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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율 증원’으로 한발 물러섰지만…의사단체는 “원점 재검토”

정부가 각종 행정명령 유보에 이어 대학별 의대 모집인원 자율 조정까지 발표하며 '상황 진전'을 위해 노력했다는 입장이지만, 의사단체는 여전히의대 증원 무효화와 원점 재검토를 고수하고 있다. 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의료개혁의 성공을 위해, 의대 증원이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지금의 상황을 진전시킬 수 있도록 내년도 의대 모집정원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5학년도에 한해 증원분의 50~100%를 대학별로 자율적으로 뽑을 수 있게 했는데,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빚어진 '의료 공백'을 해소하고자 한발 물러났다는 것이다. 정부는 열에 아홉 넘게 가운을 벗어 던진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 정지도 '유연한 처분' 방침 아래 3월 말 이후 계속 미루고 있다. 제자들에 이어 사직과 휴진에 나선 의대 교수들에 대해서도 행정명령을 하지 않고 있다. 박 차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정부의 교수 대상 진료유지명령 등 조치는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인지를 묻는 말에 “그렇다. 입장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단체들은 내부 조율 과정에서 분열 조짐을 보이면서도 증원 백지화 이후 원점 재검토라는 점에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달 취임한 강경파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전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연 세미나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절대로 필수·지역의료의 근본적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역시 의료 현장과 교육 현장을 제대로 반영 못 한 것으로, 정원 확대나 정책 패키지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일 취임사에서도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의료농단'으로 규정했다. 의대 교수들이 개별 휴진에 나선 가운데 전의교협과는 별개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오는 10일 전국적 휴진을 진행하기로 하고, 의대 증원을 확정하면 1주일간 집단 휴진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미래 의료를 책임질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정부가 정책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최근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긴급 심포지엄에서 이 병원 전공의 대표와 학생 대표는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정책 백지화 등 대전협과 의대협이 기존에 내세운 요구 조건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 대응 과정에서 임 회장과 대립각을 세운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강경한 입장을 이어오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임 회장이 정부와의 대화를 위해 전공의와 의대생을 포함한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히자 “대전협이나 의대협은 임 회장과 해당 사안을 논의한 바 없다"며 “임 회장의 독단적인 행동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한 박 위원장은 전날 정부의 각종 행정명령에 대응하고자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소송 제기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진료유지명령은 전공의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업무개시명령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행정 명령은 과도하고 부당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취소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의사단체들은 법원이 정부에 증원 근거를 제출하고, 법원 판단이 있을 때까지 증원 절차를 멈출 것을 요청함에 따라 이달 말 정원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정부를 더 압박할 전망이다. 전의교협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사법부 요구에 충실히 따를 것을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촉구하면서 “국내외 전문가 30∼50명을 모아 정부 자료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정치 전선’ 밀려 핀 ‘사법 전선’인데 ...의사들, 법원에도 ‘꼿꼿’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정치권을 떠나 '법정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3일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종일 정부 처분에 반발한 소송 제기와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우선 의과대학 학생들이 국가와 각 대학 총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은 2라운드에 돌입했다. 의대생 측은 이날 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남대·충남대 의대생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에 불참, 사실상 '보이콧' 전략을 구사했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가 전날 강원대·제주대·충북대 의대생들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이에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 의대생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이 사건의 결과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사건인 지난달 30일 가처분 신청과 같을 것이 명백한 만큼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의대생 측 불출석으로 이날 심리는 정부 측 의견만 듣는 것으로 종결됐다. 심문에 출석한 정부법무공단 측은 “나의 교육 여건이 달라진다고 타인을 배제해달라는 주장은 헌법상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령 증원 때문에 교육 여건이 달라진다 해도 이는 향후 여건 개선으로 해결할 문제지, 가처분 신청으로 권리를 보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의대생 측은 전날 판결에도 즉시 항고장을 제출했다. 그는 항고장에서 “채권자(의대생)들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2000명 증원 결정 등으로 교육받을 권리가 형해화된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원심은 이를 애써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원이 한쪽 당사자인 정부의 편을 들어주고 '시간 끌기'에 동조한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다만 시민단체 측은 오히려 재판을 진행하는 일부 법원이 정부에 의대 증원 근거를 요구한 것을 비판하는 상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논평에서 “사법부가 행정부 권한인 대학교 증원 정책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재판부는 논의과정과 절차 외에 정책의 적절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과 관련한 소송도 이어졌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사직 전공의들을 대표해 서울행정법원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진료유지명령·사직서수리금지명령 취소 요구 행정소송을 냈다. 그는 소장 제출 후 “전공의는 수련 이수와 근로 여부를 자유 의사결정에 따라 주체적으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며 “이는 헌법과 근로기준법, 전공의특별법상 너무나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다. 박명하 의협 전 비대위 조직위원장도 전공의들 집단행동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받은 면허정지 처분 집행정지 여부를 둘러싸고 '2차 법정 공방'을 벌였다. 박 전 위원장 측은 이날 서울고법 행정8-1부(정총령 조진구 신용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기일에서 “의료갈등을 정부와 의사들 사이에 정책적으로 해결해야지 강압적 행정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건강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처분을 정지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보건복지부 측은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면 치명적인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건강과 안전에 있어 영향이 있어서 공공복리에 반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면허 정지로 입을 손해보다 공공복리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더 크다"며 박 전 위원장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고물가로 부담 커진 가정의 달…‘가난의 달’ 자조까지

“인터넷에서 사는 게 그나마 좀 싸네. 오늘 주문하면 그래도 어린이날에 맞춰 배송되지 않을까요?" 어린이날을 사흘 앞둔 지난 2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백화점 완구 코너에서 만난 김명지(37)씨는 들고 있던 장난감 상자를 멋쩍게 다시 진열대에 내려놨다. 4살 아들의 어린이날 선물을 고르러 왔다는 김씨는 7만원에 달하는 변신 로봇 세트 가격이 부담스러워 몇천원이라도 아끼겠다는 마음으로 연신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만난 원모(33)씨도 “가격이 부담스러워 두 살 딸에게 줄 어린이날 선물을 고르지 못하다가 60% 할인하는 원피스를 찾았다"며 “세일하지 않았으면 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 각종 기념일을 앞두고 쪼그라든 지갑 사정에 근심을 토로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특히 올해는 무섭게 오른 물가 때문에 5월이 '가정의 달'이 아닌 '가난의 달'이라는 자조적인 반응까지 나온다. 이날 레고 매장에 진열된 상품 가운데 어린이날 기간 10∼30% 할인이 적용된 60종의 평균 가격은 약 8만8000원이었다. 가장 비싼 상품은 20만7900원이었다. 어린이날 전후로 방문객이 늘어나는 유명 놀이공원의 종일 이용권은 어린이 기준 롯데월드 4만7000원, 서울랜드 4만3000원 등이다. 동행하는 부모의 성인 입장료와 외식비 등을 고려하면 하루에 가족당 최소 20여만원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부모들은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1년에 단 하루 있는 날인데 챙기지 않으면 아이가 서운해할까 봐, 다른 친구들과 비교될까 봐 되도록 원하는 선물을 사주려고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족끼리 식사를 같이하기만 해도 고물가를 절실히 실감하게 된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4인 가족 기준으로 국내 유명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샐러드바를 이용하려면 13만4천800원이 든다. 작년과 비교하면 5천원을 더 내야 한다. 한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도 최근 대표 메뉴 가격을 1만80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1900원(10.5%) 올렸고, 맥도날드 역시 2일부터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피자헛은 2종 메뉴 가격을 약 3%씩 인상했다. 불과 며칠 뒤 이어지는 어버이날을 앞둔 심정도 비슷하다. 어버이날마다 장인·장모에게 현금을 드린다는 구로구 주민 곽모(36)씨는 “물가는 올랐지만 생활력이 나아지지 않아 용돈을 늘리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성북구에 사는 최모(44)씨는 “마음 같아서는 양가 부모님들을 동남아나 일본 패키지여행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지만, 지출이 너무 커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울상지었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9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 올랐다. 외식 물가는 소비자물가보다 빠른 속도로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대표적인 외식 메뉴인 삼겹살(200g) 가격은 작년 동월(1만9236원) 대비 3.4% 오른 1만9981원이었다. 연합뉴스

“휴진할까봐 걱정했는데 안도”…주요 대형병원 정상가동

“진료가 밀리면 다음 예약은 한참 뒤일까 봐 걱정했는데…아픈 사람들 입장에선 다행이죠." 서울 주요 대형병원 가운데 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이 과로로 인한 피로 누적 등을 이유로 수술과 외래진료를 하지 않기로 한 3일.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환자의 남편 최모(68)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예고됐던 휴진과 달리 병원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진료를 보는 환자들로 가득했다. 수납창구와 각 진료과 대기실에는 순번을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로 가득 찼고, 흰 가운을 입고 분주하게 복도를 오가는 의료진도 곳곳에 보였다. 실제 대부분의 환자는 의사들이 휴진하는 것을 모르거나 체감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류마티스센터에서 만난 환자 구모(77)씨는 “따로 휴진한다는 연락을 받지 못해서 왔는데 평소 봐주시던 교수님에게 똑같이 진료받고 나왔다"고 말했다. 80대 어머니를 모시고 가정의학과를 내원한 한 보호자도 “고령이라 제때 진료·치료받는 게 가장 중요한데 최근 몇 달 동안 (진료에) 차질 있던 적은 없다"고 전했다. 서울아산병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환자들로 북적였다. 이 병원 관계자는 “휴직률이 높지 않아 지난주 금요일과 거의 동일한 수준에서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며 “오늘 예약된 외래진료와 수술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서울아산병원 교수 50여명은 이날 병원 앞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정책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 시위를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들은 대강당에서 '2024년 의료대란과 울산의대 교육 병원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세미나도 열었다. 시위를 지켜보던 환자 주모(57)씨는 “환자들 입장에서는 물론 화도 나지만 의사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라며 “정부와 의료계 모두 한 발씩 물러나 접점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집단 휴진이 예고된 전국 각지의 상급종합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울산 유일 상급종합병원 울산대병원은 곳곳에 '휴직과 사직에 앞서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직원분들께'라는 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명의 대자보가 붙어있었지만, 불이 꺼진 진료과는 한 곳도 없었다. 개별 휴진 후 울산의대 비대면 세미나에 참석한 교수도 일부 있었지만, 모든 과가 정상적으로 진료를 봤다. 이 병원 소화기내과를 찾은 한 환자는 “뉴스에서 휴진 소식을 듣고 불안했는데 진료가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고 안도했다"며 “다행스럽고 교수님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극소수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교수가 정상적으로 진료를 보고 있다"며 “외래진료와 수술, 응급진료 모두 차질 없이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5일부터 매주 금요일 개별적 외래 휴진에 들어간 충북대병원도 수납창구와 진료과 대기석에 환자로 가득 차 있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치료를 받고 있다는 40대 김모씨는 “한 달에 두 번씩 진료받으러 오지만 예약이 미뤄지거나 담당 교수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채혈실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는 “교수들이 휴진하면 예약한 환자들의 방문이 줄어 병원이 썰렁해야 할 텐데 전혀 그런 것은 느끼지 못한다"며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쁘게 환자들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도 이날부터 매주 금요일 휴진을 예고했지만, 실제 휴진에 들어간 진료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각 진료과 내부 대기석은 외래 진료를 보려는 환자들로 붐볐고, 진료를 마친 환자들로 접수창구에는 긴 대기 줄이 늘어섰다. 주 52시간 근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유지하자는 조선대병원도 교수들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어 휴진 없이 외래 진료를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익산 원광대병원 관계자도 “몇개월 전에 예약한 환자를 어떻게 돌려보내겠느냐"며 “일부 휴진이 있더라도 스케줄 조정이나 근무 후 휴진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환자들은 실제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수술이 연기될 가능성에는 여전히 불안함을 토로했다. 충북대병원 호흡기내과에 내원한 유모(70)씨는 “매번 검사받아 그때마다 다른 약을 처방받는데, 제 병을 가장 잘 아는 교수님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까 봐 불안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전남대병원을 찾은 환자 정모(84)씨도 “혹시 진료받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계속 든다"며 “하다못해 휴진하는 금요일에는 아프지 말고 차라리 다른 요일에 아팠으면 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료원 소속 병원 교수들도 지난달 30일 휴진했지만, 의료현장에 큰 혼란은 없었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초과 근무 여부에 따라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일주일에 하루를 골라서 쉬기로 했다. 연합뉴스

정부 “전공의 일부 돌아오고 있어”…전임의 계약률도 상승세

전공의들 일부가 최근 들어 병원으로 복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상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3일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전공의 일부가 환자 곁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전임의 계약률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민수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회의 후 브리핑에서 “복귀하는 전공의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소수 복귀자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공의들은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하지 못한 탓에 그동안 생활고를 호소해왔다. 전날 대한의사협회(의협) 새 집행부의 첫 상임이사회에서는 전공의 지원 사업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전공의 과정을 이미 마친 전임의들의 계약률은 소폭이나마 상승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2일 현재 100개 수련병원의 전임의 계약률은 65.8%로, 4월 30일(61.7%)보다 상승했다. 특히 '빅5'로 불리는 서울 주요 5대 병원의 계약률은 68.2%로 더 높아 70%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 전공의 집단사직 직후인 2월 말 전임의 계약률과 비교하면 고무적인 수준이다. 당시 전임의들이 후배 의사인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현장 이탈에 동참하면서, 지난 2월 29일 전임의 계약률은 수련병원 100곳에서 33.6%, 빅5 병원에서 33.9%에 그쳤었다. 최근 전임의 계약률은 이와 비교하면 2배 수준으로 높아진 셈이다. 박 차관은 의사들에게 “집단행동을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 개선 논의에 참여하는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집단행동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이제 본인의 자리로 돌아와서 환자들을 돌보는 일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출범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할 것을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 측에 재차 촉구했다. 박 차관은 “정부는 의료개혁특위에 의협과 전공의가 참여하도록 그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며 “의협과 전공의협의회에 (특위 산하의) 4개 전문위원회에 참여할 위원을 추천해줄 것을 다시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개혁에 의료계 의견을 적극 경청하겠다"며 “정부는 의료계와 일대일 논의도 가능하고, 형식에 구애 없이 언제라도 만나서 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개혁특위는 지난달 25일 첫 회의를 했다. 이달 열릴 2차 회의에서는 전문위원회 구성·운영안을 포함해 구체적인 특위 운영 방안과 4대 개혁과제를 논의한다. 4대 개혁과제는 중증 필수의료 보상 강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의료 공백에 따라 두 달 넘게 이어 온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고자 다음 주에 군의관 36명을 새로 파견한다. 정부는 파견 인력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월 20일부터 대체인력 파견 수당, 상급종합병원 당직비, 공공의료기관 연장진료 수당 등을 지급하고 있다. 박 차관은 “정부는 대체인력이 효율적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필요한 추가 지원 방안을 점검하고, 예비비 등을 편성할 때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 공백을 메우고자 의사 업무 일부를 담당하게 한 진료지원(PA) 간호사는 현재 1만165명이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신규 간호 인력에 대해서는 진료 지원에 어려움이 없도록 대한간호협회를 통한 교육을 실시 중이다. 지난달 18일 기준으로 PA 간호사 50명과 교육강사 50명 등 100명을 교육했다. 연합뉴스

서울 아산·성모병원 교수들 오늘 휴진…“진료 쉬고 피켓 시위”

서울 시내 빅5 병원 중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교수 일부가 3일 휴진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빅5' 중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이 이날 하루 진료와 수술을 중단한다.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울산의대 산하 병원 교수들은 5월 3일 하루 동안 휴진하고 '2024년 의료대란과 울산의대 교육 병원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서울아산병원 대강당에서 비공개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세미나에 앞서 교수들은 이날 오전 9시에 서울아산병원 정문에서 올해 의대 증원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할 예정이다. 최창민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세미나는 잘못된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인한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료대란이 빨리 해결돼 의료 정상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은 이날부터 금요일마다 외래 진료와 급하지 않은 수술을 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성모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앞서 “장기간 지속되는 의료비상 상황에서 의료진의 탈진과 의료사고 예방을 위해 5월부터 금요일 주 1회 외래와 비응급수술의 휴진을 권고하기로 했다"며 “의료진의 상황에 따라 다른 요일 휴진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 병원은 병원이 공식적으로 문을 닫는 게 아니라 일부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휴진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들은 이날 휴진으로 인한 환자 불편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빅5 병원 외에도 이날 전국에서 일부 수련병원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반대 표시로 휴진에 나선다. 충북대병원과 대전성모병원, 건양대병원 교수들은 이날 하루 외래 진료를 중단한다. 다만 각 병원은 휴진이 병원의 공식 입장은 아니며, 이날 외래 진료가 원래 없는 교수들도 있어서 진료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광대병원 교수들도 이날 하루 외래진료와 수술을 쉰다. 전남대병원 교수들은 이날부터 일주일에 하루 외래 진료를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휴진 결정은 교수 자율에 맡기기로 해 실제로 얼마나 많은 교수가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병원은 당장 이날 외래진료를 쉬는 진료과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날 밝혔다. 울산대병원 교수들도 이날 하루 쉴 계획이지만 응급·중증환자와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진료는 유지한다. 계명대 성서동산병원에서는 호흡기내과와 감염내과, 내분비내과를 포함한 일부 진료과 교수 10명 미만이 이날 휴진한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정상 운영한다. 인천성모병원 교수들은 4일부터 한시적으로 토요일에 외래진료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료원 소속 병원 교수들이 지난달 30일 휴진했지만, 의료현장에 큰 혼란은 없었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초과 근무 여부에 따라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일주일에 하루를 골라서 쉬기로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아직도 서로 못 뭉친 의사들…결국 법원이 모든 것?

여야 영수회담으로 정치권이 의료 개혁 추진에 한 목소리를 모은 가운데, 의사단체들은 여전히 내부 이견을 좁히지 못한 모양새다. 행정‧입법부와 시민단체 등 여론에 더해 내부 알력까지 불거지면서, 결국 사법부인 법원에 마지막 제동 여부가 달릴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2일 취임식과 함께 첫 상임 이사회를 열고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의학회 등을 모두 포함한 범의료계 협의체 구성을 논의했다. 그러나 정책이사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회의에 불참했다. 현재 박 위원장은 전공의 대표로서 당연직 정책이사로 임 회장 집행부에 이름을 올렸다. 박 위원장은 의협 측에 사전에 불참 사유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임 회장은 집행부 출범과 함께 의협을 중심으로 의료계를 아우르는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 의대 증원에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집행부는 협의체에 의학회, 의대 교수 외에 전공의와 의대생도 포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협의한 적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내부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임 회장과 박 위원장 간 '엇박자'는 박 위원장이 지난달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직후에도 한 차례 불거졌다. 당시 임 회장은 페이스북에 '아무리 가르쳐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튿날에는 '일부 내부의 적은 외부에 있는 거대한 적보다 나를 더 어렵게 만든다'라는 뜻의 영어 문구를 적었다. 결국 전공의를 포함해 '단일대오'를 꾸려 정부에 맞서겠다는 의협 입장이 난항을 겪는 셈이다. 임 회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분열 지적을 염두에 둔 듯 '내부 단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갈등에 빠져 분열되는 것은 정부가 원하는 것으로, 철저한 통제 속에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것이 정부의 간절한 바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원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달라. 결집된 강한 힘으로 권익 신장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대학 현장에서는 정원이 늘어난 32개 의과대학 가운데 31개가 내년도 모집 인원을 결정해 의대 증원 작업 막바지에 다다랐다. 다만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을 진행하는 재판부가 2000명 증원 근거 자료를 정부에 요구한 점이 막판 '사법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재판부는 이달 중순 집행정지에 대한 결정이 있기 전까지 2025학년도 모집 정원 승인을 보류해달라고 당부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이날 재판부에 일부 해명 자료를 제출했다. 정부법무공단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 고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을 거론하며 의대 정원이 확정되는 구체적 절차를 설명하는 자료를 제출했다. 다만 재판부가 요청한 정부 측 의대 증원 근거 자료는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11월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실시했다. 이어 각 의대가 현재 보유한 교원·시설로는 2025학년도에 최소 2151명, 추가 교육여건을 확보할 경우 최대 2847명을 증원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12월엔 수요 조사 후속 조치로, 실사를 거쳐 각 의대가 증원분을 실제 수용할 만큼 교원·시설을 확보할 가능성을 파악했다. 이후 올해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논의를 거쳐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총증원 규모가 정해진 후 정부는 전국 40개 의대 수요 조사를 추가로 거쳤다. 2차 수요 조사 결과 40개 모든 의대가 증원분인 2000명을 넘어서는 3401명 증원을 희망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소아청소년 16% 정신장애 경험…7%는 전문가 도움 ‘시급’

소아·청소년의 16%는 우울장애나 불안장애 등 정신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정신장애 증상이 있는 소아·청소년은 전체의 7%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소아 2893명과 청소년 3382명 등 전국 6∼17세 소아·청소년 6275명을 대상으로 작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실시한 '2022년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실태조사는 지난 2001년부터 5년 주기로 다섯 차례 실시됐으나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전국 단위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소아·청소년의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은 16.1%였다. 소아는 14.3%, 청소년은 18.0%였다. 평생 유병률은 현재와 과거 중 어느 한 시점에 정신장애 진단 기준을 충족한 경우를 말한다. 조사 시점에 정신장애 증상을 보인 '현재 유병률'은 7.1%였다. 청소년의 현재 유병률은 9.5%로 소아(4.7%)의 약 2배였다. 장애 유형별로는 불안장애의 평생 유병률이 9.6%(소아 10.3%·청소년 9.0%)로 가장 높았다. 불안장애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일상생활에 문제를 일으키는 정신장애다.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분리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 특정공포증, 범불안장애, 선택적 함구증 등이 있다. 현재 유병률은 '파괴적·충동조절 및 품행장애'가 2.9%(소아 1.8%·청소년 4.1%)로 가장 높았다. 파괴적·충동조절 및 품행장애에는 분노와 과민한 기분으로 논쟁적·반항적 행동 또는 보복적 특성이 계속 나타나는 '적대적 반항장애'와 다른 사람의 기본권리를 침해하고 연령에 맞는 사회적 규범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품행장애'가 포함된다. 평생 한 번이라도 자살 사고(생각)를 한 적이 있는 소아의 비율은 0.3%, 청소년은 4.2%였다. 조사 시점으로부터 최근 2주간 자살 사고를 한 소아는 0.2%, 청소년은 1.9%였다. 같은 기간 실제로 자살 시도를 한 소아는 0.0%, 청소년은 0.4%였다. 비자살적 자해 경험률은 소아 1.0%, 청소년 1.7%였다.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유병률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평생 정신장애를 경험한 소아·청소년 중 지난 1년간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소아 4.7%, 청소년 4.0% 등 전체 4.3%였다. 정신건강서비스 평생 이용률은 소아 7.8%, 청소년 5.6% 등 전체 6.6%에 불과했다.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복수응답)로는 △아직 서비스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음(소아 60.1%·청소년 60.0%)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음(소아 43.4%·청소년 52.8%) △전문기관 이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소아 29.2%·청소년 47.6%) △타인의 시선에 대한 걱정(소아 35.7%·청소년 42.8%) 등을 꼽았다. 복지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오는 2027년까지 소아·청소년을 포함한 100만명에게 전문 심리상담을 지원할 계획이다. 오는 9월부터는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해 '모바일 마음건강 자가진단 서비스'를 제공해 소아·청소년이 자신의 정신건강을 점검할 수 있게 한다. 상담이 필요한 소아·청소년은 '자살예방상담전화'(109), '청소년상담전화'(1388), 카카오톡 채널 '다들어줄개'를 통해 온라인으로 상담할 수 있다.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1588-0199)나 Wee센터(wee.go.kr),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을 통한 오프라인 상담도 가능하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임현택 의협 신임회장 “의료농단 바로잡겠다…2000명 의대증원 뜯어고칠것”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은 2일 취임식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의료농단'으로 규정하며 “의대 2000명 증원 등 불합리한 정책은 뜯어고치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이날 의협 제42대 회장 취임사에서 “의료계가 당면한 난국의 상황을 잘 타개해야 한다는 깊은 책임감으로 양어깨가 무거운 중압감에 놓여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임 회장은 “회원들의 '권익 보호'가 제게 부여된 지상 최대의 중차대한 과제임을 명심하고, 그 어떤 어려운 상황과도 맞서 싸워 이겨내 의사 회원들의 소중한 '의권'을 증진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각종 법률적 현안에 대해서는 체계적이고 확실한 운영 시스템을 가동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임 회장은 새 집행부를 인선하며 통상 2명 수준이던 법제이사를 4명으로 '2배' 늘린 바 있다. 그동안 의대 정원을 줄이는 게 맞는다고 주장해온 임 회장은 이날 취임식에서도 증원 저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임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고등법원은 의대 증원 인원을 2000명으로 정한 과학적 근거와 회의록 등을 제출하고, 법원이 판단할 때까지 의대 모집정원 승인을 보류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며 “정부의 무도하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마주한 가장 큰 이슈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문제를 비롯해 진료 현장에서 겪는 각종 불합리한 정책들은 하나하나 뜯어고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정부 정책이 얼마나 잘못됐고, 한심한지 깨닫도록 하겠다"며 “오늘이 의료농단이자 교육농단을 바로 잡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임 회장은 '내부 단결'도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갈등에 빠져 분열되는 것은 정부가 원하는 것으로, 철저한 통제 속에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것이 정부의 간절한 바람일 것"이라며 “회원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달라. 결집된 강한 힘으로 권익 신장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의협과 전공의들 사이에 분열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임 회장이 전공의와 의대생을 포함한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했으나, 박단 전공의 대표는 “협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내년 의대증원 규모 최대 1509명…‘의대 열풍’ 거세지나

2025학년도 대입전형 의대 모집인원이 전년 대비 최대 1509명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후년인 2026학년도에는 당초 정부 발표대로 증원 규모가 2000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전국 의대가 제출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상 의대 모집인원을 취합해 2일 공개했다. 증원분이 반영된 의과대학 32곳 간데 31곳의 내년도 증원 규모는 총 1469명이다. 차의과대는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위해 대교협에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없고, 아직 모집인원도 확정되지 않아 이번 취합 대상에서 빠졌다. 차의과대학(현 정원 40명)의 경우 증원분이 40명인데, 증원분의 최소인 50%(20명)만 뽑을 경우 전체 의대의 증원분은 1489명이 된다. 차의과대학이 증원분의 최대인 100%(40명)를 모두 모집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의대의 증원분은 1509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국 40개 의대 모집 인원은 현재 3058명에서 최소 4547명, 최대 4567명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9개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는 모두 증원분의 50%만 모집한다. 강원대는 42명을 늘려(당초 증원분 83명) 91명을, 충북대는 76명(증원분 151명)을 늘려 125명을 모집한다. 경북대와 충남대는 각각 45명(증원분 각 90명)을 늘려 155명씩 모집한다. 경상국립대는 62명(증원분 124명) 증가한 138명, 전북대는 29명(증원분 58명) 늘어난 171명, 제주대는 30명(증원분 60명) 늘어난 70명을 선발한다. 부산대와 전남대는 각각 38명(증원분 75명) 늘어난 163명을 뽑기로 했다. 반면 사립대는 대부분 증원분을 모두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모집인원을 확정해 제출한 22개 사립대 가운데 증원분을 감축해 모집하기로 한 곳은 단국대(천안)·성균관대·아주대·영남대·울산대 등 5곳뿐이다. 단국대(천안)는 증원분의 50%를 적용해 40명만 늘려 모두 8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성균관대와 아주대·울산대는 각각 기존 증원분 80명 가운데 70명만 반영해 110명씩(기존 정원 각 40명)을 모집하기로 했다. 영남대는 기존 증원분 44명을 24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정원 76명을 포함해 100명을 선발하게 된다. 인하대(증원 71명), 가천대(90명), 연세대 분교(7명), 한림대(24명), 가톨릭관동대(51명), 동국대 분교(71명), 계명대(44명), 대구가톨릭대(40명), 인제대(7명), 고신대(24명), 동아대(51명), 원광대(57명), 조선대(25명), 건국대 분교(60명), 을지대(60명), 건양대(51명), 순천향대(57명) 등 나머지 17개 대학은 증원분을 100% 반영해 선발한다. 각 의대는 현재 고2에게 적용될 '2026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도 대교협에 제출했다. 내년도 학과별 모집인원 등이 표기된 2026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는 당초 정부 발표대로 2000명 증원이 적용될 전망이다. 이처럼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1500명가량 늘어나게 되면서 올해 '의대 열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증가 추세였던 'N수생'들까지 합류할 경우 의대 열풍은 예상보다 훨씬 거세질 수 있다. 재수생뿐 아니라 상위권 이공계 대학 재학생, 직장인까지 의대 입시에 도전하기 위해 재수학원을 찾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다만 정시·수시모집 비율이나 지역인재전형 규모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2025학년도 모집인원이 얼마인지 (먼저) 안내한 것이고, 학생부 전형 비율이나 수시·정시 비율 등은 추가로 대학들이 제출할 것"이라며 “5월에 정리해서 (대교협이) 심의한 뒤 최종적으로 승인을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세부 사항은 5월 말 각 대학이 2025학년도 신입생 수시모집요강을 공개할 때가 되어서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백지화 후 원전 재검토'를 요구하는 의사단체들은 이달 말 정원 규모가 확정되기 전까지 증원을 막아내겠다는 입장이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의료농단'으로 규정하며 “의협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정부 정책이 얼마나 잘못됐고, 한심한지 깨닫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문제를 비롯해 진료 현장에서 겪는 각종 불합리한 정책들은 하나하나 뜯어고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겠다"며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대한민국의 의료를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에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했을 때도 “백지화 없이는 협상도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특히 “(증원을)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서울고등법원에서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기로 한 결정의 구체적인 근거를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그전까지는 (증원) 절차를 진행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5월 말에 대학별 의대 정원을 발표하기 전에는 이 상황이 마무리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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