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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삼성·애플 왕국에 뛰어든 샤오미가 반가운 이유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오랫동안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로 굳어져 있던 시장에 중국의 샤오미가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는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시장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다. 샤오미는 최근 한국 법인 '샤오미코리아' 설립과 함께 '샤오미 14T'와 '레드미 노트 14 프로 5G'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샤오미의 주력 무기는 단연 '가성비'다. 샤오미 14T는 특히 유럽보다 훨씬 저렴한 59만98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레드미 노트 14 프로 5G는 39만원대의 가격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출시 열흘가량이 지난 현재 시장의 반응은 예상 외로 긍정적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사진 편집 기능, 낮은 발열량, 우수한 내구성 등이 호평을 받았다. 고가 스마트폰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능들을 저렴한 가격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샤오미의 국내 시장 진출은 단순히 '저렴한 제품' 출시에 그치지 않는다.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어 소비자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과 애플이 장악하는 독과점 구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99%는 삼성전자(80%)와 애플(19%)이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도가 소비자의 선택폭을 제한하고 가격 경쟁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수가 독점하는 시장 체제는 경쟁을 둔화시켜 제품 가격 상승을 불러오고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샤오미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소비자 신뢰 확보와 현재 14개에 불과한 서비스센터, 부족한 오프라인 유통망 등 서비스 인프라 확충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샤오미의 성공 여부를 차치한 상태에서 한 가지 확실한 건 국내 스마트폰 시장 내 경쟁자가 늘어남으로써 결국 소비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더 다양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나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샤오미의 도전은 환영받아 마땅하다. 아울러 경쟁 구도 변화로 인해 기존 업체들의 기술 혁신과 제품 개선 노력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품게 한다. 샤오미의 도전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기자의 눈] 토허제 해제,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규제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를 적극 검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찬성 측은 실효성이 부족했던 규제를 철폐함으로써, 왜곡된 시장 구조를 바로잡고 합리적인 거래를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유권의 과도한 제한, 개발 지연으로 인한 주택 공급 차질,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도 근거로 든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투기 과열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2020년 6월 도입됐다. 주택 매수를 제한하고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는 등 강한 통제로 시장을 억눌렀다. 하지만 강남권을 비롯한 주요 지역의 집값 상승을 막는 데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현재 서울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총 65㎢, 서울 전체 면적의 11%에 해당한다. 하지만 5년 가까이 시행된 토허제에도 불구하고 강남권 집값은 여전히 상승세다. 오히려 주변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실질적으로 가격 안정에 기여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사실 해법은 분명하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 부동산 가격은 근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정부가 인위적인 규제를 가한다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요를 억누르는 방식의 정책은 단기적인 효과조차 내지 못했다. 오히려 거래 위축과 시장 경직만 초래했다. 현재 전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이고 서울도 최근들어 하향 안정화 추세라는 점도 토허제 폐지의 명분이 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 우려가 적다. 부동산 시장 침체 가능성까지 높은 상황이다. 개발 촉진과 부동산 시장 활성화, 주택 공급 창출 등을 위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강남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인근, 여의도, 목동 등은 물론 강북권과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들의 경우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과도한 규제로 개발 속도가 지연되면서 토지 가치도 하락하고, 상업시설·주거시설 공급도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 모아타운 등 일부 사례에서 보듯 서울 곳곳에는 여전히 투기 수요가 있다. 지분쪼개기나 과도한 투기적 거래 등이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활성화나 주택 공급도 필요하지만 지역 특성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기자의 눈] 가상자산 제도화, 세계는 변하는데…

가상자산 업계가 금융당국의 태도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을 여러 차례 암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실질적인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 문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까지 법인이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계좌 개설 허용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조치는 예고된 기한을 한참 넘겼다. 금융당국은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산업을 제도적으로 안착시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법인의 시장 참여는 단순한 편의성 문제가 아니다. 대규모 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될 경우 시장 변동성이 완화되고, 투자자 보호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현재 개인 투자자 위주로 구성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기관 및 기업의 참여가 제한돼 있어 극심한 가격 변동성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미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은 기관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시장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 기관 자금이 안정적으로 들어오면서 미국 내 코인 거래 시장이 안정화된 것은 이미 유명한 사례다. 다른 금융 선진국인 영국과 홍콩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은 가상자산 제도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발맞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현재 국내 금융당국은 제도화 속도를 높이겠다 밝히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실행 계획에 대한 언급은 없다. 현재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패러다임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중에 한국은 여전히 수수방관하는 셈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국경을 초월해 거래가 이루어지며 제도적 장점이 있는 국가로 자금과 기업이 몰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법인 계좌 개설을 포함한 가상자산 제도화 정책을 더 이상 늦춘다면, 한국 시장은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이상의 검토가 아니라 결단이다. 속도를 내겠다는 선언만 반복하는 대신, 금융당국이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미국이 앞서 나가는 동안 한국은 계속해서 두고만 볼 것인가. 금융당국이 이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이다. 성우창 기자 suc@ekn.kr

[기자의 눈] 온라인경마 도입해 놓고 ‘파행 운영’ 시킬건가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마권의 올해 발매총량을 지난해와 같은 전체 경마 매출 총량의 10%로 정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정하는 올해 전체 경마 매출 한도의 10%인 약 7400억원어치만 온라인으로 마권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내 경마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온라인 베팅) 제도는 지난해 6월 처음 도입됐다. 이슬람권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전세계 경마시행국 중 가장 늦은 것은 물론 카지노·소싸움을 제외한 복권(로또),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경륜, 경정 등 다른 사행산업 중에서도 가장 늦게 시행됐다. 경마업계의 줄기찬 요구에도 국내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이 늦은 데에는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의 반대가 컸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온라인 마권 발매가 사행심을 조장하고, 청소년의 접근 용이성, 도박 중독 등 부작용을 야기할 우려가 있고, 경마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른 사행산업보다 큰 만큼 더 신중해야 한다며 줄곧 반대 이유를 주창했다. 그러나, 온라인 마권 발매를 지난 6개월간 시행한 결과, 농식품부의 우려는 '기우(杞憂)'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많다. 청소년 접근 등 우려했던 부작용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오프라인 이용객보다 소액으로 구매(베팅)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경마 건전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많다. 문제는 농식품부가 여전히 기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른 정부부처가 주관하는 경륜·경정 등은 이미 온라인 발매 비중을 전체 총량의 50%로 높이거나 아예 비중 제한을 폐지했다. 어차피 온라인 매출 비중을 100%로 높여도 사감위가 정한 사행산업별 매출 총량을 넘을 수 없음에도 농식품부는 '추후 필요시 농식품부와 협의를 거쳐 추가 증액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를 붙여 마사회가 요청한 50%를 거부하고 10%를 고집했다. 지난해 10월 온라인 매출 비중이 10% 한도에 이르는 바람에 마사회는 같은해 11~12월 온라인 발매를 부분중단하는 파행운영을 감수해야 했다. 올해는 7월께부터 조기 파행운영이 예상된다. 모처럼 정착하고 는있는 경마 건전화 제도가 초반부터 파행 운영으로 이용자의 외면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내 경마산업과 이에 의존하는 말산업은 코로나 팬데믹때 경마장 폐쇄 및 경마 중단으로 존폐 위기를 맞았고 지금도 온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팬데믹때 온라인 발매 도입을 지연시키며 말산업계를 위기에 빠뜨렸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기자의 눈] 환경부와 산하기관, 위상 오를수록 책임 통감해야

기후환경부는 환경부의 새 이름 후보다. 환경부 위상은 나날이 오르고 부총리급 부처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위상이 오를수록 책임도 함께 커진다. 환경만 신경 쓰고 있으면 위에서 알아서 조정해주던 시절은 끝났다. 이제는 경제도 신경 쓰며 알아서 권한을 조정할 줄 알아야 한다. 환경부 산하기관들도 마음가짐을 다잡아야 한다. 그러나 에너지 산업을 함께 취재하는 입장에서 보면 아직 의아할 때가 많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해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달성을 눈앞에 뒀다고 홍보했다. 수자원공사는 국가 소유의 댐과 저수지 등을 통해 물 관리를 하고 이를 통해 대규모 수력발전을 하는 공기업이다. 발전 규모는 원전 1개 수준인 1082메가와트(MW)이다. 수자원공사의 'RE100 달성 눈앞' 홍보는 옛날처럼 국토교통부 소속이라면 어느정도 이해가 가지만, 지금은 환경부 소속이다. 환경부는 산업계에 재생에너지를 쓰라고 독려하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수자원공사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자기가 사용하면서 우리는 RE100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할 게 아니다. 지금도 물량을 조금씩을 풀고 있지만, RE100 압박에 시달리는 수출기업들에 좀 더 빠르게 공급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가 추진 중인 총 14개의 기후대응댐은 목적이 여럿 있어 보인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용수 공급도 해야 하고 댐 인근에 파크골프장도 지어 지역 경제도 부흥시켜야 한다. 기후대응댐보다는 사실상 경제부흥댐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환경부가 기업들엔 '그린워싱(가짜환경주의)' 못하게 해놓고 기후라는 이름으로 댐 건설을 추진하는 게 적절한가 싶다. 한국환경공단은 존재감을 잘 모르겠다. 온실가스 감축사업은 한국에너지공단에서도 맡고 있고, 탄소배출권 제도는 한국거래소가 주도하고 있다. 환경공단은 올해 1079억원 규모로 '탄소중립설비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에너지업계에서는 뒷말이 나온다. 탄소 다배출 태양광 모듈의 참여를 허용한 점이 불만이라고 한다. 에너지공단은 '신재생에너지 금융 지원'사업을 통해 탄소인증제 등급을 받은 태양광 모듈만 참여를 허용한다. 환경공단의 지원사업은 탄소인증제 등급이 없는 중국산 태양광 모듈도 마구 들어올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자가소비형 재생에너지 설비에 인증서를 발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 당장은 필요 없는 탄소감축 실적을 인증서 교환을 통해 대기업에 팔 수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이같이 탄소감축 실적을 대기업에 이전하고 인정받을 제도가 없다고 한다. 환경공단이 제도 도입에 맞춰서 마련해줘야 할 텐데 늦은 모양이다. 환경부의 전기차와 충전기 보급 목표는 계속 미달인데 뾰족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 계속 이 추세로 간다면 자동차 산업 진흥을 관리하는 산업부가 맡아서 업계와 정부의 소통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 환경부와 산하기관들은 좀 더 산업에 진심으로 다가가야 한다. 산업계의 환경 부담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으면 부총리급 기후환경부는 존재할 수 없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자의 눈] 배달앱 상생안, 시행 첫걸음이 중요하다

'배달앱 상생' 논란이 새해 들어서도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배달앱 업체와 배달앱 입점사업자 간 적정 수준의 중개수수료율 책정을 놓고 배달앱 상생협의체가 몇 차례 우여곡절을 거쳐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해 배달의민족·쿠팡이츠가 당장 2월에 상생안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상생안 내용에 반발해 온 프랜차이즈업계와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상생안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엔 아예 배달앱 상생안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배달앱 상생협의체의 상생안은 배달앱 중개수수료를 입접업체 거래액에 따라 2~7.8%로 차등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배달 매출 비중이 높은 프랜차이즈 업계는 다른 입접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납부하는 구조라며 기존 수수료 체계와 다를 바 없다며 강하게 반대하며, '수수료 5% 상한제'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다만, 수수료 5% 상한을 강제시행한다면 배달앱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중개수수료를 제외한 다른 비용을 인상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앱 상생안은 프랜차이즈업계의 반대 말고도 '이중가격제' 문제를 안고 있다. 이중가격제는 배달음식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이다. 이미 배스킨라빈스·KFC·맥도날드 등이 운영하고 있으며, 비프랜차이즈 매장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반면에 인상된 비용이 구매자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점에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고, 동시에 합의안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로 작용했다. 배달앱 상생안 개선은 정부나 정치권의 추가 개입을 의미한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상생협의체를 통해 배달앱 상생안 도출에 개입했고, 배달앱업체와 입점업체의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서 힘겹게 합의안을 만들어냈다. 합의안이 시행도 되기 전에 다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업계 일각에선 “이러면 누가 상생에 나서려고 하겠나"며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물론 현재의 배달앱 상생안이 이해관계가 제각각인 모든 입접업체의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완전무결한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10여 차례 난항을 뚫고 어렵사리 합의를 이뤄낸 상생안을 일단 시행하면서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도 '배달앱 상생'으로 가는 여정이 늦지 않다고 본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기자의 눈] 오늘이 급한 소상공인에게 한 달 뒤는 멀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최한 새해 첫 소상공인 현장 간담회 현장을 취재하다가 신용 취약 소상공인을 위해 마련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저신용자 직접대출 정책자금이 6일 신청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조기마감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조기마감에 대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관련 커뮤니티를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상황이 심각했다. 경영난 악화로 오매불망 정책자금 대출 신청만을 기다렸는데 손이 느려 신청을 못했다는 후기부터, 상황이 정말 어려운데 이런 정책자금이 있는 줄 이제야 알았다는 게시글 등이 불만들이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궁금증은 딱 하나였다. 다음 신청은 또 언제 받느냐는 것이었다. 소진공 관계자에게 물으니 일단 오는 4월로 계획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해당 내용을 비교적 짧은 기사로 작성한 후 송고했는데, 직후부터 소상공인들의 메일이 쏟아졌다. 상황이 너무 어렵다고 한탄하는 내용부터 4월에 또 신청을 받는 게 정말 확실하냐고 묻는 메일까지. 한 소상공인은 실제 대출 실행은 언제 받을 수 있는지 취재해달라는 문의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한 소상공인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가슴에 꽂혔다. 운이 좋게 대출 신청에는 성공했으나, 실제 대출 실행이 언제 이루어질지 몰라 가슴만 졸이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했다. '저신용 소상공인 자금'은 신용은 낮지만 사업성과 경쟁력이 있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자금이다. 문제는 이 정책자금 신청부터 실 집행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이 정책자금은 대출 비율이나 연체, 세금 체납 등을 대출 제한 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정책자금을 신청한 소상공인은 다른 대출을 알아볼 수도 없고 연체를 할 수조차 없다고 한다. 희망을 붙잡기 위해 신청한 정책자금이 도리어 저신용 소상공인의 신용을 더 떨어트릴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소상공인 지원 최전선에서 고생했던 소진공의 애로사항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긴 설 연휴까지 낀 1월은 소상공인에게 너무나도 힘든 시기다. 대출의 실제 집행까지 설 연휴 전에 처리되는 것은 어렵다 하더라도, 승인 가부 정도는 다른 어떤 정책자금보다 빨리 안내하는 정책의 세밀함을 보여주는 게 바로 민생정책의 기본이 아닐까 싶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기자의 눈] 어게인, 개미의 봄

올겨울에도 대한민국 증시판에 상장사들의 꼼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빼미 공시는 물론이고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쪼개기 상장 등 주주들을 분노케 하는 일들이 횡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수페타시스는 장이 종료된 6시40분경 제이오 인수를 위해 55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악재성 정보를 일부러 장 마감 후 기습 발표하는 '올빼미 공시'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수페타시스의 올빼미 공시로 시장이 떠들썩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2월 줄기세포 연구 전문 기업인 차바이오텍과 지아이이노베이션도 장 마감 후 유증 공시를 내는 등 올빼미 공시는 여전히 반복됐다. 무리하게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는 상장사도 주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폐암 신약인 렉라자를 유한양행에 기술이전을 한 오스코텍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이 증명됐음에도 주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자회사인 제노스코를 코스닥에 상장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오스코텍은 제노스코 예비심사 청구 하루 전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도 자회사 상장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아 주주들로부터 깜깜이 중복 상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코스닥 상장사인 삼목에스폼은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와 대주주의 차익 실현 의혹을 제기한 소액주주연대를 지난해 두 차례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 기업들이 주주들의 반발을 알면서도 꼼수를 강행하는 데는 주주 보호보다는 사측의 이익을 더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회사가 꼼수를 쓰는 건 결국 대주주 배불리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나 중복 상장의 이면을 파헤치면 그 이익이 모두 대주주에게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업들의 꼼수를 막기란 쉽지 않다. 꼼수 방지의 출발점이 될 자본시장법 개정을 놓고도 여야 간 진통이 거센 상황이다. 탄핵 정국을 핑계로 여당도, 금융당국도 법 개정을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듯하다. 누구도 지적하지 않으니 기업들도 '배 째라'식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인 소액주주들에게로 전가될 것을 생각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그나마 소액주주들이 힘을 합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주주행동 플랫폼 등을 통해 주주들이 지분을 결집해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다. 최대주주 지분율을 넘어선 주주연대도 있고 주주활동 자금으로 수천만원 넘게 모금한 주주연대도 생겨났다. '뭉치면 산다'는 말이 있듯이 개미들의 결집이 대한민국 증시판에 봄을 일으킬 날이 오길 바란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기자의 눈] 얼어붙은 경기, 건설산업 투자부터 늘리자

내수 경기가 차갑게 식었다. 물가가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12·3 계엄사태'까지 터지며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전월(100.7)과 비교해서는 12.3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경기 후행지표인 고용에도 비상등이 들어왔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804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만2000명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던 2021년 2월 이후 3년10개월만에 줄어든 것이다. 특히 내수와 직결된 건설업(-15만7000명)과 도·소매업(-9만6000명) 감소폭이 크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경기 회복 기대감은 낮은 상태다. 정치 불안이 지속되며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제 통상 구도가 어떻게 짜일지 예측하기 힘들다. 유가도 불안한데 환율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은 경제 성장 둔화 위험이 커졌다는 점을 인지하면서도 환율 탓에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했다. 이런 형국에 주목해야 할 분야가 건설산업이다. 고용 창출 효과가 큰데다 제조업을 비롯한 다른 산업으로 파급력이 커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건설활동이 제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건설산업에 의한 제조업 생산유발액은 2020년 기준 157조원에 달한다. 제조업 총산출액의 8.9% 수준이다. 앞으로 건설투자를 5조원 확대할 경우 3만2000명의 건설산업 고용이 창출되고 연관산업 고용도 2만2000명 유발된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다. 정부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건설산업 투자를 늘려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는 셈이다. 선택지는 다양하다. 정부는 이미 건설업 활력 제고를 위해 주택공급확대, 사회간접자본(SOC) 조기발주·착공 등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 서울-세종 고속도로 등 예정된 공사 일정을 앞당겨 예산을 앞서 집행할 수 있다. SOC 예산 추가 편성도 검토해야 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SOC 예산이 전년 대비 1조원 가까이 감소한 탓에 건설경기 반등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민간이 단기간에 분양을 늘리는 등 선택을 하기 힘든 만큼 관련 재원을 추가로 마련해 공공 분야 공사 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건설산업 투자를 '과감하게' 늘려야 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자의 눈] ‘자국우선주의’ 트럼프 취임, 한국 에너지정책은 어디로 가나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확대를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공식 취임한다. 최근 국제 사회에서 에너지 정책은 국가의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의 정책은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의 에너지 정책 또한 국제적 흐름과 국내의 현실을 면밀히 검토해 신중히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에너지 전환을 선도해 왔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전력망 불안정, 에너지 비용 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을 늘려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저렴한 에너지 공급을 통해 산업 활성화와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동시에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보다는 기존 화석연료 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해 자국 경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에너지 정책의 흐름 속에서 한국은 현직 대통령이 구속됐고, 거대 야당의 주도하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정되고 있다. 과연 국가 경제와 에너지안보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은 지리적, 환경적 특성상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지 못한 나라다. 급격한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 안정성과 비용 측면에서 여러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원자력발전은 탄소 배출이 거의 없으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석탄발전은 경제성 측면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원을 무작정 줄이는 것은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에너지 정책 수립에 있어 지나치게 정치적·이념적이거나 급진적 변화는 절대 금물이다. 에너지빈국에 국제정세와 경제상황에 민감한 한국은 글로벌 시장의 변화와 국내의 현실을 모두 고려한 신중하고 균형 잡힌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기술력을 발전시켜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해야 한다. 석탄발전도 이산화탄소포집저장(CCS)와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기술의 효율성을 높이고 전력망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이야말로 경제와 환경, 에너지 안보를 모두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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