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광호 금융부 기자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과 함께 2023년 도입된 신지급여력제도(K-ICS·비율) 관련 정책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혼란과 피로도 누적되고 있다. 규제 충족을 위해 전력질주하는 와중에 종목이 마라톤으로 바뀌는 식이기 때문이다.
킥스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여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해당 제도가 도입된 이후 보험사들은 후순위채를 비롯한 보완자본을 천문학적인 규모로 발행했다. 기존 제도 보다 강화된 자본규제에 빠르게 맞추기 위함이었다.
그럼에도 최대 10년간 활용 가능한 경과조치까지 동원됐다. 2018년 시가기준 지급여력제도 초기 버전을 내놓은 이후 매년 수정안을 발표하고 10번의 영향평가를 거쳐 시행했음에도 현장에서 소화하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1년여만에 '자본의 질'을 언급하며 기본자본 기준 도입을 검토하면서 심각해졌다. 보완자본의 본질이 부채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기본자본을 많이 보유할수록 건전성이 높아지는 것은 맞지만, 이자비용을 감수하면서 만들어 놓은 수치의 의미가 퇴색됐기 때문이다.
기본자본을 늘리기 어렵다는 '집단지성'을 충분히 고려했냐는 토로도 곳곳에서 나왔다. 당국 스스로가 4년 연속 자동차보험료 인하 등으로 보험수익 확대를 어렵게 만든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로 다수의 보험사가 투자수익도 늘리기 어렵게된 탓이다.
해외 사례(50~70%)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도 부족했다는 평가다. 대형사 위주로 적용하는 케이스를 들여온다고 해도 대형사 구분이 나라 마다 같은지, 그 기준이 합리적인지 등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보험사 중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마이너스인 곳도 있는 만큼 시행 가능 여부부터 살펴봤어야 한다는 지적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를 중심으로 나온 보험계약마진(CSM)을 기본자본에 포함하는 솔루션은 난국 돌파를 위한 아이디어다. 이는 예상 보험금 등을 보험수익으로 인식 가능한 IFRS17의 특성을 활용한 것으로, 연착륙을 도울 수 있다.
일각에서는 관련 정책이 '샤워실의 바보'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비유로, 샤워실에서 튼 물이 차갑다고 수도꼭지를 돌려 뜨거운 물을 맞은 사람이 다시금 찬물로 급하게 돌리는 행동을 들어 섣부른 정부 개입이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한국사회 특유의 '빨리빨리' 대신 실질적 소통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정책을 수립하는 흐름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