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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중국 시장, 제품이미지로 승부해야

최근 중국 소비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바로 중국의 애국소비열풍(궈차오러· 國潮熱) 때문이다. 그 동안 중국 소비자들은 외국 제품을 소비할 때, 그 나라의 이미지를 고려해 소비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어느 국가의 이미지가 좋으면 그 나라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했다. 이런 국가이미지는 정치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일관되지 않고 정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일본 기업은 국가이미지 때문에 종종 큰 손실을 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수교 이래 오랜 기간 우호적인 국가이미지를 구축해왔다. 한중관계가 정점에 달한 것은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기념일에 참가한 직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중 정치적 관계에 힘입어 한류도 중국에서 더 유행했고,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크게 상승했다. 중국인의 대한국 이미지는 한국기업이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국가이미지 덕분에 발전한 한국 제품 선호도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16년 한국에 사드 배치 후 한중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소위 ‘한한령(限韓令)’은 중국 내 한류 열기를 순식간에 냉각시켰다. 중국인의 대한국 이미지가 급격히 부정적으로 변하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구매 열기도 빠르게 식어갔다. 반도체 등 중간재의 대중국 수출 증가는 중국의 자체적인 수요에 기인한 것이지 국가이미지에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드 배치 이전 우호적인 국가이미지와 한류의 유행으로 드라마, 영화, 공연, 게임 등 한류 콘텐츠 뿐 아니라 화장품, 식품, 의류 등 한국 소비재가 전반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게임 판호를 발급하고 드라마, 영화를 중국에서 상영하도록 하면서 중국에서 한류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한일, 한미일 관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대만문제까지 언급하여 한중 관계를 악화시켰다. 당분간은 중국 시장에서 국가이미지로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국가이미지가 긍정적인 역할을 못할 뿐 아니라 애국소비열풍까지 고조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을 판매할 것인가. 기업이 스스로 제품(브랜드)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그 해법이다. 제품의 이미지는 최고의 품질과 디자인을 내세운 명품이미지,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가성비 이미지, 다른 제품과 구별되는 차별화 이미지, 소비자의 공감을 얻는 감성 이미지 등 다양한 이미지를 포함한다. 최고의 품질로 승부한 한국 기업으로 ‘락앤락’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명품을 넘어서는 한국 기업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이 전략적으로 중시하던 가성비는 중국 제품에 밀린 지 오래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차별화 이미지와 소비자의 공감을 얻는 감성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차별화 이미지로 중국 시장에서 급성장한 한국 기업으로 F&F를 들 수 있다. F&F는 1997년 국내에 미국 메이저리그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MLB 브랜드를 출시했고, 2019년 중국 시장에서 MLB 브랜드를 론칭해 미국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있는 중국 청년들의 큰 호응 속에 애국소비열풍을 극복했다. 감성 이미지로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도 있다. 일본 화장품 기업인 SKⅡ는 부모의 압력(중매)을 통해 결혼하는 대신 스스로 꿈을 좇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광고로 미혼여성의 공감을 얻어 9개월간 매출이 50% 이상 상승한 적이 있다. 한편으로 애국소비열풍을 고려해 중국친화적인 제품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로레알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은 이런 애국소비 유행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인 모델을 고용하고,현지화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중관계 악화와 현지화 실패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한국 화장품 기업에게 좋은 본보기다.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E칼럼] 다시 80달러 중반대로 치솟은 국제 유가, 어디로?

국제원유가격이 6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 6월27일 배럴당 67.7달러까지 내려갔던 서부택사스중질유(WTI)의 뉴욕국제시장(NYMEX) 가격은 8월4일에 82.8 달러를 넘어섰다. 6주 만에 20% 이상 치솟았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Dubai) 원유의 국제시장가격은 같은 기간 72.5 달러에서 87.2 달러로,유럽의 대표가격인 브렌트(Brent) 국제시장가격은 72.5 달러에서 86.2 달러로 각각 상승했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도 6월 초에 MMBtu당 2.16 달러로 바닥을 찍은 후 계속 상승하며 8월 4일에는 2.5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제원유가격과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모두 최근 조용히 20% 이상 올랐다. 주요 전략광물의 국제시장가격도 같은 기간 동안 동반 상승했다. 구리는 6월 말 톤당 8367달러에서 8월 1일에 8720달러로, 니켈은 6월 29일에 톤당 1만9745달러로 올해 최저점을 찍은 후 계속 상승하며 8월 1일에 2만2355달러까지 뛰었다.특히 니켈은 올해 첫 거래일에 기록한 3만1200달러 수준까지 오른 건 아니지만 6주 만에 13%나 오르며 전략광물 국제시장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광물의 99%와 에너지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광물과 에너지가격의 상승분은 물가에 반영돼 겨우 안정세에 접어든 인플레이션률 자극할 수 있고 무역수지 적자 폭을 더욱 키우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국제원유가격은 배럴당 평균 63달러 수준으로 20세기 후반 20년간의 평균인 21.5달러의 3배 수준으로 올랐다. 특히 2022년 3월에 10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원유가격이 올해 들어 21세기 평균 수준으로 안정화되면서 한시름 놓았었다. 그런데 국제원유가격이 다시 80달러 중반대까지 오른 것이다. 전문기관이 예측한 올해 말 가격이 85달러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벌써 전문가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올해 초에 예상 가격수준을 넘어서자 연말에는 100달러대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상승의 원인으로는 먼저 중국의 경제회복 기대와 미국 경제의 연착륙 등 경제발전으로 인한 수요의 회복이 꼽힌다. 미국이 꾸준히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최저수준의 실업률이 유지되고 있고, 임금 상승이 계속되고 있는 등 경제가 장기적인 활황 국면이라는 시장의 판단이 원자재 및 원유가격 상승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또 여전히 석유가 주 에너지원인 수송 부문의 수요 증가도 한 이유로 꼽힌다. 여름 바캉스 시즌 등으로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석유가격 상승의 원인을 단순히 수요 증가에만 있다고 보진 않는다. 석유의 국제가격 상승 폭이 광물 등 다른 원자재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OPEC+의 감산이 수요의 상승과 겹치며 또 하나의 큰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번 여름의 감산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고 있는데, 6월 초 OPEC+ 장관급 회담에서 사우디아라비아만 추가로 100만 배럴을 줄이는 것으로 감산 연장에 합의했다. 이로 인해 7월 초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량이 하루 900만 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1년 6월 이후 최저수준이다. 러시아와 다른 산유국은 추가 감산 없이 기존 감산량을 유지한 점을 고려하면 사우디아라비아가 대량 감산을 주도한 것이다. 21세기 평균 수준으로 떨어지는 국제원유가격을 떠받치고 나아가 더 올리고 싶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생산량 감산 의지가 최근 국제원유가격 급상승의 원인이라는 점을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국제유가가 100달러 이상 올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 다른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기에 사우디아라비아에게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공식적으로는 감산 이유로 시장의 균형(balance)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국제 원유가격이 80~90달러대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기에 이런 감산 정책을 쓰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여기에 더해 지속되는 미-중 무역 갈등과 여전히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전쟁 등은 에너지 공급망에 영향을 주며 올해 겨울의 천연가스 가격을 다시 한번 끌어올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구조적인 요인들이 단기적으로 해소될 기미는 전혀 없어 보인다.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한 전략을 시급히 세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에너지위원회 위원

[기자의 눈] 이제야 타 봤다, 쏘카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얼마 전 급히 차를 쓸 일이 생겼는데 차키를 친구 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난처한 적이 있었다. 퍼뜩 떠오른 건 카셰어링 앱 ‘쏘카’였다. 쏘카 앱을 켜고 근처 쏘카존에서 당장 빌릴 수 있는 차량을 검색했다. 마침 도보 2분 거리에 쏘카존이 있었고, 난생처음 쏘카를 타보게 됐다. 쏘카 애용자들이 들으면 비웃을 수도 있겠으나, 쏘카 첫 경험은 정말 놀라웠다. 10년 넘게 오너드라이버로 살면서 새차를 몰아볼 일이 없었으니, 이 경험담을 풀어놓으면 누군가는 촌스럽다 할 수도 있겠다. 앱을 통한 간단한 차량 예약에 누군가와 대면할 필요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 언제든 새차를 몰아볼 수 있는 기회까지. 쏘카를 타고 온 걸 본 부모님은 ‘언제 말도없이 차를 바꿨냐’며 신기해하셨다. 고백하자면 20대 때 처음 뽑은 차를 10년 넘게 몰면서 ‘새차 뽑기’는 올해 목표 중 하나였다. 갑작스레 높아진 금리에 감히 차를 뽑을 엄두를 못 내다가, 이번에 쏘카를 경험하면서 아예 생각을 바꾸게 됐다. 새차를 뽑기보다는 필요할 때 빌려 타기로 한 것이다. 물론 각자의 라이프스타일마다 차량 이용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이 방법이 정답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평소 출퇴근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어쩌다 한번 자차를 이용하는 내 경우엔 그랬다. 쏘카가 지난 5월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가용 소지자의 열 중 아홉은 하루에 2시간도 채 자차를 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61.4%는 카셰어링이 경제적 이익과 환경문제 개선, 교통체증, 주차 문제 등을 해소하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봤다. 일각에선 이 조사를 진행한 주체가 쏘카 자신이라는 점에서 편향적인 결과 아니겠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내 경우엔 이 결과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최근 법률과 숙박, 부동산과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플랫폼산업과 전통산업 간의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부디 이번에는 정치권이 ‘혁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우리 모빌리티 혁신 사(史)엔 ‘타다금지법’이라는 아픈 전례가 있지 않은가. hsjung@ekn.kr정희순 정희순 산업부 기자. hsjung@ekn.kr

[이슈&인사이트] 축구산업으로 본 ‘글로벌 밸류체인’ 중요성

축구 팬들에게 최근 잇따라 희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두 번의 멋진 헤딩골로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조규성 선수가 유 럽 리그 진출에 성공했고, 이강인과 김민재 선수가 엄청난 몸값으로 유럽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이적한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남의 나라 선수일로만 여겨지던 이야기들이 한국 선수들에게도 현실이 됐다는 사실에 축구 팬의 입장에서 놀랍기도 하고 가슴 뿌듯하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이야기들을 국제사회와 한국의 경제, 그리고 글로벌 밸류체인 개념에 적용해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스페인의 발렌시아 구단은 브라질 선수 영입을 위해 이강인 선수를 급하게 다른 구단으로 이적시키려했다. 이 구단은 이강인을 영입하고자 하지만 이적료가 부담스러운 마요르카 구단에서 당장 현금으로 이적료를 받는 대신, 이강인이 마요르카에서 다른 구단으로 이적한다면 해당 이적료의 10%를 받겠다는 ‘셀온’(Sell-on) 조건을 제시했다. 그런데 갑자기 발렌시아가 이강인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면서 마요르카는 이 조건을 고민하지도 않고 선수를 이적료 없이 받아들였다. 최근 프랑스의 파리생제르망은 이강인을 영입하면서 마요르카에 이적료만 2200만 유로를 지급했다. 애초에 발렌시아가 마요르카와 셀온 조건에 합의했더라면 그들도 큰 이익을 얻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김민재 선수는 중국과 터키 리그를 거쳐 이탈리아 리그 나폴리에 입단한 첫해에 팀에 33년만의 우승을 안기고 최근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 구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적할 당시 600만 달러의 이적료를 발생시킨 김민재는 이후의 이적으로 꾸준히 원래 소속인 전북 구단에 이익을 제공하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연대기여금’ 규정에 따르면 해당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이 이적료 일부를 선수 육성에 참여한 학교와 구단에 배분해야 한다. 김민재가 처음 프로선수로 뛰었던 전북 구단은 이 규정으로 상당한 수입을 꾸준히 얻는 셈이다. 축구 산업은 선수 발굴과 이적, 국가와 지역별 리그, 중계방송과 광고, 축구용품과 유니폼 등의 생산과 판매 등으로 운영된다. 전 세계에 이윤이 누적되고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는 복잡한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과거에는 남미 출신의 선수들이 유럽에서 활약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많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선수들이 유럽 무대를 누비고 있다. 중동 국가와 같은 국제축구계의 ‘큰 손’ 들도 유럽 최고 구단을 인수하거나 자국 리그의 활성화를 위해 엄청난 이적료를 앞세워 유명 선수 유치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인 리그는 실시간으로 중계방송되는데, 이 네트워크의 일부로 한국 사회도 생산자이며 동시에 소비자다. 앞에서 언급된 사례들과 셀온 조건 등은 한국 축구와 스포츠 산업에 수익을 창출하는 연결고리가 된다. 이런 수익창출의 연결고리는 축구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밸류체인’ 차원에서 일반 경제에도 적용된다. 글로벌 밸류체인은 국제사회에서 여러 경제와 산업이 연결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국가 및 지역 간 산업의 연결성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누적시키면서 각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산업과 경제의 의존을 의미한다. 이는 제품이 여러 지역에서 생산된 자원이나 가공공정의 조합으로 이뤄지며 다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네트워크를 가진 축구 산업도 글로벌 밸류체인의 한 면이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중요한 생산 과정에 참여한 특정 산업이나 단위는 그 과정의 중요도 등에 따라 이윤을 얻을 수 있다. 한국의 어느 산업이 제품 관련 글로벌 밸류체인 전체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을 담당한다면, 그 부분에서 얻는 경제적 가치가 클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산업들이 국제적 생산의 어느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하는 통찰력이 필요하고, 연계된 과정이나 산업에서 셀온 조건과 같은 융통성 있는 합의를 주도해 도출해낼 협상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셀온 조건을 만들고 관철시키는 중요한 연결고리를 찾아야 하며 그것으로 이윤을 누적시키는 지혜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U연구소 소장

[EE칼럼] 언론이 만들어낸 초전도체 광풍

최근 국내 대학에서 활동하는 벤처기업이 ‘LK-99’라는 상온 초전도체의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정식으로 논문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 완성도가 떨어지는 원고를 ‘아카이브’라는 사전등록 사이트에 올려놓았을 뿐이었다. 더욱이 서로 다른 내용의 원고 2편을 동시에 공개했다. 정상적인 연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국립연구소가 LK-99의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확인했다는 어설픈 소식에 우리 언론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우리가 세상을 통째로 바꿔놓을 첨단 기술의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당장 노벨상을 받게 되고, 엄청난 돈방석에 올라앉게 될 것처럼 야단법석이었다. 증시와 인터넷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초전도체 관련 기업의 주가가 수직으로 상승했고, 세빛둥둥섬이 둥둥 떠오르는 ‘밈’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폭염 속에 우리 언론이 부채질한 상온 초전도체 열풍은 금새 시들해지고 있다. 개발사가 공개한 영상과 자료만으로는 LK-99의 정체가 분명하지 않다는 학계의 평가가 나오면서다. 우선 한국초전도저온학회부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지금까지 개발사가 공개한 자료만으로는 LK-99를 ‘상온 초전도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도 지난 4일 초전도 관련 분야의 연구자들이 여전히 ‘매우 회의적’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LK-99의 객관적인 검증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개발사가 검증용 시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개발사를 탓할 수는 없다. 소중한 시료를 아무에게나 무턱대고 내줄 수는 없는 일이다. 개발사가 최소한 동료 평가라도 받은 후에 공개하는 국제적인 관행을 무시해서 벌어진 난처한 상황이다. 아무나 LK-99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개발사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 ‘노하우’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업적 이익과 직결되는 비법(秘法)인 노하우를 무작정 공개할 수도 없다. 결국 LK-99의 객관적인 검증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전 세계가 일상적인 온도와 압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초전도체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기 저항이 전혀 없는 초전도체가 그만큼 유용하기 때문이다. 초전도체를 이용하면 전력 산업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발전기의 크기를 줄일 수 있고, 송전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압 송전망을 건설해야 할 이유도 없어진다. 변압기에서 전기 저항에 의한 열 손실도 없어진다. 상온 초전도체가 현재의 전력 산업의 효율을 무한대로 높일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초전도체로 만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이용하면 태양광·풍력 발전의 최대 난제인 간헐성도 간단하게 극복할 수 있다. 자원·효율이 제한적이고, 화재 위험도 심각한 리튬이온 배터리에 매달릴 이유가 없어진다. 상온 초전도체는 발전·송전에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현대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진단 수단이 된 MRI(자기공명영상법)도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 몸에 들어있는 수소 원자의 자기적 성질을 분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강력한 자기장을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초전도 자석이 요구하는 섭씨 영하 268.9도의 극초저온을 만들기 위해 비싸고, 관리가 어렵고, 고갈 위기에 있는 헬륨을 사용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기대를 모으는 핵융합 발전에 사용할 핵융합로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가능해지고 자기부상 고속철도 가능해진다.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가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실제로 상온 초전도체 개발에 성공했다는 논문이 거의 매년 1건 이상 발표되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도 로체스터 대학교의 과학자가 개발했다는 상온 초전도체의 정체에 대해서 과학계가 뜨거운 논란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처럼 언론·증시·인터넷이 앞장서서 법석을 떨지는 않는다. 상온 초전도체의 개발은 과학자의 실험실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상업적으로 유용한 초전도체를 만드는 일은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하다. 실제로 액체 질소로 만들 수 있는 섭씨 영하 180도에서 작동하는 ‘고온 초전도체’는 1980년대 후반 처음 연구실에서 처음 개발된 후 30여 년이 지났지만 본격적인 상업적 활용은 여전히 어려운 형편이다. 결국 상온 초전도체 소동은 언론이 만들어 냈다. 과학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언론이 과학적 검증을 실시간으로 중계해야 할 이유가 없다. ‘가짜 과학’을 가려내는 능력도 현대의 언론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다.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화학·커뮤니케이션

증여세 결혼 공제, 부자감세 벽 넘을 수 있을까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정부는 신혼부부가 결혼 자금으로 받는 일정한 증여재산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개인별로 1억5000만원, 신부와 신랑이 모두 받으면 3억원까지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비판자들은 부자감세, 부의 대물림 논리를 앞세워 맹공을 퍼붓는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저출생 극복을 위한 고육책이라고 옹호한다. 누가 말이 타당한지, 고령화가 심각한 이웃 일본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 "선제적 미래 대비"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7일 202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전체적으로 개정안은 법인세, 소득세 등 큰 줄기는 건드리지 않은 채 미세조정에 그쳤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게 증여세 공제 항목 신설이다.기재부는 "선제적으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혼인 증여재산 공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성인의 경우 10년 간 5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여기에 결혼 전후로 각 2년씩, 곧 4년에 걸쳐 1억원까지 추가로 세금을 면제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각자 1억5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양가를 합치면 모두 3억원이다. 증여받은 돈을 어디에 쓰는지는 불문에 부치기로 했다.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면 2024년 1월1일 증여분부터 적용된다. 기재부의 논리는 이렇다. 현 공제한도 5000만원은 2014년에 정한 액수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소비자물가는 약 19% 올랐다. 1인당 국민명목총소득은 37% 넘게 늘었다. 집값은 올 6월까지 14.5% 뛰었다. 전세는 6월 기준 전국 평균 2억2000만원, 수도권은 3억원에 달한다. 요컨대 증여세 공제한도를 높여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는 얘기다.기재부는 해외 사례도 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을 비롯해 24개국이 증여세를 운영한다. 캐나다·호주 등 14개 나라는 증여세가 아예 없다. 증여세를 매기는 24개국 가운데 최고세율은 한국(50%)이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반면 자녀에 대한 공제한도를 보면 한국이 벨기에·헝가리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낮다. 이웃 일본만 해도 결혼자금 용도로 직계존속(부모·조부모)으로부터 받은 재산은 1000만엔(약 9200만원)까지 공제 혜택을 준다고 기재부는 소개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에 대해 "전세자금 마련 등 청년들의 결혼 관련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일 페이스북에 "결혼을 장려해서 심각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 특권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국가가 청년 신혼부부에게 해야 할 의무"라고 옹호했다. ◇ 야당은 거센 반발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보는 시각은 다르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당 회의에서 "정부가 초부자 감세를 또 들고 나왔다"며 "또 초부자 감세냐, 이런 한탄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의 증여세 정책이) "많은 청년에게 상실감과 소외감을 줄 것"이라며 "기승전 초부자 감세 타령을 이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정교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부 정책을 성토했다. 요약하면 증여세 공제 한도 증액의 혜택이 ‘가구자산 상위 13%’에만 집중된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이를 토대로 "결국 혼인 공제 신설은 결혼 지원의 탈을 쓴 부의 대물림 지원 술책"이라고 공격했다. 장 의원은 국회 기재위 소속이다.부자감세 비판은 여론에 잘 먹힌다. 사실 상속·증여세는 부의 분배를 고르게 하는 목적이 강하다. 그런데 증여세에 이런저런 구멍이 뚫리면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부모 잘 만나서 세금 안 내고 큰 재산을 물려받는 것은 청년들이 중시하는 공정 가치와도 충돌한다. 이는 부모찬스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사실 야당이 끝내 반대하면 증여세 결혼 공제는 정부·여당의 제스처에 그칠 공산이 크다. 상속증여세법 53조를 개정하려면 다수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하지만 지금 같아선 민주당이 OK할 것 같지 않다. ◇ 꼼수가 난무하는 현실현 청년세대는 부모보다 못 사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반대로 부모세대인 베이비부머들 중에는 고도성장 붐을 타고 상당한 자산을 모은 이들이 꽤 있다. 자식이 결혼할 때 부모가 전세비를 지원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증여세를 제대로 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꼼수로 차용증을 받아두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면 탈세다. 그러나 징세 당국도 해당자가 재벌이라면 모를까, 이를 크게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다. 엄격하게 법을 집행해 봤자 반발만 부를 뿐 별 이득이 없다고 본다는 얘기다. 장혜영 의원은 ‘가구자산 상위 13%’에만 혜택이 집중된다고 했지만 13%면 꽤 큰 숫자다. 현실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정부가 발표한 증여세 개편안은 널리 퍼진 편법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차선책이다. ◇ 한국보다 덜 깐깐한 일본기재부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부모·조부모로부터 결혼자금 용도로 받은 재산은 1000만엔까지 증여세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주택 취득 자금, 교육 자금에 대해서도 증여 특례를 인정한다. 기본 공제도 한국보다 넉넉한 편이다. 해마다 110만엔까지 공제 혜택을 준다. 매년 110만엔을 10년 간 증여한다면 우리돈 1억원이다. 한국은 10년 간 5000만원까지다.일본 재무성은 증여세 공제를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한다. 노인대국 일본은 금융자산이 무려 2000조엔(약 1경84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령화 사회는 소비가 위축된다. 돈이 죄다 장롱 또는 우체국 금고에 갇혀 있어서다. 그래서 일본은 사전 증여를 장려한다. 젊은층한테 가야 돈이 돌기 때문이다. 사전 증여한 재산에 대해선 2500만엔까지 세금을 면제한다.일본과 달리 기재부는 증여세 공제를 저출생 대책 차원에서 접근했다. 좀 아쉽다.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아예 기본 공제를 높이는 식으로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일본처럼 해마다 1000만원씩 공제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니었을까?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젊은층이 돈을 더 쓰면 경제에 두루 온기가 퍼지지 않을까?◇ 증여세 손질은 필요하다증여세 결혼 공제 신설은 실행까지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부자감세, 부모찬스 벽이 높다. 게다가 올 상반기 국세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조원 가까이 줄었다. 결정적으로 입법의 주도권은 야당인 민주당이 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고속 고령화 속에 증여세는 손질할 필요가 있다. 출발점은 경제 활성화다. 고령화는 경제에서 활력을 앗아간다. 지난 30년 일본 경제가 반면교사다. 경제에 생기를 불어넣는데 도움이 된다면, 야당도 그냥 습관적으로 부자감세 반대만 외칠 일이 아니다. <경제칼럼니스트>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하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세법개정안 관련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사진=연합뉴스

[기자의 눈] 실체 없는 테마주 ‘투자 주의보’

"초전도체에 비하면 2차전지는 양호했다." 최근 만난 지인이 일명 ‘초전도체 테마주’로 묶인 종목들이 일제히 상한가를 찍자 "이게 주식이냐, 코인이지"라며 한 말이다. 2차전지주는 초전도체 테마주 폭등에 비하면 너무나도 정상 범주에 속한다는 거다. 요즘 주식 시장은 테마주로 조용할 날이 없다. 2차전지주 광풍에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 순위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요동치는가하면 초전도체 테마주가 급부상하면서 한 번도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종목들이 연일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기도 한다. 사실 테마주 쏠림 현상은 최근 새롭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테마주의 대표격이라고 볼 수 있는 정치 테마주는 선거철만 되면 특정 정치인과 고향이 같다거나 성(姓)이 같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정치 테마주처럼 2차전지 테마 종목들도 당장 사업 실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시총에 비해 영업이익이 터무니없이 적은 경우도 다반사다. 초전도체 테마주는 더 심각하다. 지난달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를 개발했다고 논문을 공개한 이후 초전도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종목들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 가운데 실제 초전도체 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기업은 찾기 어렵다. 투자자들 중에는 해당 기업이 어떤 사업을 하는지, 실제로 초전도체 관련 사업을 하는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분위기에 휩쓸려 단타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들의 투자 기준이 기업의 가치보다는 수익률에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 기업은 초전도체 테마주 중 초전도체 사업과 가장 관련성이 높다고 알려지면서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이 기업 대표는 지난 주말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하자 "우리는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을 주장하는 연구기관과 어떠한 연구협력이나 사업 교류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테마주에 투자하기 위해 빚투족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18조원대로 내려갔던 국내 신용융자거래 규모는 지난달 20조원대를 돌파했다. 지난 4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일평균 합산 거래대금도 27조원을 넘어섰다. 수익을 얻기 위한 주식 투자가 옳지 않다는 게 아니다. 다만 기업의 정보도 모른 채 수익률에만 과도하게 매몰돼 ‘묻지마 투자’를 하는 방식은 지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증명사진

[EE칼럼]정유업계에 바이오연료 생산 허용해야

바이오 경제는 바이오 자원에 기반을 둔 공정·제품·서비스를 활용해 경제·사회의 발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하는 경제 구조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19일 정부는 기존 의약품 중심의 ‘바이오 경제 1.0’을 넘어 바이오의약품 제조 초격치 확보와 함께 바이오 신소재, 바이오에너지, 디지털 바이오 등 바이오 신 산업을 본격 육성하는 내용의 ‘바이오 경제 2.0 추진 방향’을 마련하고 2030년까지 바이오 경제생산 규모 100조 원, 수출 규모 5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 만큼 바이오 경제의 전망도 밝아졌다. 광범위한 바이오 경제에서 에너지 부문과 중첩되는 영역은 바이오 연료, 특히 수송용 바이오 연료다. 지난 2021년 발표된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9810만톤)의 88.6~97.1%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탄소 중립합성 연료(E-fuel)가 상용화될 2040년 전까지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서 바이오 연료의 역할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40년까지 주된 도로부문 온실가스 감축 수단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와 함께 탄소 중립 연료인 바이오 연료 사용 확대로, 무리한 수준의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강요보다 바이오 연료가 일정 정도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더욱이 전기화가 사실상 어려운 해운·항공 부문에서 바이오 항공유·선박유의 역할은 대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바이오 자동차 연료로 신재생 연료 의무사용제도(RFS)를 통해 바이오디젤 혼합의무화 비율을 현행 3.5%에서 2030년까지 8%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또한 바이오 항공유는 정유업계와 항공업계가 공동 실증사업을 거쳐 2026년까지, 바이오 선박유는 대·중소기업이 참여하는 바이오 선박유 육·해상 실증사업을 통해 2025년까지 각각 도입할 예정이다. 바이오 연료의 사용 확대는 RFS 확대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RFS의 법적 근거인 신재생에너지법은 정유업계에 판매하는 수송용 연료에 바이오 연료를 일부 ‘혼합’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바이오 연료는 화학적으로 유사성을 바탕으로 석유제품과의 혼합을 전제로 생산·공급되며, 해당 시장이 자연스럽게 생성됐다기보다는 RFS라는 일종의 규제를 통해 생성된 규제시장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그 만큼 바이오 연료 범위 확대는 사실상 규제 확대로 간주돼 정유업계는 대체로 부정적 입장이었다. 그동안 RFS 확대 논의도 당위적 주장에 의존해 정부 당국을 설득하려는 바이오 연료 업계와 이를 저지하려는 정유업계가 대립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유업계도 탄소중립·ESG 경영 등 시장 및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직접 바이오 연료생산·공급 사업에 뛰어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의 탄소중립 전략에는 석유화학 원료로 나프타에서 바이오매스 등 탄소배출이 적은 원료로 전환하거나 탄소중립 제품생산 확대 차원에서 CCS(탄소 포집·저장), E-fuel, 청정수소 등과 함께 차세대 바이오디젤을 포함한 차세대 바이오 연료생산을 추진 중이다. 이런 변화된 분위를 감안해 정유와 바이오 양 업계의 상생 발전 차원에서 정유업계가 본격적으로 바이오 연료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현행 석유사업법은 정유사가 석유를 원료로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 이외의 원료, 가령 폐플라스틱이나 동식물 유래 바이오 원료 등으로 석유제품을 생산(Co-Processing)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석유사업법 상 석유정제업의 정의에 바이오 원료 등의 정제도 가능하도록 명시해야 한다. 나아가 바이오디젤 사례를 참고해 차세대 바이오 연료 개발 등 양 업계의 공동 참여가 가능한 프로젝트 발굴을 통해 상생하고 시너지를 높일 수도 있다. 바이오 디젤은 2030년까지 혼합비율을 8%까지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실제로는 바이오디젤의 경유 혼합 시 겨울철 시동결함 발생 등 기술적 한계로 인해 기존 바이오디젤 혼합의무는 최대 5%까지만 가능하다. 대신 메탄올 첨가 등으로 바이오디젤의 겨울철 시동결함 극복 가능한 차세대 바이오디젤을 개발하고 2026년까지 도입한 뒤 2030년까지 혼합비율 3%포인트 더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여기서 정유업계는 차세대 바이오디젤 개발에 참여해 3%포인트 혼합비율 확대분의 일부를 내부화함으로써 기존 바이오디젤 업계와의 상생을 도모하려 하고 있다. 이 같은 프로젝트 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주문한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슈&인사이트]초고령 사회, 은퇴의 재구성 필요하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성찰을 통해서 내적 음성(inner voice)을 따르는 것을 중시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소명(召命)의식’이라고도 하는데 어떤 일을 하든 ‘평범한 일상과 일터에서 자신이 지속적으로 추구해나가는 것’으로 해석되며 심리학과 경영학에서도 주목하는 영역이다. 일에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차이가 크다. 소명의식을 가진 학생은 학업에 대한 몰입도와 진로선택에 대한 효능감과 성숙도가 높고, 직장인은 담당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높으며 직무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국내외 기업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같은 조직, 같은 업무 안에서 구성원간 소명의식의 차이는 뚜렷하고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공통적인 결과가 많다. 통계학적으로 한 국가의 평균수명이 연장됐다는 사실은 개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개인적 노화와 더불어 초고령사회를 향유할 이상적 조건으로 건강과 재정, 일과 대인관계와 사회참여 등을 손꼽는다.민수기 8장 23~25절 부분을 제외하면, 성경 속에 은퇴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전통적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일하는 것이 당연시된다. 이는 비기독교 문화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은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공식적으로는 1889년 독일에서 비롯됐다고 거론한다. 하지만 인류사의 획기적 사회변화가 안정적인 문화로 정착되기도 전에 인류는 초장수시대로 진입하면서 지난 100여년 간 지속돼 ‘은퇴’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고령자의 은퇴는 이제 전체 사회구성원에게 피할 수 없는 강렬한 충격이 됐다. 긍정적 측면으로는 공식적 은퇴를 겪은 노인에게 또 다른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인간의 재능과 기질, 삶의 경험에 비추어 더 적합한 일을 할 수 있는 제2, 제3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개인적 소명의식을 재평가할 기회이기에 유익한 변화임은 틀림없다. 은퇴 후에도 할 일(노동)이 있다. 여기서 ‘노동’이란 ‘분명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에너지를 확장하는 일’이라고 학자들은 정의한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의 현실에서 은퇴 고령자의 급격한 증가는 국가와 젊은층에게는 잊고싶은 악몽이다. 역설적이지만 서구식 은퇴와 연금제도모델을 이제 막 수용한 우리나라는 이를 정착시키기도 못한 상황에서 다시 서구발 ‘재구성된 은퇴’ 모델 도입을 고려해야 할 처지다. 산업화의 중추적 역군으로 활약한 액티브 시니어 세대가 ‘은퇴·연금·100세 장수시대’라는 삼박자를 무탈하게 향유하려면 새로운 은퇴 패러다임에 적응할 준비가 필요하다.우리나라는 소명의식이나 노동, 은퇴, 여가에 대해 세계 선도적 연구활동이 미약하고 문화적,제도적 기반도 부족한 가운데 산업화를 마치자마자 급격한 저출산·초고령 시대로 진입했다. 고령의 은퇴자들이 고백하기를 "이제 나에게 남은 단 하나의 계획이 있다면 부디 ‘잘 죽는 법’을 배우고 싶다"라고 한다. 노년기에 이르러 개인적 소명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그래서 매 순간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소명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며, 소명을 지키기 위한 훈련도 필요하다. 선진사회의 노년학 학자들은 노인이 갖춰야 할 미덕으로절제, 겸손, 인내, 단순함, 믿음(절대자를 향한 뜨거운 반응), 소망(마지막 때를 향하는 사실을 인정·다음세대를 위한 투자· 평안한 죽음을 대비), 그리고 사랑(사람·장소·공동체를 향한 진심어린 돌봄) 등을 꼽는다. 10년 뒤인 2035년 우리나라에서 노인이 1600만명으로 비율이 30%를 넘는다. 은퇴고령층을 위한 부양비,연금,의료비 폭증에 대한 대안은 과연 적절한지 우려된다. 국가생산력 감소,소득세 인상에 따른 가처분 소득 감소,부동산 잠재가치 폭락,기업의 해외이전,젊은 인재의 해외이민을 우려하는 경고등이 켜졌다. 엄청난 변화와 충격과 세대간 갈등을 극복하려면 속히 은퇴의 개념을 재구성하고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비해야 한다. ‘놀고 즐기는 100세 시대’는 어쩌면 신기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방준석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대한약국학회 회장

[기자의 눈] 초전도체 논란과 송파구 빌라 지하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초전도체 논란이 세상을 흔들고 있다. 국내 기업인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다. 사실이라면 우리가 쓰고 타는 대부분 물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발견이다. 과학계는 물론 경제계와 금융 시장까지 요동치고 있다. 진위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검증에 최소한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선진국 대비 과학기술이 뒤처진 우리나라에서 ‘갑자기’ 엄청난 성과가 났다는 이유에서다. ‘황우석 사태’ 트라우마도 여전하다. 전세계 이목이 쏠렸는데 결론을 내기 어렵다 보니 논점만 계속 흐려지고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실체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일단 크다. 일각에서는 연구소 사무실이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한 빌라 지하에 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겉모습이 누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편견을 가지는 것은 위험하다. 번듯한 사무실을 갖춘 회사·연구소가 무조건 우월한 것은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발명·발견을 초일류 대학·기업만 하라는 법도 없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은 모두 좁은 차고 안에서 탄생했다. 수많은 젊은이들의 도전 의식과 기업가 정신이 오늘날의 미국을 만들었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전성기에 "어딘가 작은 차고에서 만들어진 작은 회사가 우리의 라이벌"이라고 말했다. 차고에서 시작한 기업들은 시장 판도 자체를 아예 바꿔버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꿈을 펼치기 때문이다. 한국에 차고가 없어 혁신 기업이 없다는 농담 안에도 뼈가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들은 수십년간 ‘LK-99’을 살펴왔다. ‘99’는 이 물질을 처음 발견한 1999년을 뜻한다고 한다.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은 혁신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송파구 지하 빌라’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차고들처럼 유명 관광지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yes@ekn.kr여헌우 산업부 기자 여헌우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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