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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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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에너지 안보 위한 내부 효율성 재점검할 때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11 08:33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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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불안과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자원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자원안보특별법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했다. 자원안보특별법은 해외에서 효율적으로 자원을 도입하는 법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수입한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부적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지난해에 통과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이런 내부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법적 장치이다. 즉, 수요처와 분리된 에너지 생산 및 공급시설에서 나타나는 비효율을 줄이고 에너지시설을 국토에 골고루 분산시키자는 것이 그 목적이다.

안덕근 신임 산업통상자원부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경제급전 원칙에 따라 발전계획을 수립·운영하는 것이 한전 적자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과 석탄발전 등 발전단가가 저렴한 발전원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에너지 안보가 가장 시급한 현시점에서 적절한 상황판단이다.

다른 모든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에너지 정책도 때를 잘 읽어야 한다. 여러 장기적 목표와 단기적 목표 그리고 이런저런 계획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와 순간을 넘겨야 하는 비상 상황에는 평상시의 상황(Business As Usual)을 과감히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가능성을 검토해 봐야한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제7차 전력수급계획 이후 지난 정부의 탈원전 및 탈석탄 정책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에너지 쇼크에 무방비로 당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즉, 원전과 석탄발전 등 기저전원이 71.6GW에서 60.6GW로 무려 11GW가 줄어들었는데 이 기저전원이 계획대로 있었다면 2022년 LNG 도입량을 800만톤 이상 줄일 수 있었고, 비싼 현물시장에서의 구매물량을 크게 아껴 전력공급 원가를 많이 낮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동해안의 기저전원을 수도권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현재 강릉안인, 북평화력, 삼척화력, 삼척그린, 한울, 신한울 등 동해안 지역 원전과 석탄발전 용량은 17GW이고, 이 구간의 선로용량은 22GW로 수자로는 여유 있어보인다. 하지만 송전선로 1개 루트가 고장날 때 대규모 정전 가능성을 막기 위해 절반만 사용한다고 한다. 따라서 실제 송전용량은 11.6GW에 불과하다. 어떤 전문가들은 실시간 출력제어나 수요관리로 송전용량을 상향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에너지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송전용량 상한을 산업부에 요청했으나 전력거래소와 한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결론을 못 내는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얘기가 들린다. 그런데 이런 논란이 기술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사고 시 책임을 지기 어려워 논의 자체를 회피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에서 어렵게 생산한 전력을 배달수단인 송전망을 제대로 건설하지 못해 공급이 안 되는 상황은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답답하다. 그런데 이에 더하여 이 송전망의 운용이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비싼 돈을 들여 건설한 송전망의 반을 놀리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짚어야 한다. 객관성과 전문성이 더 요구된다면 해외 계통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서라도 꼭 검토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다. 책임소재와 업무분장을 따지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에너지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에서 어렵게 구한 에너지 자원을 국내에서 제대로, 또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하느냐의 문제이다. 나아가 이를 위한 인프라를 적기에 건설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느냐의 문제이다. 인프라 문제와 함께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시장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 시장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산업구조와 거버넌스가 구축돼 있는지를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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