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부터 기준금리 인상 폭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동시에 다른 통화 가치가 오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12월물은 전 거래일 보다 1.15% 하락한 109.55를 기록했다. 달러 인덱스가 110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 4일(109.98) 이후 처음이다. 이는 지난달 20일(109.94) 이후 최저 수준이기도 하다. 달러 가치가 하락한 배경엔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CNBC에 따르면 지난 주까지만 해도 4.2%대를 웃돌았던 미국 10년물 금리는 이날 4.02%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소비와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조짐이 속속 드러나면서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와치에 따르면 27일 한국시간 오후 1시 30분 기준,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1거래일만에 47.4%에서 55.3%로 올랐다. 1주일 전(22.0%)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오른 수준이다. 연준이 11월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전망은 여전히 지배적이지만 가능성이 전날 96.2%에서 89.3%으로 하락했다. 특히 이날 캐나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폭을 예상치(0.75%포인트)를 하회한 0.5%포인트로 결정함으로써 연준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달러화 약세 영향으로 주요 통화가치가 잇따라 상승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유로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지난달 20일 이후 약 한달 만에 패리티(1달러=1유로)를 회복했고 영국의 파운드화는 가치는 장중 최대 1.5% 급등했다 최근 달러당 7.3739위안까지 오르며 2010년 거래 시작 후 최고치를 찍었던 중국 위안화 역외 환율도 이날 달러당 7.1825위안으로 내려갔다. 또 지난 주 달러당 150엔선마저 돌파하면서 아시아 외환위기 두려움을 촉발했던 엔달러 환율은 146엔대로 내려왔다. 달러화 약세는 원자재 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원유, 금 등 주요 원자재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경우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이날 12월물 금 선물가격은 온스당 0.67% 오른 1669.20 달러에 장을 마감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3.03% 급등한 87.91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달러화 전망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바클레이스 은행의 테미스토클리스 피오타키스 환율 리서치 총괄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 달러화 강세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다 리서치의 비라즈 파텔 수석 전략가 역시 "과잉 긴축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는 상황에서 시장은 연준이 매파적일 것이란 관측을 따라갈 확신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단스케 은행의 라스 머클린 환율 전략가는 "지금은 여러분들이 찾고 싶어했던 연준 피벗(태세 전환)이 아니다"라며 "최근 거시경제 지표들을 살펴보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지속 중"이라고 주장했다.image_readtop_2022_811533_16631384385165791 (사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