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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카카오 알고리즘 공개의 의미

카카오가 최근 포털 사이트 ‘다음(Daum)’의 모바일 버전 뉴스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업계 최초로 뉴스 알고리즘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배열 설명서’를 공개했다. 한국언론학회로부터 추천 받은 외부 미디어 전문가와 함께 ‘뉴스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위한 워킹 그룹’을 구성해 함께 만든 자료다. 통상 뉴스배열 알고리즘과 관련한 문제는 매년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도마에 오르곤 했는데, 이런 지적을 수용해 개선책을 마련했다. 오는 6일에는 카카오 T의 택시 배차 알고리즘 소스코드를 검토한 결과를 발표한다. 앞서 카카오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CAC)는 택시 배차시스템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를 발족했다. 택시 배차 문제 역시 국정감사의 단골 소재였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인 만큼 택시 배차와 관련한 의심의 눈초리는 어느 정도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은 카카오에게 뼈아픈 시간이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비롯해 뉴스 배열 문제, 택시 배차 문제 등이 도마에 올랐다. 계열사 수장들은 물론이고 창업주까지 국민의 이름 앞에 고개를 숙였다. 카카오는 많은 것을 바꾸겠다고 했고, 지금도 그 혁신은 진행 중이다. 이번에 잇달아 발표된 알고리즘 공개 역시 그 결단 중 하나다. 온라인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논의는 새 정부 들어 한풀 꺾인 분위기다. 플랫폼업계 입장에서 반길 만한 일이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규제 논의가 사그라든 것뿐이지 문제 자체가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통상 ‘영업기밀’로 불리는 알고리즘을 공개하기로 한 카카오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공은 업계 전문가와 국회에 넘겨졌다. 알고리즘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문제는 없는지를 세세하게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상생안에 대한 점검도 해야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거치면서 플랫폼이 기여한 부분이 많지만 여전히 기술이 필요한 사각지대가 많다. 올해 국정감사가 한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플랫폼 업계로선 긴장될 것이다. 1년 전 난타를 당한 것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보여줄 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질책보다는 칭찬과 격려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hsjung@ekn.kr정희순 산업부 기자 hsjung@ekn.kr

[EE칼럼] 요소수 사태 300일, 불안감 더 커진 원자재 공급망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매장량 및 생산량 세계 1위 인도네시아가 니켈에 수출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럴 경우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이번 조치는 니켈을 수출하는 대신 현지 가공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늘리고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니켈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가격은 최근 10.7% 가까이 급등했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니켈을 비롯한 리튬, 코발트 등 배터리 주요 원자재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문제는 중국산 원자재 가격이 크게 급등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핵심 원자재인 리튬과 구상흑연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최근 중국산 탄산리튬 가격이 중국 정부의 전력공급 제한으로 1kg당 473위안으로 급등해 전년동기 100위안 선에서 무려 4배 넘게 올랐다. 리튬 가격 폭등은 전기차, 배터리 등 하류부문의 가격 부담이 심화되어 전기차 판매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용 구상흑연을 중국에서 95% 수입해 쓰고 있는데 이 또한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우리나라는 중국에서 주로 부품 등 중간재를 수출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이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해 한국 수출액의 25%, 수입액의 23%가 중국과 이뤄졌다. 한국의 대중 수출품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80%를 넘는다.이제 미래산업이 기술경쟁을 넘어 공급망 전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배터리 3대 핵심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액)에 필요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같은 자원 시장에서 55~10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는 중국 간펑리튬인데 간펑은 리튬 채굴업체와 광산을 통째로 사들이고 있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업체인 중국 칭산그룹도 니켈 매장량이 세계 최대인 인도네시아 광산을 대거 확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 소재중 가장 값이 비싼 코발트의 경우 중국 화유코발트기업이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업체이다. 또 중국은 전 세계 망간의 90%를 생산하는 최대 생산국이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망간 제품의 100%를 수입한다. 음극제에 쓰이는 구상흑연도 중국이 제일 많이 생산한다. 지난해 전 세계 음극재 생산량 중 95%가 중국에서 생산됐고, 포스코케미칼 등 국내 배터리사도 대부분 중국 업체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문제는 코발트, 망간, 흑연 등 원자재에서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면 미국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시행해 중국산 광물.소재를 사용한 전기차 배터리의 채택을 2024년부터 제한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리튬,니켈,코발트 등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국외에도 호주, 인도네시아 등에서 산업에 필요한 광물을 많이 수입하고 있는데 공급망이 문제이다. 공급망 위험을 해소하려면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한다. 또 위기 발생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범 정부적 차원의 컨터롤 타워가 마련돼야 한다. 정부도 이점을 인정하고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늦어도 너무 늦다. 요소수 대란이 발생한지 300일이 지났지만 아직 정부는 요소 비축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여러 제약들이 있지만 긴급 수급물자로 지정했다면 이에 맞는 대책이 수립됐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확실한 전략이 절실하다.무엇보다 중국을 더 이상 저렴한 생산 기지로만 보지 말고 진출시에는 중간재와 완성품 모두를 같이 가는 가치사슬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에 대해 더 이상 안주하지 않고 공급망 다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내 업체들이 협업을 통해 중국산 소재.부품을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공급망 다변화와 병행해 전략을 수립하는 일도 필요하다.배터리의 재활용 기술 정착도 중요한 과제다.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추출해 다시 배터리를 만드는 재활용 사업이 정착화되면 수입에 의존하지 않아도 원소재를 일정 분량 확보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외교적 교류와 협력을 통해 중국을 포함 국제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 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 원자재 공급망의취약성이야말로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산업이 직면한 치명적 약점이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이슈&인사이트] 안전규제는 규제혁신 성역인가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 칭기스칸의 책사인 야율초재의 명언이다.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즉흥적으로 안전법이 하나씩 생겨나는 우리나라 현실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지난 6월 윤석열 정부는 정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규제를 혁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강한 규제혁파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아니면 안전규제의 특징을 잘 몰라서 그런지 규제혁신 대상에서 안전규제는 제외하고 있다. 과연 올바른 접근이라고 할 수 있을까.모름지기 규제는 실효성과 품질을 확보하여야 한다. 규제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안전규제도 규제혁신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안전규제라고 하더라도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규제는 당연히 개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안전규제는 ‘고비용 저효과’ 규제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안전을 확보하기는커녕 안전확보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가 적지 않다. 특히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안전규제는 실효성을 따지지 않고 졸속으로 확대 재생산되었다. 어느새 안전규제는 공무원의 조직과 권한 확대를 위한 도구로 고착화되고 말았다. 대통령 위에 공무원이 있다는 말이 공무원의 ‘묻지마’ 규제에 대한 집착을 웅변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공무원들에게는 규제는 곧 권력이자 무기이다. 이러한 점은 안전규제도 결코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안전규제는 산업현장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지나치게 많다. 행정기관의 입장에서 손쉬운 답을 찾기 위해 ‘공무원의, 공무원에 의한, 공무원을 위한’ 규제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결과이다. 다른 규제와 달리 ‘안전규제는 선(善)’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맹목적인 안전규제는 어느 사이에 관료주의 위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만큼 안전관계 법과 집행기관이 난립되어 있는 국가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규제가 서로 중복되고 충돌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견된다. 규제의 준수 여건을 조성하거나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일보다는 규제를 추가하고 강화하는 일에 혈안이었다. 안전규제가 수범자로부터 많은 비난과 냉소의 대상이 되고 있는 주된 이유이다. 예측 가능성도 없고 누구도 지킬 수 없는 법을 악법이라고 한다. 악법이야말로 가장 나쁜 규제에 해당한다. 안전분야에도 이론적으로 악법적인 요소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고 실제로도 나쁜 규제가 곳곳에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도급작업에 대한 규제이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지난 정부에서 안전규제와 공공기관 안전인력을 대폭 확대했음에도, 사망재해자 수가 별다른 감소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안전규제의 품질이 불량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안전인력은 근로자 1만명 기준으로 미국의 약 8배, 일본의 약 4배에 이를 정도로 비대한 상태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보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안전규제를 유지하려 한다. 안전규제는 다른 규제와 마찬가지로 그 속성상 생명력과 번식력이 매우 강해 또 다른 규제를 낳는다. 불합리한 안전규제일수록 법집행을 자의적으로 할 수 있어 집행기관의 규제에 대한 집착과 저항이 집요하다. 법령보다 더 고질적인 병폐가 법적 근거 없는 행정지침에 똬리를 틀고 있는 규제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그림자 규제’이지만 그 폐해는 법령 자체 못지않게 심각하다. 행정기관이 행정편의적으로 만들고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행정지침 왕국이라고 할 정도로 법적 근거 없는 행정지침이 안전규제에서 남발되었다. 정부가 바뀌었지만 이 문제는 아직까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안전규제도 합리성과 실행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기준이다. 이를 무시한 안전규제는 규제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안전규제를 규제혁신의 성역으로 남겨두면 실효성 없는 불량 안전규제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난마처럼 꼬여 있는 안전규제의 혁신 없이는 재해예방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윤석열 정부는 명심하고 명심할 일이다.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기자의눈] 소상공인

[에너지경제신문 김하영 기자] "스마트 디지털 인프라의 대전환을 통해서 소상공인도 디지털 경영혁신이 가능하도록 돕겠습니다." 지난 8월 2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중소벤처기업부의 ‘새 정부 소상공인·자영업 정책방향’ 브리핑에서 조주현 차관이 디지털 혁신을 지원해 시장 경쟁력을 갖춘 소상공인을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조 차관은 이를 위해 정부가 분산된 실시간 상권정보를 빅데이터로 통합하는 ‘전국 상권 빅데이터 플랫폼’의 구축ㆍ확대, 스마트상점·스마트공방·스마트시장 5년간 7만개 보급, 오는 2027년까지 온라인 매출 창출 ‘e커머스 소상공인’ 해마다 10만명 양성 등 이뤄내겠다고 피력했다. 현재 소상공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장기화와 물가·금리·환율의 ‘3고(高)’로 고통받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내외 산업의 디지털 가속화, 로코노미(loconomy:local+economy, 골목상권 등 소지역경제)와 경험소비 확대 등 시장 환경의 변화로 미래 대응에 허덕이고 있다. 이번 새 정부 정책방향은 이런 흐름에 맞춰 단기로는 긴급대응플랜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중장기로는 기업가정신과 시장경쟁력을 갖춘 소상공인을 육성·확대하는 여건을 조성해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소상공인연합회·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여러 소상공 자영업자단체들이 중기부 정책방향에 기존 정책과 다르게 구조 중심의 체질 개선이라며 환영한 것도 같은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 의지도 중요하지만 다소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완수하려는 실천이 정책 성패의 관건이다. 취임 100일을 넘긴 이영 장관이 줄곧 보여온 소통 행보의 진정성을 감안한다면 중기부의 실행 의지에 기대감을 가져본다. 다만, 정책 집행의 인풋(In-Put·지원)은 정부의 역할이지만, 아웃풋(Out-Put·성과) 도출은 소상공 자영업자의 몫이다. 즉, 정부가 ‘물고기’를 던져줄 수는 있지만, 소상공인들이 물고기에만 의존한다면 디지털 혁신은 ‘고인 물’에 불과할 뿐이다. 디지털 혁신이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로 귀결되려면 ‘낚는 법’ 정책 개발과 소상공인의 ‘물고기 사냥’ 자구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김하영 증명사진 ▲김하영 성장산업부 기자

[EE칼럼] 청정수소의 에너지안보적 가치 주목해야

지난 8월 23일(현지시간) 비록 국내 언론에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세계 수소경제 차원에서는 유의미한 행사가 캐나다 뉴펀들랜드주 스티븐빌(Stephenville)에서 치러졌다. 빠르면 2025년부터, 늦어도 2030년까지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수소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캐나다·독일 양국 간 수소 동맹을 위한 공동의향서에 양국 정상이 서명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캐나다 에버윈드퓨얼(EverWind Fuels)이 풍력발전 연계 생산 청정수소를 연간 50만 톤 규모의 암모니아 형태로 변환, 독일 유틸리티 기업 유니퍼(Uniper)에 공급하되, 독일 선박회사 FSG-노비스크루그(Nobiskrug)와 캐나다 운송기업 오션넥스(Oceanex)가 이송을 맡는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 행사가 눈길을 끈 것은 청정수소의 상업적 국제 거래의 본격적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 행사의 추진 배경이 의미심장해서다. 현재 독일은 에너지 위기 상황이다. 천연가스 수요의 55%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던 독일은 현재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도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서 독일 숄츠(Scholz) 총리의 이번 캐나다 방문의 일차적 목적은 누가 보더라도 LNG 수입을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 캐나다의 협조를 끌어내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행사가 LNG 공급망 구축을 위한 것이 되어야 자연스러울 터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천연가스의 자리를 청정수소가 대신하게 된 형국이 되었다. 물론 캐나다의 사정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대서양 건너 LNG 수출을 하려면 앨버타주 등 중서부내륙 천연가스 산지로부터 대서양 연안까지를 연결하는 장거리 파이프라인 건설이 요구된다. 하지만 보다 근접한 태평양 연안을 통한 LNG 수출 추진 과정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문제들, 가령 건설 중인 파이프라인에 테러까지 가하는 초강성 환경단체나 지지부진했던 원주민 보호지역 통과 협상 등을 고려해 본다면, 이는 쉽지만은 않은 결정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 청정수소가 적어도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에너지 안보에 상당한 기여할 수 있다는 양국의 공감대가 오히려 큰 몫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쉽게 말해 탈 탄소 등 환경적 가치를 넘어 청정수소의 에너지 안보적 가치까지도 인정받은 결과라 평가된다. 특히 독일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미 독일은 2020년 6월 국가수소전략을 통해 수소 시장 확대를 위한 70억 유로와 함께 수소 수입을 위한 국제 파트너십 구축에 2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직접 사용할 수 없는 부문이나 탄소배출 절감이 어려운 산업 생산공정 등에 청정수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주로 재생에너지로 청정수소를 생산, 가스 배관에 주입, 천연가스와 섞어서 이송·소비하거나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 청정수소와 합성하여 아이에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다양한 P2G(Power to Gas) 프로젝트를 지원, 2050년까지 생산능력을 40GW까지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이 같은 P2G 생산 확대는 궁극적으로 지금 문제가 되는 천연가스를 청정수소로 대체, 자연스레 러시아의 의존도를 낮추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더욱이 상용화를 목전에 둔 수소 가스터빈까지 적용될 경우,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간헐성 때문에 부득이하게 확대될 수밖에 없는 천연가스 발전의 역할까지 대신하여, 그만큼 천연가스 수입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청정수소는 천연가스를 대체, 탈 탄소와 함께 에너지 안보까지도 강화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이는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 국내 수소경제 추진 과정에서 청정수소의 이 같은 에너지 안보적 가치는 크게 주목받지 못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세계적인 자원 무기화 여파 속에서 어느 때보다 에너지 안보 강화가 중요해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제라도 수소경제 특히 청정수소 정책 설계에 에너지 안보적 관점에서의 고려가 절실해 보인다. 특히 지난 정부 탄소중립 시나리오상의 2050년 80%로 설정된 청정수소 해외 수입 비중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과도하기에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 적극적인 국내 청정수소 산업 육성 및 생산지원을 통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청정수소의 국내 생산 비중을 확대,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할 것을 제안한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슈&인사이트] 또다시 하향 수정된 경제성장 전망

지난 8월 25일 한국은행은 대내외 여건변화를 감안하여 금년 성장률을 2.6%로, 내년 성장률을 2.1%로 전망하였다. 5월에 이어 금년과 내년의 성장률을 다시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연 8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개최하며, 2, 5, 8, 11월에는 금리 결정과 더불어 경제전망 결과를 발표한다. 세간에는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이 맞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국내기관의 전망치가 자주 수정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에 있다. 세계교역신장률, 주요국 경제성장률, 환율, 국제유가는 우리나라 수출입, 설비투자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대외변수에 대한 예상이 당초 전망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난다면 이에 기초한 국내 예측도 상당폭 수정될 수밖에 없다. 실제 IMF는 7월중 수정전망을 통해 4월 전망 대비 세계교역신장률을 0.9%p, 미국 성장률을 1.4%p, 중국 성장률을 1.1%p 각각 하향 조정하였다. 이번에 내놓은 수정 전망치는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전제하고 있어 하반기중 다음의 요인들이 경기 흐름에 미칠 영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중국의 성장세 둔화 정도이다. 중국의 성장률이 1%p 하락할 경우 우리 수출증가율은 0.34%포인트 하락하고, 미국의 경우 0.21%p, 유럽연합(EU)은 0.19%포인트 하락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및 강력한 방역조치가 2년 이상 지속되면서 서비스업 고용 악화, 민간소득 부진 등으로 소비여력이 축소되었다. 헝다사태 이후 심화된 건설투자 부진도 주요 리스크 요인이다. 다만 하반기에는 중국정부의 통화·재정정책의 적극적인 운용, 자체기술에 의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보급으로 중국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을 소지도 있다.둘째, 글로벌 고인플레이션의 진정 여부이다. 최근 국제유가와 일부 원자재가격의 하락에 힘입어 물가 오름세가 제한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IMF에 따르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2024년말까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안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에 의해 곡물 및 에너지가격이 다시 급등하는 비관적 시나라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 또한 미국 등 주요국 노동시장이 타이트한 가운데 근로자의 임금인상 요구가 커지면서 임금-물가간 상승작용(wage-price spiral)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외부 요인이 없더라도 주거비 등에 의한 고인플레이션 지속은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노력을 강화시키고, 성장을 상당폭 희생시킬 것이다.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최근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 가계와 기업에게 고통을 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셋째, 대내요인으로 국내 소비심리의 악화 추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민간소비는 양호한 고용상황,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비교적 견조한 회복세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 저소득층 및 청년층의 다중채무가 크게 늘어난 데다 금리 인상으로 주택·주식거래가 급감하고, 원/달러환율 급등으로 금융·외환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하반기중 소비심리가 이전과 달리 크게 악화할 수 있다. 금년중 가계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심리지수는 1~5월중 103 내외에서 7~8월중 87 내외로 큰 폭 하락하였다.한국은행은 최근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 수준으로 추정하였다. 잠재 GDP(국내총생산)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말한다. 이번 전망은 다양한 대내외 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금년과 내년중 우리 경제가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정도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 비해 크게 높다면 정책당국은 당분간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운용하고자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준금리의 큰 폭 인상으로 취약계층의 피해가 커질 수 있으므로, 정책당국은 생필품 등에 대한 물가안정 노력과 함께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전환 등 지원 방안을 병행하여 강구해야 하겠다.김종욱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교수

[기자의 눈] 회식문화와

"예민한 사람 취급 받느니 눈 딱 감고 고기 먹어볼까 생각한 적도 없지 않죠."수년째 비건(Vegan, 채식주의) 생활을 실천하는 식품업계 관계자로부터 들은 하소연이다. 가치소비 트렌드와 맞물리며 ‘비건 열풍’이 지속되고 있지만 실생활에선 메뉴 하나 고르는 데 눈치보기는 매한가지라는 얘기였다.물론 시장 규모로 보면 국내 비건식품은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비건인증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년 간 비건 인증을 받은 식품 수는 612개에 이른다. 지난해만 286개가 인증을 받아 2019년보다 151%, 지난해보다 44% 늘어났다.이같은 성장세에 식품업계도 미래 먹거리로 ‘식물성 식품’을 키우는 동시에 신제품 출시에 공들이고 있다. 비건식품이 없어 못 먹던 시절에서 벗어나 이제 골라서 먹을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하면서 과거처럼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채식을 중단하는 일도 없어질 만큼 식문화도 바뀌고 있다.그럼에도 비건산업이 가야할 길은 멀다. 우선, 비건식품의 생산과 판매가 가정시장에 국한돼 있다. 상대적으로 외식시장에서 비건 선택의 폭이 좁다. 지난 5월 농심과 풀무원이 각각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과 강남구 코엑스몰에 선보인 비건 레스토랑은 제한된 선택 사례에 불과하다.더욱이 여전히 우리나라 식사 문화에서 개인이 ‘비건 정체성’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 조직문화 특성상 부회식·송년회 등 단체식사 장소에선 다수가 선호하는 메뉴로 선택되는 경우가 흔한데 비건 정체성을 드러내면 자칫 전체의 기호에 딴지를 걸며 ‘유난 떤다’는 오해를 받기 쉽기 때문이다.결국 비건 정체성을 공개하지 못하고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육류 섭취’를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설령, 혼자서 눈칫밥을 먹는 경우라도 선택할 수 있는 대안 공간도 마땅치 않다.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2008년 15만명을 기록한 국내 채식 인구는 2018년 150만명으로 10배 급증했으며, 지난해 2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3%까지 이르렀다. 반면에 비건족이 이용할 수 있는 전용식당은 전국에 350~400개로 추산돼 턱없이 부족하다.비건 시장이 성장하려면 시설과 제품 규모가 커져야 하는 것과 동시에 비건족의 ‘채식할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식사문화도 보장돼야 한다.inahohc@ekn.kr

[이슈&인사이트] 통큰 치킨과 행로 다른 당당치킨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이 소비자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한 마리 7000원의 당당치킨은 기존 프랜차이즈 치킨의 3분의 1 수준의 가격으로, 매장마다 품절이 일어나고 소비자들의 뜨거운 구애가 잇따르고 있다. 홈플러스의 마케팅 담당자는 ‘당당하게’ 프랜차이즈 치킨을 저격했으나, 프랜차이즈 업계의 반발은 예상과 다르게 금방 잠잠해졌다. 12년 전 롯데마트의 통큰치킨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당시 통큰치킨은 1만 5000원 이상의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에 비하여 3분의 1 수준인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양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유인했다. 통큰치킨 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으나, 이내 소상공인 여론과 정치인들의 압박에 못이겨 결국 철수했다. 당당치킨과 통큰치킨의 진행 양상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당당치킨과 12년전 통큰치킨이 처한 상황을 비교해 보면 답이 나온다. 첫째, 12년 전과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점이다. 통큰치킨 당시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의 평균 가격은 1만 5000원 정도였으나, 지금은 배달비를 포함하면 거의 3만 원에 육박하여 집에서 시켜 먹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다. ‘소매업 수레바퀴 이론’에 따르면 당당치킨의 급부상이 쉽게 설명된다.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들은 시장진입 초기에는 저가격, 저마진의 점포운영으로 기존의 경쟁자들을 대체했다. 그러나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이후 무수한 치킨 브랜드들이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경쟁이 격화되고, 이에 경쟁우위의 확보를 위해 운영비가 높아지고 고급스러운 메뉴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느라 고가격, 고비용, 고서비스의 치킨 브랜드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저가격, 저마진, 저서비스의 당당치킨이 고가격, 고마진, 고서비스의 치킨 브랜드를 대체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둘째, 일반적으로 가격이 20% 싸다면 사람들은 다소 불편하더라도 물건 사는 곳을 바꾼다. 초창기의 백화점은 당시 지역상점의 평균 마진보다 20%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엄청난 수의 손님들을 방문하게 할 수 있었다. 하물며 3분의 1 가격이라면 시장을 흔들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 특히 식품물가의 가파른 상승은 소비자들의 장바구니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활황기에는 앞으로의 현금흐름을 기대하고 부담이 조금 되더라도 고급브랜드를 찾는 경향이 있으나, 불황기에서는 본인의 현금흐름을 예측하기가 불확실해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이제껏 사오던 제품의 취향을 완전히 바꾸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다소 저렴하면서도 이전에 쓰던 물건과 비슷한 것을 찾기 마련이다. 대체로 가격과 품질 사이에는 어느 정도 정적인 관계가 있으며, 인플레이션으로 압박을 느끼는 소비자들은 품질이 만족할 수 있는 선까지 낮은 가격을 선호하여 품질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적절한 선까지 내려 오게 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낮은 가격에 만족스러운 품질을 제공하는 당당치킨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정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MZ세대가 주요 정치세력으로 급부상하면서 정치권의 목소리가 잠잠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MZ세대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복합쇼핑몰을 뜨거운 이슈로 만든 것만 보아도 이들의 영향력을 알 수 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MZ세대는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 대결구도라는 진부한 정치 아젠다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애타는 호소에 대한 정치인들의 반응이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 결론적으로, 통큰치킨은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았기에 시장에서 철수하는 결과를 맞았고, MZ세대라는 든든한 지지층을 얻은 당당치킨은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개인의 행복과 삶에 대한 만족을 추구하는 MZ세대가 소비재에 대해 더욱 가치소비를 하도록 할 것이다. 치킨 소비의 주고객인 이들 MZ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되어가고 있는 세상에서 치킨 브랜드뿐만 아닌 모든 영역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장

[EE칼럼] 재생에너지 ‘간헐성’ 극복할 신기술에 거는 기대

경제학의 기초는 수요와 공급, 그리고 이 두 요소가 일치를 이루는 균형(equilibrium)이다. 일반적으로 수요곡선은 해당 재화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으로 형성되는데,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을 바탕으로 필요로 하는 양의 수준과 그에 상응하는 가격 수준이 정해진다. 또한 공급곡선은 생산자의 선택으로 만들어지는데, 생산주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에서 보유하고 있는 생산요소 및 기술의 조합을 통해 비용은 줄이고 이윤은 극대화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해진다. 1970년대의 석유 파동 이후 특정 학문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에너지경제학에서도 수요와 공급, 그리고 균형이 일반적 자원을 배분하는 경제학의 기본 문제를 다루는 것과 동일한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의 중요성과 그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전기라는 재화를 보면, 수요곡선의 경우 Y축과 거의 평행한 수직 모양으로 그려지며, X축을 따라 시간대 별로 필요한 양만큼 좌우로 이동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수요곡선이 수직에 가깝다는 것은 가격탄력성이 거의 ‘0(zero)’에 가까워 필수재의 성격을 갖는 재화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전력시장에서의 균형은 양(quantity)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전력거래 하루 전에 예측한 수요를 바탕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발전기의 공급량을 시간대별로 산출함으로써, 매 시간 단위로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 계통한계가격(SMP: System Marginal Price)이라고도 하는데, 해당 시간대에 공급하는 발전기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발전 비용을 갖고 있는 발전기의 공급 비용에 해당한다. 이렇게 미리 예측된 전력 수요에 생산량, 즉 공급 수준을 맞추어 조절해 가는 메커니즘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제대로 작동해 왔다. 수요 전망에 맞추어 계획된 공급 가능 자원들에게 가동 여부와 출력량을 지시함으로써, 발전기들의 공급량을 시간대별로 조정해 가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정 범위를 벗어나는 상황이 약 5년 전부터 제주도에서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2030년 ‘무탄소 섬 Carbon-free Island)’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제주도는 지난 10년 동안 재생에너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공급 자원의 대부분이계통운영 측면에서의 급전지시를 받지 않는 전원이라는 것이다. 즉, 계통 운영자가 통제할 수 없다. 이로 인하여 전력수요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높아지게 되는 특정 시간대에 전력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불일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과 상대적으로 섬이 많은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인 재화의 생산계획 상에서도 이처럼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때에는 임시적 저장 형태인 재고(Inventory)의 수준을 조정함으로써 수요와 공급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전기는 저장이 쉽지 않은 재화이며,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그 경제성이 아직 생산자 입장에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수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결국 제주도에서는 공급 초과가 야기할 수 있는 전력망 과부하에 따른 정전사태를 방지하고자 해당 발전시설들을 강제로 멈추게 하여 전력생산을 하지 않는 출력제한(curtailment)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2015년 기준 연간 3회에서 2021년 기준 연간 64회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이에 따른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불만과 반발 또한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대한전기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2030년 기준으로 제주도의 출력제어량이 1TWh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러한 미래 상황을 고려해 볼 때에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는 시점에 이를 해소시킬 수 있는 추가 수요를 발굴하지 않으면, 출력제한으로 인한 문제와 갈등은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에너지를 열, 기체 및 액체 형태의 연료 등 다른 에너지로 전환 및 저장하는 기술들을 총체적으로 P2X(Power-to-X) 기술이라고 한다. 유럽이나 미국 등을 중심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데 열(Heat) 에너지로의 전환 및 저장, 수소 등 가스화(Gas) 및 저장, 전기기반 모빌리티(Mobility)에 대한 충전 등이 이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하게 연구되어 국내 상황에 적절한 기술 대안이 마련됨으로써, 미래 전력 수급이 보다 더 안정되기를 기대해 본다.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기자의 눈] 경마,

지난 주말인 27일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공원을 찾았다. 올 여름 야간경마 시즌 마지막 주말로 오전 개장부터 저녁 폐장까지 서울경마공원에 머물면서 인상에 남는 것은 오후 2시 경마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공원 분위기였다. 주말인데다가 최근 이어진 쾌적한 날씨 덕분인지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과 20대 커플들이 상당수 들어와 이곳이 경마장인지 일반 테마공원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오후 1시께부터 베팅을 위한 경마고객이 대거 입장하면서 가족·커플고객의 ‘비중’은 낮아졌지만 ‘사람 수’는 계속 늘었다. 경마장의 ‘명당자리’인 경주로 결승선 앞 관람대 1층과 야외 공간에는 아이들이 줄넘기, 달리기를 하며 뛰어 노는 모습이 저녁까지 이어졌다. 약 1시간 간격으로 경주마들이 결승선으로 달려들어올 때마다 아빠들은 아이를 목마 태워 말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사회 관계자는 이를 가리키며 "마사회가 지향하는 모습"이라고 귀띔해 줬다. 경마 유관단체 관계자도 "연령별로 입장객을 분석하진 않지만 최근 가족·연인 고객이 많이 늘었다"고 거들었다. 한 20대 커플은 기자에게 "서울경마공원이 생각보다 넓고 놀기 좋은 곳"이라며 "바비큐파티를 할 수 있는 곳도 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경마는 유럽과 북미에서 ‘귀족문화’로 통한다. 지금도 미국 켄터키더비 경마대회가 열릴 때는 처칠다운스 경마장을 빽빽이 메운 관람객들이 하나같이 정장과 드레스를 입고 경주를 관람한다. 우리나라 경마문화를 ‘귀족문화’라고 하긴 어렵다. 서울경마공원을 찾은 이날 모습은 국내 경마문화가 ‘가족문화’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한국경마는 100년의 역사와 프로야구보다 많은 연간 입장객 수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국민 레저’로 취급받지 못했다. 영국·홍콩 등과 달리 정부 주도로 경마산업을 운영하다보니 변화에 더뎠고,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관이나 특정 유력인사의 입김에 휘둘리기도 했다. 경마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고착화될 수밖에 없었다. 마사회는 오는 9월 착공하는 ‘국내 4번째 경마공원’인 경북 영천경마공원을 테마파크형 경마장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마사회 혁신안 중에는 승마산업을 활성화해 말산업의 저변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국내 말산업계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산업 소멸’의 위기를 겪었다. 그 때문인지 경마업계 안팎에서는 지금 마사회의 혁신에 대한 의지가 과거 어느 때와도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경마와 승마산업이 위기를 딛고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는’ 계기로 승화되기를 기대해 본다.kch0054@ekn.kr김철훈 성장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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