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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
유한양행의 렉라자 무상제공은 국내외에서 종종 시행되는 ‘동정적(同情的) 사용제도(EAP)’의 하나이다. 원래 제약사가 아직 허가가 나오지 않은 임상단계의 신약을 시한부 암환자에게 인도주의 차원에서 제공하는 제도인데 유한양행이 이미 치료제 허가를 받았음에도 보험급여 적용 전까지 무상 제공한다는 점에서 국내에 유례가 없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동일계열의 기존 치료제는 비급여라 환자 1인당 약값만 연간 7000만원 이상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한양행의 이번 결정은 제약사의 사회공헌 측면에서 큰 이정표를 남길만한 결정이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무상제공이 기업수익의 사회환원을 강조한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의 뜻을 계승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이정희 대표(전)의 취임 이후부터 유한양행은 다국적 제약사 도입상품 판매보다 자체개발 혁신신약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성과가 활발했다. 이같은 기업 체질 변화는 2021년 3월 취임한 조욱제 대표(현)에 이르러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한양행은 사회공헌을 본업으로 하는 공익재단을 최대주주로 두고 있다. 1971년 별세한 유일한 박사는 전 재산을 공익재단인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에 기증했고, 최대주주가 된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은 유한양행의 배당수익을 받아 지속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렉라자 무상제공 결정으로 다른 기업이라면 수 백억 원을 벌어들일 기회를 포기함으로써 주주에게 손해를 끼칠 수도 있겠지만, 유한양행은 대주주가 공익재단들이라는 점에서 이런 우려를 덜 수 있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 무상제공 결정은 △창업주의 사회환원 △대표이사의 신약개발 △대주주의 사회공헌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면 성사되기 어려운 결정이다.
유한양행의 렉라자 무상제공 결정이 다른 제약사로 널리 확산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유한양행의 ‘선한 영향력’이 제약업계 전체에 좋은 이미지로 연결될 것은 분명하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