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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겉치레식 산업안전, 새해엔 달라져야

‘고비용 저효과’, ‘관료적 형식주의’, ‘보여주기’. 산업안전을 두고 현장에서 많이 나오는 말이다. 우리나라 산업안전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어느 때부터인가 산업안전이 불합리의 대명사이자 냉소의 대상이 되었다. 가장 큰 책임은 전문성과 진정성 없는 정부에 있지만, 기업·학계·로펌·컨설팅기관의 잘못도 그에 못지 않다. 많은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이 법을 ‘근로자’ 보호를 위한 법이 아니라 ‘경영책임자’ 보호를 위한 법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안전역량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치장하는 데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외부기관에 과도하게 의존하다 보니 자율역량은 향상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현실과 맞지 않는 보여주기 대책이 남발되면서 실질적 역량은 되레 후퇴하는 모습마저 보인다. 학계에도 학자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안전에 무지한데도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허장성세하는 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전문성이 없다 보니 엄벌이 곧 정의라는 프레임에 갇힌 채 정부의 들러리가 되어 왔다. 교수라는 직함을 돈벌이에 활용하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자신의 무능을 이념으로 가리려는 학자들도 있다. 진보 코스프레를 하면서 안전에 대한 허황된 주장으로 혹세무민하는 자들이야말로 꼴불견 중에서도 압권이다. 진보를 오염시키고 진보에 대한 환멸을 불러일으키는 몹쓸 자들이다. 모름지기 학자는 지식인으로서 정부를 비판하고 기업을 견인해야 한다. 일찍이 막스 베버는 학문에 대한 역량과 사명감을 갖고 있지 않는 자들은 학자가 될 생각을 접으라고 일갈했다. 학문적 열정과 전문성으로 무장하는 것은 산업안전 분야 학자도 그 예외가 될 수 없다. 로펌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가장 신나 있다. 문제는 상당수 로펌이 산업안전에 대한 기본지식도 없으면서 산업안전 전문가 행세를 하며 공포 마케팅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횡재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로펌은 노동부 출신의 변호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까지 돈벌이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직업윤리라곤 찾아볼 수 없다. 산업안전의 문외한을 대표선수인 양 내세우는 것은 법률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것이자 스스로의 위상을 훼손하는 일이다. 로펌은 자신들에게 특화된 전문영역에 충실해야 한다. 처벌을 위해 자의적인 법집행을 일삼는 수사기관으로부터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이 정작 로펌이 집중해야 할 일이다. 안전컨설팅시장은 최근 하향평준화 현상이 뚜렷하다. 무늬만 전문기관일 뿐 의뢰하는 기업보다도 전문성이 못한 컨설팅기관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을 배경으로 기업들의 ‘묻지마’ 컨설팅 분위기에 편승하면서 내용적으로 빈약하기 짝이 없는 컨설팅에 ‘몰빵’하고 있다. 당연히 오래 갈 수 없다. 명실 공히 안전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기관으로 성장해야 컨설팅기관으로서 지속 가능하고 산업안전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산재예방선진국과 비교하여 사회적으로 엄청난 자원이 산업안전에 투입되고 있지만, 안전역량은 올라가지 않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낭비되고 있다. 현장작동성을 도외시한 대책이 쏟아지면서 현장의 안전이 곪아가고 있다. 새해에는 이러한 뒤틀림이 바로 잡힐 수 있도록 산재예방시스템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국가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도 산업재해가 줄지 않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 원인을 밝히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부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단기간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고착화될 수 있다. 산업안전의 실질적 발전을 위해선 정부를 위시하여 산업안전 관계자들 모두 환골탈태해야 한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은 인사들은 산업안전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하고, 전문성이 없는 자들이 전문가 행세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럴 때 비로소 산업안전 분야가 진정성을 갖춘 전문가들로 넘치고 보람 있게 일하는 영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런 방향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정부부터 앞장서야 한다. 난마처럼 꼬인 작금의 상황에 정부가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만큼 결자해지해야 한다. 새해에는 산업안전이 관계자들의 잇속 챙기기나 보여주기 수단이 아니라 근로자들의 실질적 보호수단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인공지능과

최근 들어 해외 무기 수출이 활발히 성사되면서, K-방위산업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오랜 시간 국방로봇 분야에서 연구 개발에 매진한 필자는 갑자기 국산 전차가 해외에서 호평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지인으로부터 질문을 받은 바 있다. 아마 국방산업에 종사한 경험이 없는 대다수 국민은 당연히 이러한 의문을 가질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쉽게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시기적 상황과 오랫동안 북한과 대치하는 환경적 상황, 여기에 우리의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무기 제조 능력과 정부의 지속적 군수 지원이라는 내재적 요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필자는 과거 우리가 처했던 현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어떤 환경이 오늘날 K-방산을 발전시킨 원동력이 됐는지 심층적인 분석을 해보려 한다. 또한 현재의 K-방산 열풍을 기반으로 미래 방위 산업을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과거의 어떤 노력이 현재의 K-방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만들었는지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면, 이를 토대로 미래를 잘 대비할 수 있는 향후 국방 전략도 더 정교하게 가다듬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K-방산 열풍을 이뤄낸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첫째, 우리나라가 산업화 초기 단계에서 낮은 국민소득에도 불구하고 중화학 공업을 집중 육성하면서 자동차, 조선 등 기계산업이 발전하고 총포, 화약, 차량 등에 대한 방위산업을 자주국방의 기조로 비약적으로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둘째, 여기에 ICT 기술이 접목되면서, 신속한 인프라 조성과 정보화 산업이 활성화되고, 무기체계도 단순 모방에서 탈피하여 신속한 디지털화, 소프트웨어 부문 등에서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추구한 결과이다. 셋째는 K-방산 기술을 주도한 국방과학연구소의 우수한 연구진과 기계 가공 등 중공업 기반의 제작기술을 보유한 산업체 간의 협력적 생태계가 잘 만들어 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장기간 투자된 중공업 기반과 산업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한 정보산업이 융합되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추면서 동시에 첨단 기능이 포함된 K-무기체계 기술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이 포함된 디지털 무기체계를 신속하게 개발 및 획득한 것이 근본 원인으로 판단된다. 그럼 이제 어떻게 방산수출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국방력을 강화할 수 있을 지 난제를 풀어보자. 첫째, 국방 인력을 감축하는 과감한 국방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인력감축을 통해 국방운용비를 절감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인력차감에 대한 따른 전력 공백은 무인체계로 보완될 수 있다. 무인체계라도 단순히 사람이 플랫폼에 탑승하지 않는 것에서 더 나아가 원격의 운용자도 최소화되는 수준까지 완성되는 그야말로 인공지능 기반의 무인자율 무기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둘째, 이를 통해 세계 무기시장에서 기술적 경쟁 우위를 점하게 되는 핵심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어떤 기술로도 불가능한 자율화 부분이 최신의 인공지능 기술로 완성될 수 있고, 이는 곧 소프트웨어 산업 및 데이터 생태계의 확산으로 진화될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잘 준비된 과거의 국방 과학 기술 기반 위에 다시 인공지능 기술이 융합되면서 혁신으로 도약하여 지능화 및 자율화 무기체계 기술로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더구나 인구 절벽에 직면한 우리의 현실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국방산업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 무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국방 연구개발(R&D)는 세계 최고의 자율 기술을 국방에 접목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 산업에 활용되게 하거나 동시에 민간의 우수한 지능 기술을 신속하게 국방 무기 체계에 접목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국방 개혁은 단순히 인공지능을 국방 운용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닌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형 무기체계의 지속적인 개발과 및 활용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전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은 다시 ‘지능 강군’으로 전환되고 동시에 지속적인 방산 강국으로 발전하는 국방과 산업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박용운 동국대 교수(자율기술 연구센터장)/전 국방과학연구소 고등기술원 원장

[이슈&인사이트] AI 붐과 위협 받는 ‘인간의 존엄성’

2020년 6월 9일(미국 현지시각) IBM은 인공지능 안면인식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안면인식 기술은 인공지능에서도 가장 앞서 있는 기술 분야 중의 하나이면서 동시에 수 많은 응용이 가능해 많은 기업들이 미래의 먹거리로 생각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이다. 심지어 AWS,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AI 기업들도 IBM과 뜻을 같이 했다. 안면인식 기술이 인간을 대량으로 감시하고, 인권 침해의 소지 및 인종적 문화적 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그동안 ‘인공지능으로 할 수 있을까’에 집중되던 질문은 이제 ‘인공지능으로 해도 되는가’로 그 초점이 바뀌어 가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2020년을 기점으로 2000만대가 넘는 CCTV에 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 등을 탑재해 전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감시 시스템의 이름도 하늘의 그물이라는 뜻의 텐왕(天網)이다. 무단횡단 하는 사람을 적발하여 자동으로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신호등에 모니터를 달아 무단횡단 한 사람의 얼굴을 일정기간 보행자들에게 노출시킨다.이렇게 감시한 전국민의 행동분석에 기반해 중국은 자국민을 10등급으로 나누었는데, 최하 등급인 10등급에 해당하는 사람은 무려 900만명이며, 이들은 열차나 비행기 표 구매에도 자유를 제한당하고 있다.2018년 KAIST는 한화와 제휴해 국방과학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하였는데, KAIST가 군수산업업체인 한화와 함께 무기를 개발한다는 사실로 인해 세계 과학계에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세계 과학자들은 군사화에 인공지능이 도입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고, KAIST에는 항의 전문이 빗발쳤다. KAIST는 뒤늦게 자신들의 연구가 인공지능 기술의 무기화라는 것은 오해일 뿐이라는 성명과 함께 관련 계획을 철회했다. 이는 세계의 석학들이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네이버는 포털뉴스의 편향성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인공지능이 고른 결과이고 사람이 개입한 것이 아니므로 편향이 아니라는 식으로 설명했는데, 이는 더 큰 비난을 받았다.인공지능이 골랐든 사람이 골랐든 결과는 얼마든지 편향적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개입되어 알고리즘이 편향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튜닝하는 것이 상식이다. 단순히 사람이 개입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저 기술이 무엇이든 그 결과의 편향성은 사람이 모니터링 해서 편향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노력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그 결과물은 사용해서는 안된다.2020년 12월 23일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에서는 그 해 마지막 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마련한 AI 윤리기준을 심의 의결했다. 해당 윤리기준은 3개 기본원칙과 10대 핵심요건을 담고 있는데, ‘인간의 존엄성 원칙’, ‘사회의 공공선 원칙’, ‘합목적성 원칙’의 3대 원칙과 ‘인권보장’, ‘프라이버시 보호’, ‘다양성 존중’, ‘안정성’ 등 10가지 핵심요건이 정해졌다. 이에 발 맞추어 각 기업들도 AI 윤리기준에 기반하여 저마다의 윤리 기준을 만들고 있다.그러나, 전세계가 그리 평화로운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다. 2022년 12월 샌프란시스코 주 정부는 경찰이 살상용 로봇을 사용하는 것을 허가해 주었다. 물론 당장 그러한 로봇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기업들이 그러한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기술력과 자본 그리고 시간을 투자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바이든 대통령도 무기개발에 인공지능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러 단체의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미국이 손 놓는 사이, 중국 같은 곳에서 인공지능을 탑재한 무기를 개발하여 군사력에서 미국을 앞서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인공지능 윤리강령을 비롯하여, 기술 개발에 관한 대부분의 사항은 자율 규정일 뿐,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는 아직 세계 어디에도 없다. 보다 많은 첨단 기술이 사람을 감시하고, 통제하거나 혹은 대량 살상 무기에 탑재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마땅한 근거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더 강력한 법적 수단이 동원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아직은 뾰족한 방법이 없다. 핵개발 초기 때처럼, 강대강의 논리가 더 많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부터 나열하여, 각국의 공조하에 이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첫 단추가 잘 끼워진다면, 그 후속 조치도 조금씩 진전될 것이다.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AI전략경영 주임교수

[이슈&인사이트] ESG 경영, 기업과 소비자의 동상이몽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는 세계 경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의 내년 전망을 점점 더 어둡게 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 ADB)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9월의 내년 2.3% 전망에서 0.8% 포인트 하향한 것이며, 올해 전망치 2.6%에서도 하향한 것이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 역시 어두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적 영향과 미국, 중국, 유럽의 동반 경기둔화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까지 유행이었던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열풍이 식어가는 조짐이다. 즉, 고금리와 고물가 등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지자 전세계적으로 ESG 투자열기가 꺾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글로벌 증시 약세장 속에서 특히 ESG 투자 수익률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표적 글로벌 ESG 지수인 모건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날(MSCI)의 ESG 수익률은 15.4%로 MSCI 전세계 지수의 수익률 14.4%보다 낮게 나타났다. 사실 생존을 위협받는 한계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적 관점이 아닌 환경(E), 사회적 관점(S), 거버너스 관점(G) 같은 비재무적 가치에 대해 기업이나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들은 ESG 관점을 점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ESG 경영에 대해 기업과 소비자는 동상이몽이다. 먼저 E(환경)에 있어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작년 초 전남 영광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빨대를 줄여달라는 편지와 함께 쓰지 않고 모은 빨대를 업체로 보냈으며, 빨대 반대운동 참가자들은 다른 기업에도 빨대를 모아 발송하였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환경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고,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제품에 적극 반영하여 제품 포장에서 빨대를 제거하였다. 또한 2019년 말 화장품 용기 겉면에 재활용 등급 표기를 해야 하는 것을 수출 대기업에 한해 예외로 인정했는데, 이에 대한 항의가 거세게 일어났다. 즉, 소비자들은 화장품 공병을 수거해서 화장품 회사에 보내는 캠페인(#화장품어택)에 적극 동참하여 2주 만에 8000여개를 보냈고 그 결과 예외 인정이 철회되었다. 이렇듯 기업들이 경기침체를 이유로 ESG 경영에 관심을 덜 두고 싶어 해도 소비자들은 환경친화적 경영을 요구하는 행동을 기업에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ESG 경영의 S(사회적 관점)는 결식 아동 돕기, 빈곤층을 위한 연탄 나르기, 장애인 대상 봉사활동, 기부 활동 등의 사회공헌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인권, 상생 등의 가치까지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기업 구성원과 공급망 관계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상생하는 방안을 적극 펼치는 것으로 인권에 있어서는 근로환경, 근로조건, 안전보건, 사업영향 등 항목에 대한 인권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공급망 관계자 예를 들면 협력사에 대해서는 협력사 자가진단, 서면현장 평가, 개선사항 관리 등의 과정을 통해 ESG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해야 한다. 따라서 지난 10월 경기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일어난 근로자 사망사고는 기업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고 상생하는 S(사회적 관점)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기업 구성원의 근로환경, 근로조건, 안전보건 등의 인권이 보호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사건이 일어난 다음 날 해당 층의 다른 기계를 작동시켜 생산 활동을 하고, 사망노동자 빈소에 자사 빵을 보내는 등 사건 초기의 대처는 구성원의 인권에 대한 기업의 인식과 행동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는 급기야 소비자들의 분노를 유발시켜 불매운동이 거세게 촉발되었다. 불매운동은 지난 달 카타르 월드컵으로 다소 잠잠했는데 크리스마스 케익 판매 시즌이 다가오면서 최근 다시 불붙는 조짐이다. 이는 사건 후 SPC가 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고용노동부가 인증하는 4개 외부전문기관의 안전진단을 받고 개선조치를 시행하였으며, 안전경영위원회와 근로환경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는 등 기업의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사회적 관점(S)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ESG 경영은 비재무적 지표이기는 하나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매우 중요하다. 경기침체의 시기에 ESG 경영에 대한 기업의 입장과 소비자의 생각이 동상이몽이더라도 기업은 소비자의 생각을 토대로 해야 한다. 기업이 E(환경적 관점)이나 S(사회적 관점), G(지배구조 관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겨질 때,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불매운동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위협이 될 수도 있음을 실례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외부법률감사로 정비사업 투명성 높여야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주목받았던 둔촌주공아파트의 일반 분양 신청이 예상보다 저조한 청약 경쟁률로 마감됐다. 조합과 시공사들의 추가 공사비 인상 분쟁으로 촉발된 상황이 시공사들의 공사 중단, 공사 지연에 따른 막대한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부담과 높은 일반 분양대금으로 인한 청약 경쟁률 저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조합원들은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관련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기도 하다.하루가 멀다고 언론에서 보도되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관련 분쟁은 그만큼 정비사업에 걸린 이권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정비사업 조합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따라 공법인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공익보다는 정비사업의 투자자라 할 수 있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추구한다. 때때로 조합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조합장 등 조합 임원들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기도 한다. 여기에 막대한 공사비를 받는 시공사와 용역업체들 역시 비대칭적인 정보와 자금력으로 협상에서 우위에 섬으로써 더욱 큰 이윤을 얻으려고 한다.이렇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향해 질주하다 보니 분양가는 치솟고, 일부 조합 임원들은 부정한 돈을 챙기게 된다. 정비사업 조합은 조합원들의 출자가 아닌 시공사와 용역업체들로부터 차입한 자금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기형적 사업 구조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더 큰 경제적 손해를 입기도 한다. 조합과 시공사, 용역업체들이 계약 전후로 갑을관계가 역전된다거나, 조합 임원과 업체 간 유착이 생기는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필자는 2015년부터 서울시 등에서 외부 전문가 위원으로 40여 개의 조합에 대한 실태점검에 참여하면서 긍정적 변화를 느꼈던 것은 사실이다. 최초 실태점검 당시에는 조합 운영의 기준조차 세부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조합 임원들의 전횡을 막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계속되는 도시정비법의 개정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규칙 제정으로 조합의 업무 투명성과 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가 추가되면서 조합 운영도 전반적으로 많이 개선되었다.하지만 정비사업의 실질적인 운영자라고 할 수 있는 소수의 조합 임원들이, 투자자라고 할 수 있는 다수의 조합원을 대리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부정부패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 비록 도시정비법은 중요 안건에 대한 의사결정을 조합원들이 총회에서 직접 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상당수 조합원이 안건의 내용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총회 개최일 이전에 서면결의서를 제출해 버린다. 결국 사실상 조합 임원들의 의사대로 조합이 운영되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내부 감사만으로는 견제도 쉽지 않다.많은 이권이 자리한 곳에는 여전히 유혹이 많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런 구조 속에서 조합 행정을 제대로 감시하고, 부패를 예방하려면 법과 행정에 전문성이 있는 외부 감사가 조합 임원들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법률감리라는 이름으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어 온 외부 법률감사는 본인인 조합원들의 이익보다 대리인인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여 본인-대리인 비용을 발생시키는 조합 임원들과 장기간 법적 분쟁에도 대응할 수 있어 한계가 드러난 내부 감사의 대안이 될 수 있다.조합만이 아니라 공동주택인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 등은 관리비로 다양한 공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는데, 여기에 이권이 개입되는 경우들이 있다. 경기도 시·군의 공동주택 관련 감사를 나가보면 계약 관련 문제들이 적발되기도 하는데,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저변에 부패의 조짐이 보이는 사례도 있다. 계약만이 아니라 선거 관련 민원 역시 빈번하게 접수되는데, 이권에 접근할 기회가 엮여 있어 더욱 치열한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이런 문제는 단지 조합이나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의 선의에 기대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렵다. 내부의 자정 기능이 한계에 이른 지는 오래됐으나, 조합원들과 입주민들은 추가되는 비용이, 조합과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은 자신들을 감시할 새로운 역할의 등장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보아 왔듯이 이런 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지고 있다. 외부 법률감사 제도의 도입을 통해 정비사업 조합과 공동주택의 부정부패를 예방할 사회적 논의를 더 미룰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변호사

[이슈&인사이트] 주52시간제 유연성 높여야

주 52시간 근무제가 처음 시행되면서 2018년 영세 사업자들의 피해를 점진적으로 줄이기 위해서 한시적으로 도입된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올해를 끝으로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당장 이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영세업체들은 추가 인건비와 심각한 인력난을 우려하고 있다. 인력부족으로 생산량을 줄이거나 불법적으로 연장근무를 해야 하는데 어느 쪽을 선택하던 영세업체가 고스란히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중앙회 등 여러 중소기업 단체가 추가연장근로제도의 일몰 연장을 강력히 요청하고, 국회 앞에서 일몰폐지 촉구대회까지 열었으나 정치권의 반대로 기한 연장 여부는 미지수이다.근무시간이 길면 피로가 누적되고 신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자명하다.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 69시간 이상 근로자는 주 40시간 근로자 대비 우울증상 위험이 2.05배, 자살충동 위험이 1.93배 높은 반면 주 35시간 근로자는 자살충동 위험이 0.55배 감소한다고 한다. 또한 주 41~48시간 근무하는 사람은 주 35~40시간 근무자보다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10% 높고 주 55시간 이상 근무자는 뇌졸중 위험이 33%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용혜인 의원은 2017~2021년 사이에 한국에서 과로사한 근로자는 모두 2503명으로 매년 500명이 넘는 노동자가 과로로 목숨을 잃는다고 주장을 하였다. 굳이 이러한 연구와 주장을 제시하지 않아도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해서 근로시간을 줄이고 적절한 휴식을 부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임은 누구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하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작업량 예측의 어려움, 갑작스러운 업무량 증가, 거래처 요청, 업무의 특수성 등으로 인해 주 52시간을 넘어서는 연장근로가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론적으로는 사전에 계획을 세워서 작업량을 조절하고 미리 예비 근로자를 확보하여 안정적으로 사업장을 운영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인력 충원에 필요한 인건비의 확보가 쉽지 않고 그마저도 인력난이 심각하여 근로자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더구나 추후에 업무량이 감소하여도 쉽게 고용관계를 해지 할 수조차 없다. 무노동 무임금의 대전제 아래에서는 근로시간의 감소가 무조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도 아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획일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주 52시간을 강요하는 것은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고통을 준다.워라밸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인간다운 행복한 삶의 추구이며 그 행복의 기준은 개인에 따라서는 휴식이 아니라 원하는 만큼 일하는 것일 수도 있다. 즉 ‘일과 휴식’ 간의 균형은 국가가 지시하거나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스스로 판단하여 선택하게 하여야 한다.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반복하는 과거 전통적인 공장형 근무체제를 바탕으로 하는 주 52시간제는 사실상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더구나 MZ세대가 주축인 현재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은 근무시간을 회사와 개인의 자율에 맡긴다고 하여도 과거처럼 사용자가 강제적으로 장시간 연장근로를 강요하기는 어렵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안을 논의해온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현행 1주일에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 연장근로를 한 달에 52시간으로 유연화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최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이론상 1주일 최대 69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하므로 과로를 우려하는 비판적인 주장도 있으나, 총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는 기존 1주 12시간의 경우와 동일하므로 사실상 큰 변화가 없다.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를 정하고 이를 유연하게 나누어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연장근로시간의 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정의 이익을 대변하는 소수 집단의 의견이 아닌 사회 전반적인 논의를 통해서 적정한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당장은 어려움에 처한 영세기업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우려서 추가연장근로제도의 일몰을 막아야 한다.우재원 노무법인 신승 파트너/ 공인노무사

[이슈&인사이트] 연대파업 합법화 길 터줄 ‘노란봉투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정의당은 노란봉투법을 ‘홍길동법’이라면서 올겨울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노동자들을 옥죌 목적으로 악용되는 반헌법적인 손해배상 소송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구시대적인 노조법 2·3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법파업보장법이나 다름없는 이 법안을 두고 ‘홍길동법’이라고 하는 것도 어이없지만, ‘반헌법적인’ 손해배상 소송을 막기 위한 법안이라니 헌법이란 아무 데나 갖다 붙이면 통하는 법률인가 싶다. 헌법학자 차진아 교수는 ‘노조법 개정안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보고서’에서 "(이 법안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위헌 소지가 큰 법안"이라고 분석했다. 노란봉투법으로 분류할 수 있는 법안으로 현재까지 10건이 발의됐다. 이들 법안의 내용은 대체로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금지, 불법 파업시 형사책임 면책, 노동쟁의의 개념 확대 및 사용자 개념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첫째,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금지’는 폭력적 파괴행위를 제외한 불법파업 등 집단행동에 대한 개인적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고, 그 신원보증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도 금지한다는 것이다. 일부 법안은 폭력적 파괴행위로 인한 경우에도 노동조합에 의해 계획된 경우에는 노동조합 간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한다. 동시에 불법파업 등 집단행동의 책임 주체인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상한을 설정하고, 손해배상경감청구권, 직접 발생한 손해배상청구 범위를 한정하는 등의 내용도 들어 있다. 둘째, ‘불법 파업시 형사책임 면책’을 보면,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동반되지 않은 쟁위행위에 대한 이 법 이외의 형사책임, 말하자면 형법상 업무방해죄 등을 면책한다는 내용이다. 셋째, 가장 심각한 것인데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내용은 ‘노동쟁의의 개념 확대 및 사용자 개념 확대’다. 먼저 현행법상 ‘노동쟁의행위’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에서는 정리해고 등 근로조건의 결정이 아닌,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상태’도 노동쟁위로 본다는 것, 또는 ‘경제적ㆍ사회적 지위의 향상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상태’도 노동쟁의로 본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법안은 ‘소극적인 노무제공 거부 방식의 파업도 정당한 쟁의행위로 본다’고 되어 있다. 현행법은 소극적인 노무제공 거부 방식의 파업이라 하더라도 정치파업이라든가 동정파업처럼 쟁의행위의 목적이 정당하지 않을 경우, 정당하지 않은 쟁의행위로 평가되고 그에 대한 책임 추궁이 가능하나, 개정법안에 따르면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표로 하는 정치파업ㆍ동정파업도 정당한 파업으로 간주되므로 전국 노동자 연대파업 같은 것도 용인될 것으로 해석된다. 사용자 개념 확대란, 원청 등을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의 상대방으로 할 수 있도록 사용자 개념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한국은 원청 대기업 하나에 수많은 하청기업들이 협업하여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 그런데 법안은 하청기업 직원들이 아무런 근로계약을 맺은 바 없는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수십, 수백 개에 이르는 하청기업체의 수천, 수만명의 근로자들까지 모두 책임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일부 법안은 사용자 개념에 실질적·구체적 지배력 내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질적·구체적 지배력 내지 영향력’이 존재하는가에 관한 수많은 분쟁이 발생하여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노란봉투법은 단순히 불법파업 등 집단행동에 대한 개인적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단순한 법률이 아니다. 전국 규모의 연대노동투쟁을 합법화하고, 직접 고용관계가 없는 대기업을 상대로 무제한의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하여 세상을 무법천지로 만드는 두려운 법률이다.※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슈&인사이트] 中企 죽이는 대기업 기술탈취 근절해야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수출이 주도하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대기업의 역할이 과도하게 강조되다 보니 경제의 뿌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이 겪는 대기업의 갑질·기술유출·기술탈취 등의 문제는 간과된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지금도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기술탈취 등의 문제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대기업에 의한 기술탈취와 기술유용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보여주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발생한 기술침해로 인한 피해액은 189억4000만 원에 이르고,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피해액은 총 2827억 원에 달한다. 이 같은 조사는 발생한 모든 사례를 반영한 것이 아니므로 실제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이다. 정부는 대기업의 기술탈취 등 문제에 대해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하여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을 지난해 개정하여 시행하면서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기술침해 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대기업에게 부담시키도록 전환했고,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하였다. 이 외에도 하도급법·특허법·부정경쟁방지법 등에서는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규정들을 두어 중소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그러나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의 피해가 줄어들었는지는 의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 또는 경영상의 정보 침해 이후에 중소기업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에 대해 별도의 조치가 없었다는 답변이 10.5%에 이르고, 당사자 간에 원만한 합의에 노력하였다는 답변도 15.8%에 이르기 때문이다.중소기업은 왜 기술침해 등을 받았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합의 정도의 수준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일까. 이유는 소송이나 법률적 조치를 취한다고 하여도, 그 결과를 받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리고, 법률적 비용이 만만찮을 뿐 아니라, 그 기간동안 이미 중소기업은 빼앗긴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여 파산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특허침해심판에서 중소기업의 패소율은 75%에 달했는데, 중소기업의 패소율은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결과적으로 자본이 충분치 못한 중소기업은 피해보상마저 대기업에게 구걸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본이 충분하여 법률서비스의 접근이 용이한 대기업은 기술탈취의 방법을 더욱 고도화 한다. 실제로 기술자료의 공개를 요구하거나, 강요하는 것에 대해 제한하는 규정이 마련되자, 모 대기업은 독점적인 용역계약을 줄 것처럼 달콤한 말로 접근해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것처럼 꾸미고, 중소기업의 독자적인 기술을 공동으로 연구 개발한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해 특허등록까지 마쳤다. 하지만 종국적으로는 용역계약을 주지 않았고, 그 중소기업은 결국 회생절차에 들어가 도산의 위기를 겪으며 경제적인 어려움에 몰려 있다.이처럼 대기업의 기술탈취 등 방법은 고도화되고 지능화되어 가는데 현실적인 제도는 변형된 형태를 방지하거나 구제해주기 어렵다. 물론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적극적인 행정조사 또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적극적인 조사를 통한 협의유도 또는 처벌이 나름 ‘중소기업 수호천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H중공업과 SY기계 사이의 기술침해 분쟁을 행정조사를 통해 해결한 사례가 있는데, 오랜 기간이 걸리는 법률분쟁에 비해 조속히 협의점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대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하청업체들의 단물을 빨아먹는 기형적인 경제구조에서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법률 규정은 그런대로 잘 갖춰 제도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제도들이 취지에 맞게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아쉽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90.1%(2020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자료)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 경제의 뿌리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대기업의 기술탈취 행위에 대해 보다 능동적인 정부의 개입과 역할을 기대한다.가뜩이나 경제환경이 어려운데 기술탈취까지 당해 억울하게 도산하는 중소기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적극적인 행정 조사를 진행하여 중소기업을 보호하여야 한다. 중소기업들도 대기업의 용역 계약 제안을 무턱대고 받아들이기 앞서 계약서에 대한 사전적 법률적 자문 등을 통해 기술탈취 등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예방조치에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이슈&인사이트] 금융위기 위험 일깨운 레고랜드 사태

지난 몇 달 사이에 우리는 두 차례의 기이한 ‘사태’를 경험했다. 하나는 영국의 리즈 전 총리의 대규모 감세 정책이 불러온 영국 파운드화의 폭락과 금융시장의 혼란이었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명 ‘레고랜드 사태’로, 지방 공기업 채권의 채무불이행이 가져온 채권시장의 급작스러운 경색 현상이었다. 결국 영국의 감세 정책은 철회되었고 리즈 총리는 영국의 최단임 총리로 50일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레고랜드 사태를 촉발한 지방 공기업 채권은 전액 다시 상환하기로 했으며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은 43조 원의 유동성 지원을 공표하며 우선 급한 대로 시장의 불안을 잠재웠다. 두 차례의 사태에서 놀라운 점은 정책당국의 일반적인 정책 발표에도 발작에 가까운 시장의 반응이었다. 레고랜드 사태를 촉발한 공기업 채권 금액은 불과 2050억 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더욱 그렇다. 왜 시장은 이렇게 발작을 일으킨 것일까. 이럴 때는 숲에서 빠져나와 먼 산을 바라보듯이, 좀 더 긴 통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사태의 기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유로 재정위기, 그리고 2020년 코로나 대유행 위기까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불과 10여 년의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세 차례의 국제 금융위기를 겪었다. 이러한 세 차례의 위기 대처 과정에서 중앙은행은 제로금리 정책을 지속했으며 정부는 지출확대를 통해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하락을 방어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 대부분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및 사회보장기구를 합한 일반정부 기준으로 2021년 말 영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은 146%로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하였다. 특히 2008~2021년 기간에 영국의 정부 부채비율은 92%포인트 상승했는데, 이 증가 속도를 넘어선 나라는 자료 이용이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가운데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세 나라였다. 공교롭게도 이들 세 나라는 모두 유로재정위기의 당사국으로서 실제 금융위기를 겪었다. 리즈 전 총리는 고요한 연못에 돌멩이 하나를 던졌을 뿐인데, 그 연못 밑에서는 지난 십여 년에 걸쳐서 정부 부채의 급격한 누증 등 금융 기초여건의 악화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레고랜드 사태는 어떠한가. 정책당국의 유동성 공급 및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 등으로 채권시장은 일단 한숨을 돌렸으나 그 파장이 지방 중견 건설사 등 부동산프로젝트 사업 전반에 걸친 자금 경색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영국과 미국 등 OECD 주요국보다 정부 부채비율도 낮은 편인데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보다는 민간 부채비율의 누증이 금융 불안의 기저에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십여 년 동안 가계를 중심으로 차입투자(레버리지)가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며, 특히 2019~2021년 기준 GDP 대비 가계 부채비율이 14.1%포인트 증가하는 등 자료 이용이 가능한 28개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40개 국가를 대상으로 1950~2016년 기간에 대해 가계와 기업의 직전 3년간의 부채비율과 해당 자산가격이 동시에 크게 상승하는 경우 향후 3년 이내에 금융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40%로 예측된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평상시의 7% 금융위기 도래 가능성과 큰 대비를 이루는 결과이다. 여기서 기업부문의 자산가격은 주식가격, 가계부문의 자산가격은 주택가격을 각각 의미한다. 특히 직전 3년간의 레버리지 상승 및 자산가격 증가율이 국가그룹에서 상위 20% 이내에 동시에 떨어지는 경우를 레드존(R-zone)에 진입했다고 진단하였다. 동일한 방법론을 우리나라 가계부문에 적용하는 경우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OECD 28개 국가 중 부채비율 증가와 실질 주택가격 증가율 모두 상위 20% 이내에 속해 레드존에 포함되는 유일한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적으로 경제 기초여건을 벗어나 높아진 민간 레버리지가 금융위기로 종종 이어졌던 사례를 볼 때, 레고랜드 발 채권시장의 경색에는 이러한 금융 기초여건의 악화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가계 부채비율의 누증은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다시 찾아온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급격한 정책금리 인상과 주택가격의 하락이 이어지며 이제는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내년도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국내외 주요 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1.7~2.0%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 초반 정도라고 한다면 이 정도 성장률이 실제 실현된다면 여러 하방 리스크가 혼재하는 대내외 여건 속에서 비교적 선방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경제 전망의 전제는 제2, 제3의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며, 발생하더라도 금융위기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가정이다. 따라서 향후 잠재성장률 경로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금융 불안 요소의 완화 등 금융 기초여건을 더욱 튼튼히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민간 부채비율이 적절한 수준으로 안정화되는 것이 긴요한 이유이다. 가계를 중심으로 민간 부채비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고려할 때 향후 가계 레버리지의 변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이와 밀접히 관련된 자산가격의 안정에도 함께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금융 불안 요소가 해소될 때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금융기관의 자금공급이 원활해지고 기업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도 제고될 것이다.손종칠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슈&인사이트] ‘우주기술 강국’ 꿈 이루려면

우주항공산업이 우리나라의 미래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수년 전 미래 유망 기술로 알려진 6T(BT, CT, ET, IT, NT, ST)가 있다. 이는 생명공학기술(BT: Bio Technology), 문화기술(CT: Culture Technology), 환경기술(ET: Environment Technology), 정보기술(IT: Information Technology), 나노기술(NT: Nano Technology), 우주항공기술(ST: Space Technology) 등이다. 6T 중 다섯 가지 기술은 이미 부상했고, 마지막 우주항공기술은 언제 두각을 나타낼지 오랜 기간 지켜봤는데, 대기만성으로 이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일본, 러시아 등과 함께 세계 7번째로 무게 1t이상의 인공위성과 우주선을 자력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게 됐다. 누리호는 지난 2010년부터 1조 9572억 원을 들여 국내 연구진이 순수 개발한 로켓으로, 지난 6월 발사에서는 지난해 10월 1차 발사 때와 달리 180kg 급 성능 검증 위성과 1.3톤의 더미 위성을 실었다. 정부가 미국 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항공우주국)를 모델로 우주항공청을 신설하는 등 우리나라의 항공우주산업이 본격 추진된다. 한편 민간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관련 법 개정안이 12월 1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우주개발진흥법 및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시행된 것이다. 주먹구구식 사업 추진에서 벗어나 계약방식, 기술이전 등을 법으로 규정해 우주경제 실현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월 28일 우주항공청 신설을 핵심으로 하는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2045년에는 화성에 태극기를 꽂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우주경제 시대에 대한민국이 ‘우주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2045년까지의 정책 방향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했다.2023년 말 출범할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정책을 수립하고 연구개발과 기술확보를 주도할 것이라고 한다. 전문가 중심, 프로젝트 중심으로 구성해서 우주항공산업 육성과 외교·국제협력을 아우르고 대한민국을 ‘우주경제 강국’으로 만드는 중추 역할을 수행해 나가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직접 국가우주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우주경제의 시대를 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대한민국은 5년 안에 달을 향해 날아갈 수 있는 발사체의 엔진을 개발하고, 10년 후인 2032년에는 달에 착륙하여 자원 채굴을 시작할 계획이다. 2045년에는 화성에 태극기를 꽂으려고 한다.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기술을 개발할 것이고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 가려 한다. 이를 위해 5년 내에 우주개발 예산을 2배로 늘리고, 2045년까지 최소 100조 이상의 투자를 이끌어 내려 한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우주기술을 민간에 이전하고, 세계 시장을 선도할 민간우주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전용펀드를 만들어서 지원한다.개정된 우주개발진흥법은 우주개발 기반시설 민간개방 확대, 우주개발 사업에 계약방식 도입, 우주신기술 지정 및 기술이전 촉진, 우주분야 인력양성 및 창업촉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6월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11월 29일 국무회의에서는 관련 시행령이 의결됐다.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30∼40년 늦게 우주 개발에 나섰지만, 단기간 내 놀랍게 성장해 현재 세계 7위 수준의 경쟁력을 갖게 됐다. 민간 우주여행이 시작됐고,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가 재개됐으며, 화성 등 더 먼 우주를 향한 발걸음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우주는 더 이상 개척의 대상이 아니라 개발의 대상이 됐다. 환경오염과 에너지 고갈, 자원·식량 안보, 재난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우주 기술은 필수적이다. 우주항공청이라고 정부조직을 새로 만든다고 해서 만사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해결해야 난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조직 구성보다 앞서 우주개발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비전이 먼저인데, 우리나라는 이게 부족한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우주항공산업 관련 공공기관과 군(공군)이 보유한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는 문제, 공공기관·군·민간의 역할 분담도 잘 조정해야 한다.[이슈&인사이트] ‘우주기술 강국’ 꿈 이루려면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대한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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