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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이재명 대표 1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된 뒤 28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대선 패배 후 반 년도 되지 않아 거대 야당 대표로 나섰지만 그의 발목을 잡는 ‘사법리스크’와 연이은 당 내의 악재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이 대표는 77.77%라는 역대 민주당 전당대회 사상 최대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 대표로 당선됐다. 다만 당대표 임기 2년 중 절반을 보낸 현 시점에서 다른 정치인에 비해 월등한 점이 없다. 오히려 사법리스크로 인해 당내 갈등을 해결하는데 주저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당선 뒤 공직선거법 위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수많은 사법적 의혹에 직면했다. 수많은 사법리스크로 인해 지난 2월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나오면서 리더십 위기를 겪기도 했다. 본인의 사법적 의혹을 의식한 듯 민주당 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투자 의혹’ 등에 과감히 결단하지 못했다. 혁신을 위한 혁신위원회도 만들었지만 위원장인 이래경씨를 임명한지 9시간 만에 사퇴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출범한 김은경 혁신위도 김 위원장의 ‘노인 폄하 논란’ 등에 휩싸였지만 이 대표는 별 다른 입장 표명이 없었다. 사법리스크와 동시에 ‘팬덤 정치’ 문제도 이 대표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개딸(개혁의 딸)로 지칭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이 대표에 반대하는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을 무차별하게 공격하며 문제를 일으켰다. 개딸들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당 소속 의원들을 색출해 문자·전화 폭탄을 돌리면서 계파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이재명표 ‘민생 드라이브’ 역시 당정의 거부로 인해 탄력을 받지 못했다. 이 대표가 추진한 양곡관리법·간호법 최종 입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실패했다. 이 대표는 민생 대책으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보편적 기본소득 추진 등도 주장했지만 현재로서는 그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총선까지 약 7개월 가량 남은 가운데 이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내년 총선이 당 운명과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인 만큼 당 내 화합을 위한 소통이 필요한 시기다. 우선 줄줄이 남아있는 본인을 향한 숱한 의혹을 해명하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 대표 자신의 사법리스크부터 타파해야만 거대 야당의 지도자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ysh@ekn.kr윤수현 증명사진

[이상호 칼럼] 프리고진 사후의 바그너그룹 운명은

지난 6월 러시아 군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방식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켰다 중도에 포기했던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프리고진이 8월 23일 항공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러시아 정부에 대한 반란을 "정의의 행진"이라고 미화한 프리고진과 바그너 부대는 단 하루 만에 수도 모스크바 인근까지 진격하며 푸틴에 굴욕을 안겼다. 바그너의 반란은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모스크바 입성 직전에 극적으로 진화됐다. 그리고 프리고진이 사면되며 반란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워진 것으로 보였다. 프리고진은 푸틴과 면담하고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도 참석하는 한편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오가는 등 건재를 과시하며 바그너그룹 재건에 힘썼다. 사망 며칠 전에는 바그너의 아프리카 지역 교두보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순방하기도 했다.그러나 전형적인 권위주의 지도자인 푸틴에게 반란을 일으켜 권위와 체면을 손상한 프리고진이 곱게 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푸틴은 반란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프리고진을 사면하고 바그너 그룹 활동 재개를 묵인했지만, 지금까지 본인의 권위에 타격을 주거나 도전한 자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던 그에게는 프리고진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느라 배신자를 용서해 주는 척 했을 뿐이다.프리고진의 사망으로 바그너그룹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프리고진과 함께 탑승한 바그너 주요 지휘관들도 사망했기 때문이다. 바그너그룹은 반란 이후 주둔지를 벨라루스로 옮기고 존재 가치를 부각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바그너가 폴란드 북부 지역을 교란하거나 침공을 계획한다는 소문도 있다. 이에 폴란드는 최근 한국에서 공급받은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벨라루스와의 국경 지역으로 이동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도 벨라루스에 있는 자국민들에 대피령을 내리는 등 긴장의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지휘관을 잃은 바그너 병력의 운명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바그너는 민간군사회사, 즉 민간용병업체다.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용병업체는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상선을 보호하거나 해외 주둔 병력에 식사나 병참을 공급하는 등 일반적인 지원 임무를 수행한다. 같은 임무에 정규군을 투입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고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이에 비해 바그너의 주요 임무는 국제 분쟁과 전쟁에 정부 대신 개입하거나 직접 참전하는 것이다. 러시아나 미국같이 중소규모 분쟁에 자주 개입하는 국가는 정치적 부담과 희생을 최소화하며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용병은 다양한 형태의 국제 분쟁에 정치적인 부담 없이 빠르게 투입할 수 있는 유용한 대안이다. 용병이 전사하거나 부상을 당해도 무시할 수 있고 때로는 국가는 할 수 없는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더러운 일’을 대신 해 주기도 한다.바그너가 본격적으로 활동한 건 시리아 내전이다. 러시아는 정규군을 파병했지만, 바그너도 함께 참전해 큰 활약을 했다. 바그너는 시리아 군벌과 결탁해 정적 제거 등 불법행위와 민간인을 무차별 살상하는 전쟁 범죄도 저질렀다. 이후 바그너는 이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에 진출했다. 중앙아프리카는 다이아몬드, 금, 석유 등 자원 부국이지만, 오랜 내전과 종교 갈등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위험한 나라가 됐다. 바그너는 현지에서 정부군과 함께 반군 소탕 등 임무를 수행하며 다이아몬드 및 금광 등을 손에 넣었다. 바그너는 많은 잔혹 행위를 자행했다.바그너는 니제르 쿠데타에도 직접 관여했다. 니제르와 주변국은 과거 프랑스 식민지로 아직도 프랑스 영향권 안에 있으며, IS 등 테러단체의 아프리카 거점이다. 니제르는 우라늄 등을 대량 보유한 천연자원 부국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적으로 고립된 러시아가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서방을 견제하는 시도의 하나로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를 대신해 앞장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이처럼 바그너는 러시아 정부의 묵인 아래 정책을 보조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바그너그룹이 푸틴의 용인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조직이라는 방증이다. 프리고진과 지휘부가 사망했다고 바그너가 해체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는 러시아 정규군으로 흡수되겠지만, 벨라루스나 아프리카 지역에 남은 병력은 푸틴이 지명하는 새로운 인물이 수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간판을 바꿔 다는 방법으로다. 반란이라는 큰 사고를 쳤지만, 바그너는 푸틴에게 매우 유용한 정치 도구이기 때문이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데스크 칼럼] 진에어 사태, 보상보다 소통이 먼저였다

지난 20일 일요일 낮 12시 일본 삿포로 신치토세공항에서 300명이 넘는 여행객들을 태우고 인천공항으로 오려던 국내 여객기가 엔진 문제로 결항하는 사태가 빚어졌다.이날 공교롭게도 기자도 가족과 함께 문제의 여객기 승객이었던 탓에 공항 현장에서 발생한 고객 항의사태와 해당 항공사인 진에어의 대응을 목도할 수 있었다.비행기 엔진의 기계적 결함은 승객 안전에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비 작업을 거쳤더라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경우도 어쩌면 비행기가 착륙 뒤 결함을 발견했거나, 비행 중 사전 이상신호를 감지한 항공사가 정상운항 불가 또는 순연을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그럼에도 공항에서 승객 집단항의 사태가 발생했고, 언론에 크게 알려져 기업 이미지 손상을 초래한 데에는 진에어의 초기대응 미숙과 그릇된 사후처리 인식 때문임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초기에 사실 해명 부실, 현장책임자 부재, 보상만능주의 인식, 고객불신을 초래하는 의혹행위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었다.사건사고가 터졌을 경우, 정확하고 솔직한 사실 해명은 해결의 기본수칙이다. 기자가 판단하기에 진에어가 공항에서 비행기 결함 문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승객들에게 알리고 준비된 대응매뉴얼에 따른 후속조치를 제시했다면 사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진에어는 초반부터 ‘단순 지연’이라 얘기했다가 출발(이륙)시간을 넘기자 ‘안전점검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고, 결항 2∼3시간 경과 뒤에야 ‘엔진(부품) 결함’이라고 해명했다.이같은 결항 원인이 드러나기까지 진에어 책임자는 현장에 없었다. 답답해 하는 승객들은 2시간 이상을 탑승구에 배치된 일본인 직원과 타사 파견인원으로부터 불확실한 결항 해명과 ‘미안하다’ 말만 되풀이 들어야 했다. 승객 불만과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진에어 관계자도 승객이 원하는 후속조치 답변을 시원하게 주지 못했다. 오죽하면 승객 내부에서 ‘요즘 여행성수기라 임시비행편을 마련하기 힘들어 그럴거야’라는 동정론까지 나올 정도였다.이날 일본 공항경찰이 동원될 정도로 승객 집단항의사태를 촉발시킨 것은 진에어의 이해할 수 없는 승객 차별대우 ‘의혹’이었다고 본다. 의혹이라고 한 까닭은 항공사가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진에어는 임시방편으로 귀국이 급한 승객부터 우회 귀국시키기 위한 조치로 다른 항공사 잔여석을 협조받아 부산으로 가는 수십명의 좌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잔여석 일부 중 부산이 아닌 ‘인천’으로 막바로 가는 또다른 비행편이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태가 급작스레 험악해졌다.대합실에서 임시비행기 소식을 장시간 고대하고 있던 나머지 승객들이 발끈해 탑승구로 몰려가 집단항의하면서 아수라장이 돼 버렸고, 일본공항 경찰까지 출동하기에 이르렀다.더욱이 이같은 의혹 행위에 현장의 진에어 관계자는 ‘죄송하다’는 한마디만 남기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후 책임자 호출과 즉각적인 후속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진에어는 회사 차원 보상을 언급하면서 사태를 무마하려했다. 그리고, 삿포로 여행객 귀국이 완료된 뒤 진에어는 승객 개인별 10만원씩 보상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일단락했다.진에어를 포함해 이른바 ‘저가(저비용) 항공기’는 가격의 메리트 때문에 여행객들이 선호한다. 싼 만큼 대형항공기 수준의 부수적인 서비스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저가이더라도 위기대응 서비스에서 소통 부재와 차별이 있어선 안된다. 이참에 진에어와 공항 직원들의 사태해결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똑같은 부실 대응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에너지경제 이진우 유통중기부장(부국장)

[기자의 눈] 내 집 마련의 적절한 시기는 도대체 언제일까?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나이가 한두 살씩 들어가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부담감이 점점 커져가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이 같은 고민은 주변 지인들에게서도 쉽게 보여지며 3040 세대라면 절반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부동산에 대한 각종 의견들을 듣다보면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갈대처럼 흔들린다. 한쪽에서는 현재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향후 2~3년 동안 혼조세를 보이다 2차 하락이 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내년 서울 내 분양 물량이 급감하면서 물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이로 인해 향후 아파트값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근거와 설득력이 충분한 다양한 의견들을 지속적으로 들으면서 나의 결심은 약해지고 고민은 깊어져만 간다. 이 같은 고민은 내 집 마련의 본질이 수익 추구가 있기 때문이다. 일차원적으로 집을 마련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이로 인한 수익을 원하기 때문에 입지 및 가치 상승 가능성 등을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것이다. 고려해야할 조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른 이들처럼 부동산 시장 향후 전망 및 투자시기에 대한 나만의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가운데도 내 근본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음가짐은, 내 집 마련에 대한 나만의 기준 혹은 방향성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만의 기준을 가지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전문가 예상을 무시하면서 고집을 키우는 것과는 다르다. 또 다른 사람의 전망 및 분석에 빠져 마치 그것을 자신의 기준으로 착각하는 것과도 다르다. 내 집 마련에 대한 기준과 방향성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명확하게 정해진 나만의 기준과 방향성에 시장 분위기, 각종 부동산 관련 수치, 주변 권유, 전문가 분석 등을 적용해야 성공적인 내 집 마련의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자신만의 기준이 명확한 사람들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확률이 높지만 반대의 경우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나를 포함해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과 방향성을 정해 성공적인 내 집 마련을 하기를 바래본다. daniel1115@ekn.kr증명사진

[김성우 칼럼] 수소 심포지엄에 인파가 몰린 이유

지난 23일 정부 주최로 ‘수소경제와 한국의 수소기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과학기술을 담당하고 있고, 기업들에게 탄소중립기술 투자자문을 하고 있는 필자는 최신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정책과 시장간의 괴리도 판단해 보기 위해 참석했다. 놀라운 것은 참석자 규모다. 호텔의 초대형 연회장을 가득 메우고도 자리가 부족해 양측 바닥에 앉고 벽에 기대고 후면에 서서 듣는 공간까지 꽉 찼다. 신박한 AI시연회도 아니고 딱딱한 미래 기술 심포지엄에 예상 밖의 인파가 몰렸다.왜 일까? 수소는 인간이 현재까지 발견한 원소 중에서 가장 풍부하고 가벼운 물질이다. 특히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등의 배출이 없는 청정한 에너지원으로, 철강 및 석유화학 등의 탄소감축에 필수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에 더욱 필요한 탈탄소 수단이다. 또 에너지의 94%(대부분이 화석연료)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에 서 해외 현지 수소 생산을 늘려 에너지 자립도 확대를 도모할 수 있고, 전력망을 다른 나라와 연결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에서 재생에너지 증가로 전력계통 불안정 때 남는 전기를 담아두는 ‘에너지 캐리어’ 역할도 가능하다. 정부도 지난해 2020년 제정된 수소법을 고쳐 청정수소로의 전환 및 확산 기반을 마련하고, 수소경제 성장을 위한 수소 상용차 및 대규모 혼소 발전 확대, 인수기지 등 운송인프라 구축, 청정수소 인증제 시행 등의 정책방향을 제시해 산업 육성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힐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청정수소의 생산기술은 4~7년, 장거리·대용량 운송에 필수인 액화액상기술은 10년 정도 뒤떨어진다. 글로벌 시장 빅뱅의 초기인 지금 그 격차를 좁히지 않으면 점점 더 좁히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청정수소 관련 정책 시그널의 명확화다. 청정수소의 범위나 청청수소 활용시 인센티브 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사업 타당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투자의사결정을 미룰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2026년부터 연간 25만톤 규모의 청정수소를 세계 최초로 생산하고, 2027년부터는 화석연료 발전소에 청정수소(혹은 암모니아)를 섞어서 발전할 예정이다. 수소가 청정한 정도에 따라 보조금이 달라지는 청정수소인증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정수소로 발전한 전기를 파는 입찰 시장의 지원 방향성 및 금액도 결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청정수소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운송·저장·배기·전환 인프라 투자는 얼마나 해야 할지, 발전설비 투자는 어떤 가정에서 해야 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주요 수소(및 암모니아) 사업들이 중동·호주에서 공급하고 한국·일본 수요처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수요처의 인증기준이 모호하면 상류 공급사업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금 의사결정을 해도 건설까지 최소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정책 시그널이 절실하다. 청정수소를 활용한 발전시 인센티브가 어느 정도일지 불확실한 것도 문제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만드는 청정수소를 실증한 결과 Kg당 10달러가 넘게 들고, 탄소를 제거한 LNG로 수소를 만드는 청정수소의 경우도 연료비에 탄소제거비용까지 추가되다 보니 비싼 연료로 발전할 경우 실제 발전단가는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가 생각하는 인센티브와 기업이 기대하는 인센티브간 격차를 좁힐 필요도 있다. 2050년 글로벌 청정수소 시장이 연간 5억톤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청정수소 생산 및 저장시 투자비의 최대 절반까지 지원하는 등 선진국들의 정책 방향은 점차 선명해 지고 있다. SK·포스코·현대차 등 우리 기업들도 50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수소의 생산·운송·활용에 걸쳐 다양한 실증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빠르고 충분한 정책 시그널이 절실한 시점이다. 청정수소는 여러 국가와의 협력과 교역을 전제로 하고, 우리나라 산업 구조상 꼭 필요한 탄소감축 수단이기에 더욱 그렇다. 아마도 수소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을 서둘러야 하는 수소관련 기업과 종사자들의 절박함이 이번 심포지엄 행사장을 가득 메운 열기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국제유가를 좌우하는 변수들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국제유가가 강세다. 올 상반기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배럴당 60~70달러 선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지금은 80달러 안팎이다. 그나마 요 며칠 하향세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중국 불황에 대한 우려가 기름값을 끌어내리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는 상장사 한국전력의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전기료 인상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이기도 하다. 최근 국제유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뭔지, 앞으로 기름값이 어떻게 될지 등을 살펴보자. ◇ OPEC 감산 작전 지난해 10월 OPEC 플러스(OPEC+)는 하루 200만배럴 감산을 발표했다. 하루 세계 원유 공급량의 2%에 해당하는 규모다. OPEC+는 원유를 수출하는 23개국 연합체다. 주도국은 세계 1위 원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다.작년 가을이면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먹구름이 짙게 끼었을 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들은 경쟁하듯 금리를 올렸다. 이 마당에 OPEC+의 원유 감산은 인플레이션에 불을 지른 격이다. 공급이 줄면 자연 값이 뛰기 때문이다. 미국은 발끈했다. 심지어 사우디가 러시아 편을 들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기름값이 올라야 전비를 충당할 수 있다. 그러나 사우디는 끄덕하지 않았다. 감산 결정은 수요·공급을 조절하기 위한 경제적인 이유에서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OPEC+는 올 4월에 하루 166만배럴 추가 감산을 발표했다. 작년 10월 감산과 별도다. 역시 사우디가 주도했다. 이뿐 아니다. 사우디는 OPEC+와 상관없이 7월부터 독자적으로 자발적인 감산(100만배럴)에 들어갔다. 독자 감산은 9월까지 연장된 상태다. 러시아를 비롯해 여러 나라가 사우디에 동조해 자발적인 감산에 착수했다. ◇수요·공급이 최대 변수국제유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그러나 원인이 무엇이든 결국은 수요와 공급으로 귀착된다. 중동에서 전쟁이 터지면 기름값이 뛴다. 공급 불안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원유 수출국들이 감산을 발표할 때마다 국제유가는 들썩일 수밖에 없다. 사우디는 왜 오랜 우방 미국과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감산을 주도하는 걸까? AP 통신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바로 ‘비전 2030 프로젝트’에 들어갈 자금 마련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비전 2030은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대대적인 개혁 프로그램이다. 장차 석유산업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민간 부문을 육성하는 게 핵심이다. 5000억달러를 투입하는 미래도시 ‘네옴(Neom) 시티’ 건설도 프로젝트의 일부다. 러시아는 사우디에 열심히 맞장구를 치는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들어갈 전비를 마련하려면 고유가가 절대 유리하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러시아는 사우디에 이어 세계 2위 원유 수출국이다.◇ 차이나 변수 등장중국은 사우디와 가깝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지난해 12월 사우디를 국빈 방문해 환대를 받았다. 중국은 러시아와도 친하다.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말이 통하는 몇 안 되는 지도자 중 한 사람이다. 그런데 중국 경제가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묘한 일이 벌어질 참이다. 중국은 원유 수입 시장의 큰손이다. 지난해 중국은 3660억달러(약 485조원)어치의 원유를 수입했다.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이는 글로벌 원유 수입량의 23%에 해당한다. 사우디-러시아-이라크 순으로 중국에 원유를 많이 수출한다. 요즘 중국 경제에 먹구름이 끼었다. 성장률은 예전만 못하고, 수출도 쪼그라들었다. 물가가 마이너스로 진입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도 나온다. 비구이위안 등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산업이다. 전세계가 지금 중국 경제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잔뜩 긴장해서 지켜보는 중이다. 차이나 변수는 이미 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8월15일자 기사에서 ‘부진한 중국 경제 데이터에 유가 1% 넘게 하락’이란 제목을 달았다. 향후 원유시장 판도는 OPEC의 감산과 차이나 변수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힘이 센지에 달렸다는 시각도 있다. 만약 유가가 더 떨어지면 결과적으로 중국이 사우디의 고유가 전략에 브레이크를 거는 셈이다. ◇한전도 긴장, 정부도 긴장최근의 국제유가 오름세는 한국전력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발전원가가 비싸지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이라면 원자재가 상승 요인을 판매가에 슬쩍 얹으면 된다. 그러나 공기업 한전은 그럴 수 없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전기료 인상을 최대한 억눌렀다. 그 부담이 고스란히 윤석열 정부로 넘어왔다. 윤 정부는 올 2분기까지 전기료를 꾸준히 올렸다. 다만 3분기엔 동결했다. 한전 적자를 고려하면 전기료는 더 올리는 게 맞다. 전임 한전 사장들이 말한 대로 아직은 두부(전기료)가 콩(연료가격)보다 싼 형편이다. 한전채 발행으로 당장 적자를 메울 순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결국은 한전이 다 갚아야 할 돈이다. 정부도 고심이 크다. 내년 4월 총선이 실시된다. 전기료를 또 올릴 경우 여론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다시 동결하면 전임 정부처럼 한전 적자를 방치하는 잘못을 되풀이하는 격이다. ◇향후 유가 전망은한국은 원유 수입국 순위에서 중국-미국-인도에 이어 세계 4위다. 세계 원유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7%로 5위 일본을 약간 웃돈다. 그만큼 국제유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넓고 깊다. 한국 경제에 최상은 하향 안정세다. 그러나 유가는 우리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8월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름철 항공여행, 발전용 석유 사용, 중국 정유화학 활동 증가 등을 배경으로 꼽았다.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른다.한가닥 기대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월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검토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양국 관계가 예전으로 돌아가면 사우디의 감산 기조에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산유국 이란의 역할도 주목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한 뒤 이란산 석유는 거래금지 품목이 됐다. 그러나 음성적인 거래는 이뤄진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과 핵협정 복원을 논의 중이다. 최근에 수감자 맞교환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란이 미국의 묵인 아래 원유 생산을 늘린다면 국제유가 하락세에 도움이 된다. 전통적으로 이란은 중동 패권을 놓고 사우디와 앙숙이다. 1960년 설립된 OPEC은 전형적인 이권 카르텔이다. 그러나 석유라는 비장의 무기를 손에 쥔 탓에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 미국도 영향력 행사에 한계가 있다.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는 한 OPEC의 힘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경제칼럼니스트>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건물. 사진=AP/연합뉴스

[EE칼럼] 올바른 기후변화 정책의 시작은 NDC에 대한 바른 이해부터

파리기후변화협정 체제하에서 각국의 기후변화 정책은 국가적 기여, 즉 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통해 입안·시행함으로써 파리협정의 목적 달성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문재인 정부를 거쳐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부는 NDC 개념에 대한 오해로 효과적이면서 적절한 기후변화 정책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NDC는 각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정책으로서 야심찬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설정과 신성장 동력의 확보, 생물다양성 등을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포괄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NDC를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목표 정도로만 인식해 제대로 된 기후변화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올바른 NDC 개념의 이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 기후변화 협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NDC는 현 파리협정 체제 하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다. NDC에 대한 논의의 시작은 2012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를 만들기 위한 협상을 개시한 2007년 발리 유엔기후변화 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지하다시피 파리협정 이전 교토의정서 하에서는 ‘부속서 I’ 국가로 불리는 선진국 그룹과 ‘비 부속서 I’ 국가로 불리는 개도국 그룹으로 이원화됐다. 이른바 역사적 책임과 공통의, 그러나 차별적인 책임 원칙에 바탕을 두고 선진국들만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 (commitment)를 졌다. 그런데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예상되는 개도국 그룹의 온실가스 감축 문제가 중요하게 부상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의 신 기후체제에 대한 논의에서 개도국들은 온실가스 감축의무 부담을 절대 원치 않았고, NAMA (Nationally Appropriate Mitigation Action)라고 불린 자발적인 행동 차원에서의 기여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다. 그 결과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에서는 조약 채택에 실패하고 ‘코펜하겐 합의’라는 정치적 문서를 채택하는데 그쳤다.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면서 2011년 더반 기후변화 회의에서 2015년까지 선진국과 개도국에게 함께 적용될 수 있는 (applicable to all) 신 기후변화 체제에 대한 협상을 마루리하기로 하고 새롭게 협상을 개시했다. 그리고 2013년 폴란드 바르샤바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의무와 자발적 행동을 모두 포함하는 ‘기여(contribution)’라는 용어에 합의하는데 성공하였다. 즉, 국가들은 자국 상황을 감안해 스스로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할 수 있는 행동계획을 스스로 마련해 실행함으로써 유엔 기후변화 협약 회원국 모두가 같이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로 명했다. 이후 INDC는 2015년 파리협정 제4조를 통해 현재의 NDC로 확정됐다. 이런 협상의 과정을 보더라도 NDC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이에 대한 국가의 행동 계획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국가적 기여’라고 번역을 하는 것이 맞다. 우리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라고 번역하는 것은 NDC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다. 이러한 NDC 개념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중대한 오해는 지나치게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에 대해서만 소모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는 문제와 함께, 구체적인 정책 계획 마련 및 시행에서도 문제점을 노출한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과 관련한 문건들을 보면 녹색성장은 우리나라 NDC를 이행하기 위한 정책에 대한 별칭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개념인데 온실가스 감축, 적응, 정의로운 전환과 함께 분야별 시책의 하나로만 다루고 있다. 안타가운 것은 이러한 문제점이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 속히 파리협정 상의 NDC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의 바탕 위에서 우리나라 관련 기후변화 정책의 틀을 재정비해야 한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이슈&인사이트] 코인사기 기승 …가상자산법

지난 2019년 말 발생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대외활동이 제한되면서 자금의 흐름이 부동산과 가상화폐 투자에 집중됐다. 특히 가상화폐의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코로나19의 덕을 톡톡히 봤다. 비트코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10월만 해도 시가가 1200만원 정도였는데 2021년 3월에는 7000만원으로 5개월 만에 5.8배나 뛰었다. 여기에 가상화폐가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수단이라는 소문이 더해지면서 비트코인 외의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알트코인은 물론이고 잡코인으로까지 뭉칫돈이 몰렸다. 돈이 몰리는 곳에 편법과 불법이 판을 치게 마련이다. 실제로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등치는 코인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횡령 등 불법행위로 발생한 피해액이 5조2941억원에 달한다. 특히 2020년 2136억원에 불과했던 피해액이 2021년에는 3조1282억원으로 급증했다. 2021∼2022년 피해액은 4조 1474억원으로 같은 기간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액(1조3182억원)의 3배가 넘는다. 현재 대표적인 코인사기 형태는 ‘투자하는 코인이 상장되면 가격이 급상승할 것’이라고 현혹하며 코인을 매수를 권유하는 방식과 카지노, 비트코인, 금 채굴 등에 투자해 높은 이율의 수익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며 투자를 유도한 후 투자 수익금을 가상화폐로 지급한 후 가상화폐 인출을 정지시켜 투자금을 가로채는 수법 동원된다. 따라서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이런 수법에 걸려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전자인 원금과 고수익 보장을 앞세워 투자를 권유하고 약정하는 경우 기본적으로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 경우는 특히 고수익 보장 약정을 빌미로 투자금을 받은 후 해외로 빼돌리거나, 사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음으로 단기간에 고수익을 보장하는 약정을 하면서 투자금을 요구하고 그 투자금을 현금 대신 가상화폐로 지급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금 대신 가상화폐를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범죄의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업체들은 투자자와 직접 현금이나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와 업체 사이에 투자를 유인하는 중간책을 두고, 중간책에게 가상화폐 또는 현금을 전달하도록 해 범죄의 추적과 자금 흐름의 추적을 피하는 수법을 동원한다. 마지막으로 투자를 권유한 업체가 수익금으로 지급한 가상화폐 인출을 정지하는 경우, 이미 그 업체의 자금이 부족해지거나 이미 투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경우가 많은 만큼 투자를 권유한 업체의 재산을 신속히 압류하고, 수사기관을 통해 출국정지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하므로 가능한 신속하게 법률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한편으로 이같은 코인사기에 대해 현행법상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사기, 유사수신행위법위반, 방문판매법위반 등이 있다. 그러나 법 규정만으로는 코인사기에 적극 대처하기 어렵고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구제수단으로서의 제기능을 못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사기죄보다 광범위한 규제가 가능한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처벌규정 등이 가상화폐에는 적용되지 않아 처벌규정이 미비하다. 지난 6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법은 가상자산의 개념을 정의하고 가상화폐를 제도권에 편입시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예치금 보관의무, 이용자 명부 작성 및 비치의무 등의 규제 근거를 뒀다. 또 미공개 정보 이용과 시세조종행위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처벌과 과징금 부과 규정을 도입하는 한편 가상자산사업자가 임의로 이용자의 입·출금을 원칙적으로 차단해 이용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이상거래에 대한 감시의무도 뒀다. 부디 가상자산법의 시행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한 사기와 불공정거래행위 등에 대해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이뤄져 추가적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기자의 눈] 자동차 미래가 배터리면 건설은 모듈러다

증권시장에서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2차 전지) 열풍이 거세다. 동네 슈퍼 주인조차 배터리와 관련한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LFP, NCM 등 키워드를 마치 ‘태정태세문단세’, ‘칼카나마알아철니’처럼 자동으로 읊을 정도니 대중적 인기를 실감케 한다. 하나의 산업이 마치 생활경제처럼 우리 삶을 깊숙이 파고들어 왔다. 전기차 수요는 지속 늘어날 것이며, 핵심은 배터리이고, 배터리 기술은 양극재에 달렸으며, 이 기술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 최고라는 근거 있는 분석이 개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에서도 이같은 울림이 필요하다. 건설공법 중에는 모듈러공법이 있다. 모듈러는 현장에서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닌, 제조 및 운반을 통해 짓는 방식이다. 현재는 모듈러 주택, 공업화 주택, OSC(탈현장 건설), 레고처럼 쌓는 주택, 컨테이너 박스, 임시시설 등 정형화되지 않은 용어들로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있어 이에 대한 국민인식 전환이 시급해 보였다. 그래서 모듈러를 배터리에 비교하는 무리수를 뒀다. 모듈러는 두 가지로 압축 설명할 수 있다. 생산성과 안전성이다. 현장 숙련공들이 점차 사라지고 젊은 인재들은 유입되지 않는다. 그 자리는 모두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분양아파트 사전점검에 참여한 입주예정자들은 현장에 중국어가 들리면 ‘내 아파트 괜찮은가’ 불안해 할 정도로 인식이 좋지 않다. 모듈러는 공장조립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기에 대량 생산과 노동자 숙련도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 또 건설현장은 안타깝게도 늘 사망사고가 따라다닌다. 얼마 전 SPC 성남공장 사망사고가 있어 큰 비난과 질책을 받았다. 사망자 수를 따질 것은 아니지만 건설현장에서는 매일 있는 일이며 대형건설사도 으레 발생한다. 비난과 질책이 응당 따르나 SPC 사망사고 때와 견줄 만큼 크게 다루지 않는다. 그만큼 건설산업은 태생적으로 사망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듈러는 고소작업 추락사고나, 악천후에서 자유로워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정부는 기업의 기술력 검증을 우선으로 보고 있고, 기업은 정부의 적극 발주를 원하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기로에 서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의 제조화’를 넘어서 ‘건설의 자동화’에 도래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인식 전환에 달려 있다. 모듈러는 흔히 100년 주택이라고 하는 ‘장수명주택’으로 가는 길이다. 장수명 주택은 벽식구조와 달리 리모델링에서 자유롭고, 층간소음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하니 관심을 가져볼 만 하지 않은가. 기존 층간소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벽식구조나 최근 문제가 됐던 무량판 구조에 대해 알게 된 국민들이 모듈러에 대해서도 장단점을 대중적으로 비교해보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김준현

[이슈&인사이트] 미래 모빌리티, 파운드리에게 물어봐

요즘 모빌리티 시장에서 전기차가 대세다. 최근 뉴스만 봐도 내연기관차 얘기는 한 줄도 없고 전기차·수소차 얘기뿐이다. 전기차를 구성하는 배터리 ·차량용 반도체·배터리 리사이클링·자율주행·커넥티드카·인공지능을 포함한 알고리즘 구현 등이 단골 키워드다. 부품중심으로 이뤄지는 이전과 달리 미래 모빌리티는 융합이 화두다. 단순한 운송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생활공간’, ‘움직이는 가전제품’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미래모빌리티 시장의 최종 승자는 누구냐에도 관심이 쏠린다. 물론 당분간은 기존의 완성차업계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기업과 라이더 센서 등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하드웨어업체 등이 가세할 것이다. 그러나 내연자동차와 같이 하나의 영역으로 모두를 지배할 수 있는 시대는 물건너 갔다는 점은 분명하다. 결국 피라미드의 꼭지점은 인공지능(AI)를 포함한 알고리즘 기업이 미래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주도권이 기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는 것이다. 미래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 싸움은 미국과 중국,이른바 G2간에 펼쳐지고 있다. 바로 GAFA(구글,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애플)와 BATH(바이두, 일리바바, 텐젠트, 화웨이)간의 대결이다.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알고리즘 회사들이다. 이렇다 보니 각 기업들도 알고리즘의 독립을 통한 부가가치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를 대신할 ‘타이젠’을 개발 중이고, 현대차그룹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를 선언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좌우할 또 다른 분야가 바로 ‘모빌리티 파운드리’(자동차 위탁생산)다. 모빌리티 파운드리는 전기차 등의 모빌리티를 대량으로 위탁생산하는 기업이다. 전기차는 우스갯소리로 ‘초등학생도 만든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수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내연기관차와 달리 장난감 처럼 모터와 배터리,바퀴 등으로 제작이 단순하기 때문이다.구조가 단순하고 모듈별로 쉽게 제작할 수 있다. 최근 유럽의 한 기업은 가정에서 조립해 이용할 수 있는 초소형 전기차 모듈을 내놓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는 전기차 전용플랫폼이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돼 완성도 높은 전기차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대도 열릴 것이다. 대표적인 게 ‘애플카’다. 애플카는 원래 자율주행 레벨4를 기반으로 위탁 생산한 전기차에 자체의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한 차종으로 오는 2026년께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모빌리티 파운드리’가 실현되는 셈이다. 외부 위탁을 통해 제작한 수백 만대의 ‘베어 샤시’ 위에 모양이 다른 덥개를 씌우고 새로운 알고리즘을 부여하면 완전히 새로운 애플카가 탄생한다. 이른바 ‘애플 스마트폰에 바퀴를 붙이고 자율주행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애플카의 등장은 곧 모빌리티 파운드리 시대의 개막을 의미하는 셈이다. 모빌리티 파운드리시대의 개막에 따라 앞으로는 구글카와 아마존카는 물론이고 LG카, 삼성카도 등장할 수 있다. 지금의 반도체 펩리스와 파운드리로 나누어지는 것과 같이 미래 전기차 등도 알고리즘 전문 개발 기업과 이를 구현해 하드웨어적로 공급하는 ‘모빌리티 파운드리’가 등장해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물론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가지면서 프리미엄급의 독자적인 모빌리티를 생산하는 글로벌 제작사도 등장할 수 있다. ‘아직 가 보지 않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시장 주도권을 놓고 새로운 강력한 모델을 중심으로 짝짓기가 한창이다. 그래서 앞으로 5~10년이 골든타임이다. 이 시장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려면 산학연관의 융합이 더욱 중요하다. 정부도 예외일 수 없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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