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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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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진에어 사태, 보상보다 소통이 먼저였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27 16:00

에너지경제 이진우 유통중기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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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 이진우 유통중기부장(부국장)


지난 20일 일요일 낮 12시 일본 삿포로 신치토세공항에서 300명이 넘는 여행객들을 태우고 인천공항으로 오려던 국내 여객기가 엔진 문제로 결항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날 공교롭게도 기자도 가족과 함께 문제의 여객기 승객이었던 탓에 공항 현장에서 발생한 고객 항의사태와 해당 항공사인 진에어의 대응을 목도할 수 있었다.

비행기 엔진의 기계적 결함은 승객 안전에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비 작업을 거쳤더라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경우도 어쩌면 비행기가 착륙 뒤 결함을 발견했거나, 비행 중 사전 이상신호를 감지한 항공사가 정상운항 불가 또는 순연을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공항에서 승객 집단항의 사태가 발생했고, 언론에 크게 알려져 기업 이미지 손상을 초래한 데에는 진에어의 초기대응 미숙과 그릇된 사후처리 인식 때문임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초기에 사실 해명 부실, 현장책임자 부재, 보상만능주의 인식, 고객불신을 초래하는 의혹행위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었다.

사건사고가 터졌을 경우, 정확하고 솔직한 사실 해명은 해결의 기본수칙이다. 기자가 판단하기에 진에어가 공항에서 비행기 결함 문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승객들에게 알리고 준비된 대응매뉴얼에 따른 후속조치를 제시했다면 사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진에어는 초반부터 ‘단순 지연’이라 얘기했다가 출발(이륙)시간을 넘기자 ‘안전점검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고, 결항 2∼3시간 경과 뒤에야 ‘엔진(부품) 결함’이라고 해명했다.

이같은 결항 원인이 드러나기까지 진에어 책임자는 현장에 없었다. 답답해 하는 승객들은 2시간 이상을 탑승구에 배치된 일본인 직원과 타사 파견인원으로부터 불확실한 결항 해명과 ‘미안하다’ 말만 되풀이 들어야 했다. 승객 불만과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진에어 관계자도 승객이 원하는 후속조치 답변을 시원하게 주지 못했다. 오죽하면 승객 내부에서 ‘요즘 여행성수기라 임시비행편을 마련하기 힘들어 그럴거야’라는 동정론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날 일본 공항경찰이 동원될 정도로 승객 집단항의사태를 촉발시킨 것은 진에어의 이해할 수 없는 승객 차별대우 ‘의혹’이었다고 본다. 의혹이라고 한 까닭은 항공사가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에어는 임시방편으로 귀국이 급한 승객부터 우회 귀국시키기 위한 조치로 다른 항공사 잔여석을 협조받아 부산으로 가는 수십명의 좌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잔여석 일부 중 부산이 아닌 ‘인천’으로 막바로 가는 또다른 비행편이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태가 급작스레 험악해졌다.

대합실에서 임시비행기 소식을 장시간 고대하고 있던 나머지 승객들이 발끈해 탑승구로 몰려가 집단항의하면서 아수라장이 돼 버렸고, 일본공항 경찰까지 출동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이같은 의혹 행위에 현장의 진에어 관계자는 ‘죄송하다’는 한마디만 남기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후 책임자 호출과 즉각적인 후속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진에어는 회사 차원 보상을 언급하면서 사태를 무마하려했다. 그리고, 삿포로 여행객 귀국이 완료된 뒤 진에어는 승객 개인별 10만원씩 보상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일단락했다.

진에어를 포함해 이른바 ‘저가(저비용) 항공기’는 가격의 메리트 때문에 여행객들이 선호한다. 싼 만큼 대형항공기 수준의 부수적인 서비스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저가이더라도 위기대응 서비스에서 소통 부재와 차별이 있어선 안된다. 이참에 진에어와 공항 직원들의 사태해결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똑같은 부실 대응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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