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바람과 햇빛이 지켜낼 농촌의 내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30 11:01

안치용 ESG연구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안치용

▲안치용 ESG연구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새 정부의 면면이 확정돼 가는 가운데 지난 23일에 이재명 대통령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했다. 이날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돼 1년 7개월 농림축산식품부를 이끈 송 장관 유임 결정이 발표되자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파격 인사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보수와 진보의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서 판단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강 실장은 “송미령 장관이 새 정부의 철학과 국정 운영 방향에 동의하신다고 알고 있다"며 “과거에 어떤 활동과 결정을 하셨든 간에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장관 개인을 떠나 인사 방침 자체는 타당하다. 동시에 장관과 국민은 다르다는 점 또한 이 대통령이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무직 공직자와 달리 국민이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에 보조를 맞출 필요는 없다. 반대로 새 정부가 국민 전체에 맞춰 그들의 삶을 보살펴야 하며, 국민은 진보이든 보수이든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전체로 국민이다. 새 정부에서 송 장관이 성과를 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햇빛연금'이지 싶다. 이 정책은 농촌을 재생에너지 확산의 전략 거점으로 삼겠다는 이 대통령 구상으로, 개인형 '햇빛연금'과 마을형 '햇빛소득마을'을 두 축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한 농촌 수익 확대를 꾀한다.


햇빛연금은 농민이 지붕 등 유휴 공간에 소형 태양광을 설치해 전력판매 수익을 20년 이상 연금처럼 받는 개념이다. 햇빛소득마을은 마을 단위로 부지를 개발해 태양광 발전을 하고 공동기금 방식으로 수익화하는 개념이다. 온실가스 감축과 농민 소득 향상을 결합한 재생에너지 정책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송 장관이 앞으로 내어놓을 텐데, 같은 공무원 조직을 활용해 지난 정부의 실패를 서둘러 만회하는 태세 전환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송 장관의 활약이 기대된다. 지난 정부의 공과를 다룰 마음이 없지만, 재생에너지의 위축은 대표적 실패라고 판단한다. 세계 각국이 발 빠르게 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동안 윤 정부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의 맥을 끊어버렸다.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 미만으로, 한국의 목표나 국제사회의 기준에 많이 못 미친다.


햇빛연금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정책 방향은 만시지탄이지만, 바람직하다. 현재 지구촌의 탄소 대응은 탄소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과 이미 배출된 탄소를 제거하는 크게 두 방향이다. 탄소의 발생 단계 저감의 대표 정책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이다. 전력 생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를 쓰는 발전을 태양광 바람 같은 재생에너지를 쓰는 발전으로 바꾸자는 데에 지구촌의 합의가 있다. 이미 대기 중에 나와 있거나 산업 공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ㆍ저장(CCS)하는 방법은 기존 경제시스템을 보완하자는 발상으로 현재 각광받는 기술이다.


스탠퍼드대학교 마크 제이컵슨 교수 연구팀이 과학 저널 '환경 과학과 기술'에 발표한 최근 논문에 따르면 화석연료로 오염된 대기를 CCS로 정화하는 것보다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훨씬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고 환경 효과가 크다고 한다. 연구진은 CCS와 재생에너지 발전을 병행하려는 현재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가 맞는 방향이란 얘기다. 전 정부의 장관을 다시 쓰는 정무적 유연성과 실용주의는 국민에게 보내는 정치적 포용성의 신호로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탄소 대응에서는 포용이 사라진 엄격한 실용주의가 관철되어야 한다. 단호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알고 있겠지만,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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