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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증권사의 잘파세대 공략법…균형은 잃지 말아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14 13:57

김기령 자본시장부 기자

증명사진


한때 모든 기업들이 ‘MZ’를 외쳤다. ‘MZ패션’, ‘MZ간식’, ‘MZ노조’ 등 마케팅 곳곳에 알파벳 M과 Z를 갖다 붙였던 때가 있었다. 과도한 MZ 마케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이후 기업들의 MZ 바라기 행보는 조금 주춤하는가 했더니 이번엔 더한 놈(?)이 나타났다. 잘파세대의 등장이다. 잘파세대는 Z세대와 알파(α)세대를 합쳐 부르는 말로 1996년생부터 2023년생을 말한다. 갓 태어난 0살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27살까지를 묶었다.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이 잘파세대에 해당한다. UN에 따르면 오는 2025년이면 알파세대는 전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해 베이비붐세대를 뛰어넘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세대가 될 전망이다.

이들은 경제활동인구에 속하지 않는 10대임에도 소비활동과 금융 거래가 꽤 활발하다. 그 비중도 꽤 높다. 기업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잘파세대는 인생 학업과 시험, 교우관계에 대한 관심만큼 앱테크나 용돈 마련 등 금융 이슈에도 유사한 수준의 관심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설문조사 결과 이들이 최근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금융 분야로 ‘앱테크’가 55%, ‘주식투자’가 19.3%를 차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행은 물론 증권사들까지도 잘파세대 공략에 나섰다. 앱테크에 익숙한 이들을 위해 앱에 출석 이벤트를 만들어서 보상 포인트를 지급한다거나 자사 유튜브 채널에서 자체 제작 웹드라마를 게재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학교 콘셉트로 꾸민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통해 잘파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주식 투자자들은 본인이 이용해온 증권사 모바일 앱(MTS)을 갈아타기보다는 하나의 증권사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충성고객이 많기 때문에 신규 유입을 늘려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기존 투자자보단 미래 고객에 해당하는 잘파세대를 사로잡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하지만 너무 잘파세대로만 관심이 집중돼 기존 고객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뒷전이냐"는 불만도 나온다. 유입률만 늘리려다보니 MTS·HTS가 먹통되는 등 오류 피해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전산 오류는 지난 2020년에는 49건, 2021년 60건, 지난해 68건 발생해 매년 증가 추세다. 올해는 7월까지 집계된 오류만 55건에 달했다.

증권사들이 기존 방식에 갇히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영(young)해지는 건 바람직하다. 다만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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