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EE칼럼] 에너지 안보 위한 내부 효율성 재점검할 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불안과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자원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자원안보특별법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했다. 자원안보특별법은 해외에서 효율적으로 자원을 도입하는 법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수입한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부적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지난해에 통과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이런 내부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법적 장치이다. 즉, 수요처와 분리된 에너지 생산 및 공급시설에서 나타나는 비효율을 줄이고 에너지시설을 국토에 골고루 분산시키자는 것이 그 목적이다.안덕근 신임 산업통상자원부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경제급전 원칙에 따라 발전계획을 수립·운영하는 것이 한전 적자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과 석탄발전 등 발전단가가 저렴한 발전원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에너지 안보가 가장 시급한 현시점에서 적절한 상황판단이다.다른 모든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에너지 정책도 때를 잘 읽어야 한다. 여러 장기적 목표와 단기적 목표 그리고 이런저런 계획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와 순간을 넘겨야 하는 비상 상황에는 평상시의 상황(Business As Usual)을 과감히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가능성을 검토해 봐야한다.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제7차 전력수급계획 이후 지난 정부의 탈원전 및 탈석탄 정책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에너지 쇼크에 무방비로 당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즉, 원전과 석탄발전 등 기저전원이 71.6GW에서 60.6GW로 무려 11GW가 줄어들었는데 이 기저전원이 계획대로 있었다면 2022년 LNG 도입량을 800만톤 이상 줄일 수 있었고, 비싼 현물시장에서의 구매물량을 크게 아껴 전력공급 원가를 많이 낮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이런 점에서 현재 동해안의 기저전원을 수도권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현재 강릉안인, 북평화력, 삼척화력, 삼척그린, 한울, 신한울 등 동해안 지역 원전과 석탄발전 용량은 17GW이고, 이 구간의 선로용량은 22GW로 수자로는 여유 있어보인다. 하지만 송전선로 1개 루트가 고장날 때 대규모 정전 가능성을 막기 위해 절반만 사용한다고 한다. 따라서 실제 송전용량은 11.6GW에 불과하다. 어떤 전문가들은 실시간 출력제어나 수요관리로 송전용량을 상향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에너지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송전용량 상한을 산업부에 요청했으나 전력거래소와 한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결론을 못 내는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얘기가 들린다. 그런데 이런 논란이 기술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사고 시 책임을 지기 어려워 논의 자체를 회피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에서 어렵게 생산한 전력을 배달수단인 송전망을 제대로 건설하지 못해 공급이 안 되는 상황은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답답하다. 그런데 이에 더하여 이 송전망의 운용이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비싼 돈을 들여 건설한 송전망의 반을 놀리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짚어야 한다. 객관성과 전문성이 더 요구된다면 해외 계통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서라도 꼭 검토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다. 책임소재와 업무분장을 따지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에너지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에서 어렵게 구한 에너지 자원을 국내에서 제대로, 또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하느냐의 문제이다. 나아가 이를 위한 인프라를 적기에 건설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느냐의 문제이다. 인프라 문제와 함께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시장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 시장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산업구조와 거버넌스가 구축돼 있는지를 돌아볼 때다.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미세먼지 저감 정책의 허구성

요즘 한겨울이지만 유독 화창하고 청명한 날씨를 많이 경험한다. 과거의 겨울처럼 삼한사온(三寒四溫)이 규칙적이진 않지만, 온화한 날씨도 자주 오고 있다. 그런데 날씨와 관련해서 이상한 현상이 있다. 매섭게 추운 날에는 청명해 눈이 부실정도로 햇빛이 강렬하고, 반대로 따뜻하다 싶으면 예외 없이 희뿌옇고 탁한 대기질,이른바 미세먼지를 동반한다. 이에 이의를 제기할 대한민국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겨울철 온화함은 반갑지만 미세먼지는 달갑지 않다. 미세먼지에 대한 폐해는 사망률에서 입증된다.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2만∼3만명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의 사망자(8000∼9000명)에 비해 3배 가량 높다. 온실가스 처럼 미래세대를 논할 것 없이 미세먼지는 현재 세대의 수명에 영향을 주는 발등의 불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의 이런 불청객 미세먼지는 누구 탓일까. 케케묵은 질문이다. 과연 우리나라의 공장의 탓일까? 우리나라 공장들이 추운 날씨에는 일 안하고 굴뚝 막고 있다가, 따뜻한 날에만 일하지는 않을 것이란 건 너무도 당연한 상식이다. 날씨와 관계없이 연중 일정한 가동률을 가정한다면, 가장 추운 날 볼 수 있는 청명한 날씨는 어떻게 설명될까. 미세먼지는 항상 심할때 서해최북단 백령도부터 시작된다. 발전소나 산업시설도 없는 그곳이 왜 그럴까. 외부요인이 아니라면 어떻게 TV에서 보는 미세먼지 예보가 그렇게 잘 맞는지. 기류의 흐름에 따르는 구름과 같이, 미세먼지의 ‘움직임’도 기상청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피부에 와 닿는 현실과는 달리 한ㆍ중ㆍ일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보고서(2019년 11월)에서는 2017년 기준 한국 3개 도시(서울, 대전, 부산) 연평균 농도에 대한 자체 기여율이 51%라고 돼 있다. 단 고농도 때는 국외영향이 80% 이상으로 급등한다. 좋을 때는 국내 요인과 국외,이른바 중국발 미세먼지의 요인이 반반이지만 심할 때는 중국의 영향이 대부분이란 사실로 호도하고 있다. 공기질이 좋을 때는 국내요인이 얼마가 되든 전혀 상관없다. 문제는 나쁠 때다. 이것이 팩트라 하더라도 이런식의 발표는 국민은 헷갈릴 수 밖에 없다. 그냥 우리 탓도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쁠 때는 국내 배출 규제 효과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국내 탓’에 치중한다. 공장의 가동시간을 변경하거나 가동율 조정하고, 공사장 인근 물 청소 강화를 통해 비산먼지 발생 억제에 초점을 맞춘다. 승용차 차량부제 운영과 에너지 사용 줄이기 등 국민행동요령을 실천하고 노후 경유차 등 해당지역 차량의 운행제한과 석탄발전 가동을 중단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게 공짜가 아니다. 예컨데 한국전력 기후환경요금으로 사용량에 따라 세금처럼 부과되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에 따른 석탄 발전 감축비용은 연간 1000억원에 달하고 이 비용은 결국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간다.그런데도 왜 실효성도 없는 국내 긴급 조치로, 국민들이 부담을 떠안아야 하나. 더 나아가 국내조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환경 경제학자로서의 정체성이 있는 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냐고 하겠지만, 환경경제학자는 정책을 연구할 때도 해당 조치가 문제해결에 적합한 ‘합목적적’인지, 목적 달성이 최소한의 비용을 들어 가능한지의 ‘비용효과성’을 판단하는 전문가다. 지금은 일부의 국내 미세먼지 줄이는데 드는 비용이 그 이익보다 훨씬 더 적다. 중국을 비난하기에 앞서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자. 그동안 국내 요인 탓을 과장되게 인식케 한 정책방향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해결의 방향을 모호하게 만들어 여론을 분산시키고, 우리나라 규제기관의 역할을 불필요하게 확장했다. 일단 정부조직은 목표의 적합성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임무만 주어지면, 무제한으로 인원과 권한을 확장하는 경향이 있다. 머리를 내놓지 않고 돌진하는 수영선수와 같다고 할까.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책이 문제해결에 도움되는지 여부와, 투입된 공무원들의 인건비를 포함해 정책을 이행하는데 소요되는 예산과 비용, 정책으로 손해를 입는 자국 기업체와 국민들의 애로는 무시되고 만다.책임은 없는데, 권한만 주어지니 벌어지는 일이다. 자신들의 책임도 아닌데 상황 호전은 안되면, 마구잡이 권한과 예산만 팽창한다. 열심히 일하는 관련 부처와 공무원을 비난하는게 아니다. 첫째로, 현재의 비대한 권한에 어울리게 해외소재 공장들 문까지 무조건 닫고 오게 할 임무까지 주어져야 한다. 그게 안되므로 둘째로 대부분의 미세먼지가 해외발이라 부처입장에선 면책대상이라 판단되면, 책임범위에 맞게 권한도 재조정할 수 있다. 국내조치는 자학적인 수준이다. 할 수 있는게 없으니 지금처럼 허우헌날 공동연구니 컨퍼런스니 해서 중국 담당자들과 함께 사진이나 찍고 와야 하는 부처입장을 생각해보자. 얼마나 답답하겠는가.유종민 홍익대학교 교수/ 미국 포틀랜드 주립대학 겸임교수

[EE칼럼] ‘UAE 컨센서스’와 한국이 할 일

지난해 11월 말부터 12월 13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합의가 이뤄졌다. 무엇보다 참가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최종합의문 ‘UAE 합의(UAE Consensus)’다. 여기에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대, 에너지효율 2배 향상 등 목표설정과 ‘탈화석연료 전환’ 등의 내용이 명시됐다.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ing away)‘을 위해 화석연료의 ‘단계적 축소(phase down)’를 가속화한다는 합의도 이뤄졌다.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Global Stocktake) 결과가 예정대로 제시된 점도 큰 성과다. 2016년 말 발효되고 2021년부터 적용된 파리협정은 가맹국들에 대해 5년마다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기초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GST다. 이번 첫 번째 GST 결과에 따르면 완화(mitigation)의 경우 각국이 파리협정 후 상향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파리협정 목표 달성에는 불충분하며, 1.5도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2035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60% 감축해야 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화석연료로부터의 탈피, 메탄 등 이산화탄소 외의 온실가스 감축 등이 요구된다고 지적됐다. GST는 세계적 차원의 진척 상황을 평가하는 것으로, 개별국가의 목표설정이나 진척 상황을 평가하는 게 아니다. 이번 GST 결과를 토대로 향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어떻게 수정할까 하는 것은 각국의 재량이며, 각국이 2025년까지 제출하는 갱신된 NDC(2035년 목표)에 이번 결과가 어느 정도 반영될지, 또한 1.5도에 부합하는 목표설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불투명하다. 적응(adaptation)과 관련해서는 개도국에 대한 자금지원, 재해방지 기술 공여 및 인재육성 등 다각적인 지원 강화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기후변화에 강한 물과 식료 등의 공급망 구축, 건강 피해에 대한 대응 강화 등도 요구됐다. 한편 국제이니셔티브의 하나로서 한국, 미국, 프랑스, 일본 등 22개국은 원자력발전 설비용량을 2050년까지 3배로 늘리는데도 합의했다. 이들 국가는 소형모듈형 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자로 뿐만 아니라 수소나 합성연료 생산 등과 같이 탈 탄소화를 위해 산업 부문에서 원자력을 더욱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원자로 개발 및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등 주요 5개국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제 원자력 에너지 공급망 구축을 위해 42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이들 국가는 정부 주도 투자를 통해 향후 3년간 우라늄 농축 및 전환 용량을 강화하고 러시아의 영향에서 벗어나 탄력적인 국제 우라늄 공급 시장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COP28 성과에서 미흡한 부분도 있다. 석탄화력발전의 삭감 시기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고, 석유에 대해서도 산유국의 영향력이 작용해 합의문 문구에서 명시적인 언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손실과 손해(loss & damage) 기금의 신설은 결정됐으나 기금 출연 규모는 약 8억달러에 그쳤고, 적응이나 완화에 관한 개도국 지금지원에 대해서도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COP28의 합의에 따라 우리나라도 많은 과제를 안았다. 먼저 온실가스 감축 노력 배가와 함께 NDC 목표 상향을 위한 에너지믹스 재정립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7억2700만톤을 정점으로 2022년에 6억 5500만톤으로 줄었다. 하지만 2030년 목표(2018년 대비 40% 감축)인 4억3660만톤으로 배출량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2035년 감축 목표가 더욱 상향되면 목표 달성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 에너지효율을 높여 배출원단위(GDP 당 배출량)를 낮추면서 탄소배출계수가 낮은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배출원단위는 1993년에 GDP 10억원당 663톤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에는 357톤까지 낮아졌다. 배출원단위를 더 낮추기 위해 산업, 수송, 건물 등의 분야에서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전기화(electrisification)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 전원믹스의 탈 탄소화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전력부문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2018년 36.9%에서 2022년 32.7%로 크게 낮아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원자력 발전량이 늘면서 배출비중이 떨어졌다. 하지만 전력 부문은 여전히 국내 핵심 배출 부문으로 감축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무탄소에너지 발전 확대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기여도를 더 높여야 한다. 주요국들이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원전 설비용량을 확대하자는 데 합의한 만큼 우리도 원전 활용도를 더 높여야 한다.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원전의 계속운전과 이용률 향상, 신규 설비 건설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균형을 이루도록하고 수소·암모니아, CCUS(탄소 포집·이용·저장) 등 여타 무탄소에너지와의 적절한 조합도 필요하다. 국내 노력과 별도로 국제적인 차원에서 기후변동에 취약한 개도국에 대한 자금 지원, 재해 방지 기술 공여, 인재육성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E칼럼] 한국만 비껴간 태양광 혁명

필자는 지난해 2월 에너지경제신문에 ‘태양광 300GW 시대’ 칼럼을 썼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2022년 하반기 태양광산업 동향’ 보고서를 근거로 2023년 전 세계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용량을 2022년 대비 20% 성장한 320GW로 예상했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이제 앞자리 숫자를 ‘4’로 바꾸어야 할 것 같다. 2023년 글로벌 재생에너지 분야는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재생에너지 혁명, 특히 태양광 메가 붐은 지속됐다. BloombergNEF에 따르면 풍력 발전의 경우 인플레이션과 높은 이자율, 공급망 압박이라는 어려움 속에 2022년보다 약 18% 성장한 100GW가 신규 설치될 것으로 예측된 데 비해 태양광 발전은 413GW로 64%가 성장할 것으로 봤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발전용 원자로 정보 시스템(PRIS)의 지난해 12월 접속기준으로 전 세계에 가동 중인 원자로가 412기이고 용량은 370.17GW인 점을 감안하면 태양광이 얼마나 많은 용량을 한해에 설치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의 가장 큰 시장은 중국이다. 중국은 국가에너지청(NEA)에서 매달 20일 전후로 전월까지의 발전설비 용량 통계를 발표하는 데 매달 발표 때마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까지의 신규 태양광 설치 용량이 165GW에 달한다. 이는 2023년 중국 국가 목표치(100GW)를 11개월만에 65% 초과 달성한 것이다.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2022년 설치 용량(86.1GW)의 192%에 해당한다. 중국은 매년 증가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엄청난 용량의 발전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역시 11월까지의 신규 발전설비 용량은 우리나라 12월 기준 전체 발전설비용량(144GW)의 두 배가 넘는 289GW 달한다. 이 가운데 태양광이 165GW로 절반이 넘는 57%에 달하고 풍력 47.5GW(16.4%), 화력 46.4GW(16.1%), 수력 7.8GW(2.7%), 핵 발전 1.2GW(0.4%) 순이다. 신규 발전설비 용량 중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율도 2021년 30%에서 2022년 46%, 2023년에는 57%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유럽연합(EU)은 2022년 40GW에서 지난해 40% 증가한 55.9GW, 미국은 21GW에서 55% 증가한 33.0GW, 독일은 7.4GW에서 90% 증가한 14.1GW, 이탈리아는 2.5GW에서 96% 증가한 4.9GW 설치가 예상된다. 반면 2020년 4.7GW에 달했던 우리나라 태양광 신규설치 용량은 2021년 4.4GW, 2022년 3.0GW에 지난해는 2.7GW로 3년 연속 역성장이 예상된다. 위도상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2022년 발전량도 우리나라의 93%(한국 620TWh, 독일 577TWh) 정도인 독일의 경우 태양광 신규설치에 가속도가 붙었다. 2021년 5.3GW에서 2022년 7.4GW, 2023년 14.1GW가 예상되며 불과 2년만에 2021년 대비 266%에 해당하는 용량을 신규로 설치하게 된다. 2014년부터 2020까지 8년 동안은 연평균 약 3GW(한국 2.4GW)를 설치했고 2022년과 2023년 2년은 이전 8년간의 평균의 3배가 넘는 연평균 10.7GW(한국 2.9GW)를 설치하게 된다. 이에 따라 독일 전체 발전설비 용량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점유율도 2010년 10%, 2013년 20% 돌파한데 이어 2023년에는 33.2%에 이를 것이다. 우리나라와의 태양광 신규 설치용량 차이를 비교해 보면 2021년까지는 1GW 미만이던 것이 2022년 4.4GW, 2023년 11.3GW로 크게 벌어지게 된다. SolarPowerEurope의 최근 보고서에서는 1GW에서 1TW로 증가하는데 22년이 걸렸지만 이후 2TW까지는 3년, 3TW까지는 2년이 걸리고 그후에는 매년 평균 1TW 이상이 설치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2021년 대비 2022년 발전량 증가율을 보면 태양광 24%, 풍력 16%, 석탄 1%, 수력 2%, 바이오 1%, 핵 ?5%였는데 역시 2023년 이후 태양광의 증가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중립 로드맵의 시나리오에서 요구량을 충족하는 발전원은 태양광이 유일하다고 밝히는 등 태양광 혁명은 현재 진행중이다. 우리나라는 G20 및 OECD 회원국이자 세계 13위 경제 규모를 가졌다. 세계 10위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 전력생산량은 독일, 프랑스보다 많아 세계 8위지만 전력생산에서 재생에너지 점유율은 OECD 꼴찌다. 석탄발전 비중은 아프리카 평균보다 높고 태양광·풍력 발전 점유율은 나미비아, 모로코, 케냐의 절반 이하다.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점유율 또한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비교 국가의 역시 절반 이하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미래 세대와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은 외면한 채 2030 재생에너지 목표를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30.2%에서 21.6%로 낮췄고 2024년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부 예산을 39.5% 줄였다. 기후변화 위기 앞에 글로벌 경제 질서와 산업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고, 재생에너지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환경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전 세계가 태양광에 풀 악셀을 밟고 있지만 태양광 혁명은 아쉽게도 우리나라를 비껴가고 있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에너지포럼 이사

[특별기고] 에너지 위기시대, 국가 차원 LNG 비축 강화가 해법이다

에너지 안보가 세계 에너지 시장의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해외 주요국들은 가스 등의 자원안보 확보를 위해 총력을 다 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의 파장을 가장 직접적으로 맞닥뜨린 유럽연합은 동절기 가스비축과 공급망 다변화 등의 전략을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주요 실천과제로 천명하고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천연가스 비축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 시점에서 천연가스는 건물의 난방취사 연료로서 대체 불가능한 에너지이며,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믹스에서도 주요한 발전원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원자력수력재생에너지석탄발전을 기저발전으로 놓고, 천연가스발전을 첨두발전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저발전의 불시고장 및 이상기온 등 발전시장 내 변동성을 천연가스가 맡는다. 발전원으로서 천연가스의 특성은 천연가스 수급위기 시 그 여파가 민수용 난방·취사에 한정되지 않고, 전력시장과 연계되어 에너지 시장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한다. 유럽연합 등의 주요국이 천연가스 비축 제도를 강화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천연가스의 광범위한 활용성과 파급성 때문이다.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직후 유럽연합은 가스안보 강화의 일환으로 2022년 11월 1일까지 저장시설용량의 최소 80%, 2023년 11월 1일까지는 최소 90%의 가스비축의무를 법제화 하고 추진하였다. 이러한 상시 가스비축제도를 운영 중인 주요국가 중 액화천연가스(LNG) 도입량이 많으며, 1차 에너지소비 및 발전믹스 내에서 천연가스의 비중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스페인의 비축 사례는 우리나라가 벤치마크 할 만한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산업 구조 한국과 유사한 스페인, 시장참여자 모두 동등하게 천연가스 비축의무 가져스페인은 유럽에서 천연가스를 LNG 형태로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 중 하나다. 2022년 천연가스가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7%(한국 17.5%)이며,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4%(한국 27.9%)나 된다. 이 같이 스페인은 천연가스가 국가 에너지 시장에서 자리한 위치와 역할이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하다. 또한 스페인의 2022년 LNG 수입량은 약 2100만톤으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은 양의 LNG를 수입했다. 천연가스 소비량에서 LNG 수입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90%(한국 100%)로 천연가스 수입형태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스페인은 LNG 수입 외 나머지 약 10%를 배관망을 통해 PNG(파이프라인가스) 형태로 수입하고 있으므로 천연가스 수입의존도가 100%라는 점도 우리나라와 동일하다.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천연가스 수입 및 소비행태를 가지고 있지만, 천연가스 비축제도에서는 우리나라와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먼저 비축관리주체와 비축의무자의 범위에서 큰 차이가 발견된다. 스페인은 천연가스를 포함한 석유류의 공급 안정성(비축관리, 도입선 다변화)을 2013년부터 정부산하 중앙비축기관인 CORES를 통해서 통합 운영·관리하고 있다. 또한 1998년부터 판매자/공급자, 직소비자 모두에게 비축의무를 법적으로 부여했다. 즉, 천연가스를 수입하여 공급하는 사업자든, 수입하지 않고 내수 시장에서 구입하는 직소비자든 구분하지 않고 시장 참여자 모두가 비축의무를 동등하게 부담한다. 정부에서는 국가 전체 비축을 비롯한 공급안정성을 통합적으로 운영·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오직 가스공사만 비축의무자로 지정돼 있다. 비축의 운영·관리도 가스공사가 수행하고 있다. 양국은 천연가스 의무비축량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스페인의 의무비축량은 현재 국가 총수요의 최소 27.5일분이다. 최소 안전재고 10일분, 최소 운영재고 10일분, 사용자 운영재고 7.5+a일분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사용자 운영재고의 비축일수는 최소 7.5일에서 천연가스 수요, 저장시설의 가용 용량, 사용자 운영재고 외의 비축량 등을 고려해 매년 다르게 계산된다. 2023년의 사용자 운영재고는 11.1일분으로 확정돼 2023년 스페인의 총 의무비축량은 31.1일분으로 강화됐다. 스페인의 의무비축 형태별 차이점은 안전재고는 방출 권한을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으며, 운영재고의 방출 권한은 관할 부서장관이 가진다는 점이다. 사용자 운영재고량은 동계비축 의무량으로 유럽연합차원에서 부과되는 동계비축 의무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11월 1일까지 비축해야 하는 물량이다. 스페인에서는 특별히 LNG를 도입돼 사용하는 기업에게는 11월 1일부터 익년 3월 31일까지 LNG 형태로 비축의무를 부여한다. 이러한 LNG 비축은 스페인의 동계비상계획(Winter Action Plan)의 일환으로 2005년부터 시행됐으며 점차 강화되는 추세이다. 2021년 9월 비축의무일수는 3.5일에서 5.5일로 상향 조정됐다. 이 시기는 유럽의 풍력발전량 감소, 코로나-19 이후 에너지 수요 증가 등의 원인으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점차 증가하고 변동성 또한 확대되는 시기였다. 스페인 동계비상계획에서는 LNG 비축 강화 이유가 명확하게 명시돼 있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시장 변화로 동계 수급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고, 동절기 예외적 공급 부족 사태의 결과를 시장이 감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LNG 비축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스페인은 지하저장시설용량이 부족하며, 물리적인 특성상 LNG 저장시설 만이 유일하게 갑작스런 천연가스 수요 증가에 따른 즉각적인 공급을 보증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 에너지 위기와 천연가스 가격 폭등 사태를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한 여파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2021년 9월 LNG 비축강화제도를 시의적절하게 추진한 스페인은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2021년 9월 일평균 유럽 현물가격(TTF)이 22.8달러/mmbtu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2022년 8월 69.9달러/mmbtu로 3배 이상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스페인의 2021년 LNG 비축의무 강화는 매우 적절한 사전적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스페인에서 동계 LNG 비축물량을 방출할 수 있는 조건으로는 △한파로 인한 기온 급감 △발전시장 수급불안에 따른 가스발전량 급증 △가스공급자의 불가항력 선언 △가스 공급 인프라 혹은 상류부문 사고 등의 경우다. LNG의 도입·공급 단계에서의 위기뿐만 아니라 국내 도시가스·발전 소비단계의 수급불균형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위기관리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스페인은 비축의무제도 외에도 천연가스 공급안정성 보장 관련 의무를 판매자/공급자, 직소비자에게 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한 수입국의 의존도가 국가 천연가스 소비량의 50%를 초과하는 경우 국내 수요의 7%를 초과하는 판매자/공급자, 직소비자는 해당 국가의 수입 비중을 50% 미만으로 조정하도록 도입포트폴리오 조정의무가 부여된다. 물론 현실적으로 국가 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을 한 국가에서 수입하는 일이 쉽게 발생하지는 않으나, 가스시장 참여자들의 도입선 다변화를 유도하고 국가 수급의무에 동참하게 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가스시장 참여자들은 매년 4월 30일까지 도입관련 세부 정보를 정부기관에 제출하는 의무가 있고, 담당기관은 국가 도입 포트폴리오 정보를 반기별로 업데이트하고 공개하도록 돼 있다. 이는 정부가 천연가스 시장 참여자들의 도입관련 시장 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해 정보 부족이나 정보비대칭으로부터 야기되는 가스시장의 수급 불안 문제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국내서도 정부 주도 통합 LNG 비축 강화방안 마련해야국내에서도 핵심 자원안보의 중요성이 공론화돼 관련 법안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최근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안(대안)’(‘자특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그간 가스공사가 오롯이 국가 전체 가스시장의 비축의무를 전담하면서 그 역할을 수행하였으나, 금번 법안 추진을 통해서 직수입자의 비축의무 필요성을 인식하고 법제화하려는 노력 그 자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특법’ 안에 담긴 직수입자의 비축의무는 위기 시 한시적인 부과에 지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들 뿐만 아니라, 비축 물량 처분을 국내 제3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되면서 핵심 자원안보에 대한 효과적인 위기 대응이라는 자특법의 근본 취지가 퇴색될 것이 우려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및 ‘천연가스 비축의무에 관한 고시’를 통해 가스공사 판매량의 9일분을 가스공사가 비축하도록 법제화 돼 있다. 또한 가스공사 저장탱크 용량의 5%는 불용재고로 비축의무량인 9일분에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에 2023년 가스공사의 실제적인 비축의무량은 가스공사 판매량의 11.6일분이 된다. 이는 2021년에 강화된 규정으로 이전에는 가스공사가 불용재고를 포함한 7일분만을 비축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가스공사가 가스공사 판매량뿐만 아니라 민간 직수입사의 물량을 포함한 국가 전체의 비축의무와 수급의무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우리나라의 2023년 천연가스 비축일수는 명시된 9일분(불용재고 포함 11.6일분)보다 적은 7.6일분(불용재고 포함 9.8일분)으로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 수요 기준 우리나라의 천연가스 비축일수는 직수입사의 도입량에 따라 증감하는 함수형태가 되는데, 직수입사의 도입 변동성은 국제 LNG시황과 현물가격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국가 비축일수의 변동성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비축제도의 또 다른 문제는 가스공사의 비축의무를 통한 국가 수급 안정성의 효용을 공유하는 직수입자의 무임승차 이슈이다. 가스공사가 부담하는 비축의무 비용(비축물량 확보비용, 저장탱크 이용비용, 기타 부대비용)은 가스공사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주택용 소비자, 산업용 소비자, 발전용 소비자에게로 전가돼 분담하는 구조이다. 각 소비자들은 직수입자를 대신해 국가 비축의무에 대한 비용을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가스공사가 2022년도 비축의무의 80%를 부담하고 직수입자가 나머지 20%를 부담했다고 가정하면, 가스공사는 상당량의 금액을 요금 인하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직수입자는 비축의무와 자가소비에 대한 수급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장기도입 비중을 낮게 가져가면서 국제 LNG시장 시황에 따라 현물도입을 통한 수익극대화 전략을 추구한다. 문제는 이러한 직수입자의 행태가 풍선효과로 돌아와 가스공사의 도입 및 가스공사로부터 공급받는 발전사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를 인용하며 직수입자가 선택적으로 도입물량을 감소시키면서 가스공사가 계획 밖의 고가의 추가 LNG현물을 구매하게 됐고, 이에 따른 발전시장의 SMP(계통한계가격) 상승이 유발돼 전기료 인상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도출, 이를 지적한 바 있다. 그 결과, 전 세계 에너지 격랑 속에서도 주요 민간 발전 3사는 2022년 국내 SMP 상승에 따른 수혜로 2020년 대비 영업이익이 약 3.3배 상승한 1조8877억원을 실현했다. 반면 가스공사는 미수금 약 15조원(2023년 2분기 기준), 한전은 누적 적자 약 45조원(2021년~2023년 기간)이라는 실적과 에너지요금 폭탄의 주범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자특법’에서는 위기 경보 시에만 직수입자에게 비축의무를 한시적으로 명할 수 있기 때문에 상기에서 언급한 △직수입물량에 따른 국가 비축일수의 증감현상 △직수입자의 무임승차 이슈 △에너지 기업 간 수익양극화 현상 중 어떤 한 가지도 해결할 수 없다. 또한 최근의 에너지 위기와 급작스런 에너지 가격 급등의 사례를 통해서 볼 때, 위기 경보에 대한 판단과 그 시점이 시의적절하게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우려도 든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페인의 동계비상계획에서는 ‘시장이 감지하지 못할 가능성과 이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비용 발생’에 대해 명시하며 국가차원의 통합 비축의무를 강화한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위기 경보 발령 후 직수입자에게 비축의무 명령이 실제로 내려 질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 현재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에서도 수급 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직수입자에게 도입물량 규모·시기 등의 조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법제화 돼 있지만, 2022년 에너지 위기 기간을 포함해 단 한 번도 직수입자에게 수급 조정명령이 이루어진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직수입자를 포함한 국가 전체의 소비물량으로 비축의무의 대상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LNG 비축강화의 세부방안은 다각적인 측면에서 검토해봐야 할 테지만, 스페인의 사례와 같이 국가 주도의 통합적 비축·운영 방안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국가 전담비축기관을 지정하면 전담비축기관은 국가 비축의무를 통합적으로 수행 및 운영·관리하며, 비용은 가스시장의 참여자인 가스공사와 직수입자 그리고 정부가 분담하면 된다. 통합비축은 비축제도의 효율적 운영 및 관리 측면에서 이점이 있기 때문에 국가수급 위기 발생 시 기민한 대처가 가능하며, 현재 ‘자특법’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제3자 판매 문제도 발생하지 않게 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에서도 천연가스의 역할이 여타 어느 나라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EI(舊 BP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천연가스가 국내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5%, 발전량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9%이다. 특히, 발전부문에서 천연가스는 원자력석탄과 함께 주요 발전원으로서 중추역할과 발전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흡수하는 유연성 전원의 역할을 모두 감당하고 있기 때문에 천연가스의 수급위기 대응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는 정부 주도의 국가 통합비축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법 개정이 조속히 이루어져서 국가 에너지 안보강화와 국민 편익 증진의 초석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한국가스공사 인천LNG생산기지 전경.

[EE칼럼] 분산에너지 활성화, ‘그림의 떡’ 될 수도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대형 발전소 중심의 중앙집중식 전력 공급 체계를 전력을 소비하는 곳에서 직접 생산하는 분산형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분산에너지는 연료전지·신재생에너지·중소형 원전(SMR)·집단에너지발전과 같은 무탄소 또는 환경친화적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말한다. 송·배전 인프라 등 전력 계통망 구축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환경정책기본법에 규정된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에도 부합할 수 있다.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의 취지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보기 흉한 고압 송전 철탑을 설치할 필요가 없고, 오염과 사고의 위험을 남에게 떠넘기는 윤리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고 분산에너지 활성화가 당장 실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합의를 거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균일하게 부과하고 있는 전기요금 체계를 지역별 차등제로 전환해야 한다. 전기의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거래 절차도 개선해야 한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전기 거래절차 개선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전기를 저장하는 현실적인 기술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전기는 실시간 생산과 실시간 소비를 원칙으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활용이 가능한 분산에너지로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현재의 기술로는 100% 완전한 분산에너지 시스템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분산에너지 시스템은 현재의 중앙집중식 전력의 보조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모든 소비자가 중앙집중식 송전망과 분산에너지를 상호보완적으로 함께 사용할 수 있어야만 한다. 기술적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전압과 주파수의 안정성을 요구하는 정밀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어쨌든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하더라도 완전한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불가능하다. 소비자가 사용하는 분산에너지의 양을 중앙집중식 전력 사용량과 철저하게 분리해서 관리하는 복잡한 스마트그리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전국의 모든 송전망을 첨단 스마트그리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시설 투자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송전망 관리에 필요한 기술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진다. 현재는 한국전력이 교류를 생산하는 25기의 원전과 50여 기의 석탄화력을 비롯한 대형 발전사와 일부 대형 민간 LNG 발전사만 관리하면 된다. 매일 시간대별 전력 수요를 전망해서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국의 발전사에 전력 공급을 요청하고, 실시간으로 전력의 생산과 소비를 모니터링하면서 발전량을 조정해야만 한다. 잠시라도 공급이 부족하거나 넘치면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분산에너지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미 전국에 흩어져 있는 소규모 신재생 에너지 사업자의 수가 5000개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엎친 데 덮친다고 영세 발전 사업자의 기술력·관리력은 물론 사회적 책무성도 신뢰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한전이 분산형 전원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관리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극단적인 수도권 분포도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전체 인구의 50.6%에 해당하는 2600만 명이 서울·인천·경기를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전력 수요도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런 수도권에 수요에 걸맞는 수준의 분산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분산에너지시설을 갖추기 위한 공간적인 제약과 발전설비는 물론이고 물론 오염 방지와 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을 갖추기 위한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당연히 발전단가도 높아진다. 그런 현실은 이미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의 발전 현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태양광의 발전량의 43%가 호남 지역에서 생산된다. 그렇다고 태양광이 호남지역의 분산에너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호남 지역의 전력 소비는 전체 전력 소비량의 12%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호남에서 생산된 태양광 전력을 고압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분산에너지라고 모두 장거리 송배전 투자가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특별법에 명시된 대부분의 분산에너지가 아직은 기술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미래의 에너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욱이 대부분의 분산에너지 발전사는 필연적으로 영세할 수밖에 없다. 대형 원전이나 석탄화력이 챙길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없다. 결국 영세한 미래 에너지의 발전단가는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쌀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값이 지나치게 비싸면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E칼럼] 새해 기후변화 대응 과제와 해법

2024년 갑진년이 밝았다. 새해 초부터 우리나라의 폭설을 비롯해 지구촌에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기상이변이 잇따르고 있다. 지구촌 모두가 힘을 합쳐서 기후위기에 대응을 해도 충분하지 않은데 올 한해 전개될 각국의 상황은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이 계속될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은 파리협정 아에서 국가적 기여 (NDC)로 알려져 있는 회원국별 또는 EU와 같은 지역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계획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올해는 우리나라의 총선과 미국의 대선을 비롯해서 74개국에서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유권자가 참여하는 전국 단위의 선거라 치러진다. 행여나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집권을 하면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후퇴가 있게 되지 않을지 많은 우려가 있듯이, 각국의 선거가 국제사회 기후변화 대응에 미칠 파장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국제 분쟁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을 거쳐서 여러 지역에서 묻혀있던 분쟁의 불씨를 키우는 모양새다. 이러한 지역정세의 불안정은 유럽의 에너지 대란에서 볼 수 있듯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역차원의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불안정 속에서 촉발되는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화석연료와 결별을 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회원국 간에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 내었다. 이를 바탕으로 각국은 2025년에 제출할 새로운 NDC를 잘 준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미·중 간의 기후변화 협력도 그 모멘텀을 잃지 말고 계속되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에 어려움에 처한 국가들을 계속해서 지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면 좋겠다. 올해 국내차원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기반으로, 국제적으로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리더십 발휘 차원에서 기후위기 대응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겠다. 특히, 올해는 2025년에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새로운 NDC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 ‘후퇴 없는 전진’의 맥락에서 제2차 NDC는 우리의 상황을 고려하지만 야심찬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포함시켜야 한다. 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와 같이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 CCUS(탄소 포집,저장,활용) 등 다양한 청정에너지를 활용하면서 이를 통해 연구개발과 민간투자가 이뤄지고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한마디로 새로운 탄소중립에 바탕을 둔 제2차 5개년 경제발전계획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국제적 차원에서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기후변화 대응을 통해 해외 일자리 창출과 해외 투자증진과 연계되는 글로벌 규범표준을 만들고, 국가 간의 협력을 주도하는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이러한 점에서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국외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글로벌 전략을 가다듬고 관련 국내정책 정비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산림 분야를 넘어서 에너지 분야에서도 국가나 준국가 단위의 대규모 해외 온실가스 감축활동 추진 메커니즘 개발 및 활용, 개도국과 협력의 전제가 되는 열악한 제도적 역량 강화를 위한 그린 ODA의 전략적 활용, 손실과 피해 기금·녹색기후기금· 다양한 다자 개발은행 등 다양한 공적재원과 민간부문의 투자의 연계,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기구를 통한 글로벌 표준화 추진 등이 구체적인 예들이다. 여기에 더해 국제사회에서 만큼 자발적 시장 활용 여부에 대한 국내 혼란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국외감축목표 달성에 민간 참여를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인벤토리 상에서 상응조정, 최상위 환경건정성 확보, NDC 용 국외감축결과(ITMOs)의 확보, 민간이 확보해 국내로 이전하는 ITMOs 중에서 NDC 용 정부분 결정을 위한 분배 기준 마련, 소위 국제감축사업 추진 관련 절차 간소화 등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한 정책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국내외 기후변화 정책의 성공적인 추진과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후변화가 최상위 어젠다의 하나로 대통령의 직접적인 관심과 리더십이 뒷받침될 때만 가능하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SDLAP 소장

[EE칼럼] 전력수급기본계획, 유연성 제고에 초점 맞춰야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수립 중이다. 현재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겠지만 보고서 작성까지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동안 전기본은 몇 차례 성격의 변화가 있었다. 1990년대 비용최소화에 초점을 맞춘 ‘확정적 계획’(plan)에서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에는 전기사업자의 자율적인 발전소 건설 의향을 받아 ‘전망’(outlook) 형태로 바뀌었다. 제 1·2차 전기본은 전력시장의 경쟁체제 도입을 반영했다. 사업자들이 제출한 발전소 건설 의향을 ‘사업별 진척도 및 실현성의 수준’을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고, 건설의 불확실성이 비교적 낮은 등급의 설비가 발전소 건설계획에 반영됐다. 이렇다 보니 수립된 계획은 적정 예비율을 크게 넘어서며 설비과잉문제가 제기됐고 전기본의 성격이 다시 수정됐다. 제3차 전기본 이후에는 적정 설비규모 유도 등 정부 정책기능을 강화하는 형태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최근 시장기능의 강화, 전기본 이행의 불확실성 제고 등을 이유로 또 다시 전망 형태로의 성격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기본의 성격이 시장중심, 전망 중심으로 전환되면 전력수급의 적정성은 보장되기 어렵다. 발전사업을 하려는 사업자는 전원개발사업예정구역 지정 → 환경영향평가 →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 승인 → 전기설비공사계획인가의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11개 중앙부처와 발전소 입지 지역의 지자체, 지역 주민 등과의 협의과정이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은 여기에다 원안위의 건설허가, 운영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1978년 당시 정부는 절차 간소화를 위한 ‘전원개발 촉진법’을 제정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증가, 농어촌 근대화 등으로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신속하게 위해서다. 법 제정 후 10년 만에 전력설비가 3배로 늘어나며 전력공급 문제 해결과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했다. 전기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산업부의 실시계획 승인을 받으면 21개 법률에 대해 허가·인가·면허·결정·지정·승인·해제·협의 또는 처분 등을 받은 것(의제)이 된다. 하지만 실시계획의 승인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 설비가 전기본에 포함돼야 한다. 전원개발촉진법 제2조 3항에는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이란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전원개발사업의 실시에 관한 세부계획"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전기본에 포함되지 못한 발전소는 전원개발촉진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시장 또는 전망 성격의 전기본에 의해 발전사업을 하려는 사업자는 실시계획을 취득하기까지 정부 유관부처와 수많은 관계법령, 지자체와 협의 등 규제과정의 어려움으로 발전소 건설기간이 한 없이 길어질 수 있다. 또 건설허가를 취득한 사업도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한 마디로 적정 전력수급이 불안해 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현행 전기본 수립 체계를 유지하되 보고서 내용에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을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방식은 제한적으로 적용된 사례도 있다. 2017년 말 수립된 제8차 전기본(35페이지)에는 참고표시(※)로 "월성 1호기 : 내년 상반기중 경제성, 지역 수용성 등 계속 가동에 대한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폐쇄시기 등 결정 → 원안위에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 허가 신청 등 법적 절차 착수"로 조기폐쇄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 2018년 6월 월성1호기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영구 정지됐다. 당시에는 전기본의 참고 표시가 훗날, 그리고 현재까지도 파급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탈원전 정책이 폐기된 후 수립된 제10차 전기본에는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 이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재개가 반영됐을 뿐 후속기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것이 제11차 전기본 조기 수립 이유라는 주장도 있다. "원전 후속기에 대한 검토와 신규사업을 준비한다"는 정도의 언급이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제11차 전기본에 i-SMR이 반영될 것 같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i-SMR은 기술개발 중이므로 전기본에 반영할 수 없다. 그러나 11차 전기본에 "신규원전은 기술개발 진전 상황을 고려하여 i-SMR로 대체될 수 있다"고 기술해 놓으면 문제가 될까? 전기본의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계획을 유연하게 수립할 방법이 있다.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EE칼럼] 혁신의 기회

2024년은 용(龍)의 해다. 에너지가 얼마나 많으냐로 따지자면 용은 하늘을 날고 번개를 내리며 불을 뿜으니 십이지 상징 동물 중 으뜸이다. 동양에서는 군주의 상징이자 가장 신성한 동물이며 서양에서는 가장 강력한 악의 상징이다. 2024년은 아니나 다를까 전 세계에 에너지와 혼돈이 넘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국제정세는 제2차 석유 위기와 미·소 냉전으로 정신 없었던 1980년대 이후 40여 년 만에 가장 혼란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도 해를 넘기며 지속될 전망이다. 미·중 간 무역분쟁 역시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새해에도 지우리나라의 무역 환경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대외 무역환경이 계속 어려워지고 복잡해질 것이 예측되는 만큼 에너지와 자원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GDP 대부분을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다. 새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후보자가 국제통상 분야 전문가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 기회에 에너지 정책이 국내문제에서 벗어나 국제 변화를 보다 심도 있게 검토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단기적으로는 전통적인 우방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동시에 새로운 친한파 국가 확대로 공급망 이슈를 해소해야 한다. 또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는 기후변화협약 관련 국제동향을 면밀히 살펴 변화에 적절한 산업 정책을 창출해야 한다. 산업부 에너지 부문 조직에 통상과 국제협력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해 세계 에너지자원 공급망의 변화를 관찰해 필요한 정책을 맡기면 좋겠다.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산업과 인프라를 혁신해야 한다. 건설된 지 수십 년이 돼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 전력망 등 에너지 인프라에 첨단기술을 적용하고 민간이 운영에 참여하게 하는 등의 혁신적인 정책을 수립, 시행할 필요가 있다. 또 적자 상태인 공기업의 구성원들을 신산업 및 해외 공급망 해결에 투입해야 한다. 용은 혁신의 상징이다. 십이지 동물 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징한다. 미래 에너지신산업 육성과 활성화를 위해 획기적인 R&D를 투자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용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기존 공기업 영역에도 과감한 경쟁체제를 도입해 국제경쟁력을 가진 혁신 에너지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민영화니 독과점이니 하는 산업구조논쟁은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다.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는 에너지기업이라면 공기업이건, 민간기업이건 이제 존재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 산업군 중 세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 하나도 없는 부문은 에너지산업이 거의 유일하다. 세계 2위의 가스회사와 세계 10위권의 전력회사를 가지고 있지만 아람코, 엑손모빌 등 굴지의 세계 에너지기업들과 비교하면 70위권 정도다. 에너지산업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다른 산업이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시대다. 경쟁의 기회를 효과적으로 제공한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한 해가 가기도 전에 새로운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많은 부분에서 혁신의 기회가 있었지만 공급 업체 간 경쟁을 통한 산업 발전이라는 단순한 기초 레벨에도 들어서지 못해 신산업 창출과 고용 촉진의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혁신을 원한다면 이제는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에 더욱 집중하여야 한다. 새해는 청룡이라서 동쪽을 지키는 수호신이기에 우리나라에 좋은 기운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환경의 급변은 분명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그 기회를 잡고 새로이 혁신한다면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며 우리 모두 용이 되는 꿈을 꾸어보자.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EE칼럼] 에너지산업의 새해 화두와 과제

세계적으로 에너지산업은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 있다. 에너지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대규모 중앙집중형 시스템에서 분산형 시스템으로, 대량 생산과 소비 중심에서 효율성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화석에너지로부터 청정에너지로의 전환과 전기화가 전 인류의 공통된 과제로 등장했다. 이러한 변화는 탈탄소화, 분산화, 디지털화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 빅 데이터, 3D 프린팅,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에너지산업에 접목되면서 새로운 사업과 일자리가 탄생하고 있다. 현재 기후위기 대응과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명분과 방향성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과 방법 등에 대해서는 이해당사자들의 상충된 의견으로 인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고, 2050년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 기업, 정부 모두가 사회적 가치에 기반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 결정과정은 투명해야 한다. 일방적인 하향식 방식이 아닌 소통과 협력에 기반한 상향식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정책의 수립 초기 단계부터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미래에 대해 저마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토론해 예상되는 사회적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정부는 공정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토론에 필요한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하며, 토론의 결과를 국가 전략에 담아야 한다. 아울러 절차적 정당성을 토대로 도출된 합의점과 미래 비전을 법제화해 정책의 일관성 확보와 함께 불확실성을 없애 기업의 발전적 참여와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또 전기요금의 현실화, 전력산업구조개편, 에너지공기업의 기능 재조정 등 전 근대적인 에너지시스템 혁신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좌초자산 처리문제, 지역경제 침체 및 일자리 감소문제 등을 선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화합과 타협을 통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한 예로 해상풍력특별법과 함께 고준위방폐물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되야 한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CF100’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국제사회의 자발적 탄소감축운동인 RE100 달성은 발등의 불이다. 우리 내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한 점은 국제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UN의 대북 제재와 러시아 제재 등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의 에너지협력 가능성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2050년에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먼 미래를 대비해서 동북아시아 지역의 신재생에너지 잠재력을 적극 활용하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북아시아 지역 전력망 연계라는 Asia Super Grid 구상 외에도 동북아시아지역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이용하여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운송하여 새로운 수소경제를 구축하는 방안 등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이제는 화석에너지로부터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성장 기회이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정부는 다방면에서 혁신을 촉진하고 비용을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고 투자 전략을 주도해야 한다. 기업도 세계적인 변화 추세에 맞춰 혁신적으로 체질을 바꿔나가야 한다. 시민(가계) 역시 가치지향적인 소비를 통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막고, 변화에 따르는 비용과 고통을 함께 분담해야 한다. ‘겨울은 보이는 것들의 성장을 멈추게 하지만, 보이지 않는 뿌리를 자라게 한다’는 말이 있다. 에너지산업이 직면한 현실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불확실성과 위험요소가 크고 이로 인한 불안감과 위기감 역시 치솟고 있다. 하지만 위기(危機)가 곧 기회라는 말 처럼 지금의 위기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기회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 앞선 세대처럼 우리도 갑진년(甲辰年) 올 한해 정부와 기업, 가계가 힘을 합쳐 난제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한국경제가 용솟음치기를 기대해 본다.조용성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