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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서유석 금투협회장의 첫걸음을 축하하며

서유석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이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별도의 취임식은 없었다. 금융투자업계를 둘러싼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 업무를 이어 받은 만큼 거창한 취임 행사를 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을 테다.금투업계의 시선은 서 회장에게 쏠려있다. 당장 증권사 자금 경색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서야하는 상황이다.또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안착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유예 후속 논의, 대체거래소(ATS) 거래대상 확대 등도 시급하다. 금투협을 비롯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달 ATS 준비법인 ‘넥스트레이드’를 설립하고 예비인가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 내용은 서 회장의 주요 공약이기도 했다.금투협 회원사들은 그간 협회의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원사들이 서 회장을 적극 지지한 건 증권사와 운용사를 두루 경험한 만큼 업권 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인사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증명하듯 그는 결선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65.64%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금투협 정회원사(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부동산신탁회사)들이 판단했을 때 모두를 아우르는 후보였다는 셈이다. 소통은 서 회장은 본인이 내세웠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업무 첫 날부터 그 모습을 보여줬다. 층별 협회 직원들을 찾아 인사를 나눴고, 기자들의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응했다. 서 회장은 지난해 12월 23일 당선 소감에서 "생각지도 못한 높은 지지율이었던 것 같다. 감사하다"며 "우리 업계에서 그만큼 통합과 화합이 필요하다는 증명이라고 생각한다. 업계의 그런 바람을 제가 온몸으로 받아서 실천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협회가 회원사의 ‘청지기’라고 칭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자신의 공약대로 회원사와의 교감과 업권별 균형감 유지, 강력한 업무 추진력을 바탕으로 ‘금투업계의 청지기’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yhn7704@ekn.kr

[EE칼럼] 에너지산업 덮친 유난히 혹독한 겨울

다섯 살인 둘째 아이가 두어 달 전부터 "아빠, 크리스마스는 언제와?"라고 물어볼 때면 "아마도 추워지고 눈이 많이 오면 크리스마스가 될 거야"라고 말해주곤 했었다. 아이에게 눈이 오는 예쁜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게끔 하고 싶어 했던 말이었는데, 정말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은 너무나도 추웠고 눈도 많이 온 것 같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10년 주기의 기후평년값을 살펴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2월 중하순의 평균기온은 영하 2.5도에서 0도 수준이며, 최저기온도 영하 6.3도에서 영하 3.8도의 범위였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이보다 더 낮게 영하 10도를 넘나들던 숫자를 일기 예보에서 자주 경험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뉴욕 서부 등 전역을 강타한 겨울 폭풍으로 인하여 도로와 공항 폐쇄로 시민들이 고립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정전도 발생하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컸다고 한다. 뉴스에서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들에서는 치울 엄두조차 나지 않을 만큼 정말 어마어마한 깊이로 눈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말을 앞두고 서해안에 가까운 충청, 전라 및 제주 지역에 상당히 많은 눈이 내렸다. 전북 임실에는 50cm가 넘는 폭설이 내렸고, 광주광역시에도 관측 이래 두세 번째로 많은 양의 눈 폭탄이 쏟아져 일상에 차질을 빚었다고 한다. 그 주간에 출장차 제주에 잠시 갔었던 필자는 그나마 다행히 한 시간 정도의 지연 출발 수준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지만, 그 다음 날부터는 많은 항공편들이 결항될 수밖에 없었다고 들었다. 이러한 한파와 폭설의 원인으로는 북극지역의 차가운 공기 유입이 꼽힌다. 여기에 바다와 호수 등에서 제공되는 습기가 만나면 구름이 형성되고 많은 양의 눈도 동반되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수면 온도의 변화 등도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그 인과관계에 대한 수식이 어찌 되었던 간에 우리가 주목할 것은 앞으로 겨울마다 이렇게 추운 날씨가 계속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추운 날씨는 에너지 산업에 있어 쉽지 않은 시기이다. 우리 인간은 생존을 위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 더위 때문에 죽을 수도 있고, 추위 때문에 죽을 수도 있는 존재이기에 이를 막기 위하여 냉방 및 난방 기술이 발달하였고, 이는 에너지의 사용 및 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날이 더우면 더울수록, 그리고 추우면 추울수록 전체 에너지 사용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에너지 사용은 점점 전기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최근 눈도 많이 오고 가장 추웠던 주간인 12월 19~23일 동안 최대 전력수요는 매일 9만 MW(메가와트)를 넘어서면서 역대 급의 기록을 남겼다. 공급예비율도 10%대로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이로써 12월 평균 최대 전력수요는 2014년에 7만 MW를 넘어선 이후, 2022년에 처음으로 8만 MW를 넘고 있다. 이는 동년 하계인 7월의 평균 최대 전력수요인 8만 2천 MW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몇 가지 국제적 상황이 에너지 업계를 더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에 블룸버그에서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가 오는 2026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발표하였다. 이제 1년 가까이 되어 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스 가격 불안이 계속 이어지면서 가격 급등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물량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고, 지난해 9월에는 유럽으로 향하는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이 잠기는 등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등의 아시아 국가들은 코로나로 인한 봉쇄를 풀어가면서 에너지 확보를 위한 액화천연가스의 수입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주택용 및 일반용 등의 도시가스 요금이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한해 동안에만 세 차례 인상되었는데, 2015년 요금체계개편 이후 최대의 상승폭이라고 한다. 특히 추운 날씨에 난방 사용량이 증가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상된 가스 요금을 체험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자연스럽게 상대적으로 요금이 적게 올랐던 전기를 이용한 난방기구의 추가적인 사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제 해를 넘겨 새해를 맞았지만 이번 겨울은 에너지 산업에 유난히 혹독한 계절이 될 것 같다.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슈&인사이트] 최악 무역적자 타개할 해법 찾아야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미국의 금리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대외 요인이 악화되면서 불안정성이 심화되었다. 2021년에만 해도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293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472억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연간 기준 적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로,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도 14년만이다. 이처럼 무역수지 적자가 커지고 자본시장에서 자본유출이 확대되어 외환보유액이 대폭 감소하면서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요인이 약화되면서 원화 환율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실물경제의 부정적인 요인은 여전히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적자 원인은 수입과 수출 양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수입에서는 전쟁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수입액이 대폭 증가하였으며, 원유 외에 리튬, 구리 등 광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자재 수입액이 급증하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입 급증과 무역수지 적자 전환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원자재 수입액은 증가하는 가운데, 특히 지난해 1~11월 정밀화학원료 수입액은 60억 달러로 전년 동기 41억 달러 대비 19억 달러 증가하였다.수출 둔화는 하반기에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것과 가장 관련이 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는 주로 메모리 반도체인데, 메모리 반도체는 파운드리에 비해 경기침체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1~11월 511억 달러로 전년 동기 602억 달러 대비 무려 91억 달러나 감소하였다. 국가별로는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이 장기간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대중국 수출이 둔화되었다. 또한, 한국계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자동차, 스마트폰 등 고가 소비재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가운데, 한한령의 장기화와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한국산 화장품의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새해 우리나라 무역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이 확실시된다. 전쟁이 상반기에 종료될 경우 하반기부터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서 수입액이 감소하고 경기회복으로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기침체는 심화될 수밖에 없으며, 대외 수출여건도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다만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고 ‘위드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한류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중국 소비자의 한국산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흑자국으로 부상한 베트남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대 베트남 무역수지는 계속 커질 전망이다.우리나라가 어려운 대외 여건에서도 장기적으로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출입 양면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수입 측면에서는 에너지 수입을 줄이기 위해 원전 비중 제고나 유가 보조금 지급 축소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수출 측면에서는 반도체 산업을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부문을 강화하여 장기적으로 반도체 업종의 경기 민감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또한, 자동차 산업이 신에너지 자동차 중심으로 전환되는 점을 고려하여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을 다원화해야 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중저가 전기차에 대응하면서 고급 전기차 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미 10년 전 구매력 기준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고급 소비재 품목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면서 한국산 제품이 밀려나고 있다. 그러므로 가성비 전략을 내세우기보다는 프리미엄 제품이나 차별화된 제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여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예컨데 화장품의 경우 ‘위드코로나’와 함께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임을 감안해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중저가 화장품의 비중을 줄이고 고가화장품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기자의 눈] K-바이오 경쟁력,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새해에 경기도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미래성장산업국’을 신설하고, 산하 조직으로 ‘반도체산업과’, ‘첨단모빌리티산업과’와 더불어 ‘바이오산업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 국정과제인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신설’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소가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가 바이오산업을 총괄할 콘트롤타워 부서 신설에 나선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특히,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총 25개의 ‘지역 바이오클러스터’를 활성화하고, 지역 바이오클러스터간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융합산업이라는 특성상 ‘클러스터(산업집적단지)’ 형태로 모여 있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세계 1위 바이오클러스터라 불리는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는 하버드대와 메사추세츠공과대(MIT)를 ‘앵커(주축)기관’ 삼아 형성돼 있고,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기업 ‘모더나’를 비롯해 수백 개 바이오텍의 본사들과 화이자·존슨앤존슨·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의 거점연구소들이 포진해 있다. 국내에서는 인천 송도가 지역 바이오클러스터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연구개발(R&D)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최근에는 송도세브란스병원이 착공식을 치르는 등 송도에 바이오 대기업·스타트업·대학·병원 등 바이오 클러스터 윤곽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인천 송동 외에도 충북 오송, 전남 화순, 강원 원주 등 다른 지역 바이오클러스터도 해양바이오·의료기기 등 특화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 보스턴 같은 대규모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지역별 바이오클러스터를 연계한다면 글로벌 클러스터에 견줄 수 있는 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선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에 촉매제 역할을 했던 미국 메사추세츠 주정부가 설립한 ‘메사추세츠 생명과학센터(MLSC)’ 등 해외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전국 25개 바이오클러스터 가운데 운영이 부실한 곳은 과감하게 ‘재정비’하는 혁신 처방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kch0054@ekn.kr김철훈 유통중기부 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마이데이터 사업, 활성화 되려면

지난해 세모(歲暮)를 앞두고 외신 기사 하나가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페이스북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 스캔들과 관련된 법적 조치를 해결하기 위해 7억 25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동의했다는 내용이었다.여기서 스캔들이란 현재는 사라진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정치 컨설팅 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영국 유럽연합 국민투표의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하여 유권자의 프로파일링과 타겟팅을 목적으로 페이스북 계정에 있는 수백만 명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지난 2018년에 밝혀진 사건이다.이 사건에 필자가 주목한 이유는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해킹함으로써 발생한 개인정보의 유출과는 별개로 플랫폼 기업에서 횡행하였던 개인정보의 침해, 즉 플랫폼 이용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일에 선을 그음으로써 이후 마이데이터(MyData) 개념이 성숙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규제 필요성을 대중적으로 알려주었던 전환적 역사성을 갖기 때문이다.사실 개인정보는 이미 2009년에 인터넷의 새로운 오일이자 디지털 세계의 새로운 통화로 불리울 만큼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업,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개인정보가 적극적으로 수집, 저장, 이용되었고, 개인은 플랫폼 사용자로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정보를 무료로 기꺼이 제공하고 있었다.또한 2015년부터 시작된 일련의 국제회의와 행사를 통하여 개인데이터를 시민들이 통제해야 한다는 비영리 조합인 ‘MIDATA’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포괄적인 법률인 유럽연합의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이 제정되고, 인간 중심 패러다임을 지지하는 비영리 단체인 ‘MyData Global’이 조직화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마이데이터 관련 입법 및 커뮤니티 활동이 꾸준히 이어졌다. 그 결과로, 마이데이터는 단순히 ‘나의 개인데이터(personal data)’라는 의미에 머물지 않고, 데이터의 주권(self-sovereign)을 가진 주체로서의 개인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아가 개인정보가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사회경제적 가치에 기여하는 실천적 운동(movement)을 요구하는 개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이런 흐름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20년 이른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을 개정됐으며 개인정보통합 감독기구인 개인정보위원회가 출범하였다. 지난해말 현재 국내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성과를 보면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자 및 전송한 데이터 건수, 또한 서비스 이용자가 연결한 금융기관 수, 고객의 금융자산 조회속도 등을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마이데이터가 만들어져 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이데이터 가치의 핵심은 데이터 결합이다. 이런 점에서 마이데이터 모습은 창백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이 데이터 일반법(general data law)으로서 역할이 미약한 가운데 신용정보법, 전자정부법, 의료법이 분산과 중복으로 규제하면서 마이데이터 비즈니스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규제기관에서 마이데이터 생태계 육성 및 지원에 나서기 보다는 지나치게 미시적으로 비즈니스 사업자 허가 및 운영 기술에 대한 기준 및 표준을 일방적으로 정하여 따르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는 마이데이타 생태계를 구성하면서 제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개인(individual), 개인데이터 보유자(data source), 마이데이터 서비스 사업자(data-using service) 그리고 개인을 생태계의 다른 모든 역할 담당자에 연결되도록 하는 오퍼레이터(operator)가 자생적으로 분화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역할을 잃게 하는 것이다.마이데이터 생태계는 법의 울타리를 치고 경작할 도구를 정하고 일할 자를 고르면, 때가 되어 작물이 수확하듯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삶 속에서 전방위적으로 축적한 데이터(data)이고, 특히 데이터 주체인 개인이 자신에 대한 데이터에서 가치를 얻고 이를 사용한 아젠다를 설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만이 데이터 결합을 통한 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김한성 마이데이터코리아 이사

[EE칼럼] 새해 에너지정책, 시장원리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 정책 전반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7월초 발표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은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는 한편, 재생에너지는 그 비중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할 것임을 명시했다. 석탄발전은 수급상황·계통을 고려해 합리적 감축을 유도하며, 수소산업을 세계 1등으로 육성하고 태양광 탠덤 셀, 풍력 초대형 터빈 등 차세대 기술 조기 상용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울러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안보 강화, 에너지 신산업 창출을 통한 튼튼한 에너지 시스템 구현 등의 내용도 담았다. 실현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의 재정립과 튼튼한 자원·에너지 안보 확립 차원에서 제시된 정책 방향은 시대적 흐름과 글로벌 여건을 적절히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에너지시장 개혁이 소홀히 다뤄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경쟁과 공정의 원리에 기반한 전력시장 구축이 언급되긴 했지만 이를 실천할 구체적인 방안이 결여돼 있다. 윤 정부는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시장에서도 자유시장 원리가 작동되도록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선진국중에서 가장 낙후된 편이다. 전력산업의 경우 전기 요금이 전력시장의 수급에 따라 변하고 이것이 시그널이 돼 다수의 판매자와 다수의 수요자가 각기 자율적으로 수급을 조정하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볼 때 이상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력도매시장과 소매시장에서 한전이 각각 수요독점과 판매독점 지위에 놓여 있어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효율적 시장 달성이 어렵다. 전기요금의 경우 전력 도매구입단가를 정하는 계통한계가격(SMP)에 상한선이 설정돼 지난달부터 운용되고 있고, 소매시장에서는 연료비연동제가 정부의 유보권한 때문에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원가주의 원칙은 전기요금이 기재부장관과 협의 의무가 있고, 산업부장관의 인가와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확립이 불가능하다. 전기위원회의 요금 심의도 형식적으로 명맥만 유지될 뿐 실질적인 심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당일·실시간 전력시장도 확립돼 있지 않다. 이러다 보니 그렇게 요란하게 홍보됐던 스마트그리드 사업도 용두사미로 끝나고 있다. 전기요금이 전력 수급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하고 이에 따라 수요자가 신축적으로 전기소비를 조절할 수 있어야 전력산업도 보다 효율화될 수 있다. 대다수 선진국에서 운용되고 있는 전력선물시장 도입은 더더욱 요원하다. 선물시장은 가격예측과 거래활성화, 리스크헤지 등 다양한 순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전력 선물시장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도 시장메카니즘 확립이 중요하다. 전원믹스 조정만으로는 탄소중립 달성이 불가능하다. 탄소 배출권거래제(ETS), 연료개별소비세 등 탄소가격(Carbon Pricing)을 통한 가격 시그날 강화와 이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특히 ETS의 경우 시장기능을 통해 국내 기업이 외국의 탄소배출규제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최근 유럽연합(EU)이 탄소배출권가격이 현행 톤당 80~85유로에서 100유로 정도(약 14만원)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렇게 되면 탄소배출권 가격이 현재 2만원대인 우리나라의 7배 이상으로 뛰는 셈이다. 이는 탄소국경제도(CBAM)를 시행할 유럽에 대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환경부담금을 크게 늘릴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도 유럽처럼 탄소배출권 시장에 탄소배출업체뿐 아니라 증권사, 컨설팅회사, 개인 등 다양한 주체들을 참여시키고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을 도입해 배출권거래 활성화와 유동성 증대, 시장의 유연화, 가격변동에 대한 기업의 리스크 관리·대응 능력 부여 등 다양한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탄소규제에 대한 국내기업의 대응력을 키우는 길이다. 윤 정부는 새해 에너지정책에 시장원리를 더욱 충실히 반영하길 바란다. 에너지는 필수재로서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불가결하기 때문에 정부가 그 개발이나 생산, 수출입, 유통, 판매 등 일련의 과정에서 시장을 규제·관리하며 개입할 필요가 있는게 사실이다. 특히 시장실패나 수급 및 가격불안정성 시정, 장기 에너지투자 등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 개입이 정당화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은 공정해야 하며, 개입의 수단은 공개적이고 적절해야 한다. 합리적인 에너지규제를 위해 가칭 ‘에너지위원회’ 설립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전기 뿐만 아니라 가스, 열 등 다양한 에너지에 대한 탈정치적이고 일관성 있는 시장운영 및 가격결정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나 최저임금위원회 등이 참고가 될 만하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신년 특별기고] 저성장 시대에도 진화하는 기업엔 미래가 있다

연일 치솟던 집값이 한번 꺾이더니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불과 1년 전 3000 포인트를 웃돌던 코스피지수도 연중 지지부진한 모양새를 지속하더니 결국 2300선을 크게 밑돈 채 2022년을 마감했다. 새해 경제성장율은 2%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버블 붕괴 뒤 길고 긴 침체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처럼 이제 한국도 저성장의 시대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계속되는 한, 한국도 저성장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일본의 경험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한 나라의 경제를 얼마나 약하게 만드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1990년대 초 버블이 붕괴된 후 일본이 언제나 불경기였던 것은 아니다. 2003년에서 2008년 사이 그리고 2013년에서 2018년 사이에는 활황도 경험했다. 그러나 2000년대의 경기회복은 리먼쇼크와 함께 사라졌고, 2010년대의 경기회복은 미·중마찰,코로나,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주저앉았다.리먼쇼크로 촉발된 2009년의 전세계적 금융위기나 코로나와 함께 시작된 최근의 경기 침체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일본 경제가 특별한 것은, 그리고 일본에게 불행한 것은 한번 충격이 오면 다른 나라보다 심하게 경기가 후퇴한다는 것과 충격의 여파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경제성장율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2021년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7%였다. 2020년에는 -4.6%의 역성장이었으니, 겨우 1.7%의 성장은 떨어진 만큼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2021년 일본의 실질 GDP는 무려 6년 전인 2015년 수준으로 후퇴했다.일본 경제의 체력이 이렇게 약한 것은 민간소비나 민간투자의 부진 때문이다. 청년인구가 감소하고 노년인구가 증가하는 일본에서는 외부충격이 올 때마다 민간소비와 민간주택투자가 급격히 감소한다. 인구구조가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 한국도 이 덫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그런데, 장기저성장을 경험한 일본에서 지난 10여 년간 자살율과 범죄율이 감소하는 등 사회지표는 오히려 개선되었다. 부동산 시장과 고용이 안정되면서 주거와 일자리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었기 때문이다.버블 붕괴 후 15년간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던 부동산 가격은 이제 경기에 따라 소폭의 등락을 거듭할 뿐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 그리고 2010년대 들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일자리가 모두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저성장 국가에서 고용은 어떻게 안정될 수 있었을까. 살아 남은 기업들이 성장하며 일자리를 지켰고, 노동시간이 줄고 임금이 동결되면서 더 많은 사원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한국에서는 일본기업이 이미 쇠락해서 명을 다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산요는 공중분해되었고, 샤프는 타이완 기업에 매각되었으며, 도시바는 반도체 부문을 매각하고도 여전히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그런 인식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살아남은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지금도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저성장 시대 일본에서도 기업은 진화를 멈추지 않는다.20세기 일본 소니의 영업이익 최고치는 1997년도의 5200억엔이었다. 그 뒤로 나락을 걸으며 TV부문에서만 11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소니는, 20년만인 2017년에 7350억엔으로 비로서 과거의 기록을 갱신했다. 2021년 결산에서는 1.2조엔이라는 역대 최고의 영업이익을 보고했다. 그러나,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기업이라 지금도 긴장감이 대단하다. 워크맨과 컬러TV, 퍼스널 컴퓨터에서 음악/영상,가정용 게임기,화상센서, 로봇으로 이동한 소니는 자동차 제조사인 혼다와 손잡고 소니-혼다-모빌리티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2026년부터 자율주행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기존의 게임 네트워크를 활용해 메타버스 구축에도 도전한다.도요타도 2021년 결산에서 3조엔에 가까운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보고했다. 지난해에도 전세계 자동차 생산 대수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에서는 그 존재감이 미미하다. 도요타는 전기차에 막대한 투자금을 붓기 시작했고, 달 탐사선 개발도 시작했다. 달에서 달리는 2인승 탐사선을 2029년에 실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요타 계열사인 덴소는 소니와 함께 TSMC가 구마모토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에 출자했다. 이 공장을 중심으로 차량용 반도체, 화상센서, 자율주행차를 잇는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도요타의 또다른 계열사인 도요타통상은 2023년부터 홋카이도에서 일본 최대급 육상 풍력발전 설비를 가동할 예정이다. 54만 킬로와트의 발전이 가능한 설비로 일반 가정 약 18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이다. 일본의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22.4%로 한국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지만 유럽에 비해서는 많이 뒤처져 있다. 탄소 중립이 새로운 과제가 된 세상에서 일본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진화를 멈추지 않는다.저성장 시대에도 일본 기업은 진화를 멈추지 않았다. 아니 진화하지 못한 기업은 도태되었고 진화에 성공한 기업만 살아 남았다. 한국도 저성장 터널에 진입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진화를 멈추지 않으면, 일본을 뛰어 넘는 선진국이 될 수 있다. 2023년 새해에도 진화를 멈추지 않을 한국 기업을 응원한다.박상준 와세다대학교(일본) 국제학술원 교수

[기자의 눈] 해도 너무한 국민연금…과도한 기업경영 참여

KT 이사회가 결정한 구현모 대표의 연임안에 국민연금이 제동을 걸었다. 처음에는 현직 대표에게 우선 심사 자격을 주는 것이 부당하다고 하더니, 막상 경선을 통해서도 구 대표가 선임되자 이번에는 절차가 투명하지 못했다며 지적했다. 결국은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의 연임안에 반대하겠다는 입장까지 시사했다. 국민연금의 잇단 제동으로 KT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애당초 옵션에도 없던 경선까지 만들어 국민연금 면을 세워줬는데, 또다시 제동을 건 것은 누가 봐도 ‘초강수’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정권이 바뀐 만큼 아예 작정하고 최고경영자(CEO)를 갈아치우려 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KT가 CEO 선임 때마다 외풍(外風)에 시달렸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내년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면 될 것을, 굳이 반대 입장을 잇달아 표명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KT 이사회는 물론이고 다른 주주들을 압박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대놓고 후보가 탐탁지 않다고 공언한 마당에, 국민연금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다른 주주들이 국민연금 뜻에 반하는 표를 던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KT뿐만 아니라 포스코, 금융지주 등의 CEO(최고경영자) 선임에 영향을 미치고, 이후 경영권 행사에도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 노후 자산 9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기준은 무엇인가. 국민연금의 말처럼 구 대표의 연임을 ‘황제 연임’이라 할 수 있나. 구 대표는 이사회가 정한 절차를 거쳐 정통 KT맨으로 CEO자리에 오른 인물로, 기존의 ‘회장’이라는 직함도 내려놓은 주인공이다. 통신주가 줄줄이 하락장을 맞이한 때에도 KT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는 것이 구 대표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시장의 선택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국민연금의 셈법에 여러 잡음이 따르는 이유다. 국민연금의 어깃장으로 차기 대표 선임이 미뤄지면서 KT의 경영 환경도 안갯속에 빠졌다. 해가 바뀌었는데도 임원인사를 못했고, 그에 따라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KT의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이는 과연 누구인가. hsjung@ekn.kr

[데스크 칼럼] 걱정을 가불하지 않는 새해

희망을 노래해도 모자랄 새해에 걱정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고단해 걱정거리가 늘어서일 것이다. ‘비상’, ‘위기’ 등 단어가 최근 부쩍 많이 크게 들린다. 그래서 일까. 새해를 맞았어도 사람들의 마음은 얼음처럼 꽁꽁 얼어 있는 것 같다.새해 사방에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경제와 안보가 위기국면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여기저기 온통 빨간불이다. 특히 경제에 거센 찬바람이 분다. 국내외 대다수 경제기관들이 새해 우리 경제의 1%대 성장을 전망했다. 통상 낙관해야 할 정부가 더 비관적이다. 그간 우리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왔던 수출이 갈수록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주력 반도체산업이 깊은 겨울잠에 들었다. 나라 경제가 급격히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 드는 양상이다.거시경제 지표 전망 만 어두운 게 아니다. 실물경제도 비상이다. 한국경제의 간판기업 삼성그룹의 모든 계열사 사장들이 지난 연말 한 자리에 모였다고 한다. 긴급회의를 갖고 위기상황을 공유하며 대책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전 계열사 사장단 회의는 지난 2017년 미래전략실 폐지 후 6년 만이다.사정이 이러니 곳곳에서 구조조정 칼 바람 얘기가 들린다. 명예퇴직이 금융권 중심으로 늘고 있다. 철밥통이라는 공공기관이라고 무풍지대에 있지 않다. 2025년까지 전체정원(44만 9000명)의 2.8% 수준인 1만 2442명을 줄이기로 했다. 14년만의 공공기관 인력 감축이라고 한다. 그 파장은 장년·노인 일자리가 줄어드는데 그치지 않는다. 청년들도 고용 빙하기를 견뎌내야 할 수밖에 없다.민생은 숨 넘어가는 상황이나 다름없다. 서민들을 짓눌렀던 고물가·고금리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 물건 값 안 오른 것을 찾기 힘들다. 새해 벽두부터 전기 등 공공요금마저 줄줄이 인상됐다. 가뜩이나 팍팍한 살림살이를 더욱 어렵게 한다.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간다.영혼까지 끌어 모아 갭 투자로 막차 타고 집 장만한 청년들이 천장을 모르고 오르는 금리에, 떨어지는 집값에 신세 한탄하며 눈물짓고 있다. 참 가슴 아프다. 얇은 주머니 사정에 생활이 쪼들리고 팍팍한데도 장 바구니 물가는 무정하게 올라가기만 한다. 내핍은 분명 고통스럽다. 하지만 걱정할 게 없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고 하지 않나. 눈을 들어 높이 멀리 보면 모든 게 그저 작은 일상일 뿐이다. "걱정을 사서 한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풀면 걱정을 돈 줘가면서까지 한다는 뜻이다. 쓸데없이 미리 걱정하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늘 걱정을 한 가득 안고 산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가불까지 해서 걱정한다.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오죽했으면 성경에 "걱정하지 말라"가 무려 365번이나 나올까. 사람들은 누누이 "걱정하지 말라"는 절대자의 말조차도 믿지 못하고 걱정을 많이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에 지레 겁부터 먹고 근심할 필요는 없다. 걱정하는 일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걱정과 고민을 통해 대처방안을 찾을 순 있다. 그렇더라도 그 대처방안이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다. 걱정을 한다고 안 될 일이 되고 걱정을 안 한다고 될 일이 안 되지 않는다. 사서 하는 걱정은 부질없는 것일 뿐이다.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 걱정하는 게 사치다. 우리는 과소비와 거품을 얘기하며 그 어느 때보다 풍요 속에 살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 먹고 입는데 정말로 어려움을 겪고 살 집이 없어서 고통 받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적어도 삶의 기초인 의식주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해도 크게 틀렸다고 할 수 없다. 빈부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눈높이의 차이가 커지고 있는 점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이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잃은 것, 가지지 못한 것, 이루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지 말고 이미 얻은 것, 가진 것, 이룬 것에 만족한다면 걱정할 게 뭐가 있을까. 부족하지만 얻거나 가진 것, 이룬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보람을 갖고 감사했으면 한다.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감량하면 건강을 되찾지 않는가. 집값이 떨어지면 세금 덜 내고 집 살 기회가 온다. 모든 게 생각하기 나름이다.우리에게 위기는 곧 기회다. 우리는 식민지 질곡을 견뎌냈고 참혹한 전쟁도 겪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고통스러웠던 외환위기·금융위기도 이겨냈다. 외환위기의 조기 극복에는 세계인들도 놀랐다. 그 이후 오히려 국운이 더 상승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섰고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한류는 이미 글로벌 문화의 대세다. 한국어의 매력은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영화나 스포츠도 국제무대에서 잇달아 낭보를 전해준다.코로나로 인한 3년간의 어두운 터널에서도 빠져나오고 있다. 출구의 끝에 섰다. 그 사이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일상을 바꿔가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새해엔 모두가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위기에 강한 우리 스스로를 믿고 위로하며 여유와 즐거움을 찾고 파이팅하기 바란다. 물질 만능시대를 살면서 소홀히 해온 정신문화를 채우는 일도 새해 다짐 목록에 올려놓으면 어떨까. 새해 업무를 시작하는 날 노래 한 곡 추천한다. 가수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중략)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구동본

[기자의 눈]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이태원 참사 잊지 말아야

내년 1월이면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현장 붕괴 사고 1년째를 맞는다. 사고 당시 현장 관리·감독 소홀, 안전불감증 등을 놓고 날선 비판과 비난이 이어졌지만 정작 지난 1년 동안 안전과 관련해서 제도 개선은 커녕 사고 자체가 흐지부지된 느낌이다. 지난 1월 11일, 올해가 시작하자마자 발생한 아파트 붕괴 사고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화정아이파크 39층 타설 작업 중 23층부터 38층까지 외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하청 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다쳤다. 수사 결과 붕괴 원인으로 부실시공이 지목됐다. 동바리로 불리는 가설지지대를 조기 철거하고 콘크리트 가벽으로 대신하는 등 바닥 지지방식을 임의로 변경한 탓에 슬래브 하중이 중앙부로 집중되면서 붕괴된 것이다. 사고 원인이 발표됐고 사고로 인한 피해도 분명한데 이를 책임질 주체는 없다. 사고 당시 서울시가 나서서 현산에 대해 6개월 이내 등록말소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영업정지 처분 역시 과징금으로 대체됐다. 현산을 향한 날카로웠던 비판의 잣대가 조금씩 무뎌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로부터 10개월 뒤인 지난 10월 대형 인명 참사가 발생했다. 핼러윈을 앞둔 10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158명이 목숨을 잃었다. 참사 당일 많은 인파로 인한 사고 위험이 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구청 등이 안일하게 대응한 사실이 드러나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경찰, 소방, 지자체의 대응 시스템 부족 등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책임 회피성 발언만 쏟아내는 모양새다. 올해가 지나면 아이파크 붕괴 사고나 이태원 참사 모두 이대로 우리 사회에서 잊혀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려스럽다. 사고 책임자들은 시간을 끌면서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사고를 막을 사회안전망이나 제도를 확충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우리를 충격에 빠뜨릴 대형 인재들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2023년을 만들기 위해선 지금이 안전 관련 제도를 보완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할 때다.증명사진_김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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