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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초고령 사회와 ‘디지털 헬스케어’

도시철도 전동차 한 칸의 54개 좌석 중에서 노약자 지정석을 현재 12개에서 24개로 늘려야 하고, 연간 무임수송 손실비용이 62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불과 10년 안에 2배로 불어날 판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저출산, 저성장이란 위기에 직면했고, 2021년 기준으로 65세이상 고령자 수는 800만명을 넘었는데 베이비 부머 세대가 매년 80만명씩 65세 이상이 되므로 불과 10년 뒤에는 지금의 두 배인 1600만명의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노인에게는 건강유지와 노후자금이라는 두가지 버팀목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가 평균치의 4배나 된다. 고령층을 위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안전장치는 사회복지, 연금, 보험이 있지만, 실제로는 유교전통에 따른 ‘가족돌봄’이 수세기 동안 유지되다가 지금은 요양원또는 요양병원 같은 ‘집단돌봄’이 대세이고, 가까운 미래에는 ‘지역사회 통합돌봄(Community Care)’으로 바꾸려고 정부가 발벗고 나섰다. 초고령화 사회의 사회적 안전장치와 돌봄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합리적 대안인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인프라, 제도적 인프라와 더불어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첫째, 우리나라의 기술 인프라는 비교적 양호하다. 폭증하는 의료비를 줄이고자 선진국들은 디지털 신기술을 적극 활용 중이다. 왜냐하면 ‘4P’(예방·예측·맞춤·참여)로 요약되는 미래의료패러다임을 앞당길 동력을 제공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의료데이터의 수집,분석기술과 디지털치료제(DTx), 전자약(electroceuticals)등은 맞춤형 정밀의료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웨어러블 센서가 활용되어 언제 어디서나 환자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면 막대한 의료비가 요구되는 만성질환관리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한정된 의료자원을 대체하고, 의료접근성을 높이며, 비용은 낮춰줄 것이라 기대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디지털 신기술과 벤처기업이 탄생하고 있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는 미국과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격차를 2년 이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둘째, 우리나라의 제도와 법률 인프라는 전반적으로 미흡하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규제의 회색지대가 많아서 사업불확실성도 높은 편이다. 개인정보법과 상충되므로 서비스의 근간인 보건의료데이터에 대한 접근성도 제약이 많다. 의료인공지능이나 디지털치료제, 전자약에 대한 의료보험 수가체계는 아직 없기에 판로개척도 어렵고, 개발생산국 안에서 판매실적이 없으니 세계시장으로 진출도 언감생심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모델이 성공하려면 의료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어야 지속가능성이 높다. 임상시험을 거쳐 판매허가를 받더라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대상·비급여대상 여부확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 기술평가를 받는데 1년 이상이 추가로 소요된다. 기술전환이 빠른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시장진입이 늦어질수록 경쟁력이 떨어진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수천개의 기술과 벤처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이중 70%는 국내 환경에서 상용화가 불가능한 사업모델이라 하고 결국 대부분의 기업은 개발난이도가 높은 의료수가 지급형보다 회원 수에 의존하는 광고수익형 사업모델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셋째, 본격적인 디지털 헬스케어를 위한 사회적 합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다양한 기술과 제도와 기득권의 충돌지점이 많아지면서 주요 이해당사자인 의약계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갈등사항이 원만히 조율되지 못하면 아무리 발전된 기술을 보유하더라도 제도화가 요원하거나 임시방편을 선택하기 쉽다. 소비자는 편리와 혜택을 중시하고, 기업은 시장과 기술을 중시하며, 정부는 제도와 비용을 중시하고, 보건의료전문인은 기득권과 이익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다. 이런 복잡한 ‘4원 8차 방정식’을 어찌 풀어야 할까. 일단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발전에 기여할 규제혁신과 지원정책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발의됐다. 독일과 프랑스가 도입했던 ‘혁신수가 모델’ 도입도 검토중이다. 이는 새로운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등장하면 일단 시범수가 적용 후 1년 간 시장에서 안전성, 효능, 경제성을 증명하여 정식등재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으로써 혁신성을 증명할 시간을 제공하는 등 혁신 선도자에게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뜻이다. 올해는 정부가 변화를 주도하려 더욱 선제적으로 활동할 것으로 예견된다. 고령화 시대의 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더불어 저성장 시대를 타개할 신산업 육성이란 공공의 이익과, 시장의 목소리 곧 국민의 요구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기 위하여 다양한 이익집단과 이해당사자들이 노력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방준석 숙대 약대 교수 방준석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대한약국학회 회장

[이슈&인사이트] 경제침체에 걱정 더 커진 청년실업

한국은행 등 주요 경제예측기관들이 새해 국내 경제가 지난해보다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면서 고용, 소비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을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동안 가계부채 누증,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저금리 및 재정확대 결과, 우리 경제에 거품이 생성되었으니 이를 거둬낼 때이다. 지난해 취업자 수가 2021년 대비 81.6만명 늘어나 2000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 고용상황에 대해, 불안한 경기전망과 함께 구조적인 제약요소로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청년층의 고용 부진이다.청년층(15~29세 기준)의 지난해 고용률은 46.6%로 2000년 대비 3.2%포인트 높아졌다. 그러나 이 기간중 청년층 인구가 급감하면서 청년층 취업자수는 전체적으로 88.5만명 줄었으며, 이중 남성이 59.9만명, 여성이 28.6만명을 차지하여 남성 청년층의 고용 부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청년층의 전체 취업자 대비 비중은 2000년 23.1%에서 2022년 14.2%로 축소되었다.또한 지난해 12월 청년층 실업률은 5.2%로 주요국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없으나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청년노동력 규모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 점, 우리나라는 청년층에서 군 복무자와 높은 학생 비율로 경제활동인구에서 제외되는 인구가 많다는 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일하면서 추가 구직을 희망하는 청년이 많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표면상 지표보다 실질적인 청년실업 규모가 훨씬 크다고 하겠다. 지난해 12월의 추가 구직 희망자, 일시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하는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17.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우리나라 청년의 고용 부진은 노동시장의 심각한 이중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청년층의 경우 인구 급감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일자리와 우리 경제가 공급하는 일자리 간의 미스매치로 취업 대기자가 줄지 않고 있다. 1990년대 초반 30%대였던 대학진학률이 2020년 70%를 상회하면서 4년제 대학졸업자가 33만명에 이르고 있으나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의 채용계획은 6~7만명 내외에서 정체되어 왔다. 더욱이 1차 노동시장(대기업 정규직)과 2차 노동시장(중소기업 또는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격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노동시장 간 단절이 견고해지면서 고학력 졸업자들이 2차 노동시장을 기피하는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청년기의 실업은 다른 연령대의 실업에 비해 근로자 개인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청년기는 직업을 처음 선택하고, 커리어를 설계하며, 직무경험을 통해 인적자본을 축적하는 시기이다. 청년기에 실업을 경험하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출산율도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청년실업은 우리 경제의 또 다른 구조적 문제인 인구절벽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청년실업은 개인적으로 기회비용의 손실일 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관점에서 출산율 저하, 노동생산성 제약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청년이 자신의 역량에 맞는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찾도록 하려면 우선 고용의 90%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기술개발과 생산성 제고를 통해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협상력을 높여나갈 수 있도록 연구개발투자 확충, 필요시 유효한 재정의 투입 등으로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필요하다. 또한 노동시장간 격차를 확대시킨 주요 요인으로 대기업 우위의 하청 관계가 지적되는 만큼, 도급거래가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중립적인 시장감시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많은 청년들이 진출해 있는 음식·숙박, 건설, 유통 분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직무 안전 수준과 안정성을 제고해 나가는 한편, 직업훈련 및 고용지원 기관, 보육 시설 등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야 한다.김종욱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교수

[EE칼럼] 태양광 메가 붐의 시대 한국의 진로

에너지전환 관점에서 개인적으로 "선명해지고 있구나"라고 느끼는 세 가지가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이상기후 현상과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그리고 태양광 메가 붐이 그것이다. 기록적인 폭우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긴 파키스탄, 기상관측 이래 처음으로 40도를 넘긴 영국, 스키장이 풀밭이 되어버린 스위스,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를 연상시킨 텍사스 한파 등 전 세계가 극단적인 이상기후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 2022’ 보고서를 발표했다. 향후 5년 동안 재생에너지가 신규 설치되는 발전설비의 90%를 차지하게 되며 2400GW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전량 중 재생점유율은 2021년 28%에서 2027년까지 38%로 늘면서 2025년 초반에 석탄을 추월해 세계 최대 발전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가장 빠르게 증가할 부문으로 태양광을 지목했다. 태양광발전 누적 설비용량은 향후 5년 동안 약 3배인 1500GW까지 증가하면서 2026년에는 천연가스 발전 설비용량을 초과하고, 2027년에는 석탄발전 설비용량까지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2년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로 인한 에너지 위기로 전 세계가 힘든 한해였다. 반면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재생에너지의 성장과 특히 태양광의 성장은 놀라움을 넘어 태양광 메가 붐으로 불릴 만했다.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2022년 전세계 태양광 신규 용량 추가를 268GW로 추계했는데(2022년 원자력 발전 순증 용량은 4083GW) 2021년 183GW 대비로는 약 47% 증가한 수치이며, 지난 10년 기록한 평균 25%의 성장률을 유지한다면 10년 뒤인 2033년 신규 설치되는 태양광은 3000GW를 넘게 된다. 태양광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은 2022년 87GW를 신규 설치했고 올해는 중국 국가에너지국(NEA) 목표 100GW를 넘어 최대 120GW까지 전망하는 등 100GW 시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2030년까지 1200GW의 태양광·풍력을 추가하려는 국가 목표도 2025년 조기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27개국은 2022년에 2021년 28.1GW 대비 47% 증가한 41.4GW의 새로운 태양광을 설치했으며, ‘솔라파워유럽(Solar Power Europe)‘의 보고서 중 높은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올해는 최대 68GW, 2026년에는 119GW에 이르게 된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분쟁으로 2021년 24.1GW에서 2022년 15.7GW로 대폭 감소했지만, 태양광에 대한 세액공제를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본격 시행되는 올해부터 전례 없는 호황을 예고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2022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175W라는 국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비록 실패했지만 2030 태양광 280GW라는 더 큰 목표를 세워 추진하고 있으며, 독일은 2030년 재생점유율 80%, 2035년 100% 목표와 함께 2022년 7GW 태양광 설치 목표를 달성했고 올해는 2022년 대비 57% 증가한 11GW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새해들어 지난 10일 재생에너지촉진법을 찬성 286명 반대 238명으로 통과시켰으며, 2022년까지 약 24GW의 태양광을 설치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지난 1월 2일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취임 첫날 100% 재생에너지 목표 등 7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호주는 지난해 5월 노동당이 집권하면서 기존 2030년 재생점유율 목표 30%를 82%로 대폭 상향했으며 한때 기후 악당국가에서 가장 빠르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네덜란드·스페인·포르투갈·베트남·칠레 등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유럽의 ‘REPowerEU’,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재생에너지촉진법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진심을 담은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거꾸로 재생에너지 목표를 줄이고 원자력을 늘리는 내용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하여 태양광 산업계는 물론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국내 태양광 제조사의 미국 IRA 8조 원 세제 혜택 소식과 다수의 해외 태양광 프로젝트 수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시작된 태양광 PF 금감원 전수조사는 국내 태양광 관련 금융시장을 경색시켰고 5년 내 태양광 신규 설치용량이 전년 대비 최대폭 하락이라는 2022년 성적표를 받아 들게 했다. 최근 한 언론사의 태양광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 태양광 시장 결산’ 시장조사를 보면 2022년 태양광 시장에 대한 정부 정책 평가에서 44.6%가 C 학점을 주며 ‘참담’, ‘형편없다’ 등으로 평가했다고 한다.‘에너지 혁명 2030’의 저자 토니 세바(Tony Seba)는 2015년 내한 강연에서 ‘그린빅뱅 시대를 선점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라고 설파한 바 있다.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오늘, 태양광 메가 봄의 시대에 우리는 엄청난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에너지전환포럼 이사

[이슈&인사이트] 미래 먹거리 발굴과

기업은 올해도 어김없이 지속 가능한 경영 환경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혁신을 요구 받고 있으며, 이는 2016년 독일에 뿌리를 둔 4차 산업혁명 이후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Cloud),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Blockchain) 등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정보통신(IT)’이라는 단어 대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용어가 확산되며 혁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필자가 소속된 SAP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독일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이며, 글로벌 선도 기업을 나타내는 ‘포춘 2000대 기업’중 92%가 사용하는 ERP(구매·영업·생산·물류·재무 관리를 포함한 전사적 기업 경영관리 소프트웨어)부문의 글로벌 선두주자이다. 또한 전 세계의 모든 기업들의 총 매출액의 70% 이상이 SAP의 ERP 시스템을 통해 발생된다는 것을 보면, 글로벌 산업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이 엄청나다는 부분을 알 수 있다.이 때문에 단순히 기업의 경영관리시스템을 개발하여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 문화와 실행을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 글로벌 선도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오는 2026년까지 기업 매출의 50%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적이 없는 상품, 서비스, 사업모델을 통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즉, 현재 각 기업별로 가지고 있는 사업모델로는 지속 가능한 경영 상황을 만들 수 없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통해 매출을 창출하고 이를 고도화 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그렇다면 경영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혁신’에 대해 어떻게 구분하는 것이 맞는가. ‘프로세스 혁신’과 ‘사업모델혁신’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가 과거에 집중해서 진행했던 ‘프로세스 혁신 (Process Innovation - PI)’는 업무 효율성 향상 및 비용 절감 등을 통해서 프로세스 최적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며, 이는 ‘버텀라인(bottom line)’, 즉 수익성 향상을 뜻하는 것이다.하지만 ‘사업모델혁신 (Business Model Innovation - BMI)’은 ‘톱라인(Top Line)‘ 성장,즉 매출 증가를 뜻한다. 지금까지 컨설팅업체의 전문가들을 통해 업무프로세스 분석, 이슈 정의, 개선 방향성 및 개선과제 도출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 낸 것들은 ‘사업모델혁신 (BMI)’가 아닌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코로나 사태, 금리 상승 등 급변하는 세계경제 환경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미래 먹거리’ 발굴이 더욱 중요해진다.생각해보면, ‘사업모델혁신 (BMI)’을 통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것은 스타트업들이 끊임없이 고객의 치명적인 문제를 찾아내서 이를 해결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글로벌 선두 기업 및 국내 대기업들도 ‘혁신 생태계’를 만들고 ‘스타트업’ 투자, 인수 및 협업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과거에는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구분할 수 있으며 각 그룹별 사업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 ‘비즈니스전환(Business Transformation)’ 및 ‘사업모델혁신 (BMI)’의 시대가 도래하였기에 기업 경영진이 ‘혁신’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글로벌 기업들을 빠르게 ‘벤치마킹’하여 따라 하려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에서, 실행과 빠른 피드백, 그리고 시행착오를 통한 ‘패스트 패일(Fast Fail)’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방법이 구글, 아마존n, SAP와 같은 기업이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핵심 엔진이다.새해에는 한국 기업의 ‘사업모델혁신’ 여정을 통한 글로벌 기업 도약이 줄 잇기를 기대한다.김형섭 SAP아시아 이노베이션오피스 상무/파트너

[이슈&인사이트] 사회적 나눔 시스템 제대로 작동하게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특권을 누리는 만큼 그에 맞는 사회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65세가 되던 1900년 "부자인 채 죽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많은 수익을 내고 있던 자신의 철강회사를 5억 달러에 처분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 처분한 자금으로 자선활동을 시작하여 남은 생을 ‘위대한 기부자’로 살았다. 카네기 이후 록펠러(3억 5000만 달러, 1913년), 포드(5억 달러, 1936년) 등이 이어서 기부를 통해 재단을 설립하여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과 가난한 학생들을 돕는 데 일조했다. 그 정신은 오늘날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등에 의해 면면히 계승되어 미국 사회를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고 있다.조선시대 부자로 소문난 경주 최부잣집은 ‘300여년 간 12대를 이어온 부자’로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했던 것들이 현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경주 최부잣집의 가르침인 ‘6훈(六訓)’중에서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내용이 있다. 이 교훈은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성경말씀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덕목들이다. 이웃 중에서 실업이나 질병이나 심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면서 우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다다가 따뜻한 친구가 되어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이웃들이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는 더 아름답고 훈훈해질 것이다.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는 대한민국 전라북도 전주시 노송동 주민자치센터에 20년 넘게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그는 2000년부터 매년 연말 크리스마스 즈음에 익명으로 큰 금액을 기부해왔다. 가장 최근에 기부한 날짜는 2022년 12월 27일이며, 누적기부액은 9억 원에 달한다. 작년 12월 27일 오전 11시 1분경, 성산교회 앞 유치원 차량 아래에 상자를 놓아두었다는 중년 남성의 전화가 노송동 주민자치센터로 걸려왔다. 7600만 5580원 현금과 함께 들어 있던 편지에는 ‘대학 등록금이 없어 꿈을 접어야 하는 전주 학생들과 소년소녀 가장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힘내시고 이루고자 하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 분의 기부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저소득층과 소년소녀가장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세 사례를 통해서 각박한 현실 속에서 치열한 ‘쩐의 경쟁’을 펼치는 사람들과 코로나 사태로 더 심해진 사회경제적 격차로 더 힘들게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을 더 곤경한 환경으로 밀어내는 사람들의 모습과 사뭇 다른 선한 이웃들의 모습을 발견해본다.우리나라는 개인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서 지역 간 재정 격차 완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올해부터 시행되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주소지 이외의 지방자치단체에 1인당 연간 500만원 이하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답례품을 받는 제도이다. 우리나라 보다 먼저 이 제도를 실시한 일본(고향납세제)은 2008년 81억4000만엔에서 2021년 8302억엔으로 기부액이 102배 증가하여 지역 경제활성화에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 정착을 통해서 지역인재 양성, 취약계층 주거 환경 개선, 지방도시육성, 지역격차해소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해결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적 나눔을 위한 국가차원의 노력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차원에서도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고 사회적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과 사회적 나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조례가 제정되어 사회적 안전망과 사회적 돌봄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되는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김경열 영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에 국내 벤처기업에 투자된 금액이 전년 3분기 대비 40% 감소한 1조 25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만 해도 직전년도 동분기 대비 68% 증가했는데 하반기 들어 경악할 정도로 추세가 반전된 것이다.고금리, 물가상승, 우크라이나 전쟁,미·중 갈등, 기후 변화 등 각종 불확실성 요인 속에 자금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시기를 어떻게 견뎌야 하나 고민하는 스타트업들이 가장 많이 듣는 조언은 "현금흐름을 평소보다 훨씬 더 철저히 관리하라"는 말일 것이다. 그러한 조언의 이면에는 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들이 충분한 영업이익을 창출해 유지되기보다는 투자유치, 차입, 지원금 등을 통해 끌어 모은 돈을 문자 그대로 ‘태워 가며’ 운영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따라서 이제는 추가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무척 어려워졌으니 돈이 빠르게 고갈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너무나 적절한 충고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스타트업의 전략과 운명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방법으로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허리띠 졸라매기다. 기업들에게 비용을 줄이라고 하면 "우리가 평소에 방만하게 경영을 한다는 생각이냐"며 볼멘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급자가 부하직원에게 이야기를 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출 대상이 무엇이 됐든 사내에서 필요한 수요의 추정 및 집계 오류, 신규 솔루션에 대한 정보 부족, 기존 거래처와의 결탁, 변화에 수반될 수 있는 책임 회피 등 다양한 원인 때문에 과도한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반면, 같은 비용 절감 효과를 수반하더라도 인력 감축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심지어 매출도 전혀 없는 스타트업들이 용케 투자를 유치한 이유는 혁신과 도전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런 어려운 일을 맡아 수행할 인재들이 떠나면 기대했던 성과가 나올 리 만무하다.설령 어렵게 혹한기를 견뎌냈다고 해도, 핵심 인재가 떠난 기업이 재차 성장을 추진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기는 어렵다. 오히려 호황기에는 몸값이 높아 확보하기 어려웠던 인재를 한 명이라도 영입할 기회가 바로 지금일 수 있다.현금흐름을 양호하게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은 매출을 늘리는 것이다. 이 또한 기업들로부터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게 쉬운 줄 아느냐"는 냉소를 사기 십상이다. 그러나 많은 스타트업들이 매출의 동력을 기술이나 제품 혹은 서비스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성장의 발목을 잡곤 한다.매출의 원천은 두말할 것 없이 고객의 니즈다. 개발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예측하려면 주변의 지인이나 ‘보상 매니아(설문에 답하면 주는 경품이나 인센티브를 쫓아다니는 사람들)’가 아니라 철저하게 대표성이 있는 표본을 구성하고, 가장 쓴 소리를 해줄 수 있는 잠재 고객의 소리를 듣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더 나아가 고객들이 겪는 문제나 원하는 가치의 핵심을 파악하고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회사 안이 아닌 밖에서 출발하는 사업화 전략이 매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버번 위스키를 좋아하던 케빈 스트롬은 2010년 버븐(Burbn)이라는 위치 기반 바(bar) 체크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만들고 장소기록, 일정짜기, 게임,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했으나 신세대가 사진을 찍고 공유하기를 좋아한다는 걸 발견하고 서비스의 복잡성을 대폭 줄여 현재 월간활성사용자(MAU)가 20억 명을 넘는 인스타그램으로 발전시켰다.시장 조사는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심리와 행동을 파악하여 어떻게 혁신적으로 그들의 불편을 덜고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경영학의 세계적 구루 클레이 크리스텐센 교수가 일찍이 ‘파괴적 혁신’이라는 저서에서 간파한 대로, 고객이 원하는 가치에 비해 과도한 기술이 시장에서 실패하는 경우는 많아도 고객을 제대로 이해한 기업이 그 것을 충족시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스타트업과 투자자에게 모두 고통스러운 시기이지만, 팬데믹을 맞아 확대된 유동성과 벤처지원정책 등 전례없이 호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혹한기도 있는 것이다. 혁신과 개척을 향한 기업가정신에 기반하기보다는 우호적인 환경에 편승해 창업을 한 스타트업은 이런 시기를 지나면서 자연스레 도태되기 마련이다.하지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리더십과 조직역량을 갖추었음을 보여주는 스타트업은 언젠가 다시금 순풍이 불어올 때 다시금 투자자들의 성가신 구애를 받게 될 것이다. 왓츠앱, 우버,에어비앤비, 벤모, 비욘드미트와 같은 기업들은 미국에서 2차 대전 이후 가장 극심한 경기침체기로 일컬어졌던 2008년 전후에 설립되었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도약했음을 잊어선 안된다.이지환 KAIST 경영대학 교수

[이슈&인사이트] 지역 혁신과

스포츠는 연대와 통합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경쟁을 통해 승리와 패배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막대한 자본이 흐르는 스포츠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거대한 사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독특한 생태계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이 바로 스포츠사회적기업이다. 스포츠사회적기업은 스포츠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이나 장애인, 저소득층, 아동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스포츠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을 고용하기도 한다. 1993년, 런던 그리니치 의회가 지자체 재정 예산을 삭감함에 따라 지역의 7개 레저스포츠센터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였다. 영국 최초 스포츠 분야 사회적기업 ’GLL((Greenwich Leisure Limited)‘의 탄생 배경이다. GLL은 30개 이상 지자체와 파트너십 체결을 통하여 250여 개의 공공스포츠시설과 57개 도서관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 덕분에 원감 절감과 수익을 극대화하며 흑자 경영을 하는 동시에, 저소득 지역 및 계층에 대한 스포츠 서비스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국내의 경우 2018년 스포츠산업 사회적경제조직 육성계획이 처음으로 수립되면서 사회적 약자의 삶의 범위를 확장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꾸준히 인정받고 있다.필자는 스포츠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국내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축구, 골프, 수영장 시설을 운영하는 S 스포츠센터는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축구 프로그램을 제공하려고 구청에 문의했으나 지원정책과 법률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스포츠 복지 제공에 어려움이 있었다. 정부가 인증하는 사회적기업이 되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여 육성기관 문을 두드렸고 2022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었다. 발달장애인들은 협동과 협업이 되지 않는다는 선입견을 깨고 대그룹 발달장애인 팀 스포츠를 아이템으로 창업한 팀도 있다. 창업 당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는 기염을 토했고 올해 발달장애인 핸드볼팀 창단을 준비 중이다. 여성 취약계층을 필라테스 강사로 양성하여 일자리를 제공하고, 비정규직 스포츠 강사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수강생과 강사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양극화, 비인간화, 계급화를 완화하기 위해 스포츠사회적기업은 존재한다.필자가 주목한 점은 스포츠사회적기업 창업자들의 이력이다. 은퇴선수뿐 아니라 부상 등의 이유로 운동을 그만둔 중도 탈락 선수, 비인기 종목 출신 선수 등 전직 운동선수 출신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대한체육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운동선수의 평균 은퇴 나이는 23.6세로 일반인 평균 은퇴 나이 49.5세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은퇴선수 41.9%가 실업 상태이고 취업자 중 55.7%는 비정규직, 46.8%는 월수입이 200만 원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한체육회에서 운영하는 은퇴선수 진로지원센터를 알고 있는 은퇴선수 비율은 20.6%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은퇴선수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20~26세 연령대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13.6%만이 해당 정책을 알고 있을 뿐이다.스포츠사회적기업은 스포츠산업 활성화에 기여하는 운동선수의 은퇴 후 진로를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스포츠산업은 매출액 63조9000억원으로 전년 52조9000억원 대비 20.1% 증가, 종사자 수 역시 40만 6000명으로 전년 37만 6000명 대비 7.9% 증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스포츠산업조사, 2021). 사회적기업 전체 매출액 역시 5조 9,696원으로 전년 대비 12.8% 늘어났다. 이중 문화체육관광부 사회적기업은 전체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양적으로도 꾸준히 증가하여 매년 50개~55개 스포츠사회적기업이 배출되고 있다. 스포츠를 통한 경제적, 사회적 가치 창출을 인정받아 올해 스포츠사회적기업 지원 예산이 소폭 상승되었다. 지역 주민들에게 스포츠 사회적경제조직은 스포츠 시설뿐 아니라 문화, 예술과 같은 여가활동의 지역 거점으로 기능한다. 공공체육시설 개방 모델 도입 등 스포츠 행정과 거버넌스 조직을 재정비하고 스포츠산업 융복합 일자리 창출을 모색하는 등 정책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지역 기반 경제·문화 동력으로 작동할 것이다.박시현 서원대학교 겸임교수

[이슈&인사이트] 급발진 사고 규명, 소비자 억울함 없게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 대한 운전자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40여 년간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하지만 재판과정에서 승소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1, 2심에서 승소하고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단 한 가지 사례가 있을 뿐이다.지난 1980년 초부터 시작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는 자동차 엔진에 전자제어시스템을 탑재하면서 함께 시작된 사건이다. 즉 전자제어에 의한 문제가 자동차 급발진을 유발시킨다는 뜻이고, 이는 미국에서 일부 실험을 통하여 입증되기도 했다. 전자제어시스템에서 발생하다 보니 급발진 사고 이후에도 재연이 불가능하고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서는 브레이크 등의 동작이 정상적이고 급발진 관련 증거는 없다고 결론이 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미국은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나면 생산업체가 자사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밝혀야 하는 특성으로 최종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도 합의를 종용하는 사례가 많고 소비자가 보상을 받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운전자가 원인을 밝혀야 하는 구조로 사실상 규명이 불가능해 결국 소비자가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기 십상이다. 연간 발생하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 신고건수는 약 100건 내외이지만 실제로는 20배 정도로 추정된다. 이중 약 80%는 운전자 실수로 보여지며, 나머지 400∼500건 정도가 실제 급발진 사고로 판단되고 있다. 자동차 사고라는 것이 워낙 급박한 상황에서 발생하다보니 당황한 운전자가 그냥 ‘급발진’이라고 언급하는 사례도 많을 것이다.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중 전체의 약 95%는 가솔린엔진과 자동변속기 조합에서 발생하고 나머지 약 5%는 전자제어 디젤엔진과 자동변속기 조합이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다.얼마전에도 강릉에서 자동차 급발진이 발생하여 운전자의 손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였다. 급발진 의심 사고는 이번 사고처럼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엔진에서 요란한 굉음과 함께 불완전 연소로 시꺼먼 배출가스가 배출되며, 브레이크는 딱딱하게 굳어서 전혀 말을 듣지 않고, 자동차가 급가속되는 특성을 나타낸다. 이번 사고도 이러한 여러 요건을 동시에 지니고 있고 운전자의 안타까운 음성도 녹음되어 있어서 더욱 급발진을 의심하게 한다. 최근 보급이 급신장되고 있는 전기차에서도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전기차는 전기전자장치가 더욱 많은 차량인 만큼 전자파 장애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당연히 차량 운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구조적으로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의 급발진 의심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급발진 의심 사고가 나면 운전자는 불리한 처지에 몰리기 십상이다. 국내의 경우 전체의 약 80% 차량에 영상 블랙박스가 탑재되어 간접적인 증거가 되고 있지만 결국 운전자가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느냐, 아니면 가속페달을 밟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 자동차사고기록장치(EDR)도 중요하게 살펴보고 있지만 증거의 객관성과 신뢰성 등이 떨어져서 일각에서는 자동차 제작사에 면죄부만 제공하고 있는 결과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급발진 사고에서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조를 바꾸려면 재판과정이 달라져야 한다, 미국과 같은 재판 과정을 완벽하게 따르지는 않더라도 원인에 대한 입증을 일부라도 제작사가 입증하는 혼용된 방법이 도입된다면 균형 잡힌 재판이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최근 이러한 기조가 일부 나타나는 듯 해서 반갑다. 둘째는 자동차 블랙박스를 비행기의 블랙박스 성능에 맞먹게 개발, 탑재하는 방법이다. 필자가 맡고 있는 자동차 급발진연구회에서 제작한 경험을 보면 약 4~5만원이면 담배갑보다 작게 제작할 수 있어 기존 EDR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어렵지 않게 도출할 수 있다.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적으로도 가장 앞서 있는 영상 블랙박스를 개선하여 운전자의 발까지 찍을 수 있는 블랙박스를 추가하는 방법이다. 최근 기존 블랙박스에 발의 영상을 포함하는 모델과 기존 블랙박스에 추가로 장착하는 저가형 ’페달 블랙박스‘가 출시되어 시장의 관심이 크다. 균형 잡힌 재판과정과 함께 사고를 명확하게 규명할 증거확보에 도움을 줄 첨단장치 보급으로 자동차 급발진에 대한 운전자의 두려움이 덜어지길 기대한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이슈&인사이트] 진정한 경제강국 이루려면

졸업을 앞둔 젊은이라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 부모님의 잔소리에서 해방되는 것이 새해 소망 중 하나일 것이다. 개인의 생각과 여건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좋은 직장이라면 정부 또는 공공기관의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공무원은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이기 때문에 고시라는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어 공무원의 수가 너무 늘지 않도록 조절한다. 따라서 공무원과 같은 공공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민간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하는 구직자 대다수는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좋은 근로조건이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 요즘 MZ세대 입장에서 좋은 근로조건이라면 급여는 높으면서 워라벨이 가능한 것일텐데, 이러한 근로조건에 가장 근접한 것이 바로 대기업 일자리일 것이다. 대기업 입사도 공무원이 되는 것만큼 어렵지만 경영자가 경영을 잘하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면 대기업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론적으로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하나 정도만 더 있다면 10만개가 넘는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만 현재는 대기업 수가 주요국가에 비해 많지 않아 대기업 일자리 총량도 적다는 것이 문제이다. 미국 포천지는 소위 세계에서 잘나가는 기업을 선정해 매년 ‘포천 글로벌(fortune global) 500기업‘을 발표한다. 각 국가를 대표하는 대기업을 집대성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2022년 포천 글로벌(fortune global) 500기업을 국적별로 분석해 보면 중국 기업이 136개(27.2%)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미국 기업 124개(24.8%)이었다. 세계적인 기업의 절반 이상이 미국과 중국에 몰려있다. 이외에 일본 기업 47개(9.4%), 독일 기업 28개(5.6%), 프랑스 기업은 25개(5.0%), 영국 기업은 18개(3.6%) 순이었다. 한국 기업은 16개(3.2%)로 주요국 대비 대기업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수가 적은 것뿐만 아니라 규모면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2021년 기준 미국 기업의 1사당 매출액은 약 905억 달러로 가장 크고, 중국 기업은 약 810억 달러로 그 다음이었다. 이외에도 독일 기업 749억 달러, 영국 기업 703억 달러, 프랑스 기업 653억 달러 순이었고 우리나라는 624억 달러로 주요국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한민국에도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있음에도 전반적으로 기업 규모가 작은 것은 국내에서는 대기업이지만 글로벌 무대에서는 중소기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삼선전자의 매출액은 2443억 달러, 글로벌 경쟁사인 애플의 매출액 3658억달러로 삼성전자보다 약 1.5배 크다. 자동차 분야는 그 격차가 더 큰데 독일 폭스바겐사의 매출은 2958억 달러로 현대차 매출액 1028억 달러의 약 2.9배에 달한다. 국가별로 경제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단순비교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진정한 경제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주요 국가 수준의 대기업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새로운 대기업이 더 많아지고, 기존 대기업은 더 커져야 대한민국이 진정한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올해 대한민국의 경제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로 인한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 살림살이는 팍팍해지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나마 경기침체에도 우리 경제를 버티고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대기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위기상황에서도 미래를 위해 해고를 자제하면서, 위기 이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기도 했다. 대기업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은 국가경제와 민생안정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대기업을 더 크지 못하게 하거나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 각종 규제를 철폐해 우리나라가 진정한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이슈&인사이트] 물류산업 디지털 전환 성공하려면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비문화로 재편되면서, 온라인 상거래가 소비자들의 주요 소비방식으로 부상하였다. 이에 배송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주문에서 배송 그리고 고객관리까지 통합적으로 관리되는 디지털 기반 종합 물류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장 상황이 고려된 차량배차 및 동선 최적화를 위한 물류 관리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물류 서비스는 규모를 통해서 효율성 높이고 수익을 창출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물품의 대량 유통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계획하고, 이를 위해 정기적인 배치 작업과 표준화된 운영방식 그리고 효율적인 대량 수송과 물류창고를 통한 지리적 분산 방법에 물류 서비스의 핵심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그러나 이제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배송 경험을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 가치의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즉, 기업들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 가치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기 위해 디지털 기술의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물류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하여 고도화 하는 방법으로 물류서비스를 더욱 가치 있게 변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오늘날 물류 서비스는 최초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물품을 전달하기 위한 수송 단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시장상황에서 물류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고도화된 디지털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선제 대응이 중요하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통한 수요예측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재고관리와 같은 분야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물류산업에서는 입고부터 분류, 출고, 라스트마일 등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 분야에 걸쳐 수집되는 데이터의 양과 종류가 많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물류 빅데이터의 종류와 규모 역시 이전보다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실제로 물류산업에서는 바코드와 RFID 등으로부터 수집된 화물 데이터 및 물류기업들의 내부 활동자료 등 다양한 정보들이 물류 빅데이터로 활용되고 있다.이처럼 물류산업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물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기존의 물류 및 유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추세 강화로 오프라인 유통이 타격을 받으면서, 온라인 상거래 중심의 유통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 덕분에, 기업들은 상품의 입고부터 고객주문 및 배송까지 제공하는 풀필먼트 배송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물류기업들은 소량 다착지 배송, 다수의 운송수단, 일정하지 않은 주문, 소비자들의 빠른 변화와 같은 서비스 환경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울러, 교통체증이나 최종 소비자에게 물품을 전달할 때 발생 되는 착지 제약 조건 등의 현실적 문제도 존재한다. 이에 물류기업들은 물류관련 솔루션과 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한 물류자원의 최적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물류기업들은 업무프로세스와 정보시스템의 연동에 한계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물류관리 시스템은 현장의 업무 현실과 괴리감을 보이기도 한다. 아울러 물류 기업들 역시 그들이 희망하는 물류 서비스에 대한 체계적 전략이 부족하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류 빅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수동으로 입력된 배차정보가 아닌 자동화된 데이터를 통해 착지별도착시간과 체류시간을 분석하여 불필요하면서 비현실적인 배차 요건을 제거하고 효율적인 물류 운영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실제로 소상인들의 경우 신규 주문에 대해서 합리적인 배송비를 제시하는 배송기사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기존의 물류 서비스 현장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물류 빅데이터를 축적하여,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하면 최적화된 관리방안과 종합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라 전망한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의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잘못된 데이터의 수집으로 오히려 배송기사들의 노동강도가 증가하기도 했으며 업무의 효율성이 저하되기도 했다.디지털 기술은 더 좋은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도구이다. 즉, 물류의 효율성 뿐만 아니라 더 향상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인 것이다. 따라서, 물류산업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 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현장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디지털 전환이 되어야 할 것이다.이홍주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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