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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일관되지 않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

부동산 규제완화 기조에도 거래절벽이 허물어지지 않자 추가 규제완화 목소리가 잦다. 집값은 크게 떨어졌는데 종합부동산세는 더 걷히니 국민들 원성도 이만저만 아니다. 부동산업계 및 전문가를 비롯한 국민여론은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대출규제 및 세제 완화, 규제지역 추가 해제 등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을 손질하지 않는 선에서 서울과 경기 4개 지역(성남, 하남, 과천, 광명) 조정대상지역 해제 조치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등이 추가 규제완화 카드로 쓰일 전망이다. 즉 서울을 열어야 하는 것이 거래절벽 해소 핵심이다. 다만 지금까지 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인해 거래가 되지 않다던 인천 주요 지역과 세종시, 경기 외곽 지역은 규제지역 해제에도 거래절벽이 허물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가 추가 규제완화를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시장에 내놓은 급매물을 회수하는 분위기가 이뤄졌다. 재차 거래절벽이 형성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규제완화 카드로 DSR 완화가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대출한도를 늘리는 것만이 거래활성화를 견인한다는 말로 풀이된다. 다만 DSR을 두고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주담대 금리상승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현재는 DSR 60%로 완화해줘도 상당히 강한 제약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현재의 DSR 40% 적용이 연체율 방지에 큰 기여를 했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됐다. 가계부채 양은 많아졌지만 힘에 부쳐도 차주들이 원리금 상환 능력은 보유하고 있어 연체율이 상승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기조를 유지할 것인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 핵심은 거래절벽 해소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일전에 ‘소득대비집값비율(PIR)’ 18배를 언급하며 가격 하향조정을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의 정책은 하향조정보단 현상유지에 가깝다. 이에 대해 최근 원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한쪽에선 빚내서 집 사라는 거냐, 한쪽에선 현금 부자만 ‘줍줍’하라는 거냐" 양쪽 질타를 다 받았다고 했다. 또한 거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규제완화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2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는 25bp만 인상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덩달아 추가 규제완화 기조도 지속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대출 등 추가 규제완화를 통해 거래절벽을 해소할 것인지, 아니면 가격을 시장에 맡기고 급매가 시세가 되는 하향조정을 유지할 것인지 명확한 시그널을 국민에게 제시해서 혼동을 주지 말아야 한다. kjh123@ekn.kr2022102701000962800042881

[이슈&인사이트] ‘계약 자유’ 침해하는 납품단가연동제

근대 민법의 3대 원칙은 사유재산권 존중 원칙·사적(私的) 자치(自治) 원칙·과실책임 원칙이다. 사적 자치 원칙은 ‘계약 자유의 원칙’을 핵심적 요소로 한다. 헌법재판소는 "사적 자치는 계약의 자유ㆍ소유권의 자유ㆍ결사의 자유ㆍ유언의 자유 및 영업의 자유를 그 구성요소로 하고 있으며, 그 중 계약의 자유는 사적 자치가 실현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계약 자유의 원칙은 보통 계약 체결 여부의 자유·상대방 선택의 자유·계약 내용의 자유·계약 방식의 자유를 포함한다. 국회는 바야흐로 계약자유의 원칙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계약 내용의 자유’를 파괴하려 하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시도가 그것이다. 이 제도는 하도급 계약에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납품단가를 올려주도록 하는 제도다. 법안에는 원자재 가격이 10% 이상 상승하거나 하락할 경우 납품대금에 연동해 단가를 올리거나 내리는 내용을 약정서(계약서)에 기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다고 한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제품 제조에 쓰이는 원자재 가격은 올랐는데 납품 단가가 그대로면 수익이 그만큼 줄기 때문에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꾸준히 요구해 온 제도다.그러나 사인(私人) 간의 계약서 내용 중에 반드시 어떤 내용을 포함하라고 국가가 강제하는 것은 ‘계약 내용의 자유’를 침해하여 ‘계약 자유의 원칙’을 침해한다. 나아가 민법의 대원칙인 ‘사적 자치 원칙’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부터 입법 논의가 있었지만 국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우려에 따라 입법화되지 못한 것도 이 제도가 민법의 기본 원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이 제도가 입법화되면 입법 만능의 한국 국회가 나서서 정치가 시장에 개입하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나쁜 제도를 또다시 만들게 될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 제도의 가장 큰 피해자는 수급사업자인 중소기업과 소비자가 될 전망이다. 원사업자는 이와 같은 의무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 업체와 수급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크고, 결국 국내 수급업체인 중소기업은 해외 업체에 밀려 일감 자체를 얻지 못하게 될 우려가 크다.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것은 이미 원유가격 연동제에서 경험했다. 원유가격을 원유 생산비에 연동시키는 원유가격 연동제의 시행 결과 원유가격 상승률이 2017년부터 2020년 사이 72.2% 폭등했다. 우유는 남아돌고 소비자는 비싼 가격에 사 먹을 수밖에 없었으며, 같은 기간 유제품 수입은 급증했으며, 정부는 내년부터 이 제도를 폐지할 예정이다. 전경련이 지난 10일 개최한 ‘납품단가연동제 정책토론회’에서도 이 제도 도입은 국내 산업생태계를 약화시켜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고용감소, 정부지출 감소와 무역수지 악화로 GDP가 감소하게 되는 부정적 효과를 유발한다는 점이 중점적으로 지적됐다. 계약은 이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계약 후 사정변경으로 그 계약 이행이 일방당사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계약서상의 ‘하드십조항’(Hardship clause)를 이용하면 된다. 이 조항은 국내 계약서에서는 잘 활용되지 않지만 영미 계약서에는 널리 이용되는데, ‘사정변경조항’ 또는 ‘이행곤란조항’이라고 한다. 이는 계약을 이행해야 하는 양 당사자에게 어떤 정치적 또는 경제적 문제가 발생해 계약 이행이 곤란할 경우, 상대방에게 계약 내용을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서 조항이다. 정부로서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에게 ‘하드십 조항’의 활용을 권고하면 충분하다. 이미 자율적인 납품단가연동제를 시행하고 있는 포스코가 모범사례다. 누구보다도 법률을 존중하고 법 원칙을 지켜야 할 국회가 도리어 법의 기본 원칙을 무지막지 파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E칼럼]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과 거꾸로 가는 에너지정책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산업혁명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GCP(Global Carbon Project)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는 화석연료 연소에 의한 CO2 배출량 또한 역대 최대인 375억 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로 인한 2020년 감소 이후 2년 연속 증가 추세이며 2021년 대비로는 약 1% 증가하게 된다. 인류문명을 종말로 이어지게 할 현존하는 최대 위험요인 중 하나인 기후위기는 ‘공유지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 빚은 대표적 사례다. 공유지의 비극은 미국의 생물학자 개릿 하딘(Garrett Hardin)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모두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으나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공유지, 기후위기가 그렇다. 각 나라는 탐욕스럽게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인류 공멸의 길에 접어들었다는 경고도 무시한 채 화석연료 연소를 멈추지 않고 온실가스를 쉼 없이 배출해 왔다. 반면 경제학자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자신의 저서 ‘공유지 관리’에서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방대한 대안들을 분석하여 설명하고 국가적 해결 방식, 시장적 해결 방식, 그리고 공동체적 해결 방식을 각각 소개했다. ‘공동 자원에 대한 규제된 접근 및 협력’, ‘완벽한 질서(Perfect Order)’를 만드는 예 등 공동체적 해결 가능한 조건들을 제시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3 실무그룹 보고서를 보면 내년 1월 1일 기준 지구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이내로 억제할 수 있는 잔여 탄소 예산(Carbon Budget)은 2600억 톤(억제 확률 50%)으로 현재와 같은 배출 추세라면 6.5년 안에 고갈되게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WEO 2022‘에서는 모든 국가가 기후 목표를 제때에 완전하게 달성해도 1.7°C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고, 최근 폐막된 제27차 UN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COP26의 결정사항인 NDC(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약속을 거부하는 국가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의 대응만으로는 1.5°C 목표에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유럽연합(EU), 미국, 호주, 네덜란드 등 주요국과 국제기구 등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및 강화된 기후변화 대응 방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REPowerEU, IRA를 비롯해 RE100, CBAM, SBTi, IPEF 및 SEC·ISSB·IFRS 공시 등이 그것이며 공통의 목적이자 첫 번째 목적은 기후변화 대응이다. 예전에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무임승차(Free Rider)를 관대하게 대했다면 이젠 정확한 청구서(Scope 3와 같은)들이 날아드는 시대다. 이러한 조치의 결과는 놀랍다. EU의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점유율 목표는 32%에서 40%로 다시 45%까지 상향되었고, 호주의 경우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 43%,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82%로 각각 상향했다.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특히 태양광을 중심으로 확산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2030년까지 1200GW 이상 재생에너지 추가 목표는 2025년에 조기 달성이 예상되며, 특히 태양광만 2030년까지 1000GW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은 현재 60GW인 태양광 발전설비를 2030년까지 215GW로 확대하고, 미국은 IRA 시행으로 2020년 신규설치 10GW에서 2024년 49GW, 2030년 100GW 증가가 예상된다. 글로벌 신규 태양광은 2022년 260GW에서 2030년 650GW에 이르게 될 것이며 미국, 독일 등은 2035년에는 전력부문의 완전한 재생에너지 전환이 예상된다.영국의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의 일명 ‘스턴 보고서’(Stern Review)를 보면, 인류가 지금 당장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행동에 나선다면 해마다 세계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 비용으로 기후변화 영향을 완화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GDP의 20%까지 비용을 치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은 공공재이자 부정적인 외부성(외부불경제)을 발생시킨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데 투입되는 돈은 줄여야 할 비용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현재의 감축 비용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미래의 편익을 가져오게 된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조치들은 쓰나미처럼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목표 하향, SMP(전력도매가격) 상한제 도입,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 의무비율 하향, 협동조합 예산삭감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지원하는 주요국과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사마귀 몇 마리로 거대한 수레바퀴를 막을 순 없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기자의 눈] 항공우주청, 가장 중요한 본질은

지난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성공으로 한국은 실용급 위성 발사가 가능한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민간기업 주도 우주개발 체제인 ‘뉴스페이스’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정부는 이에 발 맞춰 국내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컨트롤타워인 ‘항공우주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항공우주청의 지역·명칭·거버넌스를 둘러싼 공방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주항공청, 항공우주청, 우주청… 신설될 우주산업 총괄 기관으로 거론되는 명칭들이다. 항공우주청은 대전시가 처음 언급해 굳어졌다. 다만, 과학계는 ‘항공’과 ‘우주’를 분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항공·우주 산업은 각각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각각 소관하고 있으며, 대부분 국가들은 별도의 항공 산업 독립조직을 운영한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이를테면 미국은 항공·우주 산업을 연방항공국(FAA)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으로 각각 분리해 운영한다는 것이다.항공우주청을 대통령 직속·국무총리 산하·범 부처 조직 등 어떤 거버넌스 형태로 설립할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주장이 조금씩 어긋난다. 대표적으로 항우연 노조는 항공우주청이 과기부·국방부 등 우주 산업 관련 부처를 총괄·조정할 수 있도록 이와 대등한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한다.각 지자체들이 항공우주청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결국 입지는 사천시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항공우주산업 기업의 60%·누리호 발사 참여 업체의 80%가 경남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결국 항공우주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이 ‘뉴스페이스’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선 신설될 항공우주청이 각 부처에 흩어져있는 우주 프로그램을 슬기롭게 조율하고, 민간이 우주 산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윤석열 정부는 오는 12월 ‘항공우주청 설립 추진단’을 신설해 항공우주청 기능과 조직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선다. 설립 추진단이 발족되면 이같은 논쟁도 어느 정도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항공우주청 롤 모델로 나사(NASA)를 지목했다. 결국 정부는 항공우주청에 NASA의 비전과 철학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한국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맡을지, 국가의 중장기적 우주 산업 로드맵을 어떻게 그려나갈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lsj@ekn.kr이승주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네오위즈 부스는 어디 있나요?" "니케랑 원신은 안왔나봐."올해 ‘지스타 2022’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던 반응이다. 올해 지스타는 기존 제1전시장에서만 열리던 BTC(기업소비자 간 거래)관을 제2전시장 3층까지 확장 운영했다.제2전시장 3층에는 네오위즈를 비롯해 레벨 인피니트, 호요버스, 플린트 등의 부스가 위치했다. 최근 리니지 형제, 오딘을 제치고 구글 플레이 최고매출 순위 1위에 오르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소녀 건슈팅 액션 모바일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 독일 게임스컴 3관왕에 빛나는 ‘P의 거짓’, 탄탄한 마니아층으로 장기 흥행에 돌입한 ‘원신’ 등은 모두 여기서 만나볼 수 있었다.현장에선 기존과 달라진 전시장 운영으로 해당 부스를 찾지 못해 헤매는 관람객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제2전시장 1층에 있는 BTB(기업 간 거래)관에 잘못 입장하려는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앞서 지스타 개막전 부스 구성이 공개되자 서브컬쳐 게임 장르만 제1전시장에서 먼 제2전시장 3층으로 몰아넣은 게 아니냐는 업계 관계자들의 볼멘소리도 들려왔다. 행사 내내 3층으로 올라가려는 관람객들은 좁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 줄을 서야만 했다. 이 줄은 제1전시장과 제2전시장을 잇는 2층 구름다리 중간까지 길게 늘어졌다.올해 지스타 조직위원회는 대규모 인파에 따른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인원 분산’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매해 실시하던 관람객 집계도 멈추고 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별다른 사고 없이 안전한 마무리에 성공했지만, 게임 팬들의 만족도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넓어진 행사장 규모만큼 관람객 동선이 한층 여유로워지고 전시장 내부 밀집도도 완화됐으나 부스 위치 홍보나 구성면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게임 속 캐릭터가 돼 행사장을 온전히 축제로 즐기려는 코스프레 관람객들도 대부분 야외 부스나 제2전시장으로 몰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실제로 최대 관람객 수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견됐던 이번 지스타의 총관람객 수는 18만4000명에 그쳤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축소 운영됐던 지난해보다는 늘었지만 최대 인파였던 2019년의 24만명에 비해서는 모자란 수치다.행사장의 안전관리는 어떻게 보면 주최 측의 당연한 의무이자 목표다. 안전에 만전을 기한 부분은 칭찬받아야 마땅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게임 팬들을 위한 부스 배치와 운영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대형 게임사와 인기 지식재산권(IP)에만 집중되지 않고 서브컬쳐 장르나 중소형 게임사 등에도 좀 더 주목해,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로서 지스타의 위상이 한 단계 더 높아지길 기대해본다.sojin@ekn.kr윤소진 산업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가상자산 회의감 키운 FTX 사태

하루 거래량이 11조에 달해 세계 3위를 넘보던 가상자산 중개소 FTX가 지난 11일 미국 델라웨어 주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이 회사의 샘 뱅크만 프리드 최고경영자(CEO)는 이제 갓 서른이 된 청년으로서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20조가 넘는 자산을 보유한 최연소 억만장자로 포보스에 소개되기도 했지만,이 사태를 계기로 그의 잔고 또한 텅 비게 되었다. 이 회사의 파산은 마치 지난 5월의 루나 사태를 연상시킬 만큼 매우 급작스럽게 그리고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FTX중개소는 자체 발행한 코인 FTT를 유통시키고 있었는데 FTT는 한때 60달러 가까이 거래되기도 했다. 지난 9일 FTT의 최고가는 19.33달러에 육박했는데, 갑자기 하락하기 시작하여 그날 하루만에 84% 폭락한 3.14달러까지 떨어졌다. 폭락은 루나사태 때처럼 서로 경쟁적으로 투매하는 뱅크런이 원인이었고, 그 시작은 며칠전 바이낸스의 CEO 자오창펑이 자신이 소유한 FTT 5억 달러를 시장에 투매한 것이었다. FTX의 추정 부채는 무려 66조원에 이른다.FTX는 소프트 뱅크의 비전펀드가 1억 달러, 즉 한화로 약 13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 밖에도 캐나다 온타리오의 교사 연금도 990억원 가까운 돈을 투자했다.약 2800억원을 투자한 헤지펀드 세쿼이아 캐피털은 이미 전액을 대손처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FTX에는 삼성 계열 투자사인 삼성넥스트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들의 총 손실이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이번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에는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는데, 무엇보다도 유사한 형태로 영업하던 중개소들이 몇 개 더 연쇄 도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 와중에 10위권 정도의 중개소인 크립토닷컴에서 무려 32만개의 이더리움이 정체 불명의 지갑으로 이체된 사실이 알려졌다. 이는 크립토닷컴 보유 이더리움의 80%에 육박하는 수량인데, 중개소는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실수로 이체되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는 보통 중개소들이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할 때 서로 자금을 빌려주며 돌려막기 한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이를 강하게 반증해 주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읽었다. 돌려막기는 심각한 문제인데, 돌려막기에 사용된 자금은 중개소 자신의 자산이 아니라 다름아닌 고객이 예치한 자산을 빼돌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크립토닷컴이 자체발행한 크로노스라는 코인은 1주일간 시세가 40%나 폭락했으며, 파산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FTX가 설립초기에 많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트론이라는 업체도 위기설이 솔솔 흐르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발행과 유통 그리고 고객 자산의 수탁과 보관까지 모두 중개소가 맡아 하는 금융권에서는 있을 수 없는 기능 집중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예컨대 한국 주식거래소는 고객의 주식 거래만 중개할 뿐, 실제 명의개서와 보관은 예탁결제원에서 하도록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한국주식거래소가 고객 주식에 손을 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코인 중개소가 고객들 코인에 손을 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는 하나도 없는 셈이다.이번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 자체가 더욱 위축될 것은 불을 보듯뻔하다. 특히 월가의 여러 기관들은 이미 루나 사태를 겪으면서 포트폴리오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며, 결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낀 바 있다. 이번사태로 인해 이제 더 많은 기관들이 포트폴리오에서 가상자산을 제외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 결과 가상자산에 공급되는 유동성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이 시장은 예측 불가능하고 불투명한 투자 외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돈이 오가는 시장에서 한번 무너진 신뢰를 단기간에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국에서는 또 다시 가상자산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와 투자자보호를 위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나오겠지만, 그 전에 깊게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도대체 이 시장이 왜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다. FTX 사태는 가상자산은 사회적 이익이 전혀 없이 오로지 투기라는 사익만 존재하는 시장이라는 회의감을 투자자들에게 다시 한번 깊게 각인시켰다.※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주임교수

[EE칼럼] 전력생태계 위기 초래할 SMP상한제 재고해야

올해 한국전력공사의 적자가 30조 원을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차츰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력당국이 내달부터 긴급정산상한가격제(SMP 상한제)를 도입, 시행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력당국과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전기요금 급등으로부터 전기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SMP 상한제를 시행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SMP 상한제가 간과하고 있는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SMP 상한제는 우리나라 전력시장이 ‘변동비 반영시장(CBP; cost-based pool)’이라는 규제시장임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양방향 가격입찰시장에서는, 발전사업자들과 판매사업자들이 각자 임의로 제시한 호가를 바탕으로 전력거래가격이 정해진다. 그에 따라 사업자들이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서 야기된 대규모 수급불안 기회를 이용하여 막대한 횡재이익을 얻기 위한 가격책략을 사용할 유인이 있으며, 이는 전력거래가격의 과도한 급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반면 CBP 시장에서는,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가 한 달 전에 각 발전기의 변동비를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력거래 입찰을 진행하기 때문에, 횡재이익을 얻기 위해 전력거래가격을 급등시키는 가격책략이 애당초 실행될 수 없다. 게다가, 원전·석탄발전 등 기저발전기는 정산조정계수에 의한 총괄원가 규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횡재이익을 얻을 여지는 전혀 없으며, 따라서 이에 대해 SMP 상한제를 적용할 여지 역시 없다. 결국, SMP 상한제가 그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저원가 LNG 발전기가 누리는 초과이윤을 억제하는 것에 더하여, 그 밖의 대다수 LNG 발전사들에 대한 보상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 전력당국이 최근 용량요금을 인하시키는 조치를 취하는 한편, 긴급정산상한가격을 초과하는 발전기의 변동비 전부가 아니라 (무부하비용 등이 반영되지 않아 과소평가된) 연료비만 보상하려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물론 이는 (차액계약 등 전력거래가격 헤지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못한 상황에서) 대다수 LNG 발전사들의 부당한 대규모 손실로 귀결될 것이며, 재무적 한계상황에 놓인 발전사들은 신용도 하락으로 연료 조달을 위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거나 더 많은 금융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게 되고, 자칫 도산 위기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SMP 상한제가 초래할 ‘발전기를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 상황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할 뿐만 아니라 재산권 제한에 따른 ‘정당한 보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낮지 않다. 무엇보다도 우려스러운 점은 LNG 직수입 발전사들이 LNG를 보다 낮은 가격으로 도입하려는 유인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발전사 경영진의 배임 문제를 고려할 때, 발전기를 돌려 손해를 입느니 차라리 비싼 연료를 도입해 급전지시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전력시장을 보이콧하려 할 가능성은 그저 기우가 아닐 것이다. 값싼 LNG 물량을 확보하더라도, 국내에서 발전용 연료로 쓰기보다는 고가를 제시하는 유럽 수요자에게 되파는 것이 이익일 것이다. 이는 결국 가스도매사업자인 가스공사의 LNG 도입 부담을 증가시키는 한편, 전력시장의 전력구매비용 총액을 더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전력당국이 100kW 미만 소규모 태양광발전기에 대해 SMP 상한제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고려할 때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전력당국은 SMP 상한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하지만, 글로벌 에너지 위기의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그리 신뢰하기는 어렵다. 이렇듯, SMP 상한제의 의도는, ‘물가안정’이라는 다분히 정치적인 고려에서 비롯된 전기요금 인상 제약이 초래한 한전의 대규모 손실을 일부나마 발전사들에게 강제적으로 떠안기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SMP 상한제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전력시장의 정상적 작동을 왜곡시킬 뿐인 하책에 불과하다. 전력시장 자체에 대한 발전사업자들의 일말의 신뢰마저 무너뜨림으로써 전력생태계 전체를 총체적 위기로 내모는 SMP 상한제 도입은 재고해야 한다.※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기자의 눈] 8시간 연장근로제 유지되려면

[에너지경제신문 김하영 기자] "중소기업계를 위해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을 반드시 풀어야 한다. 중소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겠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5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주52시간제 관련 8시간 추가연장근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밝힌 말이었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지난해 7월부터 종사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시행된 주52시간제의 적용 부담을 일정 기간 덜어주기 위해 3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1주 8시간의 추가적인 연장근로를 올해 말까지 허용한 제도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중소기업 대표들도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영 악화, 납기 미준수에 따른 거래관계 단절 등과 같은 피해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간중간 급하게 납기를 맞춰야 하는 경우에 어쩔 수 없이 근로시간 연장이 필요하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이런 경우를 위한 보험과 같은 제도"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노동계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장시간 근로시간만 고착화시킬 뿐이라며 일몰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1주 52시간 상한제를 무력화시키고, 사실상 1주 60시간 초과근무를 합법화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국내 산업재해사고 대부분이 영세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유지는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권을 더 악화시키고, 젊은층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를 부추겨 중소기업 인력난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 KBIZ중소기업연구소의 ‘MZ세대 중소기업 취업관련 데이터(26만8329건)’ 분석 결과는 젊은 세대의 노동시간 인식을 잘 보여준다. 20∼30대 젊은 구직자들의 취업 관심사 1,2위는 ‘근무시간’(응답률 25.8%)과 ‘자기성장 가능성’(응답률 21.3%)이었다. 급여수준(17.3%)도 낮지 않았지만, 젊은층의 직장선택 우선순위가 워라밸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을 막는 게 ‘시급한 발등의 불’인 점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무작정 계속 유지만을 주장하기보다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을 만들기 위한 근무여건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기업주와 노동자가 상생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김하영 성장산업부 기자 김하영 성장산업부 기자

[데스크 칼럼] 한전 아이러니 캠페인 속사정

담배회사가 금연운동하는 것을 어찌 봐야 하나. 우선 병 주고 약 준다는 비난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없는 게 아니다. 담배회사엔 거미줄 규제로 마땅한 마케팅 방도가 없다. 캠페인이라도 해서 이름을 알리는 게 고작이다. 일종의 패러독스(역설) 마케팅이다. 담배회사는 사람 몸에 해로운 담배를 판다는 숙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약점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금연캠페인을 공익활동으로 포장해 기업 이미지를 우호적으로 돌려놓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드물다. 당장 빵 장수만 봐도 전혀 다르다. 빵 장수가 빵 소비 절약에 나선다면 누가 봐도 어이없는 일이다. 빵을 만들거나 파는 사람 입장이라면 빵 소비를 늘려야 한다. 그런데 소비시장을 키워도 모자랄 판에 자청해서 소비 줄이기에 나선다면 미쳤다는 소리 듣기 십상이다.그게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전기를 판매하는 한국전력공사, 한전 자회사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공기업. 그들이 최근 이 모순된 행동에 나섰다. 지난 14일 전국 주요 거점 도시 대국민 거리홍보를 시작으로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직원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겨울철 에너지절약 실천요령 자료를 배포했다. TV와 라디오 등 매체에선 공익광고 형태로 에너지절약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왜 이런 아이러니가 벌어지는가. 공기업이니 정부가 시켜서일까. 솔직히 꼭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시급한 과제다. 당연히 정부가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고비용 저효율은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린다. 당장 우리 경제 사정을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무역수지의 악화 원인 중 78%를 차지한다고 한다. 무역수지가 최근 역대급 적자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우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는 고환율·고물가를 불러왔다. 이는 결국 소비 및 투자 축소로 이어지고 경제성장의 엔진을 식게 만든다. 에너지 고비용 저효율이 우리 경제를 허약체질로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우리나라는 에너지를 90% 이상 수입에 의존한다. 그런 우리로선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가 생존 전략이자 국가 경쟁력 향상의 무기다. 하지만 우리의 에너지 소비실태를 보면 걱정이 태산이다. 에너지 다소비 국가 중 세계 8번째다. 국내 총생산 대비 에너지 소비량으로 계산하는 에너지 효율 수치를 보면 최하위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중 35위다. 유럽 국가들은 비교적 에너지의 자급률이 높고 소비나 효율 면에서도 대체로 우리보다 낫다. 그런 유럽조차도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을 맞아 짠내 나는 위기 극복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일반 가정에선 샤워시간을 줄이며 불편을 감수한다. 프랑스 관광 명소인 에펠탑 조명도 1시간 일찍 소등한다. 밤거리 가로등이나 간판 네온사인까지 꺼서 관광객이 호텔 찾기 쉽지 않을 만큼 어둡다. 기업은 회사 에너지 경비 절감을 위해 재택근무를 확대하려다 직원들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그러나 우리에겐 문제의식도, 위기감도 없어 보인다. 에너지 위기는 딴 세상의 일 같다. 그만큼 한가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과소비 또는 낭비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에너지 절약하는 게 마치 바보 취급 받는 세상이다. 곳곳이 에너지 소비로 흥청망청이다.한 겨울에도 실내 런닝셔츠에 반바지차림이다. 한강다리나 도심 새 아파트 야간 조명은 휘황찬란하다. 상가 밀집 지역은 곳곳이 불야성이다. 문 열고 난방이나 냉방하는 가게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농촌에선 과일재배도 전기 온실에서 한다. 국내 전력의 63%를 쓰는 산업현장은 온통 에너지 다소비 기반으로 짜여져 있다. 반도체·자동차·철강·정유화학 등 주력산업 자체가 에너지를 많이 쓰는 업종 일색이다.정부가 우리 사회의 이런 에너지 과소비와 비효율에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한전과 산하 발전 공기업은 전기를 판매하거나 생산하는 곳으로 에너지 소비절약에 나서는 것을 내켜하지 않을 수 있다. 설령 그럴지언정 그들의 팔을 비틀어서라도 에너지 낭비를 막고 비효율을 제거하는데 앞장서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고 존재 이유다.한전과 산하 발전 공기업의 최근 절전 캠페인이 단순히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 동참하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한전이 최근 처한 상황은 에너지 소비 절약 캠페인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절박하다. 정부가 굳이 시키지 않아도 절전 운동의 전면에 설 수밖에 없다.한전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영업손실 21조8342원을 나타냈다. 지난해 연간 적자(5조8542억원)의 3.7배에 달했다. 특히 올해엔 한전의 주 수입원인 전기요금을 18% 정도 올렸는데도 적자가 천문학적인 규모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제 에너지가격이 크게 치솟으면서 발전 연료비가 급등했는데도 이를 전기요금 상승이 따라가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 전기를 팔수록 손해 보는 한전의 사업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사업구조에선 많이 파는 것보다 적게 파는 게 유리하다. 사업을 접는 게 최선이다. 그렇다고 공기업이니 장사를 안 할 수도 없다. 오죽했으면 한전이 에너지 절약 캠페인까지 벌이겠는가. 발전 공기업도 생산 전력을 한전에 제값 받고 팔면 별로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한전에 인계철선이 달려 있다. 한전의 자회사로 재무제표 작성이 연결기준이다. 한전이 연료비 정산 등 방식으로 수익을 조정해 나눈다. 한전이 경영 악화에 놓이면 발전 공기업으로부터 전력을 사가면서 제값을 쳐주기 어렵다. 한전이 휘청거리면 발전 공기업도 연쇄적으로 어려워진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자구노력이 뒤따르겠지만 그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대부분은 전기요금이나 세금을 더 많이 내 적자를 메워주는 수밖에 없다. 한전의 최근 경영악화가 급기야 금융시장의 돈맥경화까지 불렀다. 최우량 등급으로 평가받는 한전채가 금융시장의 블랙홀로 떠올라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6%대 금리로 시중 자금을 쓸어가면서 수요가 집중되는 연말 기업 등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한전은 적자 누적으로 전력을 사올 자금이 부족하자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한전채는 23조9000억원(장기채 기준)어치 신규 발행됐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공사채 신규 발행액의 70%가량을 차지한다.에너지 절약 캠페인은 에너지 과소비와 비효율 문제점을 알리고 그에 따른 위기 경각심을 일깨우는 좋은 계기다. 지난 1998년 국가 부도 상황에서 금 모으기 운동도 외환위기 극복의 단초였다.캠페인은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보다 실효성 있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를 위해선 여러 인센티브나 패널티가 있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요금 현실화 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요금이 높으면 에너지를 쓰라고 해도 못 쓴다. 캠페인 같은 번잡한 일을 요란하게 벌일 것도 없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요금이 싸기로 유명하다. 특히 전기요금은 독일의 5분의 1,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가스요금도 영국의 절반에 훨씬 못 미친다. 요금 수준을 싸게 유지하면서 말로만 절약을 외쳐 본들 효과가 얼마나 있겠는가. 정부가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를 위해 해마다 캠페인을 벌이고 관련 사업 추진을 위해 수천억 원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그런데도 에너지 과소비는 여전하다. 산업현장의 효율화나 사업구조 개편 등이 더디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의 천국으로 꼽히는 것도 바로 저렴한 전기요금에 있는 것 아닌가. 전기요금이 싼 것을 빗대어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도 이제 ‘전기 쓰듯 한다’로 바꿔야 할 것 같다는 우스개를 그냥 흘려들을 수 없다. 에너지 요금의 현실화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지금처럼 대통령 지지율이 낮고 국민 살림살이 형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선 더더구나 어렵다. 에너지는 모든 산업의 기본 원료다. 에너지 가격을 올리면 서민경제에 타격을 주는 물가 불안의 충격과 우려가 없지 않다. 가뜩이나 고물가 상황인데 공연히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하지만 어떤 정책이든 효과가 있으면 부작용이 따른다. 그렇다고 그 부작용이 무서워 제 때 효과적인 정책을 못 쓰고 기회를 놓치면 그 비용과 후유증은 커질 수밖에 없다. 냄비가 끓기 전에 레인지 온도를 낮춰야 한다. 부풀어 오른 풍선은 바람을 서서히 빼야 한다. 에너지 요금 폭탄이 한꺼번에 터지기 전에 좀 더 과감한 에너지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 자꾸 물가 불안 핑계를 대고 눈치 보며 효과가 의심되는 캠페인 등으로 먼 길을 돌아가지 말라. 캠페인은 내년 본격적인 에너지요금 현실화에 앞서 예방주사 역할을 할 수 있다. 에너지요금 현실화로 당면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바란다. 결코 쉽지 않는 길이지만 보다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EE칼럼] 분산에너지 공급 늘려 전력수급 비대칭 해소해야

우리나라는 수도권 및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력수요가 집중되어 있는 반면, 전력의 공급은 해안가에 세워진 대형발전소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전력 수요지역과 공급지역 비대칭으로 인하여 2021년 기준 9343억 원에 달하는 송전손실이 발생하였다. 향후 점점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금과 같이 해안가에 대형발전소를 건설하는 경우 전력수요지까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송전망을 추가로 건설하여야 한다. 우리는 2008년 이후 밀양의 송전선로 건설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을 경험하였다.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강원도, 경북 울진, 충북 중추 등 전국 곳곳에서 송전탑 갈등 발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와 같은 배경 하에 전력 수요지 인근에서 생산하는 분산에너지 공급 확대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분산편익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열병합발전을 기준으로 송전설비 회피비용 편익인 MW당 7억 원 수준, 배전설비 회피 편익은 MW당 8억 원 정도에 이른다. 이와 같은 분산편익을 창출함에도 불구하고 현 전력시장에서는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열병합발전소와 같이 땅값이 비싼 수요지 인근에 위치하는 경우 건설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안가와 같이 멀리서 전기를 생산하여 끌어오는 송전 과정이 생략되고 곧바로 전기 공급이 가능하다 보니 편익비용이 비용의 장벽을 뛰어 넘게 되므로 시장에서 편익비용이 제대로 반영된다면 도심지 분산에너지도 시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환경 편익을 창출하는 신·재생에너지는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제도를 통하여 지원받는 것과 달리 분산편익에 대한 시장·제도적 보상이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향후 전력 수요지 인근에 열병합발전소, 연료전지 발전 등 분산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분산에너지사업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편익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가격과 이윤에 의해 작동되는 시장경제질서원리에 의하면 분산에너지의 확대는 한계가 있으므로 촉진 제도를 통하여 분산에너지 시장을 육성하자는 것이다.이와 같이 그동안 분산에너지 편익지원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오랫동안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분산편익을 지원하자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분산전원 편익지원이 그동안 에너지기본계획이나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수차례 거론되었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열병합발전의 분산편익에 대한 합리적 보상방안을 마련하기로 하였고,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편익보상 등 제도개선으로 분산형전원 활성화 촉진을 포함하고 있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광역별 전력자급률 제고를 위해 열병합발전소, 발전용 연료전지 등을 수요지 인근에 배치하기 위한 인센티브 모색 필요성을 포함하였다. 분산에너지 편익지원을 현실화하기 위하여 이를 법제화 할 필요가 있다.수년간 분산편익 지원 제도 마련을 위한 논의가 있었고, 최근에는 분산편익 지원의 법적근거가 될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으로 구체화 되고 있다. 법안은 분산편익에 대한 지원 외에도 분산에너지 사업자에 대한 보조·융자, 기금의 투자 및 조세특례제한법,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조세감면, 분산에너지 개발 및 보급촉진을 위한 국유재산, 공유재산의 대부·사용 등 분산에너지 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예정하고 있다.현재까지 논의된 법안의 내용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지정해 전기사용자에게 직접 전력 판매를 허용하는 등 전력거래 특례, 통합발전소의 도입 등 기존의 전력시장에서 없었던 전기사업자의 추가, 한전 주도로 계통 안정화 및 배전계통 운영제도를 도입해 배전망운영자와 감독기관인 배전감독원 설립을 포함하고 있다.그동안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제정을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어 왔다. 최근에는 여야 의원 가리지 않고 분산편익 지원을 담은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제정안을 다듬은 수정안의 발의가 예고되었다. 금명간 법안이 통과 및 이를 구체화활 하위법령의 제정으로 분산에너지 사업의 분산편익에 대한 지원이 현실화 된다면 분산에너지 활성화는 본격적으로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한다.이동일 법무법인에너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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