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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건설업 온열질환 대책, ‘1보 전진’ 있었지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21 10:59
기자의눈

▲김유승 정치경제부 부동산팀 기자.

지난 7일 경북 구미시의 낮 기온이 섭씨 37.2도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이날 아파트 공사장에 첫 출근한 베트남 국적의 20대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이후 정부와 대형 건설사들이 뒤늦게나마 폭염 대응에 나선 모습은 다행이지만, 중소 현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간 폭염으로 인한 산업재해 사망자 29명 중 20명이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건설노조가 지난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폭염에 본인이나 동료가 실신하거나 이상 증세를 보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56.6%에 달했다.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는 '대책은 있으나 강제성이 없어 무용지물'이라는 응답이 61.2%, '1군 대형사 위주로만 적용돼 중소규모 현장은 사실상 무방비'라는 응답이 42.4%를 차지했다.


설문대로라면 '머슴 노름도 대감집에서 하라'는 말이 실감난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은 물론 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 등 대형사들도 폭염 시 휴식시간과 냉방장치 등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불신은 있다. 건설노조는 “실제 현장을 가보면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홍보하는 것만큼 현장에서 구현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꼬집는다. 문제의 핵심은 폭염 대책 시행이 결국 건설사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고용노동부가 지난 17일부터 체감온도 33도 이상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화한 것은 반가운 조치다. 지침을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제야 건설현장 폭염 대책의 시행이 제대로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중소규모 현장은 여전히 사각지대가 될 전망이다. 인력·예산의 한계, 다단계 하도급 구조 등으로 인해 안전 지침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전체 추락사고의 42.7%가 공사비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현장에서 발생했다. 반면 공사비 1000억원 이상 대형 현장은 18.8%에 그쳤다.


영세한 중소 건설사들은 공사비가 빠듯해 근로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열악한 여건이라 해도, 누구도 생계를 위해 목숨을 담보로 일해서는 안 된다. 실효성 있는 단속과 현장 중심의 관리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법은 또다시 종이조각에 불과하게 된다. 누구도 더 이상 일하다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지금보다 훨씬 더 철저한 단속과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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