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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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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살얼음판 걷는 부동산 PF, 두고만 볼텐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22 10:12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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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한국경제에 중요한 잠재 위협요인으로 등장했다. 앞선 작년 하반기의 PF위기는 금리충격으로 PF 조달과 차환이 막히면서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대출만기 연장과 유동성 공급 확대를 통해 비교적 쉽게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파트건설 사업장에서 정상적으로 준공이 이뤄진 이후에도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키운다. 더구나 투자금 회수 만기가 비슷한 시기에 집중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지금의 위기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의 PF위기는 급격한 금리상승이 촉발했다는 점에서 10여 년 전에 경험했던 PF부실사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다만 당시에는 전 세계적 경기침체로 미국이 빠른 속도로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고, 우리나라도 금리인하 등 대응수단이 많았다. 더구나 당시에는 다른 부문에서의 부실위험이 존재하지 않았고, 정부의 재정건전성도 양호했다. 그래서 정부가 동원해야 할 자금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고, 자금 동원과정에서도 금융시장에 불안을 야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위기 이전에 시행된 분양가상한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분양 급증이라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것이 보다 큰 경제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정치권과 정책당국 간 공감대도 있었기 때문에 미분양 직접 매입과 같은 직접적 시장개입수단을 동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바탕으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를 떠받칠 수 있었고, 이것이 팽창적 통화정책과 결부되면서 부동산PF 부실이 경제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무엇보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 하에서 우리나라만 자체적으로 금리인하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지난 수년간 누증된 가계·중소기업·소상공인 부채의 부실가능성이 또 다른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들 취약 차주들의 부실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는 곳이 바로 PF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2금융권이다. 재정악화로 지출 확대를 통해 실물경제를 떠받치기 어려운 가운데 경제 전반에서 부실경고음이 켜지면서 정책당국의 인적·물적 대응 여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과도한 부동산 규제가 지금의 위기를 촉발시킨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현재의 위기를 전 정부의 ‘시장실패’ 탓으로만 돌리며 정치권과 정책당국이 실효성 있는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부분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러는 사이에 부동산PF의 잠재 부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초부터 지난 9월까지 이어진 일시적 부동산시장 반등기에 참여자들이 서로 일정부분 손실을 감내하면서 부실사업장을 정리해야 했다. 그러나 대출만기 연장이라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고, 그 결과 잠재적 부실은 더 커졌다. 가뜩이나 최근 들어서는 시중금리가 오름세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반등세를 보였던 수도권 분양시장의 열기도 식어가는 모습이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그 동안 누적·이연되어 온 PF 부실이 내년 상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부동산PF로 인한 충격이 경제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구체적인 대안들을 조속히 마련,시행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PF사업장에 대한 출구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나라 부동산PF는 위기상황에서 채무상환부담이 건설사에게 집중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어느 한 사업장에서의 채무상환 요구는 건설사 부실을 통해 해당 건설사가 참여하고 있는 다른 사업장의 연쇄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 즉 채권금융기관들이 건설사에게 채무상환을 청구하기 시작하면, 시장 전체에서의 부실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대주단 협약 등의 조치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대주단·시행주체·건설사들 등 사업참여자들이 해당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손실을 합리적 수준에서 분담하는 방식으로 부실사업장을 정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회생가능성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정책당국과 지자체가 사업참여자들의 자구노력을 신속·포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다시 침체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분양시장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PF는 분양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부실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는 분양시장이 급랭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취득세와 재건축부담금 완화 등 규제보완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미분양 물건에 대해 취득세와 양도세를 과감히 완화하고, 임대 또는 임대 후 분양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법인에 대해서는 취득세와 보유세를 대폭 경감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장에서 스스로 미분양이 해소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PF사업의 부실위험을 최종적으로 지는 건설사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현재 활용 중인 P-CBO나 보증확대 등 간접적 지원은 지원 범위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개발시장에 참여 중인 금융기관들의 출자로 펀드를 조성해 건설 관련 공제기구에 대여, 건설사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토록 하고, 시차를 두고 해당 공제기구가 회수금과 자체수익을 통해 대여금을 상환토록 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해당 펀드 출자자 중 건설 관련 공제기관의 비중을 높여 위기 재발시 개발 관련된 산업 내에서 균형 있게 손실을 흡수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공공부문의 시장개입이 바람직하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시장 참여자들의 단기적 이익추구의 결과물인 동시에, 실패한 부동산 정책이 초래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때문에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권과 정부는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위기를 초래한 직접적 당사자인 시장참여자들도 상생에 기반한 양보와 타협의 정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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