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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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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영화 속 '인간 다움'과 'AI 다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25 08:21

김한성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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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성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고문

끊임없이 진화하는 기술의 태피스트리 속에서 우리는 생성 AI(Generative AI)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GPT 시리즈와 DALL-E와 같은 첨단시스템은 텍스트에서부터 이미지, 스트리밍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창작적 표현을 반영하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디지털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기술적 도약은 역사적으로 한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오며 새로운 규범과 행동을 요구한다.

생성 AI의 물결에는 무한한 잠재력에 대한 설렘과 앞으로 펼쳐질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감이 섞여 있다. 생성 AI는 의료,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결책을 제시하며 효율성의 새로운 여명을 약속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첨단기술의 오용, 잠재된 편견, 예상치 못한 사회적 영향의 그림자도 어김없이 몰고온다.

이처럼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는 세상을 우리가 쫓아가거나 상상하기란 쉽지가 않다. 다행스럽게도 다가올 미래를 들여다보는 창문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영화다. 끝없는 상상력으로 허구적 현실을 만들어 내는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영화계는 오랫동안 AI를 소재로 다루면서 미래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블레이드 러너’(1982)와 같은 고전적인 작품은 첨단 AI가 극도로 발전해 인간과 같은 욕망, 그러나 다른 의도를 가진 의인화된 AI 개체인 ‘리플리컨트’가 인간과 뒤섞인 사회를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다. ‘엑스 마키나’(2014)는 AI 의식의 수렁을 깊이 파고들면서 인간과 AI를 구분하는 복잡하고 때로는 불안정한 경계를 탐구한다. ‘매트릭스’(1999)는 기계가 지배하는 암울한 세계에서 인간을 폭압하는 기계의 모습을 디스토피아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Her’(2013)에서는 좀 더 내면적인 관점도 제시된다. 이 영화는 지배력이나 의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정서적 연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인간과 기계 사이에 잠재적 관계가 현실에서 특히 사랑이라는 관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흔든다.

영화는 이야기 속 긴장감과 함께 인간의 의식을 정의하는 것이 무엇이며, 인공지능이 인간과 구별된다는 관점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인공지능의 대중화 원년’이라고 할 수 있는 2023년에도 AI를 다루는 영화는 우리가 직면할 도전과 기회를 계속해서 투영하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시뮬란트’와 ‘크리에이터’는 고도화된 AI와 인류가 공존하며 겪는 갈등과 대립을 다루면서 ‘인간다움’과 ‘AI다움’에 관한 공감과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생성 AI의 복잡한 지형을 탐색하다 보면 은막의 상상력과 우리가 보고 있는 기술 발전 사이에 점점 좁혀지는 간극을 발견한다. 그러나 영화가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해주지만 우리는 여전히 미지의 바다를 헤쳐나가듯 조심스럽다. 영화는 그 자체로 허구의 세계를 반영하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진실과 우리 현실을 반영한다. 영화는 마치 흥미로운 나침반 역할을 하면서 단순한 오락을 넘어 미래의 사회를 경험하는 창문이다. 때로는 심오한 철학적, 윤리적 질문을 제기하고,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우려와 호기심도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영화의 메시지에 사로잡혀 있기만 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우리 인간들끼리 보다 사려 깊은 대화와 신중한 행동을 도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영화는 우리에게 시대의 문화와 기술, 심지어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허구적 사실을 반영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이런 영화적 거울을 통해 우리는 현실에서 기술 진보, 특히 AI의 발전이 가져올 변화와 그 영향을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상상의 경계를 넘어 실제로 새로운 기술 영역을 탐색하고, 이를 활용하는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인간의 근본적 가치와 기술의 발전을 조화롭게 결합하면서 공평하고 책임 있는 미래를 구축해야 한다. 영화는 우리에게 독특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전달하지만, 현실에서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객관적 사실과 데이터에 근거해 이루어져야 한다. 현실 세계에서 생성 AI의 방향성은 우리의 공동체적 선택으로 결정될 것이다. 이런 결정은 확고한 윤리적 기준을 바탕으로 하며,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협력과 시너지가 필요하다. 우리가 지금 수용하는 선택, 구축하는 보호 장치, 추구하는 비전이 다음 세대를 위한 생성 AI의 유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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