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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혁신형 SMR 개발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

혁신형 SMR(i-SMR) 기술개발사업단이 지난 2월 6일 법인등기를 마쳤다. 초대 단장으로 김한곤 박사를 선임한 사업단은 앞으로 6년간 i-SMR 개발 사업을 담당한다. 법인등기에 앞서 열린 i-SMR 국회포럼에서 ‘i-SMR 개발현황 및 수출촉진 방안’이 발표되었다. 중요한 내용이 많았지만 눈길을 끈 대목은 ‘국내 고유기술 적용’과 ‘반복 건설 및 다수 모듈 고려’라는 표현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지적재산권을 소유해야 한다는 것이고, 여러 개의 모듈 생산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적재산권은 말할 필요도 없고 다수의 모듈이 생산되어야 생산비 단가를 낮출 수 있어 수출이 가능해 진다. 또한 앞서가고 있는 뉴스케일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조기사업화를 추진해야 하며 2031년까지 최초의 모듈을 완공해야 한다는 일정도 발표되었다. 조기사업화의 방법으로 기술개발과 관련 인허가 절차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기술개발이 완료된 뒤에 인허가 절차를 검토해서는 너무 늦다는 말이다. 다행히도 포럼에 참석했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취지의 언급을 했다. 그리고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하고 연구와 홍보, 마케팅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 밖에도 해야 할 일이 산처럼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음은 그 중에서도 필자가 생각하는 i-SMR 개발 성공의 몇 가지 필요조건이다. 첫째, 실증로의 국내 건설은 꼭 필요하다. i-SMR 안전성은 최신 대형원전 APR1400에 비해서도 한층 강화되는데 국내 건설을 추진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몇 년전 i-SMR은 수출을 전제로 개발되는 것이라며 국내 건설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 입장은 공식적으로 아직 철회된 바 없다. 우리가 개발한 원자로를 우리나라에는 건설하지 않고 수출한다고 한 것은 지난 정부가 했던 궤변이다. 상식에 반할 뿐만 아니라 수출이 될 리도 없다. 수입국의 관점으로 보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시장에 많은데 만든 나라도 안 쓰는 물건을 굳이 살 이유는 없다. 2031년까지 최초 모듈을 생산하고 현장 건설 후 2033년에 운전을 하려면 늦어도 2028년까지는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산업부는 조속히 입장을 정리하고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둘째, SPC 설립도 서둘러야 한다. 삼성, 현대, GS, 두산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해외 SMR 개발사에 거액을 투자했다. 투자시 개발사와 약속한 예상사업은 주기기 제작, EPC(설계, 조달, 시공), 디벨로퍼 등이다. 국내 기업들이 앞다투어 SMR에 투자하는 이유는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애국심을 앞세워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우리가 개발하는 기술의 문호를 개방하고 더 높은 메리트가 있음을 보이면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자본들도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대형원전이 국가적 중요성이나 막대한 투자비, 사업성공의 높은 불확실성으로 국영사업이 될 수 밖에 없었다면 i-SMR은 대형원전과 조건이 사뭇 다르다. 민간과 합자하여 사업을 펼치면 연구나 마케팅 측면에서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가가 원전사업을 영원히 주도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셋째, 기술개발 단계에서부터 물량 확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량생산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i-SMR의 경제성은 확보하기 어렵다. 세계 최초의 원전인 영국의 콜더 홀 원전이 50MW 수준인 데 비해 중국 타이산 원전의 단위기 용량은 1750MW다. 2006년 태양광의 FIT(고정가격제)는 kWh당 716원이었는데 현재의 정산단가는 120∼15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자는 단위기의 규모를 키워서, 후자는 대량 생산으로 규모의 경제를 시현했다. 해외 자본 유치가 중요한 것도 물량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위의 성공 필요조건은 i-SMR 기술개발이 원활히 진행된다는 것을 전제한다. i-SMR 사업이 대박을 터뜨리길 기원해 본다.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기자의 눈] SM 막차 탄 주린이는 웁니다

"갑자기 극적 합의라니 하한가 계속되면 어쩌죠?" "공개매수로 물량 다 넘길 수 있을까요?" "여기 16만원에 물린 사람 없죠?"SM인수전 종료 소식이 발표되자 SM 소액 주주들 사이에서 쏟아져 나온 질문들이다. 대부분 카카오와 하이브의 지분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급등한 SM 주식에 투자를 결정한 개인 투자자들이다. 카카오가 15만원에 공개매수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어느 정도 주가 방어선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들도 많지만, 유통 물량을 공개매수로 전부 소화할 수 없어 주가가 급락할 경우 일부 투자자들의 손해는 예견된 일이라는 우려도 나온다.카카오와 하이브의 지분경쟁이 시작된 이래 SM 주식은 60% 이상 급등해 지난 8일 장중 16만1200원까지 올랐다. 누가 경영권을 차지하던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0일 결국 하이브는 SM인수를 포기하고, 카카오는 하이브와 파트너로서 다양한 협력관계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SM 주가는 하락세에 마감해 현재 13일 오전 10시 34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8.81% 하락한 12만원에 거래 중이다.하이브, 카카오 등의 지분을 제외한 유통 주식은 전체 지분의 70% 수준이지만, 카카오의 공개 매수 물량은 전체 35% 규모인 833만3641주에 불과하다.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청약 물량이 대거 몰리면 카카오는 안분 비례해서 공개매수할 예정이다. 공개 매수를 원한다고 해도 보유 주식 모두를 15만원에 팔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하이브가 공개 매수에 응해 투자 차익을 거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인수 경쟁으로 급격히 오른 SM 주식은 적정 거래가를 찾아 하향 안정화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카카오의 경영권 확보 소식은 기업 가치 상승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간 지속된 오너리스크를 해소하게 됐으며, 카카오라는 빅테크 공룡과의 사업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중요한 것은 그동안 카카오와 하이브의 지분 인수 경쟁 과정에서 정작 K팝 팬들의 의사는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는 사실이다. 실제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향한 권리 행사를 위해 SM에 투자를 결정한 팬들도 무수히 많다.SM이라는 기업의 정체성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또 카카오와 SM의 ‘정보기술(IT)+지식재산권(IP)’ 라는 콘텐츠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카카오는 SM 인수 절차를 빠르게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카카오와 SM이 엔터 사업의 본질인 소속 아티스트와 팬덤, 그리고 개인 투자자들의 주주 가치 제고를 고려한 방향으로 K-콘텐츠 사업을 추진해 나가길 바란다.sojin@ekn.kr윤소진 산업부 기자.

[EE칼럼] 국외감축제도의 NDC 달성에 활용을 위한 선결조건

이달 말께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기본계획은 윤석열 정부 기후변화 정책의 목표와 이행 방안이다. 그 핵심에는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설정이 있다. 지난 정부에서 성급하게 마련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 방안이 수정될 것이다. 다만, 에너지 집약적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국내감축량을 상향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고 국제사회 규칙을 잘 활용해서 국외감축 활동의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선결조건들이 있다. 첫째, 국외감축 활동의 추진 과정에서 민간의 참여는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달성에 유의미한 기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민간부분의 국외감축 활동은 국가의 국외감축목표 달성의 활용에 어렵거나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 규칙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지 못한 데서 원인이 있다. 파리협정 제6조 이행규칙은 글라스고 기후변화 회의 당시 극적으로 국가들 간에 합의가 되었다. 당시 협상을 급히 끝내려다 보니 NDC 달성을 위한 활용을 전제로 마련된 파리협정 제6조를 구체화하는 이행규칙에 NDC 목적 달성 이외에 국제항공부분에 활용을 위한 국제감축목표 또는 ESG나 자발적 시장에의 활용을 전제로 한 다른 목적 (Other Purposes) 달성을 위한 국외감축결과 (ITMOs)의 사용이 갑작스럽게 허용되었다. 이것은 예컨대 기업의 ESG 목적으로 국내로 들어오는 ITMOs는 NDC 달성을 위해서 사용되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이미 ESG 등 다른 목적으로 특정된 국외감축결과를 NDC 목적으로의 사용목적 전환에 대한 절차도 아직 국제사회에는 합의된 바 없다. 같은 ITMOs가 NDC 목적과 ESG 목적을 위해서 동시에 사용된다면 이중사용의 문제가 발생한다. 더욱이 다른 목적에 사용하기 위한 ITMOs는 유엔에 우리 정부가 NDC 이행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서 필요한 소위 상응조정의 대상도 아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 민간부분의 참여만을 확대한다면 환경건정성, 그린와싱 등을 이유로 국내외로 심각한 비판에 노출될 것이다. 둘째, 배출권거래제도를 국외감축제도에 어느 정도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설정이 있어야 한다. 파리협정 하의 국외감축제도는 협력 국가들 간에 인벤토리의 활용이 핵심이다. 현재 배출권거래제도는 국가인벤토리와 자동적으로 연동되어 있지 않다. 이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배출권거래제도의 활용은 우리나라 NDC 목표 달성 차원에서는 온실가스의 국내 감축의 문제이지, 국외감축에 관한 문제는 아니다. 만일 국내로 이전되는 해외배출권을 ITMOs로서 국외감축 목표달성에 활용하고자 한다면 충분한 NDC를 위한 국외감축량 확보가 될 수 있는지, 국내 감축용인 배출권거래제도를 국외감축 목표달성을 위해 어느 정도로 사용할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셋째, 대규모 ITMOs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ODA를 활용하여 사업단위를 넘어서 공격적으로 대상국과 협상 전략 추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졸속 입법된 현재의 해당 법과 시행령의 개정이 필요하다. 개도국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결과의 해외 이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협력 대상국에 대해서 다양한 요구들을 할 것이다. 교토의정서의 산물인 청정메커니즘(CDM)과 이를 활용한 배출권거래제도의 해외 외부사업의 경험에 바탕을 둔 우리의 국제감축사업 제도는 몇 몇 개별 사업자에게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우리 정부에게 필요한 대규모 ITMOs의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산림분야의 REDD+에서 논의되는 국가나 준 국가 단위 프로그램이나 정책 차원으로 개발·시행되는 대규모 온실가스 감축활동 접근방법이 에너지를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도 개발되어야 한다. ITMOs의 이전 단위당 대가 차원이 아닌 대상 국가와의 기후변화 협력이라는 큰 들에서 종합적인 ODA 정책도 활용되어야 한다. 정부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기본계획이 이 같은 선결조건을 해결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잘 마무리되기를 바란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SDLAP 소장

[홍성걸 칼럼]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의 과제

지난 8일 국민의힘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열렸다. 예상대로 소위 윤심(尹心)을 업은 김기현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으로 당선되었고, 최고위원도 모두 친윤계로 채워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1년이 지나서야 천신만고 끝에 비로소 자신과 합을 맞출 여당 지도부를 만들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 과정은 가시밭길처럼 험난했다. 중도층의 반대와 지지기반의 이탈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김기현 후보를 대표로 선출하려는 의도가 역력한 일련의 조치가 취해졌다. 대표선출 방식을 책임당원만 참여하도록 바꿨고, 잠재적 후보자들을 강압적으로 주저앉혔다. 경선 과정에서도 필요할 때마다 대놓고 김 후보를 지지하는 메시지가 용산으로부터 발송되었고, 잠재적 위험을 제거했다. 이것이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았기에 비판은 높았다.한국 정치에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관계는 3김(金)시대까지 대통령의 압도적 우위에 따라 여당이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비판을 받다가 노무현 대통령 이후 많이 달라졌다. 대체로 5년 단임의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손발을 맞춰 정권과 명운을 함께 하기 때문에 보통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과정과 이후 이준석 대표와의 관계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갈등적이었다. 그것이 김기현 체제 수립과정에서 용산의 행보를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출과정이 요란했기에 김기현 대표 체제의 첫 과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증폭된 계파 간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하는 것이다. 그것도 공천권을 앞세운 강압에 의한 일방통행식 관계 개선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다름을 이해하는 방식의 관용에 의한 아름다운 통합이어야 한다. 안철수나 이준석, 유승민 등 당내 갈등 요인을 적이 아니라 아군으로 포용하는 대인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경선과정에서 이탈한 중도층과 일반 국민의 지지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야당이 3분의 2 의석을 차지한 21대 국회의 마지막 1년을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지혜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할 교육, 노동, 연금 등 3대 개혁을 내세운 윤 정부는 사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관련 입법이 불가능하다. 특히 노동개혁은 친노동 기조를 갖는 민주당의 반대가 불을 보듯 뻔한데다 건설노조, 운송노조 등과의 전면전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노동계의 투쟁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게다가 야당은 국정보다 형사피의자인 이재명 대표 보호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김기현 체제가 야당의 비난에 일일이 대응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비난과 불신을 한몸에 받는다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필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총선 전까지 여론의 지지도를 높이면서 야당의 악담과 비난에 핍박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김기현 체제는 윤석열 정부와 함께 강제징용 판결 이후 악화된 한일관계의 개선, 남북관계 경색과 북한의 증가하는 위협, 계속되는 에너지 가격 폭등과 공급망 재편, 전쟁 등 대외변수와 정체된 기술혁신 등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경제난 등 다양한 위기 요인 속에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특히 민주당과의 상호 비난으로 땅에 떨어진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극복하지 못하면 총선을 앞둔 여당으로서 안정적 다수 의석 확보는 불가능하다. 만일 총선에서 패배하면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식물정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문제가 복잡할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개인이나 정당의 정치적 이익보다 중장기적 국익을 위해 필요한 일을 과감히 실천하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불신과 비난을 받는 이유는 입으로만 국익과 국민을 떠들면서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당리당략만 앞세우기 때문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대놓고 떠드는 것만 국민의 생각과 이익이 아니다. 말 없는 다수의 국민은 정치인들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판단하고 있다.실물 정치를 모르는 백면서생의 조언이라 무시하지 마시라. 인간처세(人間處世) 견리사의(見利思義)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 소용없을 것이다.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E칼럼] 전기요금 얼마나 내세요?

독자 여러분은 한달에 전기요금 얼마나 내시나요? 주변에 물어보면 자신이 내는 전기요금이 얼마인지를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략 세 부류로 나뉜다. 아예 가사에선 뒷전에 있는 사람이거나 아랫돈이 숨을 못 쉬어 푼돈 나가는 데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 그리고 고지서에 찍힌 걸 보기는 했지만 그리 큰 액수가 아니라 기억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주거용으로 한달 평균 423kWh의 전기를 쓰고 5만2573원의 이용료를 낸다. 4인 가족 세대의 경우 보통 한달에 300kWh정도의 전력을 사용하므로 4만~7만원의 전기요금을 부담한다. 우리는 이 전기로 불을 밝히고 냉장고와 청소기,세탁기를 돌리고 텔레비전, 컴퓨터를 이용하고 요즘은 취사와 난방까지 활용 범위를 늘리고 있다. 실로 현대인의 생활은 전기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전기가 없는 우리네 삶은 농경사회의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혜택을 브랜드 커피 20잔도 안되는 비용으로 맘 껏 쓰고 있으니 행복할 따름이다.그런데 과연 이게 행복하기만 한 일일까?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수준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자.주택용의 경우 독일의 약 1/3, 일본과 영국의 약 1/2 수준으로 OECD에서 우리보다 소득이 낮은 나라보다 싸다. 미국·캐나다와는 비슷한 수준인데, 이들 국가는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가 풍부해 발전 비용이 우리보다 낮다.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원의 93%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수입국인 데도 전기요금은 산유국 수준인 셈이다. 산업용도 이탈리아의 절반 수준으로 유럽과 일본에 비해서는 낮고 산유국인 미국과 캐나다, 신흥공업국인 중국보다는 조금 높은 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에너지 소비대국이 되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보다 GDP가 2.5배에 달하는 독일보다도 연간 1200만toe(석유환산톤)의 에너지를 더 썼다. 이 때문에 우리는 지난해 전체 수입액의 26.1%인 1908억 달러(247조원)어치의 원유·가스·석탄을 수입했다. ‘물 쓰듯 한다’는 말은 물 값이 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에너지를 물 쓰듯 하는 건 에너지 수입국 답지 않게 에너지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요를 감축하여 에너지의 수입액을 줄이는 것, 이것이 에너지 가격을 현실화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에너지 소비의 10%만 절감해도 연간 약 25조원을 국내 경제에서 순환시킬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는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서다. 전기요금이 싸니 굳이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투자를 할 필요가 없으며, 열량에 비해 전기를 만드는 화석연료보다도 저렴하니 용광로도 전기로로 대체하고 난방 수요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에너지 원단위는 경쟁 상대인 일본과 독일의 2배 수준이다. 즉, 1000달러의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우리는 7.18GJ의 에너지를 쓰는 데 비해 일본은 3.79GJ, 독일은 3.44GJ을 사용할 뿐이다. 우리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며 그 첫걸음이 바로 에너지 가격의 현실화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난달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정부는 "전기·가스 등 에너지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줄이겠다"고 천명했다. 열흘 뒤 한국전력은 지난해 32조6000원의 영업손실이 났다면서도 요금은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선거를 치러야 하고 여론을 살펴야 하는 집권세력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불합리한 요금 정책을 바로잡을 시기를 또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것이 안타깝다. 전기요금 현실화는 한전 적자 차원을 넘어서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차원에서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요금 현실화는 에너지 수요의 저감과 효율적인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전제이기 때문이다. 요금 현실화로 타격을 입는 에너지 빈곤층에게는 에너지 바우처를 지원하는 현 제도를 확대하여 대응할 수 있다. 이 문제는 1970년대 산업화 시기부터 누적되어 온 것이기에 단기간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 정부도 인플레를 내세워 속도 조절부터 이야기 하는 까닭이기도 한다. 그래서 국민의 이해와 중기계획 수립이 절실하며 이를 위한 공론화위원회가 필요하다. 늦어질수록 어느 정부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정부와 국민이 머리를 맞대어 숙의하는 자리를 이제는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이슈&인사이트]챗GPT 바로 알기

챗GPT가 연일 세간에서 화제다.챗GPT가 소개된 것은 4개월에 불과한데 이미 시중에서만 200종이 넘는 책이 판매 중이고, 수많은 세미나와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주제는 챗GPT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챗GPT와 몇 마디 문장을 주고받다 보면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착각을 주기에 충분하다. 다양하고 복잡한 질문에도 방대한 인터넷 문헌을 요약하고 함축하여 바로 전달해 준다는 점에서 매우 놀라운 것도 사실이다.챗GPT에 이미 많은 투자를 해온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오피스 제품군에 챗GPT의 가공할 위력을 통합하여,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예컨대 챗GPT를 이용해 메일에 대한 답장을 자동으로 생성해 주거나, 나의 답장을 각색해 주는 기능도 등장했다. 여기에 인간의 상상력이 더해져 챗GPT는 가히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챗GPT가 그간의 인공지능 한계를 한단계 더 끌어 올린 것은 분명하지만, 과도한 기대 역시 금물이다. 특히 챗GPT로는 불가능한 영역까지 상상력에 포함돼 이제는 걷잡을 수 없는 가짜 뉴스로 번지는 형국이다. 챗GPT에 대한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사실 몇 가지를 나열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챗GPT의 쓰임새를 보다 잘 이해하여,소설 같은 상상력에 현혹되지 않고 보다 현명하게 챗GPT를 활용할 수 있는 파워유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첫째,챗GPT는 ‘사전에 훈련된’ 모델이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검색을 한다거나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에 선보인 챗GPT는 2021년도까지의 자료를 수집해 훈련된 것이다. 따라서 그 이후에 발생한 어떠한 사건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한다. 예컨대 "2023년 3월 12일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이 누구야?"라고 질문을 던져보자. 챗GPT는 다음과 같은 거짓말을 능청스럽게 대답한다. "현재 대한민국대통령은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입니다. 그는 2017년 5월10일 대선에서 당선되어 19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고, 2022년 대선에서 재선을 선언하여 2022년 5월9일부터 20대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습니다." 거짓말을 한 것도 놀라운데 거기다 5년 단임제인 대한민국에 존재하지도 않는 재선이라는 소설을 마구생성해 낸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전자의주가를 예측해 달라거나,경기 전망을 물어보는 등의 작업은 애초에 기대해서는 안된다. 둘째,챗GPT의 놀라운 성능은 하드웨어의 발전과 자본주의의 투자에 의한 것으로 과거의 기술을 뛰어넘는 혁신이 아라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연산량을 키운 모델을 초거대 AI라고 부른다. 챗GPT는 인터넷에 떠도는 거의 모든 문장을 수집하여 학습했다. 이 정도의 학습을 위해서는 막대한 하드웨어의 투입과 함께 천문학적인 전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앞으로도 규모를 더 키우기 위한 경쟁과 싸움은 계속 되겠지만, 이보다 더 거대한 모델이 나온다고 해서 그것이 인간 지능이 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더 사람과 비슷해진다는 착각을 불러 올 수 있지만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셋째,챗GPT가 생성한 모든 문장은 그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다. 챗GPT는 인터넷에서 수집한 방대한 자료로부터 문장을 ‘생성’해 내는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인터넷의 자료가 거짓인지, 참인지 구분할 수 있는 능력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문법에 맞는 문장을 만들기 위해 전혀 엉뚱한 다른 문장까지 동원하여 짜깁기를 한다. 현재 수준에서는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다른 검색 도구 등을 사용해 재확인해야만 한다. 넷째,챗GPT는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문법에 맞는 문장을 생성’하는 하나의 기술일 뿐이다. 사람의 지능을 구현하는 기술을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라고 부른다. AGI는 그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으며 그런 기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모든 인공지능 기술은 AGI가 아니라 ANI(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다. ANI는 AGI와 달리 지능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행동을 ‘흉내’ 내는 기술이다. 챗GPT는 사람을 흉내 내는 단순한 ANI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ANI의 규모를 충분히 복잡하고 크게 구성하니 AGI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수준까지 온 것이다. 심지어 ANI가 충분히 더 복잡해지면 그게 바로 AGI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지능과 생각은 아직 인류가 그 정의와 작동 기저를 모르는 미지의 세계다. 알지도 못하는 세계를 기계에 구현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부합하지 않는 말이다. 앞으로 더 복잡한 ANI를 구현하려는 경쟁이 계속되더라도 그것이 AGI가 될 거라고 보는 것은 기우다. 어쨌든 빠르게 발달하는 기술이 AGI처럼 느껴지는 것은 흥미롭고 짜릿한 경험임에는 틀림 없다.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주임교수

[기자의 눈] 바이오헬스위원회 신설 앞서 풀어야 할 과제

정부는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 회의’를 갖고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분야 범정부 거버넌스인 가칭 ‘디지털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처음 공식화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의 시장 규모(1600조원)는 반도체(700조원)·자동차(600조원)산업을 합친 것보다 크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민보건을 넘어 국가안보에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됐던 터라 국내 제약바이오헬스 업계는 범정부 거버넌스 신설 추진을 크게 반겼다. 그렇다고 무조건 환영일색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가 새겨들어야 부분도 없지 않다. 디지털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가 과연 명실상부한 범정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업계에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이번 전략 회의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은 복지부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특허청, 식품의약품안전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관계부처들이 각자 추진해 온 5대 핵심과제 16개 과제를 모아놓은 종합판이다.따라서, 각 부처의 과제 담당자들은 자신이 맡은 사업 외에 다른 사업은 잘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렇기에 컨트롤타워를 새로 두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그렇더라도 위원회 신설 계획을 보면,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지만 복지부장관이 간사를 맡는 등 설립 준비단계부터 운영까지 복지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는다. 위원회 사무국 역시 국무총리실이 아닌 복지부 산하에 둔다. 이번 전략이 신시장 창출, 기업 육성, 수출 촉진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복지부는 ‘육성’보다 ‘규제’에 강점을 가진 조직이란 점에서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더욱이, 정부 부처와 협업해 본 경험이 있는 일부 민간 산업계 관계자들은 특정부처가 사업을 주도하면 동등한 위치의 다른 부처는 소극적으로 따르는 ‘관가의 고질적 병폐’를 우려하고 있다. 업계가 그토록 염원했던 디지털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인 만큼 기존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법정위원회의 통합과 단순 자문 기능을 넘어 미래 먹거리산업인 제약바이오헬스의 중장기 로드맵 수립부터 집행력을 아우르는 진정한 컨트롤타워가 탄생하기를 바란다. kch0054@ekn.kr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우크라이나 전쟁 1년과 중국의 ‘漁父之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을 넘어 섰다. 이 전쟁에서 양쪽 병사 수만명이 목숨을 잃는 등 엄청난 인명 및 재산피해가 났는데도 휴전이나 종전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은 채 전쟁의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푸틴 러시아대통령은 국제적 비난과 경제 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높이고 있다. 푸틴은 지난 2월 21일 국정연설을 통해 미국과 맺은 핵무기 통제 조약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핵무기 경쟁과 같은 극도의 긴장 국면을 조성하고 있다. 과거 1980년대 냉전시대가 다시 돌아온 듯하다. 중국은 처음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행동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양 진영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은 서방 주도의 경제 제재에 불참하고,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과 산업 고립화 전략이 분산, 약화된 틈을 이용해 전략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발 물러나 ‘평화의 중재자’임을 자처하며 러시아와 정치,경제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중국과 러시아 양국의 수장은 기존의 친분과 신뢰를 확대하며 국제적 이슈 뿐만 아니라 국내적 통치 체제에도 상당 부분 동일한 지향점을 추구했기 때문에 미국과의 대결을 위해 상대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이미 상호 인식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는 안보적 완충지를 확보하고, 중국은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을 늘려 러시아의 대중 경제의존도를 높임으로써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와 함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지배력을 넓히는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었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국방예산을 1조 5537조 위안(약 293조 원)으로 지난해보다 7.2%나 늘리며 아시아에서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할 방법을 하루빨리 찾지 못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과 러시아의 유착을 더 더 강화시킬 것이다. 이렇게되면 중러 양국이 군사안보는 물론이고 에너지 및 경제 발전,더 나아가 탈 달러화에 이르기까지 전략적 협력 파트너 관계가 견고해져 반미 패권주의를 더욱 강화하게 할 것이다.한국은 미국의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으로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를 기회로 활용하는 중국의 숨은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전략적인 행보를 취해야 한다. 국제 질서의 대 격변기에서 한국은 강대국간 힘의 충돌이 한반도에 번지지 않도록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외교 전략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야할 것이다. 강대국들과의 적대적 관계 형성이나 협력 단절은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여러 강대국과 외교적 협력적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강대국의 힘이 한반도에서 충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서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들이 삼성과 아이폰 등 기존 판매 상위 제품들의 자리를 빼앗고 시장을 장악했다고 한다.우방이든, 적이든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한국은 미국 관계와 별개로 중국과도 치밀한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도, 러시아도 완전한 승리는 어렵다. 설사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도움을 받아 전쟁에 승리하더라도 통신,항만,도로 등 대부분의 인프라가 붕괴된 만큼 경제 전체가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 뼈아픈 한국전쟁은 우크라이나에게 거울이고,우크라이나 상황은 우리의 거울이다. 전 세계가 열광했던 한국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깐부 할아버지의 명대사가 떠 오른다. "제발 그만해,이러다가는 다죽어…." 전쟁 당사자들은 중재자를 찾아 의사소통을 확대하고 외교적 노력으로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빠른 협상만이 더 이상의 재앙과 파멸을 막는 길이다.박세원 S&P글로벌 한국지사 상무

[EE칼럼] 에너지 전환에서 생각해야 할 것

3년 동안의 힘겨웠던 마스크 생활도 이제 종착역을 향하여 가는 듯하다. 그러나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것이 사는 이치이듯이 이제는 경제가 문제다. 서민 물가는 계속 올라서 소주 가격이 6000∼7000원 하는 일부 식당들까지 등장한 가운데 정부와 주류 업계가 추가 인상을 안 하겠다고 하여 한숨 돌렸지만 여전히 서민은 불안하다. 여기에 가스나 전기요금 인상도 서민에게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국제 유가의 원리에 따르면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당연한 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요금이나 난방비 가격 상승에는 유독 민감하다. 그러니 오랫동안 정부나 한전의 고민은 더 깊을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작년 말 정부는 새로운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발표하였다. 2017년부터 2021년 동안 재생에너지 설비는 18.3 GW로 과거 2012년부터 2016년 대비 3배 이상 보급이 확대되었다. 2021년만 놓고 볼 때 재생에너지 발전비중도 6.3%로 2017년 대비 2배 상승하였다. 꽤 빠른 시간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소규모에 유리한 정책으로 인한 낮은 비용 효율성 문제, 전력계통을 고려하지 않은 보급으로 송변전 설비 증설 등 계통 부담이 가중된 문제, 농지에 설치하거나 주민간의 갈등으로 인한 주민수용성 문제, 안전성 문제, 그리고 태양광 중심으로 추진하다 보니 국내산 제품보다는 중국산제품 점유율이 월등이 확대됨으로써 국내 산업 생태계가 약화된 문제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우선 신재생 에너지 보급 목표를 21.6%로 조정하였다. 올해부터 신재생 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의무비율이 하향 조정되고 장기적으로는 RPS 제도를 폐지하고 경매제도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 비율도 2030년 60대 40으로 풍력 비중을 늘린다. 기업에게는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사용) 기업 협의체-얼라이언스(Alliance)’를 구성하도록 하여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풍력발전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입찰 제도를 도입 확대하고 대형터빈, 핵심부품 등의 핵심 기술을 국산화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발전사업 허가시 계통 관련 심사요건을 강화하며 발전소 근처 주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주민참여 사업제도를 개편하여 주민수용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도 산업단지 공장·주차장, 용·배수로 등 유휴부지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개선 정책은 대체로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진정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명심해야 할 것도 있다. 우선 태양광·풍력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수열이나 바이오 매스 에너지, 연료전지 같은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는 계통 확보의 문제다. 아무리 많은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고 해도 이를 수요처로 보낼 수 있는 계통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뿐 더러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그러므로 ‘선 계통 후 발전’의 원칙을 확고하게 세워야 한다. 이것은 전력 공급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세 번째는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금융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금융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미 전 세계는 녹색 금융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친환경 사업, 온실가스 감축이나 흡수 및 이산화탄소 이용 사업 등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금융계는 단기 수익보다는 공익적 기능도 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는 필요하다면 주주권을 발동하여 에너지와 금융이 지속가능하고 공익성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네 번째는 신재생에너지 시설의 국산화를 위하여 획기적인 정책과 기술지원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태양광 시장은 누구를 위한 시장이었는지 냉철한 반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신호가 부디 명확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래야 민간이 투자한다. 이제 더 이상의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정책은 안 된다.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尹정부 징용 해법안, 한일 정상화의 재물인가

"나 곧 지하철 역 도착하거든? 빨리 나와줘."몇 년 전 어느 날 밤. 친한 친구가 전화를 걸어 급하게 마중을 나와달라고 했다. 사연을 들어보니 ‘전단지 아르바이트 구합니다’라는 공지를 보고 지원한 게 화근이었다. 공고를 올린 사람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나갔더니 검은 봉고차 한 대가 나타났다고 했다. 친구는 ‘뭐지? 조금 이상한데?’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별 일은 없겠지’라고 스스로 안심하며 탑승했다. 수상한 사람들과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키스방’.친구는 상황파악도 하기 전에 사람들 손에 밀려 작은 방으로 내던져 졌고 무작위로 배치된 ‘손님’이라는 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틈을 타 부리나케 도망쳤다. 무작정 큰 길로 달려 택시를 탄 뒤 가까운 지하철 역에 내려서 오는 길이라고 했다. 정신이 없던 친구에게 따듯한 국밥을 사주고 조금 진정됐을 쯤 귀가했다.명백한 범죄다. 진작 알았으면 지원하지도 않았을 일인데 사람을 속여가면서 납치까지 했으니 말이다. 궁금했다. 저 조직들은 아직도 일말의 죄책감 없이 저렇게 범죄를 저지르고 다닐까. 물론 누군가는 친구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피해자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저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건 아니다. 친구가 도망치지 않았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 지 모른다.최근 정부는 명백한 피해사실과 피해자가 있음에도 옳지 않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일제 강제징용 배상 해법안’이다. 윤석열 정부는 강제징용 해법으로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국내 재단이 대신 판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할 재원을 가해자가 아닌 ‘제3자’를 통해 지급하겠다는 말이다.자세히 말하자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한국 기업 기부로 마련한 기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금을 마련한다는 거다. 곧바로 ‘반쪽 해법’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정부의 해법안을 납득하기 어렵다. 일본이 전범국가이고 일본기업이 전범기업인데 왜 국내 기업이 배상금을 마련하고 국내 재단이 변제를 해야 하는지 말이다. 분명 가해국가와 피해국가가 있는데 피해국가의 정부가 수습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사과를 인정하는 주체도, "해결됐다"고 사안을 매듭지을 주체도 피해자다. 지금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해결됐다"고 인정한 적이 없다. 피해자들의 요구는 하나다. 금전적 배상을 넘어선 도의적 배상이다. 일본이 마음을 다 해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는 ‘진정성’을 보이기를 기다리고 있다. 일본이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그동안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고이즈미 담화 등이 있었다. 수많은 사과 속에 ‘강제 동원’ 여부를 인정한 적은 없다. ‘반쪽 사과’에 불과한 셈이다.정부는 그동안 피해자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물론 한일관계 정상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역사 문제는 따로 놓고 봐야 한다. 일본은 외교·경제협력을 인질로 내세워 역사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묻고 가려 한다. 지지율이 ‘1%’만 나오더라도 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 ‘피해자를 외면한 피해 배상’은 있을 수 없다. 역사 문제 해결의 원칙과 피해자 인권, 국민의 품격을 버리는 외교방안은 정상화의 탈을 쓴 요행일 뿐이다.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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