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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지난 7월 5일 필자는 퇴근길에 승용차로 경복궁역에서 시청 앞까지 가는데 약 1시간이나 걸렸다. 다음날인 6일 오후에도 본가에 가던 길에 시내를 피하고자 사직터널 방향으로 차를 몰았지만 거기도 주차장이긴 마찬가지였고 수많은 차량 물결 속에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고 말았다. 평소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쟁취하는 것에 비교적 관대한 입장이었지만 이번에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분노가 치밀었다.
도로 막힘의 이유를 알고 보니 민주노총이 7월3일부터 15일까지 2주 동안 산별노조를 동원해 시내에서 이어달리기식 파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온 나라와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후쿠시마 원전처리수 방류 문제로 시끌시끌 해서 민노총이 총파업을 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찾아봤다. 총파업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니 윤석열 정부 1년 동안 노동시간을 늘리고 노동권을 말살하려 공격했기에 지금 견제하지 않으면 퇴행이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윤 정권의 실상을 알리고 퇴진시키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란다. 출범 1년 만에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비현실적 아니냐는 물음에는 박근혜 정부의 예를 들어 퇴진 압박을 계속하면 가능할 것이란다. 정권 퇴진을 내건 총파업의 적절성에 대하여는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노력이라고 주장한다. 정치파업이 불법 아니냐는 물음에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게 정치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나라라며 법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조가 5년만에 파업에 동참한 이유에 대하여는 정부의 임금동결, 노조 회계자료 공개, 단체협약 시정 요구 등에 대한 반발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의 구체적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노동정책이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라며, 정부의 노사 법치주의 회복, 노동개혁이라는 주장에 대하여는 노조파괴, ‘천박한’ 노조관, 노조 때려잡기 등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그밖에도 많은 내용이 있으나 너무 상세한 것은 언론 보도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 생략한다.
노동자의 조직권과 파업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지만 관계 법률이 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적법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차로를 점거해 시민에게 많은 불편을 주는 파업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최근 민주노총의 파업과 그간의 행태를 보면 그들이 원하는 윤 정권의 퇴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많은 국민은 건설노조의 조폭 같은 행태에 분노해 오다가 윤 정부 들어서 정상화되는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운송노조나 택배노조, 기타 여러 산별노조에서 조직력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왕국을 만들어 간 것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시각을 갖고 있다. 기아차나 현대차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면 평생 자동차 가격을 20~30% 싸게 구입하거나 가족들을 우선 채용한다는 일자리 세습을 규정한 단체협약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국민 세금의 지원을 받는 모든 조직은 회계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도 상식이다. 과거 잘못된 수많은 관행에 대해 민주노총이 단 한 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도 국민은 알고 있다.
노동자들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정규직 일자리를 가진 중산층이다. 그들보다 어려운 수많은 비정규직이나 일자리조차 갖지 못한 이웃들이 많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전기요금 등 에너지 가격은 많게는 2~3배씩 올랐지만 지난 정부에서 올리지 않았기에 지금 우리가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위기와 미중 패권경쟁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고, 수십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삼성전자조차 전년 대비 분기 이익이 96%나 줄었다. 작금의 경제적 어려움은 우리만 겪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런 때에는 허리띠 졸라매고 함께 노력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제 욕심만 채우려 한다면 그들이 원하는 목적은 결코 달성할 수 없다. 국민의 불편과 어려움에 눈감고 오로지 자신들만의 이익을 생각하는 한 민주노총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