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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갈 길 먼 ‘철도 지하화’, 조급한 투자는 금물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서울 내 지상철도 전 구간 지하화 계획은 오랫동안 인근에서 소음과 진동, 개발 소외, 불편한 교통에 시달려 온 인근 주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서울 내 산재한 지상 철도는 확실히 도시 미관을 해치고, 소음을 생성하며, 도로 교통 흐름을 가로 막는다. 실제 최근 지상철도를 운행하고 있는 몇몇 역을 취재한 결과 실함할 수 있었다. 지하철 역사가 위에 있기 때문에 계단을 오르내려야 해 시민들의 불편이 심했다. 환승이 불편하다거나 진로가 방해된다거나, 소음 공해가 심하다는 시민들의 하소연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서울 시민들 중 상당수가 지상철도 지하화 발표에 기뻐할 만한 상황이다. 역 주변 개발 효과도 실감이 됐다. 지상철도가 모두 지하화되면 해당 지역 환경이 한층 쾌적해 질 것이고 지하화로 생겨난 부지를 경제적 혹은 사회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특히 서울 내 신규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하화로 생겨난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하고 홍대 앞 경의선숲길공원(연트럴파크)처럼 대규모 공원을 형성해 상권을 발전시키면 사회적, 경제적 효과가 엄청날 것이다. 벌써부터 일부 시민들 중에는 '김칫국'을 마시는 이들도 많다. 지상철도 인근 부동산에 미리 투자해 향후 차익을 남기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 철도 지하화 사업은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시간과 돈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시가 산출한 지상철도 지하화 사업비는 총 25조6000억인데, 통상적으로 투입예산을 축소 발표한다는 점을 비춰봤을 때 실제 사업비는 훨씬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가 어려워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워낙 많은 시설들이 지상에 복잡하게 산재해 있고 지하에 매설된 것들도 부지기수다. 시가 선도사업지에 대해 2045~2050년 공사가 끝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예상일 뿐이다. 10km가량의 서부간선지하도로를 완공하는데 5년 6개월이 걸린 점을 감안한다면 약 68km에 달하는 서울 철도 지하화 공사 기간은 더 길어질 것이다. 따라서 벌써부터 '제2의 연트럴파크' 효과를 노리고 철도 인근 부동산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취재 기간 동안 만난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도 같았다. 현재 지하화 공사 발표가 인근 부동산 가격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으며,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돼야 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철도 지하화가 분명 호재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EE칼럼]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대비한 대한민국의 인공지능 전략

얼마 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우리 사회에서 미국과의 정치·외교나 경제 정책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 다양한 의견 중 미래 산업을 이끌어 갈 전략산업인 인공지능 관련 내용은 특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이 지금, 이 순간 일으킨 변화는 사람들이 예상한 것처럼 크지는 않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핵심 키로 삼아 미래 경제를 주도하고자 하는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언론 매체에 연일 보도되고 있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관련 기사들은 가장 표면에 드러난 충돌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이 미칠 영향은 인류가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일어난 변화처럼 인류 문명이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먼저 인류가 과거 불로 음식을 요리하여 영양소를 보다 잘 흡수할 수 있게 되어 뇌가 발달한 것처럼 고도로 발전된 인공지능을 사용하게 되면 이를 이용하는 인류 문명의 지능 수준 역시 높아질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은 인간의 기존 사고와 지식을 학습하면서 인간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엉뚱하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구를 제공해 줄 수 있어 이를 통해 새로운 과학적 발견과 발명, 기술적 진보가 일어날 수 있다. 야생의 맹수를 피해 동굴에 은거했던 인류가 불을 사용해 활동 반경을 넓힌 것처럼 인류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지구를 넘어 먼 우주로 떠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의 패권을 노리거나, 경제적 번영을 추구하는 국가라면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며 절치부심 끝에 다시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 당선자에게 이보다 매력적이고, 중요한 의제는 없을 것이다. 사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2019년에는 “인공지능에서 미국의 선도적 위치 유지" 행정명령을, 2020년에는 “연방정부의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사용 촉진" 행정명령을 각 발한 바 있어 인공지능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의 2020년 행정명령 제3조(정부에서 AI 사용을 위한 원칙)(b)는 “정부기관은 AI를 설계, 개발, 취득 및 사용하여 얻는 이익이 위험보다 훨씬 크고 그 위험을 평가·관리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와 같이 AI를 설계, 개발, 취득 및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여야 한다."라고 정부가 목적과 성과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사용하기 위한 원칙을 규정하고 있었다. 바이든 정부의 2023년 10월 “인공지능의 안심․안전, 신뢰할 수 있는 개발과 활용에 관한 행정명령"이 안전·신뢰를 우선시하는 책임 있는 인공지능 개발과 이용을 강조하는 것과 대비된다. 새로 들어설 트럼프 2기 행정부도 큰 틀에서 기존 인공지능 개발 및 이용에 대한 의지와 정책이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능력과 파급력을 고려하면 기존보다 인공지능을 국가 전략적으로 이용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 산업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중국을 상대로 전방위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가하는 것도 반도체가 인공지능 개발과 이용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024년 7월 16일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 캠프에서 이른바 “AI 맨해튼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한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모토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군사기술을 개발하고, “불필요하고 부담스러운 규제"를 즉시 검토하는 내용으로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2023년 10월 행정명령 폐지를 포함하고 있어 향후 정책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미국이 향후 인공지능 개발과 이용에 있어 자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며 자국 기업의 인공지능 모델의 공유를 규제한다면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이 퇴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모델을 공유하는 폐쇄적인 국가 간 지역적 블록이 형성될 수 있다. 만일 미국이나 중국이 동맹국을 상대로도 인공지능 패권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세계 각국은 독자적인 소버린 인공지능 모델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될 것이다. 독자적인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자금과 시간, 노력이 많이 소요될 뿐 아니라 모델의 품질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용자를 확보할 수 없어 지속 가능성이 없다. 우리 역시 미국의 정책 변화를 고려해 인공지능 산업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이유다. 양희철

[기자의눈] ‘밸류업’ 외쳤던 정부의 위기의식 부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7대 대통령으로 재선이 확정되면서 정책 불확실성 확대로 국내 증시는 지난주까지 끝없는 부진을 겪었다. 코스피 지수는 2300선까지 무너지고, 삼성전자는 4만원대까지 내려갔다. 18일 다행히 증시가 반등하는 모양이다. 지난주의 심각한 부진이 '지나친 과매도'라는 증권가의 진단은 일단 맞아들어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미 국내 개미들의 '국장 불신'은 극에 달했고, 외인들의 이탈도 지속 중이다. 코스피가 이대로 2500선까지 회복한다고 해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수익률이 부진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럴 때 더욱 아쉽게 다가오는 것이 정부의 반응이다. 이미 미국 대선 전부터 국내 증시에서는 경고음이 오랫동안 울리고 있었다. 수익률은 부진한 가운데 외인 이탈이 수개월 간 지속됐다. 달러당 원화는 1400원에 달한다. 여러 언론 매체에서 날이면 날마다 나오는 기삿거리였다. 그럼에도 정부에서 별다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아마 정부에서는 단순한 지수 급등락만으로 어떤 대책을 내놓기에는 너무 근시안적인 사안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코스피가 부진을 겪는 동안 잃은 것은 투자자의 돈만이 아니라 바로 '신뢰'였다. 국민연금조차 수익률을 위해 국내주식 비중을 줄이고 해외주식을 늘리는 상황에서 정부의 상황인식은 분명 안일한 부분이 있다. 그러던 정부도 최근에서야 상황 심각성을 인지하고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대책 수립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제라도 뭔가 대책을 내놓는다는 것에 안심할 이도 있겠지만 대책발표가 늦거나 실효성이 부재할 것이라는 회의감을 가진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증시 부진이 단순 과매도라는 진단을 내리면서도, 한편으로는 향후 국내 증시를 이끌 만한 '매력'도 없다는 데 입을 모았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는다면 단순한 자금 공급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개선, 반도체·이차전지 업황 부활 방안을 소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성우창 기자 suc@ekn.kr

[이슈&인사이트]그들만의 조지 오웰식 ‘국어사전’

그가 '짠'하고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올랐을 때 이름의 발음을 놓고 많은 혼선이 있었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의 '참여'란에는 한 네티즌이 그의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정중하게 물었다. “대통령의 이름을 부를 때에 '윤서결'이 아닌 '윤성렬'로 불러도 '학문적' 국어에 아무런 '결함'도 발생치 않는지를 물으니 답변을 바라겠습니다. 현재 거의 모든 방송에서 대통령에 대해 '윤서결 대통령'이 아닌 '윤성렬 대통령'으로 바보처럼 부르고 있습니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답변했다. “개별 인명의 표준 발음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문의하신 인명은 일반적인 발음 규정에 따른다면 '윤서결'로 발음할 수 있겠고, 관행적으로 '윤성녈'로 발음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후 국립국어원의 답변에 따라 어떤 이들은 그의 이름을 윤서결로, 또 어떤 이들은 윤성녈로 부르게 되었다. 국립국어원의 솔로몬식 답변 덕에 최고 권력자의 이름이 두 가지로 불리게 되었으나, 일반 국민은 늘 혼란스럽다. 그에서 헷갈리는 것은 그의 이름뿐 아니다. 그가 화려한 화술로 즐겨 사용하는 용어들의 진의(眞意)도 아리송하다. 검찰총장 사직의 변(辯)에서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그가 부르짖은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헷갈린다. 끄떡하면 검경 권력을 동원해 헌법에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사상의 자유를 짓밟으면서도, 자유민주주의에 도전하는 악의 무리를 응징한다고 강변한다. 입만 열면 그가 강조하는 공정과 정의, 카르텔 해체와 민의중시도 그와 그의 휘하들에게는 기이하게 적용된다. 공정과 정의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공권력을 총동원해 반대세력에겐 온 집안 식구와 친척 일가를 풍비박산하는 멸족지화(滅族之禍)를 일삼으면서도 정작 자신과 휘하 사람들의 불법에 대해선 끝까지 엄호한다. '오로지 조직에만 충성한다'는 그의 멋진 수사(修辭)는 조폭의 언어가 분명함에도 마치 그를 공정과 정의의 화신처럼 보이게 하는 주술적 언어로 작용했다. 그와 같은 조직의 '짠밥'을 먹은 집단은 검찰과 법원, 법무법인, 기타 온갖 국가권력 기관의 책임자로 견고하게 엮여 사리사욕을 채우는데도, 그가 그토록 핏대를 올리며 강조했던 카르텔 해체의 대상이 아니라, 중용의 인재들이다. 국가권력과 자본의 독점세력을 가리키는 카르텔은 결과적으로 권력의 기침 소리만 들어도 깜짝 놀라는 LH 같은 산하기관 직원들을 때려잡는 용어로 변질된 셈이다. 그는 또한 얼마 전 대국민 사과에서 국민의 뜻을 중시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진솔한 사과 한마디 없이 쩍벌남의 거만한 자세로 2시간 이상, 숱한 변명과 자기 자랑으로 일관했다. 기자회견장이 끝날 무렵에 “무엇을 사과하셨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 어느 기자의 푸념이 오히려 더 인상적이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권력유지를 위해 애매하거나 모순된 표현을 흔히 사용한다고 풍자했다. '불경기' 대신 '경기 순환'으로, '가격 인상' 대신 '가격 현실화'로, '지구온난화'는 '기후변화'로 둘러대는 게 바로 '오웰식' 언어라고도 불리는 이중화법이다. '오웰식' 언어는 그의 화법에서도 자주 발견되지만, 특히 최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절정을 이룬다. 아내 김건희 여사에게 제기된 의문에 대해 “(부인이) 남들한테 좀 욕 안 얻어먹고 원만하게 잘하기를 바라는 그런 일들을 국정농단이라 그런다면 그건 국어사전을 좀 다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한 것은 평소의 그다운 화법이다. 궁금증이 많은 한 네티즌이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정말 김건희 여사의 행동을 국정농단으로 칭할 수 없는 것인지 공식입장을 요청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에 질문은 진지했다. “표준대사전에 따르면 '국정'은 '나라의 정치', '농단'은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헌법상 어떤 지위도 가지지 않은 영부인이 선거와 국정에 개입한 행위는 '국정농단'이 아닌가요?" 하지만 며칠 뒤에 달린 국립국어원 답변은 최고 통치자의 발언만큼이나 모호했다. “온라인 가나다는 어문 규범, 사전 내용, 어법에 대하여 간단히 묻고 답하는 곳이므로 어떤 특정 행위가 문의하신 표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답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표준대사전을 편찬하는 국립국어원이 침묵하는 가운데, 갈수록 기이한 '그들만의 국어사전'이 만들어지고 있다. 조지 오웰식 이중화법으로... 성일권

[EE칼럼] 분산에너지 특별법에 대한 소고

깜짝추위가 왔지만 아직 청명한 가을이다. 아직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이 이래서 좋다. 지난 10월 31일 KBCSD 주관으로 개회한 국제세미나에서 GS칼텍스 상임고문이면서 명예회장인 허명수고문은 “도전을 통한 K-기업가정신 발현과 녹색산업 확산을 위한 민관협력 방안"이라는 발표에서 미국의 'Scale Up America Initiative'와 EU의' 기업가정신 2020 실천 계획'처럼, 대 중소기업의 단계별 성장 지원 방안을 제공하고, 민관차원의 사업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틀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세계 역사상 도전이 없으면 발전은 없었다. 그런 시도가 한국에서는 에너지 분야에 나타나고 있다. 흔히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4법은 해상풍력 특별법, 영농형 태양광 특별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분산 에너지법 등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분산법은 분산 에너지의 발전원별 설비용량 등 범주를 구체화하고, 분산에너지 사업자의 자격요건, 배전망 관리감독, 설치의무제도, 전력계통 영향평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분산 편익 산정, 지역 차등 요금제 및 지원 센터 운영 등이 포함되어 있어 혁신적인 시도라고 본다. 그러나 혁신이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점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선 지역별로 특별 지역을 하나씩 선정하여 도입해야 한다. 상당수의 지자체들은 특별 지역 선정을 받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울산, 제주, 경기, 부산, 대전, 경북(구미, 포항), 전북(나주) 전남(해남,영암) 등이다. 재생에너지 공급이 많거나 자급률이 높은 지역인 전북, 전남, 부산, 제주도등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제주도에 '전력시장 제도개선 제주 시범사업 운영규칙'을 통하여 전력도매 시장형 VPP를 시범 추진하려고 한다. 그러나 지역지정을 오히려 자급율이 낮더라도 분산 에너지를 높이도록 하는 것이 법의 취지에 더 맞다고 본다. 적은 곳은 공급처를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지역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두 번째가 지역 에너지 요금으로 인한 지역 쏠림 현상도 막아야 한다. 시행에 발맞춰 전력시장 제도개선을 통해 2026년부터 지역별 발전 규모와 송배전 비용을 따져 2026년부터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지역별로 다른 전력 도매가격을 적용하는 '지역별 한계 가격제'를 우선 도입해 발전소 분산을 유도하고, 지역별 전기요금 책정 시 근거가 될 원가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역별 전기요금 제도의 도입은 의도는 좋은데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화지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관련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거나 지역 사업장을 이동하거나 전력 자급율이 높은 지역으로 이전하여 전기요금 상승 리스크를 줄일 수는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은 요금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 기업 유치를 위한 과다한 지역간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번쨰는 전력계통 영향평가의 모호성과 기업 비용 부담 가중을 해소해야 한다. 전력계통 영향평가 제도가 시행령에서 구체적인 평가 기준과 절차가 명확하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기업들은 환경영향평가, 기후영향 평가 그리고 비재무 기후변화 정보의 공시 (TNFD). 자연자산의 정보공시(TNFD) 그리고 심지어 ESG 공시 등 많은 평가와 공시제도에 직면하고 있다. 전력계통의 영향평가로 인허가 절차의 복잡성이 야기될 수 있다. 아울러 분산 편익의 명확한 기준과 보상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분산편익은 분산에너지를 통해 송전 손실 감소와 송전망 건설비용 절감 등의 이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에너지 수요지 인근에서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 등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는 점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다. 집단에너지는 열 이용이 많은 곳에서는 송전망 건설이나 이에 따른 송전 손실을 줄이는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열 요금 등의 원가 반영이 안되고 있어 중소사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고 가격상한제로 인해 총괄원가 보전을 받지 못해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도는 좋은데 결과는 나쁘면 안된다. 처음부터 차분하게 접근하면서 좋은 제도를 완성해 가야 지속적으로 제도가 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흔히 “물마시고 체했을 떄는 약도 없다"는 말이 있다. 쉽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신중하게 갔으면 한다. 김정인

[기자의 눈] 선 넘은 한미약품 가족분쟁, 직원은 안중에 없나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와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형제가 지난 주에 경영권 분쟁 상대방인 모친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누이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모녀를 잇따라 형사고발했다. 배임과 허위사실 유포 등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을 혐의로 들었다. 이번 형사고발이 기소와 재판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지난 9월 임종윤 이사는 모녀측 인사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으나 경찰이 내사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번 형사고발이 코리그룹과 한미사이언스 명의로 이뤄졌지만 사실상 코리그룹 최대주주인 임종윤 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각각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실제 형사처벌보다는 이달 말과 다음달 열리는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형제측과 모녀측은 모두 간담회, 입장문 등 기회될 때마다 가족간 화합을 통한 위기 극복을 강조해 왔다. 이번 형제의 형사고발은 겉으로나마 강조해 온 가족간 화합마저 사실상 무너뜨린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모친 송영숙 회장은 아들을 잘 키우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문제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과 한미약품 임시주총 이후에도 현재의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관 변경 등 의결 요건이 까다로운 안건들이 상정된 만큼 캐스팅보드 역할을 쥔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면 형제측이 장약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모녀측이 장악한 주력사 한미약품이 모두 현 지배구도를 유지하면서 대립을 지속할 수 있다. 이번 가족간 형사고발로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시작한 오너일가 갈등이 자칫 그룹 전체의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임종훈 대표가 주도한 한미사이언스 중장기 성장전략 설명회에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제외한 그룹 계열사 대표들이 대거 배석해 계열사들도 형제측과 모녀측으로 갈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룹 임직원들이 연구개발 등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동요할 수밖에 없다. 한미약품그룹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글로벌 무대로 도약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축이다. 창업주 일족들은 한미약품그룹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인식하고 자신의 경영권을 지키려는 욕심보다 회사와 임직원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박성욱 아산의료원장·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 ‘3연임’

박성욱 아산의료원장이 3차례 연임에 성공, 내년 1월 1일부터 2년간 임기를 수행한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17일 박성욱 아산의료원장과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을 연임하는 2025년도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인사에서 김태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도 임명했다. 박성욱 아산의료원장은 지난 2021년 원장 첫 임기를 시작해 2023년 재임에 이어 이번에 아산사회복재단의 신임을 받아 3연임을 맡게 됐다. 협심증 치료의 권위자로 심장내과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발전에 기여한 박 아산의료원장은 서울아산병원 교육연구지원부장, 기획조정실장, 진료부원장을 거쳐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아산병원장을 역임하면서 병원 발전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이 연임에 성공한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국내 최초로 생체 폐이식 수술로 흉부외과 분야 폐암과 폐이식 수술에서 국내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진료지원실장, 기획조정실장, 진료부원장을 역임한 뒤 2021년부터 서울아산병원장을 맡고 있다. 김태원 신임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은 종양내과 분야의 권위자로 현재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이기도 하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임상시험센터·임상의학연구소·유전체맞춤암치료센터 등 소장을 역임했고, 2020년 3월부터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을 이끌고 있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EE칼럼] 부산 플라스틱협약의 성공적인 출발을 기대한다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의 바쿠(Baku)에서 제29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다. 기후위기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효과적이고 가시적인 합의가 도출될 수 있길 바라는 국제사회의 기대와 달리 미국 트럼프 당선인의 파리협정 재탈퇴 선언은 국제사회에 실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 향후 기후변화협약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파급력이 큰 또 다른 국제회의가 이번 달 25일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다섯 번째로 열리는 유엔 플라스틱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는 해양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오염에 관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이른바 플라스틱협약 체결을 위해 2022년부터 진행되었고 부산에서 마지막 회의를 통해 협약을 채택할 예정이다. 쉽게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의미의 고대 그리스어 plastikos에서 유래한 플라스틱은 합성고분자화합물인 합성수지, 합성섬유, 합성고무를 포함하지만, 일반적으로 비닐, 페트병과 같은 합성수지류를 플라스틱으로 지칭한다. 플라스틱은 세계 경제의 필수적인 물질로 거의 모든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최근 20년 동안 연평균 36%라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2000년 2억 3,400만 톤에서 2020년에는 4억 3,500만 톤으로 증가했다. 2040년에는 2020년 대비 70% 증가가 예상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2060년에는 폐플라스틱 발생량이 약 10억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용되고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가? 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년 발표한 세계 플라스틱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의 69%는 매립 혹은 소각 처리되고, 단 9% 만이 재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머지 22%는 잘못 관리되거나 버려지고 있는데, 해양 쓰레기의 85%가 플라스틱으로 보고되고 있다.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은 해양 및 하천에 축적되어 생태계를 교란하고 유해 화학물질의 침출 또는 흡착, 생체축적 등을 통해 인류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기후변화 원인물질인 온실가스 배출과 플라스틱 사용은 몇 가지 공통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선 둘 다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1인당 국민소득이 많은 부자나라 일수록 배출량이 많다는 불편한 진실을 갖고 있다. 또한 2000년대 들어 중국, 인도 등 신흥개도국의 배출량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아울러 표면적으로는 환경문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제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 감축에 따른 비용문제로 인해 기대와 달리 쉽게 줄이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대체물질 개발이 중요한데 기술의 진보 속도가 더디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국제플라스틱협약을 만들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다. 현재 협약 초안은 제시되어 있지만 재활용에서 답을 찾자는 플라스틱 생산국가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필요하다는 소비국 간의 입장 차이로 진통을 겪고 있다. 플라스틱 오염은 대량 생산이 아닌 잘못된 관리에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재활용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생산 감축은 불필요하다는 주장과 근본적인 플라스틱 오염문제 해결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생산 감축이 필요하며 2040년까지 2019년 대비 최소 30% 감축목표를 설정하자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양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 협상의 난항이 예상된다. 어떻게 해야 최종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1994년부터 협상만 30년을 이어온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평가되는 교토의정서가 대표적이다. 1997년 당시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 책임을 강조하여 개도국을 제외한 선진국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실천에 옮겼지만 결국 실패하였다. 이를 경험삼아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은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 참여하며 모든 국가가 스스로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되, 목표는 절대 후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국제플라스틱협약 역시 마찬가지다. 플라스틱오염의 종식이라는 국제사회의 공동목표가 있다. 그리고 협약은 목표 달성을 위한 글로벌 차원에서의 체계적 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플라스틱 생산국가나 소비국 모두 참여해야 하며, 스스로의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긴 호흡으로 각 국가의 여건을 고려하여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형태로든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규제는 결국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식품, 보건・의료,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의 비용 증가를 가져오게 되며, 소비자 역시 가격 상승과 함께 플라스틱 사용 제한에 따른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이 커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진통을 거치지 않고서는 플라스틱오염 종식이라는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세계 4위 플라스틱 생산국이자 세계 4위의 석유화학산업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은 회의 개최국이라는 부담감과 함께 채택될 협약이 국가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 등으로 매우 어려운 입장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규제는 피할 수 없는 국제 흐름이며,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격언이 있다. 모쪼록 부산에서 플라스틱오염 종식을 위한 역사적인 기념비가 세워질 수 있길 기대한다. 조용성

[데스크칼럼] 미국이 하차해도, 탄소중립 열차는 계속 간다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트럼프의 공약대로 파리기후협정에서 다시 탈퇴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시기(2017년 1월 20일 ~ 2021년 1월 20일)에도 공약대로 미국을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시킨 바 있다. 이후 현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협정에 재가입한 상태지만, 내년 1월 트럼프 정부가 정식 취임하면 다시 탈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기후협정은 글로벌 탄소중립 체제의 근본이다.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로 인한 현재의 과도한 지구 온도 상승으로는 인류가 감당하지 못하는 심각한 기후 재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세기 안에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로 억제하고, 나아가 최대한 1.5도 이내로 억제하자고 전 세계가 약속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선진국 주도 하에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2050~2060년까지 온실가스 발생량을 넷제로화하겠다는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발생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화 하겠다고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 문화, 교육, 사회 등 모든 시스템을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해야만 달성이 가능하다. 그러기 때문에 탄소중립은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들고, 혼자나 소수가 아닌 전 세계가 단합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미국이 협정에서 탈퇴한단다.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고, 1인당 배출량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현 기후위기의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미국의 협정 탈퇴는 참으로 어이없고, 무책임하며, 다른 나라들의 힘을 쭉 빠지게 한다. 그럼에도 전 세계가 탑승한 탄소중립 열차는 계속 앞으로 갈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미 전 세계는 탄소중립이 옳은 길이고,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의 친환경 에너지 투자액은 1조1000억달러(약 1536조원)가 투자됐다. 처음으로 친환경 기술 투자가 화석연료에 투입된 자본과 동일한 수준에 도달했다. 앞으로는 친환경 투자액이 더욱 커질 것이 명확하다. 간단하게 현대자동차만 놓고 봐도 앞으로 전기차에 더 많이 투자할 지, 아니면 기존 내연기관차에 투자할지 생각해 보면 답은 뻔하다. 심지어 화석연료의 근거지인 중동국까지 탄소중립에 동의하고 있다. 매년 각 국의 탄소중립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는 올해까지 3차례 연속으로 중동(이집트, UAE,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렸다. 특히 UAE 28차 회의에서는 123개국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보급량을 현재 계획보다 3배 늘리고 에너지효율도 2배 늘릴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실질적 탄소 배출 및 감축 당사자인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50년까지 기업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자발적 캠페인인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 수는 현재 435개이다. 한국 기업도 36개나 가입했다. 가입한 기업에는 애플,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나이키, 스타벅스, GM, BMW 등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이 상당하며, 한국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LG에너지솔루션 등 시총 상위기업들이 다수 가입해 있다. RE100은 단순히 가입 기업만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파트너사한테까지 이를 요구하기 때문에 RE100 대상은 가입기업 수의 몇 배는 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 및 탄소중립 거부는 미국이 그토록 경계하는 중국의 위상만 더욱 강화시켜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미국와 유럽연합의 대중국 공격 포인트는 반환경, 반인권이 핵심이다. 중국은 이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환경에서 전력을 다해 친환경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신규 보급자동차 중 절반이 전기차이며, 전력 발생량의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필자가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에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에 따른 영향을 묻자 “유럽연합과 중국이 기후대응을 위해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실로 놀라운 예측이 아닐 수 없고, 실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의 기후 대응을 지원하는 기금인 기후재원(NCQG)에서 미국이 빠지고, 중국이 들어간다면 중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고 그동안 미국이 쌓아 온 위상은 하루 아침에 무너질 것이다. 결국 미국이 탄소중립 열차에서 하차한다 해도 열차는 절대 멈추거나 탈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단지 그를 내려주기 위해 잠시 쉬는 시간이 아까울 뿐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이슈&인사이트]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교(內交)를 생각해야 할 때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Jean Monnet EU센터 공동소장 글쓴이는 최근 동유럽 어느 국가에 국제학술대회 참석을 목적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이 국가를 1970년대 세계 최초로 올림픽에서 10점 만점을 받은 체조 요정을 배출한 국가로 기억하고, 1980년대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에 나오는 강렬한 곡과 '외로운 양치기'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곡을 '팬플루트'로 연주한 음악가로 기억하기도 한다. 구소련 체제가 무너진 1990년대에는 이 국가 독재자의 비참한 최후가 전 세계로 방송되기도 하였다. 당시 이 국가는 동유럽의 여러 국가와 함께 자유화와 체제의 변화를 경험하였고, 한국과도 외교관계를 수립하였다.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럽연합에 가입한 중동부 유럽에서 비교적 넓은 면적과 많은 인구를 보유한 루마니아이다. 루마니아는 최근에 유럽 내에서 자유로운 자연인의 이동을 보장하는 쉥겐조약을 부분적으로 적용하여 더욱 활발하게 다른 유럽 국가와 교류하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루마니아는 한국 사회의 관심을 많이 받는 대상이 아니고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루마니아에 관하여 많이 알지 못한다. 루마니아가 유럽을 주도하거나 경제 또는 정치적 영향력이 큰 주요국도 아니고, 한국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가는 국가도 아니다. 다만,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와의 무력 충돌에 더하여 유럽 국가들의 방위산업 수요가 증가하면서, 몇몇 동유럽 국가처럼 방위산업 분야에서 루마니아와 한국의 적극적인 협력이 진행되어 여론의 관심을 받기도 한다. 양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기반으로 서로의 국민이 상대방에 대한 더 많은 인식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글쓴이와 동행한 연구진들이 루마니아를 방문하는 동안 따뜻하게 맞이해주며 여러 현실적 이야기를 들려주신 대사관 관계자분들은, 최근 진행되는 방위산업 분야 등의 양국 협력을 언급하시며 외교활동을 위한 여러 자세를 설명하기도 하였다. 국가를 대표하는 이가 스스로 가져야 하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상대국에 한국의 이미지를 더욱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잔에 물이 반쯤 채워진 것을 보고 사람마다 긍정적 또는 부정적 생각을 다르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오랜 국제무대 경험에서 비롯된 깊이 있고 강렬한 철학을 담고 있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많은 국익을 얻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특정 분야 전문가들의 정보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제사회의 한국에 대한 좋은 인식을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하며, 우리는 이것을 '공공외교'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즘 한국인이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기술력이나 대중문화의 파급력이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한국인이 해외여행을 하고 출장을 다니면서, 또는 외국 기업이나 기관과 협력을 하면서 많이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정부와 기업의 국제적 활동에 윤활유처럼 작용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견고한 '소프트파워'를 보유하려는 목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를 위해서 국내 사회의 구성원도 국제사회와 다른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국제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많은 국가와 사회가 여러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일반인도 국제사회 또는 다른 국가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국내에서 다른 나라에 대한 이해를 해주어야 국외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작업에 탄력이 붙는데, 국내에서 다른 나라에 무관심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외국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도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것을 외교의 반대말로 '내교'라고 재미나게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와 구성원들은 여전히 일부 국가나 특정 이슈에만 관심을 가지며, 다른 이야기들에는 무심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때로는 외국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우리 외교관과 기업인이 오히려 국내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리는 숙제를 만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내교활동'이 되는 셈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이 지나친 에너지를 이 내교에 소비하지 않도록 국내에서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러한 도움이란 국민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다른 나라와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관심을 두는 단순한 일상에서 비롯된다. 김봉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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