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EE칼럼]역주행하는 재생에너지 정책

영국 에너지연구소(Energy Institute)와 파트너사인 KPMG 및 Kearney는 지난 6월26일 ‘세계 에너지 통계 검토(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72차 연례보고서’를 발표(71차까지는 BP에서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에너지 산업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0.8% 늘었고 이산화탄소 환산 톤 기준으로는 393억t(CO₂eq)으로 사상 최고치다. 지난해 태양광과 풍력발전 신규 설치 용량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고 발전량 기준으로는 태양광 25%, 풍력 13.5%가 증가하면서 전체 발전량의 12%를 차지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수력 제외)이 지난해 순전력 수요 증가의 84%를 감당했는데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를 막지 못했다. 특히 역대 6월 최고 기온, 해수면 온도 최고치, 남극 빙하 최저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사상 최고치 등 기후 위기 4개 지표가 최악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었던 직후라 아쉬움은 더 컸다. 지난해 전 세계 1차 에너지 소비량은 전년에 비해 약 1% 증가했고 2019년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비해서는 약 3%늘어났다.이 기간 가스소비량은 3% 줄고 재생에너지(수력 제외) 소비량은 13% 늘었다. 화석 연료의 소비 점유율은 약 82%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도 이번 보고서가 희망적인 것은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과 풍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태양광(191.5GW)과 풍력(4.6GW)이 총 266GW의 사상 최대 규모로 새로 설치됐다. 특히 태양광은 누적 용량이 1053GW로 1TW 시대를 열었다. SolarPowerEU는 1GW에서 1TW로 증가하는데 22년이 걸렸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TW는 5년 이내에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보고서는 현재의 속도로는 1.5도 경로(지구 평균온도 1.5도 이내로 상승억제)에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 각국 정부가 긴급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라는 파리 기후변화협약 목표 달성은 어렵다고 경고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도 6월22일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환 전망(WETO) 2023’에서 2050년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연간 975GW, 이후 2050년까지 연간 1066GW의 재생 발전용량을 추가할 것을 전 세계에 촉구했다. 이는 지난해 설치 용량의 3배가 넘는 규모다. 2030년까지 연간 태양광 551GW·풍력 329GW, 2050년까지는 연간 태양광 615GW·풍력 335GW가 추가돼야 한다. 이러한 규모는 재생에너지 전성시대를 넘어 가히 재생에너지 혁명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와 관련해 RMI(Rocky Mountain Institute)는 ‘재생에너지 혁명(The Renewable Revolution)’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전환은 재생에너지의 기하급수적 성장에 의해 주도되며 주요 변화는 2030년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기술혁명을 6단계로 분류하고 영국이 주도했던 1~2차 산업혁명과 증기의 시대, 미국이 주도했던 3~5차 철·석유 대량생산, IT의 시대를 넘어 6차 재생에너지 혁명이 도래하며 그 주인공은 중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 글로벌 태양광 용량 추가의 약 50%, 풍력 추가의 약 40%가 중국에 의해 이뤄졌다. 2023년 3월 말 기준으로 비화석 발전용량은 전년 대비 15.9% 증가해 전체 설비용량의 50%를 넘어섰다. 태양광 설비는 지난해 86GW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2배를 육박하는 154GW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했다. 154GW는 2022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가 설치한 태양광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한다. 혁명에 가까운 기하급수적인 재생에너지 증가는 브라질, 베트남, 인도, 모로코 외에도 덴마크, 아일랜드, 영국 및 독일, 미국, 호주, 네덜란드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5월까지 지난해 설치량의 71%인 61GW의 태양광을 설치했고, 2030년 목표를 5년 앞당겨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1분기 역대 최대, 독일은 5월까지 전년도 설치량의 67%, 호주는 1분기 만에 지난해 설치량의 94%에 달하는 태양광을 설치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홀로 역주행 중이다. Ember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량 중 재생점유율은 OECD 최하위다. 태양광과 풍력을 합한 점유율은 5.4%로 세계 평균 (12.0%)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아프리카(4.6%)와 비슷하다. 재생에너지 설치는 역성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30.2%에서 21.6%로 낮췄다.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석탄화력발전소를 2021년 신서천(1GW), 고성하이 1,2호기(1.04GW×2), 2022년 강릉안인 1호기(1.04GW), 2023년 강릉안인 2호기(1.04GW)를 건설한데 올 하반기에는 삼척화력 1호기(1.05GW), 내년 삼척화력 2호기(1.05GW) 준공을 앞두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스스로 변하지 않고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면 그 선택에는 큰 고통과 대가가 뒤따른다. 우리 정부의 잘못된 정책 피해가 고스란히 기업과 국민의 몫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에너지전환포럼 이사

[이슈&인사이트] 자기 성찰에 인색한 안전학계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우리나라 안전수준이 낮은 이유는 뭘까. 안전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붓는데도 성과가 저조한 원인은 뭘까. 법제의 엉성함, 행정기관의 비전문성 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안전분야 학계의 수준이 낮은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양적으로는 우리나라만큼 안전학자가 많은 나라가 없다. 그러나 역량은 선진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다. 학자의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질이 문제인 것이다. 사회과학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막스 베버는 한 강연에서 학자가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 "중요한 문제에 침잠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학문을 단념해라. 학문에 대한 도취, 열정과 소명의식이 없는 사람은 다른 일을 해라"라고 일갈했다. 우리나라 안전학자들 중 베버의 요구를 반이라도 충족하는 학자가 얼마나 될까. 베버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안전’에 관한 ‘학문’을 한다고 평가받을 만한 학자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세간에선 안전공학과 교수를 위시한 안전학자들을 보고 "정작 안전을 모른다. 무늬만 안전학자다", "안전을 오염시키고 있다", "학문보다 돈벌이에 치중한다"는 등 혹평이 자자하다. 제대로 된 학식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안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을 모르는 건 안전학자 자신들뿐이다. 학자들의 안전에 대한 이론과 문제의식이 실무자보다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공공연하게 들린다. "이론 없는 경험은 맹목적이고, 경험 없는 이론은 지적 유희에 불과하다"(이마뉴엘 칸트). 안전학자 대부분은 안전에 대한 경험과 이론 모두 빈약하다. 경험이 있어도 이론에는 문외한이다. 문제는 부족함을 메우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학생들에 한정되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에 미친다. 교수 타이틀만 갖고 있으면 전문성이 없어도 전문가로 인정돼 공공기관과 기업의 평가·심사위원, 시험출제위원으로 위촉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학습 방향성도 제시하지 못하는 게 안전학계의 현실이다. 애꿎은 학생들이 안전에 대한 전문성도, 사명감도 부족한 교수들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안전과 접목시킬 생각 없이 다른 학과에서도 얼마든지 수강할 수 있는 과목을 가르치는 데 급급하다. 기본서 없이 파워포인트로만 알량하게 수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수업이 머리에 남는 게 없고 실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안전공학과를 현재처럼 운영할 거면 학생들을 위해, 정부와 기업의 착각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학과 명칭과 커리큘럼의 혁신이 절실히 요구되는데도 무지와 기득권에 갇힌 교수들이 무작정 반대를 한다. 학계는 모름지기 정부 정책과 기업 실무에 이론적 자양분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안전학계는 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인식도 없고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안전의 기초뿐만 아니라 안전부서의 위상과 역할조차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수요자는 안중에도 없다. 오죽하면 세금과 등록금만 축낸다는 비판마저 나오겠는가. 안전학계의 또 하나의 병폐는 비판적 사고가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안전학계는 비판의 무풍지대’라는 비아냥이 들리기도 한다. 안전에 대해 모르거나 무관심하다 보니 법제도와 정부정책, 현안사항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이 약하다.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학자의 본연의 역할보다는 정부의 들러리 역할을 하는 어용학자가 많은 이유이다. 학회가 아카데믹하지 않고 아이러니하게 학술대회에 학술토론회가 없다. 안전 관련 자격(면허)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안전 분야는 초급자격증뿐만 아니라 기술사, 지도사까지도 기본서 공부 없이 기출문제만 공부해도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자격(면허)이 역량을 높이는 수단이 되지 못하는 건 학자들이 주축인 출제위원부터 안전의 대한 지식이 미흡한 탓이 크다. 기출문제나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사항 위주로 출제를 하게 되는 주된 이유이다. 안전학계만큼 존재감이 없는 분야가 있을까 싶다. 안전학의 특성과 학문 흐름을 읽지 못하고 개혁의 저항세력이 되고 있다. 안전학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사회의 안전이론을 견인하기는커녕 산업계의 수요에조차 부응하지 못하는 학계의 잘못된 관행을 더 이상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 훗날 역사의 가혹한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혁신해야 한다. 사회는 묻고 있다. 누구를 위한 안전공학과인가?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프랑스 인종차별 얼마나 심하길래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로 프랑스가 들끓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3년만의 독일 국빈 방문을 연기했다. 지난 6월27일(현지시간) 파리 외곽에서 교통 법규를 위반한 뒤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알제리계 나엘(Nahel·17세)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민자들은 경찰이 비무장 나엘을 과잉진압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에서 방화, 약탈이 벌어졌다. 병력 수만명을 배치한 경찰은 시위대 수천명을 체포했다. 시위는 나엘의 할머니가 "폭동을 중단하고 파괴를 중단하라"고 호소한 뒤 다소 가라앉는 분위기다. 톨레랑스(관용)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프랑스의 인종차별 역사를 살펴보고, 이번 일이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짚어보자. ◇ 프랑스 이민자 얼마나 되나 프랑스 헌법은 국가가 인종이나 민족을 기준으로 인구 통계를 내는 것을 금지한다. 따라서 정부가 발표하는 인종별 공식 통계는 없다. 다만 위키피디어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이민자(외국에서 태어난 사람)는 약 700만명에 이른다. 이는 총인구의 10% 수준이다. 2020년 기준 이민자가 약 850만명(13%)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민자 대부분은 파리, 마르세유, 리옹 등 대도시에 산다. 특히 파리 밀집도가 높다. 이민자를 지역별로 보면 유럽 출신이 가장 많고, 마그레브 지역 출신이 그 다음으로 많다. 마그레브는 북아프리카 서쪽, 곧 알제리와 모로코, 튀니지, 리비아, 모리타니 등을 가르킨다. 마그레브는 아랍어로 해가 지는 곳, 곧 서쪽을 뜻한다. 그 중에서도 알제리 이민자 비중이 높다. 알제리는 프랑스와 특수 관계다. 오랜 식민지 기간을 거쳐 1954년부터 8년간 독립 전쟁을 펼쳐 1962년에 독립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프랑스 편에 서서 나치 독일과 싸웠다. 전후 프랑스가 노동력 부족에 직면하자 알제리인이 대거 프랑스로 밀려왔다. 프랑스 아트 사커의 원조 격인 지네딘 지단은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는 알제리 출신이다. 스타 플레이어 카림 벤제마는 리옹 태생이지만 할아버지가 1950년대 알제리에서 리옹으로 왔다. 떠오르는 스타 킬리언 음바페는 파리 출생이지만 아버지는 카메룬, 어머니는 알제리 출신이다. 2020년 이후 프랑스 실업률은 평균 7~8% 수준이다. 그러나 이민자는 배나 높다. 특히 이민자 청년층은 고실업과 그로 인한 절망감에 시달린다. 이들은 언제든 건드리기만 하면 폭발하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장차 벌어질 내전의 시초로 본다. ◇ 차별과 폭동의 역사 프랑스 인종차별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게 드레퓌스 사건이다. 19세기 말 프랑스 포병장교 드레퓌스는 독일에 정보를 넘겼다는 혐의로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뚜렷한 증거는 없었지만 드레퓌스가 유대인이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다. 군부는 다른 증거가 나왔지만 이를 숨겼다. 이때 소설가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는 글을 신문에 발표해 드레퓌스를 옹호했다. 이 바람에 졸라는 영국으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다. 1961년엔 이른바 파리 학살 사건이 일어난다. 알제리 독립전쟁(1954~1962년)이 한창일 때 프랑스 경찰은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을 지지하는 시위대에 발포했다. 그로부터 37년이 흐른 뒤에야 프랑스 정부는 당시 발포로 40명이 사망했다고 뒤늦게 시인했다. 그러나 역사학자들은 당시 사망자가 200~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 8년 간 이어진 알제리 독립전쟁에선 최소 30만명, 최대 150만명의 알제리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프랑스 측 사망자는 2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 2005년엔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아프리카 출신 청년 2명이 변전소에 숨어 있다 감전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동 시위는 두 달 동안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졌다. 차량 1만대가 불타고 수천명이 체포됐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당시 내무장관이던 니콜라 사르코지는 무관용 강경 정책을 밀어붙였다. 2023년 시위는 2005년 이후 최대 인종차별 항의 시위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 미국과 비슷해지는 프랑스? 미국은 인종차별 뿌리가 깊다. 1960년 민권운동을 통해 흑인의 지위가 향상됐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은 여전하다. 2010년대 초반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운동이 일어났다. 2012년 10대 청소년 트레이본 마틴이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게 단초가 됐다. 이후에도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이 사망하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2020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넘어뜨린 뒤 무릎으로 목을 짓눌렀다. 플로이드는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수백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그러나 앞으로 제2, 제3의 플로이드가 나오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 국내 반이민 정서 힘 받을 듯 한국은 이민의 문이 좁다. 주요국 중 전체인구에서 이민자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꼽힌다. 체류외국인은 200만명 안팎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체 인구 대비 체류외국인 비율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19년 4.87%에서 2021년 3.79%까지 줄었다가 2022년 4.37%로 증가했다. 2022년의 경우 체류외국인은 225만명이다. 국별로는 중국-베트남-태국-미국-우즈베키스탄-필리핀 순이다. 체류외국인은 등록외국인, 외국국적 동포 중 국내 거소 신고자, 단기체류자(3개월 이하)를 합한 숫자다. 출생률이 갈수록 떨어지자 이민자에 문호를 넓혀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이민청을 설립해 이민 정책을 체계적으로 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지난달 하순 "숙련기능인력에 대한 쿼터를 지난해 2000명에서 올해 3만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엔 반이민 정서가 매우 강하다. 문화와 종교, 피부색이 다른 이민자들이 공동체의 결속을 해칠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민 확대에 반대하는 이들은 "프랑스를 보라"고 할 것이다. 인구 감소세를 우리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면 외부 충원이 대안이다. 그러나 이민 확대는 부작용을 수반한다. 이래저래 인구 정책은 딜레마다. TOPSHOT-CYCLING-ESP-TDF2023-STAGE 1 지난 6월27일 알제리계 나엘(17세)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가운데 인종차별과 경찰의 과잉진압이 항의하는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졌다. 사진=AFP/연합뉴스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FRANCE-SECURITY/SHOOTING-GOVERNMENT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닷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7월 2일 긴급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기자의 눈] 소유와 경영

"기업의 주인은 주주다."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말이다. 경제학 원론에서 그렇게 배웠다. 주식을 가진 투자자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주주총회장으로 향한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목소리를 키우는 것도 이 같은 명제가 성립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주주이익 극대화’가 기업을 발전시키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깨달았다. 오히려 그 폐단이 너무 많이 드러나고 있다. 주식을 가지지 않은 직원, 기업과 동행하는 협력사,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도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세계 각국에서 호주 자산운용사 맥쿼리인프라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수자원 업체 사우스이스트워터 부실화 사태가 발단이다. 주주이익만 극대화하다 보니 관리와 재투자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장기적으로 회사가 발전할 리 없다. ESG경영 일반화는 ‘주주 만능주의’ 종말의 서막이다. 주주 입장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보다는 배당을 받는 게 낫다. 이쯤 되면 기업은 누군가 소유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까지 든다. 주인이라는 단어에 ‘임금 주’(主) 자가 들어간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궁금해진다. 이런 시대에 ‘일부 지분을 가진 주주’가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게 올바른 일일까? 재벌이라는 독특한 경제 체제 아래 성장한 한국 얘기다. 현재도 논란거리가 많다. 일부 대기업이 아직도 증여·상속세 절약을 위해 편법을 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총수는 전혀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기업 ‘소유와 경영’의 균형을 생각해 볼 시기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며 회사를 ‘소유하는’ 권리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 기업을 발전시키고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경영’은 또 다른 문제다. 복잡한 지배구조, 총수 지배력 유지를 위한 ‘꼼수 물적분할’ 등을 견제할 수단이 필요하다. ‘세상 물정 모르는’ 재벌 3·4세 탓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배임죄라는 다소 특이한 법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이런 상황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행동은 큰 울림을 준다. 그는 앞서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기업’ 삼성이 더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는 대목이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가 아니다. ‘일부 지분을 소유한’ 주주는 더욱 그렇다.여헌우 산업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산업 정보·기술 관리 체계화 시급하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대한민국의 경제는 절대적으로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주요 생산 및 수출 제품인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 제조업 분야 주력제품은 물론 세계인을 매료시키는 한류 문화의 핵심인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의 K-컨텐츠 역시 다양한 정보와 기술의 도움으로 만들어진다. 최근에는 한국의 방위산업도 무역과 수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탄약 등 소비재에서 시작해 지금은 자주포와 전차, 더 나아가 전투기,함선 등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대한민국은 방위산업 생산 제품에서 더 나아가 주요 무기체계 전반을 수출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을 갖췄다. 최근 한국이 방위산업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기술의 발전이 힘입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다른 요인들도 존재한다. 예상되는 경쟁국의 내부 정치적 판단, 국제사회에서 이해관계의 변화, 기술이전 및 생산 조건에 대한 부담, 한국에 대한 이미지 등이 그 요인들이다. 이런 요인들은 방위산업 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좋은 판단을 위한 좋은 정보가 필요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과거 선진국의 기술을 배우고 단순히 베껴쓰는 시절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혁신적인 수준에 이른 것이다. 국내 기술은 산업을 일으키고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을 넘어 다른 국가나 국제사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폴란드는 한국으로부터 무기를 수입해 자국의 독자적 무기체계를 발전시키고, 기술이전을 받아 자국 방위산업의 성장과 생산 기반을 구축하려고 한다. 당분간 폴란드는 한국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겠지만 언젠가는 국제 방위산업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한국은 이제 중요한 정보와 기술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할 때가됐다. 정보와 기술을 ‘관리’한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가장 낮은 단계로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정보와 기술을 꾸준히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국내에는 이미 정보와 기술을 발전시키도록 장려하고 지원하는 기준과 제도가 마련돼 있다. 예를 들어 정부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을 개정해 체계적인 지원을 약속했는 데 이런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발전된 정보와 기술이 유출되거나 방향성을 잃고 함부로 사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방위산업 기술보호체계는 ‘방위사업법’이나 ‘방위산업기술보호법’등을 기반으로 수출통제 및 지적재산권 등록 등 다양한 보호 장치가 있다. 기술 보호에 대한 노력은 다양한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핵심적인 정보와 기술을 접하는 전문가들에 대한 체계적인 인력관리와 보안 교육 등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기술과 정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점을 감안할 때 그 노력은 앞으로 확대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보와 기술을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기존 정보와 기술들을 잘 조합하거나 예술이나 문화와 같은 분야와도 결합해 새로운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단순한 경제적 이익이 아닌 장기적이고 국가적인 이익을 위해서, 때로는 기술이전 등 전략적으로 다른 국가 또는 기업과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협력을 도모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는 중요한 결단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위해서는 투명한 기준과 절차를 설정해 기술의 보호와 전략적 공유의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이다. 정보와 기술을 잘 활용하는 것은 그 대상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관리하는가에 달려있다. 정보와 기술은 사회적인 인식을 새롭게 해 이것이 단순히 이익의 원천이 아니라 우리가 소중하게 보호하고 발전시키며, 지혜롭게 활용해야 할 자원임을 기억해야 한다는 말이다.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EU연구소 소장

[EE칼럼]싱가포르의 경쟁력 vs. 대한민국의 성장동력

경제의 성장동력과 국제 경쟁력을 대부분 같은 연장선상에서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성장이 크지 않더라도 국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사례는 많다. 대한민국과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Four Asian Dragons)’ 또는 ‘아시아의 네 호랑이(Four Asian Tigers)’의 대표주자다. 1980년대 일본의 뒤를 이어 연간 7%대의 고도 경제 성장을 이룩한 아시아의 신흥공업국인 대한민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4개 국가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 나라는 부존자원이 빈약하지만 이를 높은 교육열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그리고 중앙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경제발전계획 등으로 극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수학과 과학교육에서 대한민국과 세계 최고를 다투는 나라이며, 리콴유와 박정희라는 장기집권 통치자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콴유는 인구 300만의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세계적인 금융·물류의 중심지로 키워내 20세기 세계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박정희 역시 6·25전쟁을 치룬 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닦았다. 그 덕분인지 두 사람 다 아들과 딸이 총리와 대통령이 됐다. 두 나라가 이룬 경제성장은 눈부시다. 싱가포르는 1960년대 초반 1인당 국민소득이 500달러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6만5000달러에 달하는 세계 2위 고소득 국가로 발전했다. 대한민국도 1960년대 초반 1인당 국민 소득이 120달러의 최빈국에서 이제는 3만 4000달러의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두나라의 성장 전략은 크게 달랐다. 싱가포르는 서울시 면적에 인구가 500만명 정도의 작은 국가지만 대한민국은 상대적으로 큰 면적과 인구를 가지고 있다. 사회지리적으로는 싱가포르는 영국의 식민지로 영어가 능통하며 유럽과 아시아간의 무역로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서구권의 언어와 무역로와는 먼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다. 싱가포르는 이런 국가의 특성을 고려해 영·미권의 산업과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한편 아시아권에 산재한 화교 자본과 정치 권력의 중심지로 역할을 했다. 싱가포르는 역사적으로 외국계 산업과 자본의 유치 및 무역에 의존하여 발전해 왔다. 제조업 비중도 상당하다. GDP의 25% 이상이 제조업에서 나온다. 주요 생산품은 전자, 정유, 기계, 의약품 등이다. 특히 정유산업이 도시국가임을 고려할 때 실로 거대하다. 그러나 제조업 분야 기업 대부분이 각종 세제 감면과 혜택을 통해 유치한 외국기업들이며 싱가포르 자국 기업은 많지 않다. 이에 비해 대한민국은 외국계 기업이나 외자유치가 어려운 환경이었기에 자국의 기업을 육성해 대한민국 브랜드로 제품을 수출하며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정책을 썼다. 재벌기업 육성을 통한 수출형 제조업 육성정책이 대표적이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 역시 정유산업을 육성했는 데, 이 역시 국가규모를 고려할 때 대만이나 일본의 규모보다 크다. 싱가포르 정유산업의 경쟁력은 세계적이다. 아시아에서 제일 큰 석유 현물과 선물시장이 싱가포르에 있다. 수백 개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싱가포르에 지사를 두고 보다 저렴한 석유제품을 구매하거나 보다 많은 거래 수입을 얻기 위해 저장탱크와 각종시설을 사용하고 있고 국제물동량의 20%에 달하는 선박이 싱가포르 항구에서 기름을 넣고 있다. 대한민국 정유산업도 경쟁력이 높다. 동북아시아 3국 중 최대 규모의 정유시설을 갖추고 최고급 품질의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을 제조, 수출하고 있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한국 땅에서 원유가 나오지 않지만 최고 품질의 석유제품을 손쉽게 풍부하게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성장동력을 이야기하자면 두 나라 정유산업 위치는 사뭇 달라진다. 외국계 기업 비중이 높고 주변 지역의 수요가 많은 싱가포르는 상당기간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겠지만, 국내 생산규모가 국내 수요의 200%에 달하는 대한민국의 정유산업은 성장가능성이 싱가포르에 미치지 못한다. 싱가포르에는 30여 년 전부터 택시의 대부분이 ‘프리우스’로 대표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택시는 LPG를 사용하다가 이제 전기로 넘어가고 있다. SK등 정유 대기업들도 배터리, 수소 등 새로운 영역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상황이, 에너지 산업을 둘러싼 상황이, 기존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 유지가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도록 요구하고 있다.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 한국에너지법연구소 소장

[기자의 눈] ‘요금정상화·개혁’ 한전 신임 사장에 거는 기대

한국전력공사 신임 사장 공모가 마감됐다. 정승일 전 사장이 재무 악화 책임과 함께 떠밀리듯 사퇴한 만큼 선뜻 지원할 인사가 없을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복수의 인사가 지원하면서 예정대로 선임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임 사장은 누적된 한전 적자를 해소하고, 내부 조직·제도 개혁 등 여러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관료 출신보다는 유력 정치권 인사가 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신임 사장이 누가되든 임명 직후 ‘전기요금 정상화’ 과제에 맞닥뜨릴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당시부터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에너지 시장’을 주창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지난 정부가 ‘에너지전환(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며 5년간 요금 인상을 막았다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사장에게 적자의 책임을 씌워 임기가 남았음에도 쫓아낸 만큼 현 정부에서 임명한 신임 사장은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현재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등 연료비가 떨어지고 전기요금도 소폭 오른데다 통상적으로 가장 실적이 좋은 3분기가 됐지만 한전 직원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다. 시장에서는 한전이 오는 3,4분기 흑자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연간 7조원대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누적된 적자를 감안하면 50조원에 달해 연말에는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여전히 남은 3,4분기에도 최소 각각 킬로와트시(kWh)당 10원 이상 인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3분기는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고, 4분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당정이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신임 사장이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한전은 적자와 요금문제 외에도 2050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시장제도 개혁, 에너지신산업 육성, 에너지규제거버넌스 혁신 등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한전은 신임 사장 자격으로 △경영·경제, 전력산업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이해력을 소유하신 분 △경영혁신 주도할 수 있는 개혁 지향적 의지와 추진력 가지신 분 △공공성과 기업성을 조화시켜 나갈 수 있는 소양이 있으신 분 △대규모 조직 이끌 수 있는 리더십과 비전제시 능력을 내걸었다. 부디 한전을 잘 이끌어 줄 신임 사장이 선임되길 기대한다. jjs@ekn.krclip20230427101231 전지성 정치경제부 기자.

[데스크 칼럼]

정당의 핵심 집권전략은 지지층을 넓히는 것이다. 새 지지자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 산토끼를 찾아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산토끼를 누가 많이 잡느냐가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아쉬운 입장에서야 산토끼든 집토끼든 모두가 소중하다. 둘 다 잡기도 말처럼 쉽지 않다. 다만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 현실정치에선 산토끼보다 집토끼를 잡는 게 더 중요하다. 남의 표를 끌어오기보다는 우리 표를 빼앗기지 않는 게 우선이다.이 원칙은 우리 정치 지형과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 전체 유권자의 기본적인 이념성향은 대략 보수와 진보가 각각 45%대 45%이고 나머지 10%는 중도다. 정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 양당 중심 체제라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성향도 그 비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역대 선거 결과가 그랬다. 선거 때 후보 경쟁관계, 이슈 등에 따라 이 비율이 조금씩 조정돼 어디 한 쪽으로 기울면서 승부가 결정 났다. 이념 성향은 좀처럼 상대 진영으로 바뀌지 않는다. 특정 진영 지지자가 해당 진영에 실망했다고 해서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그냥 중도로 대기하고 있다가 그 실망 요인이 사라지면 다시 원래 진영으로 돌아간다.이런 상황에서 우리 표를 지키려면 상대 당을 거세게 몰아붙여 우리 표를 다지는 게 효율적이다. 상대방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통해 우리 측이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하게 방어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우리나라 각 정당들은 이처럼 각 진영의 표를 결집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이른바 ‘가두리 정치’를 해왔다. 가두리 정치는 국민들을 한 쪽 진영에 묶어두고 이탈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넓은 바다나 강 등에 그물을 치고 그 그물 안에 물고기를 가두어 기르는 가두리 양식처럼 말이다.고상하게 말하면 심리학의 인지부조화이론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개인의 신념·태도·행동이 서로 맞지 않으면 느끼게 되는 불편감을 줄이려고 하는 심리를 이용, 가두리 정치로 개인의 기존 신념·태도·행동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정치권은 이 가두리 정치를 위해 특정 프레임을 짜 갈라치기한다. 지역·세대·계층 등의 편을 갈라 상대방을 적으로 몰면서 자기편을 열광하게 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개딸’(개혁의 딸), 문재인 전 대통령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박근혜 전 대통령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노무현 전 대통령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등이다. 처음엔 단순히 누구를 사랑하는 지지모임이었던 게 해를 거듭하면서 상대를 배격하는 극단적인 세력으로 자리잡아왔다. 실제 개딸이 얼마 전 같은 진영 내 다른 세력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박’(겉과 속이 다른 인물) 색출에 나선 적도 있다.특정 정치인의 팬덤은 2000년대 들어 본격화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이어져오던 대중스타 지지세력 ‘오빠부대’ 현상이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16대 대선 때 정치권으로도 옮겨왔다.정당 또는 정치인은 최근 들어 당초 거리를 둬온 팬덤(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현상)에 의존, 진영을 결집시키고 세력을 확장한다. 가두리 정치를 위해선 가짜뉴스·괴담 등을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선동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이는 자극적이고 일방적인 입장을 전달하며 수퍼챗(라이브방송 직접 후원 기능) 수익 등 실속을 챙기는 유튜버들이 활개를 치게 한다. 그 사이 국민의 사실 접근이 방해받고 과학적 사고가 마비된다. 당연히 사회혼란을 부르고 국력은 낭비될 수밖에 없다. 과거 유모차 부대를 거리로 나서게 하고 촛불집회를 요란하게 열었던 광우병 사태 등의 결과가 어땠나. 정치권은 그 혼란과 피해를 국민에게 안겨주고도 책임지는 사람 아무도 없이 가두리 정치의 또 다른 이슈로 희생양 찾기에 정신이 빠져 있다.가두리 정치 상황에선 각 진영 내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구조적으로 내부 견제 도 이뤄질 수 없다. 민주당은 금태섭 전 의원에 본때를 보여줬다.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처리의 당론을 따르지 않고 기권한 게 죄목이다. 국민의힘에선 이준석 전 대표가 조리돌림 당한 뒤 내쳐졌다. 당 대표로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고도 윤 대통령을 수차 공개 저격한 이유로 미운털이 박혔다. 가두리 정치의 원조 수단은 지역감정이다. 정치의 지역감정 악용은 국민의 의식을 갈기갈기 찢어놨다. 영남·호남·충청 등의 정치색은 각 지역의 맹주 역할을 한 김영삼·김대중·김종필 등 3김이 사실상 결정했다. 그런 정치색은 3김이 모두 이 세상을 떠나고 없는데도 그 그림자가 아직까지 짙게 드리워져 있다.보수정권은 안보·성장, 진보정권은 환경·복지를 프레임으로 내걸어 유권자들을 각 진영에 가둬놓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보수 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든 바로 북풍(北風) 카드 등으로 하락세였던 지지율의 반전을 시도했다. 2020년의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2019년 탈북 어민 북송사건 등 대응과정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대북 강경대응 노선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까지 언급하며 안보의식 고취에 나섰다.이재명 대표는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이슈화로 자신의 ‘사법리스크’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여권으로부터 ‘괴담’ 전파의 진원지로 지목받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인 대일관계 개선 행보를 비판하는데 화력을 모으고 있다. 장외투쟁까지 주도하면서 오염수 관련 ‘핵 폐수’, ‘방사능 테러’ 등으로 규정했다. 오염수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전문가들엔 ‘돌팔이’란 딱지를 붙였다. 각 진영은 가두리 정치에 빠져 보수는 평화논의의 판을 걷어찼고 진보는 먹거리 밥상을 뒤엎었다. 정치권이 가두리 정치에 매몰돼 안보나 먹거리 가지고 장난치는 것에 대해선 마땅히 준엄한 심판이 따라야 한다. 양 진영이 총력을 쏟고 있는 가두리 정치의 효과는 갈수록 작아진다. 일방적인 대북 강경정책은 안보 불안의 역효과를 키우고 감성적인 일본 오염수 반대론은 거꾸로 먹거리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북한이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을 펑펑 쏘아대는 것이나 개방경제에서 어처구니없는 소금 사재기가 일어나는 게 그 사례다. 국민들도 가두리 정치에 이제 점차 등을 돌리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양 진영이 그토록 공을 들인 안보 팔이 또는 안전 장사의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못한 것 같다.그런데도 정치권은 아직 가두리 정치에서 벗어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진영 간 갈등·대립·반목·분열만 갈수록 커져갈 뿐이다. 그냥 서로가 앞으로 나란히다. 각자 앞만 보고 제 갈 길만 간다는 뜻이다. 옆을 보고 대화와 타협을 하며 갈등을 해소하는 정치본령은 이미 실종됐다. 아니 죽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년을 넘기고도 아직 원내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만나 둘이 밥 한 번 먹은 적 없다. 그런 우리 정치에 뭘 기대하겠나.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은 사사건건 국회에서 막히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개혁에서 식물정부나 다름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어떤 이유로도 온당치 않다.결국 국민들이 똑똑해져야 한다. 무엇보다 사실 확인과 과학적 사고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객관적이면서 공정한 시각으로 유연한 입장을 갖는 게 필요하다. 사실 진영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다. 가두리 정치에 갇혀 인질로 잡혀 있는 동안 그 상처와 피해는 깊고 넓었다.국민은 선거 때만 되면 주권자로서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가두리 정치에서 국민은 한낱 물고기일 뿐이다. 주권자인 국민의 표를 먹고 사는 대리인, 바로 정치인이 양식하는 그 물고기 말이다. 그저 정치인 낚시나 양식의 대상인 셈이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불쾌하고 참담한 일이다. 국민이 그런 물고기 신세 안 되려면 정신 바짝 차리는 수밖에 없다.

소수인종 우대정책 폐지,더 팍팍해진 미국[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요약> 미국 연방 대법원이 소수인종 우대 정책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앞으로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은 명문대 입학의 문이 더 좁아졌다.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들에겐 문이 더 넓어졌다. 이번 판결은 기업 채용 관행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수십년 간 미국의 관용과 다양성을 상징해온 정책이 폐지된 것은 못내 아쉽다. 공무원 채용과 대학입시에서 소득과 지역에 따라 일부 계층을 우대해온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소수인종 우대 정책 폐지로 미국이 시끌벅적하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6월 29일(현지시간) 사립 하버드대와 공립 노스캐롤라이나대가 시행 중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두 대학이 입학 전형에서 흑인과 히스패닉계를 부당하게 우대하고 백인과 아시아계를 차별했다고 봤다. 이것이 평등보호(Equal Protection)를 규정한 수정헌법 14조를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적인 법원이 아니다"라며 "법원의 결정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거친 반응을 보였다. 현재 대법원은 전체 9명 중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구성돼 있다. 보수 공화당 출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긴 유산이다. 앞서 지난해 5월엔 대법원이 낙태 허용 판례를 뒤집을 거란 보도가 나왔다. 낙태와 소수인종우대 정책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번 판결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대학입시와 공무원 채용에서 소득과 지역을 기준으로 일부 계층을 우대한다. 장차 이민자가 늘면 인종이 기준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미국처럼 치열한 찬반 논쟁이 예상된다.◇ 어퍼머티브 액션이 뭔가1961년 진보성향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행정명령(10925호)에 서명했다. 공무원을 채용할 때 인종, 신조, 피부색, 출신국에 상관없이 공평하게 선발하는 ‘적극적인 행동’(Affirmative Action)을 취하라는 내용이다. 1965년 민주당 출신 린든 존슨 대통령 역시 비슷한 내용의 행정명령(11246호)를 발동했다. 1960년대는 미국 민권운동이 꽃을 피운 시기다. 1963년 8월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수도 워싱턴 DC에서 저 유명한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I hava a dream)라는 연설로 미국은 물론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이어 1964년 역사적인 민권법이 시행됐다. 민권법은 인종, 피부색, 종교, 성(性)에 따른 차별을 금지했다. 자연스럽게 어퍼머티브 액션은 미국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정책으로 기업 채용과 대학 입시에 뿌리를 내렸다. ◇ 소수인종 우대는 정의에 부합하는가어퍼머티브 액션은 줄기차게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명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한 장(제7장)을 이 논쟁에 할애했다. 찬성론자들이 제시한 논거는 세가지다. 첫째, 시험 격차 바로잡기다. "사우스브롱크스의 열악한 공립학교에 다닌 학생이 학업적성시험(SAT)에서 700점을 받았다면, 어퍼이스트사이드의 일류 사립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700점을 받은 것보다 더 잘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의 사우스브롱크스는 흑인과 히스패닉 밀집 지역이다. 어퍼이스트사이드는 거주자의 약 80%가 백인인 부자동네다. 이 논리는 딱히 반박할 거리가 보이지 않는다.둘째, 과거의 잘못 보상하기다. 소수인종 학생들을 불리한 처지에 몰아넣은 역사적 차별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이들을 우대해야 한다는 논리다. 대표적인 차별은 흑인 노예제일 것이다. 하지만 보상 논리는 만만찮은 도전에 직면한다. "풍요로운 휴스턴 교외에 사는 흑인 학생이 그들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백인 여학생보다 더 큰 혜택을 누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대답이 군색해진다. 사실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 중에도 부모가 의사·변호사·교수 등 전문직이거나 재력이 풍부한 사람이 꽤 많다. 셋째, 다양성 증대 논리다. 학교에 여러 인종이 고루 섞여 있으면 서로에 대해 더 배울 수 있고, 소수인종 학생들이 공직이나 전문직으로 갈 경우 지역 발전과 공동선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수인종 우대정책은 그에 속한 학생들의 자부심을 훼손하고, 인종 간 긴장을 높이며, 백인의 분노를 유발할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요컨대 소수인종 우대 정책은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데다 득보다 해가 많다는 것이다.◇ 아슬아슬한 판결의 연속소수인종 우대 정책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1978년에 처음 나왔다. 해병 장교 출신 앨런 바키는 캘리포니아대(UC) 데이비스 의대에 응시했으나 두 번 떨어졌다. 바키는 소송을 냈다. 주 대법원은 바키의 손을 들어주면서 입학 허가를 명령했다.그러나 연방 대법원은 어퍼머티브 액션이 헌법과 민권법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UC 데이비스 의대의 소수인종 우대 정책은 지나친 감이 있다며 폐지를 명하는 한편 바키를 입학시키라고 명했다. 경계선에 선 법원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992년 백인 여학생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셰릴 홉우드는 텍사스대 로스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학업 성적이 우수한 자기는 떨어진 반면 점수가 낮은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은 붙었기 때문이다. 1심은 대학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홉우드의 편에 섰다. 텍사스대는 연방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연방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항소심 판결이 최종심이 됐다. 항소심 판결은 관할권이 있는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미시시피주에 적용됐다.2003년 바바라 그루터는 미시간대 로스쿨을 상대로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 대법원은 소수인종 우대 정책이 수정헌법 14조(평등보호 조항)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2016년에는 아비가일 피셔가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를 상대로 위헌 소송을 냈으나 연방 대법원은 소수인종 우대 정책에 합헌 판결을 내렸다.그러다 마침내 2023년 6월 연방 대법원이 종례 판례를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연방 대법원은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FA·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란 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소수인종 우대 정책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SFFA는 2만여명의 학생과 학부모를 회원으로 둔 단체로,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들이 명문대 입학에서 역차별당하지 않도록 지원한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학생은 인종이 아닌 개인으로서 경험을 바탕으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재판의 흐름에서 보듯 소수인종 우대 정책은 합헌과 위헌의 경계선을 걸었다. 그러다 결국 보수가 지배하는 연방 대법원이 결정타를 날렸다.이번 판결은 대학을 넘어 기업 채용 관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에서 구글, 애플, 메타플랫폼(페이스북) 등 약 80여개 기업은 대학의 소수인종 우대 정책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냈으나 소용없었다. 앞으로 누군가 채용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소송을 내면 기업들은 곤란한 지경에 빠질 수 있다. ◇ 국내에도 영향 미칠 것미국은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자본주의의 천국이지만 빌 게이츠가 세운 자선 재단 사례에서 보듯 상류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숨통을 터준다. 소수인종 우대 정책은 초점을 개인에 두면 억울한 백인 학생이 나올 수 있는 불완전한 제도다. 그러나 초점을 공동선에 두면 공동체 유지라는 대의(大義)에 부합하는 제도다. 미국이 소수인종에 대한 관용과 포용, 다양성을 상징하는 근사한 정책을 끝내 폐지한 게 못내 아쉽다. 인종은 아니지만 우리도 소득과 지역을 기준으로 채용과 입학에서 일부 혜택를 준다. 9급 공무원 채용엔 저소득층 기초수급자 몫의 쿼터가 있다. 또 지방대육성법 개정에 따라 의대, 약대, 간호대에서 지역인재 선발은 의무가 됐다.이같은 제도는 공동체를 유지하고, 수도권 집중을 막아 국토 균형발전을 촉진한다는 대의 아래 큰 반발 없이 시행 중이다. 장차 저출생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민이 늘면 인종이 기준이 될 수도 있다. 한국 사회는 대학입시에 목을 맨다. 미국에서 나타난 갈등이 몇 배 더 센 강도로 국내에서 되풀이 될 수 있다. 미국 사례를 꼼꼼히 들여다 봐야 할 이유다.<경제칼럼니스트>소수인종 우대 정책 찬성파와 반대파가 6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각각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연방 대법원은 소수인종 우대 정책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사진=로이터/연합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있는 미국 최고 명문 하버드대학교의 모습. 하버드대는 신입생을 선발할 때 흑인과 히스패닉계 등 소수인종을 우대했으나 연방 대법원은 이같은 관행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사진=AP/연합뉴스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어떤 의미가 있나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요약> 한·일 통화스와프가 8년만에 재개됐다. 100억달러 규모에 3년 기한이다. 대일 통화스와프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금액을 점차 예전 최고치인 700억달러까지 늘리는 게 좋겠다. 또한 대미 통화스와프는 지금처럼 임시변통형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상설 채널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한·일 통화스와프가 재개됐다. 2015년에 종료된 지 8년만이다. 규모는 100억달러, 기간은 3년이다. 스와프(교환)하는 통화는 미국 달러로 정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 29일 일본 도쿄에서 스즈키 슌이치 재무장관을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한·일 통화스와프 재개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른 나라와 맺은 통화스와프는 어떤게 있는지 등을 알아보자.◇ 정권 따라 출렁인 통화스와프2001년 김대중 정부 때 일본과 처음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금액은 20억달러 규모였다. 외환위기 직후라 우리로선 외화 한 푼이 아쉬울 때다. 한국 돈 원과 일본 돈 엔을 교환하는 방식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엔화는 준 기축통화 대우를 받는다. 미국 달러만은 못해도 국제 결제통화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노무현 정부 때 이 금액이 130억달러(20+30+80억달러) 규모로 불어났다.보수 이명박 정부도 처음엔 대일 통화스와프에 공을 들였다. 잔액은 금세 700억달러(130+270+300억달러) 규모로 커졌다. 그러다 2012년 8월 사단이 벌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격 독도를 방문했다. 전·현직 통틀어 대통령으로 처음 독도 땅을 밟았다. 발끈한 일본은 만기가 돌아온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말기에 규모는 13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문제 등을 두고 일본과 각을 세웠다. 2013년 6월 당시 아소 다로 일본 재무장관은 통화스와프 연장과 관련, "아직 한국으로부터 요청이 없었다"고 말해 우리 속을 긁었다. 마치 일본이 시혜를 베푸는 듯한 태도에 우리 정부도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았다. 결국 2015년 2월 100억달러 만기를 끝으로 한·일 통화스와프는 14년만에 전면 중단됐다.2015년 12월 양국은 위안부 합의문을 발표했다. 한·일 관계도 개선 기미가 엿보였다. 2016년 8월 재무장관 회담에서 당시 유일호 부총리는 아소 재무장관과 통화스와프 재개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듬해 초 일본은 부산 일본 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것을 핑계로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다. 2018년 가을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반발한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통제하고,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뺐다. 문 정부 5년 내내 한·일 관계는 긴장으로 치달았다. 통화스와프 재개는 입도 벙긋 하지 못했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일본을 찾아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났다. 기시다 총리는 5월 한국을 답방했다. 해빙 무드 속에 수출입 관련 통제도 다 풀렸다. 8년만의 통화스와프 재개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통화스와프 뭐가 좋은가한·미 통화스와프를 예로 들어보자.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땐 한·미 통화스와프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대신 ‘폭탄’이 터진 뒤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IMF는 ‘상전’ 노릇을 했고 우리는 그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폭탄’이 터지기 전에 한·미 통화스와프 장치가 가동됐다. 2008년 10월 한국은행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300억달러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그러자 흔들리던 금융시장이 금방 안정을 찾았다. 통화스와프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만약 한국이 달러 고갈로 어려움을 겪으면 미 연준이 언제든 300억달러를 빌려주겠다는 약속이다. 시장은 이를 연준, 곧 미국이 한국의 금융시장 안정을 보증하는 신호로 해석했다. 300억달러 스와프 협정은 2009년 12월 14개월만에 종료됐다.2020년에도 한국은 대미 통화스와프 덕을 봤다. 코로나 위기가 덮치자 세계 경제가 흔들렸다. 한은은 잽싸게 연준과 600억달러 협정을 맺었다.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한국 경제는 여타 신흥국들과 달리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경상수지 흑자, 대외채권 등 펀더멘털이 탄탄한 데다 여차하면 연준이 나선다는 믿음이 주효한 덕이다. 600억달러 협정은 2021년 12월에 종료됐다.때늦은 후회이지만, 만일 외환위기 때 우리가 일 터지기 전에 한·미 통화스와프를 가동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 한·중 스와프는 590억달러 규모한국과 중국은 금융위기가 진행 중이던 2009년 봄에 260억달러 규모로 통화스와프를 처음 체결했다. 한국 원과 중국 위안을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위안은 쓰임새가 점차 넓어지고 있긴 하나 아직 국제통화로 인정받기엔 이르다. 그럼에도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중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게 나쁘지 않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는 차원에서 통화스와프 정책을 적극 펴고 있다. 2014년 한·중 통화스와파는 560억달러 규모로 커졌다.2017년 가을엔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을 빌미로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중국은 별 이견 없이 3년 연장에 동의했다. 이어 2020년엔 규모를 오히려 590억달러로 키우는 한편 기간도 5년으로 늘렸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 작업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 미국, 중국 외에도 한국은 여러 나라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캐나다, 스위스, 호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이다. 특히 캐나다와 맺은 협정은 한도가 없다. 아세안 국가들과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곧 다자간 통화스와프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원화 국제화에도 도움을 준다. ◇ 남은 과제는대일 통화스와프는 규모를 점차 키우는 게 좋다. 적어도 예전 최고액인 700억달러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큰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한국은 외환보유액 세계 9위국이며, 대외채무보다 대외채권이 더 많은 순채권국이다. 국제사회에선 선진국 대우를 받는다. 25년 전 외환위기 또는 15년 전 금융위기 때처럼 달러 고갈로 비틀거릴 체력은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장치를 겹겹이 마련해서 손해 볼 게 없다. 국제 금융위기 대가인 찰스 킨들버거 교수(전 MIT)는 저서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에서 금융위기를 ‘계속 피어 오르는 질긴 다년생화’라고 불렀다. 주기적으로 다가오는 금융위기로 언제 어디서 둑이 무너질지 모른다. 이런 때 대일 통화스와프는 둑을 지탱하는 보강재 역할을 할 수 있다. 대미 통화스와프는 장기적으로 상설 채널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한다. 기한·금액에 제한을 둔 임시변통 성격의 통화스와프가 아니라 무기한·무제한 채널을 마련하면 좋다. 현재 미국은 유럽연합(EU), 영국, 스위스, 캐나다, 일본 등 5개국(지역)과 2013년부터 상설 유동성 스와프 라인(standing liquidity swap lines)을 가동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도 이 대열에 합류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한다.<경제칼럼니스트>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8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통화스와프 재개에 합의했다. 사진=연합뉴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