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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거래절벽’ 현상, 올해는 부디 해소되길

최근 기사를 작성하면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는 ‘거래절벽’이다. 매번 다른 지역, 다른 주제를 다루더라도 거래절벽 현상 해소에 대한 답변은 항상 들어가고 있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은 거래절벽이 언제 해소될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주택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강남3구 및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시켰다. 해당 지역들은 이로인해 세제·대출·청약·거래 등 집을 사고파는 모든 과정에서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또 전용면적과 무관하게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졌고 실거주의무가 사라졌으며 전매제한도 1년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연 소득과 관계없이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라면 5억원까지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까지 출시하면서 거래절벽 현상 해소를 노렸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래절벽 현상은 해소되기는커녕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몇 년 전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는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는 집값에도 원하는 매물을 구할 수 없어 웃돈을 주고 사들이기 바빴다. 하지만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집값 또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요즘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는 것을 보며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됐다. 정답은 기대감에 있었다. 과거에는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때문에 수요자들은 비싼 금액을 지불하게 되더라도 투자를 망설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에서 아무리 많은 혜택을 주고 집값이 폭락했다고 하더라도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으니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가 되는 것이다. 반면 집주인들은 단계별 규제 완화로 집값이 오를 것을 기대해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회수하는 추세를 보이며 수요자들과 ‘줄다리기’를 이어나가고 있어 거래절벽 현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그 예로 마포구에서는 올해 들어 단 한건의 아파트 매매 거래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고 있는 거래절벽 현상을 해소시키려면 고금리 등 근본적인 불안요소가 해결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 또한 이와 동시에 수요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대책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올해는 정부가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되살릴 수 있는 대책을 고안하고 부디 거래절벽이 해소돼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증명사진

[이슈&인사이트] 미래 먹거리 발굴과

기업은 올해도 어김없이 지속 가능한 경영 환경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혁신을 요구 받고 있으며, 이는 2016년 독일에 뿌리를 둔 4차 산업혁명 이후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Cloud),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Blockchain) 등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정보통신(IT)’이라는 단어 대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용어가 확산되며 혁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필자가 소속된 SAP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독일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이며, 글로벌 선도 기업을 나타내는 ‘포춘 2000대 기업’중 92%가 사용하는 ERP(구매·영업·생산·물류·재무 관리를 포함한 전사적 기업 경영관리 소프트웨어)부문의 글로벌 선두주자이다. 또한 전 세계의 모든 기업들의 총 매출액의 70% 이상이 SAP의 ERP 시스템을 통해 발생된다는 것을 보면, 글로벌 산업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이 엄청나다는 부분을 알 수 있다.이 때문에 단순히 기업의 경영관리시스템을 개발하여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 문화와 실행을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 글로벌 선도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오는 2026년까지 기업 매출의 50%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적이 없는 상품, 서비스, 사업모델을 통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즉, 현재 각 기업별로 가지고 있는 사업모델로는 지속 가능한 경영 상황을 만들 수 없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통해 매출을 창출하고 이를 고도화 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그렇다면 경영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혁신’에 대해 어떻게 구분하는 것이 맞는가. ‘프로세스 혁신’과 ‘사업모델혁신’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가 과거에 집중해서 진행했던 ‘프로세스 혁신 (Process Innovation - PI)’는 업무 효율성 향상 및 비용 절감 등을 통해서 프로세스 최적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며, 이는 ‘버텀라인(bottom line)’, 즉 수익성 향상을 뜻하는 것이다.하지만 ‘사업모델혁신 (Business Model Innovation - BMI)’은 ‘톱라인(Top Line)‘ 성장,즉 매출 증가를 뜻한다. 지금까지 컨설팅업체의 전문가들을 통해 업무프로세스 분석, 이슈 정의, 개선 방향성 및 개선과제 도출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 낸 것들은 ‘사업모델혁신 (BMI)’가 아닌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코로나 사태, 금리 상승 등 급변하는 세계경제 환경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미래 먹거리’ 발굴이 더욱 중요해진다.생각해보면, ‘사업모델혁신 (BMI)’을 통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것은 스타트업들이 끊임없이 고객의 치명적인 문제를 찾아내서 이를 해결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글로벌 선두 기업 및 국내 대기업들도 ‘혁신 생태계’를 만들고 ‘스타트업’ 투자, 인수 및 협업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과거에는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구분할 수 있으며 각 그룹별 사업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 ‘비즈니스전환(Business Transformation)’ 및 ‘사업모델혁신 (BMI)’의 시대가 도래하였기에 기업 경영진이 ‘혁신’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글로벌 기업들을 빠르게 ‘벤치마킹’하여 따라 하려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에서, 실행과 빠른 피드백, 그리고 시행착오를 통한 ‘패스트 패일(Fast Fail)’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방법이 구글, 아마존n, SAP와 같은 기업이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핵심 엔진이다.새해에는 한국 기업의 ‘사업모델혁신’ 여정을 통한 글로벌 기업 도약이 줄 잇기를 기대한다.김형섭 SAP아시아 이노베이션오피스 상무/파트너

[EE칼럼] 패러다임 전환 필요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전세계에서 10번째로 큰 규모의 발전설비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경제성장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에너지 섬’이라는 지리적·물리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품질을 유지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송·배전 설비망을 운영하고 있음은 자부할만하다. 이러한 성과는 정부정책 담당자와 발전산업 종사자들의 헌신과 노력에 크게 힘입은 것이다. 또한 2002년부터 전기사업법에 따라 2년 주기로 15년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여 선제적으로 발전소를 건설하고 전력계통을 보강해 온 덕분이기도 하다. 이런 전력산업이 전 세계적 당면과제인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석탄과 가스발전 등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중앙집중형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오는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약 44%를 획기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매년 전력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요구되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함과 동시에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주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이에 대한 고충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석탄발전은 줄이되 원전은 확대하고 계통에 부담을 주는 신재생은 속도를 늦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에 대해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을 중심으로 원전 제로화 정책에서 원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신규 발전설비 투자는 재생에너지에 집중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의 세계에너지전망(World Energy Outlook)에 따르면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020년 28%에서 2030년에는 약 42%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증가하긴 했지만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국토의 물리적 제약, 기술력, 비용 등의 문제로 재생에너지 속도를 늦춰야 한다곤 하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재생에너지가 전력수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고, 그와 관련된 계통·기술·제도·시장 등에 대한 빠른 보완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원전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신재생을 확대하는 것이 좋을지 여부는 옳고 그름의 문제로 바라보기 보다는 소비자 효용과 국가 이익 차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더 도움이 되는지를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제는 무엇으로 전력을 생산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전력을 공급하고 소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전력계통과 사회적 수용성 문제를 생각해 보자. 동해안-신가평 등 주요 송전선로 건설이 지연되면서 올해 가동 예정인 신한울 2호기와 강릉안인 2호기 그리고 삼척화력 1·2호기는 생산된 전기를 필요한 곳으로 보낼 수가 없다. 전력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건설계획이 있거나 진행 중인 20MW 이상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중 전력계통과 수용성 등의 문제로 준공이 미정인 발전소 비중이 약 27%(5.2GW)에 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동인 중 하나인 데이터센터의 확대는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데이터센터만을 별도로 구분하여 전력수요를 전망할 정도로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는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센터는 2021년 142개소에서 2029년에는 234개소로 증가하고 대다수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수도권의 전력 송·배전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이제는 발전소 건설 못지않게 생산된 전기를 어떻게 필요한 곳으로 적기에 보낼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경우 전력수요가 집중된 지역 보다는 오히려 발전소 근처에 입지하도록 유도해서 최소한 송·배전망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아울러 전력이 핵심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아 갈수록 전력과 연계된 열에너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전기와 열에너지를 별도로 구분하여 수급계획을 세웠지만,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열과 전기를 동시에 고려한 종합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열병합발전소 사례처럼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전기를 공급할 수도 있고,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전소 배열을 열에너지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제는 발전소를 어디에 얼마나 건설할까 보다는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전기를 적재적소에 어떻게 보낼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비용을 어떻게 소비자와 생산자가 공정하게 부담할 것인지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아울러 에너지원별 장막을 벗어나 보다 종합적이고 융합적인 관점에서의 전력정책 수립이 요구된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들쭉날쭉 하는 2년짜리 법정계획에서 벗어나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전력수급기본계획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조용성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에 이승현 동서발전 본부장 내정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서울시는 서울에너지공사 신임 사장에 이승현 한국동서발전 안전기술본부장을 내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후보자는 지난 1989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해 동서발전에서 발전처장, 기획본부장 등을 지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오랜 기간 에너지 기업에서 일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새 정부 에너지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간 인사청문회 실시협약’에 따라 서울에너지공사 사장 후보자는 시의회 인사청문회 대상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19일 오전 10시 열린다. 시의회가 부적격 의견을 내더라도 법적 구속력은 없다. 남궁역 서울에너지공사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동대문3)은 "현재 서울에너지공사는 서남집단에너지시설(2단계) 건설 지연, 열원시설 노후화, 과도한 채무 증가, 노사 갈등 등 여러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면서 "청문회에서 사장 후보자의 경영 능력, 정책수행 능력, 도덕성, 리더십 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wonhee4544@ekn.krrclip20230118174403 서울에너지공사의 모습. 연합뉴스

[기자의 눈] 불어오는 모래바람, 중동발 투자가 국내 증시 부활 계기 되길

국내 증시가 역대 최고의 활황기를 뒤로 하고 2022년에 접어들 당시, 증권업계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은 ‘상저하고’였다. 글로벌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국의 통화 긴축으로 상반기 증시는 부진하지만, 하반기에 모든 긴축 정책이 종료되며 증시가 반등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개중에는 코스피 지수가 다시 3000선을 터치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가 아는대로 ‘상저하저’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 쉬이 잡히지 않았던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도 새로운 악재를 맞이할 때마다 전망을 수정하며 ‘별다른 호재는 없고, 지금은 악재가 해소되는 것이 호재’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새롭게 맞이하게 된 2023년도 전문가들은 ‘상저하고’라며 작년과 유사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행히 작년 우리 증시를 괴롭힌 금리 인상은 상반기 내 종료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금리와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후다. 이외 시장을 둘러싼 환경 어디를 뜯어봐도 그럴듯한 호재는 찾아볼 수 없다. 코스피 지수는 이미 ‘박스피’ 시절로 회귀했으며, 경기 둔화 우려를 의식한 투자자들은 증시에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그러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UAE 방문을 통해 총 40조원의 투자금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내한 이후로도 ‘중동의 바람’은 그치지 않은 것이다. 현재 투자가 결정됐다고 알려진 분야는 IT,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이며, 이를 통해 국내 경제계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당장 증시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까지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던 코스피 지수는 윤 대통령의 UAE 방문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17일부터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아직 정확한 UAE 방문 성과가 공개되지 않았고, 장기적 투자 계획인 만큼 당장 급격한 주가 반등을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다만 점차 상세한 투자 및 사업계획이 알려질 것으로 보이고, 언젠가는 사업 성과가 실적에 반영되면서 향후 증시가 회복기에 접어들 때 추진 동력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난 1년간 이렇다 할 호재가 없던 국내 증시, 재작년 처음 주식을 시작해 갑작스레 침체기를 맞은 ‘주린이(초보 주식 투자자)’들에게 중동으로부터 불어온 모래바람이 조그마한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suc@ekn.kr

[이슈&인사이트] 사회적 나눔 시스템 제대로 작동하게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특권을 누리는 만큼 그에 맞는 사회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65세가 되던 1900년 "부자인 채 죽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많은 수익을 내고 있던 자신의 철강회사를 5억 달러에 처분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 처분한 자금으로 자선활동을 시작하여 남은 생을 ‘위대한 기부자’로 살았다. 카네기 이후 록펠러(3억 5000만 달러, 1913년), 포드(5억 달러, 1936년) 등이 이어서 기부를 통해 재단을 설립하여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과 가난한 학생들을 돕는 데 일조했다. 그 정신은 오늘날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등에 의해 면면히 계승되어 미국 사회를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고 있다.조선시대 부자로 소문난 경주 최부잣집은 ‘300여년 간 12대를 이어온 부자’로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했던 것들이 현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경주 최부잣집의 가르침인 ‘6훈(六訓)’중에서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내용이 있다. 이 교훈은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성경말씀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덕목들이다. 이웃 중에서 실업이나 질병이나 심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면서 우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다다가 따뜻한 친구가 되어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이웃들이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는 더 아름답고 훈훈해질 것이다.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는 대한민국 전라북도 전주시 노송동 주민자치센터에 20년 넘게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그는 2000년부터 매년 연말 크리스마스 즈음에 익명으로 큰 금액을 기부해왔다. 가장 최근에 기부한 날짜는 2022년 12월 27일이며, 누적기부액은 9억 원에 달한다. 작년 12월 27일 오전 11시 1분경, 성산교회 앞 유치원 차량 아래에 상자를 놓아두었다는 중년 남성의 전화가 노송동 주민자치센터로 걸려왔다. 7600만 5580원 현금과 함께 들어 있던 편지에는 ‘대학 등록금이 없어 꿈을 접어야 하는 전주 학생들과 소년소녀 가장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힘내시고 이루고자 하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 분의 기부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저소득층과 소년소녀가장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세 사례를 통해서 각박한 현실 속에서 치열한 ‘쩐의 경쟁’을 펼치는 사람들과 코로나 사태로 더 심해진 사회경제적 격차로 더 힘들게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을 더 곤경한 환경으로 밀어내는 사람들의 모습과 사뭇 다른 선한 이웃들의 모습을 발견해본다.우리나라는 개인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서 지역 간 재정 격차 완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올해부터 시행되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주소지 이외의 지방자치단체에 1인당 연간 500만원 이하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답례품을 받는 제도이다. 우리나라 보다 먼저 이 제도를 실시한 일본(고향납세제)은 2008년 81억4000만엔에서 2021년 8302억엔으로 기부액이 102배 증가하여 지역 경제활성화에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 정착을 통해서 지역인재 양성, 취약계층 주거 환경 개선, 지방도시육성, 지역격차해소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해결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적 나눔을 위한 국가차원의 노력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차원에서도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고 사회적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과 사회적 나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조례가 제정되어 사회적 안전망과 사회적 돌봄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되는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김경열 영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E칼럼] ‘고질병’ 미세먼지 대책 더 고삐 죄야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서 봄철만이 아닌 사계절 불청객이 된 지 오래다. 겨울에도 추위가 한풀 꺾일 때면 어김없이 고개를 드는 것이 미세먼지다. 올해도 새해 들어서면서 여러 날 동안 하늘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서울은 남산은 물론이고 눈 앞에 있듯 가까이 보이던 고층 건물도 희미하게 윤곽만 보였을 정도다. 1월 7~8일 서울의 25개 대기환경 측정소 중 미세먼지(PM-10) 일 평균 환경기준인 100㎍/㎥를 넘지 않는 곳은 한 곳도 없었고, 최고농도는 201㎍/㎥로 환경기준의 2배나 되었다. 초미세먼지(PM-2.5)는 1월 7일 전 지역에서 ‘매우 나쁨’ 기준인 76㎍/㎥를 넘었고, 최고농도는 일 평균 환경기준인 35㎍/㎥의 4배인 140㎍/㎥에 달한 곳도 있었다. 2019년 3월 초 1주일간 초미세먼지 오염이 지속되자 정부는 그 해 4월 ‘국가기후환경회의’를 출범시키고 계절관리제 시행, 최대 28기의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과 출력제한, 5등급 차량 운행 등 다양한 고강도 정책을 추진하였다. 대책이 시행된 그 해 겨울 터진 코로나 사태의 효과까지 겹쳐 2020년 계절관리제 기간 중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27% 감축되었고, 전년인 2019년 14회나 발령되었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2020년에는 단 2회만 발령되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진정되면 미세먼지가 다시 악화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불길한 예감이 올 겨울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묘수가 없을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배출원 관리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숨어있는 배출원 관리에는 첨단장비 도입이 효과적이다. 원격측정장비를 이용한 자동차 매연관리, 드론을 활용한 산단의 불법 배출 감시, 환경 위성을 활용한 폐기물과 영농잔재물 불법소각 적발이 가능할 것이다. 초미세먼지 발생량의 ⅔ 이상을 차지하는 암모니아와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숨어있는 배출원 파악과 인벤토리 고도화도 시급하다. 영농부산물 소각에 따른 미세먼지 배출과 암모니아의 주 배출원인 축산 분뇨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지리적 위치와 풍향 패턴으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초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기준인 50㎍/㎥이 넘는 미세먼지 오염의 경우, 60~80%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다. 미세먼지 고농도 사태를 사전에 예측하고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공동 대응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인 ‘미세먼지 한?중 공동연구’ 확대가 시급하다. 미세먼지 배출량의 신뢰도를 높이고, 공동 대응을 위해서는 인력 및 예산을 공동으로 지원하는 별도의 연구기관을 설립이 꼭 필요하다.미세먼지와 탄소중립 통합관리가 필요하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2021년 기준 사업장(42%), 경유차와 건설기계(28%), 발전소(10%)에서 전체 배출량의 80%가 배출된다. 온실가스는 2019년 기준 발전 등(38%), 산업(27%), 수송(10%)에서 전체 온실가스의 79%가 배출된다. 두 물질 모두 화석연료 연소과정에서 배출되고 있다. 그러나, 발생 특성이 다르고 대책의 효과가 상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바이오매스 연소를 늘려야 하지만, 이 경우 미세먼지 관리에는 불리하다. 탄소중립과 대기오염 관리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통합관리가 필요한 이유이다.2013년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하고 꼭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가 출범하였으며, 국가적으로 진행되는 연구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미세먼지 관리는 여전히 불안하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020년 11월 발표한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은 2년 가까이 관련 최고 전문가와 국민이 함께 만든 미세먼지 종합대책이다. 미세먼지 오염이 더 심해지기 전에, 29개 미세먼지 대책의 진행 상황을 평가하고, 필요시 ‘버전 2’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 국내 배출량 감소와 중국과의 협력을 다시 강조하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중심의 통합관리를 제안한다. 미세먼지 오염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국민은 맑은 공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전의찬 세종대학교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책임교수

[기자의 눈] 민심 눈치작전 미분양 아파트 매입

정부가 민간 미분양 아파트 매입을 검토하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악성 미분양 단지인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36가구 매입에 총 80억원을 투입한 것을 두고 부동산 커뮤니티가 떠들썩하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미분양 주택 매입 검토’를 지시한 직전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본격적으로 사들인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 단지는 LH가 본래 상하반기 나눠 기존주택을 매입하는 정기 공고를 통해 진행해 매입한 것이라 대통령의 지시 사항과는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여론이 불같이 달려드는 것은 그만큼 미분양 아파트 매입이 국민세금으로 건설사를 구제한다는 것에 못마땅함이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발 빠르게 해명했다. 다만 내용을 뜯어보면 ‘미분양 전체’와 ‘27조원 투입’이 사실이 아니란 것일 뿐 미분양 매입은 진행한다는 뉘앙스로 보인다. 결국 남은 과제는 얼마 만큼의 미분양 아파트와 얼마나 많은 금액으로 얼마의 할인된 가격에 매입할 지다. 일단 지금은 달라진 제도 아래 건설사들의 자정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자금조달에 허덕이는 건설사에게 올해 총 15조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을 지원하니 이것으로 버텨보라고 했다. 또 민간임대사업자에게 85㎡ 이하 아파트도 10년 임대가 가능토록 제도를 개편해 아파트 시장에 뛰어들게 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말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을 덜게 해서 이를 세입자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한다고 했다. 종합부동산세 합산 및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전세퇴거대출 주택담보대출 허용 등 추가로 대책을 진행하면 당시 언급한 발언과 일관적이게 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늘어나는 미분양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현재까지 지난해 11월 기준 미분양 주택은 총 5만8027가구다. 곧 발표될 12월 미분양은 6만가구를 넘어설 것이다. MB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3월 기준 16만 가구 미분양의 3분의1도 안 되지만 10만가구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망한다면 매입임대 확대 조치는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민심 눈치를 보고 있다. 예산은 한정적인데 강제로 저렴하게 매입한다면 건설사 반발이 있을 것이고 비싸게 매입하면 건설사 특혜 논란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준공 전 미분양 매입을 하는 ‘환매 조건부 매입’을 시도했다가는 민심이 더 크게 요동칠 것이다.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미분양을 줄일 수 있는 슬기로운 해법이 있을지, 정부의 올바른 대책을 기대해 본다.김준혀 ㄴㅇㅇ

[EE칼럼] 산업부 ‘수출 플러스’ 정책에 거는 기대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360조원의 무역금융 지원을 포함,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산업 대전환 정책으로 내놨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에 수출을 위해 제품 선적 전 수출 신용보증 한도 400억원, 선적 후 수출 채권 매입 보증 한도 1000만 달러로 기존 보다 2배 확대하고 환율변동 보험의 보험률 할인율을 40%로 높여 수출을 견인키로 했다. 때마침, 이창양 산업부장관이 지난 5일 인천 계양구의 와이지-원 공장을 찾아 수출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현장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와이지-원은 세계 75개국으로 절삭공구를 수출하는 대표적 소재.부품.장비(소부장)기업이다. 2021년 기준 매출의 80%를 수출하는 중견기업이다. 산업부가 글로벌 경기 침체속에서도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6800억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 달성에 도전하는 것은 매우 공격적이다. 올해도 반도체 가격 하락 등 어려움이 있지만 실물경제 활력에 총력을 다해 이른바 ‘수출 플러스’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제시는 그 만큼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엿보인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민간 기업에 대해 100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지원하고, 외국인 직접투자는 역대 최대 수준인 300억 달러 이상을 유치해 민간주도 성장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경제연구원(KDI) 등 국내 주요 연구기관이 내놓은 전망은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4.5% 역성장이 예상 되지만 무역금융과 인센티브 지원, 수출 다변화, 유망산업 수출 등을 잘 추진하면 충분히 극복하고 계획대로 목표를 이뤄낼 수 있다. 특히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베트남, 필리핀, 칠레 등 신흥시장과 자원부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에 무역보험을 우대해 주고 지사 설립을 확대하는 등 시장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업부가 우리의 강점인 원전과 방위산업, 해외 플랜트 등 3대 유망 분야를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은 잘한 정책이다. 무엇보다 수출과 함께 투자도 플러스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들에게 100조원 규모의 설비투자 프로젝트는 계획대로만 진행되면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더욱이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 공제율도 최대 3~4%대에서 10%로 크게 확대하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또한 산업기술 연구개발(R&D)에도 5조6000억원을 지원해 민간이 R&D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겠다는 정책 역시 모처럼 보기 드문 기업 지원 정책이다. 특히 반도체, 2차전지, 미래 모빌리티 등 11가지 산업의 초격차 프로젝트에 R&D 지원 예산 70% 이상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침체된 기업 투자에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봐야 한다.산업부는 최근 산업계의 우려가 큰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에너지 안보를 더욱 강화하고 에너지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을 혁신하는데 집중키로 했다. 원전 생태계를 다시 복원하기 위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원전 일감으로 3조 5000억원을 공급하는 정책은 침체된 원전산업을 정상화 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산업부가 또하나의 역점을 두는 에너지 시스템 구조 혁신은 에너지 요금을 시장원리에 맞게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고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전환을 위해 공장에 에너지관리 시스템 보급도 확대키로 하는 것이다. 또한 전력시장에 실시간. 가격입찰 방식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시행하기로 했는데 이는 발전사끼리 가격 경쟁을 통해 전기 공급가격하락을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산업부의 세밀한 정책도 올해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투자와 자국 우선주의 확대, 에너지 위기, 원자재 공급망 위기 등이 지속적으로 실물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 시킬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도 올해는 경제위기 집중 대응과 위기 이후 미래 준비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이다. 제조업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이 성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소부장 산업이 발전해야 수출 동력도 살아날 수 있다. 기업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정적 원자재 공급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공급망 확보가 중요하다. 아울러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 일수록 기술과 인재 양성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사는 것이다. 신차 개발이나 반도체 팹을 건설하는데는 최소 5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지금 투자해야 몇 년 뒤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 시장을 누비는 우리 제품은 모두 이런 투자에 대한 결과물이다. 원자재 없이 제품을 만들 수 없듯이 원자재 공급망 확보는 단순히 비축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해외 자원개발을 통해 확보도 같이 해야 한다. 자원개발은 비축의 개념도 있기 때문이다. 자원개발은 5년, 10년 길게는 20년 뒤를 내다보고 지금 뛰어 들어야 한다. 한국이 지금보다 더 성장하려면 반도체,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우주항공, 방위산업 등 첨단산업 뿐만 아니라 기존의 뿌리산업 육성도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국가가 제시하는 주요 산업이 명확해야 한다. 지금은 반도체, 배터리, 재생에너지, 방위산업, 우주항공 등 너무 많은 산업이 제시되어 있다. 물론 이들 모두가 미래 먹거리이지만 이럴때 일수록 선택과 집중을 잘 해야 한다. 둘째,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일본의 경우 희토류를 통해 영구자석이라는 독자적 기술을 확보하므로써 아직도 이 분야에선 세계적 기술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셋째, 산업에 필요한 원료만은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광물 가격의 상승과 하락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안정적 공급이 더 중요하다.산업부가 리튬·니켈·희토류 등 10대 전략 광물을 정부 차원에서 특별 관리키로 하고 해외 자원개발에 대해 세제 지원 등을 확대키로 한 것은 잘 한 전략이다. 산업부가 모처럼 실현 가능한 정책과 전략을 세운 만큼 이제는 실행하는데 초점을 맞춰 성과를 내야 한다. 올해는 산업부가 보다 역동적이고 활력 있게 일해 주길 당부한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이슈&인사이트]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에 국내 벤처기업에 투자된 금액이 전년 3분기 대비 40% 감소한 1조 25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만 해도 직전년도 동분기 대비 68% 증가했는데 하반기 들어 경악할 정도로 추세가 반전된 것이다.고금리, 물가상승, 우크라이나 전쟁,미·중 갈등, 기후 변화 등 각종 불확실성 요인 속에 자금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시기를 어떻게 견뎌야 하나 고민하는 스타트업들이 가장 많이 듣는 조언은 "현금흐름을 평소보다 훨씬 더 철저히 관리하라"는 말일 것이다. 그러한 조언의 이면에는 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들이 충분한 영업이익을 창출해 유지되기보다는 투자유치, 차입, 지원금 등을 통해 끌어 모은 돈을 문자 그대로 ‘태워 가며’ 운영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따라서 이제는 추가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무척 어려워졌으니 돈이 빠르게 고갈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너무나 적절한 충고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스타트업의 전략과 운명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방법으로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허리띠 졸라매기다. 기업들에게 비용을 줄이라고 하면 "우리가 평소에 방만하게 경영을 한다는 생각이냐"며 볼멘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급자가 부하직원에게 이야기를 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출 대상이 무엇이 됐든 사내에서 필요한 수요의 추정 및 집계 오류, 신규 솔루션에 대한 정보 부족, 기존 거래처와의 결탁, 변화에 수반될 수 있는 책임 회피 등 다양한 원인 때문에 과도한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반면, 같은 비용 절감 효과를 수반하더라도 인력 감축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심지어 매출도 전혀 없는 스타트업들이 용케 투자를 유치한 이유는 혁신과 도전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런 어려운 일을 맡아 수행할 인재들이 떠나면 기대했던 성과가 나올 리 만무하다.설령 어렵게 혹한기를 견뎌냈다고 해도, 핵심 인재가 떠난 기업이 재차 성장을 추진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기는 어렵다. 오히려 호황기에는 몸값이 높아 확보하기 어려웠던 인재를 한 명이라도 영입할 기회가 바로 지금일 수 있다.현금흐름을 양호하게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은 매출을 늘리는 것이다. 이 또한 기업들로부터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게 쉬운 줄 아느냐"는 냉소를 사기 십상이다. 그러나 많은 스타트업들이 매출의 동력을 기술이나 제품 혹은 서비스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성장의 발목을 잡곤 한다.매출의 원천은 두말할 것 없이 고객의 니즈다. 개발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예측하려면 주변의 지인이나 ‘보상 매니아(설문에 답하면 주는 경품이나 인센티브를 쫓아다니는 사람들)’가 아니라 철저하게 대표성이 있는 표본을 구성하고, 가장 쓴 소리를 해줄 수 있는 잠재 고객의 소리를 듣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더 나아가 고객들이 겪는 문제나 원하는 가치의 핵심을 파악하고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회사 안이 아닌 밖에서 출발하는 사업화 전략이 매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버번 위스키를 좋아하던 케빈 스트롬은 2010년 버븐(Burbn)이라는 위치 기반 바(bar) 체크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만들고 장소기록, 일정짜기, 게임,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했으나 신세대가 사진을 찍고 공유하기를 좋아한다는 걸 발견하고 서비스의 복잡성을 대폭 줄여 현재 월간활성사용자(MAU)가 20억 명을 넘는 인스타그램으로 발전시켰다.시장 조사는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심리와 행동을 파악하여 어떻게 혁신적으로 그들의 불편을 덜고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경영학의 세계적 구루 클레이 크리스텐센 교수가 일찍이 ‘파괴적 혁신’이라는 저서에서 간파한 대로, 고객이 원하는 가치에 비해 과도한 기술이 시장에서 실패하는 경우는 많아도 고객을 제대로 이해한 기업이 그 것을 충족시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스타트업과 투자자에게 모두 고통스러운 시기이지만, 팬데믹을 맞아 확대된 유동성과 벤처지원정책 등 전례없이 호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혹한기도 있는 것이다. 혁신과 개척을 향한 기업가정신에 기반하기보다는 우호적인 환경에 편승해 창업을 한 스타트업은 이런 시기를 지나면서 자연스레 도태되기 마련이다.하지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리더십과 조직역량을 갖추었음을 보여주는 스타트업은 언젠가 다시금 순풍이 불어올 때 다시금 투자자들의 성가신 구애를 받게 될 것이다. 왓츠앱, 우버,에어비앤비, 벤모, 비욘드미트와 같은 기업들은 미국에서 2차 대전 이후 가장 극심한 경기침체기로 일컬어졌던 2008년 전후에 설립되었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도약했음을 잊어선 안된다.이지환 KAIST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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