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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려스러운 부동산 경매 열풍

"앞으로 경매 물건이 쏟아질 거라고 하던데, 경매 공부를 시작해볼까 합니다."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 부동산 경매 시장이 때아닌 관심을 받고 있다. 경매는 대표적인 재산 증식의 수단이지만 위험부담도 커서 일명 ‘경매박사’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투자 분야다. 하지만 지난 2~3년간 집값 폭등기를 겪으면서 전 국민이 ‘부동산박사’가 된 탓에 경매 투자에 대한 벽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시장에는 경매 투자 기술을 알려주는 온·오프라인 경매 강의, 경매 스터디가 성행하고 있고 주식 투자 서적이 일색이던 대형서점 매대에서도 부동산 경매 서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21년만 해도 경매법원은 텅텅 빈 경우가 다반사였으나 지난해와 올해 경매법원 풍경은 사뭇 다르다. 지난해 12월 찾은 경매법원은 발 디딜 틈 없이 수요자들로 가득 찼을 뿐 아니라 여러 경매학원에서 수강생들을 데리고 단체로 경매 현장을 찾아 입찰서류를 써보는 등 실습을 진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경매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시장 불황 속에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늘어나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부동산 강제경매개시결정’ 건수는 6200건으로 지난해 월별 기준 최초로 6000건을 넘어섰다. 금리 인상 여파로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집값이 보증금보다 저렴해지거나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강제로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업계에서는 경매 시장은 보통 부동산 시장보다 6개월 정도 후행하기 때문에 올해 본격적으로 경매 물건이 쏟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부동산 시장에 타격을 미치기 시작한 게 빅스텝을 단행한 지난해 7월부터였던 점을 감안했을 때 지난해보다는 올해 초 경매 물건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금리가 3%를 넘어선 지난해 10월 이후 부동산 시장 혼란이 심화됐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경매 물건이 더 늘어날 수 있다.부동산 경매가 효율적인 투자 수단임은 분명하다. 다만 자칫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하게 투자에 뛰어드는 수요자들이 늘어날까 우려스럽다. 집값 하락이 영끌족, 빌라왕 등의 사태를 낳은 상황에서 경매 시장에서도 피해자를 양산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한 예방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기자의 눈] 테슬라 전기차와 ‘왕관의 무게’

테슬라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재고가 쌓였다는 이유로 차량 가격을 한순간 수천만원씩 인하한 탓이다. 기존 구매자들은 분노했다. 코로나19 시기 수차례 예고 없이 판매가를 올려온 터라 파장이 더 크다. ‘고무줄 가격’ 정책은 자동차 제작사가 고객 신뢰를 잃는 지름길이다.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기행은 이미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트위터 인수 이후 특히 심해졌다. 주식을 처분하지 않겠다는 말로 여러 차례 시장을 교란한 것은 애교 수준이다. 그의 거짓말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테슬라를 경영한 이후 약속을 한 차례도 지킨 적이 없다. 차량 출시나 신기술 도입에 대한 일정, 제원 등 모든 분야에서 그랬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 리더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자동차 산업의 최대 화두는 ‘테슬라 따라잡기’였다. 수십차례 파산 위기를 넘겨온 일개 스타트업이 100년 넘게 자리를 잡은 산업의 비전을 완전히 바꾸는 데 일조했다. 모델 3, 모델 Y 등 차량 상품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고 테슬라가 전기차 ‘왕좌’를 차지한 것은 아니다. 시장 자체가 태동기 수준인데다 기존 완성차 업체의 추격이 워낙 거세다. 무엇보다 테슬라는 왕관을 쓸 자격 자체가 없다. 두 가지 핵심 알맹이가 빠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가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 하는 ‘안전’과 소비재 기업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소통’이다. 테슬라는 초창기부터 꾸준히 안전 논란에 휩싸여왔다. 화재가 난 자동차 문이 열리지 않거나 자율주행 보조시스템 완성도가 떨어지는 등 종류도 다양하다. 테슬라의 운전자 보조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맞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안전에 대한 경각심 탓에 선뜻 적용하지 못하는 기술을 테슬라가 선제적으로 적용한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오토파일럿 관련 사망사고가 유난히 많이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B2C 기업이 고객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고무줄 가격 정책’이나 화재 사고 등 각종 이슈에 대한 소통이 부족했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하는 법이다. 꿈과 희망만으로 테슬라 차량과 주식을 사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테슬라가 세상을 바꾼 혁신 기업으로 기억되려면 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yes@ekn.kr2022122801001449200063001 산업부 여헌우 기자.

[기자의 눈] 난방비 폭탄, 정쟁 접어두고 절약 유도해야

난방비 폭탄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당분간은 대책이 없다. 이번 폭등은 여당의 잘못도 아니고 야당의 잘못도 아니다. 탈(脫)원전 때문도 아니다. 지난해보다 추운 겨울,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가정에서 사용량이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많이 올랐다며 불만이다. 그런데 지난 12월의 평균 기온은 재작년보다 5∼10도 정도 낮아 난방을 많이 했다. 또 보통 11월보다 12월에 가스 수요가 3배 정도 늘어난다. 사용량이 3배 늘어난 데다가 재작년과 비교하니 요금도 40% 올랐고 그러니 고지서에는 몇 배가 오른 금액이 찍힐 수밖에 없다. 특히 고지서에는 요금 인상분, 날씨 변동 정보는 없이 전월 대비 사용량, 요금 변동만 나오니 놀라는 게 당연하다. 지난해 11월도 재작년보다 확 늘고, 12월도 마찬가지로 더 늘었으니 ‘폭탄’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요금이 갑자기 오른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요금은 37.8%, 도시가스요금은 38.4%가 올랐다. 지난 몇 년 동안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요금인상을 억제했고, 또한 재작년 하반기부터 국제천연가스 가격이 2021년 1분기 대비 최대 10배 이상 급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지난해 2∼3분기에는 아무런 논란이 발생하지 않았다. 올해도 2분기부터는 또 요금이 오를 예정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2∼3분기에는 아무런 논란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도시가스 등 난방 수요는 사실상 겨울철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월 평균 2000∼3000원 수준이다. 봄 가을에도 별로 수요가 없다. 다만 올 연말 겨울철에 또 한 번 난리가 날 가능성이 크다.그럼에도 야당은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마땅한 대안을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재작년 대비, 2022년 주택용 가스요금이 미국은 3.3배, 영국은 2.6배, 독일은 3.6배 각각 인상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가스요금 수준은 이들 국가 대비 23%에서 60% 수준으로 아주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요금은 계속 올라갈 것이다. 정부가 강제로 요금을 낮추면 공급자들은 파산을 선언할 것이다. 정부는 26일 부랴부랴 겨울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확대를 위해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을 크게 높이고 가스공사의 가스요금 할인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억울한 기분이 들 수 있지만 당장은 절약만이 살 길이다. 또 다음 겨울이 따뜻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전지성 정치경제부 기자.

[기자의 눈] 은행주 급등 꺾일까 우려되는 이유

은행주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20일 KRX 은행 지수는 714.03으로, 올해 초인 지난 2일 592.44 대비 20.5%나 상승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환원 확대 요청에 은행주의 배당 매력이 부각되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지금의 은행주 주가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때문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기업 주가에 비해 낮게 형성돼 있는 것을 의미한다. 지정학적 요인과 외교적인 요인, 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낮은 배당 등 다양한 요인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은행주는 관치 금융과 규제 산업이라는 점이 부각되며 저평가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를 체감하는 은행권 관계자들은 은행주의 상승세에도 은행주 전망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최근만 해도 금융당국의 금리 개입, 최고경영자(CEO) 인선 개입 등이 불거지며 은행권에 관치 논란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오해라고 했으나 오해의 소지들이 있었던 만큼 은행권에 관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부각된 셈이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관치 금융이 논란이 되는 것만 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고 우려했다. 시장자율에 따라 금리가 움직일 것이란 예측성이 사라지고, 지배구조의 불안정함도 이슈가 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은행주는 만년 저평가주라는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다. 국내 은행주 주가수익비율(PER)은 3∼5배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은행그룹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글로벌 100대 은행 소속 22개국 중 21위에 그친다. 금융당국은 24일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폐지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고민이 더 나아가 금융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움직임의 첫 발이 되길 바란다. dsk@ekn.kr사진

[기자의 눈] 금융지주사 CEO 거취 논란, 더 이상은 없어야

작년 11월 우리금융지주의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서부터 촉발된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거취 논란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임기 만료를 앞둔 CEO가 모두 교체됐다. 신한금융지주는 조용병 회장이 전격 용퇴를 선언함에 따라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새 회장으로 내정했고, NH농협금융지주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기업은행은 정통 IBK맨인 김성태 전 전무이사를, BNK금융지주는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을 차기 수장으로 선임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손 회장이 라임사태 관련 중징계를 받은 이후 오랜 기간 연임 도전에 대해 고심을 이어간 끝에 결국 용퇴를 결정하면서 새로운 회장을 선임하게 됐다. 아직 차기 회장을 확정하지 않은 우리금융은 논외로 하고, 내부 출신과 외부 출신으로 금융지주 CEO 구도를 본다면 결과적으로 NH농협금융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금융사가 내부 출신 인물을 차기 CEO로 발탁했다. 문제는 CEO를 발탁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것이다. 김지완 BNK금융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자녀 관련 의혹으로 임기 5개월을 앞두고 회장 직에서 스스로 물러났고, 3연임이 유력시됐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정리해야 겠다고 생각한다"며 최종 후보 면접을 앞두고 용퇴 의사를 밝혔다. 특히 금융당국 수장들이 끊임없이 손 회장을 비롯한 금융사 CEO의 거취를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관치 인사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은 금융사들을 움츠리게 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이다. 이 원장은 작년 12월 용퇴를 선언한 조 회장에는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손 회장의 중징계에 대해서는 "사실상 만장일치로 결론 난 징계"라며 우회적으로 우리금융 CEO의 거취를 압박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놨다.금융당국 수장들의 관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들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다만 금융지주사들이 사모펀드 사태, 자녀 특혜 의혹 등 각종 사고로 인해 금융당국 수장들에게 관치의 명분을 제공한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결국 이러한 사고들이 금융지주사 회장 자리를 노리고 있던 외부 인사들에게 일종의 좋은 명분을 제공하고, 금융당국 수장에도 CEO의 거취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줬을 것이다. 새롭게 금융지주사 회장에 선임되는 CEO들은 지금의 현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큰 틀에서는 내부통제를 완벽에 가깝도록 거듭 재정비하고, CEO 스스로도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에 한 시도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된다. 금융사 CEO들이 불미스러운 이슈로 인해 중도 퇴임하거나 거취 관련해서 압박을 받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것이 곧 각종 관치의 화살로부터 금융그룹을 지키는 일이다.ys106@ekn.kr

[기자의 눈] ‘거래절벽’ 현상, 올해는 부디 해소되길

최근 기사를 작성하면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는 ‘거래절벽’이다. 매번 다른 지역, 다른 주제를 다루더라도 거래절벽 현상 해소에 대한 답변은 항상 들어가고 있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은 거래절벽이 언제 해소될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주택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강남3구 및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시켰다. 해당 지역들은 이로인해 세제·대출·청약·거래 등 집을 사고파는 모든 과정에서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또 전용면적과 무관하게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졌고 실거주의무가 사라졌으며 전매제한도 1년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연 소득과 관계없이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라면 5억원까지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까지 출시하면서 거래절벽 현상 해소를 노렸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래절벽 현상은 해소되기는커녕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몇 년 전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는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는 집값에도 원하는 매물을 구할 수 없어 웃돈을 주고 사들이기 바빴다. 하지만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집값 또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요즘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는 것을 보며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됐다. 정답은 기대감에 있었다. 과거에는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때문에 수요자들은 비싼 금액을 지불하게 되더라도 투자를 망설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에서 아무리 많은 혜택을 주고 집값이 폭락했다고 하더라도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으니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가 되는 것이다. 반면 집주인들은 단계별 규제 완화로 집값이 오를 것을 기대해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회수하는 추세를 보이며 수요자들과 ‘줄다리기’를 이어나가고 있어 거래절벽 현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그 예로 마포구에서는 올해 들어 단 한건의 아파트 매매 거래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고 있는 거래절벽 현상을 해소시키려면 고금리 등 근본적인 불안요소가 해결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 또한 이와 동시에 수요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대책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올해는 정부가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되살릴 수 있는 대책을 고안하고 부디 거래절벽이 해소돼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증명사진

[기자의 눈] 불어오는 모래바람, 중동발 투자가 국내 증시 부활 계기 되길

국내 증시가 역대 최고의 활황기를 뒤로 하고 2022년에 접어들 당시, 증권업계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은 ‘상저하고’였다. 글로벌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국의 통화 긴축으로 상반기 증시는 부진하지만, 하반기에 모든 긴축 정책이 종료되며 증시가 반등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개중에는 코스피 지수가 다시 3000선을 터치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가 아는대로 ‘상저하저’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 쉬이 잡히지 않았던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도 새로운 악재를 맞이할 때마다 전망을 수정하며 ‘별다른 호재는 없고, 지금은 악재가 해소되는 것이 호재’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새롭게 맞이하게 된 2023년도 전문가들은 ‘상저하고’라며 작년과 유사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행히 작년 우리 증시를 괴롭힌 금리 인상은 상반기 내 종료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금리와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후다. 이외 시장을 둘러싼 환경 어디를 뜯어봐도 그럴듯한 호재는 찾아볼 수 없다. 코스피 지수는 이미 ‘박스피’ 시절로 회귀했으며, 경기 둔화 우려를 의식한 투자자들은 증시에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그러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UAE 방문을 통해 총 40조원의 투자금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내한 이후로도 ‘중동의 바람’은 그치지 않은 것이다. 현재 투자가 결정됐다고 알려진 분야는 IT,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이며, 이를 통해 국내 경제계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당장 증시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까지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던 코스피 지수는 윤 대통령의 UAE 방문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17일부터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아직 정확한 UAE 방문 성과가 공개되지 않았고, 장기적 투자 계획인 만큼 당장 급격한 주가 반등을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다만 점차 상세한 투자 및 사업계획이 알려질 것으로 보이고, 언젠가는 사업 성과가 실적에 반영되면서 향후 증시가 회복기에 접어들 때 추진 동력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난 1년간 이렇다 할 호재가 없던 국내 증시, 재작년 처음 주식을 시작해 갑작스레 침체기를 맞은 ‘주린이(초보 주식 투자자)’들에게 중동으로부터 불어온 모래바람이 조그마한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suc@ekn.kr

[기자의 눈] 민심 눈치작전 미분양 아파트 매입

정부가 민간 미분양 아파트 매입을 검토하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악성 미분양 단지인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36가구 매입에 총 80억원을 투입한 것을 두고 부동산 커뮤니티가 떠들썩하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미분양 주택 매입 검토’를 지시한 직전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본격적으로 사들인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 단지는 LH가 본래 상하반기 나눠 기존주택을 매입하는 정기 공고를 통해 진행해 매입한 것이라 대통령의 지시 사항과는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여론이 불같이 달려드는 것은 그만큼 미분양 아파트 매입이 국민세금으로 건설사를 구제한다는 것에 못마땅함이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발 빠르게 해명했다. 다만 내용을 뜯어보면 ‘미분양 전체’와 ‘27조원 투입’이 사실이 아니란 것일 뿐 미분양 매입은 진행한다는 뉘앙스로 보인다. 결국 남은 과제는 얼마 만큼의 미분양 아파트와 얼마나 많은 금액으로 얼마의 할인된 가격에 매입할 지다. 일단 지금은 달라진 제도 아래 건설사들의 자정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자금조달에 허덕이는 건설사에게 올해 총 15조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을 지원하니 이것으로 버텨보라고 했다. 또 민간임대사업자에게 85㎡ 이하 아파트도 10년 임대가 가능토록 제도를 개편해 아파트 시장에 뛰어들게 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말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을 덜게 해서 이를 세입자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한다고 했다. 종합부동산세 합산 및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전세퇴거대출 주택담보대출 허용 등 추가로 대책을 진행하면 당시 언급한 발언과 일관적이게 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늘어나는 미분양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현재까지 지난해 11월 기준 미분양 주택은 총 5만8027가구다. 곧 발표될 12월 미분양은 6만가구를 넘어설 것이다. MB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3월 기준 16만 가구 미분양의 3분의1도 안 되지만 10만가구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망한다면 매입임대 확대 조치는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민심 눈치를 보고 있다. 예산은 한정적인데 강제로 저렴하게 매입한다면 건설사 반발이 있을 것이고 비싸게 매입하면 건설사 특혜 논란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준공 전 미분양 매입을 하는 ‘환매 조건부 매입’을 시도했다가는 민심이 더 크게 요동칠 것이다.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미분양을 줄일 수 있는 슬기로운 해법이 있을지, 정부의 올바른 대책을 기대해 본다.김준혀 ㄴㅇㅇ

[기자의 눈]

우리나라 기업들은 현재 외국인력을 구하고 싶어도 쉽게 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조선업계는 지난해 수주 호황을 맞고도 배를 만들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다. 조선업계에는 최소 2000여 명의 외국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그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력이 언제 들어올지 예정도 없고 막막하다고 설명한다.정부는 이달 ‘조선업 외국인력 도입애로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행정 절차 소요 기간을 기존 4개월에서 1개월로 줄이고, 외국인력 도입 허용 비율과 연간 쿼터를 확대하기로 했다. 20%에 불과한 기존 기업별 외국인 근로자 도입 허용 비율을 30%로 늘리고 숙련 기능인력에 발급하는 E-7 비자는 기존 2000명에서 4000명으로 늘린다는 내용이다.이 같은 대책은 외국인 근로자를 신속하게 수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법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 주장하는 외국인력의 적용 범위 확대와 주 52시간 근로 제도 철폐 등 근본적인 규제를 손보는 것이 아니란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우리나라 대·중소기업들은 업종별 외국인력 고용한도 상한과 주 52시간 근로 제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주장하는 ‘외국인력의 악의적인 사업장 변경 대책 마련’은 주 52시간 제도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선업 하청업체 대표는 "외국인력들이 더 많은 시간을 일하기 위해 근무지를 이탈하는 경우가 잦다"고 주장한다.국내 제조업은 3D 업종으로 분류된다.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이라며 기피되는 직종이다. 그렇기에 국내 근로자를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타 직종 대비 임금이 많은 것도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지난해 상반기 중소제조업 직종별 임금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30억원 이상 상시근로자 10인 이상 중소제조업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일급은 10만697원이다.외국인력은 더 이상 국내 근로자들의 ‘자리를 뺐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귀한 몸’이 됐다. 업계에서는 멘토 제도를 신설하고 기숙사를 리모델링하며 외국인력 모시기에 분주하다. 일부는 나라별 전통요리도 제공한다.정부는 외국인력이 국내에서 장기간 머물면서 근무할 수 있도록 정책의 방향타를 제대로 다뤄야 한다. 외국인력에게 우리나라의 문화를 잘 이해시키고, 안정적인 체류 자격 부여와 근로환경 개선이 정부의 진정한 역할일 것이다.lsj@ekn.kr

[기자의 눈] 尹정부 2년차, 올해도 게임 패싱은 아니길

윤석열 정부가 올해로 출범 2년 차에 들어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다양한 게임 공약을 쏟아내며 게이머들의 기대감을 높였으나 막상 취임 이후 지금까지도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이전 정부에서도 게임 산업 홀대 논란은 있었지만 이번 정부의 ‘게임 패싱’ 논란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국회, 학계에서도 윤 대통령의 게임 공약이 게이머들 표심 잡기용 공수표였나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앞서 윤 대통령은 공약으로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공개, 게임 소액 사기 전담 수사기구 설치, 장애인 게임 접근성 불편 해소, e스포츠도 지역연고제 등의 다양한 게임 공약을 내걸었다. 취임 첫해가 지났지만 현재 약속했던 사안들은 아직 이뤄진 것이 없다.게다가 정부 정책을 살펴보면 올해도 게임 패싱은 여전할 것으로 우려된다. 윤 대통령이 당선 직후 발표한 110가지 국정과제에서도 게임 산업 정책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으며, 정부가 2023년 경제정책 비전으로서 내놓은 ‘신성장 4.0 전략’에서도 게임은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 패싱 논란 역시 윤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고 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의 2022년 첫 대통령 업무보고에 게임이 누락되면서 물의를 빚기도 했으며, 문체부가 올해 초 발표한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도 구체적인 게임 산업 진흥 정책은 포함되지 않았다.반면 K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게임은 K콘텐츠 전체 수출의 70% 비중을 차지할 만큼 존재감이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 게임 산업 수출액은 11조원에 달하며 게임 매출 규모는 역대 최초로 20조원을 넘어섰다.여전히 우리나라가 게임 강국이라는 것은 전 세계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이미 중국은 뛰어난 기술력과 자본으로 앞서나가고 있고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의 추격도 거세다. 국내 게임사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는 북미·유럽 시장 공략도 PC·콘솔 대작의 부재로 아직은 어려운 상황이다.지금은 종영한 대한민국 대표 예능 무한도전에서 개그맨 박명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땐 진짜 늦은 거다"라고. 게임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지키고 글로벌 시장에서 K게임의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윤정부는 무관심에서 벗어나 조속히 게임 패싱 논란을 지우고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실행해주길 바란다.s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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