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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공매도 금지와 붉은 깃발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2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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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자본시장부 차장


붉은 깃발법(적기조례, Red Flag Act)은 1865년 영국에서 제정된 ‘세계 최초의 교통법’이다.

한 대의 자동차에는 운전사와 기관원, 기수 등 3명이 있어야 하며 자동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6.4km, 도심에서는 3.2km로 제한됐다. 기수는 낮에 붉은 깃발을, 밤에는 붉은 등을 들고 자동차의 60야드 앞에서 차를 선도하도록 했다. 자동차는 기수를 앞지를 수 없었고, 말과 마주친 자동차는 멈춰야 했다. 1826년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증기기관을 탑재한 28인승 자동차가 실용화 됐는데, 당시 차량은 시속 30km까지 달릴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규제였다.

법이 만들어진 이유는 증기자동차의 등장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된 마차 업자들의 항의 때문이다. 이 법은 1896년까지 31년간 유지되면서 영국 내 자동차 개발의 의욕을 꺾었고, 결국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위축되면서 후발국인 독일 및 프랑스보다 뒤처지게 됐다.

최근 정부가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전면금지 하면서 여러 뒷말들이 무성하다.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간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급등세를 이어오자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들이 이들 이차전지주를 중심으로 공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부 개인투자자 연대 등에서는 공매도로 인해 주식 시장의 하방을 높였다며 공매도 전면 철폐를 주장해온 바 있다. 또한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면서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얼라인 파트너스 캐피털의 이창환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강력한 의결권 행사 주체로 부상한 만큼 정부도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매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낮아진 가격에 주식을 되 사들인 뒤 갚는 매매기법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공매도 투자자들에겐 호재다.

공매도를 금지할 경우 국내 주식 시장의 수급 세력인 외국인들의 유입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외국계헤지펀드의 경우 롱숏(매수·매도) 전략에 맞춰 공매도를 통해 리스크를 헤지(Hedge)한다. 헤지 수단이 사라진 만큼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고 들어올리 만무하다. 또 한가지는 그간 범 정부차원에서 추진해오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지수(DM) 편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선진국지수 편입 시 우리나라로 최대 61조원, KB증권은 65조원의 자금이 유입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최근의 공매도 금지가 한국 자본시장의 붉은 깃발법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국민들은 빚투와 고금리로 인해 이자 갚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주식 시장으로 들어올 여유조차 없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영국의 자동차 산업을 후퇴시켰듯 국내 자본시장도 외국인들로부터 소외돼 후퇴할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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