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2011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평가 책임자가 피치의 강등 결정이 정당한 결과라고 주장해 관심이 쏠린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11년 당시 S&P 평가 책임자였던 데이비드 비어스는 블룸버그TV에 출연,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조치가 정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현재 미국 금융안정연구소(CFS)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비어스 전 책임자는 현재 미국에서 드러나고 있는 문제들이 12년 전 S&P의 강등 조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요인들을 연상시킨다고 경고했다. 또 미국 부채한도 상향을 둘러싼 미 정치권의 ‘벼랑 끝 전술’을 포함한 일부 문제들은 과거에 비해 더 악화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등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AAA 등급은 신용평가사가 낼 수 있는 최고 등급이지만 미국 등 국가들이 신에게서 또는 자동으로 당연하게 부여되는 권리를 가진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치가 전날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내린 것과 관련해 결정이 너무 늦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어스 전 책임자는 "신용평가사들이 그동안 소극적으로 행동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피치의 조치는 2011년 S&P의 결정을 다시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어스 전 책임자는 피치가 지난 5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하되,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한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가 옳았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비어스 전 책임자는 "정치적 양극화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했고 채무의 증가 속도에 대해서도 우려했다"며 "두 가지 모두에 대해서 우리의 기대차기 초과 달성됐고 이에 (2011년 강등 결정이) 올바른 결정이었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 피치의 강등 요인은 ‘국가채무·부채한도’…2011년보다 상황 악화 비어스 전 책임자가 언급했던 국가채무 급증은 피치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현재 미국 경제는 2011년보다 더욱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등급 하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2011년 당시 미국 실업률은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9%에 육박했는데 현재는 3.6%로 역대급으로 낮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피치의 강등 결정으로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부양책, 세금 인하 등으로 급증되고 있는 채무가 조명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피치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25년 118%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현재 AAA 등급을 받고 있는 국가들의 중간값인 39%보다 약 3배 높은 수치다. 또 피치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작년 GDP의 3.7%에서 올해 6.3% 수준으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이 2024년엔 6.6%, 2025년엔 6.9%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피치는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재무부는 미국 장기채권 발행 규모를 애초 960억 달러에서 1030억 달러(133조7000억원)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예측보다 소폭 늘어난 것으로, 정부의 재정적자가 커지는 가운데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단계 하향한 이후 이뤄지는 것이다. 이는 미국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재정상황이 쉽게 개선되지 못할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강등 사태가 과거 2011년보다 더 큰 우려를 부른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피치의 강등 결정을 이끌어낸 근본적인 요인들이 과거 S&P의 강등 요인보다 더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UBS그룹의 마이클 클로허티 전략가는 "2011년 강등의 주요 원인은 부채한도를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라며 "이번엔 부채한도 문제뿐만 아니라 재정 악화도 강등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USA-RATINGS/FITCH-INTERVIEW (사진=로이터/연합)