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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희망 보이는 저축은행, 건강한 긴장은 계속돼야

최근 국내 79곳 저축은행을 두고 금융감독원과 전문가(신용평가사)의 진단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79개 저축은행의 실적을 발표하며 "2분기 적자 폭이 다소 축소됐고, BIS비율도 규제비율을 상회하고 있어 손실흡수능력이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저축은행은 상반기 9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2분기 적자 규모는 434억원 손실로, 1분기 손실액(528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총여신 연체율도 5.33%로 작년 말(3.41%) 대비 1.92%포인트(p) 올랐지만, 2분기 상승폭(+0.27%포인트)은 1분기(1.65%포인트) 대비 크게 둔화됐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저축은행이 순손실을 기록했고, 연체율도 올랐지만, 위험수준은 아니라는 뜻이다.금감원은 하반기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저축은행의 영업 환경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저축은행의 건전성 제고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신용평가는 금감원의 ‘낙관론’과 사뭇 다른 분위기의 분석을 내놨다. 부동산금융과 가계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금융과 개인신용대출 부실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한신평의 전망이다. 저축은행이 조달비용 증가, 높은 대손비용 부담 등으로 대출 공급을 줄이고 있는데다 차주의 열악한 신용도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 건전성이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위기설이 수면 위로 부상한 올해 초부터 위기설을 진화하는데 집중했다. 저축은행이 2017년 이후 매년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고, 대부분 사내 유보했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 손실액은 충분히 흡수 가능하다는 게 핵심이었다. 실제 최근의 실적 부진은 부동산 경기 침체, 조달금리 상승 등 대외적인 요인이 핵심으로, 회사 자체적인 경영 부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러나 저축은행이 과거와 다르게 기초체력을 강하게 다지고,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한 것은 과거 호실적 속에서도 언제든지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적당하고도 건강한 긴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금감원과 한신평 진단의 핵심은 하반기에도 저축은행이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며, 건전성 제고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저축은행은 하반기 경기 상황 호전과 관계없이 언제든 부실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과거와는 다른, 더욱 디테일한 리스크 관리 능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E칼럼] 에너지공기업 정상화,정부 순환출자 해소부터

일반적으로 순환출자라고 하면 재벌기업들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쓴다. A기업이 B기업, B기업이 C기업, C기업이 A기업의 지분율을 확보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소유하는 방식이다. 적은 자금을 이용해 편법적으로 계열사 간에 꼬리물기 식으로 지분을 확보해 결과적으로 개별 기업 단위로는 실제 투자규모를 뛰어넘는 지분율을 변칙적으로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대다수 재벌기업들은 이런 식으로 계열사들을 통제해왔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정부와 에너지공기업간에 순환출자라는 해괴한 일이 존재한다. 정부가 대기업들처럼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도 아니고. 정부는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순환출자 방식을 활용할 수 없는 구조인데도 말이다. 최근 결산 기준으로, 대한민국 정부(기획재정부)는 산업은행의 지분 91.2%를 보유하며 독보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다. 이 산업은행은 한국전력 주식 32.9%을 보유하고,여기에 기획재정부가 18.2%를 추가보유해 과반수(51%) 지분을 갖고 한국전력을 좌지우지한다. 더 나아가 한국전력은 한국가스공사 지분을 20.47% 나 보유하며 계열사와 같은 지배구조를 형성하고있다. 한국가스공사도 여기에다 기획재정부(26.15%), 국민연금공단(7.56%) 지분을 포함해 정부 지분이 54.18%로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피라미드식 지주회사 소유구조가 기획재정부-산업은행-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순으로 사실상의 순환출자 구조로 형성돼 있는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전기와 가스요금으로 정권을 교체할 만한 강력한 표심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주목해봐야 한다. 전기와 가스요금 통제 혹은 하락은 정부의 정권 유지와 재창출을 이끄는 데 기여하고,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은 정권 교체 위기를 일으킬 만한 위력을 가졌다.정권의 지지율을 뒷받침하는 게 한전과 가스공사의 요금 통제와 적자 재무구조라고 생각해보면 된다. 즉 정부가 한전과 가스공사의 지분을 일부 소유하고 한전과 가스공사는 정부의 정치적 지분을 일부 소유하는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어낸다.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와 가스요금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펴 정권을 창출, 즉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정부를 장악할 수 있다면 순환출자나 다름없다. 정부는 순환출자를 규제할 공정거래위원장 임면권도 갖고 있으니 매우 강력한 순환출자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리를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최근 튀르키에 대선에서 당선된 에르도안 대통령이 가스 가격 전면 무료를 선언한 사례나, 볼리비아의 우고 차베스가 휘발유와 생필품, 무상교육, 무상의료, 저가주택 공급을 제공한 사례는 모두 지지율 향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에서도 정치인들이 감히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을 입에 올릴 수 없는 이유다. 굳이 여당의 역할을 하는 기간 내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필요가 없다. 더구나 그런 총대를 멜 필요성이 이전 정권에서 왔다고 하면 더 억울할 것이다. 이전 정부 귀책사유로 비난받는 한전공대 출자 혹은 경직된 전기료로 대규모 적자 논란을 겪는 한국전력을 두고, 현 정부가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이유다. 한국전력의 막대한 누적적자로 인해 주주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한 지 오래다. 최근에는 아예 나머지 49%에 해당하는 지분을 정부가 인수해 완전 국영화시켜 달라며 상장폐지 운동까지 벌어진다. 어차피 지분구조 상 정부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일하는 리더십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다. 한국가스공사는 외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해 국내 도시가스 사업자와 발전회사에 공급한다. 그런데 국제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공공요금 인상 제약 등으로 한전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순환출자는 소유 구조와 경영권에 차이가 생기므로 시장경제의 대원칙인 투명경영과 자기책임성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투자자금이 적어도 되는 만큼 당연히 오너 입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지분 맞물림 구조이겠으나, 민간부문에선 이미 IMF 이후 총수 일가가 일부 지분만으로 대기업 전체 집단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분 1% 마법’으로 비판받으며 금지된 지 오래다. 정부와 에너지공기업이 이 같은 경영 원칙을 어기면서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에너지정책을 펼치지 못하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선 넘은 고준위 방폐장 건설 지연…공장 멈춘다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너무 늦은 거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해라." 개그맨 박명수가 ‘무한도전’에서 남긴 말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생각하면 이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화강암이 많은 국내 특성상 주민수용성만 확보할 수 있다면 부지 선정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온 야당에게 발목이 잡혀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되면 다음 국회가 다시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우려도 본회의장 문턱을 넘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 동안 원자력 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소화 능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원자력본부 내 건식저장설비 맥스터를 증설하면서 숨통을 돌렸지만, 올 2분기에만 3000다발이 넘는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등 2028년부터 고리 2~4호기와 신고리 1·2호기를 필두로 모든 원전 내 저장시설이 가득찬다는 분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방폐장 건설에는 30년에 달하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맥스터를 추가하는 임시방편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37년까지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하면 원자로를 비롯한 설비에 문제가 없더라도 발전소를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력은 석탄·천연가스와 함께 대한민국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3대장’으로, 올 1~6월의 경우 8만6655GWh를 생산하는 등 30%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와 민간이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으나, 아직 원자력의 3분의 1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기준 원자력 발전소를 멈출 경우 국내 공장의 절반 이상이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산업이 ‘셧다운’되는 셈이다. 탈원전을 넘어 탈산업을 우려해야 하는 수준으로, 탄소중립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다른 곳으로 전가하면 가정과 학교로 가는 전기가 끊어질 수 있다. 국민경제를 위한 가장 경제적인 전력원을 끊겠다고 나서면서 ‘민생’을 부르짖는 모순은 이제 멈춰야 할 때다. spero1225@ekn.kr나 나광호 산업부 기자

윤활유 기업의 변신은 무죄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전기차가 대세가 되면 윤활유를 만드는 회사들은 뭘 먹고 살지? 걱정할 거 없다. 물론 전기차는 엔진오일이 필요 없다. 대신 모터와 배터리의 열을 식히는 냉각유가 필요하다. 자동차 기어 등 기계 사이의 마찰을 줄이는 윤활유도 여전히 필요하다. 윤활유 지크(ZIC)를 만드는 SK엔무브는 며칠전 ‘지크 브랜드 데이’ 행사를 가졌다. 여기서 박상규 사장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윤활유 수요가 꺾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섣부른 판단"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전기차도 모터를 냉각하고 기어 마찰 저항을 줄이는 윤활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SK엔무브는 전력 효율화 시장을 선점해 미래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내연기관 시대의 연비 효율화가 전기차 시대를 맞아 전력 효율화로 진화한 셈이다. 전력 효율화 시장은 오는 2040년 5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 각광받는 액침냉각 시장 전력 효율화 분야에서 요즘 핫 아이템은 액침냉각 시장이다. 액침(液浸)은 액체 곧 냉각유에 담근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Immersion Cooling이라고 한다. 데이터 센터를 예로 들어보자. 서버를 대량 가동하는 데이터 센터는 1년 365일 한겨울이다. 서버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 에어컨을 줄기차게 가동하기 때문이다. 이를 공랭식이라 한다. 공기를 차갑게 해서 열을 식힌다는 뜻이다. 그런데 공랭식은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에어컨 돌리는 비용이 만만찮다. 열을 식히는 효율도 썩 좋지 않다. 2010년대 중반 암호화폐(가상자산) 채굴이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할 때라 너도나도 채굴에 뛰어들었다. 전력 소모가 큰 고사양 대용량 컴퓨터가 불티나게 팔렸다. 채굴용 컴퓨터는 전기 먹는 하마가 됐고, 컴퓨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도 골칫거리였다. 이를 계기로 액침냉각 기술이 새삼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데이터 센터 서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냉각유 통에 통째로 푹 담그는 식이다. 액침냉각은 공랭식에 비해 냉각 효능이 탁월하다. 데이터 센터의 경우 전력 효율을 30% 이상 개선할 수 있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 반도체 기업들은 칩 크기를 줄이는 경쟁 대신 패키징(포장) 기술 향상에 힘을 쏟는다. 칩을 층층이 쌓으면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를 패키징 곧 후공정이라 부른다. 이를테면 10나노 칩이라도 쌓아서 연결하면 최첨단을 달리는 5나노칩도 당하지 못한다. 문제는 역시 발열이다. 냉각유는 전력을 보관하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에서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ESS는 잦은 화재가 걸림돌이다. 에너지를 저장한 배터리에 자주 불이 붙기 때문이다. SK엔무브는 데이터 센터, ESS, 전기차용 배터리 등의 열관리를 위한 액침냉각 시장이 2020년 1조원 미만에서 2040년 42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자체 추산한다. ◇인텔이 투자에 앞장 글로벌 IT 업체 중에선 미국 인텔이 액침냉각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5월 액침 냉각유 기술 개발에 7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2009년에 설립된 미국 GRC(Green Revolution Cooling)도 액침냉각 기술에 특화한 기업이다. SK엔무브는 지난해 GRC에 2500만달러(약 334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윤활유 경쟁사인 GS칼텍스는 2021년 전기차 전용 윤활유 ‘킥스(Kixx) EV’를 출시했다. 에쓰오일(S-Oil)은 작년 10월 ‘S-OIL 세븐 EV’를 내놨다. 디지털 시대에 제때 적응하지 못한 사례로 흔히 코닥을 든다. 코닥은 카메라 필름 시장을 지배했다. 기득권을 과감하게 버리지 못하는 바람에 아뿔싸,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적자생존을 말했다. 적응하지 못하면 그 생물은 도태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윤활유 기업들은 전기차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컴퓨터·배터리 열 관리는 미래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이들의 변신 노력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발언하는 박상규 SK엔무브 사장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이 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지크(ZIC) 브랜드 데이’ 행사에서 미래 비전과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엔무브가 선보인 데이터센터 액침 냉각 시스템 SK엔무브 관계자가 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지크(ZIC) 브랜드 데이’ 행사에서 액침 냉각을 활용한 데이터센터 열관리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이슈&인사이트]

정부가 지난달 첨단전략기술 보호 강화 방안을 내놨다.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라 올해 말까지 기업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반도체, 2차전지 등 국가첨단산업 분야 핵심 전문가들을 ‘전문 인력’으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게 골자다. 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 제도가 법의 취지에 맞춰 제대로 시행되면 기업들은 이를 근거로 해당 전문인력과 해외 동종 업종으로의 이직 제한, 전략기술 관련 비밀유출 방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전략기술의 해외 유출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경우 기업이 정부에 해당 전문 인력의 출입국 정보 제공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잘 운용한다면 ‘산업스파이’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상 ‘전문 인력 지정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보다 전방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미 김성원 의원이 산업기술 유출에 대해 간첩죄 적용 등 양형기준을 강화하는 ‘산업스파이 철퇴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어 양향자 의원은 기존의 특허법원을 ‘기술특허법원’으로 확대 개편해 지재권 분쟁 소송 전문성 확보를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기술보호법ㆍ첨단산업법 개정안 등 ‘기술탈취방지 3법’ 발의를 예고했다. 이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잘 조율하고 세밀하게 연구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추가해 법률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산업스파이가 준동하는 데는 솜방망이 처벌이 한 몫 했다. 산업기술보호법 제36조는 산업기술을 유출한 자는 최대 15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실제 판결에서는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징역 1년에서 3년 반, 그마저도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산업스파이에 대한 무죄 선고율이 20%에 달한다. 최저 형량을 지금보다 크게 높이고 ‘집행유예 없는 실형’이 선고되도록 법률을 뜯어 고쳐야 한다.산업스파이에 대해서는 ‘산업기술보호법’과 함께 형법 제98조의 ‘간첩죄’ 범위에 산업기밀 유출행위도 포함시켜 간첩죄로 다스려야 한다. 전 산업 분야의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고,산업 기술이 국가안보와 연결된 초연결 시대에 군사기밀 유출행위만을 간첩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시대에 동떨어진 제도다. 외국으로의 산업기밀 유출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해야 한다. 미국은 산업스파이를 ‘간첩죄’로 가중처벌하고 있고 일본은 공급망 강화, 기간산업 물자 확보, 첨단기술 보호를 위한 ‘경제안전보장법’을 제정했다.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다. 산업스파이가 노리는 것은 결국 돈이다. 첨단기술 전문 인력 지정제 역시 전문 인력으로 지정만하고,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면서 회사에 대한 충성과 국가에 대한 애국심만을 강요해서는 아무런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국가와 기업이 협력해 전문인력을 최고의 기술 전문가에 걸맞은 합당한 명예와 처우를 약속하고 실행할 때 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려면 먼저 기업은 성과보수체계를 바꿔 그들의 노력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국가는 전문 인력의 퇴직 후 생활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 퇴직 엔지니어들에게 재취업 기회를 주는 등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대한민국 학술원’이라는 곳이 있다. 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되면 종신임기를 누린다. 정회원은 매달 180만 원의 회원수당을 지원받고, 회당 10만 원의 회의 참석수당도 받는다. 연구 논문을 쓰면 연 1000만원 정도의 학술 연구비를 지급받는다. 정회원은 대부분 교수들이어서 기본적으로 은퇴 후 수당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받으며, 위에서 말한 회원 수당은 별도다. 첨단기술 인력을 학술원 회원에 준해 대우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문 인력은 학술원 회원 못지않은 중요한 인재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E칼럼]분산에너지법, 에너지시스템 혁신 마중물 삼아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지난 6월 공포됐다. 분산에너지가 에너지 정책목표로 등장한 지 10년만이다. 그동안 정부계획과 정책연구를 통해 분산에너지 보급목표, 분산에너지의 다양한 편익산정, 지역간 수급불균형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보급과 함께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전력계통 확충과 신뢰도 문제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전력수요가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 편중됨에 따라 전력시스템 운영의 비효율화는 물론 입지, 환경, 요금, 산업 전반에 걸쳐 지역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에너지산업과 생태계를 새롭게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분산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정책개발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발전시설이 해안지역에 편중돼 지역간 전력수급 불균형이 크다.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의 광역시와 일부 도는 전력자립률 10%에도 못미친다. 이들 지역은 소비전력 대부분을 타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무임승차’하고 있는 셈이다. 발전소나 송전설비는 안전, 건강, 환경문제 등으로 인해 기피시설로 간주되고 있다. 앞으로 대규모 발전소 건설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근들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농어촌과 산림지역을 중심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열병합발전소나 연료전지도 신도시나 공단을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다. 새로운 자원기술 확산과 공급방식의 다원화로 대규모 발전중심에서 수요지에 근접한 분산형 전원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분산에너지 특별법 시행은 앞으로 우리 에너지산업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너지시스템의 분산화와 다원화라는 시대적 흐름과 더불어 우리도 미국, 유럽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분권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분산법 시행으로 예상되는 변화를 몇 가지 들어보자. 첫째, 전력공급 및 거래방식의 변화다. 지금과 같은 대규모 발전소와 전력공급망을 통한 판매독점자와 별개로 특화지역내 직거래 및 발전 겸업 사업자가 출현할 수 있다. 아울러 지역별로 분산형 전원설치 뿐만 아니라 수요창출을 위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지역간에 제조업체, 데이터센터, 수소에너지, 충전인프라 등 수요처 유치 경쟁이 촉발될 것이며, 이에 필요한 분산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둘째, 분산에너지의 다양한 편익이 반영된 지역 차등요금제 도입의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 우리 전력시장은 대규모·원격지 발전단지로 인해 발생하는 송전설비 건설 및 운영과 손실로 인한 추가적인 비용이 거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는 분산전원으로 유발되는 편익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즉, 분산전원의 가치를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분산전원이 확대되면 발전설비의 집중과 원거리 전력융통으로 인해 발생하는 송전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연료전지, 집단에너지, 자가발전 등 수요지 근접 분산전원이 늘어나게될 것이며, 이로 인한 송배전설비 회피편익만 kWh당 15~25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분산편익이 반영된다면 지역별로 공급비용의 격차가 확연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또 분산전원은 전력시스템 운영과 품질유지에 필요한 새로운 전력품질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분산전원의 입지에 따른 송배전, 환경, 전력품질에 기반을 둔 지역차등요금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직판허용과 설치의무화에 따른 분산에너지 시장 확대다. 전력 직거래 허용으로 발전-판매간 다양한 유형의 거래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RE100 이행을 위한 PPA(전력거래계약) 거래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분산에너지 설치의무화가 시행되면, 전기 다소비자의 자가용 분산전원도 크게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에너지산업이 지역개발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분산에너지 기반의 지역내 전력공급사업자도 출현할 수 있다. 이렇게되면 현재의 중앙집중형 공급방식인 전력산업에서 지역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다. 앞으로 에너지산업은 신기술 확산과 함께 에너지간 융합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런 신기술 도입과 확산은 분산에너지의 투자, 설치, 운영, 거래와 수반되는 다양한 비지니즈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전력중개사업(VPP), 수소연료전지, 효율향상, 섹터커플링 등 신사업의 사업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산에너지 특별법의 하위규정에서 사업추진에 따른 장애요인의 과감한 제거가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분산에너지 가치에 상응하는 대가를 정당하게 보상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기자의 눈] 이복현의 이중잣대… "도이치는 정치, 라임은 원칙"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증권가가 술렁이고 있다. 종결된 줄 알았던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와 수사가 다시 이뤄지면서부터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증권을 타깃으로 라임자산운용이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에 빠지자 다선 국회의원 등 특정인에게 특혜성 환매를 진행한 의혹을 제기하며 검사에 착수했다.곧바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금감원이 정조준한 미래에셋증권뿐만 아니라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증권가로서는 피로감이 심하다는 반응이다. 라임 사태는 개별 사건으로는 모두 일단락된 사건이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이에 따라 전액배상까지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금융당국 징계에 이어 검찰에 형사고발도 당했다. 그 여파로 일부 증권사 CEO는 연임이나 새로운 구직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재조사의 배경은 라임펀드의 부실 가능성을 알고 난 뒤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인 환매를 특정인에게만 권유한 정황이 나왔다는 것이다. 물론 특정인에게만 환매기회를 제공한 것은 분명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전액배상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특혜성 환매에 따른 ‘피해자’는 없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라임사태 재조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검찰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에 대한 증권가의 불만이 높다. 특히 이 원장은 과거 검찰조직에 사표를 낸 배경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너무 정치적으로 흘러간 것에 대한 반발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에 최근 진행하는 라임사태에 대한 재조사를 두고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 원장은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수사가) 정말 공정하지 않다"며 "당시 검찰이 간단한 주가조작 사건을 너무 정치적으로 취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이치모터스에 대한) 주가 조작 건,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조사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최근 도이치모터스에 대한 1심 재판부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비롯한 주가조작 일당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김건희 여사 계좌가 주가 조작에 활용됐다고 인정했다. 이어 지난 4일 다시 정무위에 출석한 이 원장은 "(라임사태 재조사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원칙에 따라 조사한 것"이라고 말했다.명백한 이중잣대다. 라임 사태에 대한 재조사로 증권가를 뒤집어 놓을 각오라면 도이치모터스에 대한 재조사, 아니 첫 조사는 왜 하지 않느냐고 묻고 싶다.

[EE칼럼] 에너지 중심 시대,국회엔 에너지 전문가가 없다

인류문명 발전의 고비마다 에너지전환이 있었다. 최초의 인류는 불의 이용과 함께 문명의 첫발을 내디뎠다. 나무를 태운 불로 추운 밤을 견딜 수 있었고, 음식을 익혀 먹으면서 소화에 필요한 체내 에너지를 줄여 두뇌로 돌릴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이 문명 발전의 계기가 됐다는 가설도 있다. 인간의 도구 사용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철기시대는 금속을 녹일 정도의 고온을 낼 수 있는 목탄을 사용하면서 시작됐고, 18세기 산업혁명의 불쏘시개는 석탄이었다. 그 뒤로 2차, 3차 산업혁명은 석유의 발견, 전기의 발명과 함께 가능했다.인류는 또다시 새로운 에너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에너지전환은 과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동기가 다르다. 과거 에너지전환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발견이나 전기의 발명과 같은 공급 측면의 혁신이 동기가 됐다. 이에 비해 지금의 에너지전환은 인류 최대 위협요인인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무탄소 에너지 중심의 에너지믹스를 구성해야 하는 수요 측면의 제약이 동기다. 둘째, 과정이 다르다. 과거의 전환은 신에너지가 기존의 에너지에 비해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초기부터 시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확산될 수 있었다. 석유는 석탄에 비해 저장, 운반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전기는 깨끗하고 사용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조명, 모터 등 응용범위가 넓다. 석유는 석탄을, 전기는 석유와 석탄을 빠르게 대체하며 자연스럽게 확산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에 비해 이번 에너지전환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시급성으로 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저장,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과 같이 아직 기술적·경제적으로 미성숙한 신기술을 동원해야 하는 것으로, 시장이 아닌 정부가 인위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셋째, 경로가 다르다. 과거 에너지전환은 기존의 에너지시스템을 유지하면서 화석에너지의 구성을 점진적으로 바꾸는 경로의존적 전환이어서 석탄 중심에서 석유, 가스 중심으로 변경돼도 공통분모는 여전히 화석에너지였다. 하지만 이번 에너지전환은 기존 화석에너지 시스템을 단기간에 재생에너지, 원전과 같은 무탄소 에너지 중심으로 바꾸는 경로파괴적 전환이다. 정리하면, 이번 에너지전환은 정부 주도로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믹스를 단시간에 만들어내야 하는 특성을 갖는다.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기후변화 방지 목표는 정치적 과정을 통해 정당화돼야 하고, 정부 주도 에너지전환은 법률과 제도로 구체화된다. 정치와 입법의 중심인 국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이유다. 에너지전환 관련 입법 활동에는 폭 넓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에너지는 경제의 혈액에 비유될 정도로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광범위하다. 게다가 에너지의 93%를 수입에 의존하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정치, 무역질서도 중요 고려 사항이다. 하지만 아무리 국제정세를 감안하고 경제효율이 높은 정책이라도 환경과 기술적 제약을 넘지 못하면 공염불이다. 따라서 경제와 국제정치 뿐만 아니라 환경을 비롯한 에너지기술에 대한 전문성도 함께 요구된다. 그런데 국회의원 가운데 환경운동가는 있어도 에너지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 현실과 기술 수준과 동떨어진, 지나치게 이상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이 여과 없이 수립된 배경이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은 인류 공동의 과제로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의욕만 앞세워 무작정 밀어붙이기에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 데이터와 과학에 근거한 주도면밀한 입법과 제도 설계를 통해 체계적으로 성취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법의 최전선에 있는 국회부터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박주헌 동덕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회복세 탄 주택시장,낙관하긴 이르다

올해 초 정부가 부동산 관련 여러 규제를 풀면서 주택거래가 꾸준히 늘어나고, 미분양도 증가세가 꺾이는 주택시장이 반등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집값 동향을 보면 서울에 이어 최근 들어서는 지방도 하락세에서 벗어났다. 서울·수도권 청약시장은 고분양가 논란 속에서도 수십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되고, 경매시장도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동반 상승세다. 이처럼 주택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시장에서는 반등에 성공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인지, 아니면 다시 꺾일 것인 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미국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금융권의 의견을 반영해 금리인상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상당부분 해소된 데다 상반기 부동산시장을 뒤흔들었던 역전세와 깡통전세 문제도 최근 전셋값 회복으로 큰 고비는 넘겼다는 분위기인 만큼 집값이 다시 꺾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오히려 입주물량 감소와 매수 심리회복에 따라 상승흐름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다. 다른 한 켠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전반적인 경기 상황이 부진한 데다 전세시장도 여전히 약세인 상황에서,무엇보다 2020∼2021년 집값 급등기의 버블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기술적 반등은 지속되기 어렵다고 내다본다. 필자는 장기적으로 집값이 우상향 한다는 견해에는 공감한다. 다만 과거 사례에서 주택시장 위기 이후 3∼4년의 조정기를 거친 점에 비춰볼 때 현재의 집값 상승세가 바로 전고점을 넘어 대세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는 너무 성급한 판단이다. 주택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는 금리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집값은 떨어지고, 반대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집값은 오르게 된다. 이 같은 ‘금리 장세’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이어졌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고금리 행진으로 집값이 급락한 뒤 올해는 금리가 잇따라 동결되면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은 내년 4월 총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급격한 변화는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을 원한다. 가뜩이나 경기마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더라고 국제정세를 감안할 때 금리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우리 의지와는 무관하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경제 변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중국의 2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는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1위인 비구이위안은 달러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직면했다. 부동산발 위기는 중국 경제 전반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내수 경기침체,수출감소,청년 실업률 증가로 이어지며 총체적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 미국 역시 긴축 통화정책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모기지 금리가 21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미국의 주택시장 둔화는 모기지 금융기관들에게 타격을 주면서 고용감소, 경제성장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동결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빅2’를 중심으로 실타래처럼 얽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며 환율과 금리의 변동성은 여전히 커질 수 있다. 정부도 최근 집값 안정을 시사했다. 따라서 단순히 현재의 국내 상황만을 고려한 섣부른 부동산 투자는 금물이다. 금리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의 부동산 투자는 자금여력이 충분한 실수요 위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현재의 집값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영혼까지 끌어들이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기자의 눈] 견본주택 내부 촬영 허용해야

"견본주택에서 내부 사진촬영은 불가능합니다. 성숙한 관람문화를 위해 협조 부탁드립니다." 기자가 견본주택을 취재할 때 휴대 전화를 만지작거리면 자주 듣는 말이다. 가끔은 프레스 카드를 걸고 있어도 사진 촬영에 제재를 받기도 한다. 견본주택 내부를 방문객들이 왜 눈으로만 담아야 하는지 이유를 종종 물어보면 견본주택 설치·전시·운영은 기업 고유의 경영 및 영업상 비밀(노하우)에 해당하거나 관람객이 악의적으로 편집한 사진이 다른 사람들과 공유될 경우에는 왜곡된 이미지가 전달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아울러 사이버 견본주택을 운영하고 있고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어 가면 견본주택 집객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대답도 들어봤다. 모두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들이다. 소비자들은 건설사들이 견본주택 내부 촬영을 금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기자가 만난 많은 관람객이 "집을 사는데 수억원을 들이는데 견본주택 사진을 못 찍게 하면 어떻게 구조와 자재 등을 확인하고 따져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아파트·오피스텔 관련 주요 분쟁은 견본주택과 실제 시공이 달라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품질이 낮고 가격이 싼 마감재를 사용했거나, 색상이 다르게 시공, 콘센트 설치 유무, 문턱·식탁 위치가 상이한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도 민원이나 소송 등을 하려면 그에 대한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사진 촬영을 금지하면 결국 소비자가 그에 대한 입증 자료를 갖고 있지 않아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유경준 의원 등 여당 의원 14명은 지난 5월 ‘주택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률안의 핵심은 견본주택 내부 촬영을 허용하는 조항(제60조제4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우리 주택시장은 견본주택만 보고 계약을 해야 하는 선분양 관행이 정착돼 있다는 점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강하다. 이 때문에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한데 견본주택 내 사진촬영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은 풍경을 보면 사진을 찍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당연히 평생 내가 거주 할 수 있는 집은 더욱 그렇다. 유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이 속도를 내 견본주택 안에서 사진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zoo1004@ekn.kr62496_57969_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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