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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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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엿보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14 07:33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본 원칙은 연속성과 실현 가능성이다. 지난 정부에서 정한 두 개의 장단기 목표 즉, 장기 목표인 ‘2050년 탄소중립’과 단기목표인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이어 받되,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에너지믹스는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폐기하고, 원전을 적정 비중으로 활용하는 복원전 정책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을 구체화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집권 직후 발표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 의지가 온전히 반영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늦은 감은 있으나 11차 계획이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에너지 계획으로 간주할 수 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핵심 내용은 전력 수요 전망 상향 조정, 신규원전을 포함한 원전 비중 확대,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 조절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몇 차례의 계획은 전력 수요 증가를 최대한 낮춰 전망하는 경향이 있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 수요 전망에 맞춰 공급 계획이 따라가는 구조다. 따라서 탄소중립과 탈원전 정책아래서 전력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 어쩔 수 없이 원전 이외의 유일한 무탄소 전원인 재생에너지를 비현실적으로 대폭 확대할 수밖에 없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바로 이런 모순을 피하려고 수요를 의도적으로 낮게 전망했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실제로 전력 수요 실적치가 번번이 계획치를 넘어서는 일이 반복되면서 의심은 점차 사실화되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36년 전력 수요 전망치는 10차 계획보다 5GW 이상 많은 140GW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전기화 수요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첨단산업 수요 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중심이 될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서 필요한 추가 전력만 해도 10GW에 이른다는 전망을 고려할 때, 전력 수요의 상향 조정은 여전히 부족해 보이지만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가장 큰 변화는 당연히 복원전이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석탄 발전을 줄이고, 이를 원전이나 재생에너지와 같은 무탄소 전원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석탄 발전은 거의 항상 가동되어야 하는 기저 전원이기 때문에 간헐성으로 말미암아 평균 이용률이 20% 내외밖에 되지 않는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는 전원이 아니다. 석탄 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무탄소 전원은 현실적으로 원전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전 비중의 확대는 탄소중립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탈원전 정책을 고수한 지난 정부에게는 거의 유일한 탄소중립 달성 수단이었다. 당연히 재생에너지 몰빵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영국 글래스고에서 선언한 2030년 NDC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매년 재생에너지를 9GW 이상씩 급격히 늘려야 달성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20년 한해동안 설치된 재생에너지 5.3GW가 역대 최대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다. 더구나 최근 재생에너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주와 전남 지역에서 이따금 발생하는 수급 불안정에서 보듯이 에너지저장장치와 전력계통의 대규모 증설이 동반되지 않으면, 전국에 걸친 재생에너지발 수급 불안정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기존 목표 30%에서 20% 내외로 하향 조정해 실현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실현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주변 여건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바로 실패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많이 증가하거나, 신규원전 부지확보가 지연되거나, 전력계통이 충분히 확충되지 않으면 바로 공급 부족, 탄소중립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리적 전력 수요를 유도하는 전기가격 결정 체계를 비롯해 신규원전 부지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전력계통의 원활한 확충을 위한 특별법 마련과 같은 후속 조치를 통해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일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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