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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탄소중립시대, ‘원자력 선박’ 인허가 체계 마련을

요즘 해운업계가 노심초사다. 국제해사기구(IMO)를 중심으로 해운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강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IMO는 현재 175개국을 회원국으로 둔 유엔산하 국제기구로 해운 및 조선에 관한 현안을 다룬다. IMO는 2018년 ‘선박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초기전략’을 채택했다. 여기서,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을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50% 감축한다는 목표를 정하였다. 그런데 최근 IMO는 내년까지 국제 해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하고, 더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도입하려 논의 중이다. 해운 분야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대부분은 이산화탄소다. 그 배출 규모는 세계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의 3%가량이다. 지난 30여 년간 해운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꾸준히 늘어났다. 2018년 기준 배출량은 10억 7,600만 톤(CO2 eq.)으로, 이는 1990년 대비 약 2배, 2021년 대비 9.6% 늘어난 것이다. 해운업계는 선박 연료를 친환경 연료로 대체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려고 한다. 2012~2018년간 온실가스를 최다 배출한 국제 해운 선박은 화석연료인 중유와 혼합유를 사용하는 컨테이너선, 벌크선, 유조선 등이었다. 해운업계는 선박의 화석연료를 단기적으로는 LNG로, 장기적으로는 그린 수소, 그린 암모니아, 바이오 연료 등으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고려 중인 친환경 연료는 한계가 있다. LNG로 연료를 전환 중이지만, 고속 컨테이너선이나 대형 유조선, 벌크선 등이 요구하는 높은 항속을 만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 배출량이 적긴 하지만 LNG도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장기적 친환경 연료인 그린 수소, 그린 암모니아 등은 생산 과정 중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고효율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사용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저장이나 독성 문제 등까지 해결해야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원자력이 해운업계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원자력은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높은 항속이 필요한 선박에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이, 미국은 원자력 추진 선박 엔진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DOE)는 미국선급협회(ABS)와 첨단 원자력 추진 장치를 상용 선박에 적용하는 80만 달러 규모의 연구 계약을 체결하였다. ABS는 이 연구를 통해 해양 분야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첨단 원자로 모델을 개발한다. 이 연구는 미국 아이다호(Idaho) 국립연구소의 국립원자로혁신센터(NRIC)가 지원한다. DOE는 이와 별도로 텍사스 대학이 수행하는 용융염원자로(MSR)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ABS와 계약을 맺었다.우리나라 기업도 원자력 추진 선박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 대기업은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MSR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향후 이 MSR을 기반으로 원자력 추진 선박을 개발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원자력과 조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 두 분야의 기술을 융합한다면, 우리나라가 전 세계 친환경 선박 시장을 주름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원자력 추진 선박의 상용화에 걸림돌이 있다. 우리나라가 원자력 추진 선박에 대한 인허가체계를 아직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원자력 추진 선박은 엔진으로서 소형 원자로를 장착한다. 그런데 이 원자로는 육상에 설치된 원자로와 가동 환경이 크게 다르다. 또 핵연료가 장착된 원자로를 싣고 선박이 전 세계 바다를 돌아다녀야 한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여, 원자력 추진 선박의 안전성과 핵비확산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한 인허가체계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최근에야 원자력 추진 선박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미처 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정부는 원자력 추진 선박에 대한 인허가체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IMO의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원자력 추진 선박의 실현 시점을 최대한 앞당길 필요가 생겼다. 원자력 추진 선박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 고민과 해운업계의 생존적 고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다. 누가 먼저 이것을 실현하느냐가 세계 해운 및 조선업계의 판도를 뒤바꿀 것이다. 서두르지 않으면 기회는 사라질 것이다.※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기자의 눈] 일회용품 금지

정부 일회용품 규제 확대 법안에 맞춰 최근 유통기업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 지침에 따라 비닐봉투와 일회용 컵 사용을 중단하고, 친환경 제품 사용을 독려하는 마케팅까지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새로 적용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법안은 지난 2019년 대형마트의 비닐봉투 사용 제한 이후 이뤄지는 첫 일회용품 사용 규제 확대 법안으로, 편의점과 소규모 마트 등 중소형 매장 내 비닐봉투 사용까지 제한한다. 특히,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스틱의 경우, 매장에서 사용이 전면 금지돼 지난달 24일부터 카페와 식당은 기존 플라스틱 재질의 빨대 제품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정부는 1년간의 계도기간이 둬 매장과 소비자의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유통업계도 일회용품 줄이기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편의점은 비닐 봉투 대신 종이봉투·종량제봉투 외에도 친환경봉투를 도입하며 봉투 다변화에 나섰고, 백화점·마트도 친환경 마케팅을 더욱 강화했다.그러나, 일회용품 줄이기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현장에선 편법성 매장 운영을 하는 모습이 발견돼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한 예로 최근 서울의 한 백화점에 입점한 식음료 매장은 같은 음식섭취 공간인데도 일회용 컵 사용 테이블과 금지 테이블을 구분해 놓고 일회용 컵 사용 손님이 오면 일종의 전용 테이블로 쫓아내곤(?) 했다.매장 직원은 "단속 나오는 분들이 있어 조심해야한다"며 오히려 손님에게 양해를 구했다. 어쩔 수 없이 테이블을 옮긴 이 고객은 "일회용 컵을 아예 못쓰게 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공간에서 굳이 구분하는게 무슨 효과가 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또다른 소비자는 일회용품 규제 대상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편의점에선 만난 20대 소비자는 편의점의 비닐봉투 사용 제한 조치에 "음식점들은 배달할 때 모두 비닐봉투를 쓰는 데 편의점은 왜 못쓰게 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일회용품 규제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착한 규제’라고 할지라도 현장과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안기고 형평성 문제를 일으킨다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없다. 아직 1년의 계도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정부가 현장·소비자와 충돌하는 제도의 시행착오 부분을 적극 찾아내어 빨리 개선해야 ‘착한 실천’을 이끌어낼 수 있다.pr9028@ekn.kr

[이슈&인사이트] 자영업자 대책, 고위험군에 집중을

최근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부채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권 자율협약에 의한 대출연장 및 상환유예, 새출발기금에 의한 채무조정, 정책자금에 의한 저금리 자금공급, 그리고 경영 및 재기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자영업 부채대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영업 부채의 근본 원인별로 정책수단이 적용되어야 자영업 부채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모든 자영업자가 생계형은 아니듯이 모든 자영업자의 부채가 같은 리스크를 내재하고 있지는 않다. 즉, 부채비율이 높다거나 부채가 많다는 것이 부채위험의 지표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부채가 많아도 갚을 능력이 있거나 향후에 갚아나갈 잠재력이 큰 자영업자와 상대적으로 부채가 적지만 긴급 수혈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자영업자와 동일한 정책수단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아무리 어렵다 할지라도 회생가망성이 없는 자영업자에게 무한정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소득 하위 자영업자의 경우 대출연장 등 긴급 지원정책이 대안이 될 수는 있으나, 상위 소득 자영업자의 경우는 경기호전대비 투자로 인한 부채일수도 있기에 부채의 비율이 지원의 척도가 되어서는 안된다. 자영업자의 부채증가의 원인 및 자영업자의 부채상환 능력별로 차별화된 정책대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자영업자의 부채는 경영의사결정의 일환으로 전략적으로 선택된 것일 수도 있다. 여러 연구에서 부채는 자본, 자산, 세금 등의 요인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많은 외식기업들은 수익에 비해 높은 수준의 부채를 사용하고 있어 한계비용이 큰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자산집약도를 낮춤으로써 한계비용을 줄인다면 부채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즉, 기업이 어떻게 자산, 자본, 부채를 운용하는가에 따라 경영성과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부채를 감소해 주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지속가능한 운영이 되도록 정책수단을 상황별로 잘 선택해야 한다. 성장속도가 빠른 사업군에 속한 기업은 타인자본 조달능력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며, 기업가정신이 자율적으로 활발히 작동해야 하는 영역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 정책대상이 되는 사업군은 저성장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자영업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외식업이 이에 해당한다. 외식업은 점포공간 유지와 설비 및 인테리어 등으로 소상공인 영역에서 자산집약도가 높은 반면, 경쟁이 심하므로 수익성 역시 낮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외식 자영업자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산집약도는 높은데 수익성이 낮고 부채규모가 크다면 고위험군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고위험 자영업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파산하게 되면 제2금융권에 직격탄이 될 것이며, 우리 경제에 미치는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들 고위험집단은 장기저리 대환이나 자본구조 조정 등을 통해서 긴급 처방을 하지 않으면 악성 부채 리스크로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금융권 자율협약 및 새출발기금 등의 정책수단을 통해 이들의 부도를 최소화하여야 할 것이다. 같은 저성장 사업군에 속한 자영업자라고 할지라도 자산집약도가 낮다면 부채비율이 높고 수익성이 낮다고 할지라도 처방이나 정책수단이 달라야 한다. 자산집약도가 낮음에도 부채가 증가한다면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생계를 위해 전망이 없어도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에는 회복불가능한 자영업자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기에 단순 부채유예만으로는 적자의 악순환을 빠져 나오기 힘들다. 이들에게는 과감히 부채를 탕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업종전환이나 취업을 지원하는 등의 재기지원을 하여야 한다. 자영업자 부채 리스크 관리정책 우선 대상자는 고자산집약도 저수익성 사업군에 해당하는 자영업자들로서 영세자영업자의 대부분이 몰려 있는 저수익 영역에서 자산집약도에 따라 차별적으로 정책수단을 적용할 때 정책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장

[EE칼럼] 탄녹위, NDC 상향안부터 현실 맞게 손봐야

지난 10월 26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공식 출범하고 새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 전략과 추진과제가 발표되었다. 그날 위원들과의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가 과거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국제사회에 제시했으나 국민들이, 또 산업계에서 어리둥절한 바 있다", "과학적 근거도 없고, 또 산업계의 여론 수렴이라던가 로드맵도 정하지 않고 발표를 하면 그것이 주는 국민들의 부담이 어떤 건지 과연 제대로 짚어보고 한 것인지 의문이다.", "어찌 됐든 국제사회에 약속은 했고 이행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전 정부의 NDC 상향안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지난달 전경련의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과 비슷한 인식이 확인되었다. 기업들은 ‘NDC 상향안의 실현가능성이 낮다(48%)’를 ‘적정하다(16%)’ 보다 3배 높게, 그리고 대부분 ‘재검토가 필요하다(82%)’고 응답했다. 기업들도 NDC 상향안 목표를 무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NDC 상향안의 목표 설정에 이해가 안 되는 대목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8월 탄소중립기본법을 통과시키면서 2030년 탄소배출량 목표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으로 정했다. 감축률 35%는 2050년을 탄소제로 연도로 정하고 기간으로 나눈 값으로서 큰 고민없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 목표는 달성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정부조차도 도전적인 목표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11월, 26차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감축률을 40%로 더욱 높여 발표했다. 숫자 결정 과정에 대해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으나 돌아 온 답은 ’모른다‘ 였다. 누군가는 웃고 있을지 모르지만 여전한 미스터리다. 지난해 발표된 NDC 상향안이 엉터리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산업별 감축목표, 발전믹스는 있으나 전체 에너지원별 구성(에너지밸런스) 분석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탄녹위는 출범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분과별 회의를 포함하여 11월말까지 총 10회의 회의를 개최했다. 특히 에너지·산업 전환 분과위원회는 3차례의 회의가 열렸고 3차 회의에서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심의·의결했다. 일부 표현은 다르지만 탄녹위는 검토의견으로서 원전확대 반대, 수요관리 강화, 온실가스 배출목표 달성방안 보완, 재생에너지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을 회의록에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하게 생각되는 타분야 전력화 미반영에 따른 전력수요 과소예측 문제, 재생에너지 용량 확대 가능성 진단, 석탄발전소에 대한 좌초비용 보상 방안, NDC 이행의 소요비용 추정과 전기요금 영향 등을 논의한 기록은 없다. 특히 전력수요의 과소예측 문제가 심각한데 필자가 지난 9월 EE칼럼을 통해 비교적 상세히 다룬 바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회의록만 보아서는 탄녹위는 전 정부 탄소중립위원회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임명직 위원 중 에너지전문가가 거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탄녹위가 전력수요예측을 비롯한 다른 것들에 대해 논의조차 없었다면 심각한 문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는 ‘정부는 국가비전 및 중장기감축목표 등의 달성을 위하여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또 법의 부칙 제2조 2항에 ‘최초 국가기본계획은 이 법 시행일(2022년 9월25일)부터 1년 이내에 수립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계획수립 만료일이 10개월여 남아있을 뿐이다. 탄녹위가 할 일이고, 일의 속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녹위 홈페이지를 훑어본 결과는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탈원전을 전제로 수립된 NDC,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가 여전히 게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새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반영하여 수정될 예정이다‘ 정도의 양해 글조차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어 탈원전이 폐기된 후 7개월이 되었고 탄녹위 사무처는 지속적으로 가동되고 있었을 것이다. 극한 무신경이라 표현하면 적당할까.NDC 수정안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앞서 윤 대통령의 언급에 그 내용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과학적 근거가 있을 것, 산업계를 비롯하여 국민여론을 수렴할 것, 로드맵을 수립할 것, 국민들이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 분석할 것’ 등이다. 이 내용들이 수립되는 수정안에 포함될 수 있다면 이전 정부의 환타지 NDC 상향안에 비해 휠씬 현실적이고 수준 높은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탄녹위가 좋은 말들을 모아서 전략과 추진 과제를 발표하고 흡족해할 시간은 거의 없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탄녹위는 간간히 만나서 밥이나 먹는 ‘동호인 위원회’가 되고 말 것이다.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데스크 칼럼] 오해살만한 금융권 관치인사 논란

연말 최고경영자(CEO) 인사 시즌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을 매섭게 몰고 있다. 시작점은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제재였다. 금융위는 11월 9일 정례회의에서 라임펀드를 불완전판매한 우리은행에 업무 일부 정지 3개월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는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그간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사태 관련해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결정을 미룬 점을 고려하면 이날 회의는 이례적이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손 회장의 경우 재임 기간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쳤는데, 3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 제재는 이러한 예측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을 전후로 업계에서는 관피아, 모피아들이 우리금융 CEO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대규모 CEO 인사시즌인 만큼 정부가 금융권 요직에 이른바 자리 챙겨주기를 노골화할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였다.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이날 회의 결과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의 예고전에 불과했다. 중징계 이후 업계에서는 당국이 우리금융 회장직을 향해 직간접적으로 외압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재 직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 회장에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며 발언 수위를 높인 것이 대표적이었다. 이는 중징계를 받은 금융사 CEO가 법과 원칙에 따른 방어권을 제기할 수 있는 권한까지 사전에 차단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어 이 원장이 금융지주 회장 선임권을 쥐고 있는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불러 CEO 선임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관치금융 인사에 대한 의구심에 기폭제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Sh수협은행장에 내부 출신인 강신숙 수협중앙회 부대표가 선임됐음에도 이러한 의혹은 잦아들지 않았다. 일부 중견은행에 내부 인사를 선임한 것은 당장의 관치 논란을 잠재우고 더 큰 일을 위한 치밀한 사전작업이라는 게 오해들의 요지였다. 이 원장 입장에서는 충분히 억울할 수 있다. 사실 시기 등 각종 외부적인 요소들을 제외하고 보면 이 원장의 발언과 행동은 금감원장이 해야할 원칙과 책무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경영진의 선임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다. CEO 선임이 경영승계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와 같은 주문만 봐도 그렇다. 워딩 어디에도 금감원장이 특정 금융사 인사를 겨냥하거나 이사회의 역할을 과도하게 침범했다고 볼 수 없다.그럼에도 금융권이 당국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까닭은 그 시기가 공교롭다는데 있다. 이미 숱하게 언급됐지만, 아직 손 회장이 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DLF 중징계 취소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손 회장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이 가운데 돌연 비슷한 유형의 펀드 사태 대해 1년 넘게 미뤄온 제재를 확정한 것이다. 이어 최근에는 금융위가 중대한 금융사고 발생시 금융지주 회장을 포함한 CEO에 책임을 강하게 묻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들고 나왔다. 왜 하필, 연말 인사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당국의 ‘해야할 일’이 금융사 CEO로 향하게끔 보여지는지 금융사 입장에서는 불안하기만 하다.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향후 금융감독 방향에 대해 "시장의 불안감을 완화할 수 있도록 입체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접근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의 행보가 정말 이 원장의 발언처럼 금융사 CEO의 인사 시즌을 앞두고 한 치의 오해도 사지 않을 만큼 세련됐는지는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다.‘관치금융의 부활, 정치권 인사 개입’ 논란을 놓고 금융권은 연일 신경이 곤두서있다. 굴지의 금융사 CEO 하마평에 모피아, 관피아의 이름들이 거론되는 것은 이들의 예민함을 높이는 배경이다. 부디 이러한 우려가 금감원장의 말처럼 과도한 오해로 정리되길 바란다.mediasong@ekn.kr

[기자의 눈] "그럴 일은 없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위믹스가 상장폐지 될 가능성은 없다."(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지난달 17일 지스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위메이드가 발행하는 가상화폐 ‘위믹스’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상장폐지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장 대표가 꺼낸 말이다. 당시 그는 "충분히 소명과정을 거쳤고, 우리만큼 잘 한 회사는 없다. 위믹스가 상장 폐지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딱 일주일 뒤,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튿날 장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낸 뒤 "억울하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은 장 대표의 ‘호언장담’이 부작용을 키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는 "제가 아는 선에서 미디어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한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위메이드의 노력을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다. 일부 기업은 하지도 않는 코인 유통량 공시를 매 분기 하다가, 사전에 공시하는 쪽으로 개선했고, 최근에는 실시간 유통량 공시 시스템도 만들어 적용한 게 바로 위메이드다. 위믹스에만 내려진 상장폐지 처분이 불공정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장 대표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CEO 언사의 무게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올해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에 100개 게임을 론칭 하겠다며 야심차게 발표했던 계획은 채 50%도 달성하지 못했다. 그래놓고 꺼낸 변명은 "시장 환경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였다. 그리고는 덧붙인다. "내년 1분기까지는 한다"고. 장 대표가 매 기자간담회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나는 CEO고, 사실이 아닌 걸 말하면 법적으로 처벌을 받기 때문에 본인은 사실만 말한다는 거다. 그러면서 ‘팩트’와 ‘견해’를 구분해달라고 강조한다. 장 대표의 발언들은 팩트인가, 견해인가. 그걸 판단해내는 건 오로지 투자자와 기자의 몫이다. 위메이드는 더 이상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변방의 중견기업이 아니다.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 리딩 기업이자, 글로벌이 주목하는 회사다. 적극적인 소통? 물론 좋다. 그런데 CEO가 밝힌 청사진이 계속 번복되면 결국 신뢰를 잃는다. hsjung@ekn.kr정희순 산업부 기자

[EE칼럼] 10차 전기본, 합리성·실현가능성 있게 수정돼야

정부가 공청회를 거쳐 10차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초안을 공개했다. 2년에 한번씩 15년 단위로 수립되는 계획이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바뀌어 처음 수립된 계획이라 각별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재인 정부때 수립된 9차 에기본의 내용을 상당히 수정했지만 여전히 내용의 합리성이나 실현 가능성 등의 면에서 문제점이 엿보이고 있다. 문제점으로서 지적할 수 있는 첫번째는 전력수요 과소예측 가능성이다. 초안 작성을 주도한 10차전기본 수요전망 워킹그룹은 미래사회 변화를 반영해 수요전망 체계를 고도화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 중장기 기온전망 통계 등을 활용해 전체 계획기간(2022~2036년) 동안의 전력수요를 전망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산업·수송·건물 등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전기화(electricification) 추세를 제대로 반영한 수요 전망인지 의문이 든다. 2050 탄소중립안에 따르면 2050년 전력수요가 2018년 대비 대폭 증가해 발전량 기준 1209~1258TWh에 달하는 것으로 돼 있다. 전력수요가 2018년 571TWh에서 2.3배로 증가하는 셈이다. 이러한 전력수요 증가가 선형증가 모습을 보인다고 가정해 2030년 전력수요를 추정하면 약 770TWh가 된다. 그럼에도 이번 전기본에서는 당해년 전력수요를 615TWh로 적게 잡고 있다. 전력수요를 적게 잡은 이유는 아마도 작년 10월 제시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 달성 가능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전력수요(발전량)가 적을수록 온실가스 발생량이 적어지고 이렇게 되면 전환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2018년 대비 44.4%(1억 1970만톤) 달성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9차 전기본, 온실가스감축목표(NDC)상향안 등에서 탈원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력수요를 과소예측했던 것으로 여겨지는 것과 아울러 이번에도 의도가 담긴 과소예측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다. 두번째 문제점은 달성이 불가능해 보이는 전원믹스 목표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는 정격 설비용량이 현재 27.5GW에서 2036년 108.3GW로 늘어나는데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매년 5.7GW의 설비증설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에 올인한 문재인 정부 5년간 설비용량이 평균 3-4GW 증가한 것에 비춰볼 때 목표설정이 무리다. 입지한계·일사량·풍속·주민수용성·비용 등을 고려할 때 그렇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030년에 21.6%로 NDC상향안의 30.2%보다 크게 낮췄지만 2036년에 30.6%로 다시 크게 높인 점도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 작년 태양광·풍력 등 가변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전체 발전량의 4.3%에 그쳤다. 원자력 발전은 ‘탈원전 폐기’에 따른 기존 원전 계속 운전, 신한울 3·4호기 등의 신규원전 준공 등이 반영돼 2030년 발전량 비중을 NDC상향안의 23.9%보다 크게 높아진 32.8%로 잡았다. 원전 확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중수로 압력관 교체 등으로 일부 원전의 계속운전이 2030년 이전에 불가능할 경우 목표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세번째 문제점은 온실가스 감축 불가능성이다. 국가적으로 NDC상향안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7년동안 매년 온실가스를 5% 이상 줄여야 하나, 코로나 팬데믹의 직격탄을 받은 이전 정부 때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연간 4.1% 정도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전환부문에서는 전력수요량을 인위적으로 낮춘 흔적이 역력함에도 불구하고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렵다. 신재생에너지 백업발전으로 LNG발전 비중을 높게 유지해야 하고, 석탄발전도 최근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급격한 발전축소가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네번째 문제점은 송전망 대응의 미흡성이다. 전력설비 증설과 관련해 송전망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과거 밀양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신규 송전망 건설은 민원, 환경단체 반대 등으로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10차 전기본은 원전의 경직성과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변동성, 송전망의 신뢰도 검토 등의 정밀성이 뒷받침 되지 않아 계통의 불안정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이 점 전력수급계획 확정시 송전망 계획도 충분히 검토돼 반영돼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정부는 이런 다양한 문제점들을 충분히 고려해 최종안을 확정해야 한다. 전력수급계획이 숫자 꿰맞추기에 급급하다는 인식을 줘서는 곤란하고, 과거 추진됐던 일련의 전기본 성과를 평가한 바탕위에서 보다 정합성이 있고 신뢰성 있는 계획을 확정하기 바란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기자의 눈] 尹정부, 엉덩이에 ‘리모델링 사업’ 깔고 앉았다

연말이 되니 새삼 지난 1년을 돌아보게 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년 사이에 부동산 시장이 참 많이 변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도시정비사업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음을 체감한다. 지난 정부는 임기 내내 강력한 재건축 규제를 실시했다. 그래서인지 상대적으로 규제 허들이 낮은 리모델링 사업이 각광을 받았다.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사업지가 쏟아져 나왔고 사업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수직 증축 관련 이슈도 시장 분위기에 힘입어 추진에 속도를 냈다. 서울 송파구 성지아파트(잠실 더샵루벤)는 국내 첫 수직증축 허용 단지로 지난 4월 분양에서 252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소건설사만 리모델링 수주를 따내던 과거와 달리 대형건설사들도 너도나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1년 만에 시장 분위기가 급변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건축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리모델링을 향한 따가운 시선이 살아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작년까진 분위기가 좋았는데 올해 리모델링 시장은 작년만 못하다"는 반응이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에 공사비 상승으로 이자 부담은 커졌는데 집값이 하락하면서 분양가는 떨어지니 리모델링으로 새 아파트로 탈바꿈해도 이득이 없다고 판단하기 시작한 것. 조합 설립 인가를 위해서는 주민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동의서 제출을 망설이거나 아예 방관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리모델링 추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업을 몇 개월만 빨리 시작했으면 좋았을 걸"하는 푸념도 나온다. 정부는 다음 주 중으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방안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이 낮아지는 것은 주택 공급 활성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리모델링 추진법’ 제정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밀려 기약조차 없다. 정부가 리모델링 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 9월 기준 전국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는 132곳이 넘는다. 가구 수로 따지면 10만5000여가구에 달한다.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에 밀려 지체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의 삶이 달려 있다는 점을 정부가 유념해주길 바란다.증명사진_김기령

[이슈&인사이트] AI시대,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

테크 기업의 해고자수를 조사하는 ‘ Layoffs.fyi’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글로벌 테크기업에서 해고된 근로자는 14만명에 달한다. 특히 11월에는 트위터 3700명, 메타 1100명, 아마존 1000명 등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해고가 잇따르고, 구글도 내년초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다음 산업은 금융업, 그리고 제조업 등으로 확산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런 고용한파가 우리나라에는 아직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비용절감과 해고는 경기가 나빠지면 직원축소, 고용동결 및 일자리 제안 철회의 결과로 나타나는 표준적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감원이 늘어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코로나 상황 동안 미루어진 연례적인 정리해고가 집중된 점이 있다. 물론 회사마다 다른 사정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기업의 지배구조가 새롭게 바뀌었다거나, 신사업전략이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하거나 등등 말이다. 그러나 긴 안목으로 조각난 어두운 현상들이 지목하고 있는 추세에 주목한다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활용이 본격화되는 새로운 역사적 전환점의 단편일 수 있겠다. 코로나 봉쇄를 겪으면서 원격, 대체 및 순환근무 등 오래된 노동의 종말을 재촉하고, 기록적인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인해 늘어난 비용을 절감하는데 AI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최근에 인공지능 발달은 괄목한 수준으로 우리가 지금까지 일하는 방식을 바꾸거나 노동의 역할을 대체할 만큼 진전되었다. 인공지능은 이미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최적화된 공정으로 자동화(automation)를 돕고 있고, 데이터에 기반하여 현상 분석 및 미래 예측을 위한 합리적인 의사결정(rational decision)을 하며,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예술활동을 수행할 만큼 창의적(creativity)이다. 특히 2016년 알파고의 출현 이후 딥러닝 기반 AI 응용이 주류가 되면서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자연어 처리기반 초거대 인공지능(Super-Giant AI)을 앞다투어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GPT-3(오픈AI>, 람다(구글), 메가트론(마이크로소프트), 하이퍼클로바(네이버), 코지피티(카카오), 엑사원(LG), 코지피티2(SKT)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수천억 개에서 수조 개에 이르는 모수(parameter)를 갖는 인공신경망을 갖추고 슈퍼컴퓨터로나 계산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학습한다. 70여년전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우리가 아는 것만을 수행하던 AI를 이제는 인간의 간섭을 최소로 하면서 인간처럼 무엇인가를 새롭게 창안해 내고 있다. 초거대 AI 플랫폼이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는 분야는 광고, 웹 검색, 온라인쇼핑 추천이 될 것이다. 특히 검색 서비스는 지금보다 똑똑하게(Semantic Web) 내가 원하는 정보만을 추려서 제공할 것이다. 거대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산업 분야에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이 비효과적이다. 이런 경우 AI는 거대 규모의 데이터 보다는 작지만 질 좋은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AI 처리과정에서 특정 도메인의 훈련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의 개입도 필요하다. AI 결과물에는 편견과 차별이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좋은 인공지능(good AI), 투명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 공정한 인공지능(unbiased AI)을 원한다. 그래야 우리는 AI를 신뢰하고 함께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예측 하건데, 내년은 AI가 만개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마치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모바일 시대를 맞이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맞이하는 AI 플랫폼은 모바일 시대의 SNS 플랫폼에서 경험한 폐해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AI 이용자는 더 이상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롱테일 분야에서 창의적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주체로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AI기반 사회를 구축하려면 우리 각자가 AI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 리터러시(AI Literacy)는 AI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접근이 어려운 계층, 특히 중소업체, 개인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관심 분야에 효과적으로 AI를 적용하는 방법을 알고, 사용할 수 있는 도구와 서비스를 이해하고, 또한 AI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도메인에 따라야 할 AI 규정을 알면 된다. 물론 이러한 일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해야 가능한 일이다. 바야흐르 일상의 매 순간을 AI와 함께 하며 일과 삶을 꾸려가는 시대가 목전에 다가온 가운데 우리 사회 구성원 누구라도 그런 흐름에서 뒤처진 채 방치돼서는 안된다.김한성 마이데이터코리아 이사

[EE칼럼] 청정수소 사업성 높일 ‘공급인증서 거래제’ 도입을

지난달 9일 윤석열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가 개최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 및 세계 1등 수소 산업 육성’이라는 국정과제를 제시, 수소경제 이행과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수소경제가 전 정권의 역점 추진 사업 중 하나였던 만큼, 자칫 위축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관련 업계에 감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에 개최된 위원회에서 무엇보다 현 정부의 수소경제 이행 및 수소산업 육성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재확인해주었다. 더욱이 내용상으로도 지난해 11월 발표되어 청정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천명한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의 기조를 유지,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해주었다. 이로써 민간기업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 수소경제에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는 분명한 신호가 되었다고 평가된다.이번 위원회의 특징 중 하나는 산업계 민간위원을 확대, 수소경제 관제탑에 민간기업의 주도성이 강화된 점이다. 수소경제는 기업들이 수소라는 상품을 중심으로 영위하는 경제적 활동, 즉 수소 비즈니스의 총합이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수소 비즈니스의 주체인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시장 주도형 체제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마찬가지로 청정수소 생산·공급도 역시 시장주도형 수소경제 기조 아래서 민간기업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높은 생산원가로 인해 경쟁시장에서 청정수소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그래서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만만치 않다. 이로 인해 민간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청정수소 중심의 수소경제로의 빠르게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나 계획도 큰 실효성을 갖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정부의 청정 수소경제로의 전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실제 민간기업들이 청정수소로 사업, 즉 비즈니스를 수행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제도적·정책적 지원방안 마련이 요구된다.물론 이러한 필요성을 반영하여 현재 정부는 우선 청정수소의 기준과 인증제 운영방안을 마련,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한국형 청정수소 인증제를 2024년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이 같은 청정수소 인증제와 연계하여, 한전, 구역전기사업자, RE100 수요 민간기업들이 입찰시장을 통해 수소·암모니아로 발전된 전력, 특히 청정수소로 발전한 전력을 의무적으로 구입하는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2023년까지 개설,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이처럼 청정수소가 발전용으로 의무적으로 사용되면, 비록 높은 생산단가로 인해 수익성이 약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일정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다만,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해서, 바로 청정수소 생산 및 공급, 나아가 유통 등 연관된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판매를 위한 최종소비처와 함께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수익, 다시 말해 충분한 수익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청정수소 사업의 수익성은 일반 수소 시장가격보다 충분히 높은 청정수소의 가격이 뒷받침되어야 확보가 가능해지고, 결국 이는 전반적인 수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비싸진 수소 가격은 다시 수소와 수소 활용 상품 수요를 위축시켜 수소경제로 이행을 둔화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청정수소 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추가적인 방안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이러한 방안으로서 한국형 청정수소 인증제와 연계한 ‘청정수소 공급인증서(Clean Hydrogen Certificate, CHC)’ 거래제도 도입을 제안한다. 이는 우선 한국형 청정수소 인증제에 의해서 인증된 청정수소의 생산·공급 실적에 따라 가령 청정수소 1톤당 청정수소 공급인증서 1건을 발행하고, 물리적 의미에서의 청정수소와는 별도로 해당 공급인증서를 일정한 시장가격에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거래제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청정수소 사용 의무화와 충분한 과징금 부과, 청정수소 공급인증서 사용 의무 충족, 청정수소 공급인증서 거래플랫폼 구축과 참여자 개방 등의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완비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를 정부에 주문한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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