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지방에서 전기차 보기 힘든 이유](http://www.ekn.kr/mnt/thum/202307/2023072801001782200007871.jpg)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기나긴 장마와 역대급 재해를 몰고 온 7월 중순, 대한전기학회 하계학술대회가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전기자동차가 화두로 떠올랐다. 개회식에서 전기자동차산업의 미래전망에 대한 전문가 초청강연이 이뤄졌다. 또 본 행사에서는 전기자동차 부문 특별 세션과 자동차 업계 대표이사의 특별 강연이 마련되는 등 전기 산업과 자동차 산업을 함께 연결해서 생각해 보는 지식교류의 행사가 많았다. KPMG 인터내셔널의 ‘Global Automotive Executive Survey’와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등 해외 주요 리서치 기관들은 오는 2030년 세계 전기자동차 점유율이 25~33%에서 최대 4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점유율 예측치 범위를 이렇게 최대 15%포인트나 넓게 잡은 것은 전기자동차가 각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 및 활성화 정책과 배터리 원자재 수급난 여부,이차전지 기술의 진화 정도, 그리고 충전인프라 확충과 소비자 선호도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있고 여기에 변수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서도 전기차 산업 활성화의 가장 큰 변수는 주행거리와 충전인프라가 아닌가 싶다. 이번에 한국전기연구원 본원이 위치한 경상남도 창원에서 학술대회 장소인 강원도 평창까지 이동할 때도 함께 참석하는 동료들과 렌트카를 이용했다. 그런데 차량 선택지에서 전기자동차는 제외할 수 밖에 없었다. 400km가 넘는 거리를 더운 여름에 에어컨을 켜고 전기차를 운행하려면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충전해야 하는데 충전소가 모든 휴게소에 있지도 않을 뿐 더러 충전 대기와 충전시간이 얼마나 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장거리 이동은 1년에 두세 번 있을까 말까 한 경우이지만, 그 때 예상될 수 있는 불편함이 전기 자동차를 선택하는 데 많은 제한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여전히 전기자동차는 출퇴근 등 근거리나 시내 이동 위주용 자동차 정도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전기자동차가 장거리나 시외 이동용으로 일반화되고 활성화되려면 기본적으로 주행거리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도록 배터리 용량이 더 커져야 하고. 충전 시간 단축기술과 충전소 등 기본적인 인프라도 훨씬 더 강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런 제약 때문에 전기자동차 선호도는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필자가 지난해까지 근무했던 수도권 지역에서는 주행 중에 전기자동차를 많이 볼 수 있었으며, 전기자동차 주차 공간이 항상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 근무하고 있는 경남 지역에서는 1인당 자동차 등록 비율이 0.6으로 0.5의 경기도 지역이나 0.3의 서울 지역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주행 중에 전기자동차 보기가 쉽지 않다. 전기자동차 주차공간은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대부분 여유가 있다. 따라서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상황에 맞춰 차별적인 활성화 전략을 세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인구 대비 자동차 등록 비율이 1.0으로 가장 높은 제주 지역이 높은 전기자동차 비율을 달성한 것은 이유가 있다. 물론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기자동차 민간 보급을 시작한 제주 지역도 보급목표의 절반 정도밖에 달성하지 못했기 전략을 수정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필자도 곧 20년이 되어가는 내연기관 차량에서 요즘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이상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어서 신차 구매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이것저것 생각해 볼 때에 선뜻 전기자동차로 결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마케팅 전략의 주요 공략 대상이며 입소문의 진원지로 알려진 선각 수용자(early adopter) 성향은 아닌 것 같다.손성호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