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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산업이 마치 생활경제처럼 우리 삶을 깊숙이 파고들어 왔다. 전기차 수요는 지속 늘어날 것이며, 핵심은 배터리이고, 배터리 기술은 양극재에 달렸으며, 이 기술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 최고라는 근거 있는 분석이 개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에서도 이같은 울림이 필요하다. 건설공법 중에는 모듈러공법이 있다. 모듈러는 현장에서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닌, 제조 및 운반을 통해 짓는 방식이다. 현재는 모듈러 주택, 공업화 주택, OSC(탈현장 건설), 레고처럼 쌓는 주택, 컨테이너 박스, 임시시설 등 정형화되지 않은 용어들로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있어 이에 대한 국민인식 전환이 시급해 보였다. 그래서 모듈러를 배터리에 비교하는 무리수를 뒀다.
모듈러는 두 가지로 압축 설명할 수 있다. 생산성과 안전성이다. 현장 숙련공들이 점차 사라지고 젊은 인재들은 유입되지 않는다. 그 자리는 모두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분양아파트 사전점검에 참여한 입주예정자들은 현장에 중국어가 들리면 ‘내 아파트 괜찮은가’ 불안해 할 정도로 인식이 좋지 않다. 모듈러는 공장조립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기에 대량 생산과 노동자 숙련도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
또 건설현장은 안타깝게도 늘 사망사고가 따라다닌다. 얼마 전 SPC 성남공장 사망사고가 있어 큰 비난과 질책을 받았다. 사망자 수를 따질 것은 아니지만 건설현장에서는 매일 있는 일이며 대형건설사도 으레 발생한다. 비난과 질책이 응당 따르나 SPC 사망사고 때와 견줄 만큼 크게 다루지 않는다. 그만큼 건설산업은 태생적으로 사망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듈러는 고소작업 추락사고나, 악천후에서 자유로워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정부는 기업의 기술력 검증을 우선으로 보고 있고, 기업은 정부의 적극 발주를 원하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기로에 서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의 제조화’를 넘어서 ‘건설의 자동화’에 도래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인식 전환에 달려 있다.
모듈러는 흔히 100년 주택이라고 하는 ‘장수명주택’으로 가는 길이다. 장수명 주택은 벽식구조와 달리 리모델링에서 자유롭고, 층간소음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하니 관심을 가져볼 만 하지 않은가. 기존 층간소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벽식구조나 최근 문제가 됐던 무량판 구조에 대해 알게 된 국민들이 모듈러에 대해서도 장단점을 대중적으로 비교해보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