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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위기의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위기다. 탄소배출을 연구하는 연구기관들은 내부에서 자체 조사 결과 국가 온실가스배출량이 2년 연속(2021∼2022년)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가 온실가스배출량 확정치가 나오는 데는 2∼3년 정도 걸린다.2030NDC는 2018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배출량을 40% 줄이는 계획으로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에 발표했다.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온실가스배출량을 전년 대비 평균 4.2%씩 줄여야 2030NDC를 달성할 수 있다. 가뜩이나 벅찬 목표인데 오히려 온실가스배출량은 코로나19 이후 더 늘어나고 있다고 관측됐다.실제로 한 연구기관은 주요 기업들의 온실가스배출량이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계속 늘고 있다고 발표했다.결국 2030NDC 달성을 위해 줄여야 하는 연평균 온실가스배출량 감축률은 올해부터 4.2%보다 더 커진다. 갈수록 2030NDC를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달성이 어려우면 목표를 수정할 만하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국제사회에 2030NDC를 발표했으니 정권이 달라져도 수정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2030NDC를 수정했다가는 이제 국제 망신이라는 의미다.2030NDC 달성을 위해 가장 바쁜 건 공공기관이다. 에너지와 상관없는 공공기관들도 ‘에너지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실내온도를 18∼20도로 유지했다. 직원들은 개인 난방기도 못 켰다. 에너지다이어트는 올해 겨울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하는 일회성 이벤트라고 생각되지만 크게 보면 온실가스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이다.에너지 공공기관들은 보유한 역량의 100% 이상을 쓰며 2030NDC 달성을 위해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사기업과 개인사업장의 에너지 사용량을 관리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정한 2030NDC를 따르기 위해 자칫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일을 할까 우려스러울 정도다.우리는 국무조정실의 태양광 사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서 무리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위법 사례를 이미 봤다. 2030NDC 달성 과정에서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2030NDC의 미래에는 3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본다. 모든 국민이 올해부터 검은 토끼의 마음가짐으로 온실가스감축 ‘광폭행보’에 나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2030NDC를 수정하거나 다음 정권이 2030NDC를 달성하지 못한 데 책임을 지는 시나리오도 있다.3가지 시나리오 중 마지막의 현실화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이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wonhee4544@ekn.kr

[EE칼럼] 과도한 참견주의와 대격변기

너무 많은 정보, 즉, ‘TMI (Too Much Information)’가 너무 과도한 개입의 또 다른 ‘TMI (Too Much Intervention)’를 초래하는 세상인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단위, 기업단위, 지역 및 공공영역 단위, 그리고 가정과 개인단위에게까지 전 방위적으로 관찰된다. 요즘 미국에서는 가정집의 가스레인지 이용 제한여부를 놓고 한창 논쟁 중이다.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가스레인지로 인해 실내 공기가 오염되고 건강에 위해를 끼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어느 학술연구 발표가 촉발이 되었는데, 미국 아동 천식의 약 13%가 가스레인지에 의해 발생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가스레인지를 퇴출시키고 전기 인덕션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 또 다른 연구결과도 오래 전부터 있었다. 과도하게 청결한 가정에서는 면역력 감소로 천식 발생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이른 바 ‘위생가설’이다. 그럼 가스레인지 퇴출만큼이나 집안도 덜 청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묘한 논쟁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뉴질랜드는 2009년부터 태어난 이들에게 담배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지난해 12월 통과시킴으로써 이들은 성인이 되어도 담배소비는 원천적으로 불법행위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 뉴질랜드 마약당국은 펜타닐과 같은 심각한 마약 위협에 뉴질랜드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는데, 담배소비 금지가 어디로 튈지는 두고 볼 일이다.행동주의 펀드는 기존의 영역을 넘어서 기업의 다양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게 당연시되는 시대가 되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친환경 요구를 넘어서서 고용, 노사분규, 사이버 안보와 데이터 보호 등의 영역까지도 확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법적 분쟁과 소송이 넘치는 상황을 최근 블룸버그 기사에서는 쓰나미로 묘사할 정도다. 그린와싱, 횡재이윤 등이 화두에 오르면서 법적으로 최종적으로 허용될지 여부와 상관없이 앞으로는 총괄원가 등 기업의 세부 데이터 공개까지 요구하는 세상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국가 단위에서는 더 치열한 견제와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는 유럽연합(EU)국가에 수출하는 철강 등 주요 품목의 탄소배출량에 탄소관세를 부과하는 개념으로 EU 수준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배출과 배출권 가격에 맞추지 못할 경우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수출기업은 이 과정에서 EU 당국에 세부적인 경제활동 데이터 제출을 요구받을 수 있는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논쟁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미국의 대응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의해 자국에서 조립된 배터리 이용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며, EU의 탄소국경조정제와 유사한 탄소국경세의 도입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기후변화 뿐만 아니라 국방과 팬데믹 대응, 그리고 중국 견제 차원에서 프렌드쇼어링이 강화 추세다. 오늘날에는 이처럼 국가나 기업과 개인을 향해 생산과 소비방식을 바꾸라는 주문이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인플레이션과 유동성 완화와 축소, 금리 인상, 글로벌 물류경쟁 등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상당히 어수선하다. 과거 1970년대에는 인구문제가 오늘날 기후변화나 ESG 만큼이나 뜨거운 주제였다. 선진국은 개도국의 인구증가를 우려하면서 과도하게 개입하였다. 불임 위험이 있는 피임장치를 빈곤국에 공급하기도 하였고, 당시 세계은행 총재였던 로버트 맥나마라가 빈곤국의 의료시스템에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꺼렸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이런 정책에 대해 맥나마라 총재는 "대개 의료시설은 사망률 감소, 따라서 인구증가에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때 인구폭발 문제는 이제 인구감소 문제로 둔갑하였다. 오늘날 우리는 어느 여정에 있을까. 글로벌 패권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다양한 단위의 경제주체에게 상당한 수준의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일류 국가에서 하류 국가로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AI 변혁의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

민주주의가 정착한 나라에서 지도자를 뽑을 때,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외치는 전형적인 공약이 있다. 바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자리 증가는 바로 그 나라의 경제성장률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 추락하는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 진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사태를 지나오며 우리나라의 경제 3주체는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이 겪은 고통일까. 아마도 거시경제적 관점에서는 세계가 인류 역사상 일찍이 격어 보지 못한 사태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환경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최근 실적을 보면, 놀랍게도 코로나 이전보다 급격히 성장한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과연 그들은 소위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것일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어차피 오고 있는 변화의 물결이 예상보다 좀 더 빨리 우리를 덮친 것이고, 그 변화를 미리 예상하고 대비한 기업들이 물만난 고기처럼 성공적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류역사를 살펴보면, 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폐쇄적 고립에 빠진 나라들이 쇠퇴하고 몰락한 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스페인,포루투갈이 그랬고 구한말 조선이 그랬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코닥이 그랬고, 노키아가 그랬다. 이제 이 코로나가 물러가면 진짜 생각하지 못한 더 큰 위기가 인류를 덮칠지 모른다. 이 거대한 쓰나미에 진짜 대비하지 못하면 국가도 기업도 견뎌내기 어려울 것 같다. 그 위기의 실체는 바로 인공지능이라고 단언한다. 인간이 치러야 할 전쟁의 대상이 인류를 위협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지금 전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폭군의 러시아도 아닐 수 있다. 바로 기계인 것이다. 200년 전 일어났던 산업혁명의 역사를 보면, 기계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영국의 생산성이 급격히 올라갔고, 결국은 전세계 영토의 3분의 1을 식민지로 지배하는 초강국이 되었다.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노동자들이 러다이트 운동을 일으키며 기계를 부수는 사태도 일어났다. 그러나 지금의 시점에서 살펴보면, 결코 산업혁명이 인간의 일자리를 단순히 빼앗지 않았다. 정확히 노동자의 일자리 환경이 변화한 것 뿐이다. 그리고 산업은 저부가가치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되었다. 그에 따라 일자리도 바뀌었다. 이제 인공지능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기계기술이 우리의 모든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난리법석이다. 100년 전 일어났던 기계파괴 사회운동이 다시 일어날 기세인 것이다. 그러나 역시 역사의 반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결코 우리의 일자리는 없어지지도 줄어들지도 않을 것 같다. 물론 망하는 나라와 망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다.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산업혁명으로 성공한 영국으로 패권이 넘어가고, 다시 IT강국으로 부활한 미국으로 산업의 패권이 넘어가듯이, 경제지도가 바뀔 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쇠퇴할 뿐이다. 그리고 새로이 무장된 개인이나, 기업이나 국가가 신흥강자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변화의 물결로 일렁이는 AI를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역시 IT 강국 미국과 그리고 거대 인구로 맞서고 있는 제조 강국 중국이다. 그리고 실체적 주체는 그 나라의 빅테크 기업이고 그 기업들의 강력한 연구비 후원을 받는 대학 연구기관들이다. 본 글에서 주장하는 바를 이제 요약하고자 한다. 절대적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물결에 올라타는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인만이 생존하는 변화와 혁신의 시대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무조건 공부하고 학습해야 한다. 고도 성장기의 대한민국이 그랬듯이 인적자본에 투자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나서서 제도 정책 투자 각 부문에 변화를 대비하고 사회전반 곳곳을 통째로 정비해야 한다. 기업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지금까지 써왔던 성공신화의 자신감과 습관을 모두 버려야 한다. 새로운 게임체인저들의 세상이 열리는 새로운 판에는 기존의 무기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무조건 정부에 의지하고 기업에 목말라 기다려서는 안된다. 스스로 살아남을 준비를 해야 한다. 그 방법은 이미 도처에 있다. 인터넷에 풍부한 교육자료가 개방과 공유의 시대정신에 맞춰 차고도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조건 공부하고 학습하는 각자도생식 생존방식만이 답일까. 그렇지도 않다고 단언한다. 먼저 정부가 나서서 방향을 제시하고, 이에 민간기업이 적극 참여하는 정책 개발 그리고 대학 연구기관도 발맞춘 개혁이 적극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한마디로 총체적 변화를 이끄는 사회운동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기계를 지배하는 그날 인간사회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3일만 일하고 4일 쉬는 토마스 모어가 꿈꿨던 세상, 바로 그 유토피아가 실현되는 날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며 인류에게 충격을 주었던 7년전 사건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 그 인공지능이 알파폴드로 진화하며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로부터 우리의 생명을 보호하는 백신을 만들어내고, 최근 OpenAI가 개발한 GPT-3로 변신하여 우리의 모든 창작활동을 대신할 수 있는 꿈 같은 현실이 지금 우리에게 닥쳐 오고 있기 때문이다. 식량과 에너지 자급이 안되는 척박한 나라에서 세계 10대 강국이 된 대한민국의 시계는 현재 과연 몇 시를 가리키고 있는가.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고경철 세종과학포럼 회장/ 전 KAIST 인공지능연구센터 연구교수

[데스크 칼럼] 추락하는 수출, 해결고리는 중국

대한민국 국부(國富)의 중심축인 무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새해 1월 수출액은 462억 7000만달러로 잠정집계돼 지난해 1월(554억6000만달러)보다 16.6%(91억9000만달러) 크게 감소했다. 1년새 수출규모가 약 100억달러 빠진 것이다.수출 비중 1,2위를 차지하는 중국(-31.4%), 아세안(-19.8%)을 위시해 베트남(-28.5%), 중남미(-25.0%), 러시아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 -17.6%) 등에서 두 자릿수 마이너스(전년동월 대비)가 뼈아팠다.물론, 베트남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부진에 따른 현지진출 삼성전자의 글로벌 수출 감소, CIS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수출 감소의 타격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1월 수출에서 눈에 띄는 부분으로 정부는 중동지역(+4.0%)을 꼽았지만, 오히려 미국과 일본이 눈에 들어왔다.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제 외교관계에서 가장 주력했던 나라가 미·일 두 나라였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미, 대일 수출은 하락곡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미국과 일본과 외교 및 통상 관계에서 야당으로부터 ‘저자세’ 또는 ‘굴욕적’이라는 비난을 받아가면서 관계 강화 또는 정상화를 시도해 왔다는 점에서 두 나라로 수출 감소세는 일반국민 입장에서도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즉, 미국 바이든 정부의 ‘중국 때리기’ 외교정책이 군사·외교의 외양을 취하고 있지만 본질은 경제에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자유경제시장 질서를 무시해 가면서 칩4를 통한 반도체, IRA(인플레이션감축법)를 동원한 전기차 등 글로벌 공급망을 일방적으로 재편하려는 목적이 다름아닌 ‘중국 제압’에 있음이다.윤 정부가 출범과 함께 북한의 핵 위협 고조에 대응한 억지력 수단으로 한미동맹을 군사 부문에서 강화하는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미 군사력에 의존하는 대가로 바이든 정부의 ‘중국 배제’ 노선에 편승하면서 중국의 외교·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잃을 위기에 빠져 있다.더욱이 미국·일본과 우방관계를 강화하면서 우리나라가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치명적이다.수출 통계(잠정)만 봐도 미국은 중국·아세안에 이어 수출 비중 3위 국가이지만, 1월 수출 80억 5100만달러로 직전 지난해 12월(93억7300만달러)보다 -14.1%, 지난해 1월(85억7000만달러)와 비교해 -6.1%로 저조했다.일본은 미국보다 더 심했다. 지난해 10월 -13.1%에 이어 △11월 -17.8% △12월 -10.3%를 보이더니 올해 1월 대일수출액 22억8600만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12.7%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두자릿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와 그에 따라 눈덩이 수준으로 불어나는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의 하나로 중국과 교역 위축을 들고 있다.따라서, 고전하고 있는 대한민국 수출전선에서 승기를 마련할 수 있는 현명하고 현실적인 해결고리는 결국 ‘중국’이다.일각에선 美·EU·日 진영과 中·러 진영의 신냉전 도래로 한국이 서방쪽에 ‘확실한 줄대기’를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 석유 메이저들이 최대호황을 구가하고 있고, 서구·일본 글로벌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시장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경제이익 앞에선 이념은 단지 ‘정치적 노리개’에 불과하다는 냉엄한 국제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튼튼한 안보 못지 않게 하루하루 걱정없는 경제적 삶도 원한다.

[기자의 눈]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용퇴의 뜻을 밝혔다. 2011년 직에 오른 지 12년만이다. 허 회장의 강력한 의사에 전경련은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오는 23일 회원사 총회에서 허 회장의 뒤를 이을 신임 회장 후보를 결정한다. 허 회장의 중대 발표로 시작한 전경련 내부 움직임에 재계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과거 전경련의 위상 부활 여부가 이번에 오를 새로운 회장에 달려 있기 때문. 실제로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전까진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울산공업단지조성과 1988 서울올림픽 유치 등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획을 긋는 업적도 쌓았다. 고 이병철·정주영·구자경·최종현 회장 등 회장직을 거쳐간 인물만 봐도 전경련의 위상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러했던 전경련이 국정농단을 시발점으로 추락했다. 4대 그룹은 탈퇴 했으며, 한때 폐지론까지 언급될 정도였다. 윤석열 정부가 민간주도 경제를 약속했는데도 정부와 경제단체 만남에서 ‘패싱’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 흐름대로라면 전경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밖에 없다. 과감한 쇄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시기다. 그 첫 카드로 세대교체를 제언하고 싶다. 오늘날 국내 대기업들은 젊어지고 있다. 1960년 이후 한반도 전역에 산업화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주역들은 하나둘 이름을 남긴 채 역사의 한줄로 기록되고 있다. 주요 임원직에 30∼40대가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경영 전면엔 오너 3·4세가 본격 등판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을 비롯해 LG그룹 등 주요 기업들의 조직개편만 봐도 경쟁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이 차세대 리더로 대거 발탁되며 4차 산업혁명을 준비 중이다.경제단체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한국무역협회는 구자열 LS의장을 올렸다. 이들이 직에 오르면서 조직과 콘텐츠들 역시 ‘영(Young)’해지고 있다.전경련 또한 새로운 회장직에 젊은 인물이 오른다면, 국내 많은 젊은 기업인과 공감대 형성은 물론이고 현 정부와 소통에 있어서도 과감히 경제인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의 싱크탱크 전환도 젊은 인력의 대거 수혈로 가능해질 수 있다. 오늘날의 산업구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흐름에 맞춰 경제단체들이 담아내야 할 목소리도 그만큼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전경련이 공언한 진정한 쇄신을 이루고 싶다면, 또 과거 위상과 국가경제 발전이라는 대의를 생각한다면 차기 회장부터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EE칼럼] 값싼 에너지 시대는 끝났다

지난 설 연휴 가족이 모이는 가장 뜨거웠던 밥상머리 화제는 무엇이었을까. 검찰의 야당대표 소환이 될 것이라는 정치권의 당초 예상과 달리 단연 ‘난방비 폭탄’이었다. 여당은 지난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요금인상을 미루어 현 정부가 뒤집어쓰게 됐다고 하고, 야당은 현 정부가 무능하여 난방비 사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여야의 주장은 자기편 지지자들의 속풀이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소비자에게는 도움 안되는 무익한 싸움이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기 마련인 정치인들은 지지율을 떨어뜨릴 것이 뻔한 공공요금 인상을 자신들의 집권 시기에는 최대한 억제한다. 그래서 공공요금 인상 시기가 지지율 부담이 적은 임기말 또는 임기초에 몰리는 것이다. 같은 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그랬다. 이른바 폭탄 돌리기 또는 먹튀다. 국민들이 이걸 모르겠나. 이번의 에너지수급 불안, 가격 급등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촉발된 것은 맞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잠그자 유럽의 가스요금이 급등했고, 단기간에 가스 가격은 11배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다행히 이번 겨울 유럽이 춥지 않아 가스가격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가스가격이 이대로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은 나오지 않는다. 재생에너지와 가스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고, 재생에너지는 향후 더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풍력 및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바람이 약해지고 해가 뜨지 않을 때 수요를 충족하기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없다. 잘 알려진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이다. 재생에너지 선진국에서 종종수급 불안이나 심지어 정전이 발생하는 이유다. 재생에너지는 날씨가 좋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대기하는 예비설비가 필요하다. 이 설비는 즉각적으로, 큰 폭의 전력생산을 증가 또는감소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술적 특성을 가지는 전원이 바로 가스발전이다. 가스발전은 탄소배출량도 적어 환경친화적이기도 하다.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 위주의 에너지믹스는 환경성을 충족할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안보(수급의 안정성과 경제성)은 취약해 질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연합(EU)은 에너지전환 정책 이후 지난 20년 동안 에너지소비가 2.5% 감소했는데 석탄 등 다른 에너지소비는 감소했지만 재생에너지와 가스수요는 오히려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에너지소비가 57%가 증가했는데 모든 에너지원의 소비가 증가했지만 재생에너지와 가스소비 증가가 두드러졌다. EU와 한국의 실적으로 보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은 동시에 가스소비를 증가시킨다. 에너지 대기업인 미국의 GE는 지난해 2월 발간된 ‘에너지의 미래’ 백서에서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은 보완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강력한 조합이다. 가스발전은 재생에너지의 가장 이상적인 친구"라고 토로하기도 했다.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세계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가져갈 것이라는 것이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이다. 전 세계가 태양광, 풍력으로 달려가는 것은 앞으로 가스가 더욱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말과 같다. 주요 에너지기업들이 속을 보여가며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ESS(전력저장시스템)와 수소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으나 단기간에 상용화되기 어렵고 비용문제는 더 심각하다. 재생에너지 보다 비싼 추가 비용을 부담할 소비자가 몇이나 될까.일반상품과 마찬가지로 에너지가격의 급등은 있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지만 없는 사람들에게는 소비를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난방비 급증에 대처하는 묘수는 별로 없어 보인다. 코로나19 전국민재난지원금을 나누어주고 총선에서 재미를 톡톡히 본 경험이 있는 야당은 횡재세를 부과해서라도 난방지 지원 계층을 확대하자는 주장(보편적 복지)이다. 반면 여당은 적은 예산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선택적 복지)하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누가 옳은가. 사실 횡재세는 명분도 없고, 돈을 아낀다고 누구 말대로 곳간의 곡식처럼 썩지도 않는다. 에너지전환이 가져올 가스가격의 강세는 값 싼 에너지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동절기 실내에서 반바지와 반팔 차림으로 지내는 모습은 미래 사람들에게 전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인기는 떨어지고 국민들은 고통 받겠지만 적기에 요금을 조정하고(원가주의 원칙) 설명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정부로서는 태양광은 찬성하지만 가스비 인상은 반대하는 국민들이 야속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기자의 눈] 신용카드 한도 축소 뒷말

"카드 발급한 후 연체 한번 없이 사용했는데, 갑자기 한도가 확 줄었어요. 당장 결제해야하는 상황이라, 급하게 타 카드사에 신규 발급을 받았어요." 올 들어 금융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용카드’에 대한 불만이 줄을 이었다.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일부 회원의 신용카드 이용 한도를 대폭 축소하면서다. 실제 카드사들은 최근 개인회원을 대상으로 자체 이용한도 정기점검을 실시, 한도 축소를 통보했다. 연체 이력 뿐만 아니라, 이용한도 사용량 등을 적용해 예년보다 엄격한 기준을 뒀다.업계에서는 예상했던 전개라고 말한다. 한도 축소의 배경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금조달 부담과 연체율의 문제도 있었지만, 3년마다 이어진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신용판매수익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카드사 내부에서는 이미 전체 가맹점의 96%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고객이 카드를 긁을 수록 카드사는 ‘적자’라는 인식이 박힌 상태라는 것이다. 카드사 혜택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 또한 이와 같다.문제는 카드사가 ‘본업’을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자동차 대출이나, 해외 투자로 영역을 넓히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래저래 피해는 서민들이 보고 있는 셈이다.카드사가 신용판매와 혜택을 줄이면 민간 소비가 줄어들면서 국가 경제에도 타격을 미칠 수 있다. 카드사도 회원들의 이용한도나 혜택을 줄이는 등 물러나는 행동을 반복하기 보다는 본업에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제도 개선’에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규제 때문에, 경기가 좋지 않아서, 금리가 올라서’라는 말로 이해를 구할 때가 아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카드사 본업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볼 필요가 있다. 카드 수수료율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는 현재 구성이 된지 1년이 다 되도록 가이드 조차도 마련하지 못했다. 금융산업은 규제 산업이라고도 한다. 서민들의 곡소리가 늘어나고,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카드사들과 함께 현명한 해답을 내놓아야할 것이다.

[이슈&인사이트] 주택사업, 하방 리스크 철저 대비를

올 한해 세계경제는 물론 국내경제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 경제위기에 선제적·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국가적으로 비상경제대응체계를 가동하면서 부동산시장 정상화, 임대차 시장 안정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경기위축 등 대외여건 악화에 따라 국내 실물경제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국내경제가 올 상반기를 중심으로 경기·금융시장 및 민생경제 전반에 걸쳐 어려움이 심화되면서 2023년 경제성장률이 1.6%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올 한 해 국내 경제가 1.7% 성장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당히 보수적인 전망치이다. 문제는 이러한 저성장 기조가 올 한해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택기업은 저성장국면에 대응 가능한 경영전략을 준비해야 한다코로나 극복을 위해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강력히 추진된 저금리 정책은 빠른 속도의 ‘탈저금리 정책’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이에 따른 영향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조건을 감안할 때 주택사업자금 조달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자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또한, 재고주택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분양가격 산정시 좀 더 신중해져야 하며, 분양을 하더라도 미계약, 미입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 호황기에 맞춰진 주택사업 포트폴리오를 위축기·불황기에 대비할 수 있는 ‘컨틴전시(Contingency) 플랜‘으로 대체해야 한다. 거래가 크게 준 상황에서 지역별로 초기분양률이 낮아지고 있다. 미분양이 늘고 있고, 청약경쟁률도 미달인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공사비 논란 사업장이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소비자심리도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금리인상 위험이 여전하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규제지역이 대거 해제되면서 그동안 규제 많은 아파트 대신 인기가 높았던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도시형생활주택 등 수익형 상품의 시장성이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규제의 정상화 과정에서 주거상품성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변화 흐름에 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단기적으로 집값이 크게 하락하거나, 미분양이 급격히 증가하는 지역의 신규 분양사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대구, 대전, 세종지역 집값이 하락했다. 하반기 들어 전국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대구, 인천, 대전, 세종, 경기지역의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미분양도 전국적으로 4만 7217호가 있다. 대구에만 1만호 이상의 미분양이 있고, 경기와 경북지역에 5000호가 넘는 미분양이 쌓여있다. 준공후 미분양은 7천호 정도가 있는데, 부산과 지방 도지역에 많다. 이렇듯 지역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사업지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시장의 철저한 여건분석을 토대로 사업추진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세계경제 질서가 재편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훼손되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거세지고 있다. 주택건설시장도 다르지 않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주택가격 급등이 이어지던 지난해 상반기와 달리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택가격 급락지역이 속출하면서 올해 주택시장은 암울하다. 올 해 주택건설 수주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택건설 수주시장은 활황을 보였다. 최근 3년간 연간 80~90조원의 수주를 달성했고, 민간 주거용 건설수주도 70~80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과거 금융위기 시절에 주택건설 수주가 고점대비 52%까지도 줄어든 시기가 있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주택시장 침체로 민간주택건설 수주시장도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EE칼럼] ‘포퓰리즘’ 수렁에 빠진 에너지 요금정책

역사를 보면, 어떤 국가가 절정의 순간에 갑자기 수렁으로 빠져 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 1980년대 후반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불렸던 일본이 1990년대부터 잃어버린 30년을 보낸 것, 1960년대 세계 최강의 패권국가 미국이 베트남전의 늪에 빠져버린 것, 제2의 프랑크왕국을 갈구했던 유럽연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상당 기간 경제적 고통을 겪었던 것 등이 가까운 과거의 사례다. 비슷한 사례는 먼 과거에서도 발견된다. 서로마제국의 영토 곳곳에서 야만족들을 몰아내어 최전성기를 구가한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의 동로마제국은 그의 재위 말기에 이르러 국력이 급격하게 약화되었고, 막대한 영토의 식민지와 무적함대를 자랑하던 펠리페 2세의 스페인은 이미 국운이 급격하게 기울고 있었다. 과연 무엇이 이들 나라의 번영과 영광을 부지불식간에 저물게 했는가. 이들 나라에 국운을 기울게 할 정도로 강력한 외세의 침략이 있었나. 아니었다. 과거 로마제국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동로마 황제의 야심, 종교개혁의 불길 속에서 카톨릭을 수호하려 한 스페인 국왕의 종교적 열망, 전세계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미국 대통령의 이념적 열정, 플라자 합의 이후 엔고불황을 겪게 된 일본 경제를 회복시키고자 했던 일본 대장성 관료들의 경제적 갈망, 양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유럽 경제를 통합해야 한다는 유럽 엘리트들의 평화에 대한 갈구가 진정한 원인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자국을 최정점의 순간으로 드높인 목표가 정작 그 나라를 위태롭게 만든 것이다. 냉혹한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어 국가의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려는 숭고한 도전은 무모함과 백지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여기서, 우리가 종종 간과해 버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무엇이 그런 헛된 도전을 가능하게 했는가. 혹은 무모함을 깨닫게 되었을 때조차 도전을 계속하게 했는가. 그 경제적 수단은 단연코 부채다. 국가가 전쟁이나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황제, 왕 그리고 국가가 대규모 차입을 할 수 있는 신용을 유지하는 이상, 국고가 점점 비어가는 것에 개의치 않고 장기간 전쟁이나 정책을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부채를 영구히 증대시킬 수 있는 무한한 신용을 지닌 존재는 없다. 마침내 진실의 순간이 도래하면, 국가의 번영과 영광이 그저 부채로 쌓아 올린 허상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가 그들의 미래를 짓누르고 사실을 깨닫게 된다.현대의 엘리트들이 국가의 번영과 영광을 추구하는 수단은 전쟁이 아니라 경제다. 고달픈 삶을 지내는 국민들의 경제적 욕구는 언제나 간절하고 또한 공공성은 비용을 사회화하기에, 포퓰리즘 정책은 좌우 정권 모두에게 매혹적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돈으로 문제를 덮어버리는 포퓰리즘 정책의 필연적 수단은 국가 또는 공기업의 공공부채다. 진실의 순간이 도래했을 때 국가의 재정적 한계를 뛰어넘는 공공부채 상환 부담은 온전히 미래세대의 몫으로 남는다. 오늘의 물질적 만족을 위해 죄 없는 미래세대의 내일을 담보로 잡는 포퓰리즘 정책은 마약처럼 중독적이고 자기파멸적이다. 불운하게도,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증에 휩싸인 정치인들과 그들에게 밉보이지 않으려는 정부 엘리트들이 미래세대의 희생을 정치적·정책적 계산에 반영하지 않더라도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주체가 없다. 현재 물가안정을 위한 전기요금 인상 억제는 공기업 한전의 전대미문 수준의 사채 발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전의 사채 발행 누적액이 늘어날수록, 그리고 금융시장의 여건이 악화될수록 원리금 상환 부담이 급증할 것이다. 진실의 순간이 도래하면, 이 빚더미들은 미래의 전기소비자들이나 (한전이 추가 기채능력을 잃을 경우) 한전에 대한 정부의 암묵적 보증으로 인해 미래의 납세자들이 갚아야 한다. 막대한 규모의 무위험 고수익을 얻게 될 금융자본가들이야말로 이 정책의 진정한 승자다. 지금 공공부채에 의존한 공공요금 정책이 만연히 시행되고 있는 것은 우리 정부가 포퓰리즘의 수렁에 빠져 들고 있는 징후다. 우리나라의 신용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메말라버려 역사상 최정점에 오른 우리 경제가 수렁에 완전히 빠져버리기 전에 포퓰리즘적 공공요금 정책은 조속히 중단돼야 한다.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기자의 눈] 이커머스의

"이커머스(온라인 쇼핑) 옥석가리기는 올해가 진짜일 것 같습니다." 엔데믹 2년차를 맞아 새해 업황이 어떻겠냐는 질문에 되돌아온 이커머스업계 관계자의 말이었다. 지난해 일상회복 전환으로 기대감이 컸지만 글로벌 차원의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등 여파로 성장 둔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올해 이커머스 시장이 ‘혹독한 시간’을 거치면서 판도 변화도 예상된다는 견해였다.이커머스산업은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에 급속성장하며 기존의 오프라인 채널과 맞먹는 위상을 갖게 됐다. 올해 국내 이커머스시장이 지난해 200조원에서 240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원만한 성장세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2년간 비대면 활동 확산에 따른 코로나 특수에 비하면 성장세 둔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전망이 업계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따라서, 이커머스 기업들도 고민도 커지고 있다. 기존의 가파른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매출 성장에 집중한 탓에 적자 폭도 대폭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이 급변한 터라 외형성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더 이상 고수할 수도 없다. ‘수익성’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앞서 전문가들은 국내 이커머스업계가 수익성 제고 전략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대로 적중했다. 실제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는 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계획된 적자’를 고수하던 쿠팡이 지난해부터 수익성 개선에 적극 나선 결과 처음으로 ‘분기 흑자’에 성공하자, 최근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이 흑자 전환의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적자 폭이 커진 ㈜컬리도 컬리페이 등 신사업을 전개하며 비용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문제는 수익성에만 매몰되면 기업이 성장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이커머스 기업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매출 늘리기를 통한 시장 선점에 혈안이 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결국, 수익을 담보하는 외형성장, 성장을 견인하는 수익을 동시에 실현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 경영이 올해 이커머스업계의 화두인 셈이다.이를 위해 효율적인 투자, 공격적인 고객마케팅 등을 동원하는 차별화 경쟁이 올해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고객의 선택에 따라 흑자 전환, 적자 누적 등 실적이 대비되면서 ‘이커머스 옥석 가리기’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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