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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언제까지 ‘중국산’이라고 무시만 할 텐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29 16:00
김윤호 산업부 기자

▲김윤호 산업부 기자

1990~2000년대까지만 해도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제품을 쓴다고 하면 싸구려를 쓴다는 인식이 먼저 따랐다. “돈이 없어 그걸 쓰느냐"는 비아냥까지 심심치 않게 나돌았다. 값은 싸지만 품질은 떨어진다는 고정관념이 오랫동안 중국산 제품을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이같은 인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듯하다. 중국 가전기업 샤오미의 신형 스마트폰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자 한 지인이 “굳이 그걸 왜 사느냐"며 핀잔을 주었다. 산업계 일각에서도 “그래도 아직은 우리가 낫다"는 자신감 어린 발언이 여전히 나온다.


하지만 시장의 현실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상황은 엄중하다.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많은 중국산 제품이 기술력, 기능, 디자인 측면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을 위협하거나 추월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위상은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샤오미를 비롯해 하이센스, TCL 등은 중저가 제품을 기반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넓힌 데 이어 이제는 프리미엄 시장까지 보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수년간 공들여 쌓아온 프리미엄 브랜드의 영역이 중국 기업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전략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에 머무르지 않는다. 꾸준한 기술 투자와 소비자 분석, 디자인 고도화로 제품 전반의 수준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샤오미는 경쟁사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상대방의 앞선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인다. 샤오미 관계자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등) 경쟁사의 장점을 배우겠다"고 밝혔다. 이런 자세야말로 배움과 혁신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우리는 되새겨야 한다.




그렇다면 메이드 인 코리아는 어떤가. '우리가 최고'라는 자부심에 기대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혁신은 겸손과 학습에서 시작된다.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려면 타인의 강점을 빠르게 흡수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혁신해야 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배워야 할 상대 앞에서도 “그래도 우리 게 낫지"라는 말로 현실을 외면해 온 건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기업의 약진을 단지 한국기업에 위협으로만 받아들일 일이 아니다. 위기의식을 넘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할 시점이다.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를 향한 낡은 편견은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의 판단까지 흐릴 수 있다.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더 이상 무시하던 상대가 우리를 무시하기 전에, 그들의 강점을 정면으로 인정하고, 우리 것으로 흡수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과연 진짜 최고인가"라고 자문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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