상당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잉여 전력이 발생하는 낮 시간대의 전기요금을 인하해 전력사용을 촉진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잉여전력 사용자에게 요금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플러스 DR(Demand Response)이 좋은 예다. 전력 수급의 시간적, 지리적 불일치를 해소할 수 있는 실시간 전기요금제나 지역별 차등요금제 등도 잉여전력을 해소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다.
잉여전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요조절 뿐 아니라 공급능력을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태양광발전소를 무턱대고 더 짓는 것보다는 계통제약을 고려하면서 수용가능한 범위내에서 지어야 한다. 먼저 2036년 108.3MW로 설정된 신재생에너지 설비 정격용량 목표부터 재조정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무리하게 늘리기 보다는 또 다른 무탄소 전원인 원전, 수소, CCUS 등과 균형을 맞추며 적절한 속도로 늘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