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7일(금)
에너지경제 포토

정훈식

poongnue@ekn.kr

정훈식기자 기사모음




[이슈&인사이트] 창업역량 강화로 산업 활력 키워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22 09:39

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23052201000848900041161

▲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발표한 ‘한국산업 역동성 진단과 미래 성장기반 구축’ 보고서에서 "다이나믹 코리아는 옛말"이라며 한국의 산업 역동성이 위기라고 경고했다. 국내 산업은 성장잠재력 약화, 일자리 창출 능력 저하, 사회갈등 심화와 같은 이유로 역동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필자는 사회계층 이동의 역동성이야말로 그 사회의 역동성을 견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조선시대에는 이전 시대에 비해 사회계층의 이동이 활발했다. 조선은 신분상승에 있어서 이전 고려와는 다른 혁신적인 사회였다. 경국대전에 따르면 노비를 제외한 양인은 누구나 과거시험을 통해 양반이 될 수 있었다. 원로 역사학자인 한영우 교수에 의하면 조선 초기에 양인의 문과급제비율이 40.4%에 달했다. 이후 선조 때 16.72%까지 낮아졌다가 다시 꾸준히 올라 고종 때는 58%에 이르렀다. 공부만 잘 하면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국가가 조선이다. 조선왕조가 500년이나 지속될 수 있었던 데는 이처럼 신분이동이 역동적이었다는 점이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계층 이동은 인류역사에 있어서 분기점을 만들었다. 사회계층이동은 때로는 급진적으로 이루어졌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귀족계급이 누리던 자리를 부르주아계급이 차지했고, 볼셰비키혁명은 공산주의자들이 지배계급을 차지했다. 그러나 현대, 특히 자본주의사회에서는 혁명보다는 개인의 노력을 통해 사회계층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회계층 이동성이 그 사회의 역동성을 대변한다. 미국 이민자들의 ‘아메리칸 드림’은 현대사회에서의 사회계층이동성을 상징한다.

필자는 최근 전 세계의 여러 대학을 방문하고 대학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예상보다 많은 국가의 대학들이 스타트업 교육 및 육성에 열성적이었다. 독일과 프랑스,미국 등의 대학들은 이미 IT, AI와의 융합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창업교육 수준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여겼던 필자의 생각은 완전히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게됐다. 태국의 한 대학에 창업관련 시설과 활동을 보고는 우리나라 창업교육에 대해 ‘우려’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발전한 세계 유일의 국가라고 한다. 이런 저력은 바로 뜨거운 교육열에서 나왔다. 과거에 경제가 연 10% 이상씩 성장하던 시기에는 대학만 나오면 쉽게 취업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소위 일류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렵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백필규 박사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이 달라졌고, 지식습득 환경이 바뀐 데서 그 이유를 찾는다. 과거처럼 대학 서열대로 기업에 취업이 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산업화 시대에는 업무에 필요한 기본 지식을 갖추고 성실하게 일하는 인재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습득한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고 환경변화가 매우 크기 때문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기회를 발견하는 능력이 중시된다. 이런 능력은 창업역량을 강화하는 데서 길러진다. 이것이 우리가 대학에서 창업 공부를 하고 창업 시도를 해 보는 근본적인 이유다. 대학 재학 중 창업역량을 키움으로써 기업이 찾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공적인 기업가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창업역량을 기르고 창업시도를 하는 것은 더 이상 일부 모험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창업정신을 기르고 역량을 키워서 취업과 창업의 기회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필수적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창업교육에 대한 관심은 선진국이나 개도국 할 것 없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으며, 선진국 뿐만 아니라 개도국의 창업교육 수준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창업교육에 대한 투자가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을 인정하고 국가가 정책적으로 더욱 지원해야 한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