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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新 보호무역주의 대비해야

최근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新 보호무역주의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新 보호무역주의로 인하여 통상문제가 기술, 환경, 안보 등 새로운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연결된다. 또한 국내에서의 여러 제도와 활동이 국제사회와 연결되기도 하고, 외국에서의 행위가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아졌다. 국제사회와 교류가 갈수록 더욱 확대되며 동조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흐름 속에서, 국가들은 국제 문제 해결을 위해 법 집행과 관할권 개념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아졌는데, 특히 국내법의 역외적용과 국가의 역외관할권 문제가 복잡한 이슈로 등장했다. 국내법의 역외적용이란, 외국에서 이루어진 행위가 자국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해 자국 국내법을 적용하고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국내법은 국가 영역 내에 소재하는 자 또는 그 영역 내에서 발생한 행위에만 적용되는 것이지만, 최근 국제적 활동이 많아지며 국내외의 영역 구분이 모호해지는 과정에서 국내법이 자국의 범위가 아닌 역외에 적용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국가의 관할권은 국가의 주권이 발현되는 것인데, 국내법의 역외적용으로 역외관할권이라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2개 이상의 국가의 관할권이 경합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해당 영역에서 원래 관할권을 행사해야 하는 국가에서는 주권의 훼손이나 침해라고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비춰지지 않으려면 관련 국가와의 사전 조율과 합의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국내법의 역외적용과 함께 국가의 역외관할권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원래는 국제적 활동과 이에 따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법을 적용하고 국내 활동에 대해서는 국내법을 적용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국내법이 국제적 활동에, 그리고 국제법이 국내적 활동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내법의 역외적용과 역외관할권 문제는 전통적으로 형사적 문제의 처리나 범죄행위 관련 사례들에서 발견되지만, 일부 국가는 산업이나 경제 관련 분야에서도 자국의 독점금지법(경쟁법) 등을 자국 외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에 적용하려고 한다. 시장 담합이나 독점행위 등을 규율하려는 경쟁법 분야에서, A국에서 이뤄진 기업활동 효과가 B국 시장에서 나타나면 A국의 경쟁법을 B국에 적용하려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법의 역외적용을 위해서 당사국들이 미리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당사국들이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체결하면서 서로의 국내법을 조율하고 상대방 시장에 자국법을 적용하자고 약속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명시적 합의나 근거를 두지 않고 국내법을 역외적용 하는 사례도 있다. 국내 시장의 경제 관련 법을 역외에 적용하려는 문제는 자연스럽게 무역과 투자환경을 규율하는 통상법 분야에서 변수를 초래한다. 특정 역(국)내 시장의 법을 다른 (역외)시장에 적용하면, 다른 국가의 시장, 경제, 산업에 큰 영향을 주거나 경제주권을 침범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영향은 복수의 시장이나 국가에서 통상지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만큼 국가들은 역외적용 문제를 통상법 차원에서 이해하기도 한다. 당사국들의 명시적 합의가 없다면, 국내법의 역외적용이 심각한 통상분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통상문제에 영향을 주는 국내법의 역외적용이 여러 새로운 경제 분야에도 활용되거나 통상문제와 연결될 수 있는 기술, 환경, 안보 등 다른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나 반도체 과학법을 다른 국가에도 적용하려고 하는데, 유럽연합(EU)은 이를 우려하면서도 자신들은 탄소국경조정제도, 역외보조금 규제 제도, 다른 국가의 조치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응하는 제도 등을 외국에 적용하려고 한다. 이렇게 국내법을 역외에 적용해 일종의 새로운 무역장벽들이 구축된다면 결국 WTO가 추구하는 자유무역 대신 새로운 보호무역의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한국도 新 보호무역주의 아래서 국내법의 역외적용이 가져올 위험성을 고민하고 종합적인 대응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김봉철 한국외국어대교 국제학부 교수/EU연구소 소장

[윤석헌 칼럼] 은행개혁, 해법은 주담대 정책 이원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과도한 이자이익과 보너스 잔치를 질책한지 벌써 넉 달이 지났다. 그간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금융위 TF)를 꾸려 대안 모색에 나섰고 이달말까지 개선방안 마련을 예고한 바 있다. 필자는 은행권 개혁 필요성에 공감한다. 저비용예금과 담보대출에 의존하는 국내은행의 천수답 경영으로는 한국경제의 선진화 항해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지적한 은행권의 이자이익 급증이나 과점상태는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이자이익 급증은 최근의 금리상승세 때문이고, 보너스 잔치는 욕심을 부렸지만 민간기업의 경영이슈일 뿐이다. 그리고 은행권의 과점상태는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은행 대형화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은행들로 하여금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 한국경제 선진화에 필요한 금융중개역할을 제공하도록 할 것인가’에 있다. 이런 시각에서 그간의 금융위 TF의 개혁안을 살펴보고, 새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저축은행을 지방은행으로,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토록 허용하는 방안이다. 이는 은행 수를 늘려 과점상태를 해소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은행 간 소모적 점유율 경쟁을 부추겨 금융서비스의 질적 개선과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정한 천수답 농지를 보다 많은 농부가 경영한다고 효율성이 높아지지 않는다. 다음으로 영국 챌린저은행(Challenger Bank)이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같은 특화은행을 신규로 허용하는 방안이다. 전통은행의 규모와 복잡성을 피하고 핀테크 기법을 사용해 온라인 전문은행으로 차별화하려는 것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통해 이미 시도한 방안이다. 그 성과를 살펴보면 금리경쟁을 촉발시킨 부분은 인정되지만 중금리 대출이나 틈새시장 공략 등 당초 기대했던 ‘메기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챌린저은행도 영국 시중은행 대비 매력적인 금리 및 간편송금 기능으로 수신규모를 늘렸으나 개인신용대출 비중은 미미하다는 평가다. 그리고 SVB의 파산 이유중 하나가 혁신 스타트업을 집중 지원하는 과정에서 위험 분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기득권 축소’ 방안을 제안한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서는 은행권이 저금리 요구불성예금을 토대로 주택담보대출 선순위 취급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천수답 경영 특혜를 누리고 있다. 즉 주담대 시장에서 은행은 선순위, 저축은행과 신협 등 제2금융권은 후순위로 역할이 분할돼 있다. 권역별 조달금리 차이로 분할이 불가피하다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이슈가 있다. 가령 제2금융권이 선순위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면, 담보가치가 상승해 조달금리가 하락하고 주담대 점유율이 상승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월 초 은행업, 저축은행업 및 상호금융업 등의 감독규정을 고쳐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을 70%(규제지역은 50%)로 높이고 단일화하는 것으로 은행권의 주담대 규제를 완화했다. 그런데 이는 모순이다. 은행의 이자이익을 질타하면서 금융업 감독규정은 은행의 천수답 경영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개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 LTV 규제를 강화하거나, 가계대출 위험가중치를 상향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주담대에 대해 은행권 규제는 강화하고 제2금융권 규제는 완화하는 정책조합을 통해 은행권 천수답 경영을 깨는 혁신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주담대 업무 축소로 인력과 자원에 여유가 생기면 은행은 중소기업 및 창업 기업 등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비 이자이익 창출에 나설 수 있다. 그 예로 거래형 은행업(transaction banking)이나 초과형 은행업(beyond banking)을 고려할 수 있다. 전자는 은행이 기업의 상업 및 금융 거래를 지원하고 관련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고 후자는 유니버설뱅킹의 일종으로 금융 및 비금융을 망라해 융합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금융위의 규제샌드박스 운영결과를 겸영업무 범위 결정에 참고할 수 있다. 한편으로 최근 들어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제2금융권은 선순위 주담대 시장 진입 활성화로 수익을 창출하게 되면, 지역밀착 금융, 자영업자 관계금융 및 채무취약계층 지원 등을 확대할 수 있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은행권 개혁이 스스로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말을 물가로 끌고갈 책임은 금융당국에 있다.

디커플링? 디리스킹?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요약> 미·중 관계를 두고 디커플링이니 디리스킹이니 하는 말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등 유력 미국 기업인들은 앞다퉈 "디커플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디커플링은 뭐고 디리스킹은 뭔가? 두 나라 사이에 낀 ‘샌드위치’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미국 기업인들이 연달아 디커플링(Decoupling)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유럽은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De-risking)을 내세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디리스킹을 수용하는 모양새다. 증시에서 커플링(동조화)은 흔히 코스피가 뉴욕 주가 흐름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쓴다. 주가가 따로 움직이면 디커플링(탈동조화)이다. 국제정치에서 디커플링은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권이 중국과 남남처럼 갈라서는 것을 말한다. 반면 디리스킹은 중국과 같이 살되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다. 디커플링 또는 디리스킹이 향후 G2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짚어보자. ◇ 머스크, 다이먼, 젠슨황은 뭐랬나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는 디커플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머스크는 5월30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을 베이징에서 만나 "미국과 중국의 이익은 고도로 얽혀 있다"면서 "테슬라는 중국 내 사업을 더욱 확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은 디커플링보다 디리스킹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다이먼은 "디커플링을 시도하지 말자. 중국과 중국 사람들을 해치려고 시도하지 말자"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연례 글로벌 차이나 서밋에 참석했다. 대만계 미국인으로 반도체 기업 엔디비아를 이끄는 젠슨 황 CE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역시 디커플링에 반대했다. 황은 "만약 (중국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살 수 없다면 그들은 스스로 그걸 만들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 기업들이 중국과 교역을 못하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매출에서 중국은 약 20%를 차지한다.◇ 트럼프는 디커플링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대중 디커플링 정책을 폈다. 2020년 9월 재선 도전에 나선 트럼프는 "우리는 중국과 거래에서 막대한 돈을 잃는다. 우리가 중국과 거래하지 않으면 막대한 돈을 잃지 않게 될 것"이라며 "이게 바로 디커플링"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중국과 교류를 끊는 게 미국에 이익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만약 (대선에서) 바이든이 이기면 중국이 이기는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이 이 나라(미국)를 소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 등 재임 내내 중국 때리기에 열중했다. 2018년 캐나다 경찰이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전격 체포한 배경에도 미국이 있었다. 멍완저우는 거의 3년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풀려났다.◇ 바이든은 디리스킹지난달 일본 히로시마에 모인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을 함께 언급했다. 성명은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우리는 경제가 회복하려면 디리스킹과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다"고 말했다. 디리스킹은 예컨대 특정 품목의 경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앞도적으로 높은 중국산 희귀자원이 대표적이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대중 관계를 디리스킹하고 다변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럽은 디리스킹에 진심중국과 패권 다툼에서 한발 비켜선 유럽은 디리스킹을 강하게 내세운다. 대표적인 인물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다. 그는 연초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우리는 (대중) 디커플링보다는 디리스킹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과도하게 주고, EU 기업이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과 관계를 끊을 게 아니라 이러한 위험요소(리스크)를 줄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리튬과 같은 희귀 광물자원에 대한 대중 의존도를 낮추는 것도 디리스킹 정책의 일환이다.유럽에서 발언권이 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4월 초 중국을 방문했을 때 디커플링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 그래봤자 말장난바이든의 대중 정책은 트럼프에 비하면 다소 유연해 보인다. 그러나 첨단 반도체 장비와 소재를 수출 금지한 데서 보듯 중국을 견제하려는 기본 정책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핵심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시도도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디커플링이니 디리스킹이니 하는 게 결국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G2 패권 다툼은 필연적이다. 미국은 온 힘을 다해 중국을 찍어누르려 하고, 중국은 어떻게든 용솟음치려 한다. 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향해 질주하는 중이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기존 강국 스파르타와 신흥 강국 아테네의 펠로폰네소스전쟁은 구조적 긴장관계가 빚은 필연적 결과라고 분석했다.◇ 샌드위치 한국의 선택은이러니 디커플링이든 디리스킹이든 한국이 처한 난처한 상황도 별로 달라질 게 없다. 미국 하원의 마이클 매콜 외교위원장과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2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마이크론이 중국시장에서 빠진 공백을 일본과 한국 기업들이 대신 채워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달 대미 보복 차원에서 미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의 제품 구매를 금지했다. 마이크론은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회사다.중국은 그 공백을 세계 1,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채워주길 바란다. 미국은 한사코 반대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영락없이 미·중 두 강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미국 말을 들으면 중국이 반발하고, 중국 편에 서면 미국이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런 딜레마는 앞으로도 수시로 벌어질 공산이 크다. 윤석열 정부와 관련 기업이 확실한 원칙을 세워 양국을 설득하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물론 제1 원칙은 국익이다.<경제칼럼니스트>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5월30일 중국 베이징에서 친강 외교부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상하이에 공장을 둔 머스크는 대중 디커플링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AFP/연합5월말 중국을 방문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은 "중국과 중국 사람들을 해치려고 시도하지 말자"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연합지난 5월 중순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UPI/연합

유희동 기상청장, 세계기상총회 집행이사 당선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기상청은 유희동 기상청장이 세계기상기구(WM0) 제19차 세계기상총회에서 집행이사에 당선됐다고 2일 밝혔다. WMO 집행이사회는 동 WMO의 각종 과학기술 프로그램 운영과 예산 등을 총괄, 조정하는 기구로 193개 회원국 중 37개국 위원으로 구성됐다. 지역별로 배정된 의석수에 따라 각국 기상청장이 위원을 맡는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전 지구적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전 세계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이라며 "세계기상기구 집행이사국이자 국제사회 주도국으로서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국제 협력에 앞장서겠습니다"라고 말했다. wonhee4544@ekn.krclip20230602104737 유희동 기상청장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9차 세계기상총회(5.22.~6.2)에 참석하고 있다. 기상청

[EE칼럼]에너지 안보,근본 해법은 다변화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줬다. 에너지 안보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고전적 경구는 윈스터 처칠 총리의 영국 의회 연설이다. 36세에 해군 장관에 부임한 처칠은 대영제국 해군의 전투함 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다. 기동력과 전투력이 크게 향상됐지만 문제는 석유를 어디서 구하느냐였다. 영국에는 석탄이 풍부해서 공급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석유는 달랐다. 당시 영국은 석유를 주로 이란에서 조달했는데 이에 따른 문제점을 의원들이 지적하자 이에 대한 대답으로 처칠은 석유공급의 다변화를 강조했다. 1913년 7월 의회 연설에서 처칠은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원유 타입, 하나의 생산과정, 하나의 국가, 하나의 수입 루트, 하나의 유전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석유공급의 안정성과 확실성을 보장하는 것은 오직 공급의 다변화다"라고 강조했다. 이 말은 에너지 안보에서 위험 분산의 개념을 일깨운 고전적인 명문이다. 다니엘 예르긴(Daniel Yergin)은 그의 저서 ‘The Quest’에서 구소련에서 독립한 아제르바이잔의 석유 파이프라인 건설 비화를 소개했다. 아제르바이잔은 내해인 카스피해의 바쿠 유전에서 지중해로 연결되는 흑해까지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로 한다. 문제는 노선이었다. 북쪽의 러시아를 경유해 ‘노보로시스크항으로 연결되는 노선과 서쪽의 조지아를 거쳐 숩사항으로 연결되는 노선 중 선택해야 했다. 바쿠∼노보로시스크 노선은 건설이 용이한 평야지역을 거치지만 길게 우회해야 했고 바쿠∼숩사 노선은 길이는 짧지만 코카서스 산맥을 넘어가야 하는 험난한 루트였다. 게다가 러시아의 눈치도 봐야하고 조지아의 협력도 필요했다. 몇 달을 토론하고 격론도 거쳤다. 결국 아제르바이잔은 두 노선을 모두 건설하기로 결론을 내린다. 중복처럼 보이지만 루트를 다변화해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에너지원을 다변화해 위험을 분산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의 기본이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경구처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위험을 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에너지협의회(WEC)가 발표한 전 세계 92개국의 에너지 안보 순위에서 한국은 82위로 거의 꼴찌 수준이다. 우리보다 에너지 안보 순위가 낮은 나라는 섬나라 몇 개 밖에 없다. 자체적으로 보유한 1차 에너지도 거의 없고 전력망이나 가스 파이프라인도 다른 나라와 연결돼 있지 않은 독립계통이다. 자랑할 것 이라고는 발전설비, 정유공장, 천연가스 인프라 정도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석유, 석탄, 원자력, 천연가스, 신재생 등으로 구성된 우리의 에너지 믹스를 균형 있게 유지해야 한다. 변화를 꾀하더라도 과속은 금물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탈 원전 정책이 그 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8∼2022년 동안 탈 원전정책은 총 25조8000억원의 전력구입비용을 증가시켰다고 발표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탈 원전정책이 2017∼2022년 동안 총 22조9000억원의 비용을 유발했고 2030년까지 이에 더해 24조5000억원의 비용을 증가시켜 총 47조4000억원의 비용이 추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의 탈 탄소 속도도 너무 빠르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에서 전력수급기본계획,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등 정부의 주요 계획을 모두 온실가스 중장기 감축목표인 40% 감축과 연동되도록 했다.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발전설비를 계획해야 한다는 말이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석탄발전소 비중을 대폭 줄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LNG 발전소 부지확보는 지지부진하다. LNG 발전의 비중은 더 큰 문제다. 2036년의 LNG 발전설비는 원전과 석탄발전 용량보다도 큰 64.6GW(27.0%)로 계획하고 발전량은 겨우 62.3TWh(9.3%)로 잡았다. 그 결과 LNG 발전소의 이용률은 11%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는 LNG 발전소의 경제성은 없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목표다. 에너지원 다변화의 균형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는 추구하기 어렵다. 복잡한 말이 아니다. 단순한 팩트다.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2년 만에 재등장한 ‘10만전자설’

국민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달 25일 이후 4거래일 연속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우면서 7만원대에 안착했다.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자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를 상향한 리포트가 쏟아져 나왔고 ‘10만전자’ 기대감이 한껏 고조됐다. 하지만 2년 만에 재등장한 ‘10만전자설’에 개미투자자들은 반기면서도 불안해하는 눈치다. 2년 전 10만전자 전망이 처음 나왔을 때가 떠올라서다. 지난 2021년 1월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9만680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개인투자자들은 ‘10만전자’를 연호하며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주가가 급등하자 증권가에서도 서둘러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원에서 높게는 12만원까지 제시했고 사실상 10만전자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주가는 1년여 만에 10만전자는커녕 5만전자로 반 토막 났다. 지난해 9월에는 최고가(9만6800원) 대비 46%가 하락한 5만1800원까지 떨어졌다. 당시 고점에 물린 개미들 사이에서는 "9층에도 사람 있어요"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후 6만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자 ‘삼성전자는 평생 팔지 않고 갖고 가야할 주식’이라는 의미로 ‘삼성전자=반려주식’이라는 웃픈 공식도 생겨났다. 급락장을 호되게 겪었던 개미들은 10만전자설 재등장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엔비디아발 반짝 호재에 그칠 가능성, 기대감 외에 가시화된 실적 부재 등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언제 또 하락할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더 크다. 개인투자자들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삼성전자 주가 등락 추이를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는 반면 증권사들은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변함없이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나섰다. 목표주가를 기존 8만원에서 9만원으로, 높게는 9만5000원까지 제시한 증권사 보고서도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상향한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종가(7만1400원)는 전 거래일 대비 1.24% 하락했다. 증권사 가운데 키움증권 단 한 곳만이 주가 급등이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을 뿐 다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 따른 주가 우상향을 전망하면서 매수 리포트를 쏟아냈다. 물론 모든 매수 리포트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리포트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증권사들도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매수 전망이 아닌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리포트를 많이 볼 수 있길 바란다.증명사진

[이슈&인사이트]대통령 거부권은 신의 한 수

지난 5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앞선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국회 법률안에 대한 두번째 거부권 행사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국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엄연히 헌법 제53조에서 명시하고 있지만 국회의 결정을 뒤집는다는 정치적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에 섣부르게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들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법안이 통과됐을 때 발생할 국가적 손실과 논란이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거부권 제도의 원조는 미국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미국 연방헌법에 규정돼 있으며, 연방을 이루는 각 주의 주지사들에게도 거부권이 있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미국 민주주의의 요체로 견제와 균형 및 권력 분립(checks and balances and separation of powers)을 강조했다. 조지 워싱턴 이후 올해 5월 현재까지 46명의 대통령이 총 2587건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 중 거부권 성공률, 즉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법률안 통과가 저지된 비율은 80%가 넘는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 고유 권한인 법률안 거부권은 입법부를 견제할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특히 이번 국회 처럼 거대야당의 입법폭주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이의가 있을 때’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위헌적 입법을 하는 헌법적 사유는 물론이고 법률안이 대통령 개인에게 불리한 것을 근거로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경우 법안이 농가 소득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호법 제정안은 의료 직역 간 갈등 유발과 이로 인한 국민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각각 법률안 거부권 행사의 이유로 들었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을 거치게 되고, 재의결 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확정된다. 거부권이 행사된 두 법률안은 모두 재의결에서 부결됐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사용자와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의 불법쟁의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이다. 특히 사용자가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불법쟁의 참여 근로자 개인별 책임의 내용과 범위를 명확히 증명하도록 했는 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의 경우 연방법인 전국노동관계법(NLRA)은 손해를 막기 위해 사전 조치를 취한 노동쟁의만 보호한다. 레미콘 제조회사인 글레이셔 노스웨스트(Glacier Northwest) 노조는 2017년 파업 당시 레미콘을 가득 실은 트럭을 점거했다. 차에서 레미콘이 굳어 큰 손해를 입은 사측은 노조가 ‘의도적’으로 회사 재산에 손해를 입혔다며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현재 연방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다수의 전문가들은 대법원이 회사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예측한다. 노란봉투법은 노조 입장에서는 불법파업을 해도 손해를 볼 일이 없으니 모든 문제를 파업으로써 해결하려 드는 ‘파업만능주의’가 팽배해질 것이다. 이로부터 발생할 산업 현장의 혼란과 국가적 경제 손실은 고스란히 다른 피고용인, 사용자, 더 나아가 국가의 몫으로 돌아온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로 거부권을 행사했는 데도 야당은 대통령이 국론 분열을 부추긴다며 트집을 잡는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노리는 것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수가 역대급으로 많도록 만들어 이를 근거로 ‘국회와 등진 대통령’, ‘불통ㆍ독재ㆍ오만한 대통령’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속셈이 아닌가. 대통령 거부권이 있어 다행이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야당의 입법폭주를 막을 수단이 하나라도 있으니 말이다. 잘 되면 본인 탓, 안 되면 대통령 탓을 하는 야당의 포퓰리즘 정책 남발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AI시대의 슈퍼스타 엔비디아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요약> AI 시대를 맞아 미국 엔비디아가 스타 기업으로 떠올랐다. 엔비디아가 설계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은 생성형 AI를 가동하는 데 필수품이다. 자체 공장 없이 설계만 하는 팹리스가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실리콘밸리에서 만났다. 둘은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AI(인공지능) 시대의 슈퍼스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디비아(NVIDIA)는 이렇게 불러도 손색이 없다. 주가는 작년 10월 이후 세배 넘게 올랐다. 시가총액은 1조달러(약 1300조원)를 넘본다. 시총 1조달러는 애플, 알파벳(구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이 속한 울트라 프리미엄 클럽이다. 엔비디아 주가가 뛰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도 덩달아 들썩거린다. 어떤 회사이길래 세상을 들었다놨다 하는 걸까. 키워드를 중심으로 엔비디아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Denny’s)1993년 4월 젠슨 황, 크리스 말라초우스키, 커티스 프리엠 3인이 미국 동부 샌호제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에서 만났다. 9살 때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민 간 황은 스탠포드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LSI Logic, AMD에서 경력을 쌓았다. 말라초우스키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프리엠은 IBM과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에서 컴퓨터 칩을 만졌다.창업 초기 세 사람은 모든 파일명에 NV를 붙였다. 넥스트 버전(Next Version)이란 뜻이다. NV는 엔비(Envy)와 통했고, 라틴어로 엔비가 인비디아(Invidia)라는 걸 알았다. 이렇게 해서 나온 회사 이름이 바로 엔비디아(NVIDIA)다.출범할 때 은행 잔고엔 4만달러 밖에 없었다. 그러나 가능성을 엿본 벤처캐피탈이 곧 붙었다. 미국 경제잡지 포천은 2007년 엔비디아를 올해의 기업으로 선정했다.출범 때부터 엔비디아는 젠슨 황이 최고경영자(CEO) 업무를 맡았다. 반도체 전문가인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칩 워’에서 "늘 검은 청바지와 셔츠, 검은 가죽 재킷을 입는 그(황)는 컴퓨터의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 같은, 말하자면 스티브 잡스 같은 아우라를 지니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 마약보다 더 귀한 GPU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은 ‘그래픽처리장치’(Graphic Processing Unit)라 부르는 반도체 칩이다. 원래 GPU는 주로 비디오 게임 또는 컴퓨터 게임용으로 쓰였다. 올들어 생성형 AI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 덕에 엔비디아 GPU가 새삼 주목을 받았다. GPU는 생성형 AI를 학습시키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밀러의 설명을 들어보자. "GPU는 AI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훈련시킬 수 있다…여러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 이미지를 학습한다면 CPU는 픽셀 하나하나를 처리하는 데 비해 GPU는 많은 픽셀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리하여 컴퓨터가 고양이를 알아볼 수 있도록 훈련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놀랍게 단축되었다." GPU의 이러한 설계 구조를 ‘병렬처리’라 한다. AI는 챗GPT를 넘어 자율주행자, 기후예측 등 상상할 수 모든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미 GPU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전기차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CEO는 "고급 GPU는 마약보다 더 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 팹리스(Fabless)엔비디아는 대표적인 팹리스 기업이다. 반도체 회사이지만 공장을 두고 직접 칩을 만들지는 않는다. 대신 생산은 대만 업체인 TSMC에 맡긴다. TSMC는 세계 1위 로직 칩 제작업체, 곧 파운드리다. 설계 따로 생산 따로 시스템은 반도체 스타트업이 성장할 때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스타트업이 직접 공장을 짓고 운영도 해야 한다면 돈도 돈이지만 인력도 감당하기 힘들다. 이때 제작을 외주로 맡기면 부담을 한결 덜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대만계 젠슨 황이 이끄는 엔비디아와 대만 최대기업 TSMC는 찰떡 궁합이다.무선통신 칩 시장을 지배하는 퀄컴은 또다른 팹리스 회사다. 퀄컴은 TSMC와 삼성전자 등에 생산을 위탁한다. ◇ 암(ARM) 인수 시도2020년 9월 엔비디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영국 반도체 기업 암을 40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을 쓴 스기모토 다카시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 교외에 본사를 둔 암은 회로 설계만 하는 ‘반도체의 숨은 실세다.’그러나 인수은 걸림돌을 만났다. 영국과 유럽의 공정거래 당국이 독과점을 우려해 승인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GPU 최강 기업과 회로 설계 일인자 기업의 만남은 누가 봐도 독과점을 우려할 만하다. 결국 엔비디아는 2022년 2월 암 인수를 포기했다. 만약 인수에 성공했다면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M&A가 될 뻔했다. ◇ 젠슨 황과 이재용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2일에 걸친 장기 해외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 회장이 만난 거물 중에는 젠슨 황도 있다. 두 사람은 실리콘 밸리 일식집에서 회동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공급한다. AI 시장이 커질수록 GPU는 물론 고성능 메모리 칩에 대한 수요도 커진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칩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더 큰 로직 칩(GPU, CPU 등) 분야에선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하다. 2030년까지 파운드리 1위를 목표로 세웠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만약 엔비디아의 GPU 외주 물량 일부를 가져올 수 있다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 거침없는 발언젠슨 황은 지난달 하순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중 수출 통제 정책을 비판했다. 황은 "만약 (중국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살 수 없다면 그들은 스스로 그걸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과 교역할 수 없다면 미국 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칩스법(반도체법) 제정을 통해 대중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했다. AI 혁신을 이끄는 엔비디아 GPU는 일순위 통제 리스트에 올랐다. 중국은 AI 개발에서 엔비디아 제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인공지공 작업을 위해 돌아가는 중국 서버의 95%가 엔비디아에서 설계한 GPU를 장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칩 워’). 1차 타격은 중국이 받지만, 중국에 고성능 GPU를 팔지 못하면 엔비디아도 실적에 마이너스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는 글로벌 패권 다툼의 일환이다. 젠슨 황이 목소리를 높인다고 바이든 대통령이 귀를 기울일 것 같지는 않다. <경제칼럼니스트>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설계하는 엔비디아가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사진=로이터/연합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월29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검은 가죽 재킷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사진=로이터/연합

[기자의 눈] 韓 경제 성장 해법, 이민 정책서 찾자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선진국에 ‘이민 열풍’이 불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에 작년 120만명의 이민자가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인구는 지난해 105만명 늘었다. 이 중 96%가 외국인이다. 미국, 호주 등 순유입 인구도 빠르게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라진 환경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주요국에서 은퇴자가 늘고 서비스업 등 구인난이 심각해졌다. 이민자가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독일이 시리아 난민을 받아 유럽 전체가 혼란에 빠졌던 게 7~8년 전이다. 수용 규모도 120만명 수준에 불과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은 멕시코에 장벽을 쌓았다. 영국은 이민자가 싫다며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지 않았던가.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우리나라는 이민 정책을 상당히 소극적으로 펼치는 나라다.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가 잘 발달한 탓에 진입장벽이 높다. 다양성을 존중할 사회 분위기도 조성되지 않았다. 지정학적 리스크, 언어 장벽 같은 요인도 있다. 이민 정책을 재설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조선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이미 ‘일손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농촌을 중심으로 한 ‘지방 소멸’ 현상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평가 보고서를 내며 "인구 통계학적 압력이 심화하는 게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민 확대를 위해 ‘이민관리청(가칭)’을 신설할 방침이다. 유학생을 정착하게 하는 방안, 고급 인력을 유치하는 묘수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1%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민 정책을 잘 수립하면 중·장기적 경제 성장의 해법이 보일지 모른다. 중동 국가들은 자원 부국일지라도 경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결단이다. 고(故) 셰이크 라시드 아랍에미리트(UAE) 국왕은 "내 할아버지는 낙타를 탔지만 나는 벤츠를 탄다. 하지만 내 손자는 다시 낙타를 탈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들이 바삐 움직이는 이유를 깨닫게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합계출산율 0.78’이라는 숫자가 보여준다. "내 할아버지는 전쟁을 피해 피난을 다녔지만 나는 벤츠를 탄다. 하지만 내 손자는 태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외국인 이민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yes@ekn.kr여헌우 산업부 기자 여헌우 산업부 기자

[정훈식 칼럼]무너진 주거사다리

주필 전세 수난시대다. 무자본 갭투자 이른바 ‘빌라왕’으로 불리는 전세사기 사건이 곳곳에서 터지면서다. 빌라왕의 먹잇감이 된 전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해 난리고 일반 전세입자들도 역전세난에 발을 동동거린다. 애먼 선의의 주택임대인들도 날벼락을 맞고 있다. 가뜩이나 전셋값 급락으로 차액환급이 발등의 불인 가운데 전세를 월세로 돌려달라는 세입자들의 갑작스런 요구에 전세반환금 마련을 못해 아우성이다. 이래 저래 서민들만 피곤한 세상이다. 전세는 다른 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주거형태다. 지난 수십 년간 월세→전세→내집 장만으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의 한 축으로주택수급 안정과 서민의 주거안정에 기여해 왔다. 그런데 이 전세시장이 전세사기로 얼룩지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아무 탈 없었던 전세시장이 하필이면 이제와서, 왜,갑자기 주택공급 시장의 천덕꾸러기가 됐을까. 여기에는 무엇보다 지난 문재인정부의 주택 정책실책 탓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물론 주택시장 침체와 나홀로 가구 증가 등 세태변화 탓도 있다. 전세 투기와 시장 붕괴는 3년 전부터 예견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집권하자 마자 "부동산 가격 문제에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라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규제·억제 중심의 고강도 대책을 쏟아부었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확대, 다주택자 양도세·종부세 징벌적 과세폭탄, LTV·DTI등 대출규제 옥죄기,재개발·재건축 규제 강화,초과이익 환수제 부활 등 약 30차례에 걸쳐 온갖 규제와 압박을 총동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8·2대책을 내놓으며 "이번 대책은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이 불편해지는 것으로,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시라"며 압박했다. 한편으로는 "우리 국민의 40%가 임대주택에 살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은 10%밖에 안 된다"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금융 혜택을 드리니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시면 좋겠다"며 임대사업을 권장했다. 수요 있는 곳에 제때, 제대로 공급해야 한다는 시장원리를 거스르며 수요를 억누르는 데 만 열을 올렸으니 결과는 뻔할 뻔자였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달리니 결국 수급불균형으로 집값이 폭등했고 이것이 전세시장으로 옮겨 붙었다. 문재인정부의 170석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폭주가 기름을 끼얹었다. 2020년 서민주거안정을 명분으로 대표적인 포퓰리즘 입법으로 지목된 임대차 3법을 앞뒤 재지 않고 밀어붙였다. 전세 시장에 대혼란을 초래한다는 전문가들의 반대 목소리를 무릅썼다. 임대차 기간을 ‘2+2년’으로 연장하고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한편 계약갱신권까지 반 시장 종합세트를 들였다. 가뜩이나 2020년에는 전세공급의 한 축을 담당했던 민간 임대사업제도 마저 사실상 폐지하며 화를 키웠다. 등록된 민간임대주택사업자는 임대료가 저렴하고 임대보증금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돼 있어 보증금 반환사고가 나지 않는 구조다. 그 틈을 전세보험조차 들지않은 전세 사기꾼이 파고들어 이지경이 됐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적중했다. 임대차 3법으로 전세매물이 잠기면서 전세가격은 미친 듯이 뛰었다. 서울아파트 전세가격(KB국민은행 조사 기준) 상승률은 2020년 6월 0.35%에서 7월 1%, 8월 1.18% 9월 2.0%로 상승폭을 키웠다. 연간 12.25%라는 기록적인 폭등장세를 기록했다. 폭등장세는 이듬해에도 이어져 2021년에도 11.86% 폭등했다.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주택 매매가격에 대한 전세가격의 비율인 전세가율이 70∼90%,더 나아가 매매가보다 전세가격이 높은 역전현상까지 빚어지자 이른바 갭 투자의 먹잇감이 됐다. 수중에 돈 몇 푼 없이도 집을 사들여 집값이 오르면 큰 차익을 볼 수 있는 여건이 되면서 대학생이고 주부고 너도나도 갭 투자에 뛰어들었고 갭 투자자들의 먹잇감은 아파트에서 연립,단독 등으로 확대되며 오늘의 지경에 이르게됐다. 여기에는 빌라왕 같은 전세사기꾼들도 활개를 쳤고 시장에서 경고음이 나왔지만 당국은 규제에만 집중했다. 포퓰리즘 입법폭주가 부른 참사다. 애초 에 신중하게 접근했더라면 호미로도 안 막아도 될 일을 결국 가래로도 막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피해와 책임은 모두 ‘정책실패 청구서’로 국민에게로 돌아오고 있다. 그런데도 무리한 정책과 입법에 대해 책임지거나 반성하거나 사과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전세가격이 최고점이었던 2021년 임대차 계약 2년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역전세난은 심화하며 집주인들은 차액 환급에 비상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세 사기에 겁먹은 세입자들이 월세로 전환을 요구하거나 계약해지로 대거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일반 전세입자와 집주인간의 보증금을 둘러싼 갈등이 분출하고 있다. 가뜩이나 고금리로 집주인들도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이른바 역전세 대란이 시작됐다. 한국은행은 역전세 위험가구가 전국적으로 100만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월세전환 수치는 빠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거대 야당 민주당을 중심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한다며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호들갑을 떨고 있다. 사기 피해를 입은 전세입자에게 국민혈세를 투입한다는 게 골자다. 한 마디로 병 주고, 약 주고다. 근본대책이 아닌 땜방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정부와 정치권은 사기피해자 구제는 물론이고 냉철한 진단과 근본적인 처방에 나서야 한다. 그것은 전세시장이 이 지경이 된 배경을 철저히 따지고 여기서에서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전세시장을 망가뜨린 임대차 3법과 민간임대사업 등 임대사업 제도의 전반적인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찔끔 찔끔 대책을 발표할 게 아니라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한 시스템부터 점검해서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게 그 근본 해법이다. 그래야 무너진 주거사다리도 다시 세우고 서민의 내 집 마련 꿈도 살릴 수 있다.정훈식 정훈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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