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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지구온난화 억제에 고삐 조이는 국제사회

2023년 유엔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8)를 앞두고 알 자베르 COP28의장은 각국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11TW로 3배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2배로 늘리려는 글로벌 목표에 동의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강력한 지지와 함께 IEA 보고서 ‘2023년 넷제로 로드맵’과 IRENA 보고서 ‘2030년까지 재생 가능 전력을 3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2배로 늘립니다 : 1.5도를 향한 중요한 단계’, BNEF 보고서 ‘어렵고 빠르며 달성 가능(Hard, Fast and Achievable)’, 기후행동추적과 세계자원연구소 등이 공동집필한 ‘기후 행동 현황 2023’이 그 당위성과 근거, 로드맵 등을 제시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넷제로 전환의 석유 및 가스 산업’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석유·가스 업계에 진정으로 세상을 돕는 데 전념해야 하며 석유·가스 업계가 지구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설비 투자의 50%를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시된 보고서들은 모두 현재의 정책으로는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4~2.7도의 온난화가 예상되는 등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속도와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2030년까지 관련 조치를 긴급하게 가속해야 한다며 방법들을 소개했다. 보고서들이 제시한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과 관련, IEA는 전기자동차,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기록적인 성장을 예로 들며 향후 10년간 에너지 전환에 연간 약 4조5000억 달러(약 6082조 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3년 이전 세계에너지 전환 예상 투자 규모는 1조 8000억달러(약 2434조 원)로 역시 약 3배 가속이 필요하며 전기차 및 히트펌프 판매량 확대, 에너지 부문 메탄 배출량 75% 감소 등을 권고했다. ‘기후 행동 현황 2023’에서는 42개 지표 중 전기 자동차를 제외한 41개 지표가 2030년 목표에 미달하며 엄청난 가속과 함께 태양광, 풍력 발전이 2030까지 연평균 24%로 성장해 발전량 중 태양광, 풍력 점유율을 47~78%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석탄발전 비중 감소 7배, 전력의 탄소집약도 감소 9배, 대중교통 인프라 확대 6배, 건물의 탄소집약도 감소 4배, 삼림 벌채율 감소 4배 등을 제시했다. BNEF는 태양광을 중심으로 2030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대를 통해 재생에너지가 2030년까지 모든 배출 감소의 62%를 기여해야 하고 산업 및 도로 운송과 같은 최종 사용 부문의 전기화로 전체 탄소 감소의 15%를 추가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IRENA는 재생에너지 3배, 에너지 효율 2배와 함께 전력망, 시장 인센티브 및 재정정책, 규제 완화와 국제사회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태양광 발전 용량은 2030년까지 최소 5400GW로 2022년보다 4345GW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약하면 재생에너지 3배 확대와 에너지 효율을 2배로 늘리는 것, 즉 COP28 의장의 촉구 내용과 같다. 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2021년 세계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배출량은 114억7000만 톤으로 전 세계 배출량(371억2000만 톤)의 30.9%를 차지했다. 그 뒤를 50억 톤으로 13.5%를 차지한 미국, 인도(7.2%), 러시아(4.7%), 일본(2.8%), 이란(2.0%), 독일(1.8%) 순이다. 전 세계 배출량 가운데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로 10위다. 이에 비해 누적배출량을 기준으로는 미국이 단연 1위다. 미국은 산업화 이후 최근(1750~2021)까지 누적배출량이 4219억 톤으로 전 세계 누적배출량(1조7369억 톤)의 24.3%를 차지한다. 그 뒤로 중국(2493억 톤)이 14.4%로 2위, 러시아 1,175억 톤(6.8%), 독일 933억 톤(5.4), 영국 785억 톤(4.5%) 순이다. 우리나라는 189억 톤(1.1%)으로 17위다. 배출량만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따지자면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 순이지만 당장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순으로 중요하다. 5개국의 배출총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59.3%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 15일 미국과 중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협력 강화에 관한 Sunnylands 성명을 통해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려는 G20 정상 선언을 지지하고, 지구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중국이 무역경쟁에서 새로운 무기 즉 태양광, 풍력을 장착할 때 우린 맨몸으로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우리 정부도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는 것과 함께 세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우리 기업에 충분한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에너지전환포럼 이사

[EE칼럼]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관전 포인트는

오는 28일부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개최된다. 벌써부터 참가 예상 인원이 수만명이라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을 보니 역대 최대 기후변화 회의 기록을 바꾸는 것이 아닌가 하는 호기심도 생긴다. 이행 중심의 체제로 되어 있는 파리협정이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 되고, 이행 규칙에 대한 논의도 사실상 다 마무리가 됨에 따라 이제부터는 파리협정이 잘 이행되는가가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이 됐다. 그렇기에 파리협정의 이행수단으로 불리는 기술, 재원 그리고 개도국 지원에 관한 역량 강화 (Capacity building)에 대한 논의와 함께 몇 가지 이슈들이 주목을 끌게될 것이다. 첫째, COP28은 파리협정 체제가 성립한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이행점검(Global Stocktake)이 이뤄지는 회의다. 파리협정 체제는 각 회원국 사정에 맞도록 기후변화 대응계획(NDC)을 마련,이행하면서 5년마다 이행상황을 점검을 하기로 했다. 우리가 5개년 경제성장 계획을 마련해 수시로 점검을 하면서 목표를 상향해 왔던 것을 생각하면 NDC 달성과 이행점검의 관계를 잘 이해할 수 있다. 2015년 파리협정이 체결될 당시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향후 파리협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이행점검이라고 했다. 아마도 이전의 NDC 이행을 점검하면서 향후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비전과 목표를 세우는데 각국 정상급이 많이 참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번 글로벌 이행점검 논의가 잘 진행되면 파리협정의 미래는 더욱 밝아지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유엔 기후변화 협약 회의를 찾는 정상들의 발걸음은 줄어들 것이다. 둘째, 일반인은 물론 기업, 심지어 정부에 담당자 중에서도 파리협정의 목적이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이외에 재원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파리협정은 저탄소 또는 탄소중립 경제를 활성화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하고자 하기에, 우리 몸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재원 문제는 파리협정 이행 성과를 담보하는 중요한 요소다.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게 적용되는 파리협정이지만, 스스로의 역량이 부족해 공공부문에서 집중적으로 지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대상국가 대부분이 개도국이다. 그렇기에 파리협정 체제하에서의 재원 논의는 주로 개도국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올해 COP28의 주최국인 아랍에미리트는 산유국으로서 축적한 국부를 이용해 포스트 오일 이후의 새로운 투자기회를 찾고 있고, 지난해 COP27 개최국 이집트는 중동국가이자 아프리카 국가로 개도국 지원을 위한 재원을 중요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COP28에서의 재원 문제는 COP27에서 손실과 피해 (Loss and Damage)를 통해 집중적으로 논의된 개도국 재원 문제와 더불어 장기 재원 확보 문제도 함께 논의될 것이다. 유엔 체제에서 재원 문제는 개도국이 선진국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창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개도국의 선진국에 대한 요청에 대해서 선진국은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욕 상향 (MWP) 어젠다를 통해서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확실한 입장 정립을 요청하면서 개도국을 압박할 것이다. 이에 더해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와 같이 유엔기후변화협약 체제에서 개도국으로 분류되어 있으나 더 이상 수혜국으로만 머물수 없는 중견국가들의 재원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 정립 여부도 중요하게 지켜봐야 한다. 셋째, 유엔 기후변화 협약 체제는 파리협정 이행 과정에서 정부는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예정하고 있다. 그러나 파리협정의 이행은 원칙적으로 정부 중심으로 되도록 구조화돼 있다. COP27에서 합의가 어렵다고 생각되었던 손실과 피해에 대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도, COP27 개최기간 중에 발리에서 개최된 G20 회의 계기에 미국과 중국 정상의 기후변화에 대한 상호 협력을 하기로 한 합의 덕분이었다. 얼마 전 개최된 APEC 회의 기간 중에 한미 정상이 다시 한번 기후변화에 대한 협력을 다시 한번 확인한 만큼, 이번 COP28에서의 긍정적인 진전들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 대표단은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을 위해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자로서 우리나라 국외감축을 물론 중요한 어젠다에 대해서 우리가 주도하는 세계의 표준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E칼럼] 자원안보특별법의 나아갈 방향

최근 자원안보특별법이 국회 상임위에서 통과됐다. 주요국의 자원 확보 전쟁과 에너지 전환 핵심광물 수요의 증대, 그리고 미·중 간 첨예한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자원안보는 곧 경제안보와 국가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과제가 됐다. 이런 가운데 자원안보특별법을 통해 자원안보의 중요성이 국내에서 법적 무게를 갖게 된 점은 매우 고무적이며 기대 역시 크다. 하지만 자원안보특별법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지금 이 단계에서부터 잘 짚어나갈 필요가 있다. 자원개발의 주역인 에너지 산업에 또 다른 규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자원안보의 핵심은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자원 개발 역량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를 규제하는데 있지 않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경제와 시민사회에 보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 수준의 자원공급을 가능케 하는 기반을 제공해 줄 것이다. 자원안보특별법은 5년 주기의 자원안보기본계획 수립, 자원안보위원회와 자원안보센터 등의 설치, 국가자원안보통합정보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 조기경보체계 구축 등을 담고 있다. 아울러 평시 핵심자원의 공급망 강화를 위해 안정적인 해외개발, 구매 및 조달, 핵심자원의 비축, 재자원화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의 전제 조건으로 석유나 천연가스, 니켈, 리튬과 같은 자원의 글로벌 다이나믹스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원안보 위기 발생 시에는 자원안보특별법을 통해 해외개발자원의 반입명령을 발동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과연 글로벌 공급부족 사태 시 얼마만큼 실효 있는 물량을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상류개발 단계에서부터 지분구조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러한 조치는 우리 자원개발사가 글로벌 메이저와 파트너쉽 계약을 맺을 때에도 제약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개발핵심자원의 국내 반입명령으로 인한 공급기관의 손실을 보전하고, 비축핵심자원의 방출 및 사용조치로 인한 비축의무기관의 손실 역시 보전한다는 내용 역시 더욱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실무선에서 이러한 손실을 회계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고난도 과제다. 남은 물량에 대한 제3자 트레이딩도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보다 구체화해야 하고, 위원회의 재량적 개입 보다는 시장 원리에 부합하도록 운용해야 한다. 손실보전을 위한 재원도 불명확하다. 현재 탄소중립이나 에너지 전환 등을 위한 여러 재원조차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비축손실분의 재원이 얼마나 확보될지도 동 법의 제정 과정에서 비용추계가 돼 있어야 한다. 자원안보특별법은 위기 발생 시에 사후적으로 에너지 자원 물량 확보를 강제하는 취지가 아니라, 사전에 선제적으로 해외자원을 확보하는 투자 촉진 차원에서 추진돼야 할 사안이다. 엄밀히 평가하자면 현재의 자원안보특별법은 전자에 더 무게중심이 맞춰져 있다. 해외개발자원의 강제적 반입명령, 비축의 상시의무화, 판매가격 최고액 설정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 반면 자원안보 역량 확보를 위한 국제협력, 연구개발, 인력양성 등의 사안은 선언적인 내용으로 담겨져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이면서도 해외자원 개발을 통한 자주개발률은 그동안 계속 떨어져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자원빈국인 일본의 자주개발률은 꾸준히 상승해 현재 40%를 웃돌고 있으며 2030년까지는 5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자원개발 주체의 행동을 억제하고 시장을 강제하는 법이 아니라, 자원개발을 독려하고 글로벌 메이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자원안보특별법이 돼야 한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E칼럼] 무탄소 이니셔티브, 관건은 국제공조 확보

한국이 주도하는 무탄소연합(Carbon Free Alliance)이 지난달 공식 출범했다. CFA는 한국 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한 협의체로,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제연합(UN) 총회 연설에서 제안한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기구다. CF연합은 앞으로 재생에너지, 원자력, 수소, 탄소포집이용저장기술(CCUS) 등 무탄소에너지의 공급과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을 펼친다. 실천 목표는 무탄소에너지 국제공통 규범의 설정과 시장환경 조성 및 투자촉진, 선진국-개도국간 공조체졔 구축 등이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은 국제환경단체 ‘클라이밋그룹’ 등이 주도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캠페인에 맞춰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SK그룹 6개 계열사를 필두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30여개 기업이 RE100 참여를 선언했다. 한편으로 우리 정부는 한국형 RE100시스템인 ‘K-RE100’을 도입·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만으로 충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기업들에게 RE100 이행이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CF연합은 무탄소에너지의 범위를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다른 청정에너지로 넓혀 이들 기술을 중립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기보다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다른 무탄소에너지로 범위를 넓혀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우리의 공급확대 잠재력이 큰 원전의 사용을 늘릴 필요가 있다. 원전 사용의 확대는 국제적 추세와도 부합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9월 발표한 ‘넷제로 로드맵: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글로벌 경로’라는 보고서에서 2050년 세계 원전 설비 용량이 9억1600만kW로 지난해(4억1700만kW)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을 내다봤다. 올해 초 현재 세계 18개국에서 총 6400만kW의 원자로가 건설 중이다. 또 지난달 9~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제2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후변화와 원자력의 역할에 관한 국제회의: Atoms 4NetZero’ 개막식에서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 발전설비 용량이 8억 9000만 kW로 2020년 전망치에 비해 약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및 경제개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원자력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로시 총장은 각국이 기존 원자로의 가동 기간을 연장하고 있고, 첨단 원자로 건설을 고려 또는 착공하고 있으며, 발전 이외의 용도로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원자력협회(WNA)가 최근 발표한 ‘2023년 세계 원자력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원자력 발전량은 2조 5450억kWh로 전년보다 1000억kWh 넘게 줄었지만 6년 연속 2조 5000억kWh 이상을 기록해 수력발전에 이어 세계 청정전력의 약 4분의 1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원자로 6기(중국 2기, 핀란드, 파키스탄, 한국, 아랍에미리트연합 각 1기)가 송전을 시작했고, 중국 5기, 이집트 2기, 터키 1기 등 총 8기의 원자로가 건설됐다. 무엇보다 아시아지역에서 원전 발전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아시아의 원자력 발전량은 370억 kWh 증가했다.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의 원자력 발전량은 두 배 이상 늘어나며 현재는 서유럽과 중부 유럽의 원자력 발전량을 능가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전 세계 원자로의 4분의 3이 아시아에서 이뤄지고 있다. WNA는 탈탄소화와 보편적 접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의 급속한 확대와 함께 기존 원자력 발전소의 활용(장기 운영) 극대화하와 신규 건설을 촉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국제적 조류 속에서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무탄소연합을 주창하고 국제사회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적극 행보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CF연합이 이제 막 출범한 만큼 우리나라는 한편으로 RE100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보다 범위가 넓고 탄소중립 실현가능성을 높이는 CF연합 쪽으로 점차 무게중심을 옮겨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일본, 프랑스, 중국 등 원자력에 비교우위가 있는 나라의 정부 및 기업과 국제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CF연합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CF에너지의 인증체계를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표준을 만드는 일이다. 이달말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 등 국제무대에서의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국제사회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야 한다. 이번 국회에서 CF연합 관련 예산 6억원이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할 상황에 놓여 있다 하니 야당부터 설득하는 게 순서일 듯 하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E칼럼] 시늉만 하는 기후변화 대응

기후변화는 이제 인류 공통의 관심사가 됐다. 기후변화는 세계적으로 새로운 도전과제로 부상했고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활동이 본격화 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기후온난화를 믿고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말 기후변화를 믿고 있을까? 아닐 수도 있다.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에서 아젠다21 선언이 채택됐다. 그러나 이것은 합의되지 않은 선언이어서 구속력은 없었다. 그러다 1997년 교토 프로토콜이 합의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저감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많이 하고 경제를 일으킨 선진 7개국이 이산화탄소를 감축을 하겠다는 것이 교토 프로토콜의 요지다. 이후 2015년 COP21의 파리협약까지 매년 연례회의가 이루어졌지만 필요한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온난화에 책임이 있는 선진국은 스스로 배출가스를 줄이기 보다는 공해산업을 제3국으로 옮기고 자신들의 책임을 195개 회원국으로 분산시켰다. 책임을 나눠서 지자는 것이었다. 2021년 영국 글라스고에서 개최된 COP26도 이산화탄소 배출 1위인 중국과 3·4위인 인도·러시아가 빠진 상태에서 진행돼 제대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이렇게 30년을 허송했다. 기후온난화가 절박하고 이산화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면서도 원자력발전을 통한 이산화탄소 배출저감은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RE100이 그것이다. 탈원전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과연 기후온난화를 믿고 있는 것인지, 이를 빌미로 재생에너지 장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산화탄소를 가장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배제한 이유가 뭔가. 필자는 작년과 올해 원자력발전을 시작하려는 몇 개 아프리카 국가에서 자문한 바 있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전기보급률이 20% 내외이다. 이들에게 돈이 있다면 전기보급률을 높이는데 써야 할까, 아니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데 써야 할까? 미래의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전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환경을 위해서 인류의 복지를 희생한다는 것이 맞는 것인가. 환경(環境)은 둘러칠 ‘環’자에 지경 ‘境’자이다. 무언가를 둘러싼 객체라는 뜻이다. 즉 안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환경사랑은 본질이 바뀐 것이다. 이들이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는 것은 식민지, 노예사냥 그리고 차관을 통한 이자착취에 더한 또다른 차원의 수탈같이 느껴진다. 간헐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서는 전력망을 보강해야 한다. 값비싼 전력저장장치를 보태고, 탄력운전이 가능한 전원을 설치하는 등 여러 가지 큰 돈이 들어가는 보강을 해야 한다. 그 모든 큰 희생을 치르더라도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 때문에 가격이 10배가 되어도 해야 하고, 그에 방해되는 요소를 모두 적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이다. 원자력이 배제되어야 하는 이유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탄력성이 없기 때문이라면 원자력이 없어져야 하는 것인지, 재생에너지가 없어져야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온실가스가 아니라 이산화탄소에만 집착하는 것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30∼50배 강한 온실가스다. 그런데 간접배출을 포함한다면 석탄발전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천연가스를 확대하자는 주장은 무엇인가. 어느 환경단체도 천연가스에 대해선 입을 닫는다. 2021년 우리는 ‘탄소중립 2050계획’을 세우면서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추산하지 않았다. 원전을 배제한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나는 기후변화를 100% 신뢰하지 않는다. 계산에 있어서 그리드 간격도 너무 크고 여러 가지 계산모델의 정밀성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이산화탄소를 굳이 방치하는 것도 현명하지 않다. 해야 한다면 경제와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그게 바로 원자력이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E칼럼] 에너지 복지, 정부가 직접 챙기라

한국가스공사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216억원(24%)이나 줄었다. 관행상 기타 자산으로 분류하지만 사실상 순손실일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민수용(가정용) ‘미수금’도 무려 12조5202억원으로 늘었다. 그런데 동절기 취약계층에 대한 도시가스 요금 지원을 확대하라는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발생한 비용이 무려 2022억원이나 된다. 9만6000원이던 도시가스 요금 지원액을 59만2000원으로 한꺼번에 무려 6배나 올린 탓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받았던 취약계층에게 도시가스 요금을 지원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오히려 더 따뜻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더 적극적으로 권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도시가스는 취사와 난방을 위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필수 연료이기 때문이다.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에 치명적인 연탄가스를 걱정해야 하고, 도시환경을 오염시키고, 수급도 원활하지 못하고, 불편한 연탄을 쓰도록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취약계층 복지 지원에 필요한 적지 않은 비용을 에너지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떠안아야 할 이유는 없다. 더욱이 가스공사의 모든 수입은 온전하게 도시가스 요금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취약계층의 도시가스 요금 지원은 일반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주는 정상적인 도시가스 요금을 납부하는 일반 소비자가 넘고, 생색은 엉뚱하게 가스공사가 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정부가 물가와 국민 부담을 핑계로 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하면 사정이 엉뚱하게 달라진다. 정부는 국민 경제를 위해 물가를 잡았다고 으쓱하고, 일반 국민은 어려운 이웃을 지켜주었다고 안심하는 황당한 착시가 발생한다. 현실은 정반대다. 우리 사회의 생존에 꼭 필요한 곳간이 텅 비어버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취약계층 지원이 고스란히 가스공사의 부실로 누적될 수 밖에 없고, 오히려 누적된 부실을 정리하는 일에 더 많은 비용을 쓰게 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되는 어리석은 일이다. 훗날 경제가 좋아지게 되면 도시가스 요금을 충분히 올려서 ‘미수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정부의 주장은 지혜롭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은 비정상이다. 가스공사가 떠안을 이유가 없는 복지 비용과 정책 실패에 의한 적자를 미수금이라는 허울 속에 감춰두는 꼼수는 하루빨리 정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에너지 복지의 부담을 떠안은 것은 가스공사만이 아니다. 45조원의 누적 적자에 무너지고 있는 한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취약계층을 위한 전기요금 지원을 모두 정부가 아니라 한전이 떠안고 있다. 물론 전기요금 지원에 투입되는 비용은 고스란히 한전의 부실로 이어진다. 전기요금 지원 대상도 다양하다. 기초수급과 차상위 계층은 물론이고 장애인과 유공자도 포함된다. 심지어 대가족과 3자녀 이상 출산 가구도 한전이 부담하는 전기요금 지원 대상이다. 전기를 공급해주는 한전이 소비자의 재정 상태까지 헤아려야 할 이유가 없다. 태양광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듯이 현재의 한전은 국민이 도무지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이다. 그런 한전에게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통째로 맡겨버리는 일도 내키지 않는다. 취약계층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이 전기요금 체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적자의 늪에 빠져버린 한전이 손쉬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만 매달리게 된 것도 그 결과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기업주가 낸다는 생각은 우리의 온전한 착각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100% 상품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소비자가 주머니에서 직접 내는 가정용 요금에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무리한 인상은 기업과 상품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돼 소비자에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에게 취약계층의 에너지 복지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중차대한 국가적 책무다. 현대 사회에서 에너지는 식량이나 보건의료만큼이나 국민 생활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취약계층을 지켜주기 위해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을 동결하거나 깎아주는 꼼수 정책은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 취약계층의 에너지 비용은 반드시 정부가 직접 해결하고 감당해야 한다. 에너지 복지를 에너지 공기업에 떠넘겨 부실을 키우는 일은 꼼수이고 비정상이다. 물론 정부의 복지 비용도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E칼럼] 중국의 자원무기화, 실리 외교로 극복해야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이 주도권을 쥔 핵심광물의 무기화가 점점 구체화 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핵심 원료인 갈륨. 게르마늄에 이어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인 흑연을 수출 통제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오는 12월 1일부터 고순도(순도 99.9%), 고강도, 고밀도 인조흑연 재료와 제품, 구상흑연과 평창흑연 등 천연흑연과 제품에 대해 수출 통제에 들어간다. 흑연은 배터리의 음극재 핵심 소재로 중국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핵심 원료 중 하나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용으로 많이 쓰이지만 용도는 다양하다. 내화물, 주조용 도가니, 브레이크 패드, 오일씰, 도료, 제강, 윤활제, 수지 등 국민경제 기초산업에도 사용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세계 흑연 생산량의 90%는 중국(69.7%), 브라질(10.0%), 캐나다(4.5%), 인도(3.9%), 우크라이나(2.2%) 등 5개국에서 생산된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제재부터 시작됐다. 이어 중국은 지난 8월1일부터 차세대 반도체 원료인 갈륨과 게르마늄을 허가 없이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이 다시 중국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터. AI 등 3개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자 중국은 다시 흑연이라는 무기를 꺼내 들었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공급망 동맹에 맞서 흑연에 이어 희토류도 수출 통제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광물 수급을 틀어 쥔 중국은 글로벌 자원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최근 개최한 일대 일로(一對 一路) 정상 포럼에서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10여개국과 핵심광물 협정을 체결했다. 또 기니(철광석), 인도네시아(니켈), 카자흐스탄(텅스텐), 에리트레아(칼륨), 아르헨티나(리튬), 콩고(구리·코발트) 프로젝트에서도 협정을 맺었다. 중국이 수출 통제 광물을 하나 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공급망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럽연합(EU)의 핵심 원자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희토류 17종을 포함 핵심 원자재 51종 가운데 중국이 세계 점유율 1위인 광물은 2020년 기준 3분의 2에 가까운 33종에 달한다. 희토류 중 네오디뮴을 비롯해 란타늄, 세륨 등 희토류 5가지는 중국이 세계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의 손아귀에 세계 희토류 생산이 달려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 전동 스티어링과 구동 모터, 부품 및 센서 등에 사용되고 소비자용 가전인 카메라, 스피커, 마이크, 에어컨, 냉장고 등에, 전자제품으로는 하드디스크, 휴대폰, 전동공구, 엘리베이터, 의료산업은 MRI, 임플란트 등에도 쓰인다. 문제는 현재까지 대체재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희토류 영구자석 중국 의존도는 평균 90%(2018년 94%, 2019년-2020년 93%, 2021년 90%, 2022년 89%, 올 상반기 85.8%)로 조금씩 줄어 들고 있지만, 수입량은 4000톤에서 7000톤으로 50% 넘게 늘어나며 전체 중국 의존도는 줄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3년 상반기 특정 의존도 품목 수입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들여오는 주요 수입 품목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배터리 핵심 품목의 중국 의존은 절대적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첨단산업의 원재료가 중국의 공급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반도체 생산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는 올 상반기 1570만달러를 수입했는데 이 중 79.4%를 중국으로부터 들여왔다. 배터리 제조용 원료는 더 심각하다. 인조흑연(93.3%), 탄산리튬.수산화리튬(82.3%), 니켈.코발트.망간 산화물의 리튬염(96.7%), 니켈.코발트.망간 수산화물(96.6%) 등은 대부분이 중국에 의존한다.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은 한국이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중국이 뒤쫓는 형국이다. 중국의 이번 흑연 수출 통제 조치가 질주하는 우리 배터리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따라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국내에서 정련 등 가공에 따른 환경 규제를 풀고, 생산기술력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중국외 국가(흑연의 경우 베트남, 인도, 브라질 등)으로의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보다 치밀한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중국과 갈등을 최소화해 원자재 공급 통제 등 무역 분쟁 소지를 줄이는 실리 외교를 적극 펼쳐야 한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E칼럼] 한일 수소협력, 에너지 협력의 견인차 되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번 APEC 회의는 무엇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미중 정상회담이 열려 세계적인 이목이 쏠렸다. 윤석열 대통령도 중요한 일정을 소화했다. 첫날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는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 경제의 연결성을 강조했고, 애플의 CEO인 팀 쿡과 GM의 수석부회장과도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는 이틀 연속 회동하며 양국 간 협력 의지를 거듭 다졌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함께 스탠퍼드대학을 찾아 좌담회에 참석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행보였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한·미·일 세 나라 간 첨단 분야에서의 기술협력을 강조했다. 이는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있었던 삼국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에서의 공동 연구와 개발, 인적 교류 확대의 연장선상이다. 아울러 한일 두 정상은 한일 간 협력의 잠재성이 큰 수소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은 수송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용 연료전지까지 수소 활용 측면에서 세계 1위로 평가 받고 있고, 일본은 수소와 관련된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기후 및 지질 조건 상 자체적으로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기후위기 시대에 화석연료·원료로 주목받는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앞에 여러 색깔을 붙여서 그 특징을 표현한다. 화석연료를 개질(reforming)해 생산된 수소를 그레이수소, 그레이수소와 같은 방식으로 생산하되 생산 공정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저장해 배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를 블루수소,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을 기반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물을 전기 분해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를 그린수소, 물을 전기분해하는 점에서 그린수소와 같지만 그 에너지원이 원자력인 경우를 핑크수소라고 부른다. 그런데 수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바로 저장 및 수송이다. 수소를 기체 상태로 수송하기에는 부피가 너무 커 액화 과정이 필요한데, 수소를 액체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영하 253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받고 있는 것이 암모니아다. 암모니아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로 결합돼 있으면서 영하 33도에서 액화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소를 수송·저장하는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임 시절인 2017년 12월에 2050년까지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는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내용의 ‘수소기본전략’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를 올해 6월 개정하면서 수소 및 암모니아 정책을 더욱 강화했다. 지난해 1월에는 일본 가와사키중공업(KHI)이 건조한 액화수소운반선인 ‘수소 프론티어’(Suiso Frontier)가 호주에서 일본으로 세계 최초로 액화수소를 운반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해외로부터 에너지원을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이 갖춰져 있지 않다보니 해상수송 기술을 발전시켜 온 이력이 있다. 일본이 한창 고도성장기 시절이던 1969년, 도쿄가스(東京ガス)와 도쿄전력(東京電力)은 세계 최초로 발전과 가스 사업에 대한 액화천연가스(LNG)의 공동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국 알래스카에서 LNG 수입을 실현한 바 있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다른 국가와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된 에너지 인프라가 없어 해상수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데다 기후 및 지질 조건 상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수소를 대량 생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일본과 유사한 호주, 캐나다, 중동 등에서 유사한 경로로 수소 도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고민이 비슷한 두 나라이기 때문에 수소 공급망 구축에서 힘을 합친다면 천연가스 시장에서 이른바 ‘아시아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리스크 비용을 감당했던 전력을 반복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양국 정상이 수소협력 의지를 확인한 만큼, 정부간이나 민간기업간에 보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E칼럼] 폐 배터리냐, 사용 후 배터리냐

일본 에도시대, 에도(江戶)에 ‘인분(人糞)’ 거래시장이 있었다. 에도지역의 인구 급증으로 도시의 농산물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인근지역의 농산물 생산을 위한 인분 퇴비의 수요가 덩달아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장이다. 인분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그동안 기존 인분 처리업자들이 돈을 지불하고 수거·처리하는 보통의 폐기물에 지나지 않았던 인분, 특히 고품질 인분을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뛰어들었다. 급기야 인분에도 품질에 따라 등급이 부여되고 가격을 차등화하며 사실상 ‘상품화’ 됐다. 요즘에도 ‘상품’과 ‘폐기물’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는 분야가 있다. 바로 전기차 배터리다. 이와 관련해 최근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다. 지난 14일 배터리 제조, 전기차 제작, 배터리 재활용, 유통·물류 분야에 이르는 24개 민간업체·기관이 참여한 협의체인 ‘배터리 얼라이언스’가 업계의견을 담아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업계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이 안에는 향후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이는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시장을 조성, 육성하기 위해, 민간 중심의 사용후 배터리 거래 체계 구축, 배터리 전주기 통합이력관리 시스템 구축, 공정한 거래 시장 조성을 위한 시장거래 규칙 마련, 재생원료 사용의무제 도입, 사용후 배터리 산업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 등에 대한 정책제언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률안까지 담았다. 헌데 상당히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업계안에는 이목을 사로잡는 2가지 대목이 있다. 첫 번째는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의 정의 부분으로 업계는 사용후 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닌 ‘상품’으로서 ‘전기차에서 분리돼 재제조·재사용과 함께 재활용 대상이 되는 배터리’까지로 새롭게 정의하자고 한 것이다. 두 번째는 이 안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됐다는 점이다. 그 동안 해당 정책을 주도해온 환경부가 아니고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환경부는 인식이 다르다. 환경부는 기본적으로 전기차에 탑재됐다가 폐차 등으로 철거되는 배터리를 ‘폐기물’로 인식해 ‘폐배터리’로 지칭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존 폐기물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유형의 폐기물로 간주, 전처리 후 일정 공정을 통해 니켈, 코발트, 리튬 등 희귀 유가금속 등을 추출하는 ‘재활용’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환경부는 자원순환법 개정하면서 전기차 배터리가 다시 전기차 재사용되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재제조할 경우에만 순환자원으로 인정, 폐기물 규제를 면제해주는 대신 ‘재활용’에 대해서는 ‘지정폐기물’로 지정, 규제·관리하겠다고 천명했다. 배터리가 순환자원이 아닌 지정폐기물로 분류되면 밀폐·보관사항에 대해 안전규제를 받고, 어디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감시받으며, 사업허가나 입지규제, 보관, 운송, 거래 등 전반에 걸쳐 보다 강화된 규제가 적용된다. 그러니 환경부가 재활용 배터리에 대해서는 ‘보다 강한 그립(Grip)감을 유지한다’는 말이 나온다. 사실은 전기차에서 탈착된 배터리가 재제조·재사용하든, 재활용하든 사실상 동일 생산라인에서 동일한 원료를 다루는 공정이라 위험 물질 함유량에 차이가 없다. 그리고 전기차에서 탈착한 배터리가 잔존성능이 70~80%이면서 경제성이 높은 광물을 포함한 경우 재제조하거나 재사용된 이후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순환구조(closed loop)’ 속에서 이해당사자들이 자유롭게 거래하는 하나의 ‘상품’이 되어야 건강하게 성장하는 순환경제 기반 산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재제조·재사용처럼 배터리(특히 셀·Cell)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 활용하면 ‘상품’으로서의 ‘사용후 배터리’가 되지만, 배터리를 파쇄하면 폐기물인 ‘폐배터리’가 된다. 결국 재활용 배터리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법적으로 아직 육성해야 할 시장이 존재하는 ‘상품’이 아닌 그냥 위험한 폐기물로 취급받고 있다. 물론 최근 전기차의 보급 추세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확장성은 크다. 이에 따라 향후 전기차에서 쏟아져 나올 사용후 배터리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해 자원 순환도하고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신시장을 열려는 관심과 노력이 이어지고 있고 또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전기차 탈착후 배터리 정책 관련해 산업육성 전담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규제를 전담하는 환경부가 벽을 허물어야 한다. 당장 따로국밥인 ‘사용후 배터리’·‘폐배터리’라는 용어부터 자원순환에 초점을 맞춰 ‘사용후 배터리’로 통일해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상위 조직으로 범부처가 참여하는 총리직속의 ‘컨트롤타워’ 설치를 검토해 볼만하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E칼럼] 에너지 산업에 필요한 넛지 디자인

최근에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자 교육에 참석했다. 바쁘다고 그 동안 미뤄왔던 교육이었지만, 의무적으로 연내에 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이틀이나 꼼짝 없이 교육장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오랜만에 학생의 기분으로 열심히 들어보자는 마음에 수업을 하나하나 수강했는 데 예상외로 재미도 있었고 안전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 중 한 수업 시간에 안전 및 보건 분야에 적용된 다양한 디자인적 요소나 인센티브에 대해 들으면서 자유주의적인 개입을 의미하는 ‘넛지(Nudge)’에 대해 오랜만에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공동 저서 제목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 개념은 전 세계에 퍼지기 시작한지도 이미 10년 이상 됐고, 행동주의 심리학에 기반하고 있지만 경제학, 사회학, 그리고 정책학 분야 등으로 확장되며 큰 호응을 얻은바 있다. 특히 마케팅 차원에서 다양하게 적용된 사례들을 찾아 볼 수 있는데, 구매 결정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상품에 대한 홍보를 대놓고 하기 보다는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돌아올 때면 장난감 가게에 들르지도 않았는데 어김없이 손에 장난감 하나가 들려있는 경우다. 이는 진료를 받은 후에 약국에 들어갔을 때, 부모들이 처방전을 약사에게 내미는 동안 아이들이 자기 눈높이에 맞추어 진열돼 있는 장난감이 포함된 비타민 사탕을 손으로 집을 수밖에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넛지 기반의 디자인적 요소가 에너지 분야에는 어느 정도 적용돼 있을까? 잠시 생각해 봤지만 그다지 효과적인 설계 예시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도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 나오는 동일 면적 세대 대비 에너지 사용량 그래프 정도가 아닐까 싶다. 경쟁 심리를 끌어들여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처음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요즘에는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조차도 그 그래프를 볼 때만 인식할 뿐 에너지 절약을 위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는다. 중장기적인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향상과 함께 에너지 절약이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이나 관심도는 어느 정도 가시적인 것에 비해 절약 부분에 대한 기술개발이나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분위기다. 지난달 한 대학에서 에너지산업 및 정책에 대하여 특강을 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30대 이상의 수강생 30여 명 중에서 2~3명 정도만 자기 집의 전기요금 수준을 알고 있다고 답했던 것을 상기해 보면, 일반 국민들의 에너지 요금에 대한 관심도나 절약 차원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넛지 기반의 디자인적 요소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경제학적으로 소비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가격이다. 최근에 전기요금이 조정됐지만 국민들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까? 인상된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지만, 이내 연예계나 정치계의 주요 사건들을 다루는 기사에 덮여 금세 잊히는 것 같아 좀 아쉽다. 이달 들어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전력사용량이 또 급증할 조짐이다. 이-팔 전쟁으로 ‘에너지 보고(寶庫)’인 중동 지역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시기에 또 다시 에너지 수급의 위기가 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아무 쪼록 에너지 절약을 위한 넛지 기반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와서 자연스럽게 에너지절약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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