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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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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도시가스 사각지대 농촌 난방, 해법은 바이오 매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10 08:09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신동한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작년 겨울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 고유가로 난방비가 폭탄을 맞았다. 국민들은 전년보다 50% 정도 늘어난 도시가스 요금 청구서를 받아들었다. 그런데 난방비 걱정은 도시보다 시골이 더 심하다. 지금은 읍단위까지는 도시가스(LNG)가 들어오지만 그 외 대부분의 농촌 지역은 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취사에는 석유가스(LPG)를 쓰고 난방은 석유나 LPG, 심야전력을 이용한다. 그래서 보통 때도 농촌지역의 난방비는 도시 가정보다 많이 든다.

요즘 필자의 고향 인근 담바우마을인 충북 괴산군 장연면에는 바이오에너지를 이용한 지역난방 공사가 한창이다. 약 50억원의 국·도비 지원을 받아 방치된 초등학교 폐교부지에 목재칩 보일러와 가스화 발전설비를 갖추고,인접한 장암리와 신대리 50여가구에 열배관을 연결하는 한편 가구마다 열교환기를 설치해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공사다. 여기에 쓰이는 연료(목재칩)는 괴산군에서 군유림 간벌 등을 통해 공급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바이오매스가 가정의 주 연료였다. 60대 이상에겐 어린 시절 산에 가서 나무를 하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 결과 당시 우리나라 마을 주변의 산은 모두 민둥산이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가정의 연료는 연탄과 석유로 대체됐다. 부엌에는 석유곤로가 취사를 담당하고 아궁이에선 구공탄이 장작을 대신했다. 1986년 평택 인수기지에 첫 입항한 천연가스(LNG) 보급은 늘어나는 아파트 단지를 시작으로 단독주택까지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제 가정 연료의 총아는 명실상부 도시가스의 시대가 됐다.

가정 연료의 변화는 황토빛으로 먼지를 날리던 민둥산을 푸르른 숲으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 이제 동네 야산은 우거진 잡목으로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밀림이 됐다. 등산로를 따라 산을 타다가 자칫 벗어나면 산중에서 헤매기 일쑤다. 잡목 숲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산림청에서는 해마다 벌목을 통해 수종을 개량하기도 하고 잡목을 걷어내는 간벌을 한다.

새롭게 연료로 복귀하고 있는 바이오매스는 이전과 활용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재래식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아궁이나 화덕에 바로 나무나 짚 등을 태워서 용기를 데우거나 방을 덥히는 방식이라 열효율이 5~8%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목재칩을 만들어 보일러 연료로 쓰거나 가스화해 연료로 사용하므로 열효율이 높고 배기 중의 오염물질 관리도 가능하다. 그래서 현대적인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분류한다.

그렇다고 바이오에너지가 항상 재생에너지인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연간 재생산 범위 내에서 채취가 이뤄져야 한다. 해마다 자라는 식물량이 채취량을 따라가지 못하면 예전처럼 민둥산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재생에너지로 분류한 중요 근거인 기후변화 저감 연료라는 점은 전주기 탄소배출을 평가해 인정해야 한다. 바이오매스는 성장 과정에서 탄소를 흡수하고 분해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므로 ‘탄소중립적’이다. 해외에서 수입하는 목재칩은 해상 운송 에너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탄소중립의 범위를 크게 벗어난다. 그래서 국제바이오에너지파트너십(GBEP)에서는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과 임산자원의 수확 수준 등 24개 환경·사회·경제적 요인을 고려해 바이오 에너지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것을 권고한다.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바이오매스의 중요한 장점의 하나는 바로 ‘자립에너지’라는 점이다. 사용하는 에너지의 94%, 연간 250조원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자립에너지의 수입대체 효과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더불어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즉시 대응이 가능한 에너지라는 점도 장점이다.

담바우 마을의 지역난방과 발전은 마을 주민들이 결성한 협동조합에서 운영한다. 에너지 소비의 핵심 시설을 주민이 직접 소유, 운영하는 것은 지역경제의 커다란 변화를 의미한다. 일방적으로 화석연료와 원자력에너지를 사용하던 소비자에서 에너지 생산자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외부로 유출되던 재화가 지역경제 내에서 순환하게 된다.

지역난방의 운영이 정착되고 경험이 쌓이면 지역에서 다른 에너지 산업으로 확대할 수 있다. 우선 필요한 것은 축산농가의 폐기물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일이다. 축산폐기물의 해양 투기가 금지된 2012년 이후 폐기물 처리는 축산농가와 정부의 비용이다. 하지만 축산폐수의 가스화를 통해 에너지를 추출하고 나머지로 액비를 만들면 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나아가 협동조합이 주체돼 공공시설이나 공유지에 태양광 설비를 운영하면 안정적인 농가 수입은 물론 자립에너지 증가로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농촌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은 전기농사와 다름없다.

담바우마을을 비롯해 횡성, 완주, 양평에서 진행되고 있는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이 주민들의 참여로 성공적으로 운영돼 지역 에너지 산업의 성공모델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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