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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편집된 인용, 오도된 진실

1986년 영국 가디언지는 30초짜리 짧은 ‘관점’ 광고를 TV와 영화에 내 보냈다. 첫 번째 관점은 한 남자가 차를 피해 도망치는 듯한 장면이고, 두 번째 관점은 차를 피해 도망치는 줄 알았던 남자가 양복차림 남자의 서류가방을 탈취하려는 듯한 장면이며, 세 번째 관점은 차로부터 도망치며 가방을 탈취하려고 하는 듯한 남자가 양복차림 남자를 잡아채서 떨어지는 건축자재를 피하게 하는 장면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장면만 봤다면 남자를 누군가에 쫓기는 강도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세 번째 장면까지 전부 봤다면 남자가 떨어지는 건축자재를 발견하고 양복 입은 남자를 구한 착한 사람임을 비로소 알게 된다. 어떤 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관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사실을 제대로 알려면 전체를 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이 광고는 대성공을 거둬 가디언지가 다른 언론 매체에 비해 진실을 보도한다는 인식을 크게 높였다. 오늘날에도 언론의 진실 보도를 촉구하는 소재로 자주 인용된다. 요즘 ‘악마의 편집’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지난 20대 대선 선거일 직전 윤석열 대통령은 상대 후보로부터 ‘대장동 몸통’이라는 거센 공격을 받았다. 아마도 유권자의 막판 표심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대선 일년 반이 지나 ‘윤석열 커피’ 보도는 의도적으로 편집된 것이었다는 정황과 증언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관련 보도를 했던 유력 보도매체는 "보도에 누락, 왜곡이 있었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만들어진 진실」의 저자 헥터 더글라스는 오도자를 "잘못된 현실 인식을 만들어낼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런 내용의 경합하는 진실을 적시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관련 인터뷰 내용을 선택적으로 편집, 보도한 기자는 오도자이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에너지분야에도 종종 발견된다. 팩트 체크를 가장해 잘못된 정보가 보도되기도 한다. 얼마 전 한 경제지는 슈뢰더 전 독일총리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기사의 제목은 ‘獨, 섣부른 탈원전으로 경쟁력 추락’이었다. 유사한 내용이 국내외 언론에서 자주 다뤄지긴 했지만 유독 이 매체가 대상이 됐다. ‘뉴스의 이면, 팩트 너머의 진실’을 표방하는 언론비평지(신문도 발행한다)는 선택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일부 발언만 가지고 탈원전 때문에 독일에 에너지 위기가 온 것처럼 잘못 묘사", "탈원전 관련 보수 신문의 악의적 프레임" 등의 표현으로 비판했다. 특히 "독일의 도매 전기요금이 프랑스보다 오히려 더 싸다"는 대목에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독일의 전기요금이 프랑스 보다 싸다니 말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는 도매 전기요금을 전기요금으로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은 팩트다. 전력시스템에서 재생에너지의 공급비중이 늘어날수록 도매가격은 낮아진다.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변동비가 ‘0’인 재생에너지가 한계설비가 되는 시간대가 많다. 이때 도매 전력가격은 ‘0’이 된다. 나아가 공급전력이 수요를 초과할 때는 ‘마이너스’ 도매가격이 발생하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1년 8760시간 중 2021년 139회, 2022년 69회의 마이너스 도매가격이 발생했다. 따라서 독일의 도매 전기가격이 프랑스 보다 싸다는 말은 팩트다. 그렇지만 소비자가 지불하는 독일의 전기요금이 프랑스 보다 싸다는 말은 오보다. 2010년 이후 독일의 비가정용 전기요금이 프랑스에 비해 싼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https://tradingeconomics.com/germany/electricity-prices- non- household-medium-size-consumers-eurostat-data.html) OECD/IEA에서 발행하는 「Energy Prices and Taxes」의 2022년 산업용 전기요금 비교에서 137.1달러 대 203.5달러로 독일이 훨씬 비싸다. 세금을 제외해도 130.6달러 대 166.7달러다. 해당 기자가 이 사실을 알고 기사를 썼다면 그 기자는 ‘선택적 인용’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고, 모르고 썼다면 취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팩트를 넘어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은 ‘탈원전 관련 진보 신문의 악의적 프레임’을 설정하고 싶었는지 모른다.이렇게 본다면 ‘재생에너지는 원자력보다 싸다, 또는 재생에너지는 원자력 보다 비싸다’라는 완전히 대립되는 명제도 둘 다 사실로 보도될 수 있다. 전자는 유럽 등의 나라에서, 후자는 한국에서를 생략한다면 말이다. ‘만들어진 진실’의 한 구절. "사건을 한 가지 관점에서 보면 한 가지 인상만 남는다."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기자의 눈] 국민의힘, 간판 바꾸고 혁신위 출범했지만 여의도 반응은 ‘글쎄’

"간판만 바꾼다고 새로워지는 게 아니다. 혁신을 외치려면 본인들의 몫부터 내려놔야 한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최근 ‘김기현호 2기’를 구성하고 혁신위원회까지 출범했지만 정치권 안팎의 여론은 이처럼 싸늘하다. 여론의 냉랭한 시선은 혁신위 안건에도,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밀어 부치는 ‘김포-서울 편입론’까지 찬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힘 안팎으로는 당 지도부 사퇴론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는 "총선 패배 시 아예 정계를 떠나겠다"는 배수진을 친 채 지명직 당직자만 바꾼 ‘2기 지도부’를 구성했다. 식당 주인이나 레시피는 그대로인 채 간판만 바뀐 셈이다. ‘공천 사령탑’이 될 사무총장에는 대구·경북(TK) 지역의 친윤석열(친윤)계열인 이만희 의원이, 인재영입위원장에는 이철규 전 사무총장이 올랐다. ‘윤심 공천·회전문 인사’란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겠다며 ‘2기 지도부’와 혁신위를 꾸렸지만 내놓는 안건마다 ‘갑론을박’이 따르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는 진정한 혁신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혁신위 명단이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당을 위해 일했고 앞으로도 당에 건강한 쓴소리를 해 줄 젊은이들을 외면했다는 평가도 나왔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1호 안건’으로 당내 통합을 내세운 ‘대사면’ 이어 ‘2호 안건’으로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당헌당규 명문화 △국회의원 세비 삭감 및 국회의원 구속 시 세비 전면 박탈 및 본회의·상임위원회 불출석 시 세비 삭감 △현역의원 평가 후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 4개 안건을 의결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당 지도부, 중진, ‘친윤’은 불출마하거나 험지인 수도권에 출마해라"는 요구도 강력하게 했다. 중역을 맡은 당내·원내 인물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취지지만 정작 혁신위원장과 위원들은 자신들의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공천 룰이 될 수 있는 안건을 내놓고 있다. 국회의원을 보좌해야 하는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국회 보좌진 축소’ 안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크다. 일부 보좌진들은 "일부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국회의원 보좌진 수가 많다는 건 알지만 갑자기 그 규모를 줄이는 건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쓸데 없는 일을 줄인다면 몰라도 지금 보좌진 세계의 상황에서는 규모를 줄이는 게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당 지도부가 당론으로 꼽은 ‘김포-서울 편입론’ 역시 당내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 당 관계자들은 "정말로 김포시가 서울시에 편입이 되냐 안되냐를 떠나 국면 전환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평론가들은 "실제로 각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섣부른 판단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쳤다. ‘집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나가서도 기를 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여야 대립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총선을 이겨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면 당내 통합이 우선이다. 당내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안건의 추진력이 생긴다. 하지만 정작 지도부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음에도 무늬만 탈바꿈에 그쳤고 혁신위는 당내 의견 조차 설득하지 못할 안건들을 내놓기 바쁘다. 국민의힘은 민생과 정책을 책임지는 여당인 만큼 표면적인 ‘혁신’과 ‘개선’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실현 가능한 그리고 다수가 공감할 만한 정책을 개선하는 데에 힘써야 한다. claudia@ekn.kr오세영 기자수첩

[EE칼럼] 최악의 미세먼지 공습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지난 10월30일에서 이달 2일까지 중국 베이징의 미세먼지가 최근 몇 년 동안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했다. 특히 이달 1일에는 초미세먼지가 250ug/Nm3로 기록됐다.기록적인 초미세먼지가 몇 일간 이어지자 베이징시는 중대 오염 수준으로 판단해 대기 오염 오렌지 경보를 발령했다. 우리나라도 중국으로부터의 미세먼지 유입이 우려됐지만 다행스럽게 이 기간에 남쪽 바다로부터 더운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중국 미세먼지의 영향이 크지 않았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상황을 연도별로 살펴본 결과, COVID-19 사태가 시작된 2019년 이래로 2022년까지는 꾸준히 대기질이 지속적으로 개선이 됐다. 이는 중국의 봉쇄정책에 따른 산업 생산 감소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긍정적인 추세는 COVID-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으로 전환되면서 올해부터 전반적으로 다시 악화하며 2021년 수준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올 겨울에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유입이 우려된다. 특히 석탄과 같은 화석에너지 사용에 있어서 중국은 올 상반기에만 석탄 수입이 2억2000만톤 정도로, 지난해보다 93% 정도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중국 내 자체 생산량도 23억톤으로 지난해보다 4.4%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올 겨울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미세먼지 증가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의 올해 상반기 석탄 생산과 수입 증가는 방역 완화 이후 산업망 가동이 정상을 회복한 데다 올 여름 폭염에 따라 급증한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IEA는 올해 중국의 연간 석탄사용량은 46억8000만톤으로 지난해보다 3.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올해 석탄사용량을 지난해보다 24%, EU는 17%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2.8%정도 줄어든 1억 1700만톤 정도의 석탄이 사용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석탄 사용량 증가는 중국내 대기질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에 충분하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석탄사용량 증가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중 간 대립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중국 경제 성장률이 5% 수준으로 꺾이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가 계속되고, 고용지표도 악화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성장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제조업 등 에너지다소비 산업에 대한 화석원료 사용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사회적 양극화 추세 확대로 급증하는 경제적 약자층의 난방 등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값싼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2020년 9월 제75차 유엔총회에서 2030년을 정점으로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탄소감축 로드맵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기대난망이다. 이 계획이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2030년까지는 석탄에너지 중심인 에너지의 획기적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 최근 베이징시의 미세먼지 대란 상황은 석탄에너지 난방 수요가 집중되는 내년 3월까지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에너지 위기로 번질 가능성까지 생겼다. 에너지원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중국과 같은 세계의 제조공장에서는 값싸고 효율이 높은 석탄에너지의 사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은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위축되고 대기오염 우려는 커진다. 에너지위기가 현실화되면 계절관리제를 통해 난방 수요가 커지는 겨울철에 석탄발전소 가동제한 등 대기질 개선을 위한 수단이 큰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올 겨울철 대기질 관리는 과거와는 달리 그간의 위기 대응 단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정과 에너지 위기 상황을 모두 고려해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기고] 포천시 박물관 건립추진

1992년 동-서독이 통일되면서 한반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박물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서 말하는 박물관은 특정한 지역의 건물이 아니라 우리 삶의 터전 모두를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지역을 ‘자연박물관’ 또는 ‘노천박물관’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특정한 건물 안에 최소한의 삶의 자취를 모아 놓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박물관이다. 선진국일수록 거대하고 다양한 박물관을 건립, 운영하는데 영국의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이나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Louvre Museum), 대만 타이완의 국립고궁박물관(National Palace Museum)은 삶의 자취를 종합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뮌헨의 과학과 기술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국립과학기술박물관(Deutsches Museum)이나, 일본이 중일전쟁 중 난징에서 저지른 대학살을 아주 직접적이고 적나라하게 전시한 난징대학살기념관(侵華日軍南京大屠殺遇難同胞紀念館) 등과 같이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전시한 박물관도 있다. 박물관은 글자 그대로 삶의 자취를 모아놓는 장소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회나 국가의 참모습을 보기 위해 박물관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학교 교육을 제외하고 어느 나라나 국민의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곳이 도서관과 박물관이다. 도서관이 책을 읽어서 사회와 역사를 이해하는 간접기관이라면, 박물관은 역사를 눈으로 보면서 배우기 때문에 훨씬 더 직접적인 교육의 장이다. 그래서 많은 국가의 정상들이 다른 나라를 방문하면 그 나라의 박물관을 찾는 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굳어졌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적 전통에도 불구하고, 박물관 시설이나 활용에 있어서는 후발주자다. 우리 포천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 승격 20주년을 맞이해 포천시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수집, 연구, 조사, 전시하는 1종 박물관 건립을 추진한다고 하니 이는 진심으로 환영할 일이다. 사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훌륭하고 충실한 박물관이 조속히 건립될 수 있기를 우리 모두 간절하게 기대한다. 포천시는 지리적으로 한반도 중심이며, 남으로는 광릉국립수목원이, 북으로는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라는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자랑하는 지역이다. 역사적으로도 선사시대의 고인돌부터 삼국시대의 산성 등 다양한 유적을 도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사상과 문화유적으로 기호학파 맥을 이루는 유교의 중요한 지역으로, 포천의 향교를 비롯한 옥병서원, 화산서원, 용연서원 등은 물론 충신이나 효자들을 존숭 표창하던 사당이나 정문이 많은 선비의 고향이기도 하다. 특히, 19세기 항일 의병운동 선봉이던 화서학파의 김평묵-최면암 활동지이며, 양사언과 이해조 등 문인이 활동하던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포천은 한국 근대사상 발생지이자 경기도 북동부의 양평-가평에서 일어난 화서학파의 발전지로, 남양주 다산 정약용 실학의 능내리 및 불교개혁과 역경(譯經)의 산실인 광릉의 봉선사 등과 삼각의 사상적 발생지인 것이다. 더구나 남양주와 경기도 광주의 한강유역에 일어난 천주교의 개조 광암 이벽(李蘗)도 포천시 화현면 사람이 아닌가? 우리의 고향 포천은 6.25전쟁 중 한반도의 양측 군인뿐만 아니라 참전국의 많은 군인이 지나간 역사현장이며, 전후부터 지금까지 전국의 수많은 청년이 군대생활로 젊음과 조국애를 불태우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포천시에는 두 곳의 수복 기념탑, 외국군 참전 기념탑, 전승 기념물 등 전쟁의 상처 또한 적지 않다. 따라서, 전후부터 현재까지 포천시는 대한민국 수호의 전방기지로서 상당한 군사문화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의 포천시립박물관을 어떻게 유용하면서도 독창성 있게 만들 것인가? 관계 당국은 물론 많은 시민의 빛나는 지혜를 널리 구해야 할 것이다. 다양하면서도 가치 있는 소장품을 소장, 전시해 포천 역사성과 정체성을 시민에게 잘 보여주는 문화교육기관으로 손색이 없어야 한다. 또한, 유물들의 종합적인 전시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만의 고유한 특수성을 갖는 전시장 성격도 갖추길 바란다. 포천 지역에는 많은 군부대가 있으며 6.25전쟁 관련 역사의 현장이었던 만큼,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유물 등을 수집, 전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현재 시도되고 있는 38선을 따라 걷는 산책길과 연계해 분단 역사와 6.25 남침 역사를 함께볼 수 있다면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상징적 전시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포천시가 추진하는 박물관 건립을 위해 포천 전역의 문중 자료나 작은 단위의 기관에 소장된 다양한 삶의 자취들을 이 기회를 통해 함께 정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포천시 역사교육의 좋은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포천시립박물관 건립 필요성과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훌륭한 계획이 차질 없이 잘 진행되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역사와 문화의 포천이란 자긍심을 확립하며 후세에 전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신용철 전 경희대 사학과 명예교수신용철 전 경희대 사학과 명예교수 신용철 전 경희대 사학과 명예교수

[기자의 눈] 플라스틱 쓰레기가 부족해서 난리라는 재활용 업계

"재활용 업계는 플라스틱 폐기물 쓰레기가 없어서 난리입니다." "폐기물을 수입할 수 있다면 수입이라도 해오는 게 나을 정도예요." 재활용 업계는 현재 폐기물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한창이다. 언론 대응도 시작했다. 폐기물이 부족해서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토로한다. 쓰레기 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들은 기억이 있어 폐기물이 부족하다는 업계 이야기가 처음에는 납득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자원으로 만들 수 있는 폐기물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폐기물이 재활용으로 잘 수거되지 않으면 세상에 넘쳐나도 자원으로 쓸 수 없다. 게다가 폐기물에 이물질이라도 끼어있으면 자원으로 만들 수 없다고 한다. 폐기물을 깨끗이 만들면 폐기물을 구매하는 단가가 몇 배나 뛴다고 한다. 폐기물 중 하나인 폐플라스틱을 열분해 하면 석유를 뽑아낼 수 있어 폐플라스틱에는 ‘도시유전’이라는 명칭도 붙었다. 조용히 일하던 재활용업계가 폐기물 부족으로 세상에 본격적으로 나온 계기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퍼지면서다. 시멘트 업계 등 연료를 상당 규모 사용하는 업계들이 폐기물을 연료로 쓰기 시작했다. 이들도 석탄보다야 폐기물을 연료로 쓰는 게 더 친환경에 가까우니 폐기물 사용량을 점점 늘렸다. 전체 폐기물 물량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빨랐던 것이다. 재활용 업계에 폐기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안을 물어 봤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체 폐기물 물량을 늘리기 위해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약 20% 정도다.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추진한 이유를 알게 됐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 음료값에 보증금 300원을 붙이고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규제인 셈이다. 비록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확대가 보류된 상태지만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는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더라도 지구를 지키고 환경을 위한다는 당위성으로는 굳이 열심히 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업계들이 별거 아닌 거 같은 플라스틱으로 그렇게 생존싸움을 한다고 하니 플라스틱도 달리 보였다. 플라스틱을 경제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재활용을 바라보는 시선도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싶다. 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EE칼럼] 폐기물의 경제학

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흔히들 환경문제라고 하면 기후변화, 매연, 소음, 쓰레기 등을 떠올린다. 특히 쓰레기의 경우 더러운 것, 지저분한 것만을 생각한다.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쓰레기는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쓰레기로 보느냐, 폐기물로 보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쓰레기는 진짜 사용할 게 없는 것이고 폐기물은 분류, 가공 등의 과정을 거쳐 재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쓰레기를 단순히 쓰레기로 보느냐, 아니면 자원으로 보느냐에 따라 경제적 가치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쓰레기로 취급할 경우 고스란히 버려야 하기 때문에 폐기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쓰레기의 종류에 따라 수많은 환경문제를 유발해 많은 기회비용이 들게 된다. 이에 비해 폐기물로 간주할 경우 이는 자원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를 얻게되는 것이다. 소비만능주의에 젖은 현대인들은 쓰레기를 자원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농경사회의 옛 선인들은 "기회자 장 삼십, 기분자 장 오십(棄灰者 丈 三十, 棄糞者 丈 五十·재를 버리는 자는 곤장이 서른대요, 똥을 버리는 자는 곤장이 쉰대)" 라며 폐기물을 자원으로 인식하고 자원의 재활용을 강조하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대량 생산, 대량소비가 미덕인 것을 유도함으로써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환경 운동차원에서만 지속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폐기물의 합리적인 이용은 생산성의 강화, 지속가능성의 증대, 자원의 보존, 그리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점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인식돼야 한다. 특히 최근부터는 순환 사회라고 하여 철저하게 자원을 순환하는 사회를 구축하겠다는 국가들이 많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폐기물은 여전히 ‘쓰레기’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이 그나마 어느 정도 수집은 되고 있지만 그 다음 유통단계에서는 대부분이 폐기처분된다. 선진국에서는 사전처리 기술, 폐기물 최소화, 청정생산, 공정개선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자원으로서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철강기업들은 알루미늄 사업이나 가전제품 등에서 리싸이클링을 극대화해 100% 재자원화 하기 위해 오랫동안 많은 투자와 연구개발을 추진해왔다. 일반 플라프라스틱을 원료화하기 위해 열분해성 염화수소 개발에도 많은 연구를 해 왔다. 심지어 탈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등장한 것도 자원사용을 넘어 아예 원천적으로 없애나가는 것이다. 탈 플라스틱을 선언하고 해조류를 플라스틱 대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와 제품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폐기물 재활용 시장을 더욱 확대시켜야 한다. 이는 폐기물의 감축과 함께 환경산업의 창출이라는 점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건설, 등 주요 재활용 대상 업종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재정 지원과 기술 개발에 대한 공동 노력을 하도록 정부가 지원해 주어야 한다. 특히 철강이나 석유화학, 산업 단지 열병합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폐열을 이용한 에너지를 적극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열 시장을 조속히 구축해 에너지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재생 에너지시장에서도 재활용으로 사용되는 모든 물질, 예컨대 바이오 매스 에너지, 등이 적극 이용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1970년대에 불조심을 강조하기 위해한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표어가 유행했다. 단순하지만 명확한 표현이다. 버리면 쓰레기지만, 잘 쓰면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자원으로 바뀌는 것이 폐기물의 경제학이다. ‘버린 쓰레기도 다시 보자’는 인식의 확산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절실한 시점이다.김정인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이슈&인사이트]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고위 당·정·대협의회에서 "영끌 투자 행태는 정말로 위험하다…,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몇 십배 위력이 있을 것이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현재 주택시장의 위기감을 그대로 반영한 말이다. 실제로 주택시장의 위험성은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급락한 집값이 올해 1월 각종 규제 완화 대책과 특례보금자리론,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그리고 신고가 허위거래 신고와 같은 집값 교란 행위 등의 여러 요인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강보합세를 이어오다 추석 연휴를 변곡점으로 다시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9월19일 부동산 거래 허위신고자에 대한 처벌 강화(3년이하 징역형)가 시행된 데 이어 같은 달 27일 특례보금자리론의 대출 요건을 강화한 데다 고금리 추세가 지속되면서 주택 매수심리가 푹 꺼진 탓이다. 특히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 2% 달성 시점을 2026년으로 보면서 현재의 고금리 추세는 적어도 2026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은 앞으로도 당분간 매매거래 감소, 신규 공급위축 등의 냉각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의 장기화는 ‘영끌 투자’나 ‘갭투자’를 중심으로 한 매물이 쏟아지며 주택시장을 더욱 냉각시킬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참모진과 정부부처에 대해 "모두 민생 현장으로 가라"며 민생현장 챙기기를 독려하고 있다. 민생은 물가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삶의 바탕이요, 온 국민의 자산인 주거의 안정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70%에 달할 정도다. 그러면 경기침체기에 민생 살리기 차원의 주거정책은 어떻게 어떻게 펴야 할까. 첫째, ‘민생주택’ 중심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 주택은 사회경제적 성격에 따라서 ‘민생주택’과 ‘상품주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민생주택은 인간의 기본적 주거 필요를 충족시키는 서민 중심의 주택으로 공공부문의 영역이다. 경기침체기나 불황기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들이다. 이때는 빈부의 양극화가 심화된다. 대출을 끼고 어렵게 장만한 주택을 고금리와 경기불황에 따른 가계 수지 악화로 울며 겨자먹기로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서민의 자가보유율은 떨어진다. 이런 장기불황기에는 공공부문에서 ‘민생주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유지하느냐가 서민 주거안정의 관건이다. 민생주택은 부담가능성(Affordability)이 요체다. 서민과 청년들이 현재 부담하는 주담대 고금리를 어떻게 감당하게 할지, 이들이 소득 수준내에서 부담할 수 있는 가격대의 주택을 얼마나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다. 둘째,서민과 청년 등 실수요의 눈높이에 맞춘 지속가능한 대출상품(주택담보대출 등)을 내놔야 한다. 담보인정비율(LTV)을 50% 정도로 올리고 대출상환기간을 30년 정도로 장기화한 상품이 필요하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가중평균 금리가 4.35%인 만큼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이보다 낮은 4%이하로 대출이 이뤄져야 한다. 가계소비지출 대비 주거비(집세·관리비 등) 비율인 슈바베 지수도 25%를 넘지 않도록 임대료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주택 금융지원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는 9·26공급대책에서 부동산 PF에 25조원의 대출보증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대책은 부실화된 건설사를 지원하는 대책이지 민생대책이 되지 못한다. 이 재원을 실수요자 주담대에 지원하면 시장에서 부실PF 사업장은 자연적으로 퇴출하면서 국민의 세금을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지원했다는 명분도 쌓을 수 있다. 25조원 공급대책을 민생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 지속가능과학회 회장

[기자의 눈] 초심 잃은 키움증권은 더 클 수 없다

"18년 연속 개인투자자 점유율 1위, 국민 증권사, 개미들의 성지, 벤처증권사 성공신화, 인터넷 종합 증권사…" 키움증권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던 단어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올해 ‘문제가 많은 증권사’로 낙인 찍혔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사태에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연루된 것으로 모자라, 임원의 특수관계인이 하한가 발생 직전 특정 종목 150억원어치를 대량 매도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SG발 사태에서 김 전 회장의 편법증여 의혹도 불거졌다.이걸로 끝이 아니다. 키움증권은 지난 달 18일 발생한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에 핵심으로 떠올랐다. 영풍제지 주가는 1년 전 2000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 5만원까지 폭등한 종목이기도 했다.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는 주가조작 일당 4명이 체포되면서 세력들이 갖고 있던 주식들을 한꺼번에 매물로 쏟아내면서 발생한 건이었다. 영풍제지는 거래 재개 이후 5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 중이다.문제는 영풍제지 거래 계좌 대다수가 키움증권에서 개설됐다는 점이다. 다른 증권사들이 영풍제지의 이상거래를 감지하고 증거금률을 100%까지 올려잡았지만, 키움증권은 증거금만 40%를 내면 미수거래가 가능하도록 방치했다. 이 이유로 주가조작의 창구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는데, 이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4258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키움증권은 국내 최초 ‘인터넷 종합증권사’로 영업을 시작했고, 누구나 보기 쉬운 CF 광고와 수수료 무료 이벤트, 수수료 업계 최저 등을 앞세워 젊은층과 단타자들을 끌어모으며, 급성장했다. 이들을 주축으로 10년 이상 개인투자자 점유율 1위를 지켜오던 키움증권은 2021년 코로나19사태로 일명 ‘동학개미운동’이 벌어질 때도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키움증권은 올해만 두 번의 사과와 다짐을 했다. 내부통제 미흡에 대한 사과와 투자자를 위한 리스크 관리 강화와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이 주 내용이었다. 사업 안정성이 훼손되거나 리스크 관리 개선을 입으로만 말해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개인투자자들이 18년 간 가장 많이 이용한 키움증권에서 고객과 투자자 보호가 없어진다면 더 이상 성장 할 수 없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말을 잊지 말아야한다.

[이슈&인사이트] 아마추어리즘 조장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된 지 1년 9개월이 지났다. 사물에는 양면이 있게 마련이어서 중처법도 긍정적 면과 부정적 면을 다 같이 가지고 있겠지만, 중처법은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많다는 점이 문제다. 이곳 저곳에서 부작용이 적지 않게 노출되고 있다. 혹자는 중처법 제정으로 안전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크게 높아진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이들은 순기능만 보고 부작용과 기회비용은 생각하지 않는다. 중처법 제정 전 잇따른 대형사고로 안전 분위기가 크게 고조된 상황에서 중처법만이 유일한 방안이었다고 생각하는 건 지나친 단견이다. 중처법이 아닌 보다 효과적인 대안을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었는데도 가장 바람직한 방안에 대한 고민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이들은 중처법 때문에 안전 컨설팅, 진단 등이 증가한 것을 이유로 중처법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 문제는 이들에게서 기업의 안전역량 향상에 대한 사명감과 전문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포분위기에 편승해 장삿속을 채우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우리 사회의 안전을 오염시키는 ‘공공의 적’이다. 특히나 안전전문기관이나 교수 타이틀을 갖고 있는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람 중에도 이러한 부류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중처법의 내재적 한계에는 안중에 없고 엄벌에 막무가내로 환호한다는 점이다. 중처법이 실효성이 있는지,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실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잘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아마추어리즘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건설업과 같은 위험업종에서 일하던 유능한 안전관리자가 대거 공공기관, 제조업 등으로 옮겨가는 것도 중처법의 부작용이다. 중처법이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종의 안전관리 여건을 악화시키는 셈이다. 건물 착공면적이 지난해에 비해 40% 가까이 줄었는 데도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줄지 않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안전관리자 부족으로 건설현장에서 아우성이 일자, 정부는 초단기 양성교육으로 안전관리자를 속성으로 배출하고 있다. 이런 땜질식 대책은 건설업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 대해서까지 안전관리는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는 아무나 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 안전관리에 미치는 후과가 심각할 것이다. 가뜩이나 안전관리자의 전문성 부족이 심각한 문제인데 정부가 대놓고 이를 조장하는 셈이니 말문이 막힌다. 중처법 시행 이후 실질적 안전보다는 보여 주기식 안전 대응이 심해지고 있다. 이는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심하다. 법 자체에 예측가능성과 이행가능성이 없다 보니, 대기업마저 정작 해야 할 일보다는 서류작성에 치우치는 모습이다. 체계적으로 안전역량을 강화하기보다는 중처법이라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중처법 시행으로 기업과 정부가 어느 때보다도 안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체계적이지 못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한다는 것이 문제다. 시간이 흐르면서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피로감과 냉소적 반응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여전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잘못된 지도로 기업들은 현업부서의 역량을 키우기보다는 안전부서의 조직과 인원을 늘리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간 안전은 안전부서가 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 있었는데, 중처법과 고용부가 기름을 끼얹었다. 중처법으로 고용부는 예방보다는 수사에 과도한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지금도 행정자원 배분의 왜곡이 심각한 데 중처법 적용이 내년에 50인 미만 기업으로 확대되면 그 왜곡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중처법의 칼날이 중처법 전에도 처벌돼 온 중소기업 경영책임자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전문성과 진정성 없이 현재와 같은 갈팡질팡 정책을 계속한다면 막대한 인원과 예산을 들이면서도 안전수준의 선진화는 요원해진다.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EE칼럼] 복잡한 전력시장에 골치 아픈 아젠다 추가하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디고 있다. 천연가스가 몰려있는 이 지역의 갈등은 중동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에너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의 후유증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다. 한전은 적자가 50조 원에 육박하고 부채는 200조 원을 넘어서고 있고,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2조 원을 넘어섰다. 가스요금은 원가의 78% 수준이다. 지난해 난방비 폭탄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가스요금을 올렸지만 여전히 턱없이 모자란다.전기요금도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kW당 40.4원 올렸지만 원가를 맞추려면 26원 정도는 더 올려야 한다. 현재 한전과 가스공사를 비롯한 발전사업, 지역난방사업, 신재생에너지, 배전관련 사업 등 전 에너지업계에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전력산업에는 요금 말고도 심각한 골칫거리가 쌓여 있다. 한전은 동해안에서 강원도를 넘어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송전망 공사를 약속기한을 한참 지났는데 착공도 못하고 있다. 값싼 전기를 생산하는 동해안의 원전과 석탄발전소는 배달 수단이 없어 제대로 가동조차 못하고 있다. 2011년 순환정전 사태로 전기가 모자라자 석탄발전소가 필요하다며 건설을 권유한 것이 정부다. 그런데 전력사정이 나아지자 상황은 돌변했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라는 온갖 구박과 서러움을 다 겪으면서 천신만고 끝에 완공한 강릉과 삼척의 민간 석탄발전소는 서해안보다 공사비가 더 들어간다며 건설비 인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겹쳐 이제는 송전제약 문제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30 NDC(온실가스감축 목표)와 2050 탄소중립을 맞추기 위한 로드맵을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등에 반영하도록 탄소중립법 시행령에 못을 박았다. 발전소 건설과 천연가스 도입이 이 로드맵의 내용과 일치돼야 한다. 전력수급계획에서 정부는 가스 발전량을 적게 예측해 비싼 현물시장에서 매년 추가로 LNG를 도입해야 했고 이는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 보다도 천연가스 발전량을 더 줄여야 할 판이다. 장기도입물량은 줄일 수밖에 없고 현물시장 물량을 늘릴 수밖에 없어 전기요금 인상 압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력수요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국가반도체 단지 등 첨단 15개 클러스터 조성과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는 데이터센터를 고려하면 전력수요는 현재의 공급능력으로 쉽게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에서 논의된 단일 배출권 할당계수(BM)의 적용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단일 BM의 목적은 지금까지 연료별 특성을 고려해 상이한 값을 적용했던 BM계수를 동일한 값으로 묶어 LNG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비율은 높이고 석탄발전은 낮추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석탄발전의 배출권 비용부담이 커지고 LNG발전의 비용은 줄어들게 된다. LNG발전의 비용감소는 SMP의 감소로 이어져 한전의 부담을 줄여주게 될 것이고, 동시에 LNG발전은 늘고 석탄발전은 줄어서 온실가스도 감축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계산이 맞을까? 여전히 두 발전원의 한계비용 차이는 커서 급전순위가 크게 바뀌지는 않아 LNG발전량이 늘고 석탄발전량이 줄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석탄발전사들의 배출권 구매비용이 커져 한전의 정산부담금이 증가되기 때문에 한전의 전력구입 총비용이 감소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정부는 누적된 전력시장의 요금인상 압력을 전기요금 인상 억제, SMP 상한제의 연장 등과 같은 규제로 일단 모면해 보려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외에도 전력산업은 송전선 건설지연, 판매사업자의 적자와 부채 급증에 따른 상류의 발전사업 및 관련 부문의 수익성 악화로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 복잡한 전력시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문제점을 한 번에 하나씩 시장원리를 통해 차근차근 해결하는 것이 정도이다. 단일 BM 도입과 같은 골치 아픈 아젠다를 추가하는 것은 전력시장의 문제를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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