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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vs 저커버그, 왜 이리 싸우나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1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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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CEO가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저커버그가 트위터 대항마 스레드를 출시하면서 양자 간 경쟁은 더욱 고조됐다. 사진=AFP/연합뉴스

<요약> 초거대 갑부 머스크와 저커버그가 연일 싸우는 중이다. 상대방에 대한 조롱도 서슴지 않는다. 저커버그가 트위터 대항마 스레드를 출시하면서 싸움은 더 거칠어졌다. 둘은 언제부터 사이가 틀어졌을까? 공언한 대로 양자 간 케이지 파이트가 과연 벌어질까?

앙숙이 따로 없다. 틈만 나면 싸운다. 미국 첨단산업을 대표하는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 이야기다. 머스크는 우리돈 300조원 재산을 보유한 세계 으뜸 갑부다. 전기차 테슬라, 우주업체 스페이스X,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가 그의 손 안에 있다.

저커버그는 우리돈 130조원 재산을 가진 세계 10위 부자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으로 SNS 세계를 평정한 데 이어 스레드라는 신상으로 더 단단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머스크는 작년 10월 트위터를 인수했다. SNS 1인자인 저커버그에 대한 선전포고다. 저커버그는 트위터 대항마인 스레드를 만들어 즉각 대응했다. 장군멍군인 셈이다. 두 사람은 케이지 안에서 싸우는 격투기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두 사람은 언제부터 사이가 틀어졌을까? 격투기는 과연 벌어질까?

◇2016년 로켓 폭발이 불화의 시작

2016년 9월1일 민간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는 플로리다주에 있는 케이프 커내브럴 우주발사 기지에서 팰콘9 로켓을 발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발사 전 연소 시험 중에 로켓이 폭발했다. 그 바람에 로켓이 싣고 가려던 통신 위성도 폭발했다.

페이스북의 첫 인공위성인 아모스(AMOS)-6는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졌다. 저커버그는 2013년에 인터넷오알지(internet.org) 설립을 주도했다. 지구촌 곳곳에 인터넷 망을 보급하기 위해서다. 아모스-6 위성은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에 무료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작정이었다.

저커버그는 아프리카 방문 중 사고 소식을 들었다. 그는 "스페이스X의 발사 실패 소식을 듣고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2017년엔 AI 놓고 설전

2017년 페이스북 라이브 인터뷰에서 저커버그는 ‘인공지능(AI)에 대한 머스크의 우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저커버그는 "나는 AI에 아주 낙관적"이라며 "최후의 심판(Doomsday) 시나리오를 떠드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반격했다. "이 문제에 대한 저커버그의 이해력은 제한적이다."

머스크는 "AI가 핵탄두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할 정도로 AI 규제에 적극적이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생성형 AI, 곧 챗GPT가 나왔을 때도 머스크는 "AI를 규제해야 한다"는 세계 유명인사들의 공동서한에 이름을 올렸다.

한마디로 저커버그는 AI를 유토피아, 머스크는 디스토피아로 본다.

◇2018년 개인정보 수집 스캔들

2018년은 저커버그에게 고난의 행군이었다. 연초 영국 캠브릿지 애널리티카라는 컨설팅 업체가 페이스북 이용자의 개인 정보 수천만 건을 대량 수집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정보는 2016년 미국 대선에 활용됐으며,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에도 쓰였다는 혐의를 받았다.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같은 해 3월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이용자 신뢰를 크게 저버렸다"며 사과했다. 4월 저커버그는 미 의회 청문회장에 불려나갔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사상최대인 50억달러(약 6조4000억원)의 벌금을 물렸다.

이 기회를 머스크가 놓칠 리가 없다. 그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페이스북에 개설한 공식 홈페이지를 지워버렸다. 그는 트위터에 "페이스북이 뭔데?"(What’s Facebook?)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2020년에도 머스크는 트위터에 ‘페이스북을지우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저커버그의 속을 긁었다. 한 영화배우가 "페이스북이 황제(Emperor) 한 명에 의해 지배되어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리자 여기에 답을 단 것이다. 머스크는 줄곧 저커버그를 프랑스 절대군주 루이14세에 빗대면서 약을 올리곤 했다. 2021년엔 페이스북이 이용자를 ‘정탐’(Spying)한다는 밈을 트위터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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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해 SNS 시장에 진입하자 저커버그는 스레드(사진)를 개발해 반격에 나섰다. 사진= EPA/연합뉴스

◇2022년 트위터 인수, 2023 스레드 반격

2022년 가을 머스크는 440억달러(약 57조원)에 트위터를 인수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손에 넣자마자 경영진을 싹 교체하고, 직원 7500명 가운데 절반가량을 해고했다. 11월엔 정지 상태에 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풀었다.

앞서 트위터는 2021년 초에 있었던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트럼프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 당시 트럼프는 팔로어 8800만명을 거느린 최강 트위터리안 중의 한 명으로 꼽혔다. 이때 페이스북도 트럼프 계정을 막았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저커버그가 지배하는 SNS 세계에 강력한 훼방꾼이 등장한 셈이다. 저커버그는 즉각 대응책을 세웠다. 트위터에서 쫓겨난 직원들을 대거 채용했고, 프로젝트 92라는 암호명 아래 트위터 대항마를 개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때부터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말이 더 거칠어졌다. 올해 6월 21일 한 트위터 이용자가 "스레드가 트위터의 라이벌이 될까?"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머스크는 "무서워 죽겠네"라는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이용자가 "저커버그가 주짓수를 한다, 조심하라"고 경고하자 머스크는 "나는 철창 싸움(cage fight)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케이지 파이트는 격투기를 말한다.

저커버그도 가만 있지 않았다. 그는 (격투기를 할) "장소를 대라"고 응수했다. 머스크는 즉시 "진짜라면 해야지.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에서 붙자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머스크는 자신이 ‘월러스(Walrus)’ 기술에 능하다는 점을 은근히 과시했다. 월러스는 덩치 큰 바다코끼리다. 저커버그를 깔아뭉개겠다는 뜻이다.

세상 사람들은 저커버그 vs 머스크라는 ‘현피’가 이뤄질 가능성에 환호했다. ‘현피’는 온라인게임 은어로 현실에서 만나 결투를 벌인다는 뜻이다. 현실과 플레이어 킬(Player Kill)의 합성어다. 심지어 두 사람이 이탈리아 콜로세움에서 붙을 거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바로 이 시점에 저커버그는 트위터 대항마 스레드(Threads)를 7월5일 출시했다. 스레드는 닷새만에 1억명을 넘어서는 등 역대급 속도로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스레드는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회사)의 인스타그램 계정만 있으면 쉽게 로그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월간 활성이용자 수가 약 20억명에 이른다. 이 속도라면 스레드가 3억7000만명(2022년 말 기준) 수준의 트위터 가입자 수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9일 머스크는 한 트위터 사용자의 게시물에 "저크는 약골"(Zuck is a cuck)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여유만만이다. 그는 10일 자신의 스레드 계정에 "주말 동안 스레드가 가입자 1억명을 달성했다"며 "대부분 순 수요로, 아직 별다른 프로모션을 진행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트위터쯤은 금방 추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읽힌다.

◇한 방 먹은 머스크

어쩐지 이번엔 머스크가 저커버그한테 한 방 먹은 느낌이 든다. 스레드 출시를 앞두고 저커버그가 일부러 머스크를 ‘도발’했고, 그 전략에 머스크가 넘어갔다는 것이다. 사실 격투기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 스레드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머스크가 난타전에 뛰어들면서 온 세상 사람이 스레드를 알게 됐다. 결과적으로 머스크가 스레드 홍보대사 노릇을 한 셈이다.

트위터를 인수한 뒤 머스크가 경영진을 바꾸고 직원을 대량 해고한 것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들 중 핵심 인력이 스레드 개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트럼프 등 극우 성향 인사들의 계정을 풀어주자 광고주들도 발길을 돌렸다. 저커버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머스크에 일격을 가했다.

사실 저커버그는 2021년 10월 모회사 메타를 출범시킨 뒤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실패로 끝날 듯하다. 머스크는 2021년 12월 한 인터뷰에서 메타버스는 실체가 아니라 과장광고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스레드 출시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진검승부는 이제 시작

보도에 따르면 트위터는 사내 변호사 명의로 "우리는 지적재산권을 엄격하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경고하는 서한을 저커버그에게 보냈다. 스레드가 옛 트위터 직원을 채용해 트위터 영업비밀과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실제 소송이 벌어지면 세기의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트위터 2.0이라는 장기 프로젝트 아래 트위터를 ‘모든 것의 앱’(Everything App)으로 변모시키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용자들에게 금융장터를 열어주는 디지털 뱅킹 기능도 탑재할 계획이다.

이번엔 한 방 먹었지만 머스크는 뒤로 물러설 타입이 아니다. 저커버그와 머스크의 진검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금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는 게 바로 격투기다. 생존을 건 기업 간 전쟁은 사실 격투기보다 더 처절하다.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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