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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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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실체 없는 테마주 ‘투자 주의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07 14:25
증명사진


"초전도체에 비하면 2차전지는 양호했다."

최근 만난 지인이 일명 ‘초전도체 테마주’로 묶인 종목들이 일제히 상한가를 찍자 "이게 주식이냐, 코인이지"라며 한 말이다. 2차전지주는 초전도체 테마주 폭등에 비하면 너무나도 정상 범주에 속한다는 거다.

요즘 주식 시장은 테마주로 조용할 날이 없다. 2차전지주 광풍에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 순위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요동치는가하면 초전도체 테마주가 급부상하면서 한 번도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종목들이 연일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기도 한다.

사실 테마주 쏠림 현상은 최근 새롭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테마주의 대표격이라고 볼 수 있는 정치 테마주는 선거철만 되면 특정 정치인과 고향이 같다거나 성(姓)이 같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정치 테마주처럼 2차전지 테마 종목들도 당장 사업 실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시총에 비해 영업이익이 터무니없이 적은 경우도 다반사다.

초전도체 테마주는 더 심각하다. 지난달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를 개발했다고 논문을 공개한 이후 초전도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종목들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 가운데 실제 초전도체 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기업은 찾기 어렵다.

투자자들 중에는 해당 기업이 어떤 사업을 하는지, 실제로 초전도체 관련 사업을 하는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분위기에 휩쓸려 단타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들의 투자 기준이 기업의 가치보다는 수익률에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 기업은 초전도체 테마주 중 초전도체 사업과 가장 관련성이 높다고 알려지면서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이 기업 대표는 지난 주말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하자 "우리는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을 주장하는 연구기관과 어떠한 연구협력이나 사업 교류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테마주에 투자하기 위해 빚투족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18조원대로 내려갔던 국내 신용융자거래 규모는 지난달 20조원대를 돌파했다. 지난 4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일평균 합산 거래대금도 27조원을 넘어섰다.

수익을 얻기 위한 주식 투자가 옳지 않다는 게 아니다. 다만 기업의 정보도 모른 채 수익률에만 과도하게 매몰돼 ‘묻지마 투자’를 하는 방식은 지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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