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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현 금융부 기자 |
"이렇게 꽉 막히고 어렵고 힘들 때 생을 마감하는구나 하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었어요." ‘토지’, ‘개국’ 등에 출연했던 액션배우 백찬기씨가 지난 5일 방송된 MBN 다큐멘터리 ‘특종세상’에 출연해 밝힌 심경이다. 백 씨는 카드빚을 감당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지내는 근황을 함께 전해 안타까움을 샀다.
최근 저축은행 대출을 갚지 못한 차주 규모가 지난 코로나19 이후 정점에 달하고, 신용카드 리볼빙이 연내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 등 각종 지표들에 따르면 백 씨와 같이 카드빚에 내몰린 저신용자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서비스라고 불리는 리볼빙은 당장 카드값을 갚을 능력이 없는 취약층이나 저신용자가 주로 활용하는데, 연체없이 카드대금을 나눠서 갚을 수 있으나 금리가 18~19%에 달해 서민을 ‘이자 악순환’에 빠뜨릴 수 있다.
카드사들은 리볼빙을 통해 법정 최고 이율인 20%에 육박하는 이자를 취하고 있다. 롯데카드의 리볼빙 평균금리는 17.76%며,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도 17%를 넘거나 근방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신용점수 700점 이하의 저신용자의 경우 금리는 더 높아져 KB국민카드의 경우 19.18%에 달한다.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신한카드, 비씨카드, 하나카드도 18%를 웃돌고 있다. 카드사들은 취약계층이 어려울수록 수익이 늘어난다는 곱지 않은 시선에도 이자를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달금리가 상승하며 리볼빙 수수료율이 덩달아 오르는 구조인데다, 최근 업계가 겪는 수익성 악화로 인해 형편상 더 내릴수가 없다는 게 이유다.
금융당국은 취약차주 보호를 위해 카드사에게 리볼빙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한편 소비자에게도 경고 메세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여신전문금융회사 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리볼빙은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권고’ 수준으로 저신용자 등 서민의 악순환을 끊어내거나 금융사 부실 뇌관에 대한 우려를 그치기엔 무리가 있어보인다. 설상가상 최근 금리인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금리 공시 체제를 개편했으나 취지가 무색한 상태다. 한편, 리볼빙으로 연체율이 늘면 카드사 건전성도 해칠 수 있어 소비자 뿐 아니라 전 업권에도 악영향이 될 수 있다. 모든 지표가 극으로 치닫기 전 소비자 가계부채율과 금융사 건전성 모두를 안정시킬 특단의 대책 강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