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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CF연합 출범,

오는 27일 무탄소연합(CF연합 : Carbon Free Alliance)이 공식 출범한다. 이회성 초대 회장은 최근 출범을 앞두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는 어떤 나라보다 앞서 있다고 본다. 그러나 반드시 대응은 해야 하는데 비용은 내기 싫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의 자세도 마찬가지다. 다같이 하자고 하면서도 자국에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글쎄요’ 한다. 이런 프리라이딩을 막는 정책을 수립하는 게 주요 과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말처럼 한국전력공사의 심각한 적자로 전력시장이 붕괴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도 쉽지 않은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탄소감축과 재생에너지 보급은 공기업인 한전이 지난 수년간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구호 아래 역대급 적자 속에서 모든 비용과 부담을 떠안았기에 가능했다. 안정적 전력공급이라는 의무도 당연히 수행했다. 그 결과 한전은 전력시장에서 도매로 구입하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기 판매단가로 인해 최근 3년간 누적적자가 47조원에 달하고 있어 경영위기를 넘어 기업 존폐를 위협받고 있다. CF연합은 민간 주도를 표방한다. 그런데 한전도 포함됐다. 우리나라와 규모가 비슷한 영국과 독일은 탄소중립에 필요한 금액이 2500조원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같은 나라들은 수력발전 비중이 전체의 50%를 넘어 원전을 제외해도 무탄소 전원의 비중이 80%를 넘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으로 원자력을 빼면 무탄소 전원이 8%(태양광 5%, 풍력 1%, 수력 1%, 바이오 1%)에 불과하다. 그런데 작년에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에 지급한 전력판매대금, 신재생에너지 인증서 판매대금이 10조원에 달한다. 민간 기업들이 과연 이러한 부담을 짊어지면서 탄소감축에 적극 나설지 의문이다. 결국 원전 개발 외에 각종 비용은 앞으로도 한전이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즉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한전이 최소한 본전은 해야 한다. 계속 부채로 남겨 놓으면 결국 미래세대에 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한전이 조속하게 경영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가급적 빨리 전기요금을 정상화 할 필요가 있다. CF연합의 첫번째 과제다.전지성 정치경제부 기자.

[EE칼럼] 온실가스 감축, 해법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이 전년보다 3.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지난해 6월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치’를 발표할 당시 2022년에는 에너지수요가 증가할 것이므로 위기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인 감축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다행히 실제 배출량이 줄었다.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7억2700만톤을 정점으로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3.5%, 6.4% 줄었다가 2021년에 다시 3.3%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에 다시 3.5% 줄어든 6억 5500만톤을 기록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6% 늘었는데도 배출량은 오히려 줄어 배출원단위(GDP 당 배출량)가 5.9% 감소했다. 1990년 이후 최저 배출원단위로, 그만큼 배출 효율성이 개선됐음을 의미한다. 주목되는 것은 국내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전환 부문의 배출량이 총 배출량보다 더 많이 줄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전환 부문 배출량은 2억1390만톤으로 전년보다 4.3% 줄었다. 이는 총 배출량 6억 5450만톤의 32.7%로, 전환부문 배출량 비중이 2018년 36.9%에서 크게 낮아졌다. 2018년만 해도 전환부문의 배출량 비중은 산업 부문의 비중(35.9%)을 웃돌았지만 그 후 역전돼 지난해에는 산업 부문(37.6%)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 우리나라 전환 부문 배출량 비중은 세계 전체 전환 부문 배출량 비중(40%)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전환 부문은 여전히 국내 주요 배출 부문으로 이 부문의 감축 여하에 따라 향후 총 배출량 감축여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발전량이 3% 늘었는데도 전환 부문의 배출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전원 구성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석탄 발전량이 198.0TWh에서 193.2TWh로 감소한 가운데 원전 발전량은 158.0TWh에서 176.1TWh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TWh에서 53.2TWh로 각각 증가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로 원전 발전량이 11.5% 늘어난 것이 배출량 감소에 크게 기여했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무탄소 청정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가 불가피하다. 신재생에너지는 우리나라 지리적 여건이나 일조량, 풍속·풍량 등 자연여건, 주민 수용성 등을 감안할 때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송전선로 확보 등도 난제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원전의 활용도 제고다. 이를 위해서는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의 운영허가 기간 연장과 이용률 향상, 신규 설비 건설 등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년)에서 설정한 원전 이용률은 79.7%다. 이를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경우 추가적인 온실가스 배출 없이 전력공급을 늘릴 수 있다. 원전 이용률을 90%로 높일 경우 원전 발전량은 2030년에 227.8TWh로 제10차전력수급기본계획 수치에 비해 약 13% 늘어난다. 하지만 이용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원전 가동일수를 연간 330일 이상으로 늘려야 하고 과도한 정비기간도 줄여야 한다. 규제기준 개선과 가동중 정비 등 정비기술도 향상돼야 한다. 따라서 전원 구성에서 신재생에너지만을 의미하는 RE100보다는 신재생에너지와 원전, 수소·암모니아, CCUS(탄소 포집·이용·저장) 등을 적절히 조합한 무탄소에너지(CFE·Carbon Free Energy) 쪽으로 가야 한다. 수소·암모니아 발전은 실증시험이나 실용화 목표 등을 보다 구체화하고 신재생에너지 못지 않은 정책적 지원도 요구된다. CCUS의 경우 우리나라는 대규모 지하 탄소 저장소가 마땅치 않은 만큼 이용 쪽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광물탄산화나 인공광합성, 메탄생성(metanation) 등이 좋은 예다. 탄소 재순환(recycle) 기술을 잘 이용하면 화력발전을 조기 퇴출시키지 않고도 에너지안보와 안전성 측면에서 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기후악당’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우리나라에서 최근의 탄소배출량 감축이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배출량 감소가 아직 추세로 굳어졌다고 보기는 이르다. 전환 부문의 2030년 NDC 배출량 목표가 1억4590만톤으로 2018년(2억6840만톤)보다 45.9%를 줄여야 하는 만큼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8년간 연평균 4.7%씩 줄여야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무탄소에너지 기반의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감축 노력이 요구된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이슈&인사이트] 영화 속

끊임없이 진화하는 기술의 태피스트리 속에서 우리는 생성 AI(Generative AI)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GPT 시리즈와 DALL-E와 같은 첨단시스템은 텍스트에서부터 이미지, 스트리밍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창작적 표현을 반영하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디지털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기술적 도약은 역사적으로 한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오며 새로운 규범과 행동을 요구한다. 생성 AI의 물결에는 무한한 잠재력에 대한 설렘과 앞으로 펼쳐질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감이 섞여 있다. 생성 AI는 의료,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결책을 제시하며 효율성의 새로운 여명을 약속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첨단기술의 오용, 잠재된 편견, 예상치 못한 사회적 영향의 그림자도 어김없이 몰고온다. 이처럼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는 세상을 우리가 쫓아가거나 상상하기란 쉽지가 않다. 다행스럽게도 다가올 미래를 들여다보는 창문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영화다. 끝없는 상상력으로 허구적 현실을 만들어 내는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영화계는 오랫동안 AI를 소재로 다루면서 미래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블레이드 러너’(1982)와 같은 고전적인 작품은 첨단 AI가 극도로 발전해 인간과 같은 욕망, 그러나 다른 의도를 가진 의인화된 AI 개체인 ‘리플리컨트’가 인간과 뒤섞인 사회를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다. ‘엑스 마키나’(2014)는 AI 의식의 수렁을 깊이 파고들면서 인간과 AI를 구분하는 복잡하고 때로는 불안정한 경계를 탐구한다. ‘매트릭스’(1999)는 기계가 지배하는 암울한 세계에서 인간을 폭압하는 기계의 모습을 디스토피아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Her’(2013)에서는 좀 더 내면적인 관점도 제시된다. 이 영화는 지배력이나 의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정서적 연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인간과 기계 사이에 잠재적 관계가 현실에서 특히 사랑이라는 관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흔든다. 영화는 이야기 속 긴장감과 함께 인간의 의식을 정의하는 것이 무엇이며, 인공지능이 인간과 구별된다는 관점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인공지능의 대중화 원년’이라고 할 수 있는 2023년에도 AI를 다루는 영화는 우리가 직면할 도전과 기회를 계속해서 투영하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시뮬란트’와 ‘크리에이터’는 고도화된 AI와 인류가 공존하며 겪는 갈등과 대립을 다루면서 ‘인간다움’과 ‘AI다움’에 관한 공감과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생성 AI의 복잡한 지형을 탐색하다 보면 은막의 상상력과 우리가 보고 있는 기술 발전 사이에 점점 좁혀지는 간극을 발견한다. 그러나 영화가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해주지만 우리는 여전히 미지의 바다를 헤쳐나가듯 조심스럽다. 영화는 그 자체로 허구의 세계를 반영하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진실과 우리 현실을 반영한다. 영화는 마치 흥미로운 나침반 역할을 하면서 단순한 오락을 넘어 미래의 사회를 경험하는 창문이다. 때로는 심오한 철학적, 윤리적 질문을 제기하고,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우려와 호기심도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영화의 메시지에 사로잡혀 있기만 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우리 인간들끼리 보다 사려 깊은 대화와 신중한 행동을 도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영화는 우리에게 시대의 문화와 기술, 심지어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허구적 사실을 반영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이런 영화적 거울을 통해 우리는 현실에서 기술 진보, 특히 AI의 발전이 가져올 변화와 그 영향을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상상의 경계를 넘어 실제로 새로운 기술 영역을 탐색하고, 이를 활용하는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인간의 근본적 가치와 기술의 발전을 조화롭게 결합하면서 공평하고 책임 있는 미래를 구축해야 한다. 영화는 우리에게 독특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전달하지만, 현실에서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객관적 사실과 데이터에 근거해 이루어져야 한다. 현실 세계에서 생성 AI의 방향성은 우리의 공동체적 선택으로 결정될 것이다. 이런 결정은 확고한 윤리적 기준을 바탕으로 하며,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협력과 시너지가 필요하다. 우리가 지금 수용하는 선택, 구축하는 보호 장치, 추구하는 비전이 다음 세대를 위한 생성 AI의 유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김한성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고문

[기자의 눈] 이번엔 은행 금리인상…금융소비자는 혼란

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다.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조정하면서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하나은행이 하나원큐아파트론과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 금리 감면율을 축소했고, 지난 11일에는 국민은행이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높였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인상하며 대출 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기준금리는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나 시장금리가 오른 만큼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은행권 설명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의 실질적인 배경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축소 기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가계대출이 증가하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매주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억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확대를 억제해 달라고 요청했고 은행들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이 높은 이자로 돈을 버는 이자장사를 비판하며 은행이 대출 금리를 높이는 것을 제한해 왔다. 당시에는 기준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었지만 은행들은 가산금리 조정 등으로 대출 금리가 오르는 것을 억제해 왔다. 이후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50년 주담대 출시 등에 따라 가계대출은 증가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금융당국에 대한 가계대출 관리 부실 책임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과 은행은 금리 인상 카드를 통해 다시 대출 관리에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의 금리 방향이 금융당국 기조에 따라 바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자로 수익을 벌어들이는 은행들에게 대출 금리 인상이 ‘허용’된 것은 반길 만하지만 은행권에서도 혼란스럽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공시를 하고 있고, 대환대출 플랫폼도 운영하면서 대출 금리를 낮추는 정책도 동시에 펴고 있다. 은행들도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헷갈리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오락가락한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는 금융소비자다. 대출 금리가 시장보다 금융당국 입김에 따라 좌우되는 모습이 지속되면 대출 금리의 예측 가능성이 줄어들고 결국 그 부담은 차주들에게 돌아간다. 금융당국의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dsk@ekn.kr사진

[EE칼럼] 계속운전 원전의 안전성 기준은?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축적되는 경험을 통해서 위험을 배운다. 이렇게 형성된 위험 인식은 대부분 맞다. 위험해 보이면 실제로 위험하다. 그런데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감(感)이 없다. 우주, 심해, 극지, 원자력 등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영역은 감으로 위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이런 경우는 계산되고 측정된 수치를 통해서 안전을 확인하게 된다. 이것이 관련 분야를 전공하는 공학도가 인지하는 위험이고 일반인의 인식과 다른 점이다. 보험회사도 위험에 대한 통계를 관리한다. 사망보험료를 책정할 때, 일상적인 삶에서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사망할 확률을 알아야 사망자수를 추산할 수 있다. 그러면 연간 보상금으로 얼마나 지불해야 할지 계산할 수 있다. 이것을 가입자수로 나눠서 보험료를 책정한다. 따라서 사회의 위험에 대해 가장 잘 관리된 통계는 보험회사가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를 설계할 때 안전목표를 설정한다. 일상 생활에서는 대개 안전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학에서는 필수적이다. 이 목표에 따라서 안전성의 수준을 결정한다. 더 안전하면 더 좋을 것으로 여기겠지만 일정 수준의 안전을 충족했는데 더 안전하게 하는 것은 비용만 증가한다. 사회의 위험요소는 원전만이 아니다. 교통, 직장생활, 범죄, 행락시설 등은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있다. 그 가운데 어느 하나의 안전성만을 매우 높이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다. 따라서 가장 위험한데에 사회적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원자력 안전의 정성적 목표는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함으로 부당한 위험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정당한 위험을 끼치겠다는 말이다. 시설이 있는데 위험성을 0로 만들라는 것은 뭐든 하지 말자는 주장일 뿐이다. 세상에 제로 리스크는 없다. 이러한 안전목표를 정량화한 것은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운영으로 인해 추가되는 위험이 일상생활에서 겪게 되는 위험의 천분의 일 그치도록 하는 것,곧 ‘천분의 일’ 원칙이다. ‘천분의 일 원칙’을 원전 설계에 적용한 것이 원자로 노심의 손상빈도다. 쉽게 말해서 심각한 사고가 발생해서 원자로 내부가 녹을 확률을 계산해 보는 것이다. 이때가 비로소 대중과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과거 원전은 노심 손상빈도 ‘10-4/년’에 맞춰 설계했다. 노심이 1만 년에 한 번 빈도로 손상될 확률이 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서 노심 손상빈도를 ‘10-5/년’으로 기준을 높였다. 그 이유는 원전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10-4/년에 원전의 개수를 곱하다보면 10-3/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천분의 일 원칙을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건설된 원전을 계속운전을 한다면 노심 손상빈도는 어떤 기준으로 맞춰야 할까? 신규원전에 준해 10-5/년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최신기준에 맞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원전은 계속 가동하고 있었던 원전이고 10-4/년이라는 기준으로 설계되고 운영돼도 천분의 일 원칙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계속운전에서도 같은 기준을 유지해도 상위목표인 천분의 일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더 안전하면 좋겠지만 안전에는 돈이 들어간다. 이 돈은 한국전력이나 한국수력원자력의 돈이 아니다. 결국 국민이 지불하는 돈이다. 이미 충분히 안전한 상태라면 조금 더 안전하게 하겠다고 엄청난 돈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그 돈은 다른 시설을 보다 안전하게 하는데 또는 복지나 교육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천분의 일 원칙’은 원자력 안전의 최상위 목표다. 이 목표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하위 목표와 규정들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요즘 규정이 복잡해지고 분절화돼 업무를 추진하게 되면서, 앞뒤를 헷갈리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계속운전되는 원전도 신규원전과 동일한 기준을 충족시킬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10년에 한 번씩 원전의 안전성을 다시 점검할 때도 최신 규정을 적용하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나오게 됐다. 멀리 보고 길을 가야 길을 잃지 않는다. 원전의 안전에 대해 생각할 때 최상위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교권 정상화, 대증요법으론 안된다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에 교권과 교사 인권의 실태와 문제점이 크게 부각됐다. 하나 혹은 많아야 둘 밖에 없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비뚤어진 사랑이 교사에 대한 갑질과 무고에까지 이르렀고, 학생 인권을 강조하다 보니 반대로 교권이 무너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교사들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건수가 2014~2017년까지는 매년 한자리 수를 넘지 않았으나 2018년에는 19명으로 늘더니 2019년 17명, 2020년 19명, 그리고 2021년에는 25명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14명의 교사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통해 생을 마감했다. 지난 10년간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수가 144명에 이른다고 하니 평생을 가르치는 것을 업(業)으로 생각하고 교사의 길에 접어든 사람들이 오죽했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공통적인 것은 학생들의 폭력행위로 인한 모멸감, 교사로서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려한 행위에 대한 학부모의 갑질, 업무 과중과 교직에 대한 회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고인의 연령대는 20~40대가 41.7%이고, 특히 초등학교 교사가 54.2%로 다수를 차지한 점을 미뤄볼 때 어린 학생들에 의한 교권 혹은 교사 인권 침해와 학부모의 과도한 대응, 이른바 갑질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그런데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의 관련 부처들이 내놓은 대책은 (가칭)교육공동체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조례 개선, 아동학대 관련법 집행 관행 개선, 교사의 마음건강 특별 대책 추진 등 일종의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여전히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대응, 악성민원 대처, 교권보호 배상책임보험 도입 등 교사들이 요구하는 대책은 내놓지 못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교원평가제 폐지, 특히 교사들의 정서를 해치는 서술형 평가항목의 폐지 등을 제시하긴 했지만 교원평가에 대한 필요성도 있는 만큼 그렇게 쉽게 시행할 문제는 아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엔 학생들의 인권이 무시됐다. 일부 탐욕스런 교사도 있었고, 자신의 권한을 악용해 학부모들로부터 금품을 뜯어내는 부도덕한 교사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극소수였다. 학생인권 조례는 극소수 교사들의 권한 남용이나 부도덕함을 전체 교사의 문제로 확대해 학생과 교사를 동등한 개체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일부 몰지각한 학생들과 부모들의 갑질을 유발한다. 어렸을 때부터 수행평가 관리를 철저히 해 대학입시에서 남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입장에 서려는 욕심에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을 나무라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교사를 무고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그것이 오늘날 교사 인권과 교권을 무너뜨리면서 수많은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불러온다. 결과적으로 오늘의 가슴 아픈 현실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사랑과 존경에 바탕을 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아니라 일종의 계약에 따라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는 대등한 관계로 인식하면서 비롯됐다. 인간으로서 평등하지만, 동시에 스승과 제자 관계에서의 존경과 사랑은 병행돼야 하는 데 후자는 빠지고 과도한 ‘평등’만 남았다. 거기에 대학입시를 위한 부모의 과욕이 거짓말이나 자기 자식에 대한 과잉보호로 나타나 무고나 갑질이 벌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근본 해결책은 교권의 남용과 악용을 감시할 수 있는 체제를 확보함과 동시에 존경과 사랑에 바탕을 둔 사제관계의 회복에 있다. 제도를 어떻게 바꾸어도 기본적 인성과 도덕성의 회복, 그리고 그에 바탕을 둔 사제관계의 재정립 없이는 교원사회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무엇이든 빠르게 변해가는 한국 사회에서 교사들의 인권과 교권을 위한 투쟁도 금새 잊혀져 가는 모양새다. 지금의 노력이 흐지부지되면 앞으로는 더 많은 교권침해와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질 것이고, 청소년들의 잔혹한 범죄도 늘어날 것이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학생들이 사회에서 제 역할을 바르게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은 더욱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들의 비뚤어진 자식 사랑은 궁극적으로 부모를 학대하는 자식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기자의 눈] ‘관리 사각지대’ 부동산PF 브릿지론 수수료, 당국 들여다봐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대상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브릿지론 수수료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금융당국 국감의 시선이 온통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부실, 그로 인한 횡령 등 금융사고로 집중된 탓에 브릿지론 수수료 문제가 언급되는 빈도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건설업계 내부적으로는 PF 수수료 문제가 이번에 처음으로 국감 이슈로 다뤄진 것만으로 반색을 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브릿지론은 본PF 대출을 받기 전 토지대금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단기 대출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부과한다.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 금리인상 등으로 사업비, 공사비를 조달하는 본PF로 넘어가지 못한 채 만기 연장으로 버티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금융사들이 브릿지론에 이자와 별도로 대출취급수수료, 금융자문수수료를 추가로 받는다는 것이다. 부동산PF 대출수수료는 별도의 규정이 없고, 금융사와 시행사 간에 브릿지론 연장심의를 통해 수수료율이 결정되는 구조다. 이로 인해 법정 최고금리도 적용되지 않는다. 시행사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금융사들은 시행사의 신용도, 본PF 전환 가능성, 사업장의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수료율을 산정한다. 만일 브릿지론 대출 만기를 연장하지 못하면 건설사는 해당 사업장을 부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건설사들이 금융사에 고율의 수수료를 지불할수록 분양가도 높아지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부동산PF 수수료는 소비자들 부담으로 전가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주 국감에서 부동산PF 브릿지론 수수료 규정이나 금융사 처벌 조항에 대한 질의에 "워낙 사실관계가 다양하고, 금융사들이 상식선에서 노력해서 받아가는 형태의 수수료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증권사들이 다른 방식으로 갑질 비슷하게 건설사에 부과한 수수료가 있다면 제도적으로 통제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브릿지론 대출 만기를 연장할 때는 본PF로 전환되지 못하는 리스크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이번 국감에서 지적된 것과 마찬가지로 금융사들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과도한 수수료를 받는지에 대해서는 당국이 나서서 전향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적 계약이고, 당사자 간에 합의를 거쳐 진행되는 부분이라는 명목으로 부동산PF 대출수수료를 전혀 살펴보지 않는다면, 이는 일부 금융사들의 갑질을 당국이 눈감아주는 꼴로 비춰질 수 있다. 또 당국이 과도한 수수료 부과에 대해 일정 부분 개입하는 것만으로 부동산PF 시장 안정화에 긍정적이다. 금감원의 지침이 절실하다는 현장의 요구를 그냥 흘려서는 안 될 일이다.나유라 금융부 기자.

[EE칼럼] 해외 자원개발, 지금이

글로벌 경제에 민감한 대표적인 주요광물인 구리의 국제 가격이 추락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지난 5일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7812달러다.이는 올해 최저이자 지난해 11월 초 이후 11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구리는 전 산업분야에 사용되는 광물로 글로벌 경기에 선행하는 특성 때문에 ‘산업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최근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가격도 톤당 2만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광물 가격이 최근 2년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주요 광물 가격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철광석을 비롯해 구리, 아연, 니켈 등 주요 광물 가격이 일제히 내렸다. 이런 기조는 최근 지속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지난달 25일 주요광물 가격을 보면 아연은 3478 달러로 8월(2726달러) 대비 21.6% 하락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탄산리튬은 작년 평균 7만2290달러에서 올해 8월 4만3426달러로 39.9%, 수산화리튬은 같은 기간 6만7180달러에서 4만4790달러로 33.3%, 코발트는 31.20달러에서 18.07달러로 42.1% 각각 떨어졌다. 특히 니켈은 주로 합금용으로 쓰였으나 최근 배터리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배터리 핵심광물로 더 각광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니켈을 주성분으로 하는 니켈 삼원계(NCM.NCA)방식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생산하기 때문에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국내 기업의 경우 2022년 기준 포스코홀딩스가 인도네시아에서 5만 2000톤·뉴칼레도니아 2만톤·호주 7500톤을,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에서 2만톤·호주 14만1000톤·캐나다 2만톤(재활용), SK온과 에코프로는 인도네시아에서 3만톤, 삼성SDI는 호주에서 6000톤을 각각 공급받고 있다. S&P글로벌의 신규 니켈 발굴 및 매장 테이터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2년까지 새로 발견된 니켈 매장지가 76곳이지만 지난 10년간 개발한 곳은 4곳에 불과하다. 광산 발굴에서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15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지금 뛰어 들어야 니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광물자원공사(현한국광해광업공단)가 2008년 진출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개발 사업은 이제야 정상 생산에 돌입해 수익을 내고 있다.자원업계는 지금이 자원개발에 가장 적기라고 판단한다. 지금 해외 자원개발에 진출하면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고 자원보유국과의 계약도 유리하게 체결할 수 있다. 반대로 자원 가격이 올랐을 때 투자를 시도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계약도 훨씬 불리해진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주요광물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와 광물 수입에 사용한 비용은 330조 63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많을 돈을 들여 수입하면서 단순히 해외 기업에게 의존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석유.가스.광물 자원개발률(국내 수입량 중 국내 기업이 확보량)은 11%로 일본(41%)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일본은 해외에서 수입하는 석유,가스,광물 중 41%를 일본 기업이 자체 확보한다. 더구나 일본 정부는 최근 부쩍 해외 자원개발에 뛰어 들고 있다. 지난 8월 8일 일본 정부는 자국의 자원개발 공기업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내세워 나미비아 국영 광산업체 Epangelo사와 희토류 탐사 협력 협정을 맺었다. 나미비아는 우라늄,리튬 매장량도 풍부한 국가다. 또 일본 경제산업성이 나서 잠비아, 콩코민주공화국, 앙골라, 마다가스카르 등과 자원개발 협력 협정을 체결했고, 페루 에너지광산부와도 구리 개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자원개발률은 해외자원 공급이 중단되면 얼마나 자원을 조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수치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자원개발률 차이는 에너지안보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대처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구나 우리는 자원 가격이 내리면 갖고 있는 해외 광산 지분을 내다 팔고, 가격이 오르면 자원 투자에 나서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에너지,광물자원 관련 예산은 총 4조3490억원이다. 이 가운데 실제로 신규 자원확보와 관련한 예산은 1102억원으로 에너지 및 광물 총수입액의 0.03%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이고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 중인 첨단산업도 핵심광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원확보를 위해 해외 자원개발은 필수적이다. 또 다시 반복되는 자원개발 확보 문제, 지난 10년의 해외 자원개발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E칼럼] 프랑스 전기차 보조금 제도 개편이 주는 교훈

2006년 일본에서 저명한 ‘나오키상’을 수상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은 고등학교 수학교사의 정교한 살인수식을 천재 물리학자가 풀어가는 극적 재미로, 일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영화화될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특히 미궁에 빠진 사건을 수학교사가 자주 출제하던 "얼핏 기하학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적분학 문제"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얻게 되는 부분이 백미다. ‘가끔 문제의 본질이 겉보기와는 전혀 달라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사건이 최근 프랑스에서 발생했다. 지난 9월 19일 프랑스 정부는 녹색산업법에 따라 ‘2024년 전기차 구매 보조금 최종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의 특이점은 보조금 기준이 이전에는 도로에서 배기구를 통해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에 근거했던 반면, 전기차 생산 단계에서 폐기 후 재활용 단계까지 탄소 배출량을 합산한 환경점수를 도출, 이 점수가 총 80점 중 60점 이상이 돼야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물론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범위를 기존 배기구에서 생산에서 재활용까지 확대, 환경정책 면모가 강화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부 내용은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탄소 배출량 산정에는 원자재인 철강, 알루미늄 및 기타 재료 생산, 배터리 생산, 완성차 조립, 운송 등이 포함된다. 이 중 완성차 운송은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또 알루미늄 등 원자재나 완성차 조립 부문, 나아가 가장 탄소배출이 많은 배터리 생산 등은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과 수력에 주로 의존하는 프랑스가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쉽게 말해 프랑스에서 보조금을 받고 전기차를 판매하려면 전기차 조립공장 뿐만 아니라 배터리 생산시설까지 프랑스로 옮겨오라는 얘기다. 현재 프랑스의 전기차 시장 상황을 보면 이런 조치를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프랑스 전기차 시장은 2020년 19만대에서 2022년 46만 대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판매되는 전기차의 80%가 수입차다. 이렇다 보니 구매 보조금도 대부분 외국산 전기차에 몰리면서, 정작 자국 전기차의 보조금 수령 비중은 20%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더욱이 배터리 셀(cell) 생산규모면에서 이미 상위 10위권 내에 즐비한 한·중·일에 비한다면, 프랑스는 아직 변변한 배터리 생산기업도 없다. 그런데도 프랑스는 2021년 수립한 '프랑스 2030'을 통해 2027년까지 전기차 생산 100만 대, 3개의 기가 팩토리 구축을 통해 배터리 산업 독립 등을 천명하였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한 제도적 수단이 바로 이번 개정안이다. 그래서 얼핏 환경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보호무역주의에 입각한 산업정책, 특히 자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 육성 정책이다. 물론 이번 개정안의 기시감도 상당하다. 이미 자국산 배터리 탑재 전기차에 한정했던 중국 전기차 보조금 제도나 최종 조립 위치나 FTA체결 국내 특정 부품 조달 조건을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한 미국 IRA 등이 같은 맥락에서 도입·운영 중이다. 더욱이 이런 추세가 프랑스를 넘어 유럽으로도 확대될 조짐이 보인다. 전기차 배터리 탄소발자국 신고를 의무화한 EU 배터리 규정이 지난 8월 17일 발효돼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프랑스와 유사한 전기차 보조금제도의 개편 도미노가 유럽 전체로 조만간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이제 전기차는 대기환경개선 수단에서 보호·육성해야할 산업으로 빠르게 변모하는 추세다. 대기환경개선은 전기차의 국적이 중요하지 않다. 국산이든, 수입산이든 온실가스를 줄이고 대기질만 개선하면 된다. 하지만 산업육성은 다르다. 우리나라, 우리 지역에서 전기차가 생산돼야 우리에게 일자리가 생기고. 우리 집 근처 가계 매상이 올라간다. 우리나라는 기술개발·수출 등 전기차 산업에 대한 지원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지만, 정작 국내 시장형성을 위한 구매보조금 운영 등 보급사업은 환경부가 담당하는 것으로 이원화돼 있다. 세계 전기차 정책 패러다임이 환경정책에서 산업정책으로 바뀌는 점을 감안할 때 산업육성에 특화된 산업통상자원부로 전기차 정책을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장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자원특별회계에서 재원을 충당하는 전기차 구매보조금 업무부터 이관을 검토해야 한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인 당·나트륨 섭취량

[에너지경제신문 박효순 메디컬 객원기자] 신체적 건강이란 우리 몸에 질병 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체력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평소 신체건강을 향한 꾸준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 속에 건강한 습관이 녹아 있는 것은 ‘건강의 근본이자 첫걸음’이 아닐 수 없다. 질병예방, 건강유지, 건강증진을 위해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만 식습관이야말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요체가 아닐 수 없다. 식사는 삶을 영위하는 에너지(칼로리)를 만들어내는 데 꼭 필요한 행위다.아주 오래 전부터 한국인의 식습관은 맵고 짠 것이 특징이었다. 20∼30년 전부터 가공식품이 식탁을 서서히 점령하더니, 이제는 패스트푸드가 소아·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중심 먹거리로 등장했다. 게다가 전통적인 식사도 가공식품이 넘쳐나고, 배달 식사는 날로 번창하는 형국이다. 인공감미료가 듬뿍 들어간 가공식품들은 국민의 천연 입맛을 빼앗아가고 있다.이 때문에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됐고, 각종 만성질환이 늘어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만 하지 말고 변화를 줘야 한다.우선, 짜고 달고 기름지게 먹는 식습관을 고쳐야 한다. 구매하는 먹거리에 당류를 비롯해 나트륨·지방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는 습관이 필수이다.요즘은 짜고 매운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달고 기름진 것이 큰 문제로 등장했다. 더욱이 ‘입에 단 게 몸엔 쓰다’는 말처럼, 한국인 식생활에서 현재 가장 큰 딜레마는 ‘당류 과잉섭취’다. 과당·포도당·설탕·액상과당 등 당류(당분·단순당)의 지나친 섭취는 당뇨병이나 비만·고지혈증·비알코올성 지방간 등을 초래한다. 또한, 충치와 잇몸병(치주질환)의 원인이 되며, 심혈관 질환과 일부 암의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나트륨(소금의 성분) 과잉 섭취는 고혈압·뇌졸중·심혈관계질환·콩팥병(신장질환)·골다공증·위암·당뇨병을 유발하거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동물성 지방을 과하게 섭취하면 복부(내장) 비만과 더불어 각종 질환의 위험성을 높이고, 과한 지방이 원인이 되어 혈관에 혈전이 쌓이면 기본적으로 동맥경화가 유발된다. 뱃살이 볼록한 당신의 건강은 지금 ‘나·당·지’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는가.세계보건기구(WHO)는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당류 중 첨가당의 하루 섭취량을 전체 열량의 10%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는 자연식품에 함유된 천연당을 제외한 수치다. 그런데,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WHO 권고의 2배인 20%를 기준으로 당류 관련 식품행정을 펴고 있다. 그래서 국내 가공식품류에 당류가 30g 들어갈 경우 하루 기준 상한치의 30%라고 표시한다. 콜라·사이다 등 탄산음료 한 잔(200㎎ 기준)을 마시면 25g 이상의 첨가당을 섭취한다. 팥빙수 한 그릇(보통 크기)의 당류 함유량도 60~80g이나 된다. 도넛(150g 기준) 1개의 경우 당류 30~40g짜리가 수두룩하다. 게다가 밥이나 면류 등 탄수화물(단순당과 녹말·셀룰로스 등 복합당을 포함해 당분 전체를 뜻함)이 많은 식사를 하고 있다.식약처의 당류 섭취 권고안은 너무 느슨하다는 학계의 지적이 높지만 이것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국민이 잘하는 수밖에 없다.일단 가공식품에 적혀 있는 당류 함유량을 2배로 따져서 먹는 것이 상책이다. 가공식품에는 대부분 단순당이 첨가되어 있다. 천연당도 많이 먹으면 안 좋지만 단순당은 적당히 섭취해도 좋을 것이 없다. ‘지나친 당류 섭취는 건강에 해롭다’ 혹은 ‘지나친 당류 섭취는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정도의 경고 문구도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당류 섭취량이 늘어나면 몸에 포도당이 축적되고, 단기간 내에 급격히 혈당이 높아진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부담이 생기고, 인슐린 분비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을 유발할 가능성이 생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식사 계획을 세울 때 총 당질 섭취량을 우선적으로 확인하고, 당지수와 당부하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부하지수는 1회 섭취량의 당질을 기준으로 혈당반응을 비교한 값이다. 식품마다 1회 분량에 함유된 당질의 함량이 다르므로 실생활에 적용할 때는 당지수가 아닌 당부하지수를 비교해야 한다. 당지수가 낮은 식품(가공식품·조리식품 포함) 중에는 지방함량이 높은 것도 있는데, 이 또한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WHO는 하루 2000㎎(소금 기준 5g) 이하 섭취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일일 평균 3080㎎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10년 전만 해도 30~50대 남성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6000㎎이 넘었다. 평균이 이 정도니 짜게 먹는 사람들은 7000∼8000㎎은 보통이었다. 그나마 현재 수준으로 국민의 나트륨 섭취량이 많이 낮아진 것은 식약처가 ‘나트륨줄이기 운동본부’를 만들어 지속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민간 비영리단체 ‘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의 꾸준한 활동에 힘입은 바 크다.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나트륨 섭취를 20~30% 줄이면 심혈관 질환 발병률을 25% 낮출 수 있다. 반대로 나트륨 섭취량이 1600~2000㎎ 늘면 주요 만성질환 발생 위험이 50~60% 높아진다. 또 위암·콩팥병·신장결석·골다공증 등의 위험성도 상당히 커진다식생활에서 나트륨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국물류 섭취를 줄이라고 권고한다. 국이나 찌개에 간을 맞추기 위해 소금을 넣기 때문이다. 정제염보다 천일염이 이로운 점이 많다. 매끼 국물 한 컵(200㎖)을 덜 마시면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또 장류나 젓갈류·양념류·조미료를 가능한 피하는 게 좋다. 된장이나 김치류에도 소금이 많이 들어가지만 건강에 유익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스턴트 가공식품이나 식빵 등 빵류에는 대개 상당한 양의 나트륨이 함유돼 있다. 라면, 즉석식품, 소시지 등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과도한 지방 섭취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외 연구를 보면 동물성 지방을 과하게 섭취할 경우, 유방암·자궁내막암·대장암·전립선암·간세포암 등 암 발병 위험이 늘어난다.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심장과 뇌혈관 질환, 암 등 여러 질병의 발생 위험을 높이고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한국사에서 삼국시대의 역사를 보면, 백제는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군, 즉 ‘나·당연합군’에 멸망했다. 국민건강도 ‘나당(나트륨·당류)’이 문제다. 이에 대한 국가적인 법령, 제도 정비를 통해 나트륨과 당류가 높은 식품을 줄이고, 각자가 짜고 달게 먹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더 노력하지 않는다면 국민건강은 ‘21세기 나·당 연합군’에 크게 망가질 것이 확실하다.anytoc@ekn.kr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식품은 대개 달거나 짜거나 기름지다. 평소 자주 먹는 기름진 육고기나 여러 식용 화합물이 첨가된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는 식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사진은 구운 삼겹살의 모습.끓인 라면의 먹음직한 모습. 다만, 라면 국물은 다량의 나트륨과 각종 감미료를 함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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